최신 기사 추천 기사 연재 기사 마빡 리스트

 

모듈병동을 수출한 중국

 

뉴스 하나를 먼저 보자.

 

https://www.youtube.com/watch?v=Cls9A2gSFU8

[중국이 한국에 훠신산 병원’ 2동을 수출하다]

 

3 27, 문경에서 중국발 의료병동 2개가 설치되기 시작했다. 서울대병원 문경연수원은 코로나 확산 이후 경북 생활치료센터로 운영되었는데, 여기에 코오롱이 모듈형 음압병동을 기부한 것이다. 잘 알려지지 않은 뉴스지만 검색하면 찾아볼 수 있다. 서울대병원 공식블로그에도 실렸다.

 

hj.JPG

서울대병원 블로그 (링크)

관련기사 (링크)

 

중국 훠신산(火神山) 병원은 우한 도시봉쇄 이후 급속도로 지어진 병원이다. 야전병원 수준이라고 했지만 최소한의 의료시설은 갖춘 곳이고, 무엇보다 초고속으로 음압병동 시설을 세우는 경험을 가졌다는 데서 의미가 있다. 3월 초면 우리나라가 코로나 확산에 가장 근심하고 있었던 시기인만큼, 빠르게 음압병동을 확보하기 위해 이곳에 오더를 넣은 것으로 보인다.

 

훠신산 병원 건립은 직접 가서 설치하면 되는 일이지만, 모듈형으로 설비까지 마쳐 출고하는 건 건설사로서도 처음이었다. 때문에 모듈 병동이 운반 중 훼손될 가능성에 신경을 곤두세웠다. 영상에 따르면 병동 내부 설치에 10일 정도가 걸렸는데, 화장실에만 4일이 걸렸다고 한다. 좁은 장소에 온갖 배수관과 배기관이 다 얽히는지라 복잡했다고. 크레인으로 트럭에 올리는 과정, 모듈 건물을 쌓았을 때의  안전성과 밸런스도 체크했으며, 운반 중 비바람에 변형될까봐 비닐 소재로 밀착 포장하는 장면도 있다. 이렇게 후난성 위에양(岳陽)에서 생산된 모듈병동은 3 23일 출고되었고, 상하이에서 해운을 거쳐 국내로 들어왔다.

 

d4ccb4ee9c15454cab3e7a02bfa56762.jpg

 

중국인들에게 한국은 보다 선진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다. 그런 한국에 코로나 대비를 위한 음압병동을 수출했다는 건, 의료기술이나 방역에서 중국의 기술이 쓸만하다는 좋은 증거가 된다. 대대적인 뉴스까진 아니지만 중국엔 제법 소개된 사건이다.

 

이 뉴스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 위에 서울대병원 블로그나, 언론 기사를 찾아봐도 이 모듈형 병동이 중국에서 생산되었다는 이야기는 전혀 나와 있지 않다.

 

왜 그럴까?

 

혹시 의료병동이 중국산이라면 뭔가 찝찝한 기분이 드는 것일까? 나는 그렇지 않더라도 사람들이 그리 생각할 수 있으니 구태여 드러내지 않은 것일까?

 

 

한국 방식은 불충분하다는 일본

 

뉴스 하나를 먼저 보자.

 

https://www.youtube.com/watch?v=ZB9Ch5l9gsk

[드라이브 스루, 일본은 왜 늦었나? 후생노동성의 답변]

(관련 영상은 6:33 부터)

 

드라이브 스루 검사 방식이 한국에서 처음 시작되었음은 다들 알고 계실 것이다. TV에서 한 패널이 한국 방식에 트집을 잡다가, 나중에 독일의 드라이브 스루를 채택하자고 주장하는 해프닝도 있었다(이 사람은 일본 네티즌에게 엄청나게 까였다). 지금까지도 일본 정부는 드라이브 스루 방식을 채택하지 않았다. 다만 지자체에서 원한다면 그렇게 하라는 식으로 넘어가고 있을 뿐이다.

 

영상에서는 돗토리 현에서 시작된 드라이브 스루 검사를 볼 수 있다. 영상 제작자가 비판하고 있고 댓글에서도 볼 수 있듯이, 우리가 익숙하게 보던 드라이브 스루 검사에 비해선 많이 허술한 장면이 보인다.

 

예전 이탈리아 회사가 낸 특허가 한국에서 인정되지 않았고, 그 결과 검체 채취를 위한 의료용 면봉을 생산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 보도되었다. 최근 미국에서 이 면봉을 3D 프린터 기술로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하지만, 당장에 쓸 물량은 전세계적으로 부족한 상태다. 당연한 얘기지만 일반 면봉으로 PCR 검체를 채취하기는 힘든 데다 검사 정확도도 떨어진다.

 

일본 후생노동성의 답변에서 우리는 의문을 갖는다. 작년의 무역규제 사건처럼, 그러하다는 주장만 있고 왜 그런지 근거는 설명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드라이브 스루가 불충분하고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고 하면, 무엇을 보완해야 했는지 설명이 있어야 한다. 한국 수준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검사 장면을 언론에 공개하면서 한국 방식은 불충분했다고 하면 모순이 아닌가.

 

왜 그럴까?

 

혹시 검사 방식이 한국식이라면 뭔가 찝찝한 기분이 드는 것일까? 나는 그렇지 않더라도 사람들이 그리 생각할 수 있으니 구태여 하지 않는 것일까?

 

6ac8c6a5301edbb7984189c688af8e1b.png

 

 

제대로 된 인식에서 협력이 시작된다

 

위의 두 사건이 비교하기 좋은 소재는 아니다. 중국 소식은 어디까지나 긍정적인 뉴스다. 어쨌든 중국은 코로나를 겪으며 나름의 경험을 쌓았고, 그것이 다른 곳에서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일본발 뉴스는 근심이 앞선다. 드라이브 스루뿐만 아니라 일본 정부는 코로나 대비에 너무 불성실하게 대했고, 결국 수많은 사람들이 병으로 고통받게 될 것이다.

 

그러나 서로 다른 뉴스가 우리에게 같은 함의를 줄 수 있다. 한국을 대하는 잘못된 인식이 협력의 단절을 불러왔고, 그것이 일본의 코로나 대처에도 영향을 주었다면, 협력적 태도를 구축하기 위한 신뢰관계가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런데 이 이야기는 우리에게도 해당된다고 생각한다. 당장 나 자신도 중국의 문제들을 들춰볼 때마다 우리나라에 뿌듯한 마음이 들고, 의심스런 중국산 N95 마스크를 쓰느니 국내산 면마스크로 때우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생각이 모여 현실을 객관적으로 보지 못하고, 협력적 태도보다 자존심과 거만함을 앞세울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도 우리나라에 대한 자긍심이 벅차오를 수 있는 시기다. 우리는 유럽과 미국의 참혹한 현황을 우리 현실과 대비해 보고 있는 중이다. 의료체계와 기술 수준, 인공지능의 응용법, 개인 권리에 대한 공동체적 합의, 민주주의의 실현을 가능성 차원이 아니라 우리 현실에서 경험하고 있다. K팝이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으면서, 외교관보다 BTS가 더 큰 일을 해냈다는 표현을 자주 들었다. 지금 우리는 BTS보다 더 전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데, 이게 누구 공인지는 조중동만 모른다.

 

때문에 국뽕에 차오르는 일은 당연하다. 그러나 주목도가 높아지고 문화의 힘이 커지면 그만큼 책임이 따른다. 협력과 신뢰관계는 그래서 중요하다. 한국이 잘되어서 한국인만 안심하고 배불러지는 게 아니라, 함께 잘될 수 있다는 생각이 깔려 있어야 이 기회를 이어나갈 수 있다.

 

국뽕을 그만두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정보의 투명성, 객관적 사실이라는 원칙적인 룰이다. 의료 시설을 중국에서 들여왔다면 있는 그대로 이야기하면 될 뿐이며, 다른 나라의 장점과 참고사항을 인정하면 될 뿐이다. 거짓이나 침소봉대가 아니라면 우리의 장점에 자긍심을 가지는 게 문제일리 없다. 마찬가지로 다른 나라의 역량을 평가절하하거나 왜곡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205981_316038_2429.jpg

 

코로나 발병 초기, 중국인에 대한 전면적 입국 금지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방역 차원에서 이는 원론적으로 옳다. 그러나 우리 정부가 끝내 이를 수용하지 않은 것은, 이 전염병의 특성상 입국 제한만으로 막을 수 없다는 합리적인 근거를 가졌기 때문이며, 나아가 중국과의 협력을 먼저 무너뜨리지 않겠다는 장기적 포석으로 해석하고 있다. 코로나 확산 이후의 국제 정세나 경기 변동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앞으로 밀가루 같은 식량 가격이 폭등하거나, 마스크처럼 흔하던 물건이 갑자기 구하기 힘들게 되는 현상은 얼마든지 발생 가능하다. 혹여 생존권을 위협하는 위기로 비화될 수 있다. 이런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은, 결국 국가 간의 협력적 태도 외에 다른 길이 없다.

 

민주주의 국가라면 국민 개개인의 인식에 거스르는 일을 하기 어렵다. 유튜브에서 국뽕 정도야 흔한데 굳이 거창한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그것 하나 하나가 우리의 인식을 만들기 때문이다. 협력은 고리타분한 덕목이지만 오늘날 그것이 실제로 생존을 위한 수단이 될 수 있다.

 

새삼스레 엄숙한 결의를 다지자는 주장이 아니다. 객관적인 사실을 그대로 드러내고 인정하는 당연한 태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금 일본의 폐해도, 중국의 고질병도 모두 여기에 있고 이로 인해 스스로 발목 잡힌 꼴을 우리는 보고 있다. 이를 탓하면서도 결국 협력해야만 한다는 어려운 과제가 우리에게 주어져 있다. 협력적 태도에 다시금 뒤통수를 맞을 각오를 하고 또 실행해야 하는 길. 민주주의 대국으로 가는 길은 결코 순탄하지 않지만, 투명하고 객관적인 정보라는 첫걸음은 함께 떼어놓을 수 있을 것이다.

 

조중동은 빼고.

 

 

 

https://youtu.be/5PA_ptV6F1o

 

 

Profi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