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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편에서 아이티 혁명의 영웅 ‘투생 루베르튀르(Toussaint Louverture)’가 봉기를 일으키며 다른 흑인지도자들과 프랑스 본국을 압박하기 시작했다고 이야기를 하며 끝을 마쳤다. 이어 가보자.

 

아이티 화폐 속의 투생루베르튀르.jpg

< 아이티 화폐에 새겨진 '투생 루베르튀르' >

 

흑인 노예들이 혁명하기 전부터 아이티(프랑스 식민지 시절 명칭 ‘생 도맹그’)는 막장이었다. 물라토(흑백 혼혈)와 자유 흑인들은 자신들의 권리를 내세우며 들고 일어났고, 플랜테이션 농업을 이끌던 프랑스 백인 농장주들은 흑인을 단속하겠다고 총을 들고 나섰다. 흑인 노예들은 ‘못 살겠다 갈아보자!’며 들고 일어났다. 이참에 백인 빈곤층들은,

“어디서 껌둥이 나부랭이들이 들고일어나!”


“우리도 힘들어 죽겠어...씨바 세상 다 망해버려라!”

라면서 또 들고 일어났다. 정말 개판 5분 전인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흑인 노예들의 봉기가 시작된 거다. 이런 상황에서 프랑스 본토의 혁명정부는 정말 ‘혁명적인’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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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과 물라토들의 노예 신분을 해방하고 시민권을 보장해 주겠다.”


가히 혁명적인 생각이었다(역시나 배운 사람들이 생각도 남다른 거 같다). 이런 생각은 1792년 프랑스 식민회의에서 논의되었고, 결국 노예해방과 시민권 부여를 골자로 한 법이 채택된다.

당연히 농장주와 백인들은 들고일어난다.

“아니, 저 껌둥이들을 해방하라니... 이거 엄연히 재산권 침해야!!”


“난 노예가 없으니... 그건 괜찮은데, 아니 저 껌둥이가 나랑 똑같은 시민권을 가진다고? 나 이 법안 못 받아들여!”

백인들이 들고일어났지만, 혁명정부는 힘으로 이걸 내리눌렀다.

“나라가 한다잖아 나라가!! 이것들이 어디서... 언제적 노예제도야? 자유, 평등, 박애를 외치는 혁명정부가 노예제도를 유지한다고 해봐. 다들 비웃어!”

프랑스 정부가 힘으로 내리누르자 백인들도 불만을 가지긴 했지만, 대놓고 반발하긴 어려웠다.

이제 노예의 삶이 끝나고, 꽃길이 펼쳐질 거 같았는데... 운명은 흑인들의 ‘꽃길’을 아직 원하지 않았던 거 같았다. 1년 뒤 루이 16세의 목이 떨어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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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형당한 루이 16세 >

 

루이 16세의 목이 떨어지자마자 유럽의 정세는 요동쳤다. 프랑스 국내에서는 이곳저곳에서 소요사태가 터졌고, 프랑스 밖에서는

“자기 왕을 죽이는 이런 못된 나라는 박살 내야 한다!”


“우리 사위 죽인 놈들을 다 죽일 거야!”

라면서 전쟁에 휩싸이게 됐다. 이제 흑인 노예를 해방해 시민권을 주는 것 따위는 안중에도 없게 된 거다. 하긴, 나라가 망하게 생겼는데 흑인 노예의 인권을 생각할 겨를이 있었을까?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아이티섬 내부는 다시 한번 요동치게 됐다. 온갖 불만을 가진 이들이 다 들고일어났고, 이건 결국 흑인 노예들의 봉기로 이어진다.

 

아이티 혁명.jpg

 

투생 루베르튀르(Toussaint Louverture)는 이 위기 속에서 자신의 역량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전문적인 군사 교육을 받지 못했지만, 루베르튀르는 탁월한 지도력과 군사적 안목을 보여줬다. 이제 루베르튀르는 혁명군의 수장이 됐다.


이 와중에 아이티의 상황은 훨씬 더 복잡하게 변하는데, 프랑스와 싸우게 된 영국과 스페인이 아이티를 공격한 거다. 정확히 말하자면, 옆에 있던 자메이카의 영국군과 스페인군이 프랑스를 응징하겠다고 쳐들어온 거다.

역사는 늘 반복된다는 걸 여기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 영국과 스페인은 루베르튀르와 손을 잡았다. 당시 루베르튀르는 해방 노예 4천 명으로 게릴라부대를 지휘하고 있었다. 영국과 스페인은 그러다가 이용가치가 없다면 루베르튀르를 다시 버렸다. 이때는 루베르튀르와 다시 싸웠다.

이렇게 난장판이 된 상황에서, 프랑스 본국이 승부수를 던진다.

“영국 놈들 몰아내면... 그래, 노예제도를 영원히 폐지할게! 어때?”


“저번에도 그런 말 했잖아?”
 

“그때 우리가 법안 채택한 거 봤잖아! 루이 16세 목을 떨어뜨리는 바람에 정신이 없어서 그랬지... 우리가 원래 한다면 하는 혁명 투사들이야!”
 

“오케이, 그럼 우리 싸울 테니까... 그 약속 꼭 지켜라.”
 

“좋아! 잘 싸워라... 우리도 유럽에서 싸운다고 정신없으니까 알아서 잘 싸워 오케이?”

이렇게 해서 루베르튀르는 휘하의 병력을 이끌고 영국군과 스페인군을 차근차근 박살 내기 시작했다.

 

아이티 혁명 2.jpg

 

이런 루베르튀르의 활약을 들은 프랑스 본토의 자코뱅 혁명정부는,

“프랑스의 모든 영토에서 노예제를 폐지한다!”

라고 선언하게 된다. 이제 루베르튀르는 생도밍그 프랑스 총독 휘하의 장군이 된다. 이제 합법적인 타이틀까지 얻게 된 루베르튀르는 ‘노예해방’이란 명분을 가지고, 아직 노예제를 유지하고 있던 영국과 스페인을 압박해 나가며 전투에 임했고, 결국 영국군을 몰아낸다.

이렇게 영국군을 쫓아낸 다음 루베르튀르는 진정한 의미의 ‘혁명’을 시작한다.

“프랑스를 몰아내자!”

진정한 노예해방운동의 시작이라고 해야 할까? 아니, 풍운아의 ‘오바’라고 해야 할까? 놀라운 사실은 루베르튀르는 프랑스 축출을 실천에 옮겼고, 결국 성공했다는 거다.

프랑스를 쫓아낸 뒤 루베르튀르는 폭탄선언을 한다.

“스페인군을 몰아내고, 히스파니올라섬의 통일을 완성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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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생 루베르튀르 >


이 정도면 거의 역대급 혁명 전사라 할 수 있겠다. 놀라운 건 이 선언도 지켜냈다는 거다. 이제 루베르튀르는 명실상부한 흑인 노예혁명의 아버지이자, 해방의 아이콘이 된 거다.

여기까지만 본다면 그야말로 해피엔딩이겠지만, 세상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이번에도 프랑스 본토가 문제였다. ‘혁명적이던’ 자코뱅 정부가 물러났다. 아니, 쫓겨났다는 게 맞겠다. 나폴레옹이 쿠데타를 일으킨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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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레옹 눈에는 이게 참 눈꼴시게 보였던 것 같다.


“흑인 노예들의 반란을 진압하라!”

이 진압부대의 장군으로 낙점된 이가 나폴레옹의 처남인 샤를 르 클레르였다.

“처남 내가 12,000명을 줄 테니까 가서 싹 쓸어버려 알았지?”


“매형 나만 믿어. 내가 저 껌둥이 놈들 다 조져 버릴게.”
 

“그래, 처남만 믿을게.”

이 당시 나폴레옹은 아이티의 상황, 그러니까 ‘황열병’과 대서양을 가로막은 영국해군이란 장벽들을 예상했던지 프랑스군을 주력으로 보낸 게 아니라 프랑스군에 있던 폴란드군들을 보냈다.

이 당시 폴란드는 열강들에 의해 나라가 찢겨져 나간 상황이었기에 이런 불합리에 저항한 폴란드인들 상당수가 의용병으로 프랑스군에 들어왔던 상황이다.

어쨌든 12,000명의 병력을 이끌고 온 르 클레르는 루베르튀르를 어떻게 공격할까 고민하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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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폴레옹의 처남, 샤를 르 클레르 >

 

“장기전으로 가면 승산이 없습니다. 여차하면 저것들 밀림으로 들어가 게릴라전에 나설 겁니다.”

 

“장기전으로 빠지면 영국 해군이 보급로를 끊을 수도 있습니다. 이 경우에는 오도 가도 못하고 고립되고, 게릴라들이 득세할 겁니다.”
 

“약점은 없어?”
 

“대장을 빼고 나면 별거 없다는 게 약점입니다. 아무래도 노예 출신이다 보니 교육 수준도 낮고, 전략적인 안목도 떨어집니다.”
 

“결국 머리만 치면 된다는 거네?
 

“...그 머리를 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라서... 저것들도 자기네 약점을 알기에 루베르튀르를 결사적으로 지킵니다. 그걸 뚫고 잡아내기에는...”
 

“우리가 잡을 필요가 뭐 있나? 직접 나오게 하면 되잖아.”
 

“예?”

나폴레옹의 처남은 세계열강들을 차례차례 격파한 흑인들의 영웅 루베르튀르를 기상천외한 ‘꼼수’로 낚아채려 한다.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