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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한 인터넷 매체인 ‘Vox Political’은 영국의 제1야당인 노동당의 당수 제레미 코빈이 그동안 당내의 모략으로 입지를 굳히지 못했고, 결국 브렉시트라는 유리한 상황에서도 총선을 승리로 이끌지 못했다는 폭로를 해 화제를 불러일으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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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감춰졌던 보고서에 따르면, 노동당 당원들은 수 년에 걸쳐 제레미 코빈을 음해하였다.>

출처 - < Vox Political >

 

물론, 공식적인 언론 보도가 아니기 때문에 진위 여부를 파악해 봐야 하지만, 분명한 것은 데이비드 캐머런을 시작으로 테레사 메이과 보리스 존슨 총리까지 브렉시트 상황에서 보수당의 숱한 삽질에도 불구하고 노동당이 제대로 된 힘 한 번 발휘하지 못한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어 보였다는 것입니다.
 


정치인의 야욕이 빚어낸 브렉시트, 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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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레미 코빈 전 노동당 당수>

 

제레미 코빈이 노동당의 대표(2015.09 ~ 2020.04)가 된 이후, 영국에서는 총 두 번의 총선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두 총선은 모두 브렉시트라는 국면에서 치러졌는데요.

 

영국인들에게 브렉시트가 얼마나 고통스러운 트라우마였는지, 그래서 브렉시트 국면이 집권 여당에 얼마나 정치적으로 불리한 상황을 만들어주었는지 인지한다면, 브렉시트를 반대하고 유럽에 잔류를 원했던 노동당이 왜 그토록 고전했는지는 쉽게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영국은 1992년 2월, 마스트리흐트 조약(Maastricht Treaty)을 통해 영국은 영국 대 유럽이 아닌 유럽연합에 속한 국가로서 EU 가입국들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습니다. 특히, 경제단일권을 시작으로 자유이민 정책, 범죄인 공조수사, 군사 협력 등 사회 전반에 걸친 협력을 해 왔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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쉥겐 조약(사람과 물자의 이동을 자유롭게 하고 범죄 수사도 협조하자는 조약)에 가입하지 않아 여전히 입국심사를 해 왔지만, 외국인들에게야 까다로웠지, 유럽인들은 내국인(영국 시민)과 같은 통로를 통해 입국을 했었죠. 사실상, 유럽의 한 주(state)와 같았습니다.

그런데, 느닷없이 유럽연합을 탈퇴하느냐 마느냐를 결정짓는 투표를 하자 했던 것이죠. 한 야망 넘치는 정치인(데이비드 캐머런 당시 영국 총리)의 정치야욕이 빚어진 이 투표로 인해  2016년 당시만 하더라도 국민들 대다수가 ‘멘붕’에 빠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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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이비드 캐머런 전 총리 >

출처 - < 연합뉴스 >

 

어영부영 시간이 흘러 51:48로 탈퇴가 결정되긴 해지만, 이 결과가 발표된 후, “브렉시트가 뭐야?”라는 검색어가 인터넷 검색 1위를 했다니, 사실상 영국 국민들도 브렉시트가 뭔지 모르고 투표를 했다는 것이 밝혀진 것이죠. 그만큼 당시 상황은 어수선했고, 엉망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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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 헤럴드 경제 >

 

이후, 한순간에 유럽을 탈퇴해야만 하는 상항을 만든 보수당과 당시 총리였던 데이비드 캐머런에 대한 국민적 분노는 매우 심했습니다. 반면 노동당은 유럽연합 잔류에 대한 목소리를 높여 지지율을 상승시키고 있었는데요.

이때, 노동당이 더 힘을 모았다면 다시 정권을 되찾아 올 수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노동당은 2017년과 2019년 두 번의 총선에서 모두 실패했습니다. 분명 국면 자체는 노동당에 유리한 상황이었는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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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레사 메이 전 총리 >

출처 - < 경향신문 >

 

2017년, 테레사 메이가 총리(2016.7~2019.7)로 있을 땐, 더더욱 그랬습니다. 보수당은 소프트 브렉시트냐 하드 브렉시트냐로 갈팡질팡하며 브렉시트 문제에 대한 결자해지를 전혀 하지 못했던 상황이었고, 게다가 이민자들이 주로 거주하던 아파트 건물 한 채가 완전히 전소되는 사건까지 겹치면서 당시 보수당의 인기는 추락할 대로 추락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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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 연합뉴스 >

 

그런데도, 참 아이러니하게, 근소한 차이로 정권 탈환은 계속 실패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사실이 아니라도 좋다”는 어디서나 존재한다

2017년 당시 노동당의 당수였던 제레미 코빈을 지겹도록 괴롭힌 스캔들이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반유대주의(Antisemitism)인데요. 백인, 흑인, 혹은 아시아 등 광범위한 차별이 아닌, 유대인이라는 특정 인종에게만 차별과 증오를 한다고 해서 인종차별의 최고봉이라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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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도 보도되었던 제레미 코빈의 반유대주의 스캔들>

출처 - < 뉴시스 >

 

이러한 반유대주의 프레임은, 무엇보다도 인권을 가장 중요하게 여겨야 한다는 영국의 노동당의 대표에게는 큰 약점이 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토니 블레어 전 총리는 종종 영국인들에 ‘악마’라 불립니다. 토니 블레어는  아일랜드와의 화해 협정을 이끌고, 상원의원(귀족)의 대물림 상속 의원직도 박탈했어도, 최저임금제를 도입하여 노동자들의 노동 환경을 완화했습니다.

스코틀랜드, 웨일즈 등의 자체 정부 구성을 허락하여 각 지역이 자체 국회를 운영하고 독립된 지역으로서 제도를 운영토록 했습니다. 하지만 토니 블레어에 대한 영국인의 평가는 이라크 전쟁 한 방이 모든 것을 뒤바꿔버렸습니다. 인권의 상징 노동당에서 전쟁이 웬 말이냐였던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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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런던에서 진행된 토니 블레어 정권의 이라크 침공에 반대하는 시위 >

출처 - < The Daily Telegraph >

 

영국의 노동당에게 인권이란 존립 그 자체를 의미합니다. 그런데 반유대주의라고 하니 일부 노동당 지지자들에게 제레미 코빈은 Again 토니블레어가 된 것이죠.

제레미 코빈은 자신은 반유대주의가 아니라며 부정하고 이를 모함이라고 지속적으로 주장을 해왔지만, 이미 언론에 보도된 기사로 인해 대중들의 인식 속에는 ‘반유대주의’라는 단어가 새겨지게 된 것입니다.

제레미 코빈은 노동당의 당수가 됨과 함께 흑색선전에 시달려야 했고, 결국 모든 총선을 실패로 이끌며 쓸쓸히 퇴장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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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 SBS >

 

그런데 말입니다. 이번에 ‘Vox Political’에서 밝혀진 바에 따르면, 이러한 반유대주의 프레임이 다름 아닌 노동당 내부에서 만들어졌다고 것입니다.

2016년 당시 노동당의 대표 원로였던 ‘이아인 맥니콜’(Iain McNicol)과 ‘샘 매튜’(Sam Matthews)가  제레미 코빈과 그의 보좌진들이 반유대주의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말한 BBC 인터뷰가 시발점이 되어 제레미 코빈의 반유대주의가 큰 파장을 일으켰는데요. 이것이 사실상 계획된 것이었다는 건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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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아인 맥니콜 (좌) / 샘 매튜 (우) >

 

당시, 노동당이 당 내부적으로 제레미 코빈에 대한 반유대주의적 성향에 대한 조사를 실시했고, 이에 대한 보고서를 영국 정부의 독립기관인 ‘평등과 인권 협의회’(EHRC, Equality and Human Rights Commission)에 제출하려고 했지만, 노동당의 법률 자문 위원단에서 이를 막아왔습니다.

그 보고서에는 제레미 코빈의 반유대주의는 사실이 아니며, 당수 자리에서 물러나게 하기 위한 노동당 내부의 일부 파벌에 의한 조작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사실이 아니어도 상관없으니 일단 끌어 내려보자는 식의 모략은 우리나라에만 있었던 것이 아니었습니다.



사회적 약자의 대변인이었던 제레미 코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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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레미 코빈 전 노동당 당수 >

 

제레미 코빈에게 문제(?)가 있다는 평은 영국 내에 많았습니다. 덥수룩한 수염에 깔끔하지 않은 자태. 상류층의 상징인 포쉬 악센트(Posh accent) 없는 솔직하지만 격이 없는 말투는 당수로서 혹은 총리로서의 자질과 거리가 멀다는 평가를 받아왔습니다.

열악한 평을 받으며 제레미 코빈은 영국의 마지막 사회주의자라는 호칭을 받을 만큼 가난한 이들을 위해 일했습니다. 그가 속한 지역구는 런던의 노동자 계층이  주로 거주하는 북이슬링턴(North Islington)인데요. 1983년부터  지금까지 9선에 빛나는 다선 의원으로서 누구보다 지역 개발을 위해 힘써왔습니다.

하지만, 그가 민중들의 열렬한 지지로 브렉시트 국면을 이끌기 위한 노동당의 당수가 되었음에도, 장기간 지속된 반유대주의에 대한 갖은 모략과 내부총질은 결국 결집할 수 있는 힘을 모으지 못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 2017년, 2019년 두 번의 총선 모두 정권 탈환에 실패하는 게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지금은 그 모든 책임을 떠안고 쓸쓸히 퇴장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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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 노동당 당수, 키어 스타머 >

출처 - < BBC >

 

COVID-19상황에서 제레미 코빈은 우리나라와 같은 정책을 펼치기를 바랐습니다. 최대한 빠르게, 많이 검사하고, 찾아내서 치료해야 한다고 일찍부터 얘기를 했었는데요. 전장에서 패배한 장수의 말을 들을 리 없었죠.


하지만, 만약 반유대주의라는 흑색선전만 아니었더라도, 그래서 노동당이 정권을 재창출해 우리와 같은 방식으로 COVID-19 방역을 했더라면, 한 달 동안 매일 7-800명씩 사람이 죽어 나가는 일을 피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남의 일만은 아니다


조선의 600년 역사가 막을 내리게 된 이유 중 결정적인 하나는 을사오적과 같은 친일세력의 매국 행위였습니다. 4·19혁명의 성공 이후 5·16쿠데타가 성공한 원인에는 당시 민주 정부의 분열로 인한 계파싸움이 있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6월 민주항쟁의 성공에도 불구하고, 최초의 민주정권을 세우지 못했던 이유는 민주 세력의 분열 때문이었습니다. 노무현 정권 때, 여러 개혁에 결국에는 실패한 결정적 이유는 열린우리당의 분열이었습니다.

저는 영국의 제레미 코빈 사례를 보며 남의 일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절실히 들었습니다. 발전을 위한 정당한 비판이 아닌 야욕을 위한 내부총질은 영국에서 처음 본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이번에 우리는 총선을 치렀습니다. 코로나 정국 속에서도 국민들은 간절한 염원을 담아 힘을 모았고 슈퍼 여당을 탄생시켰습니다. 이번만큼은 야욕을 위한 분열만큼은 막아야 할 것입니다. 이제 우리 국민들은 각성했고, 더 이상 속지 않으며, 더 이상 참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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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 한 누리꾼이 자신의 SNS에 올린 '서초동 십자가 촛불집회' >
 

부디 이제는, 한국의 제레미 코빈을 만들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180석이면 충분하다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압승을 거뒀습니다. 기쁨도 잠시 우리는 코로나 정국을 이겨내야 하고, 최악의 국회라 불리는 20대 국회를 거치며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만 16,368건이라 합니다. 법원개혁, 검찰개혁, 교육개혁, 언론개혁 등 해야할  개혁도 산더미 입니다. 

 

현재 쌓여있는 과제들을 해결할 힘이 정부·여당에 생겼고, 이 힘이 분열되지 않도록 정치인들과 국민들은 뜻을 모아야 할 때입니다. 더 이상 다른 이들의 탓을 하며 비난만을 주고 받을 때가 아닙니다. 분열을 경계하고, 의지를 모으며, 가짜 뉴스를 구별해야 합니다. 더 이상의 악의적인 내부 총질, 분열만 없다면 우리는 할 수 있습니다. 

 

180석이면 충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