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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를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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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기현 결련택견협회장

 

어려서부터 전통무술에 매료되어 평생 무예를 수련하고 연구하는 전통무예가입니다.

1972년부터 태권도를 시작으로 중국무술과 검도를 수련했고,
1982년부터 초대 택견인간문화재 송덕기 스승님에게 택견을 사사
1997년부터 사)한국양생회 정숙 회장님에게 호흡과 경락 등 양생을 사사
2001년부터 인간문화재 김용 선생님에게 종묘제례악 중 검무인 정대업지무를 사사했습니다.

미국 인디애나주립대학교에서 석사학위를, 연세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현재는 사)결련택견협회 회장과 연세대학교 겸임교수로 있으면서, 여러 대학과 기업체 등에서 우리 무예와 전통문화 관련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전통무예 이대로 쓰러지는가

 

▲중국전통무술가와 현대 격투가의 결투 영상

 

요즘 인터넷에서 중국의 전통무술 고수들이 현대판 격투기 선수들에게 무참하게 당하는 모습의 동영상이 인기를 얻고 있다.

무술의 종목을 떠나 필자 또한 전통무술인 중한 명인지라 마음이 편할 리가 없다. 그렇지 않아도 코로나19 때문에 체육관이나 도장들이 어려운 이 시기에 전통무술인들이 두들겨 맞는 모습에 안타까움과 함께 걱정이 앞선다.

전통무술은 폼만 잡을 뿐이지 실전(實戰)에 쓸모가 없다는 의견에서부터, 전통무술도 현시대에 맞게 MMA(종합격투기)와 같은 현대적인 격투 스타일로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까지 번지면서 이제는 전통무술의 무용론(無用論)까지 퍼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게 무시를 당하면서 전통무술은 이대로 사라지고 말 것인가?!

사실 우리나라에서 전통무술이 무시를 당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전통무예를 한다고 하면 VJ특공대에 출연하는 기이한 사람으로 보거나 한복을 입고 부채질을 하고 있는 고루한 사람으로 보기 일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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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또한 전통무술인이다. 우리나라의 자랑스러운 전통무예인 택견을 계승하면서 지도하는 택견선생이다(타 무술에서 사범을 택견에서는 선생이라 한다). 필자가 사람들을 만날 때 전통무예 택견선생이라고 하면, 앞에서는 좋은 거 하신다며 듣기에 좋은 소리들을 하지만 사실은 별로 존중받지 못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씁쓸한 에피소드는 또 있다. 필자는 젊은 시절 어머님의 주선으로 여러 번 선을 본 적이 있었다. 주로 어머님의 지인들 소개라 혹 상대가 마음에 안 들더라도 함부로 거절하기 곤란한 자리들이었다.

그런데 상대방이 마음에 안 들 때마다 필자가 써먹은 좋은 카드(?)가 있었으니 바로 택견선생이라고 소개하는 것이었다. 그 당시 필자는 택견전수관(타 무술의 도장을 택견에서는 전수관이라 한다)을 운영하면서 대학에서 강의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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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종로구에 위치한 결련택견협회의 택견전수관의 모습. 전통식 전수관과 현대식 전수관이 각각 한 곳씩 있다.

 

간혹 상대방이 마음에 들어 잘 보이고 싶으면 직업을 대학 강사라고 소개하면 되었다. 그러면 반응이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직업이 택견선생이라고 하면 열이면 열 상대방이 별로 달가워하지 않았고 그렇게 쉽게 거절당할 수 있었다. 그 당시 필자는 흔해 빠진 대학의 시간강사보다는 전통무예 택견을 계승하면서 택견의 선생으로 있는 것이 훨씬 자랑스럽고 뿌듯했는데 그건 다분히 필자만의 생각이었던 것이다.  

택견을 지도하면서 운동신경이 뛰어나고 성품도 좋은 제자를 보면 그 친구가 택견을 직업으로 했으면 하는 은근한 바람이 든다. 그러나 쉽게 권유할 수가 없다. 사람들이 갖고 있는 인식을 알기 때문이다. 그래도 너무 아쉬워 고민 끝에 이야기를 꺼내 보면 역시나 대부분 9급 공무원을 준비한다느니, 취업을 준비 중이라며 거절을 한다.

시간강사나 공무원이나 일반 직장인이나 다 자기가 좋으면 하는 것이니 어떤 직업이 더 좋은지는 다분히 주관적인 문제이겠으나, 자격지심인지 전통무예 선생이 모든 직업에 밀리는 것 같아 서운할 때가 많다.

국가에서도 전통무예를 진흥시킨다며 전통무예진흥법을 만든 지가 벌써 십수 년이 되어가고 있지만 실제적으로 어떤 행정적인 실행도 안 하고 있으니, 국가마저도 전통무예인들을 무시하나 싶은 자격지심이 또 한 번 발동한다.



문화를 이해하는 중요한 척도, 무예

문화 인류학자들은 한 민족의 특성을 파악하기 위해 주로 건축, 음악, 미술, 무용 등을 연구한다. 그런데 필자는 무예야말로 한 민족의 특성을 이해하는 데 가장 중요한 척도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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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법택견의 기술 '가지치기'

 

왜냐하면 다른 문화들은 필요에 따라 인위적으로 꾸며질 수도 있지만, 무예는 생존의 문제이기 때문에 그 민족에게 가장 적합하게 구성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무예는 이렇게도 싸워보고, 저렇게도 싸워봐서 가장 편안하고 효과적으로 잘 싸울 수 있도록 그 민족의 특질에 맞는 합리적인 요소들만 남아 전승되어 왔다.  그래서 한 민족을 이해하는 데 있어 전통무예야말로 가장 중요한 요소인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 무예는 우리의 역사이고 철학이며 우리의 정신으로 우리의 삶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우리 문화 그 자체이다. 우리 무예를 이해하는 길은 우리 스스로를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척도가 된다고 믿는다.

필자는 우리 국민들에게 무협지에나 등장하는 흥미는 있지만 막연하게 들리는 이야기 거리로서의 무술이 아니라 우리와 밀접하게 살아 숨 쉬는 우리 무예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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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법택견의 기술 '날치기'
 

그래서 사람들이 우리 무예에 관심을 갖고 잘 이해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연재를 하려고 한다.

필자의 필력이 짧은지라 심도 있게 멋진 이야기는 아니겠으나 누구나 재미있게 잘 읽으면서 우리 무예를 다시 생각해 보는 재미있는 이야기로 이어가려고 한다.

우리 무예가 이대로 쓰러지지 않도록 조그마한 보탬이 되었으면 한다. 부디 많은 분들의 관심과 격려를, 그리고 애정 어린 충고를 당부드리며 ‘무예 이야기 연재’의 시작을 알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