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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라 오랜만이다. 어차피 라스트 댄스 붐도 끝났고 써야 할 글도 쌓여있는 마당에 더 쓸 필요 있나 싶어서 그만두려다가 그래도 기다려주실 독자분 담당기자ㅅㅂ 들을 생각하니 잠이 오질 않아 계속 쓴다. 기다려주신 독자분들께는 졸라 미안하고 감사드린다. 오늘은 산왕 공업 고등학교다.

 

산왕 공업 고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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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램덩크 세계관 내에서 산왕공고는 명실상부한 최강 팀이다. 일본 고교 농구 전통의 강호 산왕공고는 전국대회 우승을 밥 먹듯 했다. 완전판 18권에 보면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그 전년도 우승한 팀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전국 3연패를 했던 팀이다. 이명헌, 신현철이 입학한 이후 우승을 못한 적이 없다는 얘기가 되는데, 현재는 1학년 때부터 이들을 제치고 팀의 에이스 역할을 맡는 정우성이 2학년이 되어 기량이 더 늘었다고 생각해야 하는 상황이다. (고등학교 때 1년 차이는 신체능력과 기량은 엄청나게 달라질 수 있는 기간이다)

 

2년 연속 우승을 하고 난 후 그다음 해에 우승을 할 때도 이명헌, 신현철, 정우성은 주전 멤버로 뛰었다. 당시 이명헌, 신현철이 2학년 정우성이 1학년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엄청난 일이다. 산왕은 북산 같은 약체팀이 아니라 그 전년도에 전국대회 우승을 한 팀이다. 후보였다 해도 뛰어난 3학년생들이 있었을 텐데 이들을 제치고 2학년 2명과 1학년 1명이 전년도 우승 팀 주전을 차지했다는 말이 되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러하니 최강 산왕의 역사 중에도 이명헌, 신현철, 정우성 쓰리 톱이 뛰는 현재 산왕공고가 사상 최강팀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작 중에서 현재 산왕공고는 북산과의 경기를 앞두고 가상 북산을 상정해 산왕을 졸업한 대학선수들과 연습경기를 한다. 3년간 우승을 했던 산왕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그들은 전국대회에서 우승한 선수들이었다. 산왕 감독 도진우는 가상의 북산이라고 말했지만, 체크맨 경태의 누나 하진은 그 선수들을 보고 OB 선수들은 대학 올스타라고 말해도 좋을 선수들이라며 가상의 북산이라기엔 너무 강한 팀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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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대학 올스타 팀이라고 할 수 있는 OB들을 상대로도 압승할 정도로 현 산왕은 막강한 멤버들로 구성되어 있다. 현대 농구는 포지션을 센터, 파워포워드, 스몰포워드, 슈팅가드, 포인트가드로 분류한다.

 

이건 농구가 5명이 하는 경기이기 때문에 정해진 분류이며 세명이라면 센터, 포워드, 가드로 분류할 수 있다. 센터는 골밑에서 득점과 리바운드를 책임지고 포워드는 돌파와 야투를 구사하는 주득점원, 가드는 볼 배급을 책임진다.

 

산왕은 지금 대학에 바로 가도 베스트 3 안에 들어갈 수 있는 기량을 지닌 센터 신현철, 전국 탑 레벨인 이정환을 상대로도 경기를 손쉽게 풀어갈 수 있는 가드 이명헌, 무엇보다 윤대협조차 도저히 상대할 수 없었다던 정우성을 포워드로 두고 있는 그야말로 괴물 팀이다.

 

산왕공고 선수들의 롤 모델은 누구일까? 산왕공고의 경우 연재 마지막에 만든 팀이다. 애초에 이노우에 작가는 슬램덩크를 이렇게 오래 연재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었기 때문에 기존에 NBA에서 뛰던 선수 중 작가가 모델로 삼을만한 선수는 이미 다 썼다고 봐도 좋다. 그래서 대부분의 선수가 롤 모델이 없거나 혹은 NBA가 아닌 다른 리그 선수를 모델로 삼아 만든 듯하다. 한 명을 제외하고 작가가 공식적으로 롤 모델이라고 언급한 선수는 없다. 그 한 명은 슈퍼 에이스 정우성이다.

 

정우성 (포워드)

 

 본명은 사와키타 에이지(沢北栄治)로 일본야구의 전설 사와무라 에이지의 이름을 바꿔 만든 이름으로 보인다. MLB의 사이영 상처럼 일본야구 NPB에서 최고의 투수에게 주는 상인 사와무라 상은 바로 이 사와무라 에이지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종목은 다르지만 사와무라는 일본 최고의 투수라는 점에서, 또 작 중에 정우성이 미국농구에 도전했던 것처럼 미국 야구와 대결했던 선수라는 점을 참고로 해 한 글자만 바꿔 이름을 지은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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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성의 모델이 된 선수는 앤퍼니 ‘페니’ 하더웨이다. 하더웨이는 NBA에 데뷔하자마자 은퇴한 조던의 뒤를 이을 슈퍼스타로 주목받았고, 그에 걸맞은 활약을 보여주었지만 부상으로 인해 기대만큼의 기록을 남기지 못한 불운한 슈퍼스타다. 이노우에 작가가 NBA에서 롤 모델로 쓸만한 선수를 다 써버린 연재 후반기에 페니를 모델로 쓸 수 있었던 이유는 슬램덩크가 한참 연재되던 중 NBA에 데뷔한 선수이기 때문이다. 김판석의 롤 모델인 샤킬 오닐도 92년 데뷔였기 때문에 전국대회 때 처음 등장했다고 봐야 하고, 그보다 1년 늦게 데뷔한 페니가 슈퍼스타로 발돋움하던 무렵 산왕공고전 연재를 시작했기 때문에 모델이 된 것으로 보인다. 다른 등장인물들은 거의 다 슬램덩크 연재 이전부터 활약하던 선수들을 모델로 삼았다.

 

아버지의 죽음으로 인해 조던이 은퇴한 후 페니의 등장을 가장 반가워한 것은 나이키였다. 지금도 에어조던이 팔리는 일이 당연한 일처럼 여겨지지만, 당시만 해도 조던이 은퇴한 이후에도 에어 조던이 계속 팔릴 거라 상상하기 어려웠다. 조던이 은퇴하자 나이키의 주식은 폭락했다. 나이키는 조던의 은퇴 후 신발을 팔아줄 스타가 절실했다. 실력과 외모, 인성을 두루 갖춘 페니가 등장하자 나이키는 전폭적으로 페니를 밀어주었다. 페니의 시그니처 농구화가 지금도 팔리고 있을 정도로 페니는 높은 인기를 자랑했다. 또한 조던은 자신의 뒤를 이을 인물로 페니를 지목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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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화려한 농구를 한다는 점을 제외하고 플레이 스타일만 놓고 보면 페니와 정우성은 많이 다르다. 페니는 매직 존슨의 뒤를 잇는 장신 포인트가드로 득점력도 뛰어나긴 하지만 그보다는 패스 플레이가 많은 반면 (이런 점에서 페니에 가장 가까운 선수는 윤대협이지만, 윤대협은 페니 등장 이전에 만들어진 캐릭터다) 정우성은 가공할 득점력을 갖춘 선수이며, 초보자인 강백호 눈에도 보일 정도로 패스를 거의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페니와 플레이 스타일이 다르다.

 

하지만 체형이나 헤어스타일이 굉장히 닮아있고, 작가가 직접 언급한 적이 있기 때문에 페니=정우성은 부정할 수 없다. 이노우에 작가는 자신의 최애 선수가 페니 하더웨이라고 언급한 적이 있으며 패스 위주이건 슛 위주이건 굉장히 화려한 플레이를 한다는 점에서 페니와 정우성은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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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철이나 이명헌의 경우는 롤 모델이라고 할만한 선수가 없는 듯하다. 신현철의 롤 모델이 하킴 올라주원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으나 무리한 해석이라고 본다. 조던에게 가장 뛰어난 센터가 누구냐고 물어봤을 때 패트릭 유잉이라고 대답하자 인터뷰어가 그럼 올라주원에 대해서는?이라고 묻자 조던은 ‘그 양반은 스몰포워드고’라고 대답했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올라주원의 플레이는 정통파 센터를 넘어서 스몰 포워드 같은 화려한 플레이를 펼치긴 했고 이게 신현철의 플레이와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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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 중에서 도미 같은 화려한 생선이라고 할 정도로 신현철의 플레이 또한 화려한 것은 사실이지만 피벗을 주로 활용해 순식간에 림으로 다가가 골밑을 공략하는 올라주원의 플레이와 내 외곽을 가리지 않는 신현철의 플레이를 비교하면 신현철의 모델이 올라주원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게다가 이노우에 작가는 롤 모델로 삼은 선수의 경우 체형과 헤어스타일도 비슷하게 그리는 경향이 있는데 작 중에서 강철같은 신체로 묘사되는 단단한 느낌의 신현철과 늘씬한 체형의 올라주원은 전혀 다르다. 참고로 이 당시에 신현철처럼 키가 갑자기 크면서 기량이 늘어 포지션을 변경한 선수로는 시카고 불스의 스카티 피펜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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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헌의 경우, 개인적으로는 인디아나 페이서스와 뉴욕 닉스에서 선수 생활을 했고 골든 스테이트 워리어스에서 감독을 했던 마크 잭슨과 비슷한 스타일이라고 생각하지만 이건 무리한 얘기고, 신현철과 마찬가지로 작가의 창작이라고 본다.

 

산왕공고의 경우 선수들의 모델보다는 어떤 팀이 모델이 되었는가가 재밌다. 산왕공고의 모델은 크게 둘 중 하나거나 둘 다 모델이 되었다고 보는 편이 타당하다. 하나는 중국 대표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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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고 싶은 NBA 선수와 팀을 이미 다 썼기 때문에 다른 곳에서 모델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었고, 풍전의 경우 한국 대표팀을 모델로 만들었다는 얘기를 지난 글에 썼다. 일본 농구 입장에서 볼 때 한국의 경우는 얄미운 상대지만, 중국의 경우는 넘을 수 없는 벽과 같다. 한국을 상대로는 어쩌다 승리하기도 했지만(아닐지도 모른다), 중국은 그야말로 넘사벽이었다. 한국 팀(풍전)을 잡은 일본 대표팀(북산)이 아시아 농구 최강 중국 팀(산왕)과 맞붙어 이긴다는 건 이노우에 작가나 일본 사람들 입장에서 보면 꽤나 자연스러운 일이다.

 

실제로 일본에서 만들어지는 스포츠 만화의 경우 한국팀이나 중국팀과 맞붙는 모습은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축구 만화 캡틴 츠바사라던지 심지어 바둑 만화인 고스트 바둑왕에서도 한중일 삼국 간에 벌어지는 대결을 자주 보여준다. (물론 일본이 우위에 있다고 생각하는 야구만화에서는 보기 어려운 모습이고 자신들이 한국과 중국보다 못한 경기만 주로 보여주는 쪼잔함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산왕공고의 모델이 된 팀은 중국 대표팀만이 아니다.

 

(계속)

 

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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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왕공고 실사판

출처 - <osen>

(편집자 주: 위 사진은 다음 연재와 관련 없습니다. 당연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