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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월. 영국은 연일 6만 명에 육박하는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자 수치를 보이며 세계에서 COVD-19대처에 가장 열악한 나라 중 하나로 전락했습니다. 백신 접종을 시작한지도 1달이 지났지만, 기세는 꺾일 줄 모르고 있는데요. 한국에서 200명의 메르스 감염자가 나왔을 때, 영국은 바이러스 발생 국가와 훨씬 근접해 있음에도 단 한 명의 감염자를 보이지 않았던 나라였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는 걸까요. 

 

유니세프가 출동한 대영제국

 

먼저, 영국의 상황이 얼마나 좋지 않은지, 지난 가디언 기사를 통해 확인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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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 16일. 영국의 주요 언론사인 가디언은 70년 만에 처음으로 유니세프의 식량 보급을 받은 사례를 소개하며 영국의 상황이 얼마나 긴급한 지를 알려왔습니다. 통계상으로 영국은 세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부자 나라입니다. 지금도 영국의 여왕을 군주로 모시는 국가가 50여 국이나 되죠. 세계에서 가장 많은 자본이 투입되는 축구리그 EPL의 나라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영국은 유니세프의 도움을 받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무늬만 계급사회라고는 하지만, 영국에는 여전히 왕족과 귀족이 존재합니다. 이들에게 주어지는 혜택이 지속적인 만큼 빈부의 격차도 만만치 않은 곳이기도 합니다. 게다가, 지난 4월부터 지금까지 1년이 다 되어 가도록 정부가 내놓은 방안은 락다운 뿐이었습니다. 귀족들에겐 별일 아니지만, 가게들이 문을 닫고, 상점들이 영업을 할 수 없는, 매달 월세를 부담하며 살아온 영세민들에게는 그야말로 헬게이트가 열린 것이죠.

 

물론, 지난해 락다운이 시작되고 영국은 430조가량의 예산을 쏟아부어 국민 살리기에 힘썼습니다. 30%를 웃도는 법인세와 소득세를 5%로 낮추고, 1개의 영업점마다 최소 1천5백만 원 이상의 보상금을 지원했습니다. 초기 락다운 당시 국민들은 큰 불만 없이 지나갔었죠. 하지만,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는 코로나 사태에 변형 바이러스까지 덮치며 3차 락다운이 불가피해졌습니다.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습니다. 정부 예산은 고갈되고, 바이러스는 계속 퍼져나가고. 결국 영세업자들과 하층민들이 그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고 있습니다. 유니세프가 활동을 재개한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변종 바이러스 출현

 

결론부터 말하자면, 현재 밝혀진 변종 바이러스는 확실하게 어떻다고 정의 내릴 수 없을 만큼 입증 데이터가 확보되지 못한 상황입니다. 다만 밝혀진 바로는, 영국에서 최초로 변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발견되었으며, 스파이크 단백질 관련 변이로 생겨난 것이고, 변형된 스파이크 단백질은 바이러스가 인체 세포에 침투하는 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입니다.

 

기사를 인용해보자면,

 

“N501Y라고 불리는 변이가 스파이크 단백질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인 수용체 결합 도메인(RBD)을 변화시킨다”

 

인데요.

 

예를 들자면 이렇습니다. 한 고급 레스토랑 앞에 선 경호원에게 복장을 갖춰 입은 사람들만 입장시키라는 임무가 쥐어졌습니다. 처음에는 정장을 차려입은 사람들을 잘 가려내던 경호원이 점점 안면이 익숙해진 이들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근무지에 적응된 경호원은 나중에 꼭 정장을 입지 않아도 어물쩍 입장을 시키는 경우가 생깁니다.

 

여기서 경호원의 역할이 ‘스파이크 단백질’이하는 일입니다. 인체의 세포 표면과 가정 먼저 접촉하는 스파이크 단백질이 바이러스가 예전보다 칩입이 쉽도록 변화한 것이죠. 바이러스의 확산이 용이해졌다는 의미로 볼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영국의 케임브리지대학교의 치료 면역학 및 전염병 연구소의 임상 미생물학 교수인 라빈드라 굽타(Ravindra Gupta) 박사는 이러한 변이가 코로나 바이러스의 전염성을 두 배 이상 증가시킨다고 밝혔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 변이로 인해서 이미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가 회복된 사람들의 항체의 효과도 떨어져 재감염의 발생도 매우 높다고 알렸습니다. 현재 영국의 감염자 수가 가파르게 상승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하는데요. 12월부터 신규 확진자의 60% 이상이 바로 변이된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감염이었습니다.

 

이유는 정확하게 밝혀진 바 없습니다. 다만, 추측건대 영국, 특히 런던은 150개의 언어 300여 이상의 다인종 도시이기 때문에 바이러스가 새로운 인간, 환경에 적응하기 안성맞춤이기 때문이라고 하죠. 아무래도 다양한 항원과 항체가 존재하다 보니 그에 걸맞게 변이도 다량, 다양하게 등장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주요 원인 중에 하나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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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뉴스1>

 

과연 백신이 해답인가

 

2021년 1월, 잉글랜드의 경우 786개의 병원에서 백신을 처방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접종자 수는 약 100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2%가 조금 모자란 정도입니다. 게다가 변종 바이러스가 발생할 것을 감안하면 백신의 작용 여부를 말하기엔 조금 이른 단계이긴 합니다. 다만, 현실에서 직접적으로 체감하는 부분이 있다면 백신에 대한 부작용이나 부정적인 면들이 영국 현지에서도 한국에서도 제대로 보도되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주변에 백신을 맞고 고통을 호소하거나, 백신 접종 후 1주일 만에 생을 마감하신 분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물론, 단순하게 백신이 원인이라고 할 수 있는 명백한 자료가 충분하지 않은 것은 맞습니다. 백신 접종 후 마스크 없이 외부 활동을 하다 사망한 것에 백신의 효과를 의심해 볼 수도 있지만, 백신 접종 이전에 바이러스에 감염이 되었을 수도 있고 변종 바이러스로 인한 감염이 원인이 되었을 수도 있으니 단언을 할 수는 없는 상황입니다.

 

분명한 것은, 백신이 만병통치약처럼 치부될 수만은 없는 상황이라는 것입니다. 백신을 맞는다 해도 재감염이 되지 않을 확률이 현격히 떨어지느냐? 그렇지도 않은 상황이죠. 백신을 맞으면 마스크 없이 자유롭게 거리를 활보하고 예전처럼 활동할 수 있지 않겠느냐? 역시 미지수입니다. 치료제도 마찬가지. 치료제의 역할도 일단은 바이러스에 감염이 되어야만 그 기능을 살릴 수 있기 때문에 백신이든 치료제든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를 완전히 없애기에는 무리가 있는 단계입니다.

 

현재까지 밝혀진, 바이러스 감염에 가장 안전한 방법은 그간 우리 정부에서 밝혀왔던 그리고 온 국민이 한마음 한뜻으로 실천해왔던 사회적 거리 두기와 마스크 착용, 그리고 청결유지(손 씻기 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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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연합>

 

영국인들이 마스크를 꺼리는 이유

 

이에 대해 지금까지 여러 의견들이 있었습니다. “마스크는 얼굴을 가리기 위한 범죄자들이 착용한다.”라든지, “몸이 불편한, 특히 호흡기 질환이 있는 사람들이 주로 마스크를 착용한다.” 혹은 “서양인들의 바디 랭귀지는 입술이다.” 등 다양한 추측들이 있어 왔습니다.

 

물론 맞습니다. 설득력이 있는 얘기들이고요. 하지만, 현지에서 인터뷰를 통해 알려진 바에 따르면, "불편하다"라는 답이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 사실, 이해는 어렵습니다. 바이러스에 감염이 될 위험이 높음에도, 다른 이에게 감염시킬 수 있는 위험부담을 있음에도 단순히 ‘불편’해서 착용을 안 한다? 납득이 힘들죠.

 

하지만, 몇 가지 예를 들면 어느 정도 이해는 할 수 있습니다. 역사 시간에도 배우듯 영국 하면 런던 스모그를 가장 먼저 떠올립니다. 숨을 쉬었다는 이유로 만여 명이 생명을 빼앗겼던 사건. 때문에 영국에서는 자연, 특히 맑은 공기를 마시는 것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아무리 날씨가 춥고 바람이 세차도 코와 입을 가리는 이를 찾아볼 수 없는 이유입니다. 그리고 그에 대한 책임을 오롯이 개인의 책임이죠.

 

영국은 무단횡단 시 경찰에게 적발되어도 벌금을 내거나 불이익을 받지 않습니다. 물론 불법이긴 합니다만 그에 따른 법적 처벌이 부여되진 않습니다. 다만 행동에 대한 책임은 개인에게 있죠. 사고가 발생하면 그 책임을 집니다. 또 다른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영국 남부의 해안가 세븐 시스터즈에는 하얀 절벽으로 된 해안가가 장관입니다. 그런데 절벽 위에는 안전장치가 없습니다. 위험하다는 표지판만 있을 뿐.

 

세븐 시스터즈에서는 매년 수 십 건의 추락 사고가 발생합니다. 하지만, 자치단체에서는 자연을 훼손할 수 없고 위험한 행동은 스스로 삼가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위험을 알렸으니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위험은 피해야 정상이라는 것입니다. 결국 책임은 개개인의 선택에 의해 주어진다는 것이죠.

 

이를 현재 상황에 그대로 대입을 해 보면 영국의 상황을 이해하는데 수월할 수 있습니다. 정부는 정책을 발표하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했습니다. 가급적 사람 만나기를 피하고, 만나더라도 2m를 유지하라. 실내에서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손을 깨끗하게 씻어야 한다고. 만일 우리나라에서 연일 수만 명의 감염자가 발생했다면, 정부는 물론 대통령도 벌써 탄핵되었겠죠. 하지만 영국인들은 정부에게 책임을 전가하지 않습니다. 정부는 할 일을 했고 나머지는 국민들의 몫이라는 것이죠.

 

영국 언론 vs 한국 언론

 

기본적으로 영국의 언론들은 색깔을 드러내기보단 현상을 전달하는 데에 목적을 두는 경향이 있습니다. 국민들이 전국 각지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 없고, 정부에서 어떤 정책을 펼치고 있는지도 정확하게 인지할 수 없기 때문에 사실 전달에 주안점을 두고 있죠. 물론, 각 언론사마다 사설이나 논평, 인터뷰 등을 통해 정치적 성향 (텔레그라프는 보수, 가디언은 진보 등)을 드러내긴 하지만, 노골적으로 반정부, 혹은 반정당 등의 기사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가령, 지난 12월 30일 조선일보의 이태동 도쿄 특파원이 낸, <백신 확보한 일본 연말 풍경> 기사처럼, ‘백신을 확보한 일본은 예전처럼 사회활동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는 반면 늦장 대응한 한국은 엉망이다’라는 식의 엉터리 비교로 정부를 비난하는 보도를 쏟아내는 경우는 영국에서는 거의 없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일본은 누적 확진자가 30만명을 넘어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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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링크

 

위에서 인용한 유니세프가 영국의 결식아동들에게 식료품을 전달하는 기사 어디에도 정부의 역할을 비난하는 내용은 없습니다. 한국에 대한 보도 역시 마찬가지. 한국이 잘 하고 있고 객관적으로 어떤 점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는지에 대해 언급하지만, 한국과 비교해서 영국은 엉망이다는 식의 보도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고통은 우리나라뿐만이 아닌 전 세계적 재난 상황입니다. 어떻게 하면 정부가 일을 잘 할 수 있을지 독려/감시하고, 이를 국민들에게 정확하게 알리는 것이 언론의 역할입니다.

 

잘못한 부분은 냉정하게 평가하고, 잘한 부분은 인정하고 칭찬해야죠. 비난이 아닌 비판을 통해 발전을 도모할 수 있습니다. 영국과 한국의 차이가 여기서 극명하게 갈립니다. 코로나 사태를 맞섬에 있어 영국이 한국보다 사정이 나은 유일한 점이라고 해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