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기사 추천 기사 연재 기사 마빡 리스트

 

 

 

1. 항해 떠난 공수처, 자, 파보자 

 

현판식.jpg

 

공수처가 본격적으로 가동되기 시작했다. 격하게 환영할 일이다. 헌데 논란이 생겼다. 김진욱 처장이 임명한 여운국 차장 이야기다. 

 

현재, 여 차장이 변호사 시절,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변호한 이력이 밝혀지면서 임명철회를 요청하는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등장한 판국.  

 

이는 공수처 검사 임명부터, 1호 사건 수사까지 앞으로 ‘산 너머 산’일게 불 보듯 뻔한 공수처의 앞날에 대한 예고편이라 해도 모자람이 없다. 

 

자, 한 번 파보자.

 

1996년, 참여연대가 부패방지 입법청원으로부터 최초 논의되기 시작한 공수처가 24년 만에 현실화되었는데 제대로 돌아가려면 어떤 역할과 몫을 감당해야 하는지,

 

여운국 차장 임명 과정에서 논란이 된 그의 과거 변호사 수임 사건 이력이 그의 평가 근거로 충분한지,

 

말이다. 

 

 

2. 공수처의 역할과 소명, 복습  

자, 복습해보자.

 

공수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근거를 둔 기관으로, '고위공직자 및 그 가족이 범한 직권남용, 수뢰, 허위공문서 작성 및 정치자금 부정수수 등과 같은 특정범죄를 척결하고, 공직사회의 특혜와 비리를 근절'하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탄생했다. 

 

그러니까 대통령, 국회의장 및 국회의원, 판사, 검찰총장과 검사, 장성급 장교, 헌법재판소 소장 및 헌법재판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 등, 그야말로 고위직에 있는 공무원과 그 가족이, 고위직에 있기 때문에 저지를 수 있고, 그렇기에 더욱 죄질이 무거운(국민에 대한 피해가 더 막강한) 특정한 범죄를 저지른 혐의가 있을 때 수사하고, 기소해 처벌하기 위해 만든 사정기관이다(공수처법 제2조). 참고로 공수처 수사 대상은 약 7000여 명이다. 

 

막강한 권한을 가진 공수처가 정권의 입맛에 따라 정적을 제거하기 위해 휘두르는 몽둥이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주로 국민의힘을 비롯한 조중동 등 수구적폐 언론들의 반대 논리)가 숱하게 제기되기도 했다. 

 

이 모든 반대와 사회적 갈등을 뚫고 출범시킨 공수처에 대한 국민들의 근본적인 기대는 사와 기소, 영장청구권을 독점한 검찰의 자의적인 법 집행과 그로 인해 침해되는 국민들의 인권 보호,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로 ‘검사는 어떤 비위를 저질러도 처벌 받지 않는다’는 신화를 만든 검찰에 대한 유효적절한 견제라고 할 수 있다. 

 

즉, 공수처의 소명은 첫째도, 둘째도, ‘검찰공화국의 종식’이다.

 

 

3. 김진욱의 선전포고 그리고 약 25명의 검사 VS 약 2300명의 검사  

초대공수처장인 김진욱 처장도 이 소명을 모르지 않는지, 취임사에서 검찰과 다른 수사기구로서의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국민의 신뢰를 받는 인권친화적 수사기구로 자리매김 할 것이다.”

 

“수사의 공정성‧중립성‧도덕성을 철저히 지킬 것이다.”

 

“헌법상 적법절차원칙을 준수하며 인권친화적인 수사를 하면서 다른 수사기관과 협조할 것은 협조하고 견제할 것은 견제하는 관계를 구축할 것이다.”

 

“실체적 진실 발견에 최선을 다하면서도 적법절차와 무죄추정의 원칙에 입각하여 인권을 과도하게 침해하지 않는 품격 있고 절제된 수사를 공수처의 원칙으로 할 것이다.”

 

별건수사, 적법절차원칙 위반, 과도한 인권침해 수사 등 그동안 검찰이 숱하게 자행하여 검찰수사에 제기된 비판과 정확히 반대되는 지향점이다. 쉽게 말해 ‘우린 검찰과 분명히 다를 것이고, 검찰을 반드시 견제할 것’이라는 우회적인 선전포고라고 할 수 있다. 

 

공수처에 대한 이러한 기대감과 초대 공수처장의 각오에도, 소속 검사가 30명도 안 되는 초미니 사정기관 공수처가 과연 2300여명의 검사를 둔 검찰조직을 제대로 견제할 수 있느냐는 회의적인 시각이 엄존하는 것 또한 현실이다. 

 

조지곧.jpg

 

공수처 조직을 잠깐 살펴보면. 처장과 처장직제로 대변인, 인권감찰관이 있다. 그리고 처장이 임명하고 대통령이 재가한 차장 밑에 수사정보담당관과 사건분석담당관, 정책기획관, 수사부(1,2,3), 공소부를 둔다. 정책기획관 아래 정책기획담당관, 운영지원 담당관, 사건관리 담당관을 두고, 또 차장 직제로 과학수사과를 둔다. 

 

규모는 검찰로 치면 순천지청 정도 밖에 안된다. 그렇다 보니 검찰에서 작정하고 공수처 소속 검사들을 건수 잡아 털고, 수사하면서 각종 수법으로 공수처 흔들기에 나선다면 어렵게 탄생한 공수처가 좌초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4. 공수처, 반민특위의 부활인가?

공수처를 실패한 '반민특위'의 부활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반민특위', 즉 ‘반민족행위 특별조사위원회’는 친일파의 반민족행위를 처벌하기 위해 1948년 설치된 특별기구다. 윤석구‧이문원‧최국현 등 한독당 출신과 소장파 의원들이 중심이 되어 ‘1945년 8월 15일 이전의 악질적인 반민족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는 조문을 헌법 제101조에 삽입하였고, 이를 근거로 ‘반민족행위 처벌법 기초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 이어 친일파에 대한 처벌 규정 강화, 특별조사위원회와 특별재판부를 만들었다.

 

1949년 1월, 반민특위는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거물 친일파들을 차례로 체포하고 재판도 시작했지만, 이승만 정부와 친미파로 변신한 친일파의 격렬한 반대와 탄압으로 출범 반년도 안 돼 좌초된다.

 

이승만 정권의 반민특위 방해 및 좌초 작전은 집요했다. 정권의 지원을 받은 친일경찰의 방해공작은 반민특위 간부들에 대한 중상모략과 군중데모의 선동, 테러, 특위 습격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났고, 소장파 의원 15명을 구속시킨 ‘국회 프락치 사건’과 국회의원 13명을 구속시킨 제2의 국회 프락치 사건으로 불리는 ‘6‧6사건’을 거치면서 반민특위는 와해되고 만다. 이에 따라 친일파 처벌은 무산된다. 

 

unnamed.png

이쯤되면 생각나는 그때 그 발언

 

반민특위가 검거활동에 나설 때 파악했던 반민자(친일파)는 7000여 명이었으나, 실제로 특위가 취급한 건수는 총 688건에 그쳤다. 이 중 547명의 친일 경력을 확인했고, 영장발부는 408건, 체포 305건, 미체포 173건, 자수 61건이었다. 검찰 송치는 559건에 불과했고, 84명의 석방, 영장 취소 30건, 기소 221건, 재판종결 건수는 38건이었다. 

 

반민특위의 좌초 이후 한국 사회에서는 영원히 친일파 단죄는 이뤄지지 못했고, 이후 정치권과 한국사회도 친일세력으로부터 시작되어 ‘보수’라는 타이틀을 단 세력이 지배하게 된다.  

 

공수처가 이러한 ‘반민족행위 특별조사위원회’와 많은 점에서 닮았다는 것이다. 

 

2017년 5월,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 ‘국가개혁’의 동력이 힘을 받으면서 공수처 출범 논의도 가시화될 무렵부터 각 국가기관에 개혁위원회 자문위원으로 참여한 적잖은 전문가들은 공수처를 ‘실패한 반민특위의 부활’로 보았다. 

 

한국사회의 개혁을 가로막고 있는 기득권 세력의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보면 결국은 친일파와 일직선으로 연결돼있다는 점, 공수처도 끝내는 상시화될 수 없다는 점, 검찰의 수사/기소권이 완전히 분리되고 정상화된 기관으로 거듭나면 효용을 다해 사라질 수밖에 없는 특별 사정기관이라는 점이 흡사하다. 

 

70년 전, 반민특위에 부정적이던 <동아일보>는 공수처에서 임시로 사용한 정부의 태극 문양으로 벌써부터 시비를 걸었다(70년 전, 심지어 <조선일보>를 비롯한 거의 전 언론이 반민특위에 힘을 실어주는 기사와 논설을 게재할 때도 <동아일보> 논조는 일편단심, 이승만 정부였다)

 

동아.jpg

<동아일보>

 

안 그래도 없는 인력에 바빠 죽겠는 공수처에서 해명 보도자료까지 냈다.

 

“공수처가 임시적으로 정부 태극문양을 사용하게 된 것은 공수처 로고의 상징성이 크고, 제작 소요예산 및 기간을 감안할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공수처에서는 국민의 신뢰를 받는 인권친화적 수사기구에 걸 맞는 새로운 로고를 금년 상반기 중에 공개할 예정입니다.” 

 

그래서 70년 만에 부활한 반민특위의 성공조건으로 70년 전 실패한 반민특위를 얼마나 반면교사 삼을 수 있는 지로 꼽는다. 

 

즉, 약 2300명 검사들의 총공을 얼마나 잘 대응하는지가 공수처 성공의 관건이라고 보는 것이다. 총장 이하 검사들이 하나가 되어 일사분란하게 전개하리라 예상되는 각종 공수처 와해 및 좌초 시도(공수처 내 이간질, 수사권을 가지고 벌이는 공수처 검사들에 대한 사법테러, 수사 방해 등)를 방어하고, 대응하는 능력에서부터 성공여부가 판가름 난다는 것이다. 

 

 

5. 여운국 차장, 과연 이대로 공수처 좌초의 시작?

김진욱 처장을 '처장 최종 후보자'로 임명하기까지 국민의힘을 비롯한 자칭 보수세력의 방해 작전이 집요했다. 그에 반해 인사청문회를 거쳐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기까지는 예상외로 수월해, 오히려 이것이 야당의 꼼수가 아닌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인사청문회에선 의외로(?), 국민의힘 소속 위원들은 말꼬리 잡고 늘어지기, 아니면 말고 식의 무책임 의혹제기(라고 쓰고 허위사실공표 또는 모욕이라 읽는다), 특별한 사유 없는 인사청문회 보고서 채택 거부가... 하나도 발휘되지 않았다! 

 

김 처장의 헌법이론, 법학원리 등에 대한 강좌가 11시간에 걸친 인사청문회 내내 계속되니, 김 처장이 공수처장 후보자가 아니라 헌법 일타 강사인가 착각이 들 정도였다. 이 정도 급의 고위공직자 인사청문회를 거치면서도 언론기사가 없어도 너무 없어 기자가 뭔가 큰 건을 놓친 게 아닐까 불안감이 들 정도였으니 말이다. 

 

해서 수사경력은 조폐공사 파업유도 특검사건에 수사관으로 참여한 이력이 전부였지만, 비검찰 출신이라는 점, 헌법재판소 연구관으로 정치적 중립성을 지킨점 등으로 초대 공수처장에 무리 없이 임명된다.

 

... ...

 

어째 너무 쉽다 했다. 아니나 다를까, 처장이 임명한 차장이 반민특위의 전철을 밟는 거 아니냐는 불안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게 현실이다. 

 

자, 들어가 보자. 

 

여1.jpg

 

 

6. 여운국 차장에 대한 반대의견 

김 처장은 여운국 현 대한변호사협회 부회장을 차장으로 임명했고, 29일 문재인 대통령이 재가했다. 공수처 설립을 지지했던 국민들은 여 차장의 임명에 반대하며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올렸다. 8만 6천여 명이 동의했으니 심각하지 않은 상황이라곤 할 순 없다(청원글 링크).

 

이유인 즉, 2016년부터 법무법인 동인에서 변호사로 근무한 여 차장이 국정농단의 핵심 인물인 ‘우병우’ 변호를 맡았고, 세월호 유가족들을 사찰했던 기무사 장교들의 법률대리인으로 무죄를 받아내, 세월호 유가족에게 고통을 준 인물이며, 그가 몸담았던 법무법인 동인이 공수처 설립에 반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모두 동의할 수 있고,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는 반대 의견이다. 

 

여당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도 여 차장 임명에 극렬히 반대하는 의견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그렇다면 다른 여당 의원들도 여 차장 임명에 마찬가지로 우려하고 있는지, 특히나 법사위 위원들의 분위기는 어떤지 알아보고자 여러 군데 전화를 넣었으나, 받지 않았고, 문자를 남겨 달래서 남겼더니 대부분 답변은 돌아오지 않았다. 

 

다만 몇 군데 여당 쪽에서는 “지금 여당의 분위기는 관여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라 한다. 공수처는 중립적인 기관이고, 차장 임명은 처장의 권한이고, 최종 재가는 대통령의 권한이기 때문이다. 공수처를 설립했으면 됐지, 이후부터는 여당이 인사에 대해서까지 왈가왈부 할 건 아니기에 발언에 조심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김 처장에게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는 왜 여운국을 차장으로 임명했을까.  

 

 

7. 박범계 장관, 윤석열 총장과 사법연수원 동기 

처장만큼 차장도 중요하다. 공수처는 검찰과 달라야 하므로 처장을 비검사 출신으로 뽑아놨다고 해도 차장을 검찰 출신으로 뽑으면 차장이 검사동일체원칙을 시전할 게 뻔하기 때문이다. 공수처 검사 임명도 검사 출신들로 임명할 가능성이 크고 그러면 공수처는 또 하나의 검찰 부처가 될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처장은 차장과 함께 공수처 검사 인사위원회 위원이기 때문에 처장만큼 공수처 검사 임명에서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다. 공수처 검사는 소정의 양식과 서류를 갖춰 지원하면 처장과 차장이 서류전형과 면접을 거쳐 임명하는 게 아니니까. 

 

IapaFxcFm6_BpkoAorABg4KAbWmk.png

 

공수처 검사 임명에 있어서는 인사위원회를 거쳐야 한다. 이 공수처 검사 인사위원회는 위원장 1명을 포함한 7명의 위원으로 구성되는데, 위원장은 처장이다. 그리고 위원회 구성은 위원장인 처장과 차장, 학식과 덕망이 있고 각계 전문 분야에서 경험이 풍부한 사람으로서 처장이 위촉한 사람 1명(방점은 '위촉'에 찍힌다), 대통령 소속 정당 교섭단체 추천 2명, 대통령 소속 외의 교섭단체 추천 2명(그러니까 야당 추천인사 2명이라는 소리다)으로 구성된다(공수처법 제9조 제1,2,3항). 그리고 이 인사위원회는 재적위원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하도록 돼있다(공수처법 제9조 제5항). 

 

이 점을 잘 살펴야 하는데, 인사위원회 구성에서부터 차장이 검찰이나, 국민의힘과 뜻을 같이 하면, 의결정족수를 아슬아슬하게 하거나, 못 채우게 하는 방식으로 공수처 구성에 훼방을 놓을 수 있다. 절차적 정당성 위반이니 하며 딴지 걸 수 있는데, 이는 실제로 국민의힘이 공수처장 인사위원회 구성부터 공격을 하던 방식이다.

 

김 처장의 인사청문회에서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의 “공수처 검사 임명할 때 인사위원회의 만장일치 동의를 받아서 임명할 것이냐? 반대하는 야당 추천 인사위원도 끝까지 설득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이런 포석이 깔려 있다고 볼 수 있다(실제로 협박 내지는 압박성 발언이라고 볼 수 있다). 

 

처장과 차장의 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말이다. 다른 쪽으로 해석하면, 공수처 검사 임명 때 국민의힘에서 인사위원을 추천해주지 않거나, 극렬히 반대하거나, 그쪽 추천 인사위원이 의결에 참여하지 않거나 하는 방식으로 계속적으로 잡음을 만들어내고, 임명에 방해를 놓는다면 그 인사는 검찰에 휘둘리지 않을 공수처 검사로서 자질이 충분하다고 판단해도 된다는 소리다. 

 

자. 그럼 다시 여운국 차장으로 가보자. 

 

그는 서울대 법대를 나온 사법연수원 23기로 윤석열 총장,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 사법연수원 동기다. 

 

1997년 대전지법에서 판사로 임관한 뒤 수원지방법원과 서울중앙지방법원, 서울고등법원 등에서 판사로 근무했다. 2007년부터 2009년까지는 헌법재판소 연구관으로 파견 근무하기도 했다. 여 차장은 판사 재임 시절인 2014년과 2015년 연속으로 우수법관에 선정됐고, 2017년에는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 자문위원에 위촉되었다.

 

2016년부터는 법무법인 동인에서 변호사로 근무했고, 공수처 차장으로 임명되기 전까지 대한변호사협회 부회장이었다. 그래서 대한변호사협회가 처장, 차장 다 인사한 것 아니냐는 핀잔도 터져 나오고 있다. 김 처장을 초대공수처장 후보로 추천했던 이찬희 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이, 부회장이었던 여 차장도 추천한 것이라는 추측이다. 실제로 법조계와 여당 인사들도 “(이 회장 같은 김 처장의) 주변인의 추천이 컸을 것”이라고 본다.  

 

 

8. 김진욱 차장의 정공법, 패는 던져졌다 

물론, 김 처장이 남의 말만 듣고 임명을 한 건 아닐 게다. 실제 다른 면을 보면 여운국 차장은 공수처에서 요구하는 인물의 자격요건에 가장 부합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고등법원에 근무하면서 부패전담부에서 근무했다. 여 차장이 헌법재판소 연구관으로 파견나가 근무했던 경험에 가중치를 두고, 또 서울대에서 박사과정까지 수료한 이력에도 가중치를 두고 평가했을 것이다.

 

여 차장이 과거 헌법재판소 연구관으로 근무하면서 헌법적 지식을 쌓았고, 헌법적 사고를 키웠다면, 검찰의 무리한 수사가 잘못된 수사라는 인식을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으리라 판단할 수 있다. 

 

벼ㅛㄴ협.jpg

 

사시 합격 후 판사 생활에서 그치지 않고, 계속적으로 대학원을 다니면서 박사과정까지 수료한 점도 적잖이 작용했으리라는 건, 공수처 검사 임용 요건을 보면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공수처 검사 임용 자격엔 변호사 자격 7년 이상 보유 조건 외에 국내‧외 박사학위(형사법 및 금융‧증권, 조세‧기업회계, 공정거래 분야) 취득자, 공인회계사‧세무사‧외국변호사 자격증 소지자 우대 조건을 걸었다. 

 

즉, 인력이 작은 공수처인만큼 전문성, 정확성, 기소 이후의 재판 단계에서 법리기술 우수자를 선발해 강화시키겠다는 의도다. 단순히 가방끈 긴 사람이 아닌, 실무 생활을 하면서도 계속적으로 공부의 끈을 놓지 않고 전문성을 강화한 인사를 차장으로 앉히겠다는 의도를 보여주었고 여운국은 이에 적합했다고 볼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 법조계에 있는 인사들은 여 차장이 변호사로 수임한 사건만으로 그를 평가하고, 임명에 반대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강하게 제기된다. 로펌에서 근무하는 다수의 변호사들은 “여 차장이 수임한 사건은 로펌에 주어진 사건을 배당 받은 것”이기 때문에 좀 다르게 판단해야 한다는 말이다. 

 

'여 차장이 로펌에 근무하면서, 개인적으로 사건을 수임한 것이 아니다. 법원 판사 출신이고, 영장 전담 판사로 근무한 경력이 있기 때문에 여 차장에게 배당됐을 것이다. 로펌에 근무하는 변호사가 주어진 사건을, 아주 특별한 사유가 아닌 한 어떻게 거부하나? 변호사 개업한지도 얼마 안됐고, 아무리 범죄자라 하더라도 변호사가 자기 전문성을 살려 자문한 정도라면, 그 정도 가지고 공수처 차장으로서 자질이나 성향을 의심할 건 아니다.'

 

여 차장이 우병우나, 세월호 기무사 사찰 건만 변호한 게 아니라, 여러 사건을 대리했는데 몇 건만 부각된 평가라는 것이다. 참고로 지난 2017년,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된 더불어민주당 강훈식 의원의 사건을 맡아 벌금 80만 원 형으로 의원직 유지 결과를 이끌어낸 것도 그다. 

 

요는 여 차장이 법원 내부에서 판사로 근무할 때 했던 일들을 가지고 평가해야 한다는 것인데 그가 그간 보수세력이나 법원 내부에서도 좌파성향으로 낙인찍은 우리법연구회, 국제인권법연구회 활동을 했던 점도 눈여겨봐야 할 필요가 있다. 

 

검사들도 김 처장이 오히려 검찰의 반발을 생각해 검찰 출신을 차장으로 임명할 줄 알았는데, 판사 출신을 차장으로 임명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즉, 김 처장이 정공법을 택한 것으로 평가하는 시각이 더 우세하다. 김 처장이 헌재연구관으로 근무하면서 학술지에 게재한 몇 편 안되는 논문들만 살펴보아도 고위공직자에 대한 처벌, 책임을 묻는 데 엄격한 그의 견해를 알 수 있으니까. 

 

특히 대통령 탄핵에 관한 법률 요건에 관한 논문을 여러 차례 게재했는데, 대통령 탄핵을 좀 더 수월하게 할 수 있도록 요건을 완화하여 해석해야 한다는 견해를 가지고 있다. 

 

“지금은 오히려 공수처장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 100% 만족은 못하지만, 차장 임명부터 이렇게 반대하는 건 결국공수처장 흔들기가 된다. 모든 일에 진선진미할 수 없다.”

 

검사들도,

 

“검찰 출신 아닌 게 어딘가. 검찰 출신 아닌 사람을 차장 임명했다는 건, 어차피 공수처도 한동훈 같은 실세 검사를 때려잡아 검찰보다 위라는 걸 보여줄 것”

 

이라고 본다. 

 

오히려 법조계에서는 “아직 낙담은 이르다”, “김 처장도 검찰의 강한 저항과 공수처 견제를 예상하고 맞받아 칠 준비한 인사”라고 보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김처장.jpg

 

 

여튼 패는 던져졌다. 

 

여운국 공수처 차장은 오늘 정식 취임했고 공수처 직제상 수사 업무를 총괄하게 된다.

 

최근의 논란으로 국민의 눈초리가 더 매서워진 지금, 여운국 차장이 실력으로 자신을 증명하지 못한다면, 이제는 단순한 논란으로 끝나진 않을 게다.

 

 

 

 

 

■ 참고문헌

 

- 김진욱, “대통령 탄핵사유에 대한 소고 –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결정의 탄핵사유를 중심으로 한 판례평석-”, 법학논총 44, 숭실대학교 법학연구소(2019.05), 119-158p.

- 김진욱, “대통령 탄핵사유에 대한 소고 – 탄핵사유와 관련된 몇 가지 쟁점을 중심으로 -”, 서울대학교 성낙인 총장 퇴임 기념 논문집, 성낙인 총장 퇴임논문집 간행위원회(2018), 법문사, 1704-1731면. 

- 김진욱, “탄핵요건으로서 헌법이나 법률 위반의 중대성 – 헌법 제65조 제1항과 헌법재판소법 제53조 제1항의 해석을 중심으로 -”, 저스티스 통권 제161호, 한국법학원(2017.08), 5-44p.

- 심미숙, “반민특위(반민족행위 특별조사위원회)”, 정세와 노동 제158호, 노동사회과학연구소(2020.01), 85-91pp. 

- 이강수, “반민특위 연구”, 나남신서 996, 나남출판, 2003. 

- 이강수, “친일파청산‧반민특위와 백범”, 한국사학보 18, 고려사학회(2004), 177-200p

- 정운현 엮음, “증언 반민특위, 잃어버린 기억의 보고서”, 삼인, 1999.

- 채 백, “반민특위에 대한 <동아일보>와 <조선일보>의 보도 태도”, 한국언론정보학보 88, 한국언론정보학회(2018.04), 182-210p.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홈페이지  https://cio.go.kr/

- 다수의 언론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