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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적인 사건은 어느 시기에나 있었다. 인구는 많고, 세상은 넓다. 인류의 시간도 길다면 길다. 일반의 상식에서 벗어나는 사건은 언제고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최근에도 어김없이 충격적인 사건이 보도되었다. 사건의 개요는 대략 이렇다.

 

지난 1월 15일, 인천시 미추홀구의 119구급대에 한 통의 신고 전화가 왔다. 신고자는 40대 어머니 A씨로 자신의 “아이가 죽었다”고 했다. 신고를 받은 119구급대가 경찰과 같이 A씨의 자택에 도착하여보니 옷들은 엉망진창 나뒹굴고 있었고, A씨는 화장실에 쓰러져 있었다. 죽었다던 A씨의 딸은 죽은 지 수일이 지난 듯 부패가 시작된 상태로 침대 위에서 발견되었다. 

 

A씨는 숨이 붙어 있었으나, 자해 상처가 있었고 핏자국이 좀 있었다. 구급대와 경찰은 A씨를 병원으로 옮기고, 딸의 시신을 수습하였다. 아버지 B씨는 딸의 사망을 모르고 있다가 경찰의 연락을 받고 달려가 딸의 사체를 확인했다. 그리고 그날 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숨진 B씨의 휴대전화 메모장에는 B씨의 동생에게 남긴 짧은 유언이 써있었다.

 

“XX야 미안하다! 00(딸)를 혼자 보낼수도 없고 00 없이 살 자신도 없어!”

 

그런데 다음 날 인천 미추홀경찰서는 A씨를 전격 체포했다. 딸의 ‘살인 혐의’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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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17일 오후, 엄마 A씨가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으로 들어가고 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대략적인 사건 개요를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다. 

 

A와 B씨는 딸의 친엄마, 친아빠이긴 하나 법적 부부관계는 아니었다. A씨는 서류상으로 아직 완전히 이혼하지 않은 남편이 있었다. 실제 생활에서 부부 관계는 끊었지만, 서류상으로 완전히 이혼이 된 건 아니었다. 

 

이러한 이유로 A씨는 딸의 출생신고를 차일피일 미뤘고, 현행 제도상 B씨가 딸의 출생신고를 할 수가 없었다. 딸은 출생신고가 되어있지 않아 어린이집도 유치원도 다니지 못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다 지금으로부터 6개월 전, B씨는 딸이 학교 갈 나이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딸의 출생신고를 하지 않는 A씨와 마찰을 겪다가 딸의 출생신고를 하기 전까진 돌아가지 않겠다며 가출을 했다. 집을 나가 있는 6개월 동안 A씨와 딸의 생활비는 꼬박꼬박 부쳤다.

 

그러다 결국 A씨가 이번엔 꼭 딸의 출생신고를 하겠다며 재결합을 요구했고, B씨는 수락했다.  세 식구는 다 같이 전주로 내려가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로 했다. 그러나 재결합을 앞두고도 A씨가 여전히 출생신고를 하려 하지 않자 B씨는 결국 결별을 선언했다. 그리고 얼마 후, A씨는 딸을 살해했고, 딸을 끔찍이 사랑했던 B씨는 딸의 죽음을 보고 극단적 선택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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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A씨에게 딸의 출생신고를 하라고 요구하는 아빠 B씨의 카톡 / 출처-<JTBC> 

 

체포된 A씨는 남편 없이 홀로 아이를 키우는 것이 힘들어 아이와 함께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 했다는 진술을 했으나, 이것은 정황상 신빙성이 크다고 보긴 어렵다.

 

심리 전문가들은 A씨에 대해 이렇게 분석했다.

 

“B씨가 결별을 선언하자 더 이상 아이의 용도가 없어진 거다. 아이 아빠한테 화풀이는 해야겠는데 할 수가 없는 상황이니 아이한테 화풀이를 한, 그런 우발적인 행위로 보인다. 아이를 아이의 아빠로부터 경제적인 조달을 받기 위한 수단 정도로밖에 생각하지 않았던 것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든다.”

 

“아이가 불쌍해서 같이 동반 자살할 거야라기보다는 ‘네가 사랑하는 아이에게 내가 복수할 거야’라는 의도로 보인다. ‘너무 힘들어서 동반 자살을 하겠다’ ‘나도 죽고 아이도 죽겠다’라는 생각으로 (자해) 시도를 했다고 보기에는 가능성이 적다고 본다.”

 

패륜적인 스토리에 치중해 이 사건을 본다면, 종종 언론을 통해 보도되는 다른 비상식적인 범죄와 큰 차이점이 없는 듯하다. 비슷한 부류의 다른 범죄처럼 사회적으로 A씨에 대한 비난과 함께, 딸과 B씨에 대한 애도가 이어지고 시간이 지나며 잠잠해지는 순서로 이어질 법한 사건이었다.

 

 

'인천 친딸 살인사건'에는 한 가지 다른 포인트가 있다

 

시간이 흐르며 현재, 이 사건도 잠잠해지는 것은 비슷한 듯하나, 한 가지 다른 포인트가 있었다. ‘출생신고’이다.

 

딸은 출생신고가 되어있지 않아서 사망진단서에 ‘이름 없는 사람’이란 뜻의 ‘무명녀’로 기록되었다. 그 이유를 많은 언론에서는 이렇게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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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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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JTBC>

 

“혼외자의 경우, 아빠는 출생신고를 할 수 없고, 엄마만 출생신고를 할 수 있다. 아빠인 B씨가 딸의 출생신고를 하려고 했지만, 제도상 할 수 없었다.” 

 

“그러나 엄마인 A씨가 출생신고를 하면, A씨의 남편과의 자녀로 등록되기 때문에 A씨는 출생신고를 기피하여 신고를 하지 않았다. 결국, 딸은 서류상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으로 될 수밖에 없었다.”  

 

B씨가 사망한 후, B씨의 동생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형이 딸의 엄마인 A씨의 동의 없이 출생신고를 해보려고 했지만 쉽지 않다고 했어요. (딸이 초등학교 입학을 해야 하기 때문에) 형이 교육청에 알아봤는데, 동사무소로 가야 한다고 했고, 동사무소로 가니 경찰서로 가보라고 했고... 이렇게 된 거 같더라구요. 경찰서에도 가봤고요.  결과적으로 형이 말하길 ‘자기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고 했어요.”      

 

많은 언론들이 이 비극적인 사건의 스토리에 집중해서 다루거나, B씨는 결국 출생신고를 할 수 없었다며 현재 출생신고 제도에 돌멩이 하나를 던지며 기사화했다.  

 

의문이 들었다. 하여 정말 B씨가 출생신고 할 수 있는 방법이 정녕 없는 것인지, 왜 B씨는 자신이 출생신고를 할 수 없었다고 느낄 수밖에 없었는지 등을 알아보기로 했다. 마침 관련 분야 전문가로 떠오르는 남자가 있어 그에게 인터뷰 요청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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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딴지방송국 <지금 헤어지러 갑니다>에 출연 중이며, 가족법 전문가인 법무법인 가족엄경천 변호사였다. 

 

그를 만나 현재 언론에서 나오는 정보가 사실인지 물어봤다. B씨는 정말 딸의 출생신고를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던 것인지를.

 

 

그가 출생신고 할 수 있는 방법은 정말 없었을까

 

이어지는 인터뷰는 가독성을 위해 최대한 일상 언어로 바꾸었다는 점, 미리 말씀 드린다. 자, 들어가보자.

 

임권산(이하 ‘임’) : 언론에서 보도되는 내용이 사실인가?

 

엄경천 변호사(이하 ‘엄’) : 일부 맞는 것도 있지만, 현재 제도나 가족관계등록 실무와 맞지 않는 보도가 많다.

 

임 : 무슨 말인가, 언론 보도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니? 

 

엄 : 언론 보도 내용은 좀 문제가 있어 보인다. 얼마 전 일어난 A씨의 ‘인천 친딸 살인사건’에서 B씨는 딸의 출생신고 할 수 있는 방법을 몰랐고 알려주는 사람이 없었을 뿐, 하려고 하면 방법은 있었다. 안타까운 일이다. 

 

임 : 그게 뭔가?

 

엄 : 작년 6월 8일에 나온 대법원 결정이 있다. <대법원 2020. 6. 8.자 2020스575 결정>이다. 내용인 즉, ‘엄마’가 정당한 사유 없이 출생신고에 필요한 서류 발급에 협조하지 않는 경우나 그에 준하는 사정이 있을 때는 엄마가 협조해주지 않아도 ‘아빠’가 가정법원에 ‘친생자출생신고를 위한 확인’을 통해서 아이의 출생신고를 할 수 있다는 대법원 결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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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씨의 사례에서 엄마 A씨가 아이의 출생신고를 기피하면, B씨는 가정법원에 ‘친생자출생신고를 위한 확인’을 신청을 하고, 유전자 검사를 거쳐 법원의 확인을 받아 출생신고를 하면 된다.

 

대법원 결정 전에는 B씨의 경우, 이렇게 진행된다. 

 

혼인 외 출생자에 대하여 출생신고가 되어 있지 않은 경우 아빠는 인지(친족법에서 혼인외 출생자에 대해 그가 자신의 친생자임을 인정하는 신분행위)의 효력이 있는 친생자출생의 신고를 할 수 있는데(출생신고서를 제출), 이때 '모'의 성명·등록기준지 및 주민등록번호를 기재해야 한다.  

 

그렇게 (인지의 효력이 있는) 출생신고서를 제출하면, 가족관계등록 공무원이 ‘엄마’의 출산 당시 혼인 여부를 확인한다. ‘인천 친딸 살인사건’의 경우는 ‘엄마’인 A씨가 법률상 남편이 있어 딸은 그 남편의 자녀로 추정이 되므로, 담당 공무원은 실제 친아빠인 B씨의 (인지의 효력이 있는) 출생신고서를 수리하지 않는다.

 

-관련 법령(1)

 

민법 제844조(남편의 친생자의 추정) ① 아내가 혼인 중에 임신한 자녀는 남편의 자녀로 추정한다.

 

가족관계등록법 제46조(신고의무자) ② 혼인 외 출생자의 신고는 모가 하여야 한다.

 

가족관계등록법 제57조(친생자출생의 신고에 의한 인지) ①부가 혼인 외의 자녀에 대하여 친생자출생의 신고를 한 때에는 그 신고는 인지의 효력이 있다.  

 

앞서 말한 <대법원 2020. 6. 8.자 2020스575 결정>의 제1심과 2심(항고심)에서도 혼인 외 자녀에 대해 ‘아빠’만으로도 출생신고를 할 수 있는 조건인 '모(엄마)의 성명·등록기준지 및 주민등록번호를 알 수 없는 경우’를 엄격하게 적용했었다. 엄마의 정보를 알고는 있지만, 엄마가 정당한 사유 없이 출생신고에 협조하지 않는 경우는 이 조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친생자출생신고를 위한 확인신청'을 기각했다. 

 

그러다 이 대법원 결정이 나면서 비로소 '모(엄마)의 성명·등록기준지 및 주민등록번호를 알 수 없는 경우'엄마가 정당한 사유 없이 출생신고에 협조하지 않는 경우도 포함하면서 확대 해석하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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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경천 변호사

 

그전에는 엄마가 협조하지 않는 경우에 생부가 출생신고를 하려면, 모(엄마)의 성명·등록기준지 및 주민등록번호를 (알면서도) 알 수 없다고 주장해야만 '친생자출생신고를 위한 확인'을 받을 수 있었다. 이것도 원래 인정이 안 되었다. 모의 성명·등록기준지 및 주민등록번호를 알 수 없어도 (인지의 효력이 있는) 출생신고를 할 수 없었다. 

 

2015년 흔히 말하는 ‘사랑이법’이 생기며 가능하게 되었다. 

 

-관련 법령(2)

 

가족관계등록법 제57조(친생자출생의 신고에 의한 인지) ①부가 혼인 외의 자녀에 대하여 친생자출생의 신고를 한 때에는 그 신고는 인지의 효력이 있다. <개정 2015. 5. 18.>

 

② 모의 성명ㆍ등록기준지 및 주민등록번호를 알 수 없는 경우에는 부의 등록기준지 또는 주소지를 관할하는 가정법원의 확인을 받아 제1항에 따른 신고를 할 수 있다.  <신설 2015. 5. 18.>

 

그러나 이제는 앞서 말한 대법원 결정으로 인해 B씨의 경우, 가정법원에 ‘친생자출생신고를 위한 확인’을 신청하면서

 

“사실 애 엄마가 이 사람인데 이 사람이 이러이러한 이유로 출생신고를 해주지 않고, 내가 출생증명서와 애 엄마(모)의 인적사항을 가지고 (출생신고에 대신하는) 인지신고를 하려고 했더니 담당기관에서 애 엄마가 다른 남자와 혼인 중이기 때문에 내 신고를 받아주지 않는다. 그래서 내 딸을 출생신고 하는 방법은 이것밖에 없습니다.”

 

라고 솔직하게 적어서 딸의 출생신고를 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이렇게 신청서에 적어서 확인을 받는 경우는 아직 없었지만, 법적으로 검토해봤을 때, 대법원 결정 이후에는 가능한 방법이다. (2월 18일 자 추가 내용: 엄 변호사는 의뢰인의 소송대리인을 맡아 '친생자 출생신고를 위한 확인'을 지난 1월 29일에 접수, 2월 15일에 확인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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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언론이 말한 것처럼 B씨가 출생신고를 할 수 있는 방법이 아예 없었던 것이 아니다. 이 방법을 쓸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 길이 좀 열렸으니 ‘엄마’가 출생신고를 하는 것보다 복잡하긴 하지만 방법이 있다고 이야기하는 것이지, 현재 제도가 문제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임 : 음... 출생신고 할 수 있는 제도가 있긴 했지만, 엄마인 A씨가 출생신고를 할 때처럼 간단하게 되어 있는 건 아니기 때문에 B씨와 같은 미혼부들에게 접근성이 떨어져 이런 일이 발생한 듯싶다. 실제 B씨 동생이 언론과 한 인터뷰 내용만 보더라도 공무원들조차 이 제도에 대해서 모르고 있던 부분이 많았던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동생은 B씨가 ‘딸 문제와 관련하여 교육청에 갔으나 동사무소로 가보라고 하였고, 동사무소에서는 경찰서에 가보라 하여 경찰서까지 갔으나 결국 해결책을 발견할 수 없었다고 하였다’고 했다.

 

딸이 태어난 지 8년의 세월이 훌렀는데, 이곳들만 가보진 않았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다른 곳도 가봤을 텐데, 그 기관의 공무원이 이런 제도에 대해서 알고 있었다면, B씨가 그런 비극을 겪진 않았을 것 같다.

 

아마 이러지 않았을까. 

 

딸이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출생신고가 되어 있어야 하니까 교육청에 문의를 했다. 하지만 출생신고에 관한 부분이니 교육청에선 담당하지 않았을 테고, 교육청에서 동사무소로 가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동사무소에서는 가족관계등록에 관한 건 일반적인 출생신고, 사망신고만 할 수 있지 않나. 혼인 외 출생자(딸)의 아빠인 B씨는 일반적인 출생신고가 아닌 (인지의 효력이 있는) 출생신고를 해야 할 테고, 당연히 동사무소에서는 신고할 수 없었다. 

 

B씨는 사정을 설명했고, 이야기를 들은 동사무소 공무원은 ‘아동학대’라고 여겨 경찰서로 가보라고 했다. 그러나 ‘정인이’의 경우에서만 봐도 알 수 있듯, 경찰에서는 아동학대를 판단하는 기준이 잘못 설정 되어있어 ‘아동학대’로 판단하지 않았다. 결국, B씨는 자신이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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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아동학대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 해 정인이를 구할 수 있는 3번의 기회 모두 놓쳤었다. / 출처-<뉴시스> 

 

뭐 이런 스토리이지 않았을까. 즉, B씨가 문의했던 기관들의 누군가라도 이 제도에 대해서 알고 있었다면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을까 싶다. 물론 출생신고제도가 개선되어야 하는 것이 본질적인 문제이겠지만. 

 

혼인 외 출생자에 대해서 B씨가 ‘아빠’로서 (출생신고에 대신하는) 인지신고를 할 수 있는 구청에 갔어도 A씨가 다른 남자와 혼인 중으로 나오기 때문에 받아들여지지 않았을 것이다. 사실 인지신고서에 작성해야 하는 엄마의 정보를 알면서도 모른다고 하며 인지신고 하는 방법도 작년 6월 대법원 판례 전까지는 약간의 편법(?)인 거 아닌가. 그런 부분은 법을 전문으로 하는 것이 아닌 B씨 같은 일반 사람이 어떻게 알겠나. 

 

변호사님 말씀처럼 작년 6월 대법원 판결 이후에 전보다 더 간단하게 B씨의 경우도 딸의 출생신고를 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하지만 여전히 절대적인 기준에선 복잡한 것은 사실이고, 판례 이후에 일괄적으로 비슷한 경우 모두 ‘친생자출생신고를 위한 확인신청’이 다 통과되는 것도 아니지 않나.      

 

B씨와 같은 경우, 변호사님이 말한 방법 외에 딸의 출생신고를 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있었을까?  

 

 

검사 또는 지방자치단체장이 대신 출생신고 할 수 있다

 

엄 : 신고의무자(혼인외의 출생자의 경우 엄마)가 출생 후 1개월 이내에 출생신고를 하지 않아 자녀의 복리가 위태롭게 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검사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출생의 신고를 할 수 있다.

 

-관련 법령(3)

 

가족관계등록법제46조(신고의무자) ④ 신고의무자가 제44조제1항에 따른 기간 내에 신고를 하지 아니하여 자녀의 복리가 위태롭게 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검사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출생의 신고를 할 수 있다. <신설 2016. 5. 29.>

 

아빠 B씨가 검찰청에 진정서를 제출해서 ‘혼인 외 출생자’에 대한 신고의무자인 엄마 A씨가 출생신고를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검사에게 출생신고를 해줄 것을 요청하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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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한겨레>

 

B씨의 경우, A씨가 딸의 출생신고를 하면 딸의 법적 ‘아빠’는 A씨의 법률상 남편이 된다. A씨가 출생신고를 해줬다면, 그 후에 ‘친생부인의 소(임신하는 시점에 전후하여 남편과 동거한 경우)’ 또는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의 소(임신하는 시점을 전후하여 남편과 동거하지 않은 경우)’와 같은 절차를 진행하여 딸과 A씨 남편의 법률상 관계를 끊은 후에 B씨가 ‘아빠’로 등록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이런 방법도 있다.

 

이 방법은 본 사례에는 해당하지 않는 상황이지만, 이런 제도도 있다는 것 정도만 말해두겠다.

 

 

출생신고제도는 어떤 방향으로 개선되어야 하는가

 

임 : 마지막으로 출생신고제도가 어떤 방향으로 개선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엄 : 우선 출생통보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그래서 1차적으로는 분만에 관여한 의사나 조산사가 구청 등에 출생통보를 하고, 신고의무자가 있다면 1개월 내에 출생신고를 기다렸다가 신고가 오면 그대로 출생신고를 하고 1개월 이후에도 출생신고가 없다면 구청 등에서 직권으로 출생등록을 하여 가족관계등록부를 하는 정도를 생각할 수 있겠다.

 

≫관련 법령

제44조 (출생신고의 기재사항) ①출생의 신고는 출생 후 1개월 이내에 하여야 한다.

 

둘째로 모자관계는 출산이라는 자연적 사실에 의하여 쉽게 인정되는데, 부자관계는 규범적인 것이기 때문에 민법 제844조(링크)와 같은 친생추정 규정이 없으면 아버지가 정해지지 않은 상태가 장기간 지속되어 자녀의 복리에 좋지 않기 때문에 친생추정 규정은 필요하다. 

 

다만, 친생추정 규정은 부자관계가 법적으로 시작될 때는 필요하지만, 나중에 유전자 검사 결과 친자관계가 없다는 것이 증명되면 가정법원의 판결(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 판결)을 거쳐서 부자관계를 정리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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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관계는 유전자 검사 결과 친자관계가 없다는 것이 밝혀지면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의 소를 통하여 언제든지 모자관계를 소멸시킬 수 있는데, 부자관계는 ‘친생부인의 소’라고 하는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의 소에 비해 엄격한 요건(원고나 피고가 될 수 있는 당사자 적격, 소를 제기할 수 있는 제소기간 등이 제한되어 있다)을 요구하는 것은 간편하게 유전자 검사를 통하여 친자관계를 증명할 수 있는 상황에서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남편의 동의를 받아서 제3자로부터 정자를 제공받아서 임신을 한 경우 등과 같은 경우에는 당연히 유전자 검사 결과의 불일치만으로 부자관계를 해소할 수 있게 해서는 안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가족관계등록제도는 자녀의 복리도 중요하지만, 실제 가족관계와 가족관계등록부상의 가족관계가 일치하는 ‘신분관계의 진실성’을 담보하는 것도 중요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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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끝!

 

 

그를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아는 실무 공무원은 한 명도 없었다

 

엄 변호사와 인터뷰를 마치고, 본 기자가 구청과 시청 등 가족관계등록 업무를 맡고 있는 기관 여러 곳에 문의를 해봤다. 그러나 엄 변호사가 말했던 ‘B씨의 사례에서 출생신고 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아는 담당 실무자는 한 명도 없었다. 모두 B씨의 사례에서 B씨가 출생신고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했다. 

 

엄 변호사와 인터뷰 나눈 내용을 근거로 관련 법 조항들을 말하며 “이런 방법도 있지 않냐”, “이렇게 하면 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물음을 이어갔지만, 다들 제대로 답변을 하지 못하였고, 대부분 다른 기관에 문의해보라며 전화번호를 알려줬다.

 

여러 기관에 물어보며 왜 B씨는 좌절할 수밖에 없었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이해되는 부분도 있다. 실무를 담당하는 공무원들이 법률가도 아니고, 담당하고 있는 업무에 관한 판례가 새로 나올 때마다 어떻게 다 알겠는가. 새로운 판례가 나왔으나 아직 판사들조차 저마다 다르게 판단하는 사안에 대해서는 더더욱 모를 수 있다고 본다.

 

공무원들 개인의 문제라기보다 제도가 복잡하고, 엄마에 비해 아빠의 출생신고가 특히나 어렵고 복잡하게 만들어진 것이 문제이다. 제도가 복잡하니 법령과 실무가 따로 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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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블로그<초등독서평설>

 

세상에 가정사만큼 다양하고 무궁무진한 사연이 있는 것이 있을까 싶다. 그런 가정사를 법적으로 다뤄야 하는 가족관계등록제도(가족법)이니만큼 복잡할 수도 있겠지만, 과유불급이라 했나. 너무도 복잡하게 얽힌 현재의 제도가 오히려 모자니만 못 하게 느껴지는 시점이다.

 

 

다음 편

 

다음 편에서는 미혼부의 출생신고제도 개선을 이룬 가장 유명한 법인 ‘사랑이법’ 제정을 이끈 한국 싱글대디 가정지원협회 <아빠의 꿈> 김지환 대표와 현재 출생신고제도의 문제점에 대한 인터뷰가 이어진다. 또한 이와 관련해서 국회에서는 현재 어떤 것들이 진행되고 있는지 다뤄보겠다.

 

 

 

Reference

 

더 자세한 <대법원 2020. 6. 8.자 2020스575 결정> 내용 (클릭)

 

대법원 2020. 6. 8.자 2020스575 결정 中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제57조 제2항의 취지, 입법연혁, 관련 법령의 체계 및 아동의 출생등록될 권리의 중요성을 함께 살펴보면,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제57조 제2항은 같은 법 제57조 제1항에서 생부가 단독으로 출생자신고를 할 수 있게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같은 법 제44조 제2항에 규정된 신고서의 기재내용인 모의 인적사항을 알 수 없는 경우에 부의 등록기준지 또는 주소지를 관할하는 가정법원의 확인을 받아 신고를 할 수 있게 하기 위한 것으로, 문언에 기재된 ‘모의 성명·등록기준지 및 주민등록번호를 알 수 없는 경우’는 예시적인 것이므로, 외국인인 모의 인적사항은 알지만 자신이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출생신고에 필요한 서류를 갖출 수 없는 경우 또는 모의 소재불명이나 모가 정당한 사유 없이 출생신고에 필요한 서류 발급에 협조하지 않는 경우 등과 같이 그에 준하는 사정이 있는 때에도 적용된다고 해석하는 것이 옳다.”

 

 

본 기사 관련 법령(1)의 구체적인 내용 (클릭)

 

민법 제844조(남편의 친생자의 추정) ① 아내가 혼인 중에 임신한 자녀는 남편의 자녀로 추정한다.

② 혼인이 성립한 날부터 200일 후에 출생한 자녀는 혼인 중에 임신한 것으로 추정한다.

③ 혼인관계가 종료된 날부터 300일 이내에 출생한 자녀는 혼인 중에 임신한 것으로 추정한다.

 

민법 제855조(인지) ①혼인외의 출생자는 그 생부나 생모가 이를 인지할 수 있다. 부모의 혼인이 무효인 때에는 출생자는 혼인외의 출생자로 본다.

②혼인외의 출생자는 그 부모가 혼인한 때에는 그때로부터 혼인 중의 출생자로 본다.

 

가족관계등록법 제46조(신고의무자) ① 혼인 중 출생자의 출생의 신고는 부 또는 모가 하여야 한다.

 

② 혼인 외 출생자의 신고는 모가 하여야 한다.

 

③ 제1항 및 제2항에 따라 신고를 하여야 할 사람이 신고를 할 수 없는 경우에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이 각 호의 순위에 따라 신고를 하여야 한다.

1. 동거하는 친족

2. 분만에 관여한 의사ㆍ조산사 또는 그 밖의 사람

 

④ 신고의무자가 제44조제1항에 따른 기간 내에 신고를 하지 아니하여 자녀의 복리가 위태롭게 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검사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출생의 신고를 할 수 있다. <신설 2016. 5.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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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관계등록법 제57조(친생자출생의 신고에 의한 인지) ①부가 혼인 외의 자녀에 대하여 친생자출생의 신고를 한 때에는 그 신고는 인지의 효력이 있다. <개정 2015. 5. 18.>

 

② 모의 성명ㆍ등록기준지 및 주민등록번호를 알 수 없는 경우에는 부의 등록기준지 또는 주소지를 관할하는 가정법원의 확인을 받아 제1항에 따른 신고를 할 수 있다. <신설 2015. 5. 18.>

 

③ 가정법원은 제2항에 따른 확인을 위하여 필요한 사항을 직권으로 조사할 수 있고, 지방자치단체, 국가경찰관서 및 행정기관이나 그 밖의 단체 또는 개인에게 필요한 사항을 보고하게 하거나 자료의 제출을 요구할 수 있다. <신설 2015. 5. 18.>

 

④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신고의무자가 1개월 이내에 출생의 신고를 하고 등록부의 정정을 신청하여야 한다. 이 경우 시ㆍ읍ㆍ면의 장이 확인하여야 한다. <신설 2015. 5. 18.>

1. 출생자가 제3자로부터 「민법」 제844조의 친생자 추정을 받고 있음이 밝혀진 경우

2. 그 밖에 대법원규칙으로 정하는 사유에 해당하는 경우

 

⑤ 확인절차 및 신고에 필요한 사항은 대법원규칙으로 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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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관계등록법제46조(신고의무자) ① 혼인 중 출생자의 출생의 신고는 부 또는 모가 하여야 한다.

 

② 혼인 외 출생자의 신고는 모가 하여야 한다.

 

③ 제1항 및 제2항에 따라 신고를 하여야 할 사람이 신고를 할 수 없는 경우에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이 각 호의 순위에 따라 신고를 하여야 한다.

1. 동거하는 친족

2. 분만에 관여한 의사ㆍ조산사 또는 그 밖의 사람

 

④ 신고의무자가 제44조제1항에 따른 기간 내에 신고를 하지 아니하여 자녀의 복리가 위태롭게 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검사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출생의 신고를 할 수 있다. <신설 2016. 5.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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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