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기사 추천 기사 연재 기사 마빡 리스트

 

옆집과 친한 앞집1은 막무가내형으로 많은 훈계와 황당함을 보여주었다. 서울에서 성수동 대기오염이 높은 게 내 현장 때문이니 책임지라는 말이 훈계의 서막이었다. 성수동은 레미콘 공장과 작은 공장들이 아직도 많아 오염도가 높은 곳인데 말이다. 누가 보면, 내가 세상 만물을 관장하는 신의 반열에 오른 줄. 

 

주민들은 안전을 위해 공사내용을 알 권리가 있다며 공사 일정을 고지하라고 해서 문자로 아침마다 공사 내용을 보냈더니 문자는 하지 말란다. 그래서 아침마다 공사 내용을 메모해서 집에 붙여두었더니 내용이 불량하다 한다. 

 

레미콘 작업.jpg

 

예를 들어, 레미콘 작업이면 몇 시부터 몇 시까지 몇 대가 어떤 소음으로 공사하는지 자세히 알아듣게 쓰라는 것이다. 그건 나도 미리 알 수 없는 내용이다. 그리고 시간을 특정했다가 변경이 되면 또 하나의 트집거리가 될 것이 뻔하지 않은가. 앞집1은 여섯 살 정도의 예쁜 아이가 있다. 

 

간혹 아이를 자기 옆에 두고 나이 많은 나에게 훈계하고 짜증내고 소리지르고 욕을 한다. “아이가 있으니 조금 있다 얘기하지요”라고 말해도 막무가내다. 모 항공사의 누구와 그 딸들이 오버랩 되었다. 부모는 자식의 거울인 법인데 어쩌면 ‘엄마 멋지지? 너도 사람들한테 이렇게 지랄을 하고 살아야 하는 거야!’ 라고 생각하는 건 아닐까 싶기도 했다.

 

토목공사에 한창이던 포크레인이 골목에서 움직이다 앞집1 현관 캐노피를 건드려서 한쪽이 떨어졌다. 박소장은 혹시 추가 사고로 이어질까 봐 캐노피를 완전히 떼어냈다. 앞집1은 재물손괴라며 나에게 항의했다. CCTV를 보니 박소장이 일부러 떼어냈다고 한다. 청와대 간단다. 

 

나더러 “야 이 병신아! 재수 없어! 너가 내 집 앞에 온다는 게 재수가 없어!”라며 악을 쓴다. 보통은 속으로 온갖 욕을 다해도 여간하면 입 밖으로 잘 내뱉지 못하는 법인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욕을 한다. 

 

캐노피.jpg

▲현관 캐노피가 있는 집의 모습. 기사 내용의 집과 관련 없음.

 

물론 캐노피 한쪽이 떨어졌을 때, 앞집1에게 전화라도 해서 말했어야 했겠지. 하지만 캐노피를 완전히 떼어낸 경우는 다시 이런 일이 있어도 떼어버릴 것 같다. 크지 않지만 스텐 캐노피를 불안정하게 두면 지나는 사람이 다칠 수 있지 않는가. 앞집1은 박소장을 재물손괴로 고소했다. 

 

경찰은 CCTV를 가져갔고 박소장이 캐노피를 왜 떼어냈는지 크레인이 뭘 했는지도 기록했다. 열흘 정도 후에 ‘혐의없음’이란 연락을 받았다. 나중에 통화 녹음된 욕지거리를 어찌어찌해서 앞집1의 남편이 듣게 되었고 앞집1은 동의 없이 녹음했느니 저질, 더럽다, 두고 보자고 했다. 악을 쓰며 욕을 하는 행동이 부끄러운 지는 아는가 보다. 그나마 다행스런 일면이다.

 

재미있는 건, 앞집1이 캐노피 수리를 비싼 값에 맡긴 업체에 비용을 지불하며 서로 알게 되어, 그 업체에 내 현장 창호와 금속 공사도 맡겼다는 사실이다. 금속작업 부장님의 솜씨가 좋았고 전체적인 견적이 대체로 괜찮았기 때문이었다. 앞집1 민원인 덕분에 좋은 업체를 알게 되었으니 고맙다고 해야 하나? 

 

앞집1은 비계를 해체할 즈음 현장의 진동으로 자기 집에 누수가 생겼다고 구청에 민원을 넣어 나를 호출했다. 리모델링한 집의 벽은 누수로 페인트가 들뜨고 얼룩이 있었다. 옆집처럼 앞집1도 자기 집의 내구성에 대해 불신하고 있었다. 

 

비계.jpg

▲비계가 설치된 공사현장

 

≫용어설명

비계: 건설현장에서 근로자가 지상 또는 바닥으로부터 손이 닿지 않은 높은 곳을 시공할 수 있도록 조립하여 사용하는 것. 작업발판, 작업통로를 설치하기 위함을 주목적으로 하는 가설 구조물을 의미함.

 

어차피 바람불면 훅 날아갈 것 같은 집이라면 공사비라도 덜 들게 볏단이나 유리로 집을 짓지 그랬냐. 불안할 수 있지. 그래서 안전진단도 해줬잖아. 앞집1은 2월부터 누수가 시작되었고 5월부터 옥상, 에어컨, 외벽 등을 체크 했다고 한다. 나는 누수의 원인을 먼저 파악하자고 했다. 

 

객관적 판단이 가능하도록 인터넷 검색을 통해 업체를 불렀고 누수탐지 장비를 가져온 업체에게 상황을 얘기하고 확인 과정을 촬영하여 정확한 원인을 알려달라고 부탁했다. 내가 참여하려고 했지만 업체를 믿기로 했다. 원인 파악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리모델링 하면서 전기 작업 핀이 배관을 건드렸고 실금이 생긴 틈으로 적은 양의 물이 꾸준히 샜던 것이다. 새삼스럽지도 않다. 그저 징글징글할 뿐.

 

왜 구청은 민원인이 내 탓이라고 접수하면 무조건 내 탓으로 인정하는 것일까. 옆집 동파도 그랬고 앞집1의 누수도 내 책임이 아님을 증명해야 했다. 그들이 원인을 파악해서 내 탓이라는 근거를 제시하고, 내 탓이라면 내가 금전이든 보수공사든 책임지는 게 맞는 거 아닐까?  하자의 원인을 먼저 파악하는 게 맞지 않냐고. 근데 왜 무슨 문제만 있으면 일단 내 탓부터 하냐고... 

 

화내는사진.jpg

이렇게 화내면서ㅠㅠ

 

공사하는 현장은 구청에 힘없는 약자이다. 행여 구청에서 현장에 나와 꼬투리 잡으려고 털면 걸리는 거 있지 않겠나. 준공도 구청 권한이니 공사현장은 구청이 으뜸 갑이다. 검찰이 맘만 먹으면 멀쩡한 사람 순식간에 살인자나 간첩 만드는 거 일도 아니듯 말이다. 나도 주민이고 세금도 많이 내지만 내 처지는 그렇다.

 

도로에 차량이 오래 정차하거나 짐을 둘 경우 ‘도로점용허가’라는 것을 구청에 신청하고 비용을 내면 도로점용허가증을 내준다. 그러면 골목 전봇대나 벽에 게시한다. 근데 그걸 지한테 내놓으라고 문자질을 한다. 내가 골목에 몇 군데 게시했다고 사진으로 보냈더니 불쾌하단다.

 

아니 대체 뭘 어쩌란 거지? 외부에 게시해놨잖아. 눈깔이 있으면 보라고. 내가 왜 너한테 직보를 해야 하냐고. 보내는 문자마다 소송, 불법, 피해, 객관, 적법이라는 단어들로 도배되어 있다. “그렇게 살면 천벌 받는다”는 훈계도 빼놓지 않는다.

  

누수 문제 후반부터 앞집1은 남편이 바톤을 넘겨 받았다. 남편은 스마트한 옷차림과 차분한 말투가 인상 깊었다. 하지만 천하의 악덕 건축주인 나를 만나 이성을 상실한 태도를 몇 번 보이기도 했다. 앞집1 남편은 구청에서 민원인의 개인정보를 나에게 넘겨주었다며 구청 감사실에 민원을 넣어 구청 주무관을 오롯이 자신의 추측만으로 불법행위자로 만들었다. 

 

구청 담당은 자신이 언제 민원인 정보를 알려주었냐고 내게 화를 냈다. 앞집1 남편의 말만 듣고 말이다. 다짜고짜 화부터 낸다는 건 그 남자 말을 믿는다는 건데, 영문도 모르는 난 우선 욕부터 먹고 본다. 늘 이런 식이다. 자초지종을 듣고나서 나도 설명을 했다. 사건의 경위는 이랬다. 

 

앞집1 남편이 2월쯤 구청 인터넷에 자신의 이름과 주소를 공개로 설정해서 민원을 넣었다. 나는 그것을 그 즈음 이미 봤었고 등기부에서 이름 석자를 확인한 후 앞집1의 소유주임을 파악했었다. 그러다 9월 초에 부인과 대화 도중 그 이름이 민원 넣은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다음날 앞집1 남편이 구청에서 자기가 민원 넣은걸 말해주지 않았으면 어떻게 아느냐고 따지길래 이러한 사실을 설명해주었더니 7개월 전 일을 어떻게 기억하냐며 충분한 해명이 아니라고 했다. 

 

바보.jpg

 

네 머리가 나쁘다고 세상 사람을 다 같은 수준으로 생각하지 말아 주셨으면 좋겠어요. 아니 그걸 왜 기억 못해? 뇌가 있으면 쓰라고. 2월에 보고 7월에 자료 정리하면서 노트북에 다운 받은 것을 그 자리에서 확인시켜줬지만 도무지 믿으려 하지 않았다. 

 

자신이 희망하는 진실과 다른 사실은 오염되거나 거짓이라고 믿는 거다. 이쯤 되면 이건 신앙의 영역이다. 심지어 9월에도 그가 넣은 민원은 버젓이 인터넷에 올려져 있었다. 

 

9월 하순 도로포장 공사 당시 앞집1은 도로에 인접한 창을 열어 두었고 민원을 넣었다. 기존 아스콘 깨는 소음와 냄새가 역한 공사였다. 구청에서는 소음 측정기를 가지고 나와서 창을 열고 측정을 했다. 

 

과과태료.jpg

과태료 부과. 땅땅! 

 

도로포장은 구청의 지시사항이다. 자기가 시켜놓고 시끄럽다고 과태료를 발행한다. 구청은 소음이 나지 않는 도로포장 방법을 알고 있는가? 배고프다 해서 밥 먹였더니 방귀 나온다고 화내는 꼴이다.

 

당시에는 화가 나서 준공 끝나고 행정소송까지 각오했다. 그래서 과태료를 나에게 발행하라 했더니 시공사로 할 수밖에 없단다. 두고두고 억울했다. 공사 내내 안전에 위협을 느낀다던 앞집1은 공사 후 안전진단을 실시하는 대신 현금으로 지급하고 청소비용을 지급하라고 했다.  추가로 공사 차량으로 훼손된 일층 바닥 공사를 요구했다.

 

퍼티로 크랙을 보수하고 수평몰탈 작업 후 회색 우레탄으로 도장하는 방법을 제안했지만 기존 콘크리트를 깨내고 다시 시멘트로 마감해 달라고 했다. 17년에 리모델링 했는데 공사로 채 1년도 안돼 크랙이 생겼다고 했다. 하지만 16년 당시의 로드뷰와 비교해 보니 18년의 크랙은 차이가 없었다. 앞집1 남편에게 로드뷰 사진을 보냈다. 그는 분명 바닥을 뜯어내고 공사를 했다며 불쾌해 했다. 

 

noname01.jpg

▲로드뷰 사진. 아무리 봐도 크랙은 그대로인데 곧 죽어도 깨고 다시 한 거라고 한다. 

 

그렇다면 시멘트로 작업하는 것은 1년을 못 버티니 내 방법대로 마감하자고 제안했다. 정보가 많은 시대이다. 앞집1의 리모델링 공사 모습이 17년 로드뷰에 있다. 그 로드뷰를 살펴보니 앞집1에 설치한 비계가 옆집 담을 넘어 벽에 닿아있다. 

 

혹시 앞집1이 리모델링할 때 주변에서 민원으로 고생한 건 아닐까. 고생한 시어머니가 며느리 괴롭히는 것처럼 그 때 ‘세상 사는 법’을 깨달아 나한테 고스란히 되갚는 것은 아닐까. 나로선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자신의 집이 램프의 요정 지니가 어디 무인도에서 들고 와 지금 위치에 사뿐히 내려다놓은 건물이 아니라면, 그리고 로드뷰로 확인했듯 자신도 비계가 다른 집 담을 넘고 먼지가 날리는 행태를 저질렀다면 ‘역지사지’해서 다른 이의 고충도 이해하고, 그에 걸맞는 보상과 항의와 민원을 제기해야 하는 거 아닐까. 그게 소위 ‘염치’라는 것 아닐까. 

 

하지만 끝이 아니다. 빌런의 끝판왕이 기다리고 있었다.

 

 

Profile
딴지일보 공식 계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