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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정 사상 최초로 법관에 대한 탄핵소추가 이뤄졌다. 4일, 국회에서 임성근 부산지방법원 부장판사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 찬성 179표, 반대 102표, 기권 3표, 무효 4표였다. 1일, 임 부장판사의 탄핵소추안의 발의된 지 나흘 만이다.

 

임 부장판사는 무슨 짓을 했나?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의결되자마자, 임 부장판사의 탄핵을 추진했던 더불어민주당 이탄희, 박주민 의원 등은 이날 바로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소추의결서를 접수했다. 헌재는 이를 받아들여 전원재판부 심리에 들어갔다. 이에 김명수 대법원장은 퇴근길에 “심려 끼쳐 죄송하다"라며 공개 사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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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부장판사의 탄핵소추 사유는 사법농단 사태에 연루된 혐의다. 2015년으로 돌아가 보자.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행적’에 대해 가토 다쓰야 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이 기사를 썼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수석부장판사였던 임성근은 이 기사로 가토가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재판에서 임종헌 당시 법원행정처장과 공모,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가 드러나 권리남용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당시 분위기를 알 수 있는 관련 기사: 대통령의 7시간을 말하지 마라: 가토 전 지국장 무죄 뒷 이야기).

 

말이 ‘부당 개입’이지 ‘부당 거래’ 수준의 사건이었다. 재판 담당 판사에게 결론을 내고 판결문을 받아쓰라는 둥 거의 빨간펜 수준의 첨삭지도를 한 사실이 드러났다(국제적 망신이었다...). 

 

이에 국회는 임 부장판사가

 

“지방법원 형사수석부장판사의 지위를 이용, 특정 사건이 재판 내용이나 결과를 유도하고, 재판의 절차 진행에 간섭하는 재판관여행위를 함으로써, 사법권을 법원에 부여하고 법원을 구성하는 법관이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할 것을 기대한 주권자의 의사에 반하여 재판이 이뤄지게 하였다”

 

면서 헌법상 국민주권주의(헌법 제1조), 직업공무원제도(헌법 제7조), 적법절차원칙(헌법 제12조), 법원의 사법권 행사(헌법 제101조), 법관의 독립(헌법 제103조)을 위반했다고 보았다.

 

아, 물론 이뿐만이 아니다. 쌍용차 집회 관련 민변 변호사들에 대한 체포치상 사건 재판 판결문도 여지없이 임 부장판사의 빨간펜 첨삭지도가 있었기에 위반 건은 더욱 많아진다. 

 

 

그간, 판사들의 즈그들끼리 무죄파티가 있었다  

 

여기서 잠깐, 2018년 재판을 거래 대상으로 삼은 소위 사법농단 사태의 주범들 처리 과정과 결과를 다시 상기해보자. 당시에도 법관 탄핵에 관한 논란이 있었다. 김명수 대법원장의 지시로 자체진상조사단을 꾸리고 비위 혐의가 짙은 일부 법관들은 개별적으로 형사기소 돼 재판 중에 있거나, 일부는 1,2심에서 무죄를 받았다. 사법농단의 최정점인 양승태 전 대법원장만 2019년 1월 24일 구속 기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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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대법원장의 지시로 구성된 자체 진상조사단 조사 결과, 대법원의 징계위원회에 넘겨진 사법농단 연루 판사 13명 중 2명은 정직 6개월, 1명은 정직 3개월의 징계처분을 받았고, 4명은 감봉, 1명은 견책 처분을 받았다. 나머지 5명 중 2명은 불문(판단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3명은 무혐의가 의결되었다.

 

형사고발돼 재판을 받고 있는 양승태, 박병대, 임종헌 등 몇몇을 제외하고는 거의 솜방망이에 가까운 징계처분이다. 그나마도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구속 기소된 것만 제외하고는,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고자 개개의 재판을 거래 대상으로 삼은 사법농단 주범들 모두 면죄부를 받으며, 검찰 버금가는 판사들의 제 식구 감싸기를 시전하는 중이라 평할 수 있겠다. 

 

유해용 전 재판연구관은 4일, 2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고 임 전 부장판사는 이미 지난해 2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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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관 탄핵은 어떻게 하나? 

 

법관 탄핵소추는 대통령과 마찬가지다. 헌법 제65조와 헌법재판소법 제48조에 따라 대통령을 비롯한 고위 공직자가 직무 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했음을 이유로 의결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이 소추위원이 되어(헌법재판소법 제49조 제1항), 헌법재판소에 소추의결서 정본을 제출함으로써 청구하는 것이 탄핵심판이다(동조 제2항).

 

대통령 등 고위공직자 탄핵소추사유는 다음과 같다. 

 

① 피소추자 본인의 행위여야 하고

② 직무집행에 관련된 행위여야 하며

③ 헌법이나 법률에 위배된 행위여야 한다. 여기서 헌법이나 법률의 위배에는 단순히 헌법이나 법률의 해석을 그르친 행위, 그릇된 정책결정행위, 정치적 무능력으로 야기되는 행위 등은 포함되지 않지만, 위헌이나 위법 행위가 반드시 고의나 과실에 의해 발생한 경우뿐 아니라 법의 무지에 의한 경우

 

여기에 적용해 보면 임 부장판사의 경우는 본인이 판결문의 첨삭지도를 해 사법농단을 저질렀고, 판사로서 자신의 직무집행에 관련한 행위였으며, 고의에 의한 헌법이나 법률에 위배된 행위로, 충분히 탄핵사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직권남용 혐의 등으로 기소된 임 부장판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던 1심 법원도 판결 이유에서

 

“이 사건 각 재판 관여행위는 피고인의 지위 내지 개인적 친분관계를 이용해 법관의 독립을 침해하는 위헌적 행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면서 위헌성을 지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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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관을 탄핵 하는 나라는? 

 

법치주의, 입헌 민주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현대 국가체제에서는 각 나라마다 탄핵 대상의 범위에 대한 다양한 입법례가 있지만, 일정 범위의 법관은 공통적으로 탄핵 대상에 속한다.

 

영미법계로 대표되는 영국, 미국은 탄핵제도를 두고 있고, 캐나다는 최고 파면부터 단계별로 징계제도를 두고 있다. 대륙법계에 속하는 독일, 한국, 프랑스, 오스트리아, 스위스, 일본, 중국에도 법관에 대한 탄핵에 대한 근거를 헌법에 규정하고 있다.

 

미국은 ‘대통령, 부통령 및 모든 미국의 공무원’이라고 포괄적으로 규정해 법관을 탄핵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미국 헌법 제1절 제2조 제5항, 제3조 제6항 등). 연방 차원에서 이뤄진 19번의 탄핵 중 2건만 대통령 탄핵이었고, 15건은 연방 법관에 대한 탄핵이었다. 그중 8명이 탄핵 결정으로 파면됐다.

 

대륙법계의 선구자인 독일도 탄핵제도가 있다(기본법 제97, 98조). 과거 나치 시절, 나치 정권에 영합한 법원의 과오를 다시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사법권에 대한 의회 통제를 확보하는 차원에서 법관 탄핵 제도가 도입된 것이다. 참고로 제도를 두었지만 아직까지 독일에서는 법관이 탄핵당한 사례가 없다.

 

일본은 법관에 대한 탄핵제도만 두고 있다(일본국헌법 제15조 제1항, 제49조, 제64조, 제78조, 제79조 제2항, 제3항). 1947년 재판관 탄핵 재판소를 설치한 이래 여러 차례 파면 판결을 받은 사건이 있었는데, 주 탄핵 사유는 조정 신청 사건에서 신청인으로부터 음주, 향응을 접대받고 투서가 들어오자, 피신청인(접대받은 법관)이 이를 막기 위해 조정위원인 친척에게 청주를 주고 선처를 부탁했다든가, 호텔 등에서 3명의 아동과 매춘해서 걸렸다든가, 법관 자신이 맡은 파산 사건 관계인으로부터 골프클럽 2채, 골프도구 1세트, 양복 등의 뇌물을 받은 것이다.

 

이 밖에도 스위스, 프랑스, 오스트리아 등이 헌법에 법관을 따로 탄핵하는 규정과 절차를 두던가, 법관을 고위공직자에 포함시켜 탄핵을 규정하고 있다. 그 탄핵소추 의결과 결정은 각기 다른 방식과 주체에 의하지만 대체로 민주적 정당성이 강한 국회를 한 번은 거치게 해, 국회에 의한 통제 수단을 두고 있다.

 

한국 최초의 탄핵과 그간의 역사 

 

한국에서 근대적인 의미의 고위공직자에 대한 탄핵제도의 시작은 1919년 9월 11일 제정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임시헌법에서부터라 할 수 있다. 임시 대통령의 위법 또는 범죄행위가 있을 때 임시의정원은 총원 5분의 4 이상 출석, 출석원 4분의 3 이상의 가결로 임시 대통령을 탄핵할 수 있었다. 임시정부에서 실제로 대통령 탄핵이 있었는데, 그 대상이 바로 이승만 전 대통령이었다. 우리나라 최초의 대통령 탄핵 사례다.

 

그동안 우리 헌정사에서 고위공직자에 대한 탄핵이 발의된 것은 총 10건이다. 1985년 유태홍 전 대법원장이 법관 인사권을 남용했다는 이유로 야당이 탄핵소추를 발의한 이래, 1994년 김도언 전 검찰총장, 1999년 4월과 5월 김태정 전 검찰총장, 2001년 박순용 전 검찰총장과 신승남 전 대검차장에 대한 탄핵소추 안건 등이 발의된 일이 있으나 모두 국회에서 부결되거나 안건 폐기되었다. 국회에서 탄핵이 발의된 건들 중에서 본회의 의결로 탄핵소추가 성공한 것은 2004년 노 대통령과 2016년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의결 2건뿐이다.

 

법관 탄핵은 단 두 건이었다. 유태홍 전 대법원장과 신영철 대법관이다.

 

유 대법원장은 법관인사제도에 관한 비판적 의견을 기고한 판사를 무리하게 전보조치하거나 정권의 의사에 반하는 판결을 한 판사들에 대해 불리한 전보조치를 하는 식으로 인사권을 남용해 사법권의 독립을 침해하였다는 사유로, 1985년 10월, 야당 의원 102명의 발의로 탄핵소추안이 국회에 제출됐지만 국회 표결에서 부결돼 탄핵을 면하고 다음 해 대법원장 임기를 마쳤다.

 

신 대법관은 서울중앙지방법장으로 근무하던 2008년, 촛불집회 관련 시국사건을 특정 재판부에 ‘몰아주기 배당’ 하고, 이메일이나 전화로 담당 법관들의 재판에 개입, 대법원장의 의사를 간접적으로 전하거나 담당 법관들에게 압력을 행사해 2009년 11월 야당 의원 105명의 발의로 탄핵소추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다만 현실은 절망적이다. 당시 여당이었던 한나라당의 반대로 국회법상 처리 시한을 넘겨 폐기됐고, 결국 신 대법관도 2015년 임기를 다 마치고 퇴임했다.

 

최초 탄핵소추 판사, 임성근은 어떻게 되나? 

 

국회에서 헌정 사상 최초로 탄핵소추된 임성근 부장판사의 운명은 어떻게 되는 걸까.

 

국회에서 탄핵소추의결서가 가결된 시간 이후부터 헌법재판소의 최종 결정이 내려질 때까지 직무 집행이 정지된다. 때문에 이 직무 집행 정지 기간 중에 행해진 피소추인의 직무행위는 위헌‧무효다. 따라서 임 부장판사가 아무리 열심히 재판을 하고, 판사로써 소명을 다한다 해도 말짱 도루묵이라는 소리다.

 

또 소추의결서가 헌법재판소에 도달된 순간부터 임 부장판사는 사직할 수 없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그의 사직원을 접수하거나 해임해서도 안된다(국회법 제134조 제2항). 이것은 스스로 사임이나 해임을 통해 탄핵을 피하려는 꼼수를 미연에 방지해 탄핵을 무력화하기 위한 그 시도를 무력화한 것이다.

 

최종적으로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소추를 인용해 임 부장판사에 대한 파면 결정을 내리면 그대로 집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향후 5년 동안 공직 취임이 금지되고, 법관으로 퇴임했을 때 주어지는 특권 등이 박탈당한다. 반대로 헌법재판소가 탄핵소추를 기각 결정해버리면 임 부장판사는 직무에 복귀한다.

 

그런데 어디서 문제가 꼬이는 걸까? 

 

임 부장판사의 본래 임기는 이달 말까지다. 헌법재판소 결정이 임 부장판사의 임기 전에 이뤄지면 단 며칠 남은 임기를 못 마치고 파면당하는 것이지만,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임기 후에 결정되는 것에 쉽지 않은 문제가 있다. 이미 징계혐의자에게 직을 박탈하는 탄핵 여부를 결정하는 게 소송 목적에 별 의미가 없으므로 각하해야 하는지, 그럼에도 헌법재판소는 본안 판단에 들어가 결정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도 같은 우려가 있었다. 그런데 당시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3개월 만에 내려지면서 일단락되었지만, 이번 임 부장판사의 경우는 임기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아 문제가 현실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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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헌법학자들은 대체적으로 “헌법재판소가 본안 판단을 해야 한다"라고 보는 입장이다.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한상희 교수는 “법관 탄핵은 대통령 탄핵과 다르기에 빠르게 헌법재판소에서 결정을 내릴 수 있다"라는 입장이다.

 

“검찰총장 징계도 이틀 만에 했다. 일개 판사 정도는 그렇다. 이번 법관 탄핵의 경우는 징계 절차를 법원에서 하지 못하고 헌재가 하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만약에 임기 만료된 이후에는 헌재가 새롭게 해석을 해야 된다. 법에 별다른 규정이 없으니까, 탄핵심판 중에는 면직되지 않는다. 심판을 계속해도 된다고 해석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각하 결정을 해야 하는데, 그 경우라도 결정문에 ‘이 행위가 헌법에 위반해서 파면해야 마땅하지만 임기 종료 등 현실적인 소의 이익이 없어 각하결정을 한다’고 명시해야 한다. 사법 농단에 사태에 대한 헌법적 해석을 명확히 해야 한다.”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이종수 교수는 “(임 부장판사의 임기가 종료돼) 더 이상 현직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꼭 소의 이익이 없다고 볼 수도 없다"라고 봤다.

 

“소의 이익 부분도 조금 더 확장해 보면 파면이 피소추인에게 더 이상 해당 공직을 맡기지 않는 법적 효과도 있지만, 우리 현행법상 파면에 따르는 법적 불이익으로 5년 동안 공직 취임이 금지된다. 그러니까 당사자가 현직 법관에서 물러났다 하더라도, 5년 동안 공직 취임 제한이라는 부수적인 법적 효과가 남아 있기 때문에 결코 소의 이익이 없다 할 수도 없다.”

 

임 부장판사의 경우 1심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했지만 헌법위반을 확인했기 때문에 헌법 위반 부분은 탄핵심판에서 충분히 판단할 수 있다는 견해도 다수 개진되었다. 그렇다면 헌법재판소 본안 판단에서 또 쟁점이 될 부분은 무엇인지, 과연 탄핵소추 결정이 내려질 가능성은 얼마나 되는지도 알아볼 필요가 있다.

 

이에 대해서도 헌법학자들은 대체적으로 임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인용 결정이 내려질 정도의 ‘중대한 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의 정태호 교수는 헌법재판소 본안 판단의 쟁점은 “그간 언론을 통해 보도된 내용과 사유만 보더라도 (임 부장판사가) 대신 (판결문을) 쓰고, 강요하고, 불러 주고 대신 쓰라고 하고, 담당 판사를 허수아비로 만든 것인데, 헌법위반, 법관의 독립성 침해가 자명한 것”이라고 보았다.

 

“법관 탄핵은 대통령 탄핵만큼 엄격하게 보진 않지만, 그만큼 엄격한 기준에 따르더라도 (임 부장판사는) 중대한 헌법 위반을 했다고 봐야 한다. 애들 장난도 아니고. 법관은 오로지 헌법과 법률 그리고 양심에 따라서 재판한다고 돼 있다. 법원행정처에 앉아 있으면서 인사권을 무기로 재판에 개입해 버리면 헌법 제103조는 공중에 떠버린다.”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한상희 교수는 “외국 같은 경우는 골프 클럽 선물 받고, 열차에서 여성 불법 촬영해서 탄핵이 됐는데, 임성근 판사 같은 경우는 다른 사람 재판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훨씬 더 심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외국에서 탄핵된 것은 단순한 개인적인 비리지만, 임성근 판사는 법관의 독립이나 재판의 독립 침해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라는 헌법의 가장 기본적인 틀을 부정해버린 것이다. 사실관계만 어느 정도 확정하면 파면 결정하는 데 큰 문제가 없다.”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의 이종수 교수는 “제도로서 따로 법관 탄핵이라는 제도가 있다고 한다면 바로 이런 경우를 예상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에 대한 헌법재판소 결정과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 결정에 비춰, 판사의 행위와 관련해서 생각해 볼 때 두 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다. 법왜곡죄처럼 판사가 스스로 법을 왜곡해서 그릇된 판결을 내리는 경우가 있을 수 있고, 두 번째는 이번 (임 부장판사의) 경우처럼 후배 판사나 동료 판사에게 부당하게 압력을 넣어서 재판 개입 또는 법관의 독립성을 침해할 수도 있는 경우다. 법관 탄핵을 이야기할 때 법관이 형사소추 당해서 실형이 확정되면 당연히 법관직에서 물러나는 것이다. 이와 별도로 법관 탄핵이라는 제도가 있다면 그 의미가 전형적으로 이런 사안들에 해당하는 거 아닌가.”

 

최초 법관 탄핵소추의 의미

 

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의 정태호 교수는 이번 최초의 법관 탄핵소추 의결에 대해 이렇게 평했다.

 

“이번 임 부장판사의 탄핵 건은 법관의 대외적 독립과 관련해서, 법원 구성원 또는 국민들에게 새롭게 생각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대통령도 탄핵시킨 나라에서 법관의 탄핵은 그리 놀랄 만한 사건은 아니다. 그럼에도 그동안 법관 탄핵이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법관이 자의적인 재판을 해놓고, 법관의 독립 뒤로 숨어 버렸기 때문이다. 법관의 독립성만큼 중요한 게 공정성이다. 법관의 독립이라는 것이 공정한 재판을 위한 수단이지 그 자의적인 재판을 위한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이건 하나의 작은 출발점이고 앞으로는 헌법과 법관을 무시하는 자의적인 재판을 하는 법관들도 탄핵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걸 알려준 사건이다.

 

그동안 법관의 독립성이 알게 모르게 침해되어 왔다는 것, 그것도 아주 심대하게 침해되어왔고, 법관이 법에 따라서만 재판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고 볼 수 있다. 그것이 검찰 수사를 통해서 백일하게 드러났음에도 법원이 단죄를 못하고 결국은 정치적으로 단죄를 하게 된 것이다.

 

또 이번 임 부장판사 탄핵 건은 이른바 법원행정처 법관이 다른 법관의 독립성을 침해해서 정치적 제재를 받은 첫 케이스지만 동시에 우리가 시민사회가 주목해야 되는 것은 법관들이 전관예우라든가 이런 등등 정치적 이유 때문에 자의적인 재판을 할 경우에도 탄핵을 받을 수도 있다는 그런 교훈을 이 사건에서 배워야 된다. 지금은 오로지 하나 다른 법관에 의한 법관의 독립성 침해만 부각이 되고 있다.”

 

정태호 교수의 말대로 한국은 최고 권력자라도 잘못하면 시민들이 날려버릴 수 있는 나라다. 그게 민주주의다. 대통령도 잘못하면 날아가는데 법관은 아무리 큰 잘못을 해도 모조리 피해온 이 역사, 매우 이상하다.  

 

시험 한 번 잘쳤다고 법을 어겨도 되고, 그럼에도 평생 밥그릇 지킬 수 있고, 무슨 잘못을 해도 '우리'만은 끄떡없을 거라는 그 인식, 이제 바꿔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