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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인도네시아와 한국의 방위산업은 끈끈했다. 한국산 잠수함이 인도네시아로 넘어갔다. 2011년 인도네시아는 대우조선해양과 1천400톤급 잠수함 3척을 건조하는 1조3천억 짜리 계약을 했다. 1, 2번 함은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서 인도했고, 3번 함은 한국에서 만든 본체를 인도네시아 자밤섬 수라바야의 PAL 조선소로 가져와 조립하는 방식이었다. 

 

1차 사업이 무사히 마치고 나서 인도네시아는 추가로 3척을 더 주문했다. 이번에도 대우는 인도네시아 PAL조선소와 3척을 공동건조해서 2026년까지 인도할 계획이었다.

 

생각해 보면, 인도네시아와 한국의 방위산업 교류는 꽤 끈끈했다. 미래를 위한 전략병기였던 잠수함과 전투기 사업을 동시에 진행하지 않았던가? 

 

2020년 10월까지만 해도 별 잡음 없이 진행되는 듯 했다. 1조1천억 대의 이 계약은 잘 진행됐고, 인도네시아 정부는 정책 융자 절차를 마쳤고, 신용장만 나오면 계약금을 한국으로 보낼 수 있었다. 이 사업은 전체 사업비의 15%인 1천600억원이 입금되면 계약이 발효되고 우리나라는 잠수함을 건조할 예정이었는데, 계약금이 날아오지 않은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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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2월, 프라보워 수비안토 국방장관과 정경두 (전) 국방부 장관

 

인도네시아가 돈이 없어서 그런 건 아니다. 2020년 10월 야당 대선 후보였던 프라보워 수비안토 신임 국방장관이 무기 도입 다각화를 검토하라고 지시하라는 말이 나온 거였다. 

 

(단순히 국방장관이 바뀌어서 인도네시아가 한국산 무기를 거부했다고 보기엔 어렵다. 이미 그 이전에 KFX때부터 인도네시아와는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인도네시아와 한국은 같이 KFX를 만들기로 했다. 당시 인도네시아는 시제기 1대와 기술 자료를 이전받고 48대를 현지 생산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가지고 한국의 전투기 개발에 같이 뛰어들기로 했다. 

 

“중국이 저렇게 설치는데, 저걸 막아내려면 바다에선 잠수함으로 하늘에선 전투기로 상대해야 한다. 이 참에 우리도 잠수함도 건조하고 전투기도 만들자!”

 

무기를 들여오는 게 아니라 만들자는 거였고, 그 카운트 파트너로 한국이 된 거였다. 이렇게 같이 생산하려면 돈을 같이 넣어야 했다. 처음엔 인도네시아도 잘 했다. 

 

2016년에는 분담금 500억 원을 전부 납부했다. 순조로운 출발이었다. 그러다가 2017년에는 1841억 원 중 452억 원만 냈다. 그 다음해인 2018년에는 987억 원 전액을 미납했다. 이때까지 인도네시아는, 

 

“살림살이가 힘들어서... 우선 먹고 살아야 하지 않냐?”

 

라면서 변명을 했다. 우리도 그걸 어느 정도 이해해줬다. 몇 번 독촉하니까 2019년에는 1320억을 납부했다(2019년 분담금이 1907억인데...587억을 미납한 거다) 그리고 2020년 분담금 2081억은 또 미납을 했다. 

 

인도네시아가 내야 할 분담금 총액은 1조7338억이다. 2021년부터 내야 할 돈만 9천억이 넘어간다. 그런데, 2020년까지 미납 된 금액만 6044억이다. 

 

이건 경제위기 문제도 아니고(이건 핑계고), 정치적인 문제도 아니다(국방부 장관의 개인적 성향 문제도 아니다) 이미 그 이전부터 인도네시아 내부에서 KFX에 대해 부정적 기류가 있었고, 그 대안으로 프랑스가 치고 나오기 시작 한 거다. 

 

이건 생각을 좀 해봐야 하는 게 프라보워가 국방부 장관이 되자마자 미국, 오스트리아, 프랑스를 연달아 방문하면서 무기 구매의사를 타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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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팔(Rafale)

 

프랑스의 라팔과 미국의 F-15EX를 구매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특히 라팔은 프라보워가 취임 직후부터 구매설이 계속 흘러나오던 기체이다. 여기서 잘 생각해 봐야 하는 게, 이 기체들의 구매대수다 F-15EX의 경우는 6대, 라팔의 경우는 36대를 구매할 계획이란 말들이 흘러나오고 있다. 앞에 언급한 KFX 구매대수와 비교해 보기 바란다. 

 

만약 별개의 기체라면 이야기는 달라지겠지만, 현실적으로 KFX가 만들어낼 수 있는 최대치가 프랑스의 라팔 정도의 성능일 거다(개인적인 의견이지만, 라팔 정도의 성능만 나와도 대성공이라 생각한다. 4.5세대 전투기 중 라팔은 준수하게 뽑혀져 나온 편이다). KFX의 현실적 목표라 할 수 있는 라팔을 사겠다는 거다. 이게 가지는 정치적 함의를 우린 생각해 봐야 한다.

 

“라팔만큼의 성능이 나올지 의문인 KFX에 돈을 묻는 것과 아예 라팔을 사들여오는 것. 그 양자 사이의 간극”

 

인도네시아의 행태가 괘씸해 보이고, 그들의 정치사정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속내 때문인지 모를 ‘이유’를 가지고 고민하기 전에 우선 돌아봐야 할 게, 

 

“KFX가 과연 매력적인가?”

 

란 질문을 우리 스스로에게 던져봐야 한다.

 

(인도네시아가 레버리지로 그들을 활용하는 것인지, 아니면 KFX에 마음이 떠났는지는 중요치 않다고 본다. 일부에선 오히려 잘 됐다. 이참에 우리 스스로 기술 확보해서 인도네시아에 주지 않고, 우리끼리 잘해보자는 말부터 시작해 국뽕 가득한 꽃그림들을 그리는 데, 이건 감정적으로 접근할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외부에서 보기에 KFX가 매력적이지 않다면, 그 이유를 찾고 문제점을 개선해야 한다. 이걸 우리나라만 사용하고 말 전투기라면 그나마 상관이 덜 하겠지만, 이건 외부 수출을 염두에 둘 수밖에 없는 전투기다. 즉 외부에 보여지는 모습을 생각 안할래야 안할 수가 없다)

 

 

KFX는 4.5세대급을 목표로 만들고 있다

 

개인적으로 판단하기에 KFX의 현실적 목표는 라팔급이다. 중형 쌍발 전투기에 4.5세대급으로 보여줄 수 있는 퍼포먼스에서 라팔 정도면... 그런데 이게 정말 우리의 ‘현실적 목표’인가에 대해서는 생각해 봐야 한다. 아무리 판단해 봐도 라팔급 기체가 나올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몇 번이나 강조하지만, 라팔 정도만 나와도 대성공이다.)

 

세대별 전투기.JPG

 

여기서 생각해 봐야 하는 게 전투기 세대 구분이다. 간단히 설명해 보자면, 

 

1세대 전투기는 1950년대 한반도 하늘에서 싸웠던 세이버와 미그 15를 생각하면 된다. 대부분 레이더도 없고, 아음속의 속도에서 기관총을 쏘던 전투기들이다. 

 

2세대 전투기는 1950년대 중반 이후 소위 말하는 센추리 시리즈(Century Series : 1950년대부터 60년대까지 미 공군 전투기 식별번호 중 100번대의 기종을 의미한다. 농담 삼아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기체가 나온다고 하던 시절)가 한참 찍혀져 나오던 시절인데, 초음속 시대가 열리면서 항공역학 적으로 엄청난 발전이 있었다. 여기에 더해 레이더와 미사일이 기본옵션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3세대 전투기는 1960년대에 개발된 전투기로 우리에게 익숙한 F-4팬텀을 생각하면 된다. 이때부터 항공 전자공학이 본격적으로 도입되고, 전자전이 시작됐다. 

 

4세대 전투기는 1970년대에서 80년대까지 개발된 전투기들은 이때부터 컴퓨터가 본격적으로 도입되고, AESA나 IRST같은 게 장착되기 시작하고, 항공 전자 장비(Avionics)들이 컴퓨터의 발달로 이전세대와는 차원이 다를 정도로 발전하게 된다. 

 

5세대 전투기의 가장 큰 특징은 역시나 스텔스다. 5세대 전투기라 하면, 기본적으로 스텔스 성능을 기반으로 움직인다고 생각하면 된다. 

 

애초 KFX는 5세대 전투기 개발을 타전하다가 목표치를 하향 조정하게 됐다(상식적으로 한국이 지금 당장 스텔스 전투기를 개발한다는 건 무리한 목표설정이다).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그것도 아주 낙관적으로 바라본다면) 목표치는 4.5세대급 전투기를 개발한다는 정도다.

 

여기서 나오는 게 4.5세대급 전투기의 정의다. 명칭부터에서 느낌이 온다. 4세대와 5세대 사이의 전투기를 의미한다. 스텔스 성능은 획득하지 않았지만, 기존의 4세대보다는 나은 전투기라 생각하면 이해가 빠를 거다(설명을 하려면 복잡하긴 하다). 

 

대표적인 기종으로 유로파이터 타이푼이나 라팔 등이 있고, F-16의 최신 개량형이나 F-15E급도 여기에 포함된다(4세대 전투기들은 지속적인 업그레이드. 특히나 항전장비의 업그레이드로 그 성능을 계속 향상시키고 있다. 기체의 생산연도로 노후화를 말할 수 있겠지만, 껍데기는 똑같은 F-16이지만, F-16A와 F-16V형의 실력은 하늘과 땅차이 정도로 엄청난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KFX는 4.5세대급을 목표로 만들고 있다. Block 1은 4.5세대로 보면 되는데, 일부 매체에서는 Block 2부터 스텔스 성능을 위해 매립형 무장을 장착한다면서 5세대라 말하고, 아예 Block 3는 스텔스 전투기라 선언하는 모습인데, 우선 Block 1의 모습은 형상 자체부터가 4.5세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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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16A (Block 1 기종)

 

5세대의 가장 큰 특징이 스텔스인데, 레이더에 대한 저피탐성을 확보하기 위해선 내부 무장창이 있어야 하는데, Block 1은 반매립형이다. 현재 단계에서 이런 세대 구분이 의미가 있을까하는 생각이 먼저 든다. 

 

어쨌든 지금 단계에서 KFX는 그 계획만 보면, 

 

“우리는 4.5세대급 전투기를 만들거다!”

 

라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인도네시아는 여기에 동의해 돈을 태웠다가, 갑자기 생각이 달라졌는지 프랑스의 완성된 4.5세대급 전투기 라팔을 사겠다고 간을 보는 중 인거다(진짜 살지 안살지는 두고봐야겠지만). 

 

인도네시아 입장에서는 같은 4.5세대급을 살 거라면, 

 

개발이 됐고, 실전 테스트도 끝났고, 검증된 라팔  

 

VS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데다 그 메이커가 한 번도 이런 급의 전투기를 만들어 보지 못한 상황의 4.5세대급 전투기 KFX

 

를 눈앞에 놓고 선택하는 입장인 거다(기술이전이나 자국 항공산업 육성 등등의 문제는 논외로 친다면 말이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