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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에는 한미정상회담이라는 거대한 떡밥이 있었다. 큰 장이 서는 결정적인 국면엔 명품과 쭉정이의 진면목이 더욱 잘 드러나는 법이다. 살펴보자.

 

조선일보가 1등 폐지 제작사답게 가장 큰 활약을 펼쳤다.

 

 

<조선일보> 주희연 기자 (2021.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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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국어사전에 따르면 ‘~지만’은 ‘어떤 사실이나 내용을 시인하면서 그에 반대되는 내용을 말하거나 조건을 붙여 말할 때' 쓰는 연결 어미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뽀인트는 ‘반대되는 내용’이다.

 

세계적인 감염병 창궐로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마스크를 쓰고 산다. 이런 엄중한 상황에서 세계의 정상 중 누군가 하고만 특별히 서로 마스크를 벗었다는 건 누가 봐도 긍정적인 늬앙스다. 헌데 ‘~지만’이라는 연결어미를 사용해 뒤에 반대되는 내용, 즉 부정적 늬앙스를 붙였다. 문장의 구조가 “A(긍정적 내용)지만 B(부정적 내용)”인 것이다. 따라서 조선일보 종업원 희연이가 생각한 부정적 늬앙스는 ‘햄버거 오찬이 없었다’는 것이다.

 

여기엔 하나의 맥락이 있다. 도대체 ‘햄버거 오찬’이 뭐냐는 거다. 그게 뭐길래 경제력 10위, 군사력 6위의 국가 대통령이 ‘햄버거’를 얻어먹지 못하는 괄시와 푸대접을 받았느냐는 말이다. 

 

지난 4월 16일, 일본 스가 총리와 미국 바이든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가졌다. 두 정상은 첫만남에서 햄버거를 앞에 두고 20분 간 오찬을 가졌다. 그리고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은 ‘크랩 케이크’를 대접받았다. 의전으로 시작해 의전으로 끝나는 정상회담 특성 상 어떤 음식을 몇 시간에 거쳐 먹는지 또한 비교가 되고 초미의 관심사가 되는 건 당연하다. 그리고 결과는 ‘햄버거 VS. 크랩 케이크’로 끝난다.

 

난 ‘크랩 케이크’가 뭔지도 모르고 먹어본 적도 없다. 당연히 어떤 문화적 맥락이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짐작컨대 4딸라면 사먹을 수 있는 햄버거 보단 귀한 음식으로 보인다.

 

그런데 희연이의 머릿속엔 나와 다른 상식이 들어 있는 것 같다. 크랩 케이크 따위보단 햄버거가 훨씬 더 좋은 먹거리라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문재인에 관해서라면 눈에 불을 켜고 어떻게든 부정적인 껀수를 찾아내야 한다는 조선일보 종업원 특유의 ‘강박’이 빚어낸 참사라고 보는 게 더 상식에 부합하지 않을까.

 

평소 조선일보 논조로 짐작컨대, 조선일보 입장에서 문 대통령은 스가 총리보다 못한 대접을 받아야만 했을 게다. 스가는 햄버거를 대접받았으니 문재인은 강아지용 습식 캔 사료를 받았어야만 했다. 하지만 백악관은 조선일보의 소망을 배신했다. 평소 해물을 즐긴다는 문 대통령에게 ‘크랩 케이크’를 대접했다.

 

하지만 희연이는 파블로프의 개마냥 반사적으로 크랩 케이크에서 ‘부정적인 늬앙스’를 느끼고야 만다. 그래서 나온 기사 타이틀이 바로 “文, 마스크는 벗었지만 ‘햄버거 오찬’은 없었다”다.

 

허나 안타깝게도 이 기사 타이틀을 보는 한국인들은 바보가 아니다. 문장의 늬앙스가 말이 안됨을 느껴야 정상이다. 자연스레 손꾸락질이 이어졌을 게다. 아차 싶었던지, 한 시간 뒤 기사 타이틀을 “文, 바이든과 햄버거 대신 ‘크랩케이크’ 먹었다”로 바꾼다. 머리가 나쁘면 같은 일을 두 번 하는 법이다. 누굴 탓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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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희연이는 기사 문장을 “방미(訪美)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21일(현지 시각)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햄버거 오찬’ 대신 ‘크랩케이크 오찬’을 했다”로 시작한다.

 

“대신”? 누가 보면 미국 대통령과의 오찬은 ‘햄버거’가 국룰인 줄 알겠다. 어디 미국 헌법에라도 박혀 있냐? 왜 햄버거가 상식적인 기준이어야 하나. 온통 ‘강아지용 캔 사료였어야 했는데’라는 안타까움과 비통함만이 머리에 들어차 있다 보니 기사를 쓸 때도 무의식적으로 이런 문장을 쓴 것 아니겠는가. 이건 명백히 산업재해다. 희연이는 진단서 끊어서 사측에 산재 신청을 해야 맞다.

 

 

 

<조선일보> 이민석 워싱턴 특파원 (2021.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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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애는 희연이 뿐이 아니다. 하지만 민석이는 회사가 비싼 돈 들여 워싱턴에서 숙식을 해결시켜 주니 딱히 할 말은 없을 거다. 아니, 오히려 자발적인 환자에 가깝지 않을까 싶다.

 

“논란”을 의식했는지 이 또한 기사 타이틀이 “바이든 “미군 접촉 한국군 55만명에 백신 지원”이라는 담백한 문장으로 바뀐다. 인터넷이 좋긴 좋다. 기사 타이틀은 물론 기사 내용도 손바닥 뒤집듯 휘떡휘떡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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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애초의 기사 타이틀에 딱히 논평이 필요한가 싶은 수준이지만 그래도 몇 마디 덧대면, 독자제위 주변에 행여나 저런 심보를 가진 새끼들이 있다면 최대한 빨리 손절하는 게 답이다. 배가 고프다길래 크랩 케이크를 사줬더니 햄버거 대신 크랩 케이크 따위만 사줬다고 지랄할 배은망덕한 영혼이다.

 

사실 대한민국이라는 울타리 안에서만 생각하면-그조차도 재래언론들이 뿌려놓은 똥탕 덕분이지만-백신이 모자라 큰일이라는 착시에 빠질 수 있다. 하지만 정부는 백신 도입 시작 전부터 전국민 접종 스케쥴을 공표했으며 그 스케쥴대로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다. 백신의 도입 물량 또한 넉넉히 확보해놨다고 골백번도 더 얘기했음이다.

 

그런데 미국의 자국우선주의로 인해 전세계적으로 백신 공급에 애로사항이 발생했다. 죽어나는 건 개발도상국 등 못 사는 후진국들이다. 여기에 우리나라의 하루 확진자는 500-600명 선으로, 다른 나라들에 비해 적은 편이다. 바로 옆 일본만 보더라도 5월 7일 하루 확진자가 6천 명대에 당일 사망자 수는 148명이었다. 요즘도 하루 평균 2천-4천 명 대의 확진자를 쏟아내고 있다. 도쿄는 올림픽이 코 앞인데 긴급비상사태 선포하고 난리다.

 

그러나 저렴한 폐지 제작사답게 종업원 민석이는 에궤궤궤... 꼴랑 군인 55만 명 뿐이라며 혀를 찬다. 그 저열하고 조촐한 그릇과 됨됨이에 처연함마저 느끼게 된다.

 

미국 입장에서도 글로벌 리더이자 입만 열면 인권을 외치는 패권국가로서 백신을 뿌리려면 곡소리가 하늘을 찌르는 가난한 나라에 먼저 뿌리는 게 맞다. 알아서 방역 잘하는 한국에 덜컥 백신을 안기면 지들 내부에서 좋은 소리가 나오겠냐고. 그렇다고 문재인을 쌩깔 순 없고 제 딴엔 궁리를 한 끝에 ‘주한미군과 빈번한 접촉을 하는 한국군에게 백신을 제공하는 것은 주한미군의 안전을 위한 일’이라는 명분으로 제공한 거 아니냐고.

 

상대는 이렇게 열과 성을 다해 방법을 찾았는데 걷다대고 “뿐”? 이런 밥버러지 뿐뿐이 같으니라고. 55만이란 숫자가 어디 누구네 개 이름이더냐? 민석이 너, 지갑에 얼마 있어? 55만 원 있어? 뭐? 있다고? 좋겠다. 이 새끼야. 형은 지갑에 5만 5천원도 없다. 이 새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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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삼성, LG, SK의 미국 투자 얘기랑 그걸 이재용 사면으로 엮어대는 재래언론의 애처로움, 그리고 문 대통령이 기자회견 당시 “우리 여성 기자 없어요?”라고 한 멘트를 갖고 “우리나라 여성 기자들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우려” 운운하며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자다가 남의 다리를 긁은 <중앙일보> 박현영이 얘기까지 훑으려고 했는데 벌써 3페이지가 다 찼으니 이만 줄여야겠다.

 

끝으로, ‘흰 것을 희다 하고 검은 것을 검다 하는’ 것이 이른바 언론의 본령이리라. 박근혜 시절 빨주노초파남보 그라데이션 사진을 쫘악 펼쳐놓고 눈부신 패션외교라 빨아대던 것들이 언죽번죽 ‘언론’을 참칭하고 있는 참담한 현실을 실시간으로 마주하고 있다. 그러므로 더더욱 민족정론 대딴지일보의 어깨가 무거운 것 아니겠는가.

 

이렇게까지 얘기했으면 얼렁 알아먹고 딴지마켓으로 튀어 가란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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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오면 찌른다-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