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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지의 리뷰노예로 납치된 불가사리. 거액의 제작비로 복수하겠다 다짐했지만, 딴지가 던져준 주제는 고작 와인따개. 최대한 비싼 와인따개를 주문해서 득의양양했지만, 와인따개 사용을 위해 와인을 따서 마시느라 불가사리는 생활고와 비만과 지방간에 시달리게 된다. 과연 불가사리는 딴지의 등골을 빼 먹을 수 있을 것인가!

 

불가사리의 소비 대모험 와인따개편, 기대하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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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시간에 이야기했던 와인 오프너의 종류이다.

 

오늘 리뷰는 발전의 시기를 따라,

 

1. T형 코르크스크루

2. 소믈리에 나이프 

3. 아-소(Ah-so) 

4. 날개형(만세형) 코르크스크루

5. 토끼형 코르크스크루 

6. 전동 코르크스크루

 

의 순서대로 리뷰하도록 한다. 특히 가장 중요한 소믈리에 나이프의 경우,

 

1) 와인가게에서 무료로 받은 코르크스크루(시가 1000원) 

2) 풀텍스 풀패럿 크롬(Pulltex Pullparraot Chrome, 2만 1000원) 

3) 꾸딸 프레스티지(Prestige by Coutale Sommelier, 2만 1000원) 

4) 샤또 라기올 그랑크뤼(Chateau Laguiole Grand Cru, 24만 3000원. 하하하)

 

네 가지를 리뷰하도록 하겠다.

 

1. T형 코르크스크루(편의점표, 1000원)

 

가장 원시적인 형태의 코르크스크루, Samuel Henshall이 1795년에 최초로 특허를 낸 코르크스크루와 거의 비슷한 형태의 스크루이다. 웜 부분(스크루 부분)과 손잡이로만 이루어진 간단한 물건이고, 근래에는 웜을 감싸는 뚜껑 부분을 끼워 손잡이로 쓸 수 있도록 나오기도 한다. 장점이라면 가장 부피가 작다는 점일 것이다. 흔히 ‘맥가이버칼’로 알고 있는 스위스 아미 나이프에 내장된 것도 이러한 T형 코르크스크루라 보아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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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라면 뽑아내는 데 힘이 많이 들어간다는 것이다. 지렛대의 원리를 이용하는 다른 오프너와 달리, 오롯이 손과 팔의 힘으로 스크루를 뽑아내야 한다. 그러다 보니 한 손으로는 와인병을 강하게, 한 손으로는 스크루를 강하게 잡아야 하고, 상대적으로 코르크가 부서질 가능성이나 힘을 주다 제대로 코르크를 따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그래서 실제로는 많이 이용되지 않는 편인데, 역으로 세계 코르크스크루 중독자 연합(International Correspondence of Corkscrew Addicts, ICCA)을 비롯한 코르크스크루 수집가들은 가장 선호하는 종류의 스크루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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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은 편리를 사랑한다지마는, 나는 불편함을 좋아하여요."

 

장점: 작다. 선조들이 와인을 따려면 얼마나 힘들었을지 체험할 수 있다

 

단점: 선조들이 와인을 따려면 얼마나 힘들었을지 체험할 수 있다

 

2. 소믈리에 나이프

 

소믈리에 나이프는 독일인인 Karl Wienke가 1883년에 특허를 냈다(The U.S. Patent Filing For Carl FA Wienke’s Lever Corkscrew – Granted 1883 No 283,731). 특허를 낸 이름은 아주 근사하게도 ‘웨이터의 친구'이다. 당시의 특허를 보면, 지렛대의 원리를 이용해서 코르크를 제거한다는 점, 그 지렛대의 무게 배분 등이 모두 현재의 소믈리에 나이프와 거의 동일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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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에 비해 개선이 이루어진 것은 크게 세 가지이다. 첫 번째는 호일을 자르는 데 사용되는 호일커터가 소믈리에 나이프에 내장되는 것인데, 내장되는 곳(주로 레버의 반대편, 웜의 반대면에 위치한다), 호일커터의 모양 등에 차이가 있다. 두 번째는 날개 부분에 크라운 캡을 딸 수 있는 병따개가 달리는 것이고, 세 번째이자 가장 중요한 진보, 그리고 코르크스크루마다 편차가 있는 부분은 레버의 모양이다.

 

사진에서 소개된 레버는 1단의 레버로, 레버가 너무 길면 와인병에 끼우기가 힘들고, 레버가 너무 짧으면 뽑아내기가 힘들다. 그런 이유에서 숙달되지 않은 경우에는 코르크를 깔끔하게 따기 힘들다. 그래서 2단 레버나 3단 레버도 있고,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되는 2단 레버의 경우에도 어떤 식으로 2단을 만드는지에 대하여 여러 방식이 있다.

 

가. 샤또 라기올 그랑크뤼(Chateau Laguiole Grand Cru, 24만 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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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찬란한 자태. 24만 3000원이라는 비현실적 가격. 대체 왜 이리 비싼 것인가. 일단 ‘라기올’이란 무엇인가.

 

라기올(Laguiole)이란 프랑스 남부 지역에 있는 작은 마을이다. 이 마을과 그 옆 마을인 ‘띠예(Thiers)’에서는 칼을 잘 만들기로 유명한 생산자들이 많았고, 여기서 만드는 형태의 나이프들을 ‘라기올’이라고 불렀다. 소믈리에 나이프 뿐 아니라 커트러리(cutlery) 전반, 특히 스테이크용 나이프 등도 많이 생산했고 이쪽이 본류에 가까운데, 소믈리에 나이프로도 명성을 얻었다. 즉 ‘라기올’이라고 하면 비슷한 디자인을 가리키는 단어가 되었다.

 

그런데 ‘라기올’이라는 이름을 상표로 사용하고, 특이한 꿀벌 모양의 문양을 공통적으로 사용하게 되자 문제가 복잡해졌다. ‘라기올’이라는 이름을 해당 지역에서 생산한 물건에 붙여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라기올’이라는 상표를 사용하는 회사들에 주어져야 하는지 등에 대한 소송이 과거부터 2016년까지 이어졌다.

 

2016년 10월 프랑스 대법원은, Laguiole이라는 표현은 상표권의 보호 대상이 되지 않고 ‘라기올’과 인근 지역에서 생산한 물건에 대해서만 사용할 수 있는 표현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다만 미국에서는 해당 표현은 상표권 보호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점에 대해서는 동일하지만, 특정 지역에서 생산한 물건 외에도 쓸 수 있는 일반적인 표현이라고 보았다. 그래서 프랑스에서는 라기올 지역과 띠예 지역에서 생산한 라기올에만 ‘라기올’이라는 표현을 사용할 수 있지만, 미국에서는 라기올 칼 모두에 ‘라기올’이라는 표현을 사용할 수 있다. 그래서 미국과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중국 생산 라기올’ 등도 잘만 판매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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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 라기올로 아마존에서도 많이 팔리는 것 같은 Laguiole by Flyingcolors

 

샤또 라기올은 프랑스 생산 라기올 중 가장 유명한 물건 중 하나로, 띠예 지역에서 만들어진다. 프랑스에서 유명하던 소믈리에 기 비알리(Guy Vialis)가 1980년에 만든 브랜드로 전통적 라기올에 현대적 감각을 입혔다는 평가를 받고, ‘세계 소믈리에 대회’의 공식 오프너이기도 하다. 이외에도 라기올 앙 오브락(Laguiole en Aubrac)등의 다양한 생산자들이 있다. 다만 아무리 역사적인 이야기를 해도, 기능적인 면과는 큰 상관이 없다. 전통 있고 디자인이 예쁜 물건이고 프랑스에서 수공으로 생산되는 물건이라 비싸다고 생각해도 무리가 없다.

 

백썰이 불여일따, 황송한 샤또 라기올로 와인을 따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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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할머니 족발과 함께... 마지막에 코르크를 손으로 빼내는 것은 코르크 손상을 줄이기 위해 하는 일이다. 다른 소믈리에 나이프 사용시에도 동일한 방식을 추천한다.

 

무게감이 있고 견고한 느낌이 있다. 나무의 재질도 나쁘지 않다. 칼날이 대단히 날카롭지는 않으나, 살짝 휘어 있어서 호일 제거할 때 미묘하게 편하다. 웜(스크루)은 날카로워서 코르크에 잘 박히고 뽑을 때도 안정적으로 뽑힌다. 많은 소믈리에 나이프가 웜이 가늘어 뽑는 과정에서 코르크가 덜렁이는 느낌이 있는 것과는 비할 수 없다.

 

나이프를 접었을 때 얇은 느낌인 데 비해 웜이 단단하다 보니, 단단한 인조 코르크(technical cork, 코르크 조각을 접착제로 붙여 압착해 만든 코르크 마개)를 딸 때 유리한 편이다. 반대로 일반적인 코르크를 사용한, 오래된 와인(올드 빈티지라 하여 흔히 ‘올빈’이라 한다)의 경우 굵은 웜이 들어가면서 코르크가 부서지는 경우도 있다. 비싼 소믈리에 나이프지만, 싼 와인을 딸 때 더 효과적이라는 점이 뭔가 역설적으로 신랄한 느낌이다.

 

다만 역시 1단 레버이다 보니 2단 레버에 비해서는 따는 것이 용이하지는 않다. 사실 오늘 리뷰한 소믈리에 나이프 중 와인을 딴다는 기능에서는 가장 좋지 않을 수도 있다. 다만 오래 쓰기에는 무리가 없어 보이는 게, 와인 따개가 고장나는 경우가 대부분 레버의 2단 부분에서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물론 25만 원에 달하는 값어치를 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이미 사치품(Luxury Goods)의 영역이 된 물건이라, 기능적인 부분과 가격을 비교하는 것이 큰 의미가 없어 보이기도 한다. 시간이 매우 정확한 휴대폰 시계나 쿼츠 시계보다, 덜 정확한 오토매틱 시계가 훨씬 비싼 것과 비슷한 이치라고 보아야 할까. 시계나 와인 따개나, 그 가치를 모르는 사람이 볼 때는 거기서 거기로 보인다는 점도 비슷하다. 500만 원짜리 시계에서 느낄 수 있는 소비의 쾌락을 25만 원으로 느낄 수 있다는 점이 반가운 일일까, 처연한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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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징하게 직조해낸 신랄하면서 처연한 오프너"

 

장점: 작고 가볍지만 단단하고 견고하다, 휜 호일커터가 쓰기 편하다, 비싸 보인다

 

단점: 실제로 (졸라) 비싸다

 

나. 꾸딸 프레스티지(Prestige by Coutale Sommelier, 2만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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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딸 프레스티지는 몇 달 전 내 돈을 주고 산 뒤 매우 만족했던 물건이다. 무료 와인 오프너가 견고한 재질이 아니다 보니 웜이 휘거나 부러지는 일도 생기고, 핸들 부분도 휘는 경우가 있기는 한데, 핸들(몸체)부분과 웜이 모두 아주 튼튼하여 오래 쓸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만져 보면 견고한 철 부분도 좋지만 붙어 있는 나무 부분도 고급스럽다.

 

이 나이프의 특징은 레버의 구조이다. 아까 샤또 라기올의 레버가 1단이라면, 꾸딸 프레스티지는 2단인데 우리가 흔히 보는 스타일의 2단이 아니라, 1단 레버 안쪽에 2단 레버가 들어 있어서 누르면 튀어나오는 구조를 하고 있다. 무료 와인따개 형태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장이 덜 날 것 같아 보인다. 해당 레버 구조를 가지고 디자인이 거의 동일한 와인 오프너들은 많은데, 가장 유명한 것은 르크루제의 소믈리에 나이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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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크루제’라 써 있는 상표 외에는 디자인과 형태, 2단 레버에 써 있는 폰트까지 거의 동일하다. 같은 공장에서 생산한 물건인지 아닌지는 모르겠다. 조사해 보면 다른 제품으로 취급하는 것으로 보이고, 꾸딸의 제품이 르크루제보다 싸다고 되어 있다. 현재 꾸딸 제품도 가격이 많이 올랐는지 르크루제 제품과 가격 차이가 거의 없다.

 

꾸딸 프레스티지는 비슷한 모양을 가진 소믈리에 나이프 중에서 만듦새가 견고하면서도 가격이 좋다는 이유로 한국에서 많이 추천되는 물건이다. 제품에 생산지가 써 있지 않고, 아마도 중국산 아니면 인도네시아 산으로 보이지만 큰 흠이 되지 않는다. 실제로 편의점 나이프 20개 정도의 가격인데 그 정도의 가치는 충분히 한다고 생각된다.

 

일단 따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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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고하고 깔끔하다. 가격까지 고려했을 때, 2만 원 초반에 살 수 있다면 거의 무조건 추천하고 싶다. 다만 기본적으로 꽤나 무겁고 일반적인 오프너나 샤또 라기올 등에 비해 큰 편이라, 휴대하고 쓰기에는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 와인 애호가라면 집에 하나쯤 두고 사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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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성비보다는 가심비"

 

장점: 고급스럽고 견고하다. 기능적으로도 좋다.

 

단점: 휴대에는 좋지 않다, 무료보다는 비싸다

 

다. 풀텍스 풀패럿 크롬(Pulltex Pull Parrot Chrome, 2만 1000원)

 

풀텍스는 현재 와인 악세사리 업계의 수위권 업체라 보아도 무리가 없다. 와인 오프너 뿐 아니라 한 번 따 먹은 와인 보관용 마개인 ‘안티옥스 와인 세이버’나 에어레이터 등도 업계에서 많이 사용된다. 우리가 흔히 보는 코르크스크루, 2단으로 접히는 레버와 일자형의 호일 커터, 손가락 모양의 굴곡을 가진 몸체 부분을 가진 물건의 원조가 이 회사에서 나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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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많이 본 물건.

 

굳이 2만 원씩 주고 무료 오프너와 똑같이 생긴 물건을 살 이유가 없다 생각해서 사람들이 많이 사지는 않는다. 그러나 생각하기에 따라, 수많은 카피품이 나오는 제품이라면 그만큼 원본이 좋은 제품이라는 뜻도 될 것이다. 실제로 해당 제품을 사용해 보면 만듦새가 무료 오프너에 비해서는 좋고 좀 더 견고한 느낌이 든다.

 

앞에서 리뷰한 제품들처럼 단단한 느낌은 아니다. 어쨌든 모양이 똑같으면 KIBUN이 안 나므로, 같은 회사에서 나온 올 스테인리스, 레버 부분이 2단이지만 조금 다른 형태로 만들어진 ‘풀 패럿(Pull Parrot)'을 사는 경우가 많고, 불가사리 역시 이 제품을 리뷰한다. 이름이 ’풀패럿‘인 이유는, 해당 오프너를 접으면 마치 앵무새 모양 비슷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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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은 꾸딸과 비슷하거나 조금 비싼 편인데, 마감은 꾸딸 제품에 비해 조잡한 편이다. 하지만 멀리서 보면 디자인 측면에서는 훌륭하고, 레버와 몸통이 접히는 부분을 앵무새 눈처럼 처리해서 레버와 몸통이 단단하게 붙어 있으며, 2단 방식도 은근히 편리하다.

 

도금의 상태가 조금 덜 고급스럽게 보이고, 손잡이 부분의 검은 플라스틱 역시 마감이 좋아 보이지 않는다. 기능적으로는 큰 문제가 없겠으나, ‘조금 더 단단한 무료 코르크스크루’라는 느낌이고, 뭔가 돈을 써서 다른 물건을 샀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무료 코르크스크루의 디자인과 무게 등에 만족하면서도, 좀 더 견고하고 근본 있는 제품을 찾는 사람들에게 적합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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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텍스가 카피품에게 부릅니다. “날 닮은 너를 부족한 너를”

 

장점: 흔한 나이프와 비슷한 디자인, 비슷한 사용성, 그런데 견고하다

 

단점: 흔한 나이프와 비슷한 디자인, 비슷한 사용성, 그런데 가격은 20배

 

라. 와인가게 증정 코르크스크루(단가는 약 1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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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쓰던 물건으로, 앞에서 말한 풀텍스 제품의 모조품이다. 재질은 스테인리스 같기는 한데 상당히 가볍고 강하지 않다. 웜 부분(스크루 부분)을 좀 세게 박으면 웜 부분 위쪽이 휘기 십상이고, 웜 부분이 떨어지는 일도 종종 있다. 그러나 약할 뿐 기능적으로는 문제가 없다.

 

웜은 코르크에 찔러 넣기에는 충분히 날카롭고, 2단으로 되어 있어서 코르크를 밀어내기에 불편하지 않다. 어지간한 고급 레스토랑이나 와인바에 가더라도 와인 오프너는 이 제품을 제공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그러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저가이면서 단단한 합성 코르크나 인조 코르크의 경우에는 따면서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은데, 일반적 코르크를 따기에는 큰 무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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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집에서, 레스토랑이나 와인바에서도 이 오프너를 쓰는 것은 이해가 된다. 풀텍스 제품의 좋은 균형감과 지렛대를 제대로 구현하고 있으니만큼, 견고함은 떨어지더라도 와인을 딴다는 점에서는 충분한 기능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벼우니 휴대도 쉽고, 고장 나면 다시 사도 워낙 싸기에 부담이 없다. 사실 고급 가게에서는 웨이터들이 따주니 마시는 사람 입장을 고려할 필요도 없다.

 

한편 와인을 마신다는 취미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와인 취미는 와인의 맛을 최대한 즐기는 것이라 생각한다. 와인 액세서리 중에서도 잔이나 디캔터 등은 맛 또는 최소한 입에 닿는 감각에 어느 정도 영향을 주는데, 와인 오프너는 와인의 맛과 전혀 아무런 상관도 없어 보인다. 그러니 코르크를 잘 따줄 수만 있다면, 오프너가 중요한 것은 아닐 수 있고, 이것이 오프너에 대한 무관심의 이유일 것이다.

 

뒤집어 생각해 보면, 와인을 즐기는 것에 ‘맛’만 중요한 것은 아니다. 와인뿐 아니라 다른 술이나 음식도 마찬가지이다. 흔히 ‘분위기’라고 하는 것은 얼마나 많은 요소들로 이루어져 있는가? 어떤 곳에서, 어떤 음악을 들으며, 무엇보다 누구와 함께 술을 마시는지에 따라 행복감은 천차만별로 차이가 나고, 술맛도 달라지는 경험을 한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렇다면 오프너를 잡고, 오프너를 코르크에 밀어 넣고, 오프너로 코르크를 완벽히 따 냈을 때의 쾌감, 그리고 남들은 흔하게 지나치는 오프너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지는 대화도 취미의 일부가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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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오프너계의 김밥천국"

 

장점: ‘오픈’하기에는 충분한 성능의 오프너, 싼 가격, 구하기 용이함

 

단점: 낮은 내구성, 편차가 큰 성능

 

3. 아-소(Ah-so) (모두요기, 89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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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이 이상하다. 모양도 이상해서 대체 어떻게 이걸로 코르크를 딸 수 있는지 잘 알기가 힘들다. 유수의 와인 악세사리 회사들뿐 아니라 전혀 이름을 알 수 없는 회사에서도 만든다. 아소(Ah-so)는 저 물건으로 어떻게 와인을 따는지 도무지 상상도 안 되는데, 따는 걸 보면 ‘아! 그래서!’라고 감탄하게 된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따는지 보자.

 

 

 

 

보시면서 아! 그렇게! 라고 감탄하셨는지? 개인적으로는 쓰는 방법을 보고 깜짝 놀랐다. 코르크와 병 사이로 발을 내려넣어, 코르크를 상하게 하지 않으면서 와인을 딸 수 있다. 주로 오래되어 코르크가 약해져 있는 와인을 딸 때 많이 사용한다. 가격은 비싸지 않지만 고급 와인을 딸 때 주로 사용된다. 코르크를 살리면서 딸 수 있는 장점이 있어서 집사들이 몰래 와인을 빼먹고 다시 코르크를 끼워둔다는 이유로 Butler's friend 라는 이명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있다. 우선 그 어떤 와인 오프너보다 더 많은 힘이 든다. 물과 공기가 새지 않도록 끼워 둔 코르크 사이에, 아무리 날카롭고 얇은 철 다리라 하더라도 밀어 넣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이는 코르크 가루를 뭉쳐 만든 합성 코르크의 경우에는 더 심해서, 불가사리는 아소로 합성 코르크 와인을 따려다 실패한 경험이 몇 번 있다.

 

그렇다고 강하게 끼워져 있지 않은 코르크라고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닌 것이, 강하게 끼워져 있지 않은 코르크의 경우에는 다리를 끼워 넣으면 코르크도 같이 들어가는 경우가 있다. 즉, 조건이 잘 맞추어져 있지 않은 와인의 경우에는 실패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팁이 있다면, 코르크가 조금 안쪽으로 들어가더라도 개의치 말고 최대한 전부 아소의 발을 꽂아 넣은 뒤 돌리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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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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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h-so, 널 보면 팔근육이 나올 것 같아"

 

장점: 코르크 손상 없이 와인을 딸 수 있다

 

단점: 힘이 많이 든다, 기술이 많이 필요하다

 

4. 날개형(만세형) 코르크스크루 (이케아 Idealisk, 2900원)

 

정식 명칭은 winged 즉 날개형인데, 한국에서는 흔히 ‘만세형’, ‘졸라맨’ 등으로 불리운다. 지금과 외형상 거의 동일한 날개형 코르크스크루는 의외로 이른 시기, 소믈리에 나이프가 개발된 시점과 거의 차이가 없는 1888년에 영국의 James Heeley에 의해 발명되었다. 다만 이것은 지렛대의 원리를 이용하는 것으로, 래크-피니언을 이용하는 현대의 날개형 코르크스크루와는 모양이 비슷하고 사용자 경험도 비슷하지만 원리가 완전히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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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mes Heeley가 개발한 ‘더블 레버 코르크스크루’

 

현대의 날개형 코르크스크루는 래크와 피니언을 이용하는 것으로, 1966년 이탈리아 유수의 자전거 생산자였던 툴리오 캄파놀로에 의해 고안되었다. 캄파놀로는 와인을 따다 손을 다쳐서 개발한 것이라 하는데, 톱니 등에 친숙한 자전거 생산자의 발명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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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파놀로의 ‘큰 코르크스크루(BIG Corkscrew)’, 현재도 당시 모양 그대로 팔리는데 가격은 20만 원이 넘어간다. 무겁지만 신뢰도가 높다고 한다.

 

이 방식의 스크루는 발명된지 오래 되었고, 성능은 1966년에 이미 완성되었으며, 세계적으로 많이 쓰이고 있으나, 이상하게 소믈리에 나이프를 넘지 못하고 콩라인의 지위에 서 있다.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 따 보면 바로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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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방식의 가장 큰 문제는 우선 휴대가 불가능할 정도로 크다는 점이다. 래크와 피니언 구조를 이용하다보니, 작게 만드는 데 한계가 있어서 휴대용으로는 쓰기 어렵다. 또 어차피 한 손으로 와인병을 잡고 다른 손으로 코르크를 찔러 넣어야 하는 방식이라, 코르크에 스크루를 꽂아 넣는 과정에서는 소믈리에 나이프보다 나을 것이 없다. 그리고 코르크를 뺄 때 날개 부분을 내려야 하는데, 두 손을 사용해야 하다 보니 와인병을 고정할 손이 없어서 조금 불안하다. 래크와 피니언이 잘못 맞물려 고장나는 경우가 종종 있는 것은 덤이다.

 

이렇게 말하면 단점만 있는 것 같지만, 소믈리에 나이프는 따라올 수 없는 두 가지 큰 장점이 있다. 우선 소믈리에 나이프의 경우 처음 코르크에 웜을 꽂아 넣는 위치가 잘못되어서 코르크 따기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지만, 날개형은 웜을 둘러싼 치마 부분을 병에 올리기만 하면 웜을 가운데에 꽂아 넣을 수 있다. 그리고 소믈리에 나이프는 필연적으로 코르크가 한 쪽으로 기울다 보니 코르크를 빼는 과정에서 부러지는 경우가 있지만, 날개형은 정확히 가운데로 빠지기에 그럴 가능성이 적다.

 

즉 와인을 많이 따 보아 웜을 가운데에 제대로 조준하고, 뺄 때도 기울임을 최소화하면서 딸 수 있는 사람에게는 날개형은 종종 귀찮기만 한 물건이다. 그러나 소믈리에 나이프 사용법에 친숙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날개형은 실패를 줄여 주는 유용한 물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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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따기 초보자들에 날개를 달아줘요."

 

장점: 초보자들이 와인을 딸 때 실패 확률을 줄여준다

 

단점: 무겁고 크며, 중수 이상에게는 오히려 불편하다

 

5. 토끼형 코르크스크루 (아네스 래빗, 2만 97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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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형 코르크스크루는 1981년에야 개발된 제품으로, 상대적으로 근래에 처음 만들어진 것이고 세계적으로도 그리 흔하지 않으며, 특히 한국에서는 거의 보기 힘들다. 불가사리도 사실 실물을 본 것은 처음이다. 그런데 사실 굉장히 놀랐다.

 

토끼형이라 부르는 이유는 병을 잡는 곳이 토끼 귀처럼 생겼기 때문이다. 병을 잡는 토끼 귀 안쪽에 병을 끼워넣고, 레버를 내리면 웜이 코르크로 들어가고 레버를 올리면 코르크가 빠져나오는 방식이다. 웜에서 코르크를 뺄 때는 병 없이 토끼 귀를 잡고 한번 내렸다 올리면 간단하게 코르크가 빠져 나온다. 모양은 다르지만 래크와 피니언을 이용한다는 점에서 날개형과 원리는 동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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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해 보고 상당히 놀랐다. 날개형 코르크스크루의 장점은 ① 정확한 위치에 웜을 꽂을 수 있고, ② 뺄 때 편하다는 점은 그대로 이어받거나 좀 더 나으면서도, 날개형 코르크스크루의 단점인 ① 코르크에 웜을 넣을 때 불편하다는 점과 ②두 손을 이용하느라 병 고정에 불리하다는 점을 완벽하게 해결했다. 사실 그냥 토끼 귀 사이에 병을 넣고 잡은 뒤 레버를 뚝딱하면 끝난다. 그 어떤 스크루보다도 빠르게 와인을 딸 수 있고 편하다. 10병을 1분이면 충분히 딸 수 있을 것 같은 미친 속도가 나온다.

 

단점은 당연히 있다. 일단 날개형보다 훨씬 크고 무거워서 휴대가 불가능하다. 오늘 리뷰한 모든 와인 오프너 중 가장 압도적으로 크다. 게다가 토끼 귀와 레버가 덜렁거릴 수 있어서 제대로 된 케이스 등에 넣지 않으면 휴대가 어렵고, 구조가 상대적으로 복잡하다 보니 고장 날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이렇듯 장단점이 명확하므로, 빠른 시간 내에 와인을 따야 하는 영업장 특히 결혼식장이나 연회장 같은 곳에서는 매우 유용할 것 같지만 야외나 가정에서 쓰기에는 불필요하거나 무리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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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 따위, 집에는 필요 없어."

 

장점: 가장 빠르고, 정확하고, 쉽게 와인을 딸 수 있다

 

단점: 크고 무겁고 고장 날 가능성이 높아 가정용으로 적절치 않다

 

6. 전동 코르크스크루 (트레비앙, 4만 9000원)

 

드디어 나온 문명의 이기, 전동 코르크스크루이다. 가끔 모임이나 캠핑 같은 곳에 들고 오는 사람도 있는지라 토끼형에 비해 친숙한 물건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트레비앙’이라는 브랜드가 독보적이었는데, 근래에는 중국산 1만원짜리 물건도 나오는 등 많이 대중화된 모양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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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는 그냥 단순한 T형 코르크스크루를 전기 모터의 힘으로 박아 넣고 역시 전기의 힘으로 웜을 그대로 올려 코르크를 빼내는 것이다. 웜에서 코르크를 뺄 때는 웜을 상단으로 올리기만 하면 자연스럽게 빠진다. 원리는 아주 단순하지만 사람보다 기계가 확실히 더 잘할 수 있는 영역이다 보니 힘을 들이지 않고도 와인을 따기에 용이하다. 또 오프너에서 불빛이 나와서 어두운 곳에서 와인을 따기에도 좋은데 실제 어두운 곳에서 딸 일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그런데, 사용해 보니 몇 가지 단점이 있었다. 우선 힘이 아예 들지 않는 것은 아니다. 모터의 힘으로 코르크에 웜을 박아넣는 방식이다 보니, 한 손으로 와인병을 잘 잡아주지 않으면 와인병이 빙빙 돌게 된다. 즉 와인병을 잡아주는 정도의 힘은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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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손으로 영상을 찍으려 했는데, 생각보다 와인병이 빙빙 돌아서 발로 잡고서야 코르크를 딸 수 있었다. 그러나 병을 좀 잡으면 아주 잘 따진다.

 

이렇게 힘을 주다 보니 자연스럽게 전동 오프너를 병에 누르게 되고, 힘을 주게 되면 고장이 나는 사례가 자주 보고된다. 그리고 오프너의 크기가 거의 와인병만큼 크고 무게도 꽤나 있기에, 휴대에 용이한 물건은 아니다. 어디 모임에 누가 이걸 들고 온다면, 휴대에 좋지 않음에도 신기한 물건을 자랑하고 싶어서 낑낑대며 들고 왔다고 봐도 된다. 또 충전이 필요하거나 건전지를 넣어야 하는데 이것도 일종의 ‘일’이라 귀찮은 점이 있고, 모터가 돌아가는 소리가 날 수밖에 없는데 이 경우 분위기를 조금 깰 수 있다.

 

정리하자면 빠르고 정확하고 쉽지만, 크고 무겁고 고장날 가능성이 높다. 이것은 위에서 토끼형의 장단점으로 열거한 점들과 거의 흡사하다. 다만 토끼형보다 휴대나 보관에 좀 더 유리하고, 대신 충전이나 건전지 교체 등 귀찮은 일이 좀 더 있으며 소리가 난다는 점에서, 본인의 상황에 따라 가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개인적으로는, 업장에서 사용하기에는 더 빠르게 딸 수 있는 토끼형이 유리하고, 가정에서 하루에 한 두병 딸 때 쓰기에는 소믈리에 나이프나 날개형이면 충분하여, 좀 애매한 포지션에 있는 물건이라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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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에 '바보 같은 짓'이라고 쳐 넣으면 '바보 같은 짓'이라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다. 그러나 엄청 비싼 기계를 통과한 '바보 같은 짓'은 좀 더 고귀하게 느껴진다. - 피에르 갈로이스

 

장점: 초보들에게 편하다, 날개형과 비슷하나 날개형보다 힘이 덜 든다

 

단점: 크기가 크다, 전지를 교체해야 한다

 

업무상 질병과 산재

 

여기까지 8가지의 와인 오프너를 리뷰하기 위해 12병의 와인을 따서 마셨다. 어째서 8병이 아니라 12병인지는 다 아는사이에 굳이 묻지 않기로 한다. 일주일만에 12병째 와인을 모두 마시고 숙취라는 산재에 시달리고 있는 어느 날 아침. 힘겹게 눈을 떠 보니, 아내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나를 흘겨보고 있다.

 

싸늘하다. 가슴에 비수가 날아와 꽂힌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라. 원고료가 있으니까... 딴지에서 입금받은 원고료 봉투에서 돈을 꺼낸다. 아내에게 밑에서 한 장, 위에서 한 장...

 

아내: 동작 그만. 천원짜리냐?

 

불가사리: 뭐야?

 

아내: 와인 산다고 원고료 다 날렸지? 위에 몇 장 만 10000원 짜리고 나머지는 1000원짜리로 채웠지? 내가 빙다리 핫바지로 보이냐?

 

불가사리: 시나리오 쓰고 있네, 증거 있어?

 

아내: 빈 병이 12병이던데?

 

불가사리: ...죄송합니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라, 딴지에서 배송받은 와인따개가 있으니까. 샤또 라기올 하나(24만 3000원. 하하하), 전동 와인오프너 하나, 꾸딸 프레스티지 하나...

 

아내: 여보, 이게 왜 필요해? 이거 다 어디다 정리할거야?

 

불가사리: ...

 

와인을 딴다는 기준에서 생각해 볼 때, 비싼 와인 오프너는 그다지 필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와인을 좀 더 쉽고 정확하게 따는 데서 느껴지는 쾌감, 물품 자체의 완성도를 보면서 느끼는 감정 등등, 이것을 ‘필요 없는 것’이라 쉽게 말할 수 있을까.

 

영국의 철학자 흄은 ‘취미의 기준에 관하여’라는 책에서, 인간은 정연함, 편의성, 구성 규칙, 안정성, 합목적성 등에서 아름다움을 느끼고, 아름다움을 느끼는 감정을 통해 다른 사람들과 또는 세계와 공감할 수 있다고 본다. 그리고 이러한 아름다움을 발견해내는 활동을 취미taste라고 이야기한다.

 

우리는 와인 오프너가 가지는 내적 정연함에 감탄하면서 미(美)를 발견하고, 좀 더 술을 잘 따기 위해, 이러한 발명을 하기 위해 고민하고 고민했던, 과거의 술고래 또는 인류를 떠올리며 경외심을 느끼고 겸손해질 수 있다. 어떤 물건의 필요가 아니라 대상 그 자체에 공감하면서 아름다움을 느낄 때, 우리의 삶 역시 좀 더 아름다울 수 있다. 와인 따기라는 행동은 단순히 기능적인 행동이 아니라, 그 자체로 아름답고 의미 있는 행동일 수 있는 것이다.

 

... ...

 

물론 아내에게 이렇게 말하지는 못했다.

 

죽지않는돌고래의 로켓배송

 

숙취, 지방간, 지방배에 더해 가정불화라는 산재를 겪고 있는 나에게, 어김없이 전화가 왔다.

 

죽돌: 하하, 이번 기사 재미있네요. 다음 주제는 뭘로 할까요?

 

불가사리: 편집장님. 제가 술을 너무 먹어서 힘들거든요. 다음에 전화하시면 안 될까요.

 

죽돌: ...?!? 왜 쓰라는 기사는 안 쓰시고 술을...

 

불가사리: 술 마셔야 쓸 수 있는 기사잖아요...

 

죽돌: 저는 술을 못 마셔서 모르지만, 숙취에는 커피가 좋지 않나요? 좀 보내드릴까요?

 

불가사리: 스타벅스 쿠폰이라면 감사히 받겠습니다.

 

죽돌: 네! 제가 알아서 보내드릴게요.

 

 

당연히 카카오톡으로 기프티콘이 올 것이라 생각했는데, 이상하게도 편집장 죽돌에게는 아무 것도 오지 않았다. 애초에 그의 카카오톡 프로필은 이따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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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하기 기능이 있는 줄도 모를듯. 하튼, 그냥 하는 말이겠지, 하며 잠이들었는데...

 

다음 날, 공포에 질린 목소리로 나를 흔들어 깨우는 아내의 목소리.

 

아내: 빨리 나와봐! 당신 앞으로 뭔가 왔어.

 

불가사리: 으응..? 택배 올데가 없는...

 

불현듯, 대뇌 전두엽을 스치는 죽돌의 웃음소리. 아귀 수육을 턱수염에 문지르며 짓던 그 스산한 미소.

 

왜 슬픈 예감은 빗나가지 않을까. 죽돌이 보내온 박스에서 흘러나오는 검은 기운이 내 집 현관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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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이... 김어준이... 그 김어준이야...?? 당신 대체... 무슨 일을 꾸미고 있는거야...?? 

 

죽돌은 나한테 도대체 왜 이러는 걸까. 전생에 내가 그의 비트코인이라도 해킹했던 것일까. 나는 또 왜 아무 저항을 하지 못하고 다소곳이 박스를 뜯고 앉아 있는 것일까. 스톡홀름 증후군 같은건가. 제길, 죽돌은 무슨 홈플러스라도 털었나, 믹스 커피를 12종류나 보냈네.

 

그래서, 다음 시간에는 믹스커피 스틱 비교 리뷰에 들어간다. 기대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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