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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메릴랜드 특산물 크랩 케이크를 모욕하지 마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 후 처음으로 이뤄진 한미 정상회담에서 거둔 예상외의 성과가 앞으로 한미관계뿐만 아니라 대북관계, 북미관계, 북중관계, 동북아 역학관계까지 적잖은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지난 19일 3박 5일 일정으로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출국한 문재인 대통령은 짧은 시간 동안 밀도 있는 외교를 펼쳤다. 낸시 팰로시 미 하원 의장과의 간담회, 한미 정상 공동선언문 발표에 이어 미 애틀란타에 있는 SK이노베이션 배터리 공장 방문까지, 극한 일정을 소화했고, 또 그 이상의 성과를 올렸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의 가시적 성과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구축 명시 

-미사일 지침 종료 

-한미 글로벌 백신 파트너십 구축 

-핵심 산업 공급망 협력 강화 

 

등이다. 그런데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국민의힘을 비롯한 야당과 조중동을 비롯한 수구언론에서는 ‘백신 스와프 체결이 이루어지지 못했다’, ‘문 대통령 한미 정상회담 점수는 30점’, ‘일본 스가와 같은 햄버거 정상회담은 없었다’면서 정상회담 성과를 깎아내리기에 바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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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꿈치 거리에서 마스크도 끼지 않고, 메릴랜드 특산물인 크랩 케이크를 대접받는 문 대통령이, 일본 스가 총리처럼 마스크를 두 장이나 끼고 2미터 가까이 떨어져 앉아 먹지도 못하는 햄버거를 대접 못 받았다고 구박하는 꼴이라는 그들의 신박한 논리는, 이거 뭐 0.1 그램이라도 말이 되는 구석이 있어야 반박을 하지, 할 말이 없다.  

 

이번 정상회담은 3박 5일이라는 짧은 시간에 이뤄졌지만, 기획 단계부터 테이블에 올려놓은 의제까지 아주 복잡하고, 중요한 사안일 수밖에 없었다. 한국으로서는 공화당에서 민주당으로 이제 막 정권이 바뀐 미국 정상과의 회담이었고, 어쩌면 문재인 대통령 재임 중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정상회담이었기 때문이다. 

 

한국은 최소 4년간 바이든과 민주당 정부를 상대해야 한다. 바뀐 대통령과 함께, 하노이 노딜 이후에 매끄럽지 못했던 한미 동맹관계를 재구축하는 첫 시작을 잘 해야 했다. 이 막중한 임무는 임기 1년도 남지 않은 문 대통령의 몫이었다. 

 

야당과 보수를 자처하는 언론은 평소에는 정쟁으로 피 터지게 싸우고 비판할지언정, 국익을 위해 외교에 있어서는 초당적으로 협조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가기 전부터 ‘성과 없으면 돌아오지 말라’는 둥 초를 쳤다. 회담 이후의 성과도 깎아내리기 바빴다. 하여, 딴지라도 이번 한미정상회담의 성과와 의미를 제대로 짚어보기로 한다.

 

그리고 이번 한미정상회담의 공동선언문에서 대북관계뿐만 아니라 앞으로 미국의 동북아 정책과도 관련하여 아주 중요한 내용이 들어 있음에도 우리 언론에서 깊이 다루지 않은 부분도 디벼 보기로 했다. 

 

 

2. 트럼프 시대의 2급 동맹이 1급 동맹으로 격상됐다

 

우선, 1년 이상 계속되어온 코로나 19 관련해 안전과 경제에서 가장 급한 화두는 백신 관련 사안이었다. 

 

기다렸다는 듯, 정상회담 다음날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모더나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3/4분기부터 위탁생산해 수억 회 분량 백신을 세계시장에 공급하기로 하였다. 뿐만 아니라 (한국군과 주한미군을 위해서) 55만 한국군 모두에게 백신을 공급하기로 하였다. 

 

정상회담 직후 미 백악관 측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이) 문 대통령과의 비밀회담(Private meeting)을 내가 너무나 즐겨서 시간이 길어졌다. 단지 미국과 한국의 백신 문제만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인도-태평양, 나아가 세계 전체를 위해 백신을 함께 생산하자는 발언에서 그(문재인 대통령이)가 좋았다.”

 

고 말했다. 

 

이에 대해 KBS 최경영 기자는 “이 말들을 주목할 만하다. 정상회담을 통해 두 정상 간의 인간적 공감대가 생긴 것 같다”며 “세계를 위해 백신 생산을 합의한 부분도 문 대통령의 참 좋은 부분”이라고 평가했다. 

 

고려대학교 남성욱 고려대학교 통일외교학부 교수이자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은 “이번 한미정상회담의 대차대조표를 작성하기에 앞서 지난 4월의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와의 회담을 비교할 필요가 있다”며 다음과 같이 평가했다. 

 

“우선 지난 미일 정상회담이 한 시간 내외의 햄버거 미팅이었지만, 금번 한미 회담은 171분간이나 진행되었으며 메릴랜드 크랩 케이크가 오찬 메뉴로 올라왔다. 그리고 한미와 미일 간 정상회담의 외견상 큰 차이는 노마스크였다. 2회 백신 접종자는 마스크를 벗는다는 규정에 따라 한미 정상은 훨씬 부드러운 여건에서 만남을 가졌다.” 

 

그리고 이러한 한미 정상회담의 가시적 성과 외에도 문 대통령이 미국에 도착하자마자 바이든 대통령은 즉석에서 한국전 참전 용사의 훈장 수여식에 참석을 제안했다. 참전 용사를 사이에 두고 두 정상이 무릎을 꿇어앉아 사진을 찍는 모습을 연출했다. 이 사진은 그날 미국 주요 언론의 1면 헤드라인을 장식하게 했다. 뿐만 아니라 문 대통령은 한국전 전사자 추모의 벽 착공식에도 참석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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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남 교수는 “노병의 명예 훈장 수여식에 문 대통령을 참석하게 한 것은 음수사원(飮水思源)의 메시지”라고 분석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한미 간에 혈맹관계를 강화하는 각종 행사를 통해 트럼프 시대와는 다른 바이든 시대의 한미동맹을 상징적으로 과시했다. 그동안 미국에 2차 대전과 베트남 전쟁 전사자 추모의 벽은 있었지만, 한국전쟁 전사자 추모의 벽은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 바이든 대통령은 노병의 명예 훈장식 뿐만 아니라 6‧25 전쟁 전사자의 추모의 벽 착공식 참석도 문 대통령에게 제안했다.” 

 

“70년 전 김일성의 남침으로 희생된 미군 전사자는 3만 6,574명이다. 미국이 이만리 타국에서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피를 흘린 94세의 노병에 대한 명예훈장 수여식에 문 대통령 참석을 제안한 것은 음수사원(飮水思源)의 메시지였다. 물을 마실 때 그 물이 어디서 왔는지 생각하라는 사자성어는 오늘날 한국의 번영은 미국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남 교수는 “트럼프 시대 때 2급이었던 동맹 관계가 1급으로 격상된 것”이라면서 다음과 같이 부연했다. 

 

“2013년 박근혜 대통령 시절, 부통령 자격으로 방한하였던 바이든은 한국의 친중 정책 가속화에 대해 미국의 반대편에 배팅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한 일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세월이 흐르고 중국의 국력이 빠른 속도로 강해지면서 안미경중(安美經中)이라는 사자성어에 경도된 서울을 워싱턴 입장에서는 리셋(reset)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시점이었다. 미국은 중국에 기울어지기 시작한 한국에 공을 들이지 않을 수 없었고 ‘적극적인 딜(positive deal)’을 했다.”

 

 

3. 후보 시절과 달라진 바이든 

 

한미 정상 공동선언 중에서 대북 정책 관련하여 가장 주목할 부분은 ‘2018년 판문점 선언과 싱가포르 공동성명 등에 기초한 남북, 북미 간 외교 대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원칙의 재확인’이었다. 정확한 워딩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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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또한 2018년 판문점 선언과 싱가포르 공동성명 등 기존의 남북 간, 북미 간 약속에 기초한 외교와 대화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정착을 이루는 데 필수적이라는 공동의 믿음을 재확인하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한 남북 대화와 관여, 협력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였다.”

 

이는 바이든 정권이 트럼프식의 대북정책 기조를 계승할 것이라는 시그널이라고 할 수 있어, 그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을 해야 하는 문재인 대통령과 한국의 공간을 열어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대북 특별 대표로 2018년 싱가포르 북미 협상을 조율한 미국 내 대표적인 북한통 외교관인 성김 임명을 깜짝 발표한 것도 그 연장선의 일환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번 정상회담에서 가장 중요한 성과는 미사일 주권 회복이다. 그야 말로 전례 없던 역사적 성과라고 할 수 있다. 

 

해서, 문 대통령이 미국으로 떠날 때부터 뒤통수에 대고 “북한 비핵화‧백신‧반도체 문제에 제대로 된 성과 내지 못한다면 다시 태평양을 건너 되돌아오지 않겠다는 각오로 임해야 한다”고 소리를 내지르던 어느 야당 대표는 그야말로 뻘쭘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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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적 반응도 상당히 고무적이다. <오마이뉴스>와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국민의 10명 중 6명 정도가(56.3%) 이번 한미정상회담에 대해 ‘잘했다’고 평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조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국민적 호감도도 비슷하게 높은 수치로 나타났다(자세한 여론조사 수치 링크). 남의 나라 대통령 호감도까지 높아야 할 필요 있겠냐고 딴지 거는 사람들이 있을 수도 있겠다만 그게 그렇지가 않다. 

 

지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때를 생각해보자. 

 

미국 대통령이란 전 세계의 경찰, 리더를 자임하는 국가의 수장으로서 지구적으로 끼치는 영향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트럼프라는 독특한 캐릭터가 당선 확실시되던 2016년 11월 많이 이들이 ‘주여, 어디로 가나이까?(Quo vadis)’를 울부짖었더랬다. 

 

그런데 한국 입장에서는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대화 기조를 펼치면서 오히려 남북관계도 대화, 비핵화, 평화 모드로 전환되는 계기를 마련했다. 그래서 트럼프에 대한 국민적 호감도도 전 세계 어느 나라 국민들보다도 높았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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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호감도도 북한 문제와 직결돼 있다. 내심 지난해 선거에서 우리 국민들은 남북관계와 북미관계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원하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후보 시절, 북한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과 거침없는 비판을 서슴지 않았다. 북미관계가 남북관계의 직격타로 이어지는 상황. 우리 국민들 사이에선 바이든에 대한 비호감이 살짝 깔려 있기도 했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이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보여준 모습은 후보 시절과는 다르게  우리 국민들이 기대해볼 만할 정도로, 대북정책의 기조 변화를 예고했다. 이에 2018년 4.7 판문점 선언과 남북한 합의서에 비준을 해주지 않았던 당시 20대 국회의 미래한국당(현재 국민의힘) 의원들은 그야말로 머쓱하게 되었다. 

 

 

4. ‘남북관계’ 관련 국회 비준은 대통령이 국회를 존중해서 요청한 것일 뿐

 

많은 사람들이 모르는 사실이  하나 있다. 문 대통령은 남북합의서에 대해서 국회 비준 동의를 굳이 받을 필요가 없다. 남북한 관계에서는 남한 헌법도, 북한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헌법도 효력을 지니지 않는다. 더 중요한 효력을 가지는 것은 남북합의서다. 

 

우리 헌법은 국내법이고 대한민국 정부와 국민을 기속할 뿐이다. 북한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헌법도 대한민국을 기속하지 않는 건 마찬가지다. 남북관계를 통제할 수 없다.

 

또한 우리 헌법 제4조에는 ‘평화통일 조항’이 있고, 대통령은 통일을 위해 각고의 노력을 다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 노력의 일환인 남북정상회담과 합의서는 당연히 인정되는 권리이자, 이미 효력을 지니기에 국회 비준을 굳이 받을 필요가 없는 것이다.  

 

한미 정상회담 직후 여권에서는 판문점 선언의 국회 비준을 재추진하겠다고 하는데, 받으면 좋다만, 안 받아도 남북관계를 규율하는 데 있어 효력에는 전혀 상관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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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하나 알 수 있다.

 

전통적인 한미혈맹, 우방을 강조해온 자칭 보수세력이 판문점 선언의 내용을 깎아내리고 대통령이 국회를 존중해 요청하는 비준 동의를 거부하는 것은 그야말로 ‘겐세이’에 불과할 뿐이라는 것을. 

 

그럼에도 야당과 보수언론에서는 ‘백신 스와프 체결이 없었네’ 하면서 성과를 깎아내리기에 바쁜데, 그 또한 전후좌우 사정과 합당한 이유를 무시한 발언이라고 할 수 있다. 

 

 

5. 한미정상회담의 의미와 성과, 진짜 ‘타짜’와의 이너뷰

 

북한 문제를 비롯한 한반도뿐 아니라 북미, 북중, 남북관계의 ‘타짜’를 찾아 조언을 들어보았다.

 

시사주간지 <시사IN>의 남문희 기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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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문희 기자

 

남 기자는 한반도 문제뿐만 아니라 외교, 안보 문제만 30년 이상 심층취재 해 온 국내의 몇 안 되는 한반도 문제 전문가다. 그에게 이번 문재인 대통령의 방미 성과와 한미 정상의 공동선언문에 나타난 내용의 진짜 의미, 향후 미국의 대북정책 기조와 변화될 한반도뿐 아니라 동북아 외교 프로세스에 대한 전망을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바이든 정권의 유연한 대북정책 예고"

 

헤르매스 아이 (이하 ‘헤’) : 이번 공동선언문에 보면 눈에 띄는 부분이 있다. ‘대북관계에 있어 판문점과 싱가포르 합의에 기초한 대화가 필수적’이라고 했다. 트럼프와 김정은이 만나긴 했지만 ‘노딜’한 하노이 회담은 언급이 없었다. 그러면 바이든 정권이 북미 간의 대화와 화해 무드로 나아갔던 트럼프의 대북 정책을 이어가겠다는 것인가? 아니면 싱가포르 회담의 기조에서부터 이어서 북미대화를 다시 시작하겠다는 건가?

 

남문희 기자 (이하 ‘희’) : 바이든 정권은 북한이 그동안 해왔던 미국정부와 남한정부와의 합의들을 존중하겠다는 것이다. 싱가포르 회담의 합의 조항이 4개항인데 그걸 꼭 4개항에 맞춰서 해야 되겠나? 그런 건 아니다. 다만, 여태까지 미국은 정권이 바뀌면 이전 정권이 한 걸(외교, 안보, 행정에서의 치적들) 연속선상에서 잘 이어가지 않았다. 

 

일례로 조지 부시 대통령의 경우, 클린턴 대통령이 한 행적에 대해 ABC라고 해서 ‘anything but Clinton’ 했다. 그래서 과거 정권이 한 것을 다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오바마 대통령 시절 행적에 대해서 그랬다. 

 

오바마 정권 때야 (대북관계에서) 한 일이 없어서 비교하긴 그렇긴 하지만, 그래도 계속 (트럼프 대통령이 오바마 정권의 치적을) 부정, 부정하고 그렇게 해왔는데, 그럼 북한 입장에서는 얼마나 황당하겠나? (북한) 자기들이 미국의 전 정권과 공들여서 해왔던 것들을 (정권이 바뀌면) 다 그렇게 부정당하는 데 또다시 (외교, 대화를) 할 맛이 나겠나? 미국 정권이 4년마다 한 번씩 바뀌는데. 

 

바이든 정부는 대통령에 당선이 되고 나서 처음에는 (트럼프식의 북미관계 접근방식을) 굉장히 부정적으로 봤다. 그런데 작년 말에 자기들이 보니까 이걸 ‘(트럼프의 북미관계 접근방식을) 부정적으로만 볼 건 아니다’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헤 : 정권이 바뀌었지만, 미국의 국익 관점에서 볼 때 (트럼프식의 외교와 행정이지만) 행정이나, 외교의 연속성을 이어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인가?

 

희 : 그렇다. 그때 그런 기사도 나왔다. 트럼프와 김정은 간에 오간 친서를 자기들이(바이든 정권이) 입수할 수 있는 권한이 생기면 전부 한번 보고 싶다. 그런 것도 있었다. 그래서 금년 초까지 (바이든 쪽에서) 그걸 다 검토한 것이다(관련 기사 링크). 그러고 나서 보니까 ‘아 북한이 미국하고 관계 개선을 해보려고 하고 나름대로 비핵화를 하려고 하는 생각이 있구나!’라는 걸 느낀 것이다. 

 

바이든은 옛날 기억이 있으니까 아직도 (북한을) 불신하는 건 있지만, 트럼프 때 북미관계가 진전된 것은 사실 아닌가? 그렇지 않나?

 

헤 : 동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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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주적은 중국, 북한은 해결해야 할 과제"

 

희 : 그러니까 (바이든도) 그걸 부정하면 뭐부터 시작한다는 것인가? 말이 안 된다. 북한하고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면. 

 

지금 바이든 정권은 북한하고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과거 오바마 정권의 ‘전략적 인내’식으로 보면 안 된다. 처음에는 그렇게 볼 수 있지만. 사실 지금 미국의 주적이 북한이 아니다. 중국이 주적이다. 과거에는 (미국이) 중국을 저렇게 주적시 한 적이 없었다. 

 

이젠 주적이 바뀌었다. 북한은 해결해야 할 문제인 것이다. 그리고 그 해결하는 과정에서 중국을 (모종의) 손 보려는 생각도 있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 (바이든 정권이 대북관계에서) 굉장히 적극적으로 바뀐 것이다. 

 

헤 : 트럼프는 개인의 캐릭터상 돌발적인 상황, 예측 불가능성을 감안해야 하는 인물이었다. 트럼프가 2016년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됐을 때 전 세계 정상들이 그의 특이한 캐릭터 때문에 당혹스러워하기도 했다. 

 

그런데 당시 한국 입장에서는 오히려 북미관계나 외교적으로는 힐러리 클린턴보다는 트럼프를 상대하기에 나을 것이라고, 내심 반기기도 했었다. 사업가이기에 오히려 정치적인 논리에 사로잡히지 않고 상상력을 발휘한 딜을 할 수 있을 거란 기대도 있었다. 실제 트럼프 집권 초, 문재인 대통령이 정권을 잡으면서 그렇게 실현이 되기도 했다. 

 

희 : 맞다. 나도 그렇게 생각을 했고. 트럼프가 가지고 있는 장점이 확실하게 있었다. 미국의 대북접근 방식에 있어서 기존의 루틴한 틀을 깬 사람이고, 혁신을 한 사람은 맞다. 그건 트럼프의 굉장히 큰 강점이고 기여한 것이다. 

 

바이든은 그걸 완전히 무시하는 게 아니라 그 기조 위에서 가겠다는 것이다. 이 점이 국내 언론에서는 전혀 부각이 안 되고 있다. 이 사람들이 다 이거를(트럼프와 김정은의 친서, 북미대화와 협상 문건들) 재검토한 이후의 입장을 다 모른다 지금. 

 

헤 : 그런데 바이든 같은 경우는 부통령도 했었고, 어떻게 보면 미국 국정운영을 상당히 오랫동안 트레이닝 받아 온 인물이고, 그 과정에서 자기도 정제된 사람인데. 그런 인물이 트럼프의 기조를 가지고 오리라 보지 않는 시선이 있다. 그래서 북미관계, 남북관계도 바이든이 대통령 되면서 트럼프 이전으로 후퇴하는 거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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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 : 그건 아니다. 바이든이 대선 기간에 분명히 부정적으로 봤던 건 사실이고, 말도 그렇게 했다. “김정은은 깡패다.”라고도 했고, 블링컨도 굉장히 안 좋게 봤다. “트럼프식 접근이라는 게 불량국가 북한을 정당화해준 거다”, “김정은을 국제적인 인물로 띄워주었다”며 여러 비판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 사람이(바이든이) 대통령이 되고 나서 자기들도 뭘 해야 한다. 그런데 트럼프 때 (정확한 내용이야 어떻든 간에 북한의 김정은과) 둘이 친서까지 주고받고 한 것은 북미관계에 전혀 없었던 일 아닌가. 그걸 분석해야지. 그게 합리적인 거 아닌가. ‘너는 깡패니까 우리가 너 무시하고 할 것이야.’ 그게 되겠나? 그러니까 그거를 전부 분석을 했다. 

 

작년에 12월 3일 자 CNN에 그런 기사가 나왔다. 바이든 캠프 사람들이 그 친서를 입수할 권한이 생기면 전부 입수해서 분석하고 자기들 대북정책에 반영하겠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렇게 해서 반영을 한 반응들이 금년 초부터 계속 나왔다. 근데 우리 언론들은 그거를 연속선상에서 보지 못하니까 계속 흐름을 못 읽고 있는 것이다. 

 

"대화하자는 미국, 역할 못 하는 중국, 고민하는 북한"

 

헤 : 그럼 앞으로는 어떻게 기대하고, 전망할 수 있을까?

 

희 : 바이든 쪽에서는 계속 대화하자 하고 만나자고 이야기하는 것인데, 북한이 아무 반응을 안 하는 것이니까. 

 

헤 : 북한은 왜 반응을 안 하나?

 

희 : (북한도) 여러 가지 생각이 있을 것이다. 

 

헤 : 그럼 앞으로 좀 더 기대할만하다고 보는 건가?

 

희 : 북한은 원래 바이든 쪽이 깐깐하고, 트럼프처럼 ‘탑-다운도 안 한다’고 하니까 기대를 그렇게 안 가지고 있었다. 오히려 극단적으로는 바이든 집권 4년을 스킵하고 가겠다는 생각까지 있었다. 그런데 그럴만한 상황이 아니게 됐다. 그래서 지금 ‘고민 중’이라고 봐야 한다. 

 

왜 그럴만한 상황이 아닌 것인가. 북한이 극단적으로 바이든 집권 4년을 스킵하려 했다는 것의 연장선상에서 보면, 북한은 미중관계 국면에서 중국이 미국에 강력하게 맞서면서 북한을 계속 든든하게 후견할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북한입장에선 미중 관계가 대립관계로 가면 나쁠 게 없다. 

 

(북한은) 중국에 확실히 기대면 먹을 건 나오니까. 그렇게 해서 4월 중순께 사실은 단둥에서 식량이나 생필품을 실은 특별열차가 평양으로 가고 그걸 계기로 북중 간의 코로나 이후 봉쇄됐던 북중 국경이 일단은 육로, 철도 운송이라도 일단 개방이 될 것이라고 했는데, 안됐다. 중국이 그걸 못 보낸 것이다. 

 

그 배경에는 4월 16일 미일 정상회담에서 미국이 대만 문제를 전격적으로 제기를 한 것이 있다. 그리고 미국은 대만 문제에 대해 다양한 카드를 가지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 이러면 중국이 북한을 일방적으로 지원하기가 어려워진다. 압박을 받는다. 그래서 중국이 주춤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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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되면 북한 입장에서는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고민 중이라는 것이다. 여태까지는 중국이 미국에 강력하게 맞서서 아시아 일대 패권 구축하면서 버팀목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게 됐다. 

 

(북한 입장에서는) 과연 중국을 믿어도 되는가? 미국이 대만 문제를 가지고 중국을 세게 흔드니까, 주겠다는 식량도 못 주는 모습을 보면서, 과연 1월에 열린 당대회 이후로 생각해 왔던 자력갱생 그리고 남북대화도 없고, 북미 대화도 없이, 북한 내부 체제를 다지겠다는 노선이 과연 맞는 것이냐는 고민이 시작됐다고 봐야 한다. 

 

그런 면에서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굉장히 중요한 것은 이런 점이다. 

 

미국은 미국대로,  미국의 대북정책은 굉장히 외교적이고 실용적이라는 메시지를 확실히 전했고, 그다음에 판문점 선언과 싱가포르 회담을 승계한다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남북 간의 대화와 관여와 협력에 대한 지지’를 명시했다. 이에 대해서 22일 자 <JTBC 뉴스룸> 인터뷰에서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이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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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문장이 불쑥 들어갔다!”

“이번에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재추진하기 위한 동력이 확보됐다는 것이다.”

“아무 부대표현 없이 ‘남북 간의 대화와 협력, 관여를 지지한다’라는 문장 하나가 들어갔는데 상당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 말은 한국의 역할 공간을 미국이 줬다는 이야기다. 북한 보고 우리하고 대화하자! 이 이야기다. 정상회담에서의 표현은 함축적이기 때문에 세부적인 내용은 나올 수도 없다. 이 이야기는 북한을 보고 던진 거다. 

 

헤 : 그럼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더러 마지막까지 북미 대화의 중재자 역할을 하란 소린가?

 

희 : 미국에서 한국더러 한번 해봐라, 라고 룸을 준 것이다. 한국이 강력하게 요청을 했고, 문재인 정부의 의지가 강하니까. 

 

사실 북한이 북미대화나 남북대화를 하는 것은 중국에 달린 부분이 상당히 있었다. 중국이 과연 비빌 언덕이 되어 주느냐는 것인데, 중국이 흔들리는 모습이 보이니까, 거기다가 한국은 한국대로, 미국은 미국대로 굉장히 유연하고, 합리적으로 오퍼를 하니까 그런 것이다. 

 

미국 고위당국자가 이번에 대북정책에 대해서 “최대의 유연성”이라는 중요한 말을 하지 않았나. 굉장히 유연하게 가겠다고 하니 북한 입장에서는 고민을 할 것이다. 

 

"미사일 제한 해제, 역사적인 성과"

 

헤 : 언론에 많이 나왔지만, 그래도 문재인 대통령 방미의 성과 중 가장 빛나는 성과는 무엇이라고 보나?

 

희 : (언론에 나온 성과들도 그렇고 전반적으로) 다 잘했다. 최선을 다했다고 본다. 

 

하나 뽑자면 미사일 관련 한미 지침이 종결된 것. 미사일 족쇄를 42년 만에 풀은 건 정말 대단한 거다. 그게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렇게 함으로써 한국의 역할이 쿼드에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한반도의 안보억지력을 강화하는 것으로 한미간에 정리된 것으로 본다. 

 

우리 보수 매체들이나 보수적인 전문가들은 ‘한국이 왜 쿼드에 안 들어가느냐’고 주장을 해왔는데, 쿼드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하나는 군사, 안보적인 의미가 있고, 또 하나는 경제, 기술적인 의미가 추가됐다. 바이든 정권에 들어와서. 백신, 반도체 등등이 추가됐다. 그런데 쿼드에 군사 안보적인 측면에서의 대상 지역은 주로 동남아, 구체적으로는 대만해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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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지난번 미일 정상회담에서 대만 문제가 그렇게 세게 나온 것이다. 미국 입장에서는 일본의 팔을 비틀어서 대만 방어에 일본이 공동으로 참여하게끔 끌고 가려고 한 것이다. 

 

언론 보도를 보면, 처음에 미국이 일본에 원했던 건, 미국이 가지고 있는 대만 관계법을 미일 정상회담 선언문에 인용을 하려고 했다. 그래서 일본이 깜짝 놀랐다고 한 것이다. 표현이 온건하게 다듬어졌다는 것이다. ‘대만해협의 안전과~’ 뭐 이런 식으로.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대만 관계법을 인용한다는 것의 의미는, 유사시에 미국과 일본이 같이 맞서 싸운다는 이야기다. 중국하고. 그게 주전선이 되는 거다. 

 

그렇다면 한국이 155마일 휴전선이 있는 데다 작년에 북한이 남북연락사무소 부수고, 올해도 지금 잠수함을 진수식을 하네, SLBM을 쏘네, 뭐 이러고 있는 판에, 한반도 안보를 안 지키고 거기를 갈 수 있나? 

 

지금 보수적인 매체나, 전문가들은 그런 걸 원하는 건가. 비합리적이다. 

 

중국은 이미 북한을 앞세워서 미국의 시선을 분산시키기 위해서 2019년부터 계속 북한의 간헐적인 무력시위들을 뒤에서 백업해온 것이다. 한반도의 제2 전선화를 이미 중국이 시도해오고 있는 중이다. 미국의 관심을 분산시키기 위해서. 

 

그럼 우리 역할은 뭐겠나? 제2 전선화 돼 있는 한반도 정세의 강력한 억지력을 가지고 중국이나 북한이 함부로 하지 못하게 하는 게 미국한테 도움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에 한국의 미사일 족쇄를 풀어준 것이다. 

 

그래서 한국의 역할은 쿼드에 가입해서 대만해협 방위에 나서는 게 아니고, 중국이 북한을 앞세워서 한반도를 제2 전선화 하는 것에 대한 억지력을 발휘하는 것으로서 서로 입장정리가 됐다고 본다. 그럼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이다. 

 

헤 : 근데 또 어느 시각에서는 백신 스와프 체결 못 한 게 한국이 쿼드에 가입하라는 미국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아서라고 한다. 

 

"미사일 제한 조치 풀어준 것, 우리에 갇힌 호랑이 풀어준 것"

 

희 : 사실 백신 스와프 문제는 언론에 나온 그대로다. 미국 입장에서는 전 세계 국가들이 백신 달라고 하는데, 한국은 어떤 면에서는 가장 선진국에 속한다. 코로나 방역도 잘하고 있고. 그래서 한국군에게 백신을 주는 것으로 성의 표시를 한 것이다. 

 

미국도 우리가 스와프를 요구했다고 반드시 줘야 하는 건가? 그런 건 아니다. 서로 사정 봐서 조정을 하는 것이다. 거기에 무슨 배터리나 이런 거, 우리가 투자 하는 것도 우리가 일방적으로 갖다 바친 것도 아니다. 그거는 우리 입장에서도 미국이 첨단기술의 인프라나 이런 반도체 같은 장비를 다 가지고 있기 때문에, 우리도 첨단화하려면 미국의 도움이 필요한 것이다. 

 

국제적인 지배력이나 이런 거 확보하기 위해서 필요하니까 서로 윈윈 차원에서 한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미국이 보수 매체에서 주장하듯 백신, 신흥 첨단기술 분야에서 한국을 소외시키고, 일본을 우선하고 이런 식으로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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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한국의 룸을 다 보장해준 것이다. 더군다나 문재인 대통령이 미사일 사거리 제한 해제를 간절하게 희망해왔다. 사실 우리는 이번에 그걸 이슈화할 생각은 못 했다고 한다. 그런데 미국이 그걸 풀어줘 버린 것이다.

 

그렇게 됨으로써 동남아와 동북아를 놓고 봤을 때 미중이 대립하는 주전선은 대만해협을 중심으로 하는 남중국해가 되는데 거기는 미국과 일본 그리고 영국이 담당하고, (미국은 슬쩍 숟가락 하나 얹어서) 한국의 미사일 족쇄를 풀어줘서 중국이 북한하고 더불어서 만들어 놓은 제2 전선에서 대처하게 한 것이다. 그럼 그림이 딱 맞다. 그러면서 쿼드 문제에 있어 한국의 역할이 오히려 정리된 것이다. 

 

쿼드에 가입한다는 게 미국 입장에서 별로 도움이 안 된다. 혼란스럽기만 하다. 오히려 이렇게 할 수는 있다. 군사 안보적인 측면은 그렇게 정리하고, 중국이 그렇게 시비 걸지 못하게 하는 쿼드는 우리가 얼마든지 들어갈 수 있다. 

 

헤 : 다시 한번 느끼는 거지만 미국 외교 진짜 잘한다. 

 

희 : 아, 나도 이번 바이든 팀에 놀랐다. 제이크 설리번이라는 국가안보보좌관의 머리에서 다 나온 거 같다. 설리번이 워싱턴에서는 대단한 인재라고 하는데, 아주 훌륭한 친구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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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크 설리번

 

문재인 정권 임기가 얼마 안 남은 게 아쉽지만, 그래도 미국 민주당은 전통적으로 동맹의 이야기를 잘 듣는 정권이다. 한국 정권과 시차가 있지만, 민주당 대 민주당이고 우호적이라고 본다. 바이든도 (대북관계나 한미관계에서) 까칠하게 한 것도 있지만, 많이 해소됐다. 

 

어쨌거나 아까도 말했지만, 굉장히 잘된 한미 정상회담이다. 한국과 미국의 현실적인 힘의 차이는 인정해야 한다. 우리가 원하는 대로 다 할 순 없다. 상대가 있는 외교에서는 더 그렇다. 그런 점을 감안해도 잘 된 정상회담이다. 

 

미사일 주권 하나만 되찾아 온 것만 해도 엄청난 것이다. 우리나라 미사일 능력이 세계적인 수준이다. 세계 4위라고 한다. 그런 미사일 제한 속에서도 그 정도의 능력인데 이 족쇄가 풀어진다는 것은 우리에 갇혔던 호랑이를 풀어준 것이나 마찬가지다. 바짝 긴장할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도 그동안 이걸 풀려고 굉장히 노력했다. 그동안 문 대통령이 겉으로는 평화, 대화 이런 온건한 이야기를 했지만, 사실은 국방력을 엄청나게 끌어올렸다. 이런 면에서 대단한 안목이 있다. 

 

본인 임기 중에 미사일 개정을 두 번이나 했고, 본인 임기 중에 이 미사일 제한을 없애는 것을 강력하게 요구했다. 미국이 자신의 필요에 의해 풀어주긴 했지만, 문 대통령과 미국의 합이 이번에는 아주 잘 맞은 것이다.

 

문 대통령 임기 내 가장 큰 업적이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