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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링크) 에 이어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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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신생 정당 한다는 것

 

근육병아리(이하 근): 해외 정당 중에 기본소득당이 저 정도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정당은 있나요?

 

용혜인(이하 용): 최근 5년 사이에 좌우를 막론하는 포퓰리즘 정당들이 많이 생겨났잖아요. 포데모스같이 된다면 아주 성공적인 케이스일 것 같고요. 하지만 현실적으로 한국은 그런 포퓰리즘 정당 혹은 신생정당이 등장하기에 굉장히 어려운 정치 지형이죠.

 

근: 그 이유가 뭘까요?

 

용: 일단 양당제가 공고하죠. 대통령제에서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지만. 제3세력이 결과적으로 성공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는 것 같아요. 한국의 정치 역사에서는.

 

근: 한국에서는 그렇죠.

 

용: 그래서 근데 그걸 시도해 보려고 하는 건데 그게 좀 쉽지는 않다. 선례도 없고. 이런 고민들을 하고 있죠.

 

기본소득, 어떻게 해야 하는가 : 증세에 대한 환상

 

근: 세비를 당비로 많이 내실 것 같은데, 그래도 그중에 본인의 생활비로 가져가시는 부분이 있으시겠죠. 그 정도가 기본소득이라고 생각하세요? 아니면 그거보다는 많다고 생각하세요?

 

용: 제가 처음에 당선되고 나서 선배 동료 의원 여러분들이, "선거같은 이슈가 있을 때마다 얼마씩 크게 내더라도 총알은 좀 갖고 있어야 된다"라고 조언해주시더라고요. 돈 들어갈 때가 많다는 거죠. 실제로 그렇더라고요. 제가 받는 세비에서 당비로 내고 남은 돈을 잘 모아서 이번에 서울시장 선거할 때 한 번에 빵 털었어요.

 

그리고 제가 작은 정당이고 국회의원이 한 명 있다 보니까, 어디 방송에서 기본소득당을 부르거나 할 때는 항상 제가 나가게 되거든요. 그래서 작년 한 6개월, 7개월 정도의 방송 수익, 출연료 이런 게 생각보다 좀 있었어요. 저는 그 정도로 모인 최저임금 정도면 생활이 되더라고요.

 

근: 맞벌이셔서 그러신 거예요? 아니면?

 

용: 맞벌이여서도 그렇고. 그런데 남편도 최저 임금 받으면서 일하거든요. 둘이서 계산해 보니까 250 정도면 한 달 살더라고요. 따로 크게 돈 들어갈 데가 많지 않아서..

 

근: 아이가 있으면 달라지지 않을까요?

 

용: 달라지기는 하겠죠. 현실에서 기본소득 제도를 만든다라고 하면 제가 받는 세비 정도의 혹은 최저임금 정도의 기본소득을 실현하기에는 당장은 좀 쉽지는 않을 거고.

 

근: 기본소득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져서, 내년쯤에 실현된다고 칩시다. 그러면 얼마 정도의 액수가 적당하다고 생각하세요?

 

용: 기본소득당에서는 60만 원 모델을 가지고 있어요.

 

근: 1인당 60. 그러면 4인 가구로 치면 240만 원.

 

용: 240만 원. 정부가 매년 기초수급자들의 생계 급여를 고시를 하잖아요. 2020년 기준으로 53만 원 정도였고 올해는 그거보다 조금 더 올랐는데요. 그 정도에서부터 시작하자는 거죠. 작년에 당을 만들었고, 기본소득이 실현될 때까지 한 3~4년 정도 걸린다고 생각하면 60만 원 정도 되겠다고 계산한거죠.

 

근: 60만 원을 5천만 인구한테 준다고 하면 연간으로는?

 

용: 360조 정도. 나름대로 재원 마련 모델도 있어요. 시민사회 진영에서 기본소득 운동을 할 때는 저랑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최대한 많이 만나는 것이 일이었는데, 국회의원이 되고 나서는 저랑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는 게 더 중요한 업무가 되더라고요.

 

기본소득당 내에서 합의를 했던 건 60만 원 모델이지만 60만 원에 대한 가부를 묻는 방식으로는 절대 기본소득을 실현시킬 수 없다고 봐요. 그래서 지금 국회에도 민주당 소병훈 의원님이나 조정훈 의원님이 낸 법안의 모델이 한 30만 원 정도거든요. 이재명 지사님처럼 연간 10만 원에서부터 시작하자라는 분들도 있고. 굉장히 다양한 모델들이 있어요.

 

근: 그러면 어떻게 해야 될까요?

 

용: 그래서 제가 냈던 법안은 공론화 위원회를 설치하는 것이었어요. 문재인 정부 초기에 신고리 5, 6호기에 대해서 공론화 위원회 설치해서 의사결정을 했잖아요. 물론 거기에 대해서 비판적인 평가도 있고 다양한 의견들이 있지만, 저는 그런 중요한 결정들에 대해서 국민들이 같이 숙의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 의미 있는 일이라고 봐요. 결과를 함께 책임지고 힘을 싣는다는 측면에서.

 

그런 공론화위원회를 설치하는 법안을 작년 연말에 발의를 했는데 여기에 민주당, 국민의힘, 국민의 힘은 한 분밖에 안 계시긴 하지만. 열린민주당, 정의당, 저희 이렇게 해서 5개 정당의 의원님들이 한 20~30명 정도 모여서 같이 발의를 했어요.

 

근: 국민의 힘 의원님 누구세요?

 

용: 성일종 의원님. 기본소득에 관심이 있으시다고 들었어요.

 

근: 그건 왜 그런 것 같아요?

 

용: 기존 사회는 일자리를 통해서 그 부가가치가 분배되는 거잖아요. 더 이상 노동소득을 통해서 그것이 분배되지 않는 사회가 됐을 때, 사람들은 어떻게 어떻게 먹고살아야 하느냐라는 질문이 남을 수밖에 없죠. 실리콘밸리에서 지하 15층짜리 벙커 이런 게 유행한다고 하던데, 부자들도 변화된 사회에서의 불안정, 폭동 등이 염려되는 거죠. 일론 머스크, 주커버그 같은 사람들이 기본소득을 지지하는 이유도 자신들이 만들어가고 있는 사회 변화가 유지 가능하고 지속 가능하려면, 사실은 다른 분배 방식들을 상상할 수밖에 없는 거고요.

 

성일종 의원님과 따로 대화를 나눠보거나 하진 않아서 잘은 모르겠으나 국민의힘 내에도 그런 변화의 방향에 대해서 고민하시는 몇몇 의원분들이 계시더라고요. 저와 정치적 성향은 다르지만, 4차 산업혁명의 변화에 대해서 어느 정도 비슷한 부분들이 있는 거죠. 다만,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이 작년에 위원장을 맡자마자 기본소득을 정당정책 1호로 하겠다고 해서 나왔던 게 윤희숙 의원님이 짜신 기본 소득 모델인데, 그건 사실 기본소득이라고 좀 보긴 어려운.

 

근: 나머지 돈 뺏어서 거기다가 주자 이러니까.

 

용: 그러니까 사실은 유사품, 자매품 같은 거.

 

근: 선택적 복지비 같은 거죠.

 

용: 사실 청년 기본소득, 농민 기본소득 이런 아니면 참여형 수당 같은 경우는 자매품이라고 할 수 있겠으나 국민의힘의 기본소득 당론은 자매품이라기보다는 좀 유사품에 가까운 거 아니냐 이런 문제의식이 있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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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 기본소득 얘기를 하다 보면 결국 제일 중요한 건 재원 마련이 될 수밖에 없죠. 의원님 안에서는 재원 마련 계획이 어떻게 되나요?

 

용: 일단 재원에 대한 환상을 좀 걷어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무슨 말이냐면, 기본 60만 원 기본 소득을 한다고 하면 360조가 들잖아요. 명목상 단순 계산으로. 그런데 실제로 360조가 드는 거냐, 국민들의 부담이 360조가 늘어나는 거냐,라고 하면 그렇지 않거든요. 어떤 사람들은 내는 돈보다 받는 돈이 더 많게 되어 있고.

 

근: 세금이라는 게 기본적으로 누진되니까.

 

용: 내는 돈이 받는 돈보다 많은 사람들이 추가적으로 부담하게 되는 비용을 실제로 계산해서 국민들한테 그 규모를 알려야 되는 거죠.

 

근: 그게 얼마 정도 될까요?

 

용: 108조 정도. 75%를 순 수혜자로 삼았을 때, 상위 25% 정도가 추가적으로 부담하게 되는 금액을 108조 정도로 예상하고 있어요, 물론 그 108조가 작은 금액은 아니지만,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정부 예산이 3년 동안 117조 정도가 늘었거든요. 그럼 결국 이 늘어난 예산을 어디에 어떻게 쓸 거냐에 있어서 사회적으로 뭔가 합의를 만든다면 충분히 가능하다. 이것이 아예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360조라는 공포심을 걷어내는 설득들을 어떻게 잘 해낼 수 있을까 이런 것들이 고민인거죠.

 

두 번째는, 한국의 소득세를 좀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일단 근로소득세는 누진적으로 적용하죠. 그래서 한국이 소득세 비율이 굉장히 높다 이렇게 얘기하지만 사실은 이제 부동산 양도소득이나 주식 양도소득에 대해서는 거의 과세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거든요. 그래서 근로소득을 제외한 나머지 자산 소득에 대한 과세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근: 불로소득에 대한 과세를 강화한다?

 

용: 증세에 대한 논의, 불로소득에 대한 과세에 대한 논의는 기본소득을 주장하지 않으시는 분들도 많이들 하시는 얘기잖아요. 저는 기본소득과 연동해야 한다고 보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사회적으로 논의는 꼭 필요하죠.

 

근: 그럼 조세 저항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108조를 더 부담하는 납세자들의 경우에서 말하자면, 그렇지 못한 쪽보다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는 창구가 훨씬 더 많은, 소위 힘 있는 사람들 일 텐데요.

 

용: 재정 연구하시는 분들 중에 기본소득에 동의하지 않는 분들도 증세 전략으로 기본소득을 상상하시는 분들이 꽤 계시거든요. 종부세 논란이 사실 그런 거라고 보는데, 종부세를 내는 사람은 전국에서 몇 얼마 안 돼요. 그런데 종부세를 올릴 때마다 세금 폭탄이네 어쩌네 저쩌네 난리가 나잖아요. 조세 저항이 굉장히 크게 발생하고. 그런데 이런 핀셋 증세를 하는 게 대다수 사람들은 이해관계가 없는 사람들로 만들어버리고 이해관계가 있는 아주 소수의 사람들은 자기들만 손해를 봐야 되고 돈을 더 내야 되기 때문에 아주 극렬하게 저항하죠. 그런데 마치 그 사람들 목소리가 국민 전체의 목소리인 것처럼.

 

근: 과잉 대표되는.

 

용: 그것이 선발 복지를 위해서 세금을 더 내자라고 하는 어떤 사회적 합의가 불가능한 이유라고 저는 생각해요. 기본소득은 대다수의 국민들을 이해관계자 혹은 수혜층으로 만들어 75% 정도의 지지를 확보할 수 있죠. 힘 있는 25%가 반대하더라도 결국에는 국민 대다수가 지지하는 정책으로써 증세를 현실화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오히려 더 크다. 기본소득이 한 번 시작되면, 되돌리기가 쉽지는 않을 거예요. 그런 자신감이 있어요.

 

근: 복지 정책이라는 게 대부분 그렇죠.

 

용: 그리고 오히려 확대를 요구하게 될 거고. 목소리들이 더 커지면 커졌지, 대다수 국민들이 혜택을 보고 보게 되는 상황에서 이것을 축소시킨다는 목소리 혹은 세금을 덜 내서 이것을 없애버리자는 목소리가 좀 힘을 얻기 쉽지는 않을 거라고 예측하는 거죠.

 

이상적인 얘기를 할 거라 생각했지만 아니다. 생각보다 훨씬 현실적이다.

 

용혜인의 정치력

 

근: 비례대표로 국회에 들어오셨는데, 다음 행보는 어떻게 계획하고 준비하고 있는지?

 

용: 재선이 목표죠. 지역이 될지 비례가 될지는 아직 결정한 바는 없어요. 제가 알려지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기본소득당이라는 당이 많이 알려지고, 기본소득 당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를 만드는 것이 저에게는 최우선 목표죠. 그것이 돼야 그다음에 제가 저의 재선도 생각해보고 말고 하는 거죠. 그런 의미에서 지역구냐 비례냐 혹은 포기하는 거냐를 결정하진 않았어요.

 

근: 닫아 놓지는 않았다.

 

용: 네. 포기한 건 아니죠. 분명히 저의 목표는 재선이고 앞으로 계속해서 기본소득을 실현을 하겠다는 정치 활동을 하고 싶은 목표를 가지고 있지만 그것에 구체적인 어떤 경로에 대해서는 지금 당장 결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닌 것 같아요.

 

근: 그러면 현실적으로 기본소득 당의 경쟁자라고 생각하는 것은 다른 군소 정당, 말하자면 조정훈 의원님이 있는 시대전환과 같은 정당들인지 아니면 혹은 정의당인지 아니면, 정의당에서 늘 말하는 거대 양당인지?

 

용: 작은 정당들이 거대 양당을 비판하는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생각해요. 여의도 자체가 거대 양당을 중심으로 굴러가기 때문에, 이 양당의 무언가에 대해서 말을 보태지 않으면 언론에도 나가지 않는 그런 생리들이 있더라고요. 어떤 특정한 하나의 정당을 딱 경쟁자라고 이야기하기에는 기본소득당은 작고 미미한 존재예요. 다음 총선에서 3프로를 넘을 수 있느냐 없느냐를 두고 달려가고 있는 정당이잖아요. 누군가와 경쟁해 파이를 나눠 먹는 싸움을 하기에는 저희는 존재 자체가 과제인 그런 상황이어서. 경쟁을 한다고 말하기도 쉽지는 않은 것 같아요.

 

근: 박지원 국정원장을 ‘정치 9단’이라고 하잖아요. 100점 정치력이라는 게 있다고 한다면, 본인의 정치력은 몇 점 정도 되는 거 같아요?

 

용: 저는 아직 그런 걸 이야기하기엔 1년짜리 초선의원이어서.

 

근: 꼭 의원으로서가 아니더라도요. 예를 들면 활동가로서 활동을 하는 것도 사실은 정치력이 필요한 것이고, 젊은 여성이 정당을 조직해서 원내에까지 진출시키고 이런 모든 게 정치력의 범주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어떤 야구선수가 다른 리그에 있다고 그 리그의 기준으로 평가를 못하는 거 아니니까요.

 

용: 평가 항목마다 다른 것 같아요. 일단은 언론 기획이나 이런 거에 대해서는 아직 배워야 할 게 많은 것 같고요. 작은 정당에서 물론 쉽지는 않겠으나 이게 또 정치 활동하다 보면 또 언론 창구를 확보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잖아요. 저희가 가지고 있는 어떤 아이템들을 잘 살려서 기획하는 것들이 필요한데 그런 부분에서는 좀 아주 많이 부족한 것 같다 생각해요.

 

다만 저와 기본소득당의 장점 중 하나는 결단력이에요. 뭔가를 하기로 결정하면 그렇게 쭉 하죠. 예를 들면 선거 연합 정당이 사실 그랬고요. 많은 분들이 국회의원 뺏지 얻으려고 그런 거 아니냐라고 얘기하시면서 게 결정한 것처럼 생각하시지만 저희 내부적으로는 5대 4의 표결로 아주 간당간당하게 결정되었던 거였거든요. 정말 쉽지 않게 내린 결정이었죠. 하지만 결정 이후엔, 최선의 결과를 내기 위해서 그냥 뒤돌아보지 않는 것. 이런 게 좀 저희의 장점인 것 같고요.

 

그리고 또 한 가지는 오서독스하지 않고 유연하게 판단하고 결정하려고 노력한다는 점. 중대재해처벌법 제정할 때 본 회의장에서 너무 고통스러웠어요. 본 회의장에 도착했는데 주변에 계시는 분들이 표결 어떻게 정했냐고 물어보시더라고요. 아직 마음의 결정을 못 내리고 있었을 때인데. 당시에 민주당에서도 당론으로 결정하지 않았고, 국민의힘에서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었고, 정의당에서는 기권한다 하고.

 

제가 직전에 농성하고 계시는 김용균 씨 어머님과 이한빛 씨 아버님 찾아가서 만났어요. 어떻게 하면 좋겠냐 했더니 하시는 말씀이, "좀 더 나은 수정안이 통과되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그게 아니더라도 원안이라도 통과되면 좋겠다"이러시더라고요. 예상하지 못했던 답변이었어요. ‘이런 법이 아니면 안 돼’라고 말씀하실 거라고 생각했는데. 만족스럽지 않더라도 이런 법이라도 통과가 돼야 된다고 생각하시는 두 분의 유가족분들을 보면서 내가 좀 편견이 있었구나. 이런 생각을 좀 했었죠.

 

그렇다. 이런 경우엔 피해자들이 제일 유연하다. 유연함은 절박함에서 나온다. 백 점이 아니면 안 된다는 사람들은 절박하지 않은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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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 그래서 그분들의 얘기를 듣고 수정안이 올라오면 좋겠다 이런 마음으로 본 회의장에 들어갔는데, 민주당은 수정안을 안 내기로 했다고 했고. 아무도 통과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죠. 결과적으로는 넉넉하게 통과되기는 했지만.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나의 한 표가 되게 큰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압박감도 굉장히 컸어요.

 

근: 그랬겠네요.

 

용: 어떻게 결정해야 될지 뭐가 옳은 결정인지를 잘 모르겠더라고요. 그랬을 때 유가족분들이 해줬던 말씀 있잖아요.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게 낫지. 그래야 최소한 다치기는 해도 죽지는 않을 수 있고, 최소한의 책임도 물을 수 있고, 그런 거 아니겠느냐라고 이야기해주셨던 그 이야기 생각하면서. 진짜 너무 괴로워요. 그러면서 찬성 눌렀거든요. 근데 물론 그 찬성하고 욕도 진짜 바가지고 많이 먹었는데, 그런데 저는 또다시 또 그 순간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찬성할 것 같아요. 중대재해처벌법에.

 

욕먹을 용기

 

근: 욕먹은 얘기하니까 의원 배지 언박싱을 해서 욕을 많이 먹었잖아요. 그때 일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지나고 나서 생각해 보니?

 

용: 저는 사실 그게 그렇게 크게 논란이 될 일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었어요. 중앙당에 상근하는 분들 중에 한 명 빼고는 다 20~30대거든요. 제가 국회의원 당선증과 배지를 받아서 사무실에 딱 돌아갔을 때, 청소년 당원들이 “우와~ 저희 이거 언박싱해요”라고 하더라고요. 다들 그냥 뭐 이런 게 있으면 언박싱을 하는 것이 되게 익숙한 문화니까. 그래 그럼 언박싱 영상을 한번 해보자. 이렇게 좀 가벼운 마음으로 했던 건데 이게 생각보다 논란이 되는 걸 보고 좀 놀랐죠. 클립 영상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재테크 뭐 이런 표현들이 많은 분들이 불편한 마음을 만들었던 부분은 저희가 좀 신중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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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 영상 찍은 거 자체는 문제없다?

 

용: 네. 저는 배지에 대한 의미 부여가 다른 거 아니냐라는 생각은 좀 많이 들긴 했었어요.

 

근: 엄숙주의라고 보는 건가요?

 

용: 그걸 처음 보도한 곳은 조선일보였어요. 후에 채널A에서 영상을 거의 7~8개를 만들었고. 유튜브 조회수가 50만 이상 나왔죠. 그 기자분들도 다 제 또래거든요. 그분들도 그렇게까지 문제가 될 거라고 생각 못 했던 것 같아요. 유튜브 영상의 문법에 대해서 익숙하지 않은 분들께는 경솔해 보였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언행을 신중하게 해야겠다는 교훈을 얻었죠. 이해찬 전 대표님이 선대본을 해산식에서 해주셨던 말씀이 기억나더라고요. 제가 의정 활동하면서 마음속에 깊숙이 새기고 있는 말이기도 하고요.

 

근: 뭐라고 하셨나요?

 

용: 더불어민주당, 더불어시민당 해산식이었는데,

 

“여러분은 이제 어항 속 물고기처럼 살아가야 된다. 일거수일투족을 다 공개하면서 살아가는 공인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그런 마음가짐으로 살아야 된다”

 

이렇게 이야기하셨어요. 말씀에 진심이 느껴졌어요. 여의도에서 정말 오랫동안 살아남은 분의 조언이라 더 마음에 와닿았는지 모르겠어요. 그 말이 무엇인지 좀 실감했던 일이었던 것 같아요.

 

논란만 벌어졌다 싶으면, 시비를 가릴 생각은 안 하고 문제라고 생각하는 정치인들이 있다. 베드로가 예수를 부인하듯, 난 아니야 난 몰라 내 책임 아니야라고 말한다.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아도 사과를 해야 할 때가 있지만,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도 정치인에게는 필요하다. 자신의 문제가 아니라 자신이 속한 정당이나 그 정당에 속한 다른 사람들의 문제에 대해서는 더욱 그렇다. 적어도 용혜인은 잘못하지 않은 건 언론에서 논란이라고 하건 아니건 문제없다고 말할 수 있는 정치인이다.

 

언론이 용혜인을 외면하는 이유

 

근: 21대 국회에서 젊은 의원이 많죠. 의원님도 있고 류호정 의원, 장혜영 의원 세 분이 가장 대표적인 젊은 여성 의원님이실 텐데요. 류 의원님이나 장 의원님에 비해 유독 용혜인 의원님은 매체에서 훨씬 덜 다뤄주는 것 같아요. 의석이 한 석 밖에 없어서 그런 걸까. 기자들이 좋아하지 않는 말만 해서, 혹은 좋아하는 말을 골라 하지 않아서 인 걸까. 이건 제 문제의식이기도 한데. 이 부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용: 저도 그런 말을 많이 들었어요. 정말 많이 듣죠. 왜 용혜인은 언론에 잘 안 나올까. 또 다들 비슷한 세대에 여성 정치인에 비해.

 

근: 대표성을 공유하는데도.

 

용: 예. 그래서 더 그런 것 같은데.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죠. 첫 번째는 일단 정의당은 나름대로 국회 안에서 10년 이상 네트워킹과 자원을 갖춘 정당이지만, 기본소득당은 그렇지 못한 신생정당이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어요. 기자분들 한 명 한 명 겨우 안면을 트고 있는 상황에서 차이가 분명히 있겠죠.

 

두 번째는 위성정당의 원죄를 느낄 때가 있어요. 오히려 경제지나 중앙일보같은 보수매체에서 기본소득당 기사를 꽤 실어주지만, 진보 언론에서는 정말 한 번을 안 써 주시더라고요. 당원들이 섭섭함을 토로할 정도로. 당원들 입장에서는 우리 당 의원이 한 번이라도 언론에 더 나오면 좋겠고, 그래야 다른 젊은 의원들과 비슷하게 비교도 되고 할 텐데, 하는 서운한 마음이 많이들 드시는 것 같더라고요. 왜 그럴까. 왜 특히나 진보 언론들이 기본소득당을 외면할까. 생각해보면 위성정당에 대한 원죄가 큰 것 같아요.

 

현재 대한민국에서 진보언론을 표방하는 언론사들을 과연 진보언론이라고 부를 수 있는지 심각한 회의가 드는 요즘이다. 심각한 경제 범죄를 저지르고 감옥에 간 이재용을 사면해야 한다고 말하는 언론사를 진보언론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근: 위성정당에 대한 원죄는 정의당이 느껴야 될 문제지 진보 언론이 느껴야 되는 문제는 아닐텐데요.

 

용: 위성정당이라고 불렸던 그 사태에 대해서 시민사회 진영도 싸늘했었죠. 원래 민주당을 지지했던 분들 중에 이번에는 민주당 지지 못 하겠다는 분들도 많았으니까요.

 

근: 싸늘했던 것치고는 의석 수가 많은 것 같은데.

 

용: 그렇죠. 지역구에서는 또 다르게 뽑으신 거죠.

 

근: 비례로도 사실은 받을 표를 다 받았으니, 그런 관점으로 보자면, 위성정당에 대한 원죄를 묻는 사람들은 소수라고 볼 수도 있지 않을까요?

 

용: 정의당이 지난번보다 득표율이 올랐어요. 이번에 10% 정도 받았으니까. 그런데 득표율이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의석을 더 확보하지 못한 이런 아쉬움도 좀 있으신 것 같고. 그래서 위성정당에 대한 안 좋은 마음들이 남아있는 게 아닌가 그런 고민들이 들죠. 그런데 저는 위성정당이라고 불리는 선거연합정당에 참여했던 것을 후회한다거나 혹은 제가 잘못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근: 후회하지 않는다.

 

용: 잘했다고 생각해요. 다시 돌아가도 그런 결정을 할 거고. 그런데 여기에 대한 판단이 다를 순 있죠. 평가가 다를 수도 있는 거고. 그것은 제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니까. 이제 와서 위성정당에 대해 사과를 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문제도 아니고. 그것은 저에게 따라붙는 꼬리표 같은 것이기 때문에, 그것을 넘어설 수 있는 다른 콘텐츠들을 잘 준비하는 게 필요하겠죠. 저희의 부족한 지점인 언론 기획 이런 부분들에서부터 실력을 키워나가야하고.

 

근: 또 그렇다고만 하기에는 국민의힘 쪽에 위성정당으로 나왔던 사람 중에는 그런 식의 피해를 입는 사람이 없어 보이거든요.

 

용: 국민의힘은 자체 스피커 채널들이 있으니까 다른 것 같아요. 저희는 워낙 그런 게 갖춰지지 않은 작은 신생 정당이구요. 국민의힘은 정말 큰 정당이죠. 임기를 마치고 나가신 전 비대위원장님이 누구랑 밥 먹었다 이런 거까지 다 기사를 낼 수 있는 정당이잖아요. 기본소득당이 뭘 했다고 기사가 나기는 참 힘들죠. 잘 기획해서 언론사들의 구미가 담길 만한 뭔가를 만들어내야만 하고요. 차이가 좀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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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혜인과 이준석 그리고 젠더갈등

 

근: 다음 질문은 좀 예민한 문제입니다. 20대, 그리고 남녀. 그들 사이에서 남녀 간의 입장이 거의 다가갈 수 없을 정도로 갈라져 있죠. 역차별을 받고 있다고 느끼는 20대 남자들과 거기에 동의할 수 없는 20대 여자들을 어떤 식으로 설득해 나갈 것인지, 그게 궁금합니다.

 

용: 저는 정치인 특히 국회의원이 사회적 젠더 갈등 문제를 두고, 너는 20대 남성의 편이야, 나는 20대 여성의 편이야, 이런 손쉬운 접근을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그런 의미에서 이준석 전 최고의원 같은 분들의 접근 방식은 지적으로 게으르다고 생각해요.

 

이 인터뷰 당시는, 이준석 전 최고의원이 당 대표 선거 지지율 1위가 되기 전이긴 하다. 그렇다해도, 통렬하다.

 

근: 그분 하버드 나오신 분인데..

 

용: 네. 그런데 잘 모르시는 것 같아요. 임금 격차, 유리천장, 경력단절 분명히 존재하죠. 우리 사회에서 그것을 문제의식으로 삼는 합의는 이전부터 있었다고 생각해요. 그런 이슈들이 사회적으로 갈등의 원인이 되진 않았으니까요. 문제는, 여성들의 사회적 지위가 조금씩 올라가면서 혹은 여성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서 이제 파이 싸움이 시작된 거죠.

 

남성들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아도 좁은 관문을 통과하는 와중에, 여성들이라는 경쟁자가 추가적으로 더 생긴 거죠. 치고 올라오는 여성들이 두렵게 느껴질 수도 있을 거고요. 여성들 입장에서는, 경쟁 중에 유리 천장이나 경력단절 같은 것들을 감수해야 할 때 단지 남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승승장구하는 것처럼 보이는 또래 남성들이 경멸스러워 보일 수도 있고. 이 두 가지 시각에 충돌하는 거라고 봅니다. 이것을 이해하지 못하면 그냥 넌 남자 편이야 여자 편이야 같은 이분법만 남게 되죠. 과연 그것이 정치인이 할 일인가, 좀 더 고민이 필요한 문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특히 청년 정치를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남자 편이나 여자 편이냐를 가르는 게 아니라, 내가 갈라진 어떤 편을 대표하고 있다고 할 게 아니라, 사람들이 왜 이렇게 파이 싸움을 하고 있을까. 예전에는 없었던 싸움인데, 이 갈등을 완화시킬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로 고민의 방향이 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결국에는 사회적 경쟁을 완화시키고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겠죠.

 

거기에 기본소득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저는 주장하는 거고요. 예를 들면 전업주부의 가사노동이 사회적으로 전혀 인정받지 못하고 가치 없는 일, 당연히 해야 하는 일처럼 여겨졌던 것들에 대해서 당신들도 사회에 기여를 하고 있다고 인정해주면서 기본소득이 하나의 권리로서 지급되었을 때, 페미니즘의 사회적 인식도 많이 바뀔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여성들의 경제적 지위도 많이 향상될 수 있을 거고요.

 

이번에 한겨레에서도 그런 기획을 했는데, 여성이 경제적으로 종속되어 있기 때문에 내 이름으로 된 신용카드 한 장이 없어서 카드를 긁을 때마다 남편한테 문자가 가서 친구들 만나는 게 눈치 보이는 가정주부들에게 한 달에 30만 원에서 60만 원 정도의 돈이 생긴다는 건 큰 변화일 거라고 생각해요. 사회적으로 30만 원은 큰돈이 아니지만, 내 명의로 된 통장 하나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큰 삶의 변화가 될 거니까요. 이런 구체적인 변화들을 상상하는 것이 정치인으로서 제가 해야 되는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근: 20대 남자들이 실제로 차별받고 있느냐 아니냐 와는 별개로, 그들이 느끼는 차별 받고 있다는 감각과 박탈감은 실존하죠. 그렇다면, 그들에게 동세대의 정치인으로서 뭐라고 얘기를 해주고 싶으세요?

 

용: 그 감각과 박탈감은 남성들에게도, 여성들에게도 실존하죠. 문제는 그것을 부추기는 사람들이 있는 거예요. 너가 여성들한테 뭔가를 뺏기고 있고, 너가 남성들한테 뭘 뺏기고 있다고 자꾸 부추기는 사람들. 저는 그런 방식이 잘못됐다고 이야기하고 있는거고요. 그것이 지금 여성과 남성을 가르고 서로 아귀다툼을 하게 만드는 건데, 저는 화살이 바깥으로 향할 수 있게 하는 뭔가를 찾아야 한다고 봐요. 그게 제가 하고 있는 고민이고 제가 하려는 정치이기도 합니다.

 

설국열차의 마지막 장면이 생각나는 말이다. 앞이냐 뒤냐로만 고민하지 말고 열차를 뚫고 밖으로 나가보는 것도 고려해봐야 할 것 아닌가.

 

근: 그런데 당장 의원님 앞에 20대 남자 유권자들이 와서 ‘우리는 차별을 느낀다’라고 말할 때, 방금 하신 말씀을 하고 끝낼 수는 없지 않을까요?

 

용: 힘들죠. 그들이 힘든 것을 인정하는 거죠. 어떤 20대 남성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에 대해서 모른다거나 혹은 이해하지 못한다거나 그렇지 않아요. 얼마 전에 박용진 의원이 여성들도 이제 100일 동안 군사훈련하자라고 이렇게 얘기하셨잖아요. 저는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동등한 사회 구성원으로서 동등하게 의무를 부여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근데 이게, 그냥 그 문제만 떼놓고 보면 그럴 수 있는데, 사실 거기에는 다양한 문제들이 얽혀있어요.

 

예를 들면 남성들은 2년 동안 군대를 갔다 오잖아요. 여성들이 2년 정도 사회생활을 빨리 시작하고. 그래서 같은 나이 때 여성들이 20대 때는 더 많은 연봉을 받거든요. 그래서 남성들 거기서 박탈감을 느끼죠. 나는 군대도 갔다 왔는데,

 

근: 나는 가서 뺑이 쳤는데.

 

용: 얘는 2년 동안 계속해서 돈을 더 많이 벌고 있네. 그런데 이게 딱 30대 중반 넘어가고 하면 승진이라거나 혹은 뭐 아이를 낳고 경력 단절을 경험한다거나 하게 되면서, 역전되는 순간이 있는 거잖아요. 군 복무 자체만 두고 설명하기엔 얽힌 것들이 많죠. 20대 중반에 경험하는 박탈감만을 가지고 이 문제를 이야기하게 되면 답이 없는 사회적 갈등을 정치인들이 재생산하는 꼴이 되어버려요.

 

물론 답을 찾는다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지만, 그래서 포기해버리면 안 되는 거 아닌가? 이런 고민들이 들죠. 저도 특별히 정답을 마련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어떤 특정한 사항만 딱 떼서 손쉽게 이야기하는 거는 정치인이 할 일은 아니지 않느냐. 이런 고민들을 하는 거죠.

 

용혜인의 인물평

 

근: 인터뷰를 마치기 전에, 용혜인의 인물평을 한번 들어보죠. 제가 성함을 말씀드리면 간단한 한 줄 평을 부탁드립니다. 먼저, 문재인 대통령.

 

용: 문재인 대통령은 한 줄, 한 단어로 하기엔 진짜 어려운 분인데..

 

근: 길게 하셔도 돼요.

 

용: 역사적으로 가장 기대를 많이 받았던 대통령이죠. 시작하실 때부터. 그래서 잘 마무리됐으면 좋겠다는 개인적 바람이 있어요. 저와 민주당분들이랑 비슷한 점도 있고 다른 점도 있지만, 대한민국이 잘 되고 국민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은 같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제 나름의 애정 어린 쓴소리들을 하게 되는 거고요. 지난번 지지난번 추경안에 대한 반대토론이 그랬고, 선별적인 재난지원금에 대한 비판도 그런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좀 복잡한 마음이 들어요. 잘 돼야 되는데. 잘 되기 위해서는 저의 고민의 방향에서는 이런 것들이 필요하고, 부족한 것 같고 그래서 이런저런 쓴소리도 하게 되고. 저희가 워낙 작은 정당이라서 맞춰 갈 수 있는 기회나 공간이 많지 않지만 어떻게 좀 잘 해볼 수 있을까 이런 고민을 많이 하게 되죠.

 

근: 윤석열 전 검찰총장.

 

용: 아후.. 저는 진짜 검사 출신 대통령만큼은 안 보고 싶어요.

 

근: 왜죠?

 

용: 제가 세월호 참사 이후에 검사들에게 좀 학을 뗀 게 있어요. 제가 무슨 뭐 예전에 80년대 대학 다니셨던 분들만큼 막 고문을 당하고 그런 건 아니지만.

 

근: 무슨 일이 있었나요?

 

용: 카카오톡 압수수색도 당하기도 했고. 검사가 저한테 이렇게 당신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전과자가 됐는지 아냐. 이런 얘기 했었거든요.

 

근: 그 검사 이름은 기억나세요?

 

용: 네. 강범구 검사. 시민들이 세월호 참사에 슬퍼하면서 모여서 침묵 행진을 했다는 이유로 잡아가서 가둬두는 사람들은 당신들인데, 저한테 “당신이 100명의 인생을 망쳤다” 이렇게 이야기하는데,

 

근: 죄책감 느끼게.

 

용: 정말 황당했거든요. 저는 윤석열 전 총장을 보면서 검찰이 진짜 ‘조직’이구나를 느꼈어요. 조직에 충성한다는 그의 말도 저는 되게 이상하게 들렸거든요. 그런 게 어디 있어요? 공직자가 국민에게 충성하는 거지 왜 조직에 충성해.라는 말이 정말 여기까지 올라왔던 순간들이 몇 번 있었는데. 윤석열 전 총장은 그런 의미에서 공직자들의 반면교사.

 

근: 그러니까 윤석열의 한 줄 평은 반면교사.

 

용: 네. 저렇게 조직에 충성하면 안 되지.

 

그랬다. 윤석열 검찰 시대에는, 검찰이 해방 이후 저지른 수많은 사건 조작과 권력의 비위 맞추기를 마치 없었던 일인 것처럼, 검찰이 그리고 검사들이 정의의 수호자인 것처럼, 검찰의 과오를 외면하고 그들 편에 빤스 벗고 선 이들이 유난히 많았다. 대빤스의 시대.

 

근: 그러면, 이재명 지사.

 

용: 흥미로운 분. 한국 정치권에서 좀 쉽게 볼 수 없는 캐릭터.

 

근: 어떤 면에서 그렇죠?

 

용: 정치인들은 검증의 시간을 거치면서, 일을 하면 할수록 실력이 드러나죠. 보통은 일을 하거나 혹은 어떤 언론의 주목을 받거나 하면 할수록 지지율을 까먹거나 이런 경우가 많은데, 이분은 일을 해야 지지율이 높아지는 스타일이셔가지고. 그 부분이 한국 정치에서 잘 없는 캐릭터다. 되게 충격적이었던 건 작년에 신천지 이만희 교주 잡으러 가셨을 때. 그런 건 진짜 좀 독특하시네. 이런 생각을 좀 많이 했었어요.

 

근: 독특하다.

 

용: 트럼프같다. 이런 세간의 평가에 대해서, 본인은 트럼프보다는 좀 샌더스 같은 분이 되고 싶어 하시는 것 같은데. 전 트럼프가 등장했던 맥락들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유럽에서는 포데모스나 시리자가 같은 어떤 포퓰리즘 정당이 등장했던 맥락들이 있는 거고. 미국에서는 트럼프라는 우파 대통령이 집권을 했던 건데. 우파냐 좌파냐를 떠나서 그런 포퓰리즘 정당 혹은 내각제가 강했던 유럽에서는 정당들이 나타난 거고 미국에서는 대통령이 선출된 건데. 그런 전 세계적인 흐름 속에서 한국에도 그런 의미에서 비슷한 캐릭터가 등장했던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좀 들어요.

 

근: 오세훈 서울시장.

 

용: 저랑 악연이 깊으신데요. 제가 2016년 출마했을 때 27살이었는데 그때 이제 종로에 출마하셨었어요. 저와 선거운동을 같이하고 있는 청년들에게 와서 “고생해~” 이러고 가시더라고요. 같은 후보이자 상대 후보인 저에게요. 제가 너무 화가 나서 페이스북에 막 글을 썼거든요. 오세훈 후보님 저희 예의는 좀 갖춰 가면서 합시다. 이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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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 반응은 있었나요?

 

용: 그때 오세훈 후보가 사과했어요. 딸 같아서 그랬다고.

 

근: 그쪽에서 자주 하는 변명이죠.

 

검사장 출신이자 국회의장까지 했던 한나라당 박희태라는 자가 골프장에서 캐디의 가슴을 만지고 남긴 망언이기도 하다. 막간 TMI로 박희태의 사위인 김형준도 검사였으며 스폰서 의혹이 불거진 적이 있다.

 

용: 이번 서울시장에도 우리 당 후보와 오세훈 후보 유세차량이 붙은 적이 있어요. 저희가 유세를 하고 있는데 저희 차량을 자기 차로 가리고 이런 일들이 있었거든요. 오세훈 서울시장도 그렇고 그 주변에 있는 사람들도 그렇고. 무례한 사람들이라는 기억이 있죠.

 

근: 오세훈 시장의 한 줄 평은 그럼 무례한 사람?

 

용: 네, 무례한 사람.

 

근: 다음은 이낙연 전 대표.

 

용: 저한테는 좀 어려운 분이신데. 대화를 한 번 한 적이 있었어요. 바이든 같은 리더십에 대해서 많이 고민하신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바이든 같은 리더십보다는 지난번 미국 대선에서 앤드류 양 같은 사람이 좀 돌풍을 일으키면 좋겠다 이렇게 생각했거든요. 샌더스도 사실 좀 올드한 느낌이 좀 있고. 바이든은 좀 예상외의 인물이었는데, 그런 리더십을 얘기하시는 걸 보면서 저랑은 좀 굉장히 다르고 성향적으로 가까워지긴 어려우신 분인 것 같다 이런 생각을 하죠.

 

근: 안철수 대표.

 

용: 적절한 말은 아니긴 한데 약간 개그 캐릭터셔서 가지고.

 

근: 개그캐. 다음은 조국 전 장관.

 

용: 조국 전 장관님은 이 분도 한마디로 표현하기 어려운 분 같아요. 전에 제가 카카오톡 압수수색 당하고 할 때 sns나 이런 데서 많이 도와주셨거든요. 제 개인적으로 굉장히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근: 이른바 ‘조국사태’는 어떻게 보셨나요.

 

용: 저는 그 당시에 너무 혼란스럽다고 생각했어요. 아직 본격적으로 현실 정치에 뛰어들기 전이어서 그 문제에 대해서 아주 깊게 고민하지는 않았는데, 너무 많은 정보들과 너무 많은 의혹이 쏟아졌죠. 그 많은 것들을 다 따라가지도 못하겠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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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 시간이 좀 지난 지금은 어떤가요?

 

용: 저는 아직도 혼란스러운 것 같아요.

 

근: 아직도 혼란스럽다.

 

용: 그것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조국 전 장관님이 받으시겠죠. 거기에 대해서 하실 말씀이 있으실 거고, 조국 전 장관님에 대해서 청년들의 박탈감과 연결하는 것도 좀 게으른 분석이라는 생각도 들어요.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 지실 거고, 그게 아니라면 역사가 평가하겠죠.

 

근: 이준석 전 최고의원.

 

용: 안타까운 분.

 

근: 왜 그렇죠?

 

용: 제가 대학교 3학년 때 혜성처럼 등장한 청년 정치인이거든요. 그런데 요즘 보면 너무 구태의연해지셔서 안타까운 면이 있어요. 처음 등장했을 때 좀 잘 풀려서, 뭔가 일을 계속해서 국민의힘 계열 정당 안에서도 젊은, 새로운 바람이나 어떤 변화들을 만들어낼 수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계속 안 풀리면서 안타까운 면이 있고, 이제는 방송인이신 것 같다 생각을 좀 해요.

 

가장 안타까운 건 20대 남자를 호명하면서, 반 페미니즘의 정치적 대표자로 자임하시잖아요. 그게 실제로 선거에서 별로 도움이 안 될 거거든요. 특히나 그분은 지역구 선거에 출마하실 텐데. 그 시간에 차라리 지역구에 가서 어르신들이랑 고민 상담 한 번 더 하고 지역 민원 처리 한 번 더 하는 게 훨씬 더 도움이 될 텐데. 왜 저런 거 하시지라는.

 

근: 민주당 초선의원들이 여럿 있죠. 그중 대표적으로 한 분만 여쭙겠습니다. 장경태 의원.

 

용: 시민사회 운동이라는 전형적인 루트로 정치를 시작하게 된 저와 달리 장경태 의원님은 당 안에서 성장하셨죠. 저랑 전혀 다른 케이스고. 새로운 모델을 개척해 나가는 역할을 하고 계신다는 점에서 기대하고 있어요. 장경태라는 어떤 의원에 대한 평가를 통해서 새로운 청년 정치인이 등장하는 창구를 과연 그것이 계속 열릴지 안 열릴지가 결정되는 거니까요.

 

근: 류호정 의원은?

 

용: 류호정 의원님이랑 사실 좀 친해지려고 시간을 좀 개인적으로 밥도 먹고 하려고 그랬는데 제가 임신하면서 그러질 못했어요. 류호정 의원님은 술을 진짜 좋아하시고요. 그래서 좀 술도 한잔하고 하면서 친해져 보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했으면 참 아쉽다.

 

근: 마지막으로 딴지 독자들한테 한 말씀해 주신다면.

 

용: 제가 딴지 하면 기억에 남는 게, 하나는 좌린님이 저 세월호 침묵 행진 처음 시작했을 때 오셔서 사진을 찍어주셨어요. 그게 침묵 행진의 상징처럼 많이 쓰이는 사진이 되었죠. 언론에도 좀 많이 쓰였고요. 예전에 딴지 벙커가 혜화동에 있을 때, 거기 좌린님이 사진전에 저도 가고 그랬었는데. 추억이 있는 곳이죠. 다른 하나는 2016년에 출마했을 때, 물뚝님이 해주신 딴지 인터뷰.

 

근: 물뚝심송

 

용: 네 그때 그 기억이 제게 크게 남아 있어요. 당시에도 저희는 작은 정당이었고 언론에서 전혀 관심 없었죠. 그냥 세월호 투쟁 했던 젊은 애가 출마한다고 했을 때, 응원해 주시고 관심 가져주셨던 곳이 물뚝심송님과 딴지일보 였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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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용혜인의 이전 딴지이너뷰 (링크)

 

그때도 제 공약은 기본소득이었는데, 그 이야기를 풀어주시려고 물뚝심송님이 많이 노력해주셨어요. 제가 기본소득 얘기를 꺼냈는데, 물뚝님이 하셨던 말씀 중에 기억에 남는 게 “기본소득은 내가 먼저 꺼낸 게 아니다”였어요.

 

근: 실제로 기본소득을 공론화를 시킨 거의 유일한 사람이죠.

 

용: "사람들이 내가 먼저 했다고 생각하지만, 기본소득은 용혜인 씨 당신이 먼저 얘기한 거다"라고 격려해주셨던 기억이 나요.

 

직접 만나본 용혜인은 영민하고 용기있는 사람이었다. 좋은 정치인이라는 평가 외에 덧붙일 말은 없다.

 

용혜인 의원실에서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보좌진들 아무도 대담에 관심이 없다는 점이었다. 사람들이 오는지 가는지도 신경 쓰지않았다. 각자 자기 일에 열심이었다. 음료수도 용혜인 의원이 직접 갖다주었다. 보통의 의원실에서는 보기 힘든 풍경이다.

 

보좌진은 국회의원이 의정 활동을 더 잘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사람들이다. 이런 의미에서 보면 용혜인 의원실은 국회에서 가장 이상적으로 돌아가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리더의 철학이 조직의 행태를 결정짓는 법이다. 그것은 결국, 용혜인이라는 사람이 그런 사람이기 때문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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