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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병원에서 일어나는 일과 응급실 분만 

보통 코로나가 유행하면 '코로나로 인한 사망자만 더 늘어날 것'이라 생각하기 쉬우나 병원 입장에서는 절대 그렇지 않다. 코로나 환자에 신경 쓰다 보면 다른 환자에 소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보자. 어떤 사람이 뇌경색 아니면 뇌출혈로 쓰러져 밤 12시에 응급실로 왔다. 바로 조치가 필요한 응급환자다. 그런데 이 환자가 열이 난다. 예전 같으면 그냥 시술을 하거나 수술을 하면 되는데 혹시 코로나 환자라면? 병원 수술실과 입원실이 전부 코로나에 감염된다. 또한 그 환자와 접촉했던 의료진도 자가 격리에 들어갈 수 있다.

 

결국 그 환자로 인해 필수 의료진도 일을 못해 다른 환자 보는데 문제가 생기고, 더 심해지면 병원이 당분간 문을 닫아야 할 수도 있다. 실제로 코로나 초기에 이런 일이 발생하였다.

 

일반적인 경우엔 코로나 검사를 한 뒤 수술에 들어가면 되지만, 응급환자를 상대로 결과가 나오기까지 7시간 정도 걸리는 코로나 검사를 시행하기는 무리가 있다. 

 

안타깝게도 코로나 검사를 기다리느라 산부인과 수술을 하지 못해 뱃속의 아이가 사산된 일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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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조선>

수술을 기다리다 사산한 태아. 산모는 코로나 음성이었다. 

 

코로나 사태가 아니라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다. 사실 수술이 조금만 더 늦었더라면 산모도 위험할 뻔 했다.

 

이런 식으로 검사 결과를 기다리다가 혹은 수술 준비를 하다가 환자는 사망한다.

 

지금 생각하면 좀 우습지만, 작년 4월에는 중국에서 온 환자, 대구/경북에서 온 환자, 코로나가 발생한 근처 대학병원에 다닌 환자는 모두 병원 정문에서 확인하고, 응급인 경우-코로나 검사가 아직 나오지 않은 경우- 모두 이렇게 시술/수술을 했다. 

 

문제는 응급실이나 분만실은 정말 위험해서 온 경우인데 이럴 때 제일 곤란했다. 대부분 시술, 수술 후 다 음성이 나왔다. 사실 양성인 경우는 없었다. 개인적으로 분만을 많이 하는 내 입장에서는 정말 죽을 맛이었다. 하지만 어쩌랴. 그것이 절차이고 우리의 안전을 위한 것이거늘. 

 

헌데 코로나 환자가 발생한 병원을 다니던 산모가 배가 아파 우리 병원에 온 적이 있다. 감염관리실에서는 계속 '격리하라'고 했다.

 

이럴 땐 정말 미치고 팔짝 뛸 일이다. 결국 그러다 응급실에서 분만했다. 아찔한 순간이었다.

 

 

감염 내과 그리고 수술을 하는 우리의 고민   

이런 안타까운 일을 막기 위해 의료진은 레벨D를 입고 다른 환자와 동선을 격리한다. 평균보다 5배는 힘들다고 보면 된다.

 

무더위 속에서는 레벨D 전신보호복 대신 전신가운을 입는다. 의사 입장에서도 전신가운 4종 세트 혹은 레벨D를 입고 시술/수술 하는 건 쉽지 않다. 혹시 예외적인 상황이 발생했을 때 이런 복장을 하고는 즉각적으로 대처하기도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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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갑 3개 끼고 수술 할 수 있나...

 

또한 감염의 위험 때문에 반드시 음압 병실에서, 최소한의 인력으로만 수술해야 하기 때문에 제한이 많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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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대에서 시행한 코로나 산모 제왕절개 사진.

(헬멧 같은 건 PAPR -powered air-purifying respirator- )

 

헬멧을 뒤집어 쓰고 하는 수술은 쉽지 않다. 고개를 숙이고 수술 하는데 저런 걸 쓰고 수술하면 목이 안 아플 수가 없다. 나 같이 안경 쓰는 사람은 안구에 습기까지 차니 사고 나기도 쉽다. 헬멧 뒷쪽에 음압기가 습기를 제거해주긴 하는데 가끔 작동이 잘 안 될 때가 있다.

 

참고로 'PAPR 안에 왜 마스크를 또 쓰냐'고 물어보는 사람이 있는데 수술이 끝나고 모자 벗을 때 위험해서 그렇다. 의외로 옷 벗을 때 환자에게 묻은 균들에 감염될 수 있다. 

 

그나마 지금은 프로토콜이 잘 만들어져 조금은 나아졌지만, 아직도 응급 환자가 오면 많이 복잡하다. 검사를 하나라도 하면 뭔가 껴 입고 가야 되고 그 옷을 벗을 때 역시 엄청 주의해야 한다. 중국 우한에서 처음 코로나를 치료할 때, 의료진이 기저귀를 찼다던데 전신가운이나 레벨D를 한 번 입어 보면 왜인지 알 수 있다.

 

옆길로 또 좀 새자면, 감염내과에서는 환자를 잘못 받아 병원 전체가 곤란해지면 안되니까 그 기준을 상당히 높게 잡는다. 조금이라도 열이 있거나 위험 지역에 있는 환자라면 반드시 코로나 검사가 나온 후, 수술을 해야 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수술을 직접 하는 과에서는 조금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응급이면 빨리 수술하자고 주장한다.

 

수술을 하는 우리 입장에선 환자 의료진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으니 수술을 미루다가 환자가 위험해지는 것 보다는 그게 나을 수도 있다. PAPR을 쓰고 수술하다가 오히려 수술이 더 어려워져 더 위험해질 수도 있고.

 

지금도 많은 병원이 갑론을박하는 것 중 하나가 '감염력이 없는 코로나 양성 환자'의 경우다(코로나 감염 후 새로운 증상이 없는 상황에서 10일이면 감염력은 없어지지만, 검사하면 계속 양성이 나온다). 양성이기 때문에 꼭 코로나 환자에 준해서 수술해야 하는 문제다.

 

즉, 병원 감염을 책임지는 감염 내과와 실제 수술을 하는 과의 관점은 다를 수밖에 없다. 

 

결론적으로 위에서 설명한 이런 저런 이유로 코로나 발생 시 여러가지 이유로 사망률은 증가할 수밖에 없다.

 

 

관리에 성공한 한국

최근 'British Medical Journal(BMJ, 피인용지수 30점 정도로 엄청 좋은 저널이다)'에서, '세계에서 제일 잘 사는 29개의 나라를 대상으로 코로나 판데믹이 발생한 2020년도의 초과 사망률'을 비교했다.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나라들을 대상으로 2016년도에서 2019년도 까지 4년간 평균 사망 숫자와 2020년 사망 숫자를 비교했다(링크)

 

나라별 인구가 1000만이 넘고, 사망률이 매년 비슷할 것이라는 전제 하에 '코로나 판데믹 사태 이후, 한 나라의 사망자 수가 얼마나 변했는지'를 비교,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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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옥스포드 대학과 캠프리지 대학 등에서 작성했다

 

이 논문에서는 코로나 판데믹 이후 나라 전체의 사망률을 나라별로 비교하였다.

 

아래는 그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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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10만 명 당 사망률.

참고로 0은 그 전 4년간 평균 사망자 수로 보면 된다.

J는 1월 D는 12월이다.

 

유럽의 경우, 3-4월보다 10-12월에 감염자 수가 10배 이상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사망자 수는 비슷하다. 이유는 다 아실 것이다. 병원에서 프로토콜을 만들어서 그렇다.

 

3-4월에는 우왕좌왕 하다가 병원에서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환자들이 죽었다. 물론 우리나라 대구처럼 어느 일정 지역에만 집중적으로 발생해, 그 쪽 병원이 감당이 안 되서 그랬을 수도 있다.

 

우리나라 그래프를 보시라. 거의 0에 수렴하는 아름다운 그래프, 진짜 아름답지 않나? 정말 사망자 수가 거의 증가하지 않았다.

 

사실 우리나라에 고령 인구가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건 오히려 더 줄은 것이라고 여기게 될 수도 있다(참고로 우리나라 여성의 평균 수명은 세계 4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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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별 사망률이다.

 

아시다시피 코로나는 나이 든 사람들에게 더 취약하다. 그래서 국가에서도 나이 드신 분들에게 먼저 접종을 권유하고 먼저 맞는다. 반면 젊은 사람의 경우, 위험하지는 않지만 활동량이 많아 전염 가능성이 높으므로 먼저 맞게하자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표를 보면 알겠지만 우리나라의 사망률은 80세가 넘은 노인 층에서도 다른 나라 보다는 현저히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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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을 보면 정말 작년 3-4월이 지옥이었음을 알 수 있다

(평소보다 2배 넘는 사망률)

 

사망자 숫자는 미국이 제일 많고 사망률은 리투아니아가 가장 높다. 덴마크, 노르웨이는 환자는 많이 발생했지만, 사망률은 낮다. 이는 의료 시스템이 붕괴되지 않고 잘 돌아갔다는 이야기다. 뉴질랜드는 판데믹 이후 사망자 수가 더 줄었다. 아마 다른 사람들이 더 조심해서 그런 게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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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적으로 지난 1년 간 국민들이 정말 많이 고생했고 정부도 잘 이끌어 줬다고 생각한다. 다만 작년, 우리나라 초과 사망자수가 4000명 정도 였는데 코로나로 인한 직접적인 사망은 900명 정도로 다른 나라에 비해 조금 높았다.

 

이 말은 코로나로 인해 다른 질병군의 사망률에 영향을 끼쳤다는 것으로 해석된다(작년 데이터라 가장 많이 사망한 올해 1월 사망은 반영 안 된 것 같다).

 

그래도 사망자 숫자가 워낙 적으니, 글로벌 기준에선 좋게 해석된다. 

 

 

내가 만난 산모들  

개인적으로 코로나 덕에(?) 작년에 참 많은 나라에서 귀국한 산모들을 보았다. 이구동성으로 '우리나라 정말 좋다', '이제는 선진국이다'는 이야기, 많이 들었다.

 

텍사스에서 오신 한 환자 분은 '이렇게 좋은 나라에 사는 것을 감사히 생각하라'며 미국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하셨다. 미국의 다른 지역에서 귀국한 산모 분은 '한국에 오니 너무 안심이 된다. 너무 감사하다'고 말씀한다. 역설적으로 코로나라는 힘든 위기 상황에서 한국의 의료 시스템이 빛난 거다. 

 

일본에서 귀국한 한 산모 분의 '이렇게 값 싸고 질 좋은 의료 시스템은 세계 어디에도 없을 거'라는 말도 기억난다.

 

사실, 작년에 많은 동유럽 국가의 높으신 분들이 우리나라 의료 제도를 배우기 위해 왔기도 했었고. 고치고 개선해 나가야할 시스템이 많다고 생각하지만 글로벌 기준에서 비교하면 우리나라 의료 시스템은 참 좋다. 그걸 제일 잘 아는 사람들은 양쪽 체계를 경험해 본 환자들일 테고 그 환자들이 한 말이니 뭐.  

 

코로나 판데믹 속, 가장 급한 수술이나 조치가 필요한 산모 환자를 많이 접하는 내 입장에선, 평소와 다른 수술복이나 절차 때문에 힘들기도 하지만 이런 말들 속에서 아, 우리가 이 수준이 됐구나, 한국이 정말 많이 컸구나, 하는 걸 느낀다. 

 

헌데 다른 나라의 현장에도 가보지 않고, 자료도 제대로 분석하지 않은 채, 나쁜 말만 떠들어대는 우리나라 언론을 보면 많이 답답해진다. 어쩌냐, 딴지일보라도 나서줘야지.  

 

결론은 이렇다.

 

이 모든 답답한 현실을 한 방에 해결하는 길은, 우리 모두, 서둘러 기회가 될 때 백신을 맞아야 한다는 거다.

 

당신이 빨리 맞은 백신 덕에 나같은 사람이 더 빨리, 안전하게 수술할 수 있고, 어쩌면 또 다른 생명을 구할 수 있을 테니까.   

 

 

피에쑤 1: 왜 잘 사는 29개 나라에 일본이 빠졌는지 물어볼 수 있겠다. 예전에 'ourworldindata'에도 일본이 빠져있었다. 지금은 있는데 작년 말까지 일본의 데이터는 이상하게도 빠져있었다(링크). 일본 통계청에서 데이터를 업데이트 잘 안 해서 그런 것인지 이유는 나도 잘 모르겠다.

 

피에쑤 2: 위에 저거 IF 30점짜리 논문인데, 내가 보기엔 정리하는데 별로 시간이 걸렸을 것 같지 않다. 이런 논문 하나 쓰면 인생이 막 확 달라지고, 원장님 한테 칭찬도 받고, 나 막 한국 최고 의사 이런 호칭도 받고 그랬을 것 같은데, 갠적으로 이거 좀 아쉽다. 논문 더 열심히 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