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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편의 내용을 정리해보겠습니다. 비트코인은 다른 오픈소스 프로젝트와 같이 공돌이들의 지적유희로 시작합니다. 그러다 지불수단과 거래소가 결합하면서 세상에 영향을 끼칩니다. '거래, 그 자체의 게임'으로 이어졌고 어마어마한 자본이 오가게 됐습니다.

 

그 결과, 엄청난 돈을 번 사람들이 생겨났습니다. 그 사람들 중에는, 코인 거래소와 성공한 코인 프로젝트에 참여한 이들이 포함돼있습니다. 이들도 자본가의 일원이 된 것이죠.  자본가의 일원이 된 이들이 무엇을 추구하고 있느냐에 대해 얘기할 차례입니다.

 

1. 코인은 사기다 : 비관론자들의 견해

 

비관론자 중 상당수는 코인이란 것이 거래 외에는 아무 가치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주요 국가에서 비트코인 거래를 중단시킨다면, 그 코인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존재라는 것이죠. 학창시절 경제교과서에 나오는 교환가치와 사용가치 중 교환가치만 있고 사용가치는 없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이런 전제를 깔고 보면 코인 시장은 거대한 폰지사기처럼 보입니다. 폰지사기라는 말이 아직 익숙하지 않으실 수도 있으니 간단한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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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명이 어떤 구슬을 100원에 팝니다. 100원주고 산 사람은 다음 사람에게 200원에 팔고, 200원에 산 사람이 300원에 팔고, 300원에 산 사람이 400원에 팔았다고 해보죠. 이런 방식의 구슬거래가 반복되는 동안, 거래에 참여한 모두가 100원씩 벌게 됩니다. 이런 거래가 100번 반복되면 구슬 가격은 10,000원이 돼있겠죠. 하지만 그 구슬 자체는 100원일때나 10,000일때나 똑같습니다. 즉, 추가적으로 만들어진 가치는 전혀 없는데, 그저 가격만 높아지는 것이죠. 결국 100번째에 구슬을 산 사람이 지불한 10,000원을, 앞선 100명이 100원씩 나눠가진 꼴입니다.

 

이론상 무한하게 이 거래가 반복된다면 누구나 100원을 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러가지 이유로 이런 거래는 영원히 반복될 수 없습니다. 선생님이 구슬 소지를 금지시킬 수도 있고, 그냥 그 구슬이 깨져버릴 수도 있죠. 이런 외부 요인 없이 그냥 더 참여할 사람이 없어질 수도 있습니다. 이 때는 맨 마지막에 산 사람이 결국 '물린 사람'이 되는 거죠.

 

이 과정에서 만약 이 판을 벌인 사람이 100원을 벌게해준 댓가로 10원의 수수료를 받았다면, 구슬가격이 1만원이 되는 100번의 거래 과정에서 1,000원을 벌게 됩니다. 100명이 100원씩 버는 동안 혼자 10배를 벌고서, 마지막 거래가 일어날 때 쯤 도망가 연락두절이 되는 상황. 이런 식으로 뒷사람의 돈으로 앞사람의 이익을 만드는 돌려막기 속에서 수수료 명목으로 더 큰 돈을 뜯어낸 후 튀는 것이 전형적인 폰지사기의 구조입니다.

 

여기서, 폰지사기와 비슷한 면이 있지만 사기가 아닌 경우를 생각해볼까요. 골동품, 미술작품, 옛날 동전이나 우표 같은 수집품들은 대부분 시간이 지날수록 가격이 올라갑니다. 그 각각의 물건들을 소유했다가 매각한 사람들이 얻은 수익의 총합은, 현재 소유하고 있는 사람이 지불한 가격과 같습니다. 이 점에서 폰지사기와 유사합니다. 이러한 물건들도 대부분 직접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가치는 없지만, 보통은 역사적인 가치를 지닌 희귀한 물건입니다. 이 점이, 흔한 구슬과 다른 점이죠.

 

인류가 그 역사적 가치를 계속 인정하게 된다면 현재 소유하고 있는 사람도 아마 언젠가 더 비싸게 팔 수 있을겁니다. 단, 알고보니 역사적 가치가 없었다든가, 혹은 전혀 희귀하지 않고 비슷한게 널려있다면, 마지막으로 구매한 사람이 '물린 사람'이 되겠죠. 이 경우에는 물린 사람 입장에서는 수집품이나 폰지사기나 별로 다를 바가 없겠네요.

 

어떤 것의 매매거래가 반복되고 그 가격이 계속해서 상승한다면, 맨 마지막에 매입한 사람이 그 앞에 소유했던 모든 이들이 누린 이익의 총합을 지불하게 됩니다. '마지막에 산 사람이 앞서 거래에 참여한 이들의 이익을 메꿔주는 형태'라는 사실만으로는 폰지사기다 아니다를 논할 수 없는거죠. 그 형태 뿐만이 아니라 그 거래 대상이 어떤 가치를 지니느냐, 그리고 누군가 의도적으로 그 가치를 부풀려 자신의 이익을 추구했느냐 여부를 통해, 그 거래가 사기냐 아니냐를 판단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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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코인은 폰지사기다'라는 말은 결국 '코인은 정말 아무 가치가 없다'라는 말을 전제로 한다고 볼 수 있겠네요.

 

저는 앞선 두편의 글에서 코인의 내재적 가치가 있다고 얘기해왔지만, 그 가치 있음을 말하기 전에, 비관론자들의 견해를 좀 더 살펴보겠습니다.

 

누가뭐래도 코인계의 원조이자 황태자는 비트코인(Bitcoin, BTC)입니다. 비트코인은 비트코인의 거래를 기록하고 검증하는 과정을 블록체인으로 구성합니다. 말이 어렵지만, 어쨌든 누군가 그 일을 해야한다는 겁니다. 누군가가 기꺼이 일을 하게 만들려면 그에 합당한 보상이 있어야합니다. 그 보상이 비트코인 그 자체입니다. 비트코인이 어떤 거래를 매개하는 단위이면서, 동시에 그 거래가 성립하도록 만드는 보상이기도 한거죠.

 

좀 있어보이게 표현하자면 순환논리이자 재귀적 구조입니다. 비트코인이 가치가 있다면 거래가 늘어나고 그만큼 많은 자원이 필요할 텐데, 그 자원은 채굴기를 돌리는 사람들이 제공합니다. 채굴기를 돌리는 이유는 가치가 높아진 비트코인을 얻기 위해서죠. 비트코인이 작동하기 위해서는 비트코인을 원하는 사람들이 있어야 하는 겁니다. 비트코인이 어떤 가치를 지녀야만 비트코인의 거래가 일어날 이유가 있겠죠. 반대로 비트코인이 아무 가치가 없는 코드 조각이라면, 굳이 그걸 거래할 이유도, 그 거래에 기여해서 그걸 받을 이유도 없습니다.

 

이 점은 분명 '100원을 벌 수 있는 구슬'과 상당히 비슷한 냄새를 풍깁니다. 가치가 오를 것이라는 믿음 하에서 이뤄지는 세계. 가치가 없음이 객관적으로 확인되는 순간 소멸될 수 밖에 없는 세계. 결국 마지막에 돈을 들여 산 사람이 손해를 뒤집어쓰는 세계. 상당수의 비관론자들이 이러한 이유로 코인이 무가치하다는 견해를 갖게 됐을 것이고, 그 견해를 바탕으로 폰지사기와 비교하게 됐을겁니다.

 

이를 반박하거나 또는 피해가기 위해 고려할 수 있는 시나리오는 총 3가지 정도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1. 화폐가 원래 그렇다. 코인이 더 낫다.

 

2. 교환가치 이외의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다.

 

3. 가치가 있는 것들의 가치를 끼얹어 빗겨가자.

 

이 3가지는 위와 같은 의문에 대해 논리적으로 성립할 수 있는 여러가지 반박을 크게 3개로 묶은 것입니다. 동시에, 1,2,3 순서가 실제 기술적 시도가 등장한 시간적 순서와도 어느정도 비슷합니다. 일단 저 의문 자체에 대해 반박하는 것이 1번, 내재적 사용가치를 구현해내려는 시도가 2번, 내재적 가치가 아닌 외부의 실질적 가치에 기술을 접목시키려는 시도가 3번이 되겠네요.

 

실제 각 코인 프로젝트가 비관론의 논리에 대응하기 위해 저런 3가지 방안을 모색했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각자의 입장과 목표에 따라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제가 그냥 저러한 3가지 기준으로 분류를 해볼 뿐입니다. 그렇게 분류를 해서 보면 이해가 더 쉬우니까요. 제가 해석하는 특징이 그 프로젝트들의 목적은 아니다는 점 염두에 두어 주시길 부탁드리면서,

 

하나씩 간단히 부연설명을 해보겠습니다.

 

2. 화폐가 원래 그렇다. 코인이 더 낫다 - 코인 원리주의

 

금본위제, 브레튼우즈 협약, 닉슨 쇼크 등을 알고 있는 분이라면 이 원리주의적 반박이 어떤 의도인지 대략 감이 오실겁니다. 이 말들이 익숙하지 않더라도 괜찮습니다. 어차피 기본적인 방향만 설명하려는 목적이니까 디테일은 과감히 생략해도 됩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원화(KRW)의 가치는 어떻게 매겨질까요? 우리는 1만원이 어느 정도의 가치를 의미한다는 걸 어떻게 확인할까요? 아주 단순하게 말해, 이건 일정한 규칙에 대한 약속입니다. 예를 들면 한국은행이 발권한 것만을 인정하고, 인정된 기관을 통해서만 전산화 할 수 있으며, 다른 나라의 화폐와는 어떻게 교환할 수 있는지를 법으로 정해놓고 지키는 것이죠. 그 약속을 지키는 전제 하에 우리는 비교적 객관적인 가치의 척도로써 원화를 사용합니다.

 

각 나라의 화폐도 마찬가지입니다. 각 나라의 법에 의해서 지켜야 할 약속을 정하고, 나라와 나라간에 약속을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미화 1달러가 1190원이다가 1200원이다가 1150원이 돼도 별로 놀라지 않습니다. 10만원으로 살 수 있는 쌀의 양이 수시로 바뀌어도 놀라지 않습니다. 애초에 그런 변동이 발생할 수 있게 약속했고, 그 약속이 지켜지는 한 우리는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할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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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매개하기 위해서는 그 약속이 아주 정교하게 균형을 이뤄야만 합니다. 우리는 짐바브웨에서 10여년 전 있었던 초인플레이션에서, 그 약속의 균형이 깨지면 무슨일이 벌어지는 지를 확인했습니다. 포브스에 따르면 2008년~2009년까지 짐바브웨 달러화의 인플레이션이 6.5×10^108%라고 추산했습니다.

 

숫자가 너무 커서 감이 안오는데, 대략 1년 내내 화폐의 가치가 하루에 절반씩 떨어졌다고 보면 됩니다. 만원이 다음날 오천원이 되고, 그 다음날 2,500원이 되는거죠. 열흘만 지나도 대략 1000분의 1이됩니다. 그렇게 1년이 간다고 생각해보면, 그냥 모든 현금이 휴지조각이 됐다고 봐도 되겠습니다.

 

이렇게 극단적인 사례가 아니어도, 한 나라 정부의 통화정책은 그 나라 안에서도 그렇고, 다른 나라에게도 그렇고 크고 작은 영향을 끼칩니다. 그 영향 중에는 당연히 나쁜 영향도 포함됩니다. 수백 수천만 명의 삶을 좌우할 수 있는 결정을 몇명의 바보같은 권력자들이 내릴 수 있는 구조인 것이죠.

 

비트코인이라는 것이 공돌이들 사이에서 관심을 모으게 된 것에는 분명 이러한 기존 화폐 시스템에 대한 반감이 큰 몫을 차지합니다. 대개 공돌이 문화에서는 문돌이들의 권력놀이로 인한 한계를 공돌이스러운 논리와 구조로 대체하려는 노력이 큰 인기를 얻곤 하니까요. 암호화폐(cryptocurrency)라는 이름이 붙여진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비트코인 논문이 쓰여졌을 때만 해도 블록체인으로 화폐시스템을 대체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니까요.

 

이러한 견해가 다소 강하게 발현되면, 애초에 화폐란 것도 엉성한데 비트코인의 재귀적 순환논리가 뭐가 문제냐는 생각을 가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코인 원리주의라는 이름을 붙여봤습니다.

 

하지만 2021년 현재, 코인 기술에 참여하는 다수의 사람들은 이렇게까지 원리주의적인 생각을 하진 않을겁니다. 만약 이런 원리주의자가 다수였다면, 수많은 다른 코인들이 생겨날 이유도 없었겠죠.

 

3. 교환가치 이외의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다. - 스마트컨트랙, Dapp, Def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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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은 분명 화폐시스템을 대체할 것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졌습니다만, 화폐라는 것이 복잡다단한 다양한 속성 중 그 내부 구성 논리에 한정하여 집중한 것이 사실입니다. 기본적으로 각 국의 법정화폐들은 그 가치가 일정하기를 추구합니다. 그러다보니 국력과 안정성의 상관관계가 생겨나게 되고 달러화가 사실상 세계의 기축통화 역할을 수행하게 된 거겠죠. 조금 단순화해서 말하자면, 비트코인은 이 부분을 다소 간과한 편입니다. 즉, 분산시스템으로 중앙통제시스템을 대체하려는 목적이 강했던 반면, 화폐로써 그 가치가 일정하기를 추구하는 면은 약했죠.

 

이번 편에서 간접적으로 언급했고, 위의 폰지사기 얘기에서도 그러하듯, 가치가 오르락내리락하는 것이 거래시장에서는 자연스럽습니다. 그 등락폭을 줄이는 것에는 노력이 필요하죠. 가만 냅두면 가만 있는게 아니라, 가만 냅두면 등락이 심해지고, 그걸 줄이기 위해 노력이 필요한 것입니다. 미국 달러화는 과거 금본위제에 기반한 역사를 바탕으로, 늘 1~2위를 다투는 대국으로서의 무수한 노력이 더해진 결과로 지금 정도의 일정함을 유지하는 셈입니다.

 

이에, 비트코인의 후손들은 사용가치를 만들어내려 노력합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 블록체인에 기록하는 내용을 단순히 거래내역 뿐만 아니라 다른 것들도 넣어보자는 시도를 꼽아볼 수 있겠습니다. 소위 스마트컨트랙, 스마트계약입니다. 비트코인이 'A가 B에게 1코인을 줬다'는 사실만을 분산하여 검증하고 기록한다면, 스마트컨트랙은 'A가 X라는 약속을 지키면 B에게 1코인을 준다'라는 형태입니다. 그러면 X라는 약속이 지켜졌는지도 검증해야하고, 코인을 주는 행위도 실행돼야하고, 그 모든 사실도 기록이 돼야하겠죠.

 

공돌이의 세계에서는 이렇게 모호한 기능이 구현될 수 있는 바탕이 마련된 것 만으로, 어마어마하게 다양한 시도들이 일어납니다. 단순하게는 도박을 만들 수도 있고, 다른 시스템과 접목되면 기계들이 작동을 제어할 수도 있고, 어떤 서비스를 만들어낼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만든 서비스를 Dapp, 풀어말하자면 분산형 시스템으로 만든 앱이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그 서비스가 금융적인 시스템인 경우 Defi, 분산형 금융이라고 부릅니다.

 

이렇게, 거래를 통한 가치교환이 아닌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다면, 그 부가가치의 총량을 추정해볼 수 있겠죠. 현대 자본주의는 이런 셈법에 익숙합니다. 이 기술을 토대로 만들어낼 수 있는 부가가치의 총량을 먼 시간까지 예측한 후, 현재가치로 할인하여 더하면 이 기술의 현재가치를 추정할 수 있죠. 그것이 그 기술이 내세우는 코인의 시가총액과 비슷할 거라는 생각을 해볼 수 있을겁니다. 그래서 그렇게 계산한 시가총액과 대충 비슷한 수준에서 교환시세도 어느정도 안정화되기를 기대해볼 수 있겠죠.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이런 방식으로 시세가 안정화된다 해도, 이런 가치 측정 과정을 지닌다는 사실은 기존 법정화폐와 오히려 거리가 멀어지게 합니다. 화폐보다는 기업의 주식가치 평가 방식과 더 가까워지죠. 이 외에도 상당히 많은 면에서, 화폐보다는 주식과 비슷해지는 특징을 지니게 됩니다. 자세한 얘기는 따로 풀어내겠습니다.

 

4. 가치가 있는 것들의 가치를 끼얹어 빗겨가자 - NFT

 

아예 새로운 방향도 시도됩니다. 내가 노래를 못하면 가수를 키우면 된다는 생각을 하는 작곡가와 같은 마인드. 즉, 가치가 있는 무언가를 매개하기로 마음먹는 것이죠. 기술의 내재적 가치는 아니지만, 바깥에 있는 어떤 가치와 코인의 가치를 연결시키는 것.

 

공돌이 기술의 특성상, 자연스레 코인 기술은 게임 기술과의 접목이 많이 시도됩니다. 그 중 하나가, 게임 속에서 등장하는 아이템이나 캐릭터, 장소 등의 대상에 블록체인을 적용하는 것이었죠. 사실 게임이란게 다분히 게임을 즐기는 게이머 입장을 위주로 돌아가다보니, 게이머 입장에서 이 아이템이 블록체인 기반이든 중앙서버 기반이든 재미만 있으면 될 노릇입니다. 그래서 블록체인의 적용이 게임의 성공과 직결되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게임이라는 문화의 유구한 역사에 힘입어 기발하고 다양한 시도들이 이뤄집니다. 2017년 크립토키티(CryptoKitties)라는 희한한 게임이 등장합니다. 예전의 다마고치스러운 이 게임은 그냥 고양이 캐릭터 하나를 키우는 단순한 게임인데, 각각의 캐릭터는 고유한 코인 그 자체입니다. 각각의 고양이가 각각의 코인인 셈인데요, 이게 무슨소린가 싶으시겠지만 그건 잠시 잊고, 어쨌든 이 게임 때문에 이더리움 네트워크가 마비되고 고양이 캐릭터 하나가 2018년 당시 미화 172,000달러, 당시 환율로 한화 약 2억원에 거래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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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게임은 이더리움 기반으로 개발됐고, 저 2억원도 600ETH의 형태로 지불됩니다. 즉, 당시 1ETH 가격이 286달러, 30 몇만원이었단 얘깁니다. 저 고양이 캐릭터가 하나의 코인이라고 얘기했지만, 그 코인은 이더리움과는 다릅니다. 그냥 단 하나뿐인 어떤 코인, 즉 NFT(대체불가능한토큰)이었죠. 일단, NFT라는 게 뭔지에 대해서도 담에 얘기하기로 하구요.

 

그 코인 자체의 내재적 가치는 다른 여타 고양이 캐릭터와 동일합니다. 어쨌든 저 코인은, 그러니까 그 코인이 담고 있는 고양이 캐릭터는 어떤 특징이 있었기 때문에 다른 무수한 고양이와는 달리 2억원에 거래가 된 것이죠. 이건 코인의 내재적 가치가 아니라, 그 밖에 있는 문화적인 어떤 것입니다. 기본적으로 이런 시도들도 스마트컨트랙트를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2번 유형과 출발이 같지만, 지향점이 좀 다르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이제 이런 코인은 '화폐'와의 거리가 정말 멀어졌네요. 이러한 시도는 화폐보다는, 앞서 폰지사기의 반대 사례였던 골동품과 미술작품과 같은 수집품의 특징에 조금 더 다가갑니다.

 

자 그러면 다시 정리해보겠습니다.

 

코인이란 것의 가치란 무엇인가, 이에 대한 대답을 하지 못한다면 코인은 그저 거래 시장 위에 올라선 폰지사기에 불과하다. 이런 운명적인 질문 앞에서 크게 3가지 대답이 내려집니다. 코인 원리주의로 반박하기, 내재적 가치를 구현하기, 그리고 바깥의 가치를 담아내기.

 

저는 원리주의자가 아니므로, 원리주의에 대해서는 위 소개 정도만 하고 넘어갈 생각입니다. 그리고 사실 원리주의적 사고도 어느정도는 내재적 가치 구현에 영향을 끼치기도 하거든요.

 

다음편에서는 가치가 있는 것들의 가치를 끼얹어 그 운명적 질문을 빗겨가는 NFT에 대해 좀 더 알아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