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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영화 같은 일이 수시로 일어나는 한국이라지만 오늘 들려온 소식도 가히 영화 몇 개는 너끈히 찍을 각이다. 역시 한국 영화의 미래는 밝다. 세상에 만상에 검찰 간부가 야당 의원에게 고발장을 써서 갖다 바치고 고발해 주십사 부추겼다는 뉴스버스라는 매체의 보도가 터져 나왔다.

 

'수사 정보 정책관'이라는 직함의 검찰총장 측근 손준성 검사가 국회의원 김웅에게 내밀었다는 고발장의 피고발인란에는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최강욱, 황희석 당시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 등 범 여권 유력 정치인 3명과 언론사 관계자 7명, 성명불상자 등 총 11명"이 올라 있다고 한다.

 

더욱이 친절하게도 "공직선거법 위반(방송·신문 등 부정이용죄)과 정보통신망법 위반(명예훼손)" 등의 혐의까지 밝히면서도 알뜰하게도 고발인란은 비워 두는 센스까지 발휘하며.

 

깡패본색

 

모름지기 고발을 받아 수사하고 기소를 하는 것이 본업인 사람들이 수고로이 먼저 고발 대상인들을 섭외하여 혐의까지 공지해 가며 "고발해 주십사" 고발장 제공 서비스를 했다는 뜻이렷다. 코로나 시국에 스폰서 떨어지기라도 했나, 검찰이 요즘 먹고살기 힘든가 보다. 오죽 껀수가 없으면 고발장 제공 서비스까지 하며 고소고발을 수집한단 말인가.

 

그런데 야당더러 고발해 달라고 부탁한 인사들의 성격은 딱 봐도 전직 검찰총장의 사모님을 물고 늘어지는 인사들을 비롯해 전직 검찰총장의 비위를 건드린 사람들이다. 즉 검찰은 칼집에 손 안대고 칼 빼들고 고까운 사람들 향해 휘두르고 싶었던 것이다. 이걸 유식한 말로 권력의 사유화(私有化)라고 한다. 그리고 전 검찰총장님은 이렇게 준엄하게 일갈하신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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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버스의 보도대로라면 그리고 지엄하신 검찰총장님의 가르침대로라면 수사정보정책관 직함의 손준성 검사는 깡패다. ‘보도가 맞다면’ (아 언론중재법 때문에 말을 조심해야 한다) 즉, 수사권을 가진 검찰이 누구를 잡겠다고 고발장을 서비스했다면 깡패치고도 질이 안좋은 깡패다.

 

그러나 강호에는 강호의 도가 있고 깡패에게도 아래위는 있다. 똥물에도 파도가 있고 모기 다리에도 근육이 있다고 깡패들도 함부로 누구를 쑤시지는 않기 때문이다. 형님의 명령이 있어야 야구방망이로 두들기든 아킬레스건을 끊든 하는 것이다. 하물며 총장이 휴가 안가면 아래 검사들이 휴가조차 못 간다는 공포의 조직 서초동파에서랴.

 

현재는 대구 동성로파(대구지검) 소속이라는 손준성 검사가 자기 혼자 충정(?)으로 고발장을 작성해서 서초동파 여의도지부의 김웅 의원한테 갖다 줬다는 상상은 기본적으로 불가능하고 몰상식하다. 깡패 사회에도 룰은 있는 것이다. 정히 부인하자면 아예 그런 일이 없었다고 입을 모으면 모를까.

 

어랍쇼. 그런데 입을 잘못 맞췄는지 손발이 안 맞았는지 여의도 지부 김웅이 엉뚱하게 입을 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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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씨 관련(기억이 나지 않는 것을 보면) 온 것을 전달만 한 것 같다”

 

고 토로하는가 하면

 

“윤석열 총장 쪽에서는 그 부분을 문제 삼고 싶었을 수도 있지만”

 

이라며 큰일날(?) 소리를 토해 내는 게 아닌가. 서초동파 보스로 대권을 꿈꾸는 분 입에서 "허허 이러면 나가린데" 소리가 절로 나오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서

 

“최강욱 의원에 대해서는(두 번째 추가 공직선거법 위반 고발) 제가 공직선거법 위반이라고 문제 제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고발장 초안을 잡았는데..... .나머지는 혹시 검찰 쪽에서 이런 부분이 문제가 되니까 그걸 검찰 안에서 해결하기 어렵다고 해서 보내줬을 수는 있고, 저는 전달만 한 것 같다“

 

며 또 한 번 천기누설을 한다. 오호라. 이쯤 되면 김웅은 하늘을 보며 부르짖어야 마땅하다. "어 죽기 좋은 날씨네."

 

마냥 죽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으랴. 김웅은 극력 말을 보탠다.

 

"당시 수많은 제보가 있었고... 정보 제공자의 신원을 보호하기 위해 전달받은 대화창은 모두 지웠기 때문에 현재 문제 되고 있는 문건을 제가 받았는지, 누구로부터 받았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허허, 아무리 제보가 은하수처럼 쏟아져도 제보자가 누구인지는 확인할 터, 사법고시 패스할 만큼 머리 준수한 김웅 의원이 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의 ‘제보’를 어중이떠중이들과 같이 취급했다고? 그래서 기억도 안난다고? 이쯤 되면 손준성이 분연히 일어나 외칠 것 같다. “넌 나에게 모욕감을 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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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팝콘 각

 

문제는 간단하다. 뉴스버스에서 들이민 저 문건이 손준성에 의해 김웅에게 전달됐다면 영화는 싱겁게 끝난다. 영화 기생충의 박 사장처럼 사람들은 선을 넘는 걸 좋아하지 않는데, 그런데 “냄새가 선을 넘은” 것이다.

 

검찰이 신명을 바쳐 범죄를 밝히고 “하늘이 무너져도 정의를 세운” 게 아니라 “정의 따위 무너져도 우리 조직의 하늘을 떠받들려다가” 싼 똥 냄새가 등천을 하는 것이다. 다시 한번 언론중재법 조심. ‘보도가 사실이라면’.

 

그런데 여기서 우리의 서초동파 여의도 출장소 소속 김웅이 모터선풍기를 돌린다.

 

“고발 청부가 아닌 공익제보다.”

 

여기서 오호라 니가 뭘 받긴 받았고 뭔가 알고 있구나 싶은 심증이 산사태처럼 떨어지거니와 서초동 보스에게서는 “이런 여우 같은 곰을 봤나” (영화 <내부자들> 중) 소리가 터져 나올 만하다. 아니 골키퍼가 골을 넣고 환호해도 분수가 있지, 공익 제보(?)를 받아 수사하고 정의를 세우는 걸 업으로 하는 서초동파가 누구에게 무슨 공익제보를 한단 말인가. 제 딴엔 그럴싸한 단어를 생각해 낸 모양이지만 자기들끼리의 짬짜미만 여실히 폭로하고 있으니 이 어찌 미련 곰탱이 김웅(金熊)이 아닌가.

 

그래도 아직 영화는 끝나지 않았다. 뉴스버스는 순준성이라는 이름을 거명한 결정적인 근거를 아직 밝히지 않고 있고, 손준성은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잡아떼고 있다. 물론 손준성은 김웅에게 “나한테 왜 그랬어요???” 라고 애타게 묻고 싶을 테지만 어떡하나. 어차피 “인생은 고통” 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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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싱겁게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 만약 손준성이 고발장을 건넨 증거만 나온다면 그와 서초동파 보스 윤석열은 영화 <신세계>에서 엘리베이터 안에서 칼침맞는 황정민 꼴이 될 것이다. “드루와 드루와” 하면서 발버둥 칠 테지만 결코 그 정치생명을 ‘yuji’ 할 수 없을 것이다. 대한민국이 아무리 우스워 보여도 깡패만도 못한 양아치 오야지가 대통령 꿈을 꾸는 불상사는 없어야 하지 않겠는가. 유복한 사모님과 함께 모히또 가서 몰디브 한잔하시는 것까지는 보아 드리겠지만.

 

또 혹시 아는가. 뉴스버스에 고발장을 폭로한 이가 글쎄 서초동파에 암약하던 '우리 편' 검사라는 영화 <신세계>나 <무간도> 찜쪄먹는 스토리가 전개될지. 서초동파 두목께서 "고발장을 손준성이 건넨 게 아니라는 것에 판돈 전부 하고 내 손모가지를 건다. 니들은 무엇을 걸래."하며 뭇사람들의 간담을 쪼을지. 하나 더....뉴스버스가 지레 삽질을 한 것인지..... 하여간 재미있다.

 

아무튼 보다가 스톱한 넷플릭스 영화처럼 내일 ‘이어보기’를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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