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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우 추천37 비추천-3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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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 예약을 걸어두었던 조국의 시간을 찾아가라는 문자를 받았다. 다 읽고 반납했다. 독후감이나 일상의 잡설 혹은 갑자기 생각난 개똥철학 같은 글들은 자제하기로 했다. 요즘은 대선 기간이다. 정치가 과열되는 시기다. 

 

난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하고 그를 배신하지 않을 것 같은 사람을 지지하지만, 그것을 타인에게 강요할 마음은 없다. 이명박과 박근혜 정부의 뻘짓이 중국의 자신감을 자만심으로 만들어 선을 넘게 만들고 그에 대한 역풍이 국제사회에 부는 것을 지켜보니 어쩌면 나쁜 선택을 한 경험도 역사가 되고 역사는 공동의 기억이 되어 사회가 한 단계 성장하는 자양분이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잘 되길 바라고 답답한 마음도 크지만, 그러다 망하면 어쩔 수 없다는 마음도 조금 있는 것을 보면, 나는 여전히 크게 책임감과 소속감을 느끼지는 못하나 보다.

 

그렇게 지내다가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발신자는 자신을 미국에 사시는 박ㅇㅇ 씨의 동생이라 하며 형의 부탁으로 조국의 시간이라는 책을 보낸다며 정확한 주소를 물어왔다. 아직 택배가 도착하지는 않았지만, 쓰지 않으려 했던 독후감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회와 국가에 대한 책무는 받은 이상으로 했다 생각하기에 가볍다. 온전하게 와닿는 개인의 호의는 무겁다. 여럿의 개인이 엮인 것이 사회고 수많은 사회가 얽힌 것이 국가다. 국가 단위의 소명 의식이나 부채 의식은 없지만 인연이 닿은 선량한 이들의 호의는 기분 좋은 무게감을 준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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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의 시간>에서 조국은 자신과 그 가족을 위해 촛불을 들어준 백만이 넘는 시민들을 반복해서 언급한다. 어쩌면 그 정도로 두터워지고 많은 무게감과 소명 의식이 역사의 선택을 받은 영웅들에게 죽음도 불사하게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조국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이 마음의 빚을 이야기했다. 성품은 조금 다르지만 비슷한 삶의 궤적과 결을 가진 법 분야 후배에게 마음이 쓰였던 것 같은 발언이다. 나는 조국을 언론에 종종 정치·사회적 발언을 하는 진보적 성향을 가진 법학 교수로 알고 있었다. 그를 처음 인지한 순간이 명확하게 기억나지는 않는다. 아마 ‘강남좌파’라는 단어가 퍼지는 시점이었을 것이다.

 

강남좌파에 대해 썩 좋은 느낌은 없었다. 노골적으로 부를 축적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이들보다는 괜찮은 것 같지만, 삶의 접점이 있을 것 같지 않았다. 그때쯤 같은 무리로 취급되던 진중권이 진보를 표방하며 더 활발하게 논객으로 활동했다. 

 

노동자 계급을 위시한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다는 사람의 취미가 경비행기를 타는 것이라고 했다. 그 시절 경비행기를 한 시간 타는 요금이 20만 원이었다. 2014년에 들어서야 최저시급이 오천 원을 넘어섰다. 그럴 수도 있다. 사람은 대체적으로 불완전하고 모순적인 존재다. 말과 행동의 괴리는 있을 수도 있다. 말만으로도 타인을 신뢰하는 사람도 많지만, 난 언행이 일치하지 않는 사람을 신뢰하기는 어렵다. 배우 차인표는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봉사활동을 하게 되면서 비싼 술집에서 술을 마시지 못하게 되었고 어울리는 지인들이 바뀌었다고 했다. 

 

아무래도 강남좌파는 패션으로 진보의 깃발을 드는 것 같았다. 당장 먹고 살 걱정에 매몰되지 않는다면 약자에 대한 배려를 주장하는 것이 아무래도 폼이 난다. 지나치게 냉소적인 시각이다. 다들 선한 행동에 대해 마음은 품고 산다. 다만 자주 잊고 실천하기가 어려울 따름이다. 마찬가지다. 몸소 삶으로 실천하기는 어렵지만 보다 어려운 타인과 나누며 살자고 주장하는 것까지는 그래도 수월하다. 

 

사회적 삶은 정치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정치는 권력을 쟁취하기 위한 대립과 덜 중요한 것을 포기하는 타협의 연속이다. 무언가를 쟁취하기 위해 투쟁하거나 타협하는 것은 개인의 인생도 마찬가지다. 물론 계획대로 이루어지는 것은 드물다. 

 

바다에 여러 줄기의 물이 모이는 것처럼 갖가지 이념과 철학 그리고 이익이 정치판에서 물리· 화학작용을 이룬다. 온갖 강물들이 흘러들어와 섞이고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내는 바다의 흐름을 거칠게 이분법으로 나누면 난류와 한류로 구분할 수 있다. 온갖 이념과 철학 그리고 이익을 위해 이합집산을 하는 무리들이 만들어내는 정치판의 모습도 비슷하게 구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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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패스트트랙 국면 당시 국회.

 

지배계급의 이익을 대변하고 이익을 분배받는 편이 쉬워 보이고 무난해 보이기는 한다. 이쪽 루트가 막혀, 다른 쪽으로 비빌 곳을 찾아 약자의 편에 서는 정치인도 있다. 물론 정의감이나 신념 때문에 약자의 편에 서는 정치인들도 있다. 

 

 

2.

지배받는 약자들이 최대의 무기인 다수의 힘을 사용하려면 구심점이 필요하다. 아무래도 자신과 별반 다르지 않은 비슷비슷한 사람들을 우두머리로 삼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일까. 역사적으로 민중파의 지도자는 귀족 출신인 경우가 많았다. 로마 귀족들의 원로원 정치를 소멸시킨 카이사르. 식민지 인도의 기득권 계층이던 간디, 대족장의 혈통을 이은 만델라 같은 이들이 억압받는 피지배자의 리더로 서고 구심점이 될 수 있었던 공통요인이 보인다.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의 하나가 교육이다. 책임감을 동반한 건강한 선민의식과 자긍심, 투지를 길러주는 엘리트 교육이다. 빈한한 출신이던 김구 선생 같은 분도 신라 왕족의 후예라는 것에 꽤나 고무받으셨던 것 같다. 김구 선생이 시대의 리더가 될 수 있었던 것에는 안진사(안중근 의사 부친) 댁에서 그 집 자제들과 함께 받은 교육을 무시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항상 예외는 있다. 호부 견자라는 말과 개천에서 난 용의 속담이 괜히 있는 말은 아니다. 개인의 성품과 자질에 양질의 교육이 더 해져야 더 훌륭한 사람이 만들어진다. 

 

반대로 한미한 출신에서 성공한 이들은 자신을 받아들여 준 기득권과 체제에 충성하는 경향을 보인다. 때로는 편을 갈아탄 이들에게 보이는 극단적인 과격함과 완고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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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힘들어하던 부분이 여기에 있다. 기댈 산맥이 없는 외로운 존재라는 표현으로 괴로운 심경을 토로하기도 했다. 성공한 사람에게 드물게 공감되는 발언이었다. 사회적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은 자연적 투쟁에서 살아가는 동물들이 자손에게 생존을 위해 교육하고 먹이터를 상속하는 것 이상의 무형자산을 물려준다. 부모가 살면서 쌓은 업보도 상속된다. 신뢰나 은원처럼 형성된 인간관계 같은 것들도 상속된다. 

 

현행 세법에서 상속세가 최대 50%로 알고 있다. 법은 보수적이다. 상속자가 무형자산을 온전히 물려받아야 그 정도 되는 것 같다. 세상은 고정되어 있지 않으니 더 불릴 수도 있고 까먹을 수도 있는 법이다.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면 짓눌리기도 한다.

 

요즘에는 특히 대학별로 학과별로 사회적 서열이 세분화하는 경향이 보인다. 자녀의 교육과 학위취득에 맹목적인 부모들의 헌신이 심정적으로 이해는 간다. 아무나 쉽게 받지 못했던 고등교육을 이수한 것만으로 엘리트가 되던 지난 세대와는 다른 시절이다. 

 

고등교육을 받은 이들이 많아지고 그들이 기대할 만한 사회적 지위와 급여를 기대할 만한 직업의 채용인원은 한정되어 있다. 뭐든 정도를 지나치면 문제가 생긴다. 상위 클라스를 질시하고 하위 클라스를 짓누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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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정원 확대를 반발하며 면허시험을 거부하던 의대생들의 심리도 기대이익을 지키기 위한 이기심이 연대한 결과로 보인다. 언론에 나타난 조민에 대한 질시도 치열한 학업 경쟁에서 자신이 선 자리가 공정하게 느껴지지 않은 이들의 억울함을 기반으로 한 것이다. 

 

 

3.

박정희 대통령의 급작스런 죽음이 그를 신격화했던 것처럼 노무현 대통령의 비극적인 죽음도 비슷한 서사를 만들어냈다. 검찰과 언론을 비롯한 기득권의 공격을 받던 노무현과 거리를 두던 많은 정치인들이 친노를 표방하고 정치적 적통을 주장했다. 민중은 혈족이 아닌 친구이자 민정수석이었던 문재인 대통령을 선택했다. 

 

정치인 문재인 대통령의 행보는 기댈 산맥이 없던 노무현 대통령과 조금 달랐다.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 이후 양식 있는 서민들의 부채 의식이 뒤를 받쳐주는 산이 되었다. 언론을 위시한 기득권을 수호하려는 적대 세력들에 대한 대응도 직설적이고 감정적인 대응을 보이지 않았다.  

 

본인의 성품도 있으시겠지만, 학습의 효과도 있으리라 본다. 쓸데없이 권위적일 필요는 없지만, 너무 소탈해 보이는 것도 약점이 된다. 서열을 짓는 짐승들이 화풀이로 폭력을 투사하는 대상을 고르는 기준은 친하지 않거나 만만한 존재다. 사람에게는 사람의 법도로 짐승에게는 각각의 짐승을 다루는 방법이 필요하다.

 

검찰 조직의 정치적 표적 사냥으로 노무현 대통령을 보낸 문재인 대통령은 검찰개혁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문재인 정부의 민정수석이던 조국이 법무부 장관으로 나섰다. 검찰 권력의 분리와 축소를 주장하던 조국이 법무부 장관으로 내정되자 윤석열 검찰총장이 반발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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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는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충정이라는 명분을 가져다 댔던 것 같다. 그때도 믿지 않았지만 지금 서 있는 곳을 보면, 그가 충성하던 대상은 자신의 기득권을 보장해주는 조직이고 자신이 쥔 권력이었다.

 

곧 사냥이 시작되었다. 검찰은 조직의 힘을 총동원하다시피 해서 장수를 잡으려면 말을 쏘라는 격언처럼 조국을 지탱하는 원천인 가족을 공격했다. 

 

백만 건이 넘는 기사가 쏟아졌고 그 가족과 인연이 있다는 죄목으로 압수수색을 당한 사람들이 나왔다. 아무래도 그들은 조국이 죽거나 그 아내가 죽어 조국이 같이 쓰러지기를 바랐는지도 모른다. 자녀가 아비를 원망하고 지인들이 모두 뒤돌아서 사무치게 외롭고 무력한 지경에 빠져 조국이 절망적이고 자포자기한 선택을 하기를 바랐는지도 모른다. 

 

서울대 교수에 민정수석을 지내고 법무부 장관에 내정된 이에게 향하는 칼날이다. 그보다 이룬 것이 적거나 가진 것이 부족한 이들에게는 검찰의 칼날이 겨누어지면 더할 수도 있다는 무력감이 공포가 되고 분노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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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을 지키기 위한 촛불집회가 서초동 법원 앞에서 시작되었다. 조국 개인을 지키기 위한 촛불집회는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그와 그의 가족에게 행해지는 검언 합작의 잔혹한 사냥에 두려움을 느끼고 고통에 공감한 이들이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절감한 것이다. 

 

그 생각과 감정들이 이어져 이후에 치러진 총선에서 여당에 180석이라는 결과를 만드는 데 많은 부분을 일조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에 반발한 시민들이 열린우리당을 국회 다수당으로 만들었던 것과 유사한 결과다. 그리고 유사한 또 역사가 되풀이된다. 

 

모든 것을 노무현 대통령의 탓으로 돌리던 언론과 조금씩 피로감을 느끼며 외면하는 민중, 차별화를 통해 자기 정치를 하려는 정치인들의 모습이 되풀이되려 하고 있다. 학습된 기억을 아직 망각하지 않은 민중들만이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여전히 군사정권에서 간첩 사건을 조작하고 평범한 사람들을 고문해서 범죄자로 만들던 사람들이 별일 없이 연금을 타 먹으며 살고 있다. 아마 광주 진압에 나섰던 직업군인 중에서도 무사히 정년을 마치고 연금을 수령하는 사람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사회가 변하는 것은 한세대가 물러나고 다른 경험과 생각을 하는 다음 세대가 바꿔가는 것이다. 쉽지 않다. 국회 위증을 하던 조여옥 대위나 대국민 심리전을 펼치던 국정원 김하영 요원은 여전히 조직의 보호를 받고 있다. (조여옥은 2020년 전역하여 현재는 민간인 신분으로 잘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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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여옥(좌)과 김하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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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을 보아하니 이들은 계속 보호를 받을 것 같다. 압수수색을 당하는 조국의 집 앞에서 뻗치기를 하다가 배달부에게 세상 환하고 즐거운 웃음으로 메뉴를 물어보던 기자는 방송국에서 승진했다.

 

 

4.

조국은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에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했다. <조국의 시간>은 역사적 기록이고, 그 시간에 대한 개인적 소회다. 그 소회는 ‘가족의 피를 펜에 찍어 쓴 글’이라는 말로 와닿았다. 조국은 선한 사람이고 선하게 살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다. 서울대 법학과를 나와서 군사정권에 협력하는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 사법고시를 치르지 않았다. 

 

법을 도구가 아닌 학문으로 법학자가 된 그의 선택으로 판단하건대, 그는 투사에 가까운 성향은 아니다. 엘리트 계급으로 살아가면서 사회적 혜택들에 대한 부채 의식과 소명 의식은 소년 감성도 느껴진다. 나는 나이를 먹고도 소년 감성을 유지하는 이들에게 조금 끌리는 경향이 있다. 본능적으로 결핍을 메우려는 본능일지도 모른다.

 

그가 지나치게 선한 성향을 가진 이가 아니었다면, 투쟁본능이 좀 더 서 있더라면, 오랜 시간 친구를 자처하던 진중권이 그를 그리 쉽게 배신하고 모욕하지 않았을 것으로 본다. 대선후보로 나선 윤석열의 거품이 조금 사그라들자 조국의 가족을 물어뜯는 수사를 했던 검사 두 명이 사과하는 전화를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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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이데일리>

 

혹여 훗날 다시 조국이 권력 가까이에 서더라도 지금의 말로 때운 사과만으로도 치명적인 보복은 피할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으로 보인다. 아무래도 그 계산이 크게 틀리지 않을 것이다. 진중권이나 그 검사들이 나보다는 조국을 직접 더 겪어봤을 테니 당대에 대한 파악이 있었을 것이다. 조국은 투사나 정치인보다는 선비나 학자에 가까운 성향이다. 

 

그들이 정말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개과천선하려 했다면, 언론을 통해 공개적으로 사과하고 법정에서 증언해야 마땅한 일이다. 

 

조국 가족 중 조민에 대한 검찰과 언론, 의료계를 위시한 기득권의 집요한 공격을 보면, 그 본질에는 세렝게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 있다고 생각한다. 세렝게티의 사자와 하이에나는 먹이와 먹이터가 겹친다. 서로의 새끼를 보면 배가 고프지 않아도 물어 죽인다. 그 모습이 겹쳐 보인다. 조국은 옳은 일을 한다는 생각이었겠지만, 검찰 조직은 밥그릇을 지키기 위한 투쟁이다. 인간의 역사는 도전과 응전의 역사다. 

 

 

5. 

조국은 선비나 학자에 가까운 성향으로 보이나, <조국의 시간>에서 조금 여지를 두었다. 자신에게 더 많은 응원과 더 확고한 소명 의식이 깃들면 전장에 나서는 장수의 마음이 되려는지도 모르겠다. 

 

영웅을 기대하는 보통 사람들의 심리와 그 기대에 부응하고자 하는 영웅의 희생정신 상보 관계는 이해한다. 그것이 옳은 일인지는 모르겠다. 내가 회의적인 사람이라 절대적인 정의를 확신하지 못해서 그렇다. 절대적인 정의가 존재한다면 그것을 위해 목숨을 거는 순간과 감정이 충만할 것 같다. 절대적 정의가 성립되는 순간 종교가 만들어진다.

 

문재인 정권이 들어서고 언론을 위시한 기득권 세력들은 후임이 될법한 이들을 제거해왔다. 조국이 후원회장이던 노회찬 의원의 죽음도 박원순 시장의 죽음도 석연치 않다. 드루킹을 김경수 지사와 끝내 엮어버린 일도 그렇다. 

 

조국과 그 가족의 시련이 그것들과 궤를 꼭 같이하는 것이라 생각하진 않는다. 먹이와 먹이터가 겹치는 위협적인 경쟁 동물의 새끼를 물어 죽이는 행동에 비유한다면, 크게 다를 바가 없다. 절대 자살을 하지 않겠다던 정두언 의원이 자살로 생을 마감한 것을 보면 정치판은 무서운 곳이다. 

 

조국이 어떤 선택을 하던 그 가족과 그의 선택을 존중하고 응원한다. 그는 역사가 그에게 주어졌다고 생각하는 그의 책무를 충분히 했다. 어떤 사람은 책임감이 살아가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그 가족에 대한 책임도 가볍지 않다. 

 

부산대가 입학 취소 결정을 하며, 조민 양의 의사면허가 취소될 수도 있다는 기사를 읽었다. 기득권의 카르텔은 파렴치하고 단단하다. 두 사건의 죄질이 다르지 않은 N번방의 조주빈에게는 40년의 형량을, 권력자의 자제들과 연관된 버닝썬 사건의 승리에게는 3년 형을 선고됐다. 

 

<조국의 시간>을 읽고, 냉소적인 시각으로 두서없는 독후감을 써 내렸다. 마지막으로 할 말이 있다면, 조국과 그 가족이 쉽게 스러지지 않기를 바란다. 다시 일어서 강건하기를, 시련의 의미를 찾아내기를, 그리고 마지막에는 행복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