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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이야기 요약

 

미국의 가구당 중위소득(전체 가구 중 소득을 기준으로 50%에 해당하는 가구의 소득)은 2020년 기준으로 $78,500. 환율 1,150원 기준으로 한화 9천만 원 조금 웃돈다. 대한민국의 가구당 중위소득이, 2021년, 4인 가족 기준으로 5천만 원이 조금 안 되니(출처 링크), 한국과 비교해 보면 높아 보인다. 허나, 이것은 미국에서 피부로 느끼기에 결코 높은 액수가 아니다. 

 

주별사진1.PNG

주별로 집계된 가구당 중위소득을 나타내는 그림. 파란색이 짙을수록 중위소득이 높은 주다.  

<World Population Review 사이트 링크>

 

중위소득이 제일 높은 주(메릴랜드)와 낮은 주(미시시피)는 거의 2배가 차이 나고, 한국과는 달리 달러의 값어치도 지역에 따라 매우 큰 차이가 난다. 또한 높은 세율과 전체적으로 높은 물가수준, 그리고 한국보다 복잡하고 다양한 공제 항목 탓에 실제 월급봉투는 매우 얇게 느껴진다. 

 

따라서 미국의 중위소득을 원화로 환산해서 대략 감을 잡으려 하는 시도나 미국 전체 통계로 미국 직장인의 삶을 아울러 판단하는 건 별로 의미 없다. 단순 연봉 액수로 미국 직장인의 실제 수익을 비교하는 건 굉장히 힘들다는 말이다. 

 

왜 그런지 좀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 보자.

 

 

미국의 세금은 천차만별이다

 

미국 전체가 아닌 주별로 집계된 자료를 놓고 보면, 통계가 좀 더 유의미하게 보일까? 

 

그렇지도 않다. 

 

캘리포니아.jpg

 

한인 인구가 가장 많은 캘리포니아를 보자. World Population Review 사이트(링크)에 의하면, 캘리포니아의 중위소득은 $75,235이다. 하지만 LA나 샌프란시스코, 실리콘밸리 등에 사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한결같이 대답할 것이다. 그건 극빈 가정의 소득이라고. 

 

실리콘밸리에서는 그 두 배인 가구소득 $150,000로도 3-4인 가정이 먹고 살기 빠듯하다는 아우성이 넘쳐난다. 통계의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 범위를 좁혀서 미국 전체가 아닌 캘리포니아에만 한정해서 보려 한 건데, 이것도 아닌 것 같다. 

 

캘리포니아의 경제 규모는 웬만한 국가보다 더 크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캘리포니아보다 경제 규모가 큰 나라가 몇 안 된다. GDP를 비교하는데 만약 미국을 하나로 치지 않고 주별로 따로 집계했을 때, 캘리포니아는 중국, 일본, 독일에 이어 세계 4위에 해당한다. 참고로 텍사스, 뉴욕주도 GDP 기준으로 세계 20위 안쪽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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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의 경제 규모가 세계 5위이며, 영국을 제쳤다는 2018년 5월 기사.

출처-<Business Insider> 링크

 

그렇다면 캘리포니아 안에서도 더 쪼개서 들여다봐야 할까? 카운티별로? 도시지역, 농촌지역 따로 집계해서? 글쎄, 그런 식으로 지엽적으로 분석해보면 궁금한 것에 대한 해답을 얻기보다는, 내가 이걸 왜 하고 있지? 라고 묻게 될 것이다. 

 

통계라는 것은 너무 큰 스케일에서 내가 어디쯤 되나 따지는 것도 문제지만, 너무 지엽적으로 들여다봐도 의미를 잃어버린다. 통계는 거시적인 입장에 판단할 때, 즉 사회 연구나 정책 결정에 있어서 큰 의미가 있지, 평균과 비교해서 내 위치가 어디인지 판단하는 것은 심심풀이 이상의 의미가 없다. 실생활에서, 내가 속해 있는 통계는 대개 정규분포를 따르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렇게 주별로 중위소득을 집계해보면, 소득 차이가 객관적으로 드러나고 그 주 주민들의 경제력에 대해서 어느 정도 감을 잡을 수 있지 않겠느냐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 

 

앞서 주별 차이가 웬만한 국가별 차이에 버금간다고 했다. 생활비, 물가 차이와 그에 따라 체감되는 돈의 값어치 차이와는 별도로 지역별, 주별 세금의 차이가 매우 크다. 연방 소득세율은 미국의 모든 곳에서 같지만, 주 소득세율은 다 다르다. 

 

심지어 일부 주(AK, FL, NV, SD, TX, WA, WY)는 주소득세가 없기도 하다. 중산층 기준으로 10-15% 정도 소득세를 떼어 가는 캘리포니아, 뉴욕, 뉴저지에 비하면 천국인 듯하다. 간접세인 부가가치세가 미국에는 연방단계에는 없고, sales tax라는 명목으로 각 주에서 자치적으로 과세 되는데, 그 정도가 천차만별이다. 물건이나 서비스 가격의 5-10% 정도. 

 

일부 주(AK, FL, NV, NH, SD, TN, TX, WY)는 sales tax가 없기도 하지만, 같은 주 내에서도 각 카운티(한국으로 보면 “군” 규모 행정구역)에서 별도의 세율로 sales tax를 추가 과세하는 것도 흔하다. 

 

그래프.png

 

출처-<위키피디아> 링크

 

위 그래프는 50개 주별 평균소득에 따른 세금부담을 종류별로 집계해서 보여준다. 

 

초록색 : 소득 

빨간색 (옅은 빨간 포함) : 연방 세금 

노랑색, 주황색, 파랑색 : 주와 지방정부 세금 

 

이다. 재미있는 것은 세금 부담이 꼭 소득에 비례하는 건 아니라는 거다. 평균 소득이 높으면서도 세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은 주(NH, AK)가 있는가 하면, 반대로 평균 소득에 비해 세 부담이 큰 주도 보인다(NY, CA라고 꼭 짚어서 말하지는 않겠음..). 누가 세상이 공평하다 했는가? “Life is not fair”다.

 

일부 지역(NY, OH)에서는 연방 정부, 주 정부에 이어, 시 정부에도 소득세를 납부해야 한다. 재산세는 또 어떻고? 재산세가 많이 과세되는 주와 그렇지 않은 주의 차이도 꽤 크다. 

 

일부 집값이 비싼 지역의 주택 소유자들은 연 2만 불 정도의 세금을 내기도 하고, 부담이 적은 지역은 연 2천 불 정도를 내기도 한다. 카운티에 따라서도 재산세율 차이가 난다. 같은 주, 같은 집값이라도 재산세가 다를 수 있다. 

 

이런 실정인데 “누구 아들이 연봉 몇만 불이라는데 너는 왜 그것밖에 안 되니, 미씨방에 보니 여섯 자리 연봉 아닌 사람은 거의 없던데 울 남푠은 왜 이 모양이니” 하는 등의 지역을 고려하지 않고 연봉 숫자만 갖고 얘기하는 것은 매우 심각하게 무모한 헛짓이라 볼 수 있다. 

 

현실은 이렇기 때문에 위 막대그래프 통계의 숫자도 ‘대략적으로 주별로 이런 차이가 있구나’하는 정도로 봐야지 개인 단위에 바로 적용하는 것은 무리이다. 그래프에서 보여주는 건 주별로 집계된 중위소득과 주민들의 평균 세금 부담 정도일 뿐이다. 

 

하여, 개인 단위의 사례를 갖고 어느 주 어느 도시에서 소득이 얼마일 때 삶의 수준이 어떤지는 전혀 감을 잡을 수 없다.

 

예를 들어,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에 사는 A와 조지아주 애틀란타에 사는 B의 연봉이 각 해당 주의 중위소득 정도라 하자. 그럼 A는 $81,215, B는 $58,700이다. 이들은 비슷한 수준의 경제력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을까? 누구의 삶의 질이 더 높을까? 대답하기 상당히 애매한 질문이다. 

 

미국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한인들을 기준으로도 함 보자. 중위소득은 도시, 농촌을 같이 통계 낸 것이고, 한인들은 주로 도시에 많이 살고 있으니 중위소득보다 20% 정도 높게 잡아 잡아보겠다.  

 

보스턴에서의 연봉 $97,458의 한인A, 애틀란타 연봉 $70,440의 한인B, 이 둘을 비교하면? 그건 더 애매하다. 소득 수준이 달라질수록, 구매 소비 패턴과 기대 생활 수준이 달라지고 비교하는 데 더 복잡한 변수가 들어가기 때문이다. 

 

따라서, A가 B 앞에서 목소리에 힘을 줄 수도, B는 A를 부러워해야 할 필요도 없다. 

 

객관적으로 따져서 A와 B 중 누구의 경제력과 삶의 질이 더 좋은지 쉽게 판단하기 힘들지만, 정답이 없는 건 아니다. 다만 각자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기 때문에 비교하는 것이 굉장히 복잡하다는 것이 이 글의 포인트이다. 

 

미국에서 지역을 가로질러 하는 이직을 고려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한데 계산기를 대단히 복잡하게 두들겨봐야 한다. 어떤 상황에서는 A가 나을 수도, 다른 상황에서는 B가 나을 수도 있다. 

 

어디가 나은지는, 가령 이직을 하려 할 때 자신이 처한 딱 그 상황에 맞춰 직접 비교를 해 본 그 사람만이 그 상황에 한정해서는 어디가 더 낫다 알 수 있는 부분이다. 그래서 이 글에선 단순 액수만 갖고 옆에서 누가 높으니 낮으니 비교하거나, 가십 하는 것을, 경계하고자 하는  바이다.

 

<계속>

 

 

소리는 어디에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