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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은 우리 모두에게 엄청난 고통을 안겨줍니다. 누구도 파업하길 바라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해야 한다면 파업할 것입니다... 분명히 말해둡니다. 우리는 핵심 요구사항이 관철되지 못하고 적당히 타협하느니 차라리 파업할 것입니다. 이런 중요한 시기에 만약 어중간하게 타협한다면, 우리 노조, 그리고 우리의 일자리 그 자체가 망가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지난 6월 27일 한 노조 소속 노조원 1,000명이 서명한 파업 촉구 연판장이다. 감히 경제를 망가뜨리는 파업을 촉구하다니! 이 노조 카르텔을 지금 즉시 압수수색, 구속수사해야 할 것이다. 

 

연판장을 쓴 악질 파업 주동자는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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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메릴 스트립, 제니퍼 로렌스, 글렌 클로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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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 스틸러, 데이비드 듀코브니, 에바 롱고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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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미 말렉, 밥 오덴커크, 에이미 폴러

 

이들이다. 그리고 수많은 할리우드 배우가 이들과 뜻을 같이하고 있다. 나는 촉구한다. 경찰과 검찰은 당장 이들에게 압수수색과 구속영장을 신청하길 바란다. 외국이라서 그게 안 된다면 ‘블랙리스트’에 등재하고 이들 영화의 한국 상영을 금지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파업에 대한 단호한 대처’ 아니겠는가.

 

 

할리우드 배우들은 왜 파업하려 하는가

 

할리우드가 제2차 파업의 폭풍 앞에 서 있다. 할리우드 영화/드라마의 작가조합(WGA)이 5월 1일부터 두 달째 전면 파업중인데 이어, 이번엔 배우조합(SAG-AFTRA)이 7월부터 파업을 예고하고 나섰다. (할리우드 작가조합 파업에 대해서는 기사 서두 노란 네모칸의 5, 6, 7번 기사를 참고하시라)

 

작가조합과 마찬가지로 할리우드 배우조합도 3년마다 사용자인 미국 영화/드라마의 제작자협회(AMPTP)와 노사협상을 하여 근로조건을 갱신한다. 작가조합은 그 3년 계약이 지난 5월 1일에 만료되었는데, 그때까지 새로운 근로조건 갱신 협상에 실패하면서 지금 두 달째 파업 중인 것이다. 배우조합은 지난 6월 30일이 계약 종료일이었다. 그런데 계약 종료일이 다가올 때까지 제작자협회(AMPTP)와 근로조건 갱신 협상에 타협점이 나오지 않았다. 결국, 배우조합은 파업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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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조합 파업찬반투표를 알리는

배우조합 홈페이지 

출처-<SAG-AFTRA> 

 

미국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노조가 합법적으로 파업하려면, 노조원들에게 파업 찬반 의견을 물어야 한다. 그래서 배우조합은 지난 6월 초 16만 명의 배우 노조원들을 대상으로 찬반 투표를 실시했다.

 

그 결과, 파업 찬성 비율은...

 

97.91%였다.

 

거의 만장일치로 파업을 해야한다고 한 것이다. 도대체 세상에서 제일 화려하고 돈 많을 것 같은 할리우드 배우들이 왜 파업을 하는 것일까? 

 

우선, 이런 문제를 발생시킨 주인공(?)부터 소개해야 할 것 같다.

 

주인공은 바로...

 

두구두구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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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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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다.

 

그렇다. 작가조합이 파업하게 만든 주인공과 같다. 또 얘네들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사실 할리우드 작가조합과 배우들이 당면한 문제는 크게 다르지 않다. 

 

1. 넷플릭스 등 스트리밍 서비스에 따른 재방료 수입 감소 

2. AI의 적극 활용에 따른 배우들의 초상권 및 저작권 문제 

 

 

넷플릭스가 주는 재방료 수듄

 

넷플릭스 팬이라면, 드라마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Orange Is the New Black)’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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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 

출처-<넷플릭스>

 

‘넷플릭스 오리지널’인 이 드라마는 2013년부터 2019년까지 시즌 7까지 방송되며, 10년 전만 해도 별 인지도가 없던 넷플릭스의 인기를 끌어올린 넷플릭스 대표 드라마 중 하나다. 여자 교도소 이야기를 그린 이 드라마에서 주인공의 친구 죄수로 ‘브룩 소소’가 등장하는데 꽤 인기를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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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넷플릭스>

 

이 역을 연기한 일본계 미국인 배우 키미코 글렌은 배우 파업을 앞두고 인스타그램에 비디오를 하나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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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키미코 글렌 인스타그램> 링크

 

내용인 즉,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 방송 후 7년 동안 받은 해외 방송 재방료(residual)가 단돈 27달러 30센트라는 것이다. 2,700달러도 아니고, 270달러도 아니고 단돈 27달러(약 3만 원) 말이다. 그녀는 메시지도 함께 남겼다.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에 출연한 사람들은 아무도 돈을 못 벌었어. 몇 번을 말해도 사람들이 믿지를 않네. 배우조합원 여러분, 파업 찬성에 투표합시다!”

 

지난 기사(링크)에 설명했듯이, 배우조합원들은 출연 드라마, 영화가 재방송될 때마다 재방료(residual)를 받는다. TV나 영화의 경우는 박스오피스나 시청률, 유료 구독 수입, 그리고 광고 수입이 명확히 나오기 때문에 각 배우에게 돌아가는 재방료 계산이 정확한 편이다.

 

그러나 넷플릭스, 아마존 프라임과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는 시청료나 광고수입을 객관적으로 계산할 방법이 없다. 결국 스트리밍 서비스가 주는 대로 받을 수밖에 없는데, 키미코 글렌의 경우 미국 외 해외 재방료를 단돈 27달러로 책정한 것이다. 그것도 7년 동안 총 받은 재방료가 말이다.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은 미국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꽤 인기를 끌었을 정도였으니, 그야말로 터무니없는 액수라고 할 수 있다.

 

할리우드에서는 작가뿐 아니라 배우도 넷플릭스에 대한 불만이 많다. 넷플릭스에서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각 영화나 드라마를 시청하고, 반복 시청하는지 객관적인 데이터가 없기 때문이다. 넷플릭스 내부에 데이터가 있겠지만, 시청 횟수 및 제작비와 관련해서는 ‘기업 비밀’이라고 공개하지 않는다. 혹시라도 관련 정보가 공개된다면, 범인(?)을 찾아내어 칼같이 해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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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연합뉴스>

 

따라서 배우 조합은 현재 넷플릭스, 아마존 프라임 등 스트리밍 서비스를 상대로 다음 사항을 요구했다.

 

1. 넷플릭스는 영화, 드라마의 정확한 시청자 숫자를 공개할 것 

2. 넷플릭스가 기업 비밀 때문에 공개 못 하겠다면, 객관적인 제3자를 고용해 시청자 숫자 및 화제성에 대해 분석해 수치화한 자료를 받을 것

3. 그리고 그 자료를 기반하여, 시청자가 일정 숫자를 돌파하면 배우들에게 보너스를 지급할 것

 

위에 소개한 배우들의 연판장 역시 비슷한 요구사항을 담고 있다. 

 

“최근 10년간 우리들의 보수, 우리들의 기술, 우리 창작의 자유, 그리고 노조가 위협받고 있다. 인플레이션과 스트리밍 서비스에 발맞춰 배우들의 최저임금, 그리고 뉴미디어(스트리밍 서비스) 재방료도 현실화해야 한다.”

 

 

생성형 AI는 어떻게 배우들을 위협하나

 

배우조합이 파업하려는 또 다른 이유는 역시 ChatGPT와 같은 생성형 AI의 규제다. 배우들이 우려하는 바는 이러하다.

 

“배우들의 표정, 몸짓, 목소리를 AI에 입력시켜 학습시켜서 합성하고 재생할 경우, 배우들의 초상권과 저작권은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이 문제는 최근 10여 년간 할리우드에서 계속 제기된 우려다. 

 

이 영화를 예로 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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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팬이라면 2003년 매트릭스 2편 매트릭스 리로디드 개봉 당시 이연걸(Zet Li)의 출연 여부가 화제였다는 걸 기억할 것이다. 홍콩 무술영화를 모티브로 한 영화 매트릭스에 이연걸이 나온다면, 그야말로 확실한 볼거리였을 것이다. 

 

그러나 이연걸이 거절하며 출연은 불발됐고, 그 역은 홍콩 배우 예성(Colin Chow)이 맡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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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릭스에서 ‘세라프’ 역으로 출연한 예성.

괜찮은 연기긴 했지만,

이연걸 형님의 카리스마엔 미치지 못했다. 

출처-영화<매트릭스 리로디드>

 

매트릭스 리로디드를 거절한 이연걸은 자기 버전의 ‘매트릭스’라 할 수 있는 영화 ‘더 원’을 찍었지만, 그다지 성공하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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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영화 홍보자료>

 

암튼!

 

이연걸이 당시 전 세계적 히트작인 ‘매트릭스’의 출연을 왜 거절했는지는 수수께끼였다. 이 수수께끼는 그로부터 15년이 지난 2018년이 되어서야 풀렸다. 이연걸이 홍콩의 언론사와 인터뷰 중 그 이유를 고백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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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링크

 

“미국인들은 3개월 동안 영화 찍기를 요구했죠. 그리고 6개월 동안 나의 모든 무술 움직임을 촬영하고 기록할 것을 요구했소. 나의 모든 무술을 디지털 라이브러리(digital library)화하겠다는 거였습니다. 촬영이 끝나면 녹화된 모든 무술의 권리는 영화사가 갖게 된다는 겁니다.”

 

그는 이어서 이렇게 말했다.

 

“그렇게 하면 앞으로 미국 영화업계는 첨단 기술로 나의 무술을 완벽하게 재현할 수 있겠죠. 그 후에는 그 무술 움직임에 아무 배우 얼굴이나 뒤집어씌워서 계속 영화를 찍겠죠. 우리 무술가들은 무술을 연마하느라 평생을 바쳤는데... 그리고 이제 나이를 먹고 늙어가는데 말입니다... 하지만 영화사는 저작권이라는 이름으로 나의 무술을 영원히 독점하겠죠. 나는 결국 출연을 거절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무술이건 운동이건, 평생에 걸쳐 무언가 연마하기 위해 노력해 본 사람이라면 이연걸의 심정을 알 것이다. 인간이 하나의 기술을 습득하려면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걸리며, 평생에 걸쳐 수련한 기술은 예술의 경지에까지 올라갈 수도 있다. 

 

그런데 평생을 바쳐 이룩한 기술을 첨단기술로 순식간에 무한 복제한다면, 이연걸의 입장에선 자신의 인생을 도둑맞는 것이나 다름없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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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시대를 맞아 할리우드 배우들 역시 이연걸과 똑같은 실존적 고민에 빠졌다. 지금 할리우드는 수많은 배우들의 목소리와 연기를 데이터베이스화하고 있는데, 이 모든 자료를 AI에 입력시켜 학습시킨 후 몸값 비싼 배우 대신 CG 등으로 그 연기를 대신하게 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는 것이다. 따라서 배우조합은 제작사연합(AMPTP)에 다음과 같은 사항을 요구하고 나섰다.

 

“배우들의 연기, 목소리, 몸짓을 AI에 입력하고 학습시키지 말라.”

 

이 역시 “인간이 쓴 글을 AI에 입력시켜 학습시키지 말라”는 작가조합(WGA)의 파업 요구사항과 거의 동일하다. 위에 소개한 배우들의 연판장 역시 다음 사항을 강조한다.

 

“인공지능(AI)에 대해 특히 강조합니다. 배우조합은 바로 앞 3년만 내다보고 협상하지 마십시오. 인공지능과 관련된 협상은 단순히 배우들의 외모와 관련된 문제가 아닙니다. 만약 AI를 이용해 영화를 촬영한다면 배우들은 그만큼 합당한 보상을 받아야 합니다. 이 문제는 어중간하게 협상해서 끝날 문제가 아닙니다.”

 

그리고 다음의 문장으로 연판장을 마무리했다.

 

“만약 우리의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조합원들이 승인한 권한에 따라 배우조합 전체가 작가조합과 함께 파업에 동참할 것을 요구합니다.”

 

사실 배우들은 이미 개별적으로 작가조합 파업에 동참하고 있다. 이들은 작가조합의 영화사 앞 시위에 직접 동참하고 식사까지 쏘기도 하는데, 그 배우 중 일부는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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숀 펜, 콜린 파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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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류 배리모어, 올리비아 와일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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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해밀, 아만다 사이프리드

출처-<각 배우 트위터, 인스타그램>

 

이 외에도 크리스 파인, 마크 러팔로, 엘리자베스 올슨 등.... 헥헥 너무 많다. 

 

배우조합 노조위원장 프랜 드래셔(Fran Drescher) 역시 작가조합 파업 초기부터 작가조합 지지를 선언하고 시위에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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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조합 노조위원장 프랜 드래셔의

작가조합 파업지지 선언

출처-<미국배우조합>

 

“노조 간의 단결은 서로를 강하게 합니다. 그리고 작가조합의 싸움은 의로운 것입니다. 우리는 작가들을 위해 뭉쳐야 하며, 작가조합 파업 시위에 동참한 배우조합 노조원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저는 언제나 말해왔습니다. 대사가 없으면 촬영도 없다고.”

 

따라서 업계는 6월 30일에 주목했다. 배우조합과 AMPTP의 협상 시한은 6월 30일까지고, 이날까지 협상이 안 되면 7월 1일부터 할리우드 배우들이 파업에 돌입하기 때문이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할리우드 배우조합 파업은 2주 연기됐다. 노사 양측이 7월 15일까지 협상 시한을 연장하기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약간의 시간을 더 벌긴 했지만, 7월 15일까지 타협이 안 되면 할리우드는 작가에 이어 배우까지 파업해, 완전히 멈춰버리는 사태가 벌어질 것이다.

 

 

신기술을 접목한 산업이 성장하는 조건

 

그동안 할리우드에서 개별 노조가 파업하는 사례는 종종 있었지만, 배우와 작가가 함께 파업을 한 적은 없다. 그래서 그 파장이 어느 정도일지도 정확히 알 수 없다. 할리우드는 당장 9월부터 미국 드라마 새 시즌 방송이 차질을 빚을 것이며, 영화계의 대목이라고 할 수 있는 11월 추수감사절, 12월 크리스마스에도 블록버스터 영화 개봉이 불가능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에서는 할리우드 작가 파업 및 배우노조의 협상 상황에 대해 연일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당장 영화를 볼 수 없게 된다는 사실을 제쳐놓고도, 영화업계가 미국 산업 전반에 엄청난 영향을 끼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한국 언론은 할리우드 가십과 할리우드 배우 내한은 시시콜콜하게 보도하면서, 이상하게도 할리우드 노사협상 및 파업 문제는 거의 다루지 않는다. 간혹 이 문제를 다뤄도 인공지능(AI) 문제에 곁다리처럼 다룬다. 이런 식의 훈계도 적당히 붙이면서 말이다.

 

“AI에 너무 겁먹는 거 아니야? 인공지능은 시대의 대세인데, 변화를 거부하려 하냐? 영화가 나오니까 서점이 망한다고 했고, TV가 나올 땐 영화관이 망한다고 했어. VHS와 DVD가 나와도 영화는 계속 발전했다. 시대가 변해가는데 영화계도 어서 빨리 공부해서 AI에 적응해야지, 무슨 파업까지 하냐?”

 

완전 틀린 말은 아니다. TV, 비디오, DVD, 그리고 넷플릭스 같은 ‘뉴 미디어’가 나와도 영화는 공존하고 발전해 왔고, 업계는 더욱 성장했으니 말이다. 아마 AI가 등장해도 업계인들은 적응하고, 당장 영화인들이 망하지는 않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러한 신기술 도입과 적응, 그리고 업계 발전이 그냥 자동적으로 된 것이냐 하면 그렇지 않다. 워싱턴포스트는 역사적으로 신기술 도입을 둘러싸고 할리우드 노동계가 어떻게 싸워왔는지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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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작가노조 파업은 기술이 변할 때, 반복되는 패턴의 일부다

영화와 TV 산업의 노동조합은

영화와 쇼를 즐기는 새로운 방법이 등장할 때

공평한 몫을 얻기 위해 힘을 함께 해야 한다.

출처-<워싱턴포스트> 링크

 

영화 십계, 벤허, 혹성탈출 등 수많은 명작을 남겼으며 1960년 아카데미 남우주연상까지 수상했던 배우 찰턴 헤스턴도 파업을 한 적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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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LA타임스, AP>

 

1980년에 VHS 등 홈비디오라는 새로운 기술이 급속도로 퍼지면서 배우들의 재방료 수입 문제를 확실하게 해야 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위 기사는 당시 파업 현장에서 피켓을 들고 시위에 나선 찰턴 헤스턴의 모습이다. 

 

다시 워싱턴포스트 기사로 돌아가서, 기사는 이번 할리우드 파업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 있다.

 

1950년대 영화계는 영화를 TV에 재방송하면서 새로운 수익을 창출했다. 그러자 노조는 영화에 대한 재방료(residual)을 노동자들에게 지불할 것을 요구했다. 이로 인해 1960년 로널드 레이건이 이끄는 배우조합은 파업을 선언했다. 146일 동안 계속된 파업에는 다른 노조들도 동참했고, 결국 5%의 재방료와 의료보험, 복지를 보장받았다.

 

작가조합(WGA)는 1988년 사상 최장의 파업(22주간)을 벌였다. 케이블TV와 홈비디오라는 신기술이 도입되면서 재방료를 요구한 것이다.

 

2007-2008년 작가조합(WGA)파업도 같은 이유에서 벌어졌다. DVD라는 새로운 매체에 대한 재방료 인상 요구 및 인터넷 방송 등 “뉴미디어”에 대한 보상을 요구한 것이다. 파업 결과 인터넷 방송에 대한 1.2%의 최소 재방료 지급이 보장되었다. 이 같은 재방료는 현재 작가들이 아마존과 넷플릭스에 재방료를 요구하는 중요한 근거가 되고 있다.

 

기사의 마지막은 다음과 같이 끝난다.

 

역사적으로 볼 때 할리우드 노조는 업계 차원의 대규모 신기술이 도입될 때마다 단결했다. 그리고 그들의 연대는 업계 종사자들에게 승리를 가져다주었다.

 

워싱턴포스트가 지적했듯이, 할리우드 영화계는 TV, VHS 비디오, DVD, 케이블 TV가 나올 때마다 가만 앉아있어서 살아남은 것이 아니다. 배우, 작가 등 할리우드 업계 종사자들이 신기술이 도입될 때마다 끊임없이 영화사 측과 협상하고, 안되면 파업하고 피켓을 들고 거리에 나왔기 때문에 살아남은 것이다. 그리고 그 덕분에 미국 영화가 지금과 같이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이다. 

 

신기술 도입은 업계 종사자들에게 돈을 덜 줘도 되는 핑계가 아니다. 오히려 신기술에 맞춰 업계 관계자들에게 합당한 보수를 주어야 한다. 업계 종사자들에게 돈을 덜 주면 당장은 이득이 될지 몰라도, 결국 젊은 인재들이 박봉 때문에 업계를 떠나고, 업계는 결국 황폐화된다. 자본주의 천국 미국 할리우드 파업의 역사는 이런 평범한 교훈을 우리에게 알려준다.

 

 

 

출처

 

(1) 1, 2, 3번째 사진 중 메릴 스트립, 제니퍼 로렌스, 글렌 클로즈, 벤 스틸러, 데이비드 듀코브니, 라미 말렉, 밥 오덴커크의 사진의 출처는 https://commons.wikimedia.org/. Creative Commons Attribution 2.0 Generic license에 따른 fair use로 사용함.

 

(2) 에바 롱고리아 사진 출처는 Latinas in Business Inc. / 에이미 폴러 사진 출처는 Pxfu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