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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11. 11. 금요일
수뇌부빵셔틀 아외로워

지난 9일, 본 기자는 독투에 올라온 한미 FTA에 조건부 찬성하는 민주당 의원들의 명단을 트윗에 올렸다. 그 독투 글의 출처는 문화일보 8일자 기사였다. 그런데 이게 의외로 파장이 커졌다. 명단에 포함된 의원측으로부터 항의전화도 받고, 내가 날린 트윗이 한겨레에 인용까지 됐다.



가카를 진정 존경하고 사랑한다면 '오해다' 라고 말하고 끝내야 하겠지만 아직 가카의 도리로 완벽하게 교화되지 않은고로 뽕빨을 뽑는 정정 및 확인 기사를 쓰고 말았다.

각각 의원들의 입장을 확인한 방법은 여러 가지다. 일단 정범구의원은 트위터를 통해 정정을 요청했고, 박병석의원과 김영환의원은 보좌관을 통해 딴지일보로 직접 입장을 전해왔다. 몇몇 의원들은 홈페이지에 자신의 입장을 분명하게 남겨놨고, 그렇지 않은 의원들은 보좌관과의 전화통화를 통해 입장을 확인 할 수 있었다.



김진표 원내대표
민주당의 원내대표이니만큼 김진표 의원의 입장은 곧 민주당의 입장이다. 민주당의 당론은 'ISD폐기 위한 논의 없이 FTA를 비준하는 것은 결단코 허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말을 ISD폐기 논의를 하면 FTA 비준을 허용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는 것은 무리가 있다. ISD폐기 논의를 하지 않는 경우의 대처에 대해서는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것이라고 할 수 있으며, 이것은 어디까지나 협상력 확보를 위한 의도적 모호함이다.

노영민 수석부대표
민주당 수뇌부인 노영민의원의 입장도 민주당의 당론과 일치한다. 요약하자면 '현재의 FTA는 절대 반대, ISD재협상 이후에 대해서는 모호한 입장' 이라고 볼 수 있다.

송민순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위원
기본적으로 한미 FTA에 찬성하는 입장으로 보인다. 송민순 의원의 홈페이지에 올라있는 송민순의원의 글에 따르면 '재재협상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니, 한미FTA를 국익으로 연결시킬 수 있는 국내 보완책을 마련해서 여권에 제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송민순의원 공식 홈페이지에 오른 글중


김동철 외교통상통일위원회 간사
보좌관과의 전화통화에서 들은 내용을 워딩 그대로 전하자면 'ISD폐기하면 반대하지 않겠다' 이다. 다소 오해의 소지가 있는 발언이라 재차 확인한 결과, 기본적으로 민주당의 당론과 의견을 같이 한다는 대답을 얻어냈다. 즉 재재협상은 필수불가결하며, 절대 물러설 수 없는 최소한의 조건이 ISD폐기라는 의견이었다.

김성곤 국회기획재정의원
공식 홈페이지에 '한·미 FTA를 둘러싼 현 국회사태에 대한 성명서' 라는 글이 올려져 있다. 한나라당 원희룡, 자유선진당 김낙성 의원과 함께 공동대표로 있는 '일치를 위한 정치포럼'의 공식 입장이다. 요약하면, '국회 의결과정에서 물리적 저지 반대. 물리적 저지 반대법안도 추진했음. FTA에는 기회와 위기가 있으니 기회를 살리고 위기를 피하도록 노력하자.'




강봉균 의원
보좌관과의 전화통화 워딩을 그대로 옮기겠다. 'ISD가 빠지면 물리적 저지는 하지 않겠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당론을 따르겠다'고 말했다.

최인기 지행행정체재개편특별위원회 위원장
상대적으로 농업비중이 높은 전남 나주의 국회의원인 만큼, 농민에게 피해를 주는  FTA를 반대한다는 의견을 확실하게 하고 있다. 공식 홈페이지에 꾸준하게 관련 포스트가 올라오고 있다.

박병석 의원
딴지일보 사무실로 보좌관이 직접 전화해서, 박병석 의원은 당론을 따르며 현재의 한미FTA를 반대한다는 의견을 밝혀왔다.

정범구 농림수산식품위원회 예산결산소위원장
딴지라디오 트위터를 통해 반론이 접수됐다. ISD를 비롯한 독소조항이 폐기되지 않는 한 한미FTA는 절대 반대라는 입장이다.

김영환 지식경제위원회 위원장
딴지일보 사무실로 보좌관이 직접 전화를 했다. 지금의 한미FTA에는 당연히 반대하며, 당론을 거스르며 찬성하는 것은 말도 안된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전화하신 분도 '나는 꼼수다' 팬이라며 섭섭한 속내를 드러냈다.

백재현 민주당정책위원회 부의장단
한미FTA에 분명히 반대하며, 절충안에 찬성한 일도 결단코 없다고 한다. 홈페이지부터 반대의 포스가 넘친다.



장병완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
보좌관과 직접 통화했다. 기본적으로 당론을 따르며, 현재의 한미FTA를 반대한다는 원칙적인 입장이다.

다른 의원들과 좀 다른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는데, 이런 오해가 어디서 생겼는지 추론 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다 아시겠지만' 이라며 말씀하셨지만 나는 몰랐다. 이야기인즉슨

민주당 의원들이 모여서 점심식사를 했는데, 지금처럼 물리적으로 저지를 하는데는 한계가 있지 않나 하는 이야기가 나왔다고 한다. 왜냐하면 물리적 저지를 하다가 밀릴 수 있고, 혹여나 한나라당이 날치기로 밀어붙여 통과시키면 낭패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나라당을 회유할 수 있는 방안도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 는 이야기가 나오는 수준의 논의가 있었다고 한다. 그 외에 합의를 하고 서명을 하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고 한다.

이성남 민주당정책위원회 부의장
현재의 한미FTA에 반대하며, 당론을 따른다는 원칙적인 입장을 확인 할 수 있었다.

조영택 국회운영위원회 위원
전화를 받는 보좌관이 문의전화에 많이 시달린듯 했다. 조영택 의원은 한미FTA에 어떤 방식으로도 찬성 한다는 의견을 밝힌 일이 없다고 했다. 공식 홈페이지에는 '문화일보 보도에 대한 입장' 이라는 팝업을 마련해 뒀다.



신낙균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위원
한미 FTA 자체에 반대하는 입장이며, 재협상안에는 특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확인 할 수 있었다.

우윤근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
법사위원장으로서 당론을 거스를 수도 없고 거스를 생각도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우윤근 의원이 물리적 투쟁만 고집하지 말고, 투쟁방법을 다변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힌 일은 있다고 했다.



결과적으로 문화일보가 기사를 내고 본 기자가 트윗으로 날린 내용 대부분은 '고의또는과실로인한허위사실유포' 로 보인다. 내 책임도 크다. 신정아 알몸합성이미지를 1면 톱으로 내보낸 성인일간지의 보도를 믿다니. 억울한 일을 당한 의원들에게 미안하다는 사과의 말씀 전한다. 더욱 미안한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의원들에게 요구사항이 남았다는 거다. 

예전에 김용철 변호사를 만났을 때 이런 말을 들었다. 

'목숨은 커녕 자기 직장도 걸지 못하는 놈들이 정의는 무슨 정의인가.'

국회의원들은 이 국가의 대표이며 정책의 입안자들이다. 또한 한미 FTA를 직접 저지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나는 이들이 적어도 딴지일보 빵셔틀 보다는 엄격한 윤리기준을 가지고 있을 거라 믿는다.

한미 FTA가 가진 잠재적 위험에 대해서는 국회의원들이 가장 잘 알고 있을거라 믿는다. 그렇지 않다면 직무유기가 될 테니까. 부디 이들이 국회의원직을 걸고서라도 이것을 막으려 하는 신념과 책임감을 가지고 있기를 바란다. (실은 '목숨을 걸고서라도' 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건 내가 생각해도 좀 섬뜩하다.)

물론 이런 책임감을 한나라당에 기대하는 것은 아니다. 기대 할 곳에 기대를 해야 하는 법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