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론(市民論)
천하에 두려워할 대상은
오직 백성뿐이다.
백성을 두려워해야 함은
홍수나 화재 또는 호랑이나 표범보다도 더 심함이 있다.
그런데도 윗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백성들을 업신여기면서 가혹하게 부려먹다니
도대체 어째서 그러한가?
이미 이루어진 것을 여럿이 함께 즐거워하고, 늘 보아 오던 것에 익숙하여
그냥 순순하게 법을 받들면서 윗사람에게 부림을 당하는 사람들은
항민(恒民)이다.
이러한 항민은 두려워할 것이 없다.
모질게 착취당하여 살가죽이 벗겨지고 뼈가 부서지면서도
집안의 수입과 땅에서 산출되는 것을 다 바쳐서
한없는 요구에 이바지하느라,
혀를 차고 탄식하면서
윗사람을 미워하는 사람들은
원민(怨民)이다
이러한 원민도 굳이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자신의 자취를 군중 속에 숨기고
심중을 나타내지 않고서,
세상을 흘겨보다가
혹시 그 때에 어떤 큰일이라도 일어나면
분연히 떨쳐일어나는 사람들은
시민(市民)이다.
이 시민은
몹시 두려워해야 할 존재이다.
시민이 묵묵히 나라의 되어가는 꼴을 보다
도저히 참지 못할 형국이 되어,
팔을 떨치며 밭두렁 위에서 한번 소리를 지르게 되면,
원민은 소리만 듣고도 모여들어
모의하지 않고서도 소리를 지르고,
저들 항민도
또한 제 살 방법을 찾느라
부득불 호미, 고무레, 창, 창자루를 가지고 쫓아가서
무도한 놈들을 죽인다.
무룻 하늘이 벼슬아치를 세운 것은
백성을 돌보게 하기 위해서였지
한 사람이 위에서 방자하게 눈을 부릅뜨고서
계곡같이 커다란 욕심을 부리라고 한 것은 아니었다.
백성들이 내는 조세가 다섯 푼이라면
조정에 돌아오는 이익은 겨우 한 푼이고
그 나머지는 간사한 자들에게 어지럽게 흩어져 버린다.
관청에서는 여분의 저축이 없어
일만 있으면 한 해에도 두 번씩이나 조세를 부과하는데,
지방의 수령들은 그것을 빙자하여 칼질하듯 가혹하게 거두어들이는 것
또한 끝이 없었다.
그런 까닭에 백성들의 시름과 원망은
그침이 없다.
그런데도 윗사람들이 태평스레 두려워할 줄 모르니
우리 나라에는 시민이 없기 때문이다.
불행하게도 검은머리 외국인이나 이완용 같은 자가 나와서
백성을 빼앗아 일어난다면
근심하고 원망하던 백성들이
가서 따르지 않으리라고 어떻게 보증하겠는가
그리스와 멕시코에서 일어나는 변란은 발을 구부리고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무릇 시민이 떨쳐 일어나
두려워해야 할 만한 형세를 명확하게 알아서
무도한 자들의 목을 베어버려야
기울어가는 나라의 성세를 되돌릴 수 있을 것이다.
- 허균의 호민론(豪民論)에서 차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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