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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muelSeong 추천0 비추천0

2012. 3. 8. 목요일

사무엘성


 


2월 22일, 강열사의 화려한 자폭쇼가 벌어지기 전에 가카의 기자회견이 있었다. 아마 지금은 대부분 그 내용이 무엇이었는지도 기억나지 않을 것이다. 그중 일부분이 환경단체에 걸렸다. "MB, 무식한거냐 거짓말 한거냐"[클릭]


 


원래 가카야 일본은 집을 2층부터 지어서 효율이 좋다는 것 같은, 전혀 다른 은하계의 말을 하시는 분이라 아마 본인께서 오신 우주의 다른 나라 이야기들을 하신 것으로 추정된다. 3G가 WiFi보다 빠른 네팔에서 가카의 삽행에 일일이 반응할 만큼 여유가 있는 것도 아니라 인도 출장준비나 하고 있다가... 강열사의 멘붕쇼를 보고 나니, 문득 생각나는 게 있더라고.


 



 


국가 정책 자체가 중학교 물상 수준의 과학지식만 있어도 개사발인 현장, 집단적 멘붕의 영역이 있다. 그런데, 더 황당한 건 착한 사람들이 거기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를 모르고 그거 자꾸 하자고 하는 영역이 있다. 바로 재생에너지. 이거 널리 많이 사용되면 좋은 거 아니냐고? 글쎄... 아이폰을 원숭이에게 주면 스마트하게 사용되나?


 


참, 본 기자 밥줄이 이쪽은 물론 생태주의와 많이 관련이 있는 관계로 교양 서적 몇 권 읽고 이야기하자는 독자님들은 사절이다.


 


 


1. 이게 집단적 멘붕이 아니면 무엇일꼬?


 


바이오디젤이라는 게 있다. 얼마 전에 법이 바뀌어서 동물성 지방도 원료로 쓸 수 있게 되어 동식물의 기름을 원료로 디젤 엔진에서 연료로 쓰는 거다. 이거 따로 찾으실 필요 없다. 왜냐면 일정 퍼센트를 의무적으로 집어넣게 되어 있기 때문에 디젤 차량을 이용하시는 분들은  1~2%의 바이오디젤을 별 생각없이 쓰고 있다.


 



 


바이오디젤을 개발한 곳의 논리는, 중동 석유에 대한 의존도를 끊겠다는 것. 뭐 독일의 경우에는 1세대 바이오디젤에 대해선 아예 지원도 중단하고 차세대 바이오디젤 개발에 집중하고 있기도 하다. 독일의 재생에너지 정책을 담는 문서, 특히 바이오디젤 부분을 다루는 문서는 일반적으로 이렇게 시작한다.


 



"에너지는 안보다."



 


러시아가 꼽다고 가스관 잠궈버리면 조때는 시추에이션인 독일의 입장에서 이만큼 절실한 이야기가 더 있을까. 자국 땅에서 나오는 것들을 가지고 연료를 만들어야 하는 것도 이 때문. 그런데 우리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 아시는가?


 


바이오 디젤을 만들고는 있는데, 그 원료가 콩이다. 사람 먹을 것도 없는 국산 콩을 쓸 리 만무. 당근 수입해서 쓰고 있다. 원료를 '수입'하면 그게 '에너지 독립'과 뭔 상관인가?


 


그래도 바이오디젤은 조력발전보단 좀 덜 깬다.


 



시화호 조력발전소 건설현장


 


카가 재생에너지 사업에 대해 크나큰 관심을 보이며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것이 조력발전이다. 조석간만의 차이를 이용해서 전기를 만드는 거니까 친환경적인 것 같지? 이거 국제적으로 친환경적인 발전방법이 아니라고 정리한지 오래다. 새만금 같은 곳에 발전터빈 달아놓으면 갯벌이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은가? 이걸 하겠다고 하는 건, 발전용량을 늘릴 수 있어서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을 높일 수 있으며, '거대한 토건사업'이기 때문이다. 뭐 길게 이야기할 것 없고... 전기를 많이 쓰는 시간이 아침과 저녁 두 번 밖에 없나? 발전소 규모에서 생산하는 전기를 저장하는 방법, 없다. 그만큼 배터리 생산이 안 되니까. 이거 중학교 물상 정도의 지식이다. 무엇보다 조력발전은 친환경적인 조류발전이라는 방법이 있기 때문에 더 말이 안 된다.


 


태양광 패널을 태양이 움직이는 반대쪽으로 붙여놓는 것 정도는 이런 초대형 삽질들에 비하면 애교다.


 


 


2. 독일과의 갭


 



 


가카의 연설에서도 나오지만, 독일은 신재생에너지와 관련해선 가장 선진국이다. 그럼 우리와의 기술 격차는 얼마나 될까? 기술격차는 생각만큼 크지 않다. 풍력발전의 경우 스크류 등의 생산기술과 연관성이 있기 때문에, 태양광발전패널의 경우엔 그게 반도체기 때문에 그렇다. 아시다시피 우리의 조선산업과 반도체 산업은 세계 탑순위이니까.


 


넘사벽의 포인트는 따로 있다.


 


뭐든 대규모 사업을 진행할때 사업타당성 조사라는 것을 한다. 영어로 Feasibility Study. 이게 전체 사업비의 10% 이하 정도 들어가게 된다. 근데 독일은 이거 안 한다. 꼼꼼하기로 치면 세계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독일 아저씨들이 사업타당성 조사를 안한다니? 말이 안되는 것 같지? 그게 아니다. 독일은 이미 전국토에 대한 사업타당성 조사가 끝나서 어느 지역에서 재생에너지를 쓰려고 한다고 디비에 때려넣기만 하면 뭐가 가장 좋은지, 효율이 얼마나 나올 것인지가 나온다.


 


축분을 바이오매스로 이용한 발전소들이 한국에서도 만들어지고 있는데, 독일은 이거 하기 전에 사료 통합작업부터 했던 나라다. 똑같은 것을 먹여야 가스 발생이 안정적으로 되니까.


 


그런데, 우리나라는 아직도 뭘 하려고 할때마다 타당성 조사를 먼저 해야 하는 상태. 심지어 국가바람지도도 아직 만들어지고 있는 단계다.


 


더 큰 문제는... 이게 과학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사실은 정치의 문제기 때문이다. 한국의 경우 돼지 사료는 대형 급식소에서 발생하는 잔반을 이용한다. 구제역으로 돼지들을 떼로 죽여버리고 나서 잔반처리가 황망해졌다는 뉴스 들으신 적 있으시지? 그런데 잔반을 표준화할 수 있을까? 표준 사료를 팔겠다고 하면 잔반업자들과의 갈등은 당연하겠지?


 


바이오디젤이 콩을 수입해서 만들고 있는 것도 국내에서 발생되는 폐유등 원료로 사용할 수 있는 것들이 유통되는 다른 시장이 있기 때문이다. 이 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들의 이해관계 조정이 없으면 콩을 수입해서 바이오디젤을 만들 수 밖에 없다.


 


더 황당한 문제도 있다.


 


박정희는 중후장대 산업을 키워서 자주국방의 초석으로 삼으려고 했다. 배 만드는 회사를 키워서 군함을 만들고, 자동차 만드는 회사를 키워서 군차량을 만드는 방식. 그 당시에 이게 올바른 방식이었지만, 화석연료의 한계가 보이는 이제는 다시 한 번 진화를 해야 하는 시점이다.


 



 


공장용 전기가 더 싸네 마네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사회 자체가 에너지 과잉 사용 국가라 전반적인 조정이 필요한 판이다. 이 이해관계 조정을 하지 않고 재생에너지 정책은 나올 수가 없다.


 


그런데, 대한민국의 정치는 이해관계의 조정으로 작동해본 적이 별루 없다. 이거 할 줄 아는 정치인을 키운 적도 없다. 아니 재생에너지의 문제가 정치의 문제라는 것을 아는 정치인도 내가 알기론 한 명 밖에 없다. 조승수 통합진보당 의원.


 


 


3. 국가 시스템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 기간, 가카 시대


 


본 기자, 가끔 이야기하지만 지금 네팔에 있다. 한국 사람이라고 밝히면 일단 먹고 주고 넘어가는 포인트들이 꽤 된다. 70년대에 처음 해외에 나와서 듣보잡 국가에서 온 넘 취급 받던 것과 비교하면 개벽에 가까운 변화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대통령 하나만 바뀌면 나라 꼴이 아주 이상하게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계시다. 본 기자, 최근 몇 년 간 무엇이 문제였는지 감이 잘 안 왔다. 도대체 대통령 하나 바뀌었다고 어떻게 순환정전 같은 거를 검토하는 나라가 된단 말인가?


 



네팔의 순환정전 시간표


 


에너지에 대한 좀 진중한 글을 언젠가 쓰겠다고 생각만 하고 있다가, 인도 장기 출장을 앞둔 상태에서 허겁지겁 이 글을 쓰고 있는 이유, 경향신문의 한 칼럼 때문이었다.


 


선관위의 모 사무관의 하소연을 다룬 그 칼럼, 황당했다. 그 분, 분명히 기술사무관일 텐데 라우터가 뭐하는지도 몰랐던 걸까... 아니면 디도스 공격을 트렌스포머의 한 장면처럼 이해한 건가... 뭐 그런 궁리를 하다, 사실 국가 시스템 자체가 완성되지 않았던 것이 아닌가란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재생에너지 시대는 지금처럼 펑펑 에너지를 쓰는 세상이 아니라 마른 행주도 쥐어짜서 쓰는 방식의 세계로 들어가는 관문이다. 그런데 우리는 펑펑 에너지 쓰는 시대를 계속 살 수 없다는 생각 조차도 공유하지 못한 단계다.


 


재생에너지의 문제는 사실 철학의 문제고, 정치의 문제다. 그런데 이런 것들을 할 수 있는 단계까지 고민을 하지 않았던 결과...가 가카 같이 황당한 인간을 대통령으로 앉히는 나라가 될 수 밖에 없었던 게 아닌가...


 


가카 이후의 시대가 무엇이 되어야 할까? 이 질문에 대해서 다양한 논쟁이 벌어져야 할 시점이 넘었다는 생각도 든다. 이 험악한 시스템 테스트 기간을 거치고도 리셋 정도에 머무른다고 한다면, 너무 바보 같은 게 아닌가 말이다.


 


이젠, 나라 꼴이 무엇이 되어야 하는가에 대해 구호 차원이 아니라 아주 디테일한 의견 조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전기 아끼자는 운동이 아니라, 이해관계자 조정을 어떻게 할 것인지,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사람들이 자주 잊어먹는데, 대한민국은 상해 임시정부에 그 근원을 두고 있다. 상해임시정부는 왕정복고가 아니라 '공화국'을 세우겠다는, 당시로서는 혁신적인 미래를 꿈꾸는 사람들이 모여있던 곳이다. 그 뒤의 우여곡절은 차치하고, 이 나라는 꿈꾸는 자들에 의해 그 기초가 닦인 나라다.


 


어떤 미래가 되어야 하는가에 대해 본격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사무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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