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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03. 08. 목요일

춘심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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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그래프는 미국의 StatCounter에서 집계한, 2008년부터 최근까지의 웹브라우져 세계 시장점유율이다.

 



그냥 그래프이긴 하지만 각각의 브라우져에 감정이입을 해서 바라보면 참으로 여러 가지 감정이 북받쳐 오르지 않을 수 엄따. 천하를 호령했던 인터넷 익스플로러의 쇠락, 대안적 브라우져의 대명사였던 파이어폭스의 지지부진, 애플빨로 먹고사는 사파리의 근성, 한 때 반짝 했던 오페라의 허덕거림,


그리고 무엇보다도, 크롬, 그 찬란한 이름의 약진.


 

하지만 이건 IT 기사가 아니다.


 

글타. 우리네 2012년 정치판의 이야기이다.


 

 

 

1. 인터넷 익스플로러 = 한나라당, 아니 새누리당


 

 


 



 

 

 

한나라당, 아니 새누리당의 역사는 뭐 나도 딴지에서 배웠는데 굳이 다시금 열거할 필요 없겠다.

 


진짜 존나게 오래된, 지긋지긋하고도 좆같은 기득권들의 집합체.


 

민족주의, 일제앞잡이, 특정종교, 군인, 재벌 등 도저히 존속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이는 집단들이 서로가 서로를 (필요에 의해) 보듬고 품어주며 8.15해방부터, 6.25, 4.19, 10.26, 6월항쟁, 최초의 정권교체 등등

 


수 많은 변곡점을 참으로 기가 막히게 잘도 넘어간 그 무시무시한 스킬을 부려대는 장구한 역사를 가진 집단의 정치적 총아.

 


그들의 스킬을 하나하나 풀기엔 짜증만 나므로 대충 퉁치자면, <이렇게 하는 게 모두에게 좋은 거야> 정도 되겠다. 동아시아 정세에 따르면 일본에 먹히는 게 다들 좋은 거야, 빨갱이들 쳐내려오니 반공이 좋은 거야, 나라가 개판이니 쭉 하던 나랏님이 계속 있는 게 좋은 거야, 사회가 어수선하니 카리스마로 다 조져버리는 게 좋은 거야 등등.

 


그리고 뭐 다들 알다시피, 다 구라다. 지들한테만 좋았겠지. 전형적인 혹세무민 그 자체다.

 


이런 면에서 한나라당, 아니 새누리당, 아 씨바 헷갈려, 암튼 걔네랑 마이크로소프트의 인터넷 익스플로러의 유사성을 존나 억지로 찾아볼 수 있다.


 


인터넷 익스플로러의 천하통일을 상징하는 말은 <바바, 다 똑같은 거 쓰니까 모두에게 좋잖아> 정도 되겠다. 인터넷 초창기에 우리 사이트는 넷스케이프는 지원 안 해요, 아니에요, 우리는 넷스케이프에 최적화 돼있어요 등등 존나 뭐 헷갈리다가, 어느 순간 정신 차리고 보니 넷스케이프는 없어지고 익스플로러만 남았을 때의

 


그 미묘한 안정감. 독점시장의 역설적 미학.

 


그 후로 그들은 스스로를 <표준>으로 여기고 계속해서 그들만이 지배하는 세상을 꿈꾸며, 그에 맞춰 계획하는 순환을 계속했다. 액티브엑스니 뭐니 쳐발쳐발하면서 <이러는 게 다 너네 편하라고 하는 거야>라는 식의 혹세무민을 펼치며.

 


하지만 왠걸, 표준의 의미는 <많이 쓰는>이 아니었던 것. 표준이라는 건 모든 다양성을 토대로 할 때 의미를 지니는 거다. 평균과는 다르다. 익스플로러의 전성기 시절에도 우리 브라우져 덕후형님들이 꾸준히 아무도 안 알아주는 고생을 해주시어 <웹 표준 = 인터넷 익스플로러 호환성>이라는 등식이 성립되지 않도록 이 세상을 지켜주신 바. 그 웹표준이라 함은 이데아적인, 현실에는 없는 그 무언가인 채로 몇 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러던 중...

 


사실 더 좋은 게 아닌데 <이게 다 좋은 거야>라고 혹세무민을 자행하던 세력이 위협받는 순간은, 그 세력 자체가 오히려 방해가 될 때이다.


 


인터넷 익스플로러가 어느 순간 꽤 느려졌고, 우리 모두는 그것이 인터넷 회선의 문제라고 생각하고 ISDN이나 케이블모뎀이나 ADSL, VDSL 등을 졸라 비교하거나, 컴터가 후져서 그런 줄 알고 램 갈고 CPU 갈고 했는데 세상에, 파이어폭스라는 요상한 브라우져를 쓰면 그냥 인터넷 자체가 졸라 빨라지는 거다.


 


게다가 플러그인이라는 걸 막 깔면 익스플로러에서는 못하던 신기한 기능을 막 쓸 수 있고 말이다. 즉, 익스플로러 자체가 쾌적한 인터넷 라이프의 방해요소이기도 했다는 게 만천하에 입증돼버렸다.


 


마치, 국민들이 먹고살기 위해 더러워도 참아야했던, 신한국당 그 씹쌔리들이 국가를 부도내버려서 암것도 모르고 지지해주던 서민들을 싸그리 굶어죽게 할 뻔했던 그 때처럼 말이다.


 



 


2. 파이어폭스 - 민주당, 아니 통합민주, 아니 민주통합당 


 



 


전통의 만년 2등 민주당의 한계는, 독자적인 본래의 정체성이 모호하다는 것이다. 민주당의 본래 정체성을 어떻게 규정할지는 복잡한 문제다. 그냥 생각나는 거 다 꼬집어보자.

 



호남당이다? 호남 인구가 영남 및 수도권 인구에 밀리는 거, 뭐, 이제 지겨운 현실. 게다가 지역감정은 타파할 대상.


 

민주화의 역군이다? 그럼 다른 당의 진보정치인들은? 2012년 현재의 감각으로는 반독재의 극단점이 민주당이라고 하기가 좀 애매하다. 진보정당들에게도 그런 이미지는 졸라 충분할 뿐더러 어떤 면에서는 통합진보당이 그런 이미지가 더 강한 느낌도 있다. 즉, 독자적인 정체성으로는 부족.


 

합리적 보수다? 그건 오히려 열린우리당이었지. 열린우리당 창당 시절, 민주당은 이미 꼰대 보수성을 증명했다. 즉, 합리적 보수와 한국의 전통적 수구의 합집합이지, 합리적 보수 그 자체가 민주당의 정체성으로 성립되진 않는다.


 

김대중이라는 한 사람의 역량을 제외하면, 민주당의 최초 집권 당시, 정말 집권을 할 수 밖에 없는 환경을 김영삼이 만들어준 바람에 집권을 할 수 있었다고 볼 수도 있다. 즉, 기존 권력이 삽질을 졸라 잘 해준 덕분을 많이 봤다는 것.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다. 지금의 여론이 가카와 여당의 광기어린 삽질에서 비롯됐다는 사실은 모두가 알고 있다.


 

그러니까 그들의 정체성이 무엇인가의 문제 보다는 기존 집권세력에 대한 대표적 안티테제라는 지위가 집권의 주요 요인이었다.  


 

일단 세력을 얻게된 건 좋다 치자. 그 세력이 더욱 커지고 지지기반이 늘어나고 발전하는 건 안티테제라는 지위가 만들어주는 게 아니다. 실질적인 정체성과 이를 실현할 능력이 졸라 중요한거다.


 

하지만, 안티테제라는 지위만 있고, 정체성은 모호한 민주당은, 권력을 얻은 후, 어떤 사안에 대한 판단의 참고처가 기존 권력 밖에 없다는 한계를 지닌다. 기존 권력이 확실히 삽질한 건 그 반대로 행동하면 되지만, 상당 부분에 대해서는 굳이 정반대로 하지 않고 그냥 보고 배운 대로 따라하게 되는 것.


 


마치 민주당이 다른 기업들과 유착을 하고 각종 비리를 자행하듯 말이다.


 

그리고 이건 파이어폭스가 기능을 계속 늘리는 바람에 브라우저 속도가 애매하게 점점 느려지는 것의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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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위의 그래프를 다시 힐끔 봐주길 바란다. 파이어폭스의 시장 점유율을 보자.

 


3년 동안 그냥 그 자리다.

 


저 정도가 안티테제라는 딱지로만 얻을 수 있는 지지도의 최대치가 아닐까.

 


민주당이 <새누리당이 아니라는 사실>만으로 유지할 수 있는 지지도도 딱 저 정도일 거다.


 

애초에 정체성이란 게 확고하지가 않으니, 각종 상황에 대한 판단과 선택이 무디고 지지부진해진다. 뭐가 민주당스러운지, 그 민주당스러움 자체를 지들도 모르니까. 어떤 건 기존 권력을 따라하고, 어떤 건 반대로 하지만 그 기준을 어떻게 해야할 지에 대한 철학이나 소신을 형성할 그 '정체성'이 없다. 이번 총선 공천처럼 말이다. 막상 실제로 사람들을 하나하나 공천해야 되는데, 어떻게 하는 게 진짜 민주당스러운 건지, 어떻게 해야 자신들의 정체성에 따르는 건지 모른다. 이럴 때 기준으로 삼을 정체성이 없으니까. 그러니까 그냥 병신같은 게 민주당스러움과 등가의 개념이 돼버린거다.


 

민주당이든, 파이어폭스든, 저 애매한 지지도의 기울기를 시원하게 올리려면 매우 올바르면서도 확고하기 그지없는 정체성이 졸라 필요하다.


 

아 ㅆㅂ 파이어폭스한테 미안하다.


 

민주당 정도는 아닌데.


 

 

 

3. 크롬의 교훈


 

 


 



 

 

파이어폭스가 갈피를 놓치고 완만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반면, 구글이 이끄는 크롬의 기세는 소름끼칠 정도다.


 

누가 봐도 차이를 느낄 정도의 빠른 브라우징 속도... 라는 모토로 시작된 크롬의 탄생. 분명 크롬은 수 년 간 많은 변화를 거쳐, 웹애플리케이션이나 그밖의 다양한 확장 기능을 보유하고 있고, 크롬투폰 등 꽤나 신기한 기능을 선보이고 있다.


 

하지만, 다 상관 없다. 사람들이 크롬을 쓰는 이유는 그냥 존나 빠르기 때문이다. 다른 모든 기능은 그 속도와 맞바꿀 수 있을 만큼, 속도가 가장 큰 이유다. 가볍고 빠르다.


 

크롬 공식 페이지에도, 설명은 딱 3개다. 빠른 실행, 빠른 로딩, 빠른 검색.


 

 


 

 

이 '빠름'이 바로 크롬 정체성의 핵심을 이룬다.

 


그리고 그 정체성은, 웹브라우저라는 존재와 근본적으로 매우 부합한다.

 


바로 이 정체성이 크롬에 대한 사용자들의 열렬한 충성도를 낳는다. 크롬의 추가기능은 대부분 웹 기반이라서, 아무리 신기한 기능을 추가한다 해도 결국 그건 하나의 웹페이지를 여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에 느려진다던가 무거워지는 등의 속도저하를 야기하지 않는다. 단적인 예로, 크롬 웹 어플들의 대부분은 사실상 그냥 즐겨찾기에 가깝다.


 

새로운 기능들이 추가될 때마다, 이것이 브라우징 속도를 저하시키는가 아닌가를 꼼꼼하게 살피는 듯한, 이러한 정책이 수 년 간 계속 되면서, 어느덧 크롬은 단지 IT업계 종사자들의 매니악한 취미가 아니라, 센스있는 네티즌들의 친구가 됐다. 맨 위의 시장 점유율을 보면 이미 전세계인의 1/4은 크롬을 쓰고 있고, 저 추세가 그대로 이어진다면 1년 정도 후면 1위 브라우저의 지위를 꿰찰 가능성도 엿보인다.


 

이러한 크롬의 지칠 줄 모르는 인기몰이는, 물론 인터넷 익스플로러와 파이어폭스의 역사를 통한 학습을 기반으로 한다. 그 둘 간의 경쟁을 보아오면서, 그들이 덩치와 시장성에 집중한 나머지, 웹브라우저 본연의 기능을 어느 정도 '양보'하는 행태를 발견했을 게다.


 

그 '양보'란 이런 거다. 툴바, 액티브액스, 플러그인 등의 구조. 분명히 편리함을 제공한다. 그런데 저 구조를 이용하면 브라우저가 좀 무거워지고 느려질 수 있다. 이에 대해, 그 느려지는 정도보다, 얻게 될 편리함의 가치가 더 크다고 생각할 수 있다. 게다가 네트워크 속도와 하드웨어는 계속 발전하므로 어느 정도 더 무거워져도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좀 느리고 무거워지는 걸 감수하고 신기능을 계속 덧붙인다.


 

구글은 아마 이를 보며 이런 생각을 했을거다. 그래? 정말 느려져야 돼? 하나도 안 느려지고, 오히려 속도는 더 빠르면서 그와 동등한 수준의 편의기능도 넣는 거, 완전 가능할 거 같은데? 네트워크 속도나 하드웨어가 발전해서 그만큼 점점 더 빨라지는 게 훨씬 좋을 거 같은데?


 

그래서 그렇게 했다. 멋진 쉐키들... 원래의 정체성인 '빠름'을 절대 양보하지 않고도, 다른 브라우저들의 편의기능을 점점 따라잡고 있는 거다. 이런 추세로 어느 순간 절대 느리거나 무거워지지 않은 채, 편의기능마저도 모든 브라우저보다 우세해진다면, 아마도, 제2의 브라우저 천하통일이 이뤄질지도 모르겠다.

 


정리해보면 이렇다.


 

익스플로러는 그냥 '인터넷할 때 쓰는 거'가 모토였다. 그 당시엔 뭐 그거 밖에 없었으니까. 파이어폭스는 '익스플로러보다 나은 거'가 모토였다. '더 낫다'는 게 어느 정도 증명이 되고 나니 정체성에 혼란이 온다. 크롬은 '졸라 빠른 거'가 모토다. 그래서 계속 존나 빠르다. 점점 빨라진다. 절대 느려지게는 안한다.


 

이 정체성의 유무. 그리고 정체성 자체의 올바름. 그리고 그 올바른 정체성을 현실로 실현해낼 수 있는 능력. 이 3박자가 크롬 돌풍의 원동력이 된다.


 

그렇다면 한국의 정치세력 중, 정체성이 정말 확고하면서도 그 정체성 자체가 올바르고, 그 정체성을 현실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3박자를 갖춘 세력은 도대체 누굴까?


 

 

 

4. 통합진보당이나 진보신당이 크롬이야? 


 

 

 


 



 

 

아니다.


 

일단 정체성이 확고한가의 문제. 별로 확고하지 않다. 통합진보당 이전의 민주노동당 시절에도 기존 진보세력 내부의 노선갈등이 해결되지 않은 채 남아있었고, 국민참여당과 통합과정에서 케인즈와 맑스가 완전히 타협했다고 보기 힘들다. 어쩌면 진보신당은, 정체성 자체는 조금 확실할 수도 있겠다.


 

그렇다 해도 그들의 정체성은 그 것이 옳은가 그른가는 판단할 수 없다. 그건 개개인의 정치적 성향과 결부되는 문제이지 '옳다'고 단언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반면 크롬의 모토인 '빠름'은 도저히 반대할 수 없고, 취향 차이도 없는 정체성이다. 여기서 차이가 있다. 옳다고 확실히 단언할 수 있는 정체성은 아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건, 두 당의 인사들은 아직까지는 정치적 역량이 심히 부족하다. 개개인의 능력이 뛰어남은 충분히 인정하지만, 정당으로써의 정치적인 역량은 전혀 다른 문제다. 새누리당이나 민주당의 유명인사들과 붙어서 이기는 모습을 기대할 수 있는 진보정당 소속 인물은 정말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인데다가, 각종 정치적 협상이나 타협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모습을, 최소한 필자는 기억하는 바 없다. 약간 과장하면, 작년 한 해 동안 김진숙 지도위원 한 명이, 진보정당 전체보다 정치적 존재감이 컸다고 생각한다.


 

이 '역량 부족', 진보진영에서 졸라 반성해야 할 부분이다. 민주통합당이 개삽질 공천을 하는 이 판국에도 주도권을 빼앗아오지 못하는 건 '소속 인물 개개인에 대한 신뢰'가 졸라 부족하기 때문인 거다.

 


게다가 오죽하면 필자는 일반인들이 '통합진보당을 주목해주세요'라고 알리는 건 봤어도, 통합진보당이 당 차원에서 민주통합당에게 넌덜머리 난 시민들을 파고드는 홍보활동을 하는 걸 졸라 한번도 못봤다. 현실정치를 하는 정당의 홍보전략이라는 걸 도대체 찾아볼 수가 없다. 지도부가 트위터만 하면 다냐...


 

이 진보정당들은 크롬이라기보다는 사파리에 가깝다. 소수의 매니아(?)를 바탕으로 지지를 받는 것이지 절대 다수의 지지를 받기에는 일반성도 부족하고 아직까지는 역량도 부족하다. 물론 오랜 시간 동안 꾸준히 갈고 닦아 오면서 지지도가 점차 늘고 있는 면에서는 긍정적인 모습을 볼 수 있다.


 

또 다른 공통점은 환경의 유리함을 이용하지 못한다는 점.


 

애플의 Mac 판매량이 엄청나게 증가하는 추세임에도 불구하고 사파리의 점유율 상승 곡선은 무딘 것처럼, 최근 사회적 분위기가 꽤나 진보친화적으로 흐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진보정당의 지지도 상승이 무디다는 점이다. 이는 사파리의 경우, 브라우저로써의 근본적 신뢰도가 부족하기 때문일 거다. 특히 국내의 경우 텍스트 인코딩이 잘 안 되거나, 작동 안되는 사이트가 많다. 그렇게 빠르지도 않고 말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진보정당들도 기본적인 '정당'으로써의 근본적인 정치적 신뢰도가 부족하다.


 


이러다 자칫하면 사파리가 아니라 오페라처럼 된다. 잠깐 뜰 뻔 하다가 뜨지도 못하고 역사의 뒤안길을 향해가는...


 


그럼 녹색당 같은 새로운 정당이 크롬인가? 아직 판단하기엔 이르다. 녹색당이 정치적 정당으로써 지지도를 얻는 건 다른 정당들보다 훨씬 어렵다. 아직 '복지'나 '파업' 같은 부분에서도 이해도가 부족하고 미숙함이 드러나는 한국의 정치적 토양에서, 생태적 가치를 이해하는 수준의 정치문화가 뿌리내리기는 매우 힘들 거다. 같은 역량을 갖고도 더 어려운 문제를 풀어야하기 때문에 옳고그름과 무관하게 정치적으로 불리하다. 물론, 건투를 빈다만 '크롬스러운가'에 대해서는 아직 판단 보류.


 

 

 

5. 누가 크롬이 될 것인가. 


 

 


 


 


이 아저씨가 한때 모노크롬이었으나, 스펠링이 다름... 올리버 크롬웰에서 따온 크롬.




 



지금 이 순간, 크롬을 쓰고 있는 딴지스들이여. 한 번 상상해보자.



 

크롬이 없는 삶.


 

필자, 상상만 해도 좀 스트레스를 받는다. 뭐 하나만 잘못 깔면 듣도보도 못한 툴바와 광고들이 덕지덕지 달라붙는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쓰고 있는 내 모습. 어차피 액티브엑스는 안 되는데 뭔가 무거운 느낌이 드는 파이어폭스를 쓰면서 플러그인을 찾는 내 모습.


 

정말 그냥 인터넷만 가볍게 쓸 수 있는 나의 욕망을 그 어디에서도 풀 수 없는 답답함.


 

이 답답함이 한국 정치를 바라보는 지금 우리가 느끼고 있는 그 답답함과 같은 맥락이다.


 

새누리당은 아무리 봐도 좋은 구석을 찾기가 소녀시대에게서 단점 찾는 거 마냥 힘들고, 민주통합당에 마음을 주자니 병신짓만 계속 일삼고 있는 이 판국. 그 와중에 통합진보당은 그 민주당을 구워삶을 깜냥은 안돼서 대통합 결렬 후 "얘네 좀 보세염..혼내줘염...." 하고 있는 답답함. (필자의 지난 기사 중 <비겁자 게임> 기사에 이미 언급한 바 있다.)


내가 원하는 건 확실한데, 그걸 받아줄 자리가 없는 이 욕구불만.


 

억세게 재수없게도, 우리들이 원하는 바가 이렇게도 확실한 판국에 그걸 알아주고 그대로 하는 정당이 이렇게 없을 수가...


 

크롬의 정체성인 '존나 빠름'은 인터넷을 하는 도구인 웹브라우져의 핵심 속성이다. 그에 해당하는 2012년 현재, 정당이 지녀야 할 정체성은 결국 '99%의 삶을 위함' 일거다. 노무현의 연설 내용대로, 600년 간 기죽어 살아왔던 그 99%를 먼저 생각하는 것 말이다.


 

저런 아주 기본적인 소양 자체가 한국 정치에서 실종돼있던 지라, 우리는 지금, 저것만 할 수 있다면 이념이나 철학이 조금 다르더라도 얼마든지 지지할 수 있는 마음을 갖고 있다.


 

이 와중에, 99%의 삶 자체보다 정치인들이 자기들끼리의 의석수, 이념 차이, 노선 차이, 연줄 차이, 이딴 거에 왈가왈부하고 있으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마치 부모가 편식하는 자식에게 '콩자반 한 번만 먹으면 게임기, 장난감 사달라는 거 다 사줄게' 라고 했는데도 그 콩자반 하나 먹는 게 싫다고 소세지만 졸라 쳐먹는 걸 보고 있는 기분.


 

진짜 없냐. 여의도정치의 역학관게, 정치문화, 복잡한 이념관계, 이딴 거, 씨바, 존나 모르겠고 그냥 지칠 대로 지친 99%를 위해 무식하게 달려가려 하는 그런 정치인들로만 이뤄져있는 듯한 정당의 모습.


 

그거 그렇게 존나 못하겠나.

 

 

4년 동안 시달려온 우리한테, 너네 진짜 이렇게 밖에 못하겠냐. 진짜 함 밀어 줘 볼라고 별짓 다하고 있는데, 그냥 연기로라도 좀 해주면 안 되냐 씨바.


 

우리는 크롬처럼, 한국 정치판에서 무서운 기세로 국민적 지지를 받는 존나 멋있고 새로운 모습을, 씨바, 존나, 간절히, 원한다.


 

야권 정당들, 계속 이딴식으로 나오면 우리가 원하는 걸 귓구녕에 쳐넣어 줄 방법을 찾아봐야 될 거 같다.


 

아.. 막판에 또 살짝 흥분했네... 죄송...


 

끝.


 

 

 

 

P.S. " 써 놓고보니, 저렇게 '무식하게 우리만 위해주는 듯한 모습'을 보인 정치인은 내 기억에는 딱 두 명 있었던 거 같다. 노무현과 정봉주. 정봉주의 존재감. 생각보다 존나 큰 거 같아... 첨엔 농담이었는데 생각할 수록 공백이 너무 커....


 

 

 

 

 


춘심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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