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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뚝심송 추천0 비추천0

2012. 03. 09. 금요일

정치부장 물뚝심송


 


 


새벽에 눈을 뜨고 비내리는 하늘을 바라보고 있자니, 온갖 생각이 다 떠오르면서 언제나 그렇듯이 배가 고파진다.

 


맞다. 사람은 먹어야 산다. 안 먹으면 죽는다. 이 간결하고도 명확한 진리 앞에서 서로 먹고 살고자 하는 사람들의 끊임없는 투쟁이 오늘날의 우리 사회를 건설했다는 역사적 진실이 떠오르지만 그 얘기를 하려는 건 아니고.

 


지금 당장 가카 일당을 때려 잡아야 하는데, 저 민족과 역사 앞에 죄인들인 한나라당, 헉스! 실수할 뻔 했다, 한나라당은 따로 생겼지. 한나라당 말고 새누리당 력적패당 불한당(?) 일당을 쪽박차게 만들어야 되는데, 뻘짓만 양산하고 있는 야권을 지켜보면서 울화통이 터져 아침 식욕을 잃고 자동 다이어트에 돌입하고 계시는 자랑스러운 딴지독자 여러분들의 복장을 살짝 더 긁어줄 하찮은 얘기를 하려고 하는 거시란 말이다.

 


그것은 바로,

 


당신들이 바라는 완성된 시스템은 없다는 얘기이다.

 


지금에도 없고, 과거에도 없었으며,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그런 얘기다.


 




 



 


지금 새누리당은 영명하신 박근혜 비데위원장의 신령한 영도 하에 살벌한 공천 작업을 진행중이다. 눈에 가시 같던 친이계 현직들을 추풍낙엽처럼 쳐내면서도 겉으로는 만인의 지탄을 받던 국상 전여옥 의원도 자르고, 주물 진성호 의원도 자르는 등, 신명나는 개혁 공천을 일사천리로 진행하는 것처럼 효과적으로 위장해서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역시 우리 공주님은 믿음직해, 라는 탄성이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심지어 하루아침에 우수수 목이 날아간 현역들까지도 찍소리도 못하고, 아니 오히려 찍소리를 하기는 커녕, 먼저 앞장서서 당의 개혁방침에 맞추어 스스로를 희생하겠다는 "짤릴바에야 사표내기" 전술을 구사하고 있다.

 


조중동은 이에 호흡을 맞춰, 그래도 새누리당의 지지율이 야권연대의 통합 지지율에 비해 한참 모자른다며, 구국의 보수 세력이여, 어서 당장 공주님의 깃발아래 집결하라~ 는 나팔을 연일 불고 있는 판이다.


 


먹히고 있다.


 


확실하게 먹히고 있으며, 당장 눈앞의 여론조사 결과로 그 먹힘이 드러나고 있다. 당 간판 내리고 쪼개지거나 말라 비틀어져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갈 것만 같던 저쪽 편들은 물 밑에서 기지개를 켜고 용틀임을 할 준비를 착착 진행하고 있는 것 처럼 보이고, 이쪽 편 간판스타 부산벌의 계백(무슨 비유가 이 따위야.) 문재인은 위대한 부산의 승리는 커녕, 겨우 27살짜리 풋내기, 21세기판 여성 화랑 관창의 목을 베는 치욕을 감내해야 될 판이 와 버렸다.

 


이거 진짜 누가 기획했는지, 그레이트 울트라 물먹이기 신공이며, 이번 새누리당 공천의 백미가 아닐 수 없다. 씨바.

 


거기에 맞서는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은 연일 공천 문제로 치부를 드러내며, 공천판이 아니라 개싸움판이라는 비아냥을 들으면서도 어찌할 줄을 모르고 제자리 걸음만을, 아니 용감하게 뒤로 돌진을 하고 있는 판이다.

 


대략 몇 가지만 꼽아 보더라도, 민주통합당에서 벌어진,

 



<지난 1월 20일, 서울 영등포 민주통합당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임종석 사무총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금융소비자 협회, 전국저축은행 피해자 비대위 등

/ 사진 출처 : 민중의 소리>


 


- 1심에서 유죄판결 받은 임종석을 사무총장으로 중용하고 공천까지 준 점. (최근 소식에 의하면 자진 반납할 기미가 보인다고 한다.)


- 강제로 물갈이 당한 호남 현역의원들의 집단 반발 움직임. 왜 우리만 짤러~ 하는 항의가 예상된다.


- 당대표 한명숙의 리더쉽 부재라는 항의가 무성한 와중에, "부패한 친노"들이 조직적으로 전국의 지역구들을 전리품 취급하고 있다는 날카로운 지적들


- 통합의 한 축이었던 한국노총의 무리한 의석 안배 요구. 등등등.


 


통합진보당에서 벌어진,

 


- 조직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성폭행 피해자를 두번 세번 울린 전교조 전 위원장의 비례대표 우선순번 배정.


- 서기호 판사를 둘러싼 비례대표 순번 싸움, 등등.


 


이런 공천잡음들이 연일 확대 재생산되어 들려오고 있는 와중에 FTA 문제 처리를 필두로 하는 현 정권의 헛발질들을 어떻게 바로 잡을 것인가 하는 건설적인 논의는 실종되고, 각종 부패에 연루된 대형 사건들이 물밑으로 가라 앉아 버리는 암담한 현실이 구현되고 있는 판이라는 얘기다. 사실 그 한 건 한 건들이 몽땅 다 정권을 뒤흔들만한 대형 악재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누군가 썩소를 날리며 안도의 한숨을 쉬는 소리가 귓전에 들리는 것만 같다.

 


더우기 야권연대 얘기는 어디로 숨어 버렸는지 찾아보기도 힘든 상황이다. 비록 한명숙-이정희간의 양 대표간 만남이 예정되어 있는 것에 한줄기 가느다란 기대가 걸려있긴 해도 말이다.

 


도대체 정 줄 곳이 없다.

 


비통하고 억울하고 또 한편으로는 외롭고 지친다. 너무 힘들고 힘들어서 참다참다 이젠 그냥 다시 전처럼 외면해 버리고 싶은 마음뿐이다. 지들이 알아서 하겠지. 난 나대로 살길을 찾는게 더 현명한 거 같어, 이런 심정 말이다.

 


맞지?


 




 


크게 심호흡을 한 번 하고, 뒤로 한 걸음만 물러서서 다시 원론을 생각해보자.

 


도대체 왜 이런 일들이 생길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야권의 지지율은 연일 급상승 중이었고, 당장이라도 집권층의 몰락이 가시화 되고 한나라당은 백 석도 못 건지면서 침몰하는 게 당연해 보이고, 총선 압승과 그 기세를 몰아 정권교체까지 신명나게 갈 줄 알았건만, 도대체 눈 앞에 보이는 승리를 낚아챌 줄을 모르는 이 야권 정치인들의 뻘짓은 어디서 튀어나온 도깨비들이란 말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야 정상일 것 같다.

 


하지만 세상에 좋은 일은 이루어지기 힘든 법이다.

 


이게 그냥 하는 소리가 아니라 실제로 그렇다는 얘기다. 그렇게 일이 쉽게 술술 풀려서 잘되어 가기만 한다면, 우리가 해방 이후 반세기가 훌쩍 넘는 시간 동안 제대로 된 국가를 못 만들었을 리가 없잖은가.

 


우리에게는 아직도 갈 길이 먼 것이다. 그 점을 생각하면서 원론을 돌이켜 보자.

 


도대체 공천이라는 게 뭘까?

 


정당에 소속된 정치인이 각종 공직 선거에 정당의 이름을 걸고 출마하면 후보가 된다. 이 후보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은 많지만, 소선거구제 하의 총선이라는 것이 한 지역구에 한 정당의 후보자는 한명으로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즉 자리가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당내 경쟁을 통해서 결국 최종적인 대표선수 한 명만 뽑아야 된다는 현실에 의해 만들어진 제도가 된다.

 


그러면 도대체 그 최종 대표선수, 후보는 누가 정해야 하는 걸까?


 



 


민주적인 정당이라면 당원이 정하는 거다.

 


이상적인 상황을 얘기하는 것 같지만 그리 이상적인 얘기가 아니다. 원칙적인 얘기일 뿐이다. 지역구의 후보라면 그 지역의 당원들이 정하는 게 맞는 거다. 이게 민주적인 정당이잖아.

 


아니, 그럼 좀 이상하잖아. 도대체 왜 공천 문제를 가지고 중앙당이 이렇게 시끄러운 거지? 당연히 이상한 문제다. 본말이 전도되었으니 이상하지.

 


원칙적으로는 지역에서 지역구에 속한 당원들이 모여 자신들을 대표할 지역구 후보를 선출하면 된다. 중앙당에서는 그 후보를 추인할 뿐이다. 추인하는 과정에서 혹시 밝혀지지 않은 결정적인 흠결이 있는가를 확인하고, 선출하는 과정이 정당했는가를 살펴봐서, 문제가 없다면 그냥 추인해 주기만 하면 된다. 그럴 권리만이 중앙당에 있는 거고.

 


그게 민주적인 공천절차다.

 


그러니 중앙당에서 무슨 개혁공천이네 전략공천이네 하는 얘기가 오고가는 것은 근본적으로 앞뒤가 바뀐 얘기가 된다. 중앙당에는 그런 권한이 없는 게 정상이다.

 


총선을 맞이해서 중앙당에서, 이번 총선에 임하는 우리의 전략은 개혁이다~ 라고 천명하면, 그 가치로 지역구 당원들을 설득해야 하는 거고, 그 가치에 동의하는 지역구 당원들이 그 가치에 걸맞는 후보를 선출해야 되는 거지, 지역구 당원들의 뜻과 관계없이 중앙당에서, 상부에서 자기들 맘대로 아무 후보나 가져다가 팍팍 내리 꽂는 것은 민주적인 정당이 할 짓은 아닌 거다.

 


공천심사위원회? 여기서 할 일은 지역당원들의 뜻에 의해 올라온 후보를 검증해서 결격사유가 없는지 등을 확인하는 기관이지, 여기가 공천권을 가진 조직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얘기이다.

 


지금 현실은 앞뒤가 바뀌어 있다는 얘기를 하고 있는 거다.

 


물론, 현실적으로는 수많은 구체적인 문제들이 잠재해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많은 수의 지역구는 당원 조직 자체가 붕괴된 상태일 수도 있으며, 있다고 해도 특정 정치인의 사조직에 가까운 형태로 운영되고 있어서 신인들이 등용되기 힘든 것도 사실이다. 또 중앙의 중립적인 개입이 없다면 지역 마다 혼란이 극에 달하고, 파벌이 나뉘어 개싸움판이 될 것이며, 그 결과로 지역의 후보 선출 과정 또한 엉망진창이 되기 십상이다.


 


 



<우리도 그렇게 함부로 싸움 안 한다는, 비교하지 말라는>


 


실제로 지역후보의 선출과정이 지역의 당원들에 의해 나름대로 깔끔하게 진행되던 진보계열의 정당내에서도 무리한 통합과정의 여파로 계파간 투쟁이 전개되면서 말썽이 빚어지기도 하는 게 오늘의 현실이잖은가.

 


그런 현실에 비추어 중앙당에서 어느 정도 기준 이상의 권한을 위임받아 공천작업 과정을 일괄처리하는 것이 효율적일 수도 있다. 그렇게 현실을 감안해가면서 진행되고 있는 것이 현재의 공천 정국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런 효율로 치자면, 제왕적인 당대표가 앉아서 독재의 행태를 해가며, 각 지역구별로 이 지역은 당신이 해보슈~ 하면서 공천권을 휘두르는 것이 가장 잡음 없고 효율적인 제도 아닌가?

 



<우리도 겉으로는 민주적이드래요.>


 


박정희의 공화당이 그랬고, 전두환의 민정당이 그랬다. 지역의 당원이고 나발이고 찍소리도 못하고 앉아 있고, 후보가 되고 싶은 자는 중앙에 가서 공천권자, 실질적인 당의 주인, 당 총재를 알현하고 낙점의 은총을 내려 주소서~ 하면서 돈보따리 바치던 것이 바로 얼마 전까지의 우리 정당들의 행태였던 것이다.


야당은 안 그랬을까?


김영삼의 민주당, 김대중의 민주당도 마찬가지였단 말이다. 과거 야당 총재들의 제왕적인 권위가 바로 공천권에서 나왔으며, 또 공천 헌금이 당 활동비의 상당부분을 맡아주던 현실이 결코 남의 나라 일이 아니었다는 얘기이다.

 


어차피 당의 깃발을 받아 공천되고, 그 지역에 출마하기만 하면 금뱃지가 보장되는 판에서 공천권은 매우 현실적이고 무게감 있는 권력이 되니까 말이다.


이 공천권이 민주적으로 사용되느냐, 아니면 제왕적으로 사용되느냐가 바로 정당의 민주성을 측정하는 기준이라고 봐도 전혀 하자가 없을 정도이다.


그러면 지금의 현실하고 이런 원론은 도대체 무슨 관계가 있는 걸까?


 




 


박근혜의 새누리당은 공천과정을 매우 훌륭하게 치러내고 있다. 김종인등을 영입한 개혁 비대위의 활동도 상당한 홍보효과(바로 뽀록이 나긴 했지만, 이미 홍보효과는 다 누렸다.)를 가져왔으며, 무자비하게 기존 현역들을 잘라내고 참신한 인물(그래봐야 거기 들어가면 말짱 도루묵 될건 뻔하지만)들을 대거 등용하고 있다.

 


더 중요한 점은 그렇게 잘려나간 사람들조차 별 얘기 없이 순순히 머리 수그리고 집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심지어 국상 전여옥 여사께서도 실망감은 표현하셨지만, 그래도 무소속 출마 등의 반발은 하지 않겠다고 하지 않는가? (3월 9일 오전, 전여옥은 국민생각에 입당했음을 공식 기자회견에서 밝혔다. 편집자 주.)

 


이런 모습을 보면서 역시 새누리당이고, 역시 박근혜님이야 하고 탄복하는 사람들.

 


박정희 시절을 그리워 하는 사람들이니 당연히 이해가 가지만, 저 모습은 개혁적이고 참신하며 리더쉽 넘치는 바람직한 모습이 절대 아니고, 민주주의를 역행하고 정당의 수준을 과거로 돌리는 퇴행적이고 독재적인, 제왕적 권력이 횡행하는 구태 공천의 수준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된다는 것을 역설하고 싶은 것이다.

 


독재자가 나타나서 개혁을 한다고 그게 민주주의를 앞당기는 행동인가?

 


박근혜가 무슨 독재적 권력이 있냐고? 있다. 지금 새누리당에서의 박근혜는 가장 확실한 차기 대권주자이며, 재집권의 가능성이 가장 높은 미래의 대통령, 미래의 권력이다. 정봉주가 미래권력이 아니고 박근혜가 미래권력이라는 말이다. 돈을 보고 뭉치는 이 새누리당은 당연하게도 미래권력 앞에서는 독재자에게 그러듯이 충성을 바치는 게 몸에 배인 생리일 뿐이다. 그러니까 그 쟁쟁한 인간들이 하루아침에 잘려 나가면서도 찍소리도 못하지 않는가. 심지어 미래권력은 아니지만 아직 끝나지 않은 "현재권력"을 모시고 있는 친이계들도 찍소리 못할 뿐더러 검찰의 조사까지 받게 되는 현실을 묵묵히 감내하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사이좋은 철천지 친구같은 두 사람 / 사진 출처 : 오마이뉴스>


 


반면에, 야권은 어떤가?

 


민주통합당이나 통합진보당의 공천과정이 개판이고, 시끄럽고, 이전투구가 횡행하고, 퇴행적이며 반동적인 양상을 보인다고 비판하는 사람들이 이해는 가고, 동의도 된다.


하지만, 원론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그렇게 시끄럽고 엉망이고 난장판이 되는 현상 자체가 바로 민주주의가 자라나는 진통이라는 점을 생각해 본 적은 있냐고 묻고 싶은 것이다. 강력한 제왕적 총재였던 김대중 전 대통령이 돌아가신지 몇 년이나 되었는가? 민주당이 제왕적 총재 없이 공천권을 민주적으로 활용해 본 경험이 몇 번이나 되는가? 아직 유아기일 뿐이다.


민주주의는 어느날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민주적 의사결정 과정은 경험과 훈련 없이 절대로 깔끔하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혼자서 결정을 내리던 것과는 달라도 아주 다르다. 천지차이다.

 


혼자서 결정을 내리고 권력을 휘두르던 사람이 사라져 버리고, 그가 내리던 결정을 수많은 사람들이 참여해서 각자의 욕망을 표출하며, 각자의 이해관계를 조율해 가는 과정을 통해 내리게 되는 그 험난한 역정이 조용하고 일사불란하게 벌어진다면 그것은 기획된 연극에 불과하다. 사기라는 얘기다.

 


오히려 당원들의 힘으로 후보를 선출하던 진보계열 정당조차, 약간의 합당을 통해 규모가 아주 쪼금 커지니까 또 똑같은 혼란스러운 과정을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그만큼 우리에게는 대중 정당 내에서의 민주적 의사결정 과정에 대한 훈련이 부족한 거 뿐이다. 아닐까? 오히려 진보그룹들이 소규모의 정당 내부에서 계파의 이익을 위해 더 살벌한 독재적 횡포를 부리고 있다는 지적도 매우 흔하게 접할 수 있다.


매우 원론적인 입장에서 봤을 때, 지금 벌어지고 있는 새누리당의 깔끔한 공천과정은 독재의 잔재라고 보는 게 맞고, 반대로 야권에서 벌어지고 있는 혼란스러운 상황은 민주주의를 훈련하고 체득해 나가는 생산적인 과정이라고 봐야 한다는 얘기를 하는 것이다.


거기에 더 나아가서, 민주주의라는 것은 결코 완성되지 않는 시스템이며, 그렇게 한 발 한 발 어렵게 나아가는 과정 자체가 민주주의라는 점을 얘기하는 것이다.


민주주의에 완성된 시스템은 없다.


결코 완성되지 않는 시스템 속에서 조금씩 나아가는 과정이 민주주의인데, 어디선가 하늘에서 완성된 시스템이 뚝 떨어지지 않는다고 불평을 하면 안 되지 않겠는가?


너무 실망하지 말자는 거다.


 




 


물론 지금의 야권이 잘하고 있다는 소리는 절대 아니다. 바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야권을 이끌고 정권을 탈환할 수장으로 칭송이 자자했던 한명숙 대표한테 쏟아지는 비난을 쉴드치려고 하는 소리도 아니다.


 



 


당연히 한명숙에게는 이 중대한 시기에 제1야당 민주통합당의 총선 대비 전략을 수립하고 효율적으로 의사결정과정을 이끌어 내야할 책임이 주어져 있고, 그걸 잘 못하고 있다는 판단은 매우 정상적인 판단이다.


 


한명숙 당대표는 제대로 임무를 다하지 못하고 있다. 그건 맞다.

 


하지만, 민주통합당 내부에 현존하는 다양한 세력들의 의견을 제왕적 권력 없이 조율하는 과정은 그리 쉬운 과정은 절대 아니다.


거기다가 한명숙을 대표로 밀어주던 몇 개 세력의 연합은 이번 총선을 자기들의 전리품으로 착각하고 있는 측면도 분명히 있다. 그러면서 금뱃지 나눠 먹기를 시도하고 있는 거고, 그 세력의 요구를 과감하게 잘라내지 못하는 것은 그들의 힘을 등에 업고 당선된 선출직 대표의 근본적인 한계일 수도 있다.


규모는 작지만 이정희 공동대표도 동일한 난관에 봉착해 있다. 서기호 판사의 비례대표 순번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세 가지 그룹의 이해관계를 조절하는 데에 실패한 것이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가. 이정희 대표 뒤에 있는 구 민노당 그룹, 유시민 대표 뒤에 있는 참여당 그룹, 그리고 심상정 대표 뒤에 있는 진보신당 탈당파 그룹. 이렇게 천차만별인 그룹간의 이해 관계를 조절해내는 것은 어찌 보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그렇지만 그 불가능한 작업이 바로 민주주의다.


총선에 이기는 거, 대선에 이기는 거 무지 중요한 현안 문제인 거 맞다. 하지만, 이 모든 난장판, 이 모든 짓거리들이 먹고 살자고 하는 짓거리인 게 맞고, 그 먹고 살자고 하는 짓거리 중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가 민주적으로 먹고 살아야 한다는 대명제 아닌가 하는 점을 상기시켜 보고 싶은 거다.

 


우리가 키워온 보잘 것 없는 민주주의라는 나무가 좀더 자라기 위해서 벌어지는 혼란들, 이 혼란들이 반복되면서 이해 당사가 모두가 조금씩 더 배우게 되는 과정, 이해와 타협을 배우고, 설득와 양보를 배우는 과정, 내 주장만 앞세우고 내가 독식하려다가는 더 큰 판을 깨트리게 된다는 경험을 배우는 과정들의 소중함은 당장의 난장판으로 인해 찌푸려지는 눈살보다는 몇백 배 더 가치가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단적으로 얘기해서 눈 앞에 보이는 혼란이 마치 나라 망할 작태인 양 호도하고 쓸어 버리려는 시도를 한 두번 본게 아니잖은가. 4.19 직후의 어지러운 상태를 쓸어버린 5.16군사구테타가 그랬고, 80년 서울의 봄을 쓸어버린 전두환이 그랬잖은가.


 




 


하지만 마음은 급하다.

 


여러분들의 마음만 급한 게 아니라 누구라도 다 엄청 급하다. 지금 때를 놓치면, 우리는 여태껏 4년 간 겪어온 지옥같은 시간을 또 그만큼 보내야 한다. 또 다시 무수한 사람들이 부당하게 잘려 나가야 되고, 또 다시 나꼼수 같은 공주헌정방송들이 등장해야 되고, 또 다시 4대강의 눈물을 흘려야 되고, 또 다시 강정의 구럼비가 파괴되는 아픔을 겪어야 할 것이다.

 


그러니 민주주의 따위를 논하면서 머뭇거릴 여지는 없는 것 같기도 하다. 일단 잡고 천천히 논하면 안될까?

 


애석하지만 그리 쉬운 문제는 아니다. 역사는 언제나 우리에게 선택할 만한 옵션을 주지는 않는다. 어느 것 한가지를 포기한다 해서 다른 것을 온전히 주지 않는다는 말이다.

 


모든 문제는 동시에 해결하고자 노력해야 하고, 어느 것 하나 순전히 포기해 버릴 수 없는 것이 역사라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

 


하물며 그중 가장 중요한 민주주의를 어찌 포기할 수 있겠는가.

 


힘들고 어렵고 속 터지더라도, 심호흡을 해가며 참아야 하고, 그 참는 만큼 좀 더 먼 미래를 내다보는 좀 더 넓은 시각을 가지도록 노력해야 된다.

 


사실 이런 애기는 정치를 관전하고 있는 무수한 독자들에게 하기보다는 지금 난장판 속에서 엎치락 뒤치락 하고 있는 정치인들에게 더 해주고 싶은 얘기이다. 지금 당장 못 먹는다고 세상 끝나는 거 아니다. 자기가 가진 것을 버릴 수록 더 큰 결실이 돌아온다는 아주 흔한 진리를 왜 그렇게 못 보는지 답답할 뿐이다.

 


문제가 되는 공천 후보들, 제발 부탁이니 스스로 사퇴하자. 억울하더라도 말이다.


 



<이런 것이 필요할 때>


 


문제가 되는 그룹들, 제발 자중하자. 당신들이 숨어서 벌이는 이권싸움들, 결국 당신들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것이다.

 


이 싸움판을 조정해야 하는 결정권자들, 강할 때 강하고 약할 때 약할 것을 주문하고 싶다. 그걸 반대로 하니까 사방에서 문제가 되는 거 아닌가.


이 모든 것은 누구 한 사람이 아닌, 1%가 아닌, 우리들 모두를 위하는 마음으로 해 내길 주문하고 싶다는 것이다. 그 99%를 위한 행동이 결실을 맺는 순간 당신들 모두에게 99%의 사랑과 지지가 쏟아지고, 당신들이 그토록 원하던 정치적 가치를 구현할 힘이 생기는 거라는 아주 기본적인 진실을 다시금 되새기길 권하는 것이다.

 


그걸 못할 거 같으면 도대체 왜 정치 인생을 시작했는데? 그걸 못하면서 무슨 정치할 자격이 있는 건데?


 




 


작은 일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꾸준히 지켜보자.

 


항상 원칙을 생각하고 원론을 생각하면서, 비판할 대상과 비난할 대상을 가려내자. 쉽지 않고 힘드는 일이라 해도,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런 거다. 그런 노력도 없이 민주주의는 오지 않는다. 대가 없는 승리 역시 아무런 가치가 없는 법이니까.

 


그렇게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꿔가며 함께 나갈 때, 그때서야 우리 모두가 2012년을 점령하게 된다는 얘기다.

 


세상에 공짜가 어딨어.


 


정치부장 물뚝심송


twitter: @murutuk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