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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그분이 이 주사를 맞았을지도 모른다고 추측할 만한 주장이 제기되어 그렇게 생각을 해볼 여지도 조금은 생겼고 정황상 그렇게 추정할만한 하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쳐 지나가고 그러한 소문도 뭉게뭉게 피어올라 유명세를 타고 있지만 역시 그분이 주사를 맞았다고는 단언할 수 없는(헉헉;;) 프로포폴에 대해 간략히 적어볼까 합니다.

 

학술적인 내용 위주라 자극적인 것을 기대했다면 다소 실망하실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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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연의에는 관우가 마취 없이 수술을 받는 장면이 나옵니다. 관우의 이 에피소드가 인상 깊은 것은 현대 사회에서 마취 없는 수술은 상상하기 어렵게 되었기 때문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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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당신의 마취 담당의사인 닥터 글러그입니다."

  


마취의 역사는 상당히 오래되었는데 위 그림처럼 물리적인 방법에서 술을 잔뜩 먹이는 화학적인 방법 등이 사용되기도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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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46년 치과의사 William Morton이 에테르를 사용해 마취를 시도함으로써 근대적인 마취가 시작됩니다. 이후 마취는 비약적인 발전을 했습니다. 현재는 흡입, 정맥 마취제가 개발되어 사용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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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주인공인 프로포폴입니다. (오늘 찍은 따끈따끈한 사진이라능)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쓰이는 정맥마취제로 전신 마취의 유도, 유지뿐만 아니라 외래환자의 수술과 내시경 같은 시술을 할 때 진정시키는 용도로도 사용합니다.

 

영국 ICI(Imperial Chemical Industries)사에서 최초 개발되어 1977년 발매되었으며 지용성 제제로 대두유(soybean milk)를 용매로 사용하기 때문에 저렇게 특징적인 흰색을 띄게 됩니다.

 

일명 우유 주사라고 불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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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포폴은 바비츄레이트, 벤조디아제핀과 마찬가지로 뇌의 신경전달물질에 관여하는 GABAA 수용체에 작용하는데, GABA를 증가시켜 중추신경계를 억제하는 기능을 하며, 한편으론 도파민을 과다 방출시켜 도취감을 증가시키는 부작용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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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시경에 사용되는 진정제 중 가장 많이 쓰이는 미다졸람과 프로포폴을 비교해 보면 프로포폴의 독특한 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

 

프로포폴은 작용 시간이 매우 빠르고 지속 시간이 매우 짧습니다.

 

다른 약이 주사 후 2~3분이 지나야 효과가 나타나는 것과 달리 프로포폴은 20초 정도면 바로 효과가 나타납니다. 게다가 한 시간이 넘도록 진정 효과를 보이는 다른 약과 달리 프로포폴은 10분 정도면 의식을 회복할 수 있죠.

 

내시경을 할 때 환자가 차를 가지고 귀가 해야 한다고 하면 프로포폴 단독 사용은 아주 훌륭한 옵션이 됩니다. 내시경을 마치고 십여 분 후 외래에서 내시경 결과를 듣고 십여 분 후 운전을 할 수 있을 정도니까요. 반면 미다졸람 같은 약제는 내시경이 끝나고 몇 시간은 운전을 하면 안 됩니다.

 

게다가 다른 벤조디아제핀 계열의 진정제가 메슥거림, 구토를 쉽게 유발하는 것과 달리 프로포폴은 그런 부작용이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프로포폴은 앞서 언급했듯 정맥 마취제로도 사용하는 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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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의 단계는 크게 4단계로 구분하는데 내시경에서 목표로 하는 진정 단계는 2번째 Moderate sedation 입니다. 즉 자발 호흡과 심페 기능은 유지하면서 검사상 방해가 되지 않게 움직임과 의식을 감소시키는 정도를 목표로 합니다.

 

하지만 프로포폴은 투여 용량이 과하면 바로 deep sedation, General anesthesia(전신 마취) 상태로 갈 수 있습니다.

 

수술실에서는 전신 마취 단계까지 가는 것을 목표로 고용량을 쓰지만 내시경실에서는 절대 이르러서는 안 되는 단계입니다.

 

또 다른 단점은 해독제가 없다는 것이죠.

 

미다졸람 같은 약제는 과량 투여로 호흡 기능이 떨어지는 경우 플루마제닐 같은 해독제를 투여해서 의식을 회복하게 할 수 있지만 프로포폴은 해독제가 없습니다. 과량 투여로 호흡 정지가 오는 경우 기관 삽관을 해야 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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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경험한 한 환자는 표준 용량을 사용했음에도 호흡 정지가 와서 내시경실에서 바로 기관 삽관을 했고, 중환자실로 옮긴 후 십여 분이 지나 의식을 되찾아서 기관 삽관을 제거 후 귀가했던 경우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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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잭슨의 목숨을 앗아간 것도 바로 프로포폴이었습니다. 마이클 잭슨의 죽음은 프로포폴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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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부터 2011년까지 프로포폴을 맞고 사망한 사람은 36명으로 보고되었는데, 내시경 등 의료 행위 중 사망한 숫자보다 본인이 임의로 맞다가 사망한 경우가 더 많습니다.

 

프로포폴을 맞고 깨어날 때 이상 황홀감을 느끼기 위한 목적으로 프로포폴을 찾는 경우가 꽤 있습니다. 통계적으로는 약 40%가 이런 즐거운 느낌을 경험한다고 합니다.

 

또한 프로포폴을 맞고 십여 분 후에 깨면 몇 시간 숙면을 취한 것처럼 느끼는 경우도 있는데 일정에 쫓기는 일부 연예인들이 이런 효과를 노리고 프로포폴을 찾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기사에 의하면 프로포폴을 맞기 위해 내시경을 1년에 백번 이상 받은 환자의 사례가 보고되기도 했죠. 하지만 프로포폴을 구하기 쉬운 직군은 하루에도 수십번씩 이런 경험을 하는 게 어렵지 않을 겁니다.

 

연예인 박 모 씨가 프로포폴을 이용한 시술만 거의 200건 가까이 받았다는 소문이 뭉게뭉게 피어오르지만 역시 확언할 수 없는 이야기에 따르면 시술과 이상 황홀감 중 어느 것이 주목적이었는지 의심이 가는 대목입니다.

 

프로포폴은 간에서 대사되어 신장으로 배출되며 반감기가 짧아 체내에 축적이 되지 않아 자주 맞더라도 신체에 지장을 주지 않는 것이 더더욱 이런 오남용을 부추기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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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적으로 매우 좋은 진정제, 마취제일 뿐만 아니라, 의학 외적인 이유 때문에 프로포폴의 사용량은 실로 엄청나며 2011년 2월 프로포폴은 안정성과 중독성을 이유로 향정신성의약품으로 분류 됩니다(그 전까지는 개나 소나 구해서 맞고 깨고 죽고 했다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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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은 마약과 향정신성의약품, 대마 등을 대상으로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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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정신성의약품은 총 204종으로 (최근 205종으로 늘었음) 의료용으로 쓰이는지의 여부와 의존성 정도에 따라 '가 목'에서 '라 목'으로 나뉩니다. 

 

'가 목'에서 '라 목'으로 갈수록 좀 더 의존성이 낮아지는데 프로포폴은 '라 목'에 해당합니다. 사실 프로포폴은 신체적 의존성은 없다고 알려져 있고 심리적 의존성만을 가지는데, 그것 역시 그리 심한 편은 아닙니다. 오히려 의존성을 따지면 술과 담배가 프로포폴보다 더 심한 편이죠.

 

프로포폴은 마약류는 맞지만 마약은 아닙니다. 

 

그래서 저는 믿지 않지만 무성한 소문에 따라 그 분이 설사 프로포폴 중독자였다고 할지라도 마약중독자라고 해서는 안 되는 겁니다. 향정신성의약품 중독자가 정확한 표현이죠.


근데 그분의 남동생이 자주 빨았던 게 향정신성의약품 '나 군'이었던 필로폰이었음에도 뽕쟁이라고 불리고 있는걸 보면 그냥 둘 다.. 읍읍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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