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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03. 10. 월요일

밝을성






편집부 주 



전,현직 기자들의

내부고발 및 송고를 격하게 환영합니다.


본지 데스크는

재미없어서 까는 경우는 있어도

쫄아서 까는 경우는 없습니다. 




ddanzi.news@gmail.com  







부와 기업의 언론사 길들이기

 

지난달 19일, 프레시안에 따르면 박정규 뉴데일리 경제 편집국장이 김부경 삼성미래전략실 전무에게 18일 


“제가 한국일보를 떠나 몇몇 매체를 도는 동안

항상 애정어린 눈길로 보살펴 주신점 깊이깊이 감사드린다”


라고 문자메시지를 보냈다고 보도하며 대기업과 언론사의 유착관계가 드러난 셈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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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시안 2014년 2월 19일 기사



이는 지난 달 18일, 삼성그룹의 한 간부가 <또 하나의 가족>기사에 대해 서운함을 표현하자 박 국장이 기사를 삭제하며 보낸 것이다. 박 국장은 같은 기사가 여러 개 올라와 서운하다길래 삭제한 것뿐이라는 말도 안되는 해명을 했다.

 

대기업과 언론사의 유착관계가 비단 뉴데일리 한 곳뿐으로 보는 순진한 이는 없을 것이다.

 

전 대통령 때부터 정부부처는 언론장악에 나섰고 박근혜 정권으로 바통이 이어졌다. 박 대통령은 글로벌화를 내세우며 대기업들의 성장에 장애물이 되는 것들은 모조리 숨통을 조이기 시작했다.

 

미디어오늘은 기사 유료화를 시작한다고 발표하며 정부기관과 대기업의 광고가 급격히 줄어들어 언론사의 유지가 힘들다고 토로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대부분의 언론사들은 광고비로 생계를 유지한다. 언론사의 광고 자체가 비판의 대상이 될순 없으나 의미가 부여된 기형 광고가 많아진 현실을 볼 때 지적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인다.

 

나는 기자란 직업의 사전적 의미가 좋아 선택했다. 하지만 불과 몇 달만에 질려버렸다. 일간지에서 근무하며 비판적인 시각으로 국내 최대 자동차회사와 제약사들을 열심히 깠다. 국내 소비자를 봉으로 여기고 돈벌이에 환장한 이들에게 제대로 된 어퍼컷을 날리고 싶었다. 결국 기업의 관계자들을 당혹스럽게 만드는 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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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은 현대차의 정몽구 회장을 언급하며 비판적인 기사를 작성했다. 불과 10분도 안 되어서 전화벨이 울린다.



현대차 관계자 : “모 기자님이시죠? 기사 잘 봤는데요, 기사가 너무 비판적이어서 연락드렸습니다.”

 

나 : “아, 네. 제 기사가 펙트가 아닌 부분들이 있어서 전화주신 건가요?”

 

현대차 관계자 : “아닙니다, 사실이지만 민감한 부분들이 있어서 제목만이라도 바꿔주시면 안될까요?” 


나 : “기사의 편집 권한은 저한테 없어서 데스크로 문의주셔야 될 것 같고, 일단 보고는 드리겠습니다.”

 

 

보고하는 순간 데스크 부장과 편집국장은 나를 따로 불러 손수 담뱃불까지 붙여주면서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 


“좋은 기사다. 잘못했으면 까야지, 그게 기자다.”


담배를 머금는 동안 수도 없이 부장의 핸드폰으로 현대차 관계자들의 전화러쉬가 이어진다. 부장은 따로 나가 통화를 하고 잠시 후 부장은 편집국장과 조용한 방으로 이동한다.


부장은 날 따로 불러 “이번 기사가 악의적인 감정으로 쓴 것 같다고 하더라. 다른 언론사들은 이렇게 쓰지 않았는데 유독 왜 A신문사만 이렇게 쓰냐고 항의전화가 왔다며 국장님과 상의 끝에 기사 제목을 변경하기로 했다.” “그래도 정말 좋은 기사였다.”고 칭찬했다.

 


좋았다. 내가 더 많은 팩트를 넣었어야 했다고 자책했다. 하지만 얼마 되지 않아 데스크가 말한 좋은 기사의 의미는 순수 기사의 질이 아닌 ‘광고를 받을 수 있는 기사’라는 것에 허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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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사 데스크는 정부, 기업 빨아주는 기사 쓰지 말고 비판적인 시각으로 써야한다고 기자들에게 강조한다. 속내는 위에 언급한 대로 열심히 까서 광고 좀 챙기자는 것이다. 광고를 받은 후, 이상하게 내가 쓰는 기사들은 줄줄이 ‘킬’ 당했다.

 

내가 비판하고자 썼던 기사들이 팩트가 아니라고 킬 당했는데 며칠 후, 타 언론사에서 그 팩트로 기사썼더라.

 

기자들 사이에선 이런 진리가 있다.

 


“잘 빨아준 기사 100개보다 강하게 한 번 까주는 것이 광고를 불러온다.”

 

 

언론사에는 편집국과 영업·마케팅부서가 있다. 최근에는 인터넷 기자라는 것도 생겼다.

 

편집국은 취재를 하며 기사를 쓰는 집단이고 영업·마케팅부는 우리가 당신네 회사 기사 쓰고 있으니 광고 좀 부탁한다고 싸바싸바한다. 인터넷기자들은 사무실에 앉아서 보도자료와 다른 매체가 쓴 기사들 우라까이(티 안나게 베껴서 쓰는 것)하면서 독자들이 한 번이라도 회사 홈페이지를 방문하도록 유도한다.


언론사는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뛰어야 한다. 언론에 침입하려는 집단들과 싸워 버텨야 한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대부분 언론사는 회사를 키워달라며 침입자들에게 고개를 숙이고 있다.

 

최근들어 기사유료화를 선언하는 언론사들이 늘고 있다. 이것은 정부와 기업들이 가장 원하는 바다. 왜냐고?!!

 

설명하자면 정부기관이나 기업들이 광고비를 줄이면서 언론사들은 먹고 살기 위해 유료화를 선택하게 된 것인데 유료화된 기사를 과연 몇 명이나 구독할 것인가.

 

결국 유료화된 기사를 부담없이 볼 수 있는 소수계층 등 지들만의 언론이 형성되지 않을까? 나 같은 시민은 언론의 알 권리를 무시당하며 질 좋은 기사 구경도 못하게 생겨버렸다.

 

정부와 기업들은 ‘국민의 알 권리’를 축소하고 비판여론을 잠재우거나 ‘킬’하면서 글로벌화란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내실 없는 글로벌화가 어떤 부작용을 양산해낼지 심히 기대되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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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기업의 언론사 길들이기 2

 

정부와 기업들은 언론을 장악하기 위해 기가막힌 시스템을 찾아냈다. 비판언론은 가카의 기업 글로벌화에 장애물이 되기에 언론을 차단하는 것이 최대 급선무다.

 

이름하여 언론사 자질 평가와 순위 매기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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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네이버에 기사가 노출되기 위해서는 자체 언론평가위원회의 심의를 통과해야 되고 뉴스스탠드에서 기사가 보여지게 하기 위해선 자체평가에서 40위권 안에는 들어야 한다.

 

즉, 네이버에서 기사가 보여지는 내용은 40여 개의 언론사로 아무리 그 외 언론사에서 좋은 기사를 작성하더라도 메인에 위치할 수 없는 것이다. 하다 못해 네이버에 심의를 통과하지 못한 언론사의 기사는 검색을 통해서도 찾을 수가 없다.

 

온라인시장이 확대되면서 검색포털의 힘이 막강해지자 네이버를 필두로 언론장악에 나선 것이다.

 

지난 5일 네이버의 자회사인 NHN비지니스플랫폼(NBP)은 조선미디어렙(TV조선)과 J미디어렙(JTBC), 미디어렙A(채널A)등에 각각 8억5000만 원과 16억 원, 9억9000만 원씩을 투자해 20%의 지분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2009년 설립된 NBP는 네이버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온라인 광고 판매 대행사다.

 

새로운 콘텐츠로 젊은이들을 열광케했던 네이버가 국내 대기업들처럼 영역침범을 강행하고 있는 것이다. 가뜩이나 오프라인에선 대기업들이 중소기업영역까지 침범하면서 공화국을 건립하고 있어 짜증나는데 온라인까지 먹히게 된 꼴이니 참 난감하다.

 

더 이상 네이버를 포털사이트로 인식하면 안 된다. 네이버는 대기업이다. 그냥 ‘대기업’이다. 대기업은 정부가 밀어주고 편의를 봐주는 대표적인 글로벌화의 최대 수혜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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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에선 순수한 좋은 기사를 찾기 힘들다. 왜냐하면 뉴스스탠드의 대부분 언론사들은 이미 대기업들로부터 훌륭한 광고비를 받으면서 ‘관리’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정부부처와 대기업의 기자 채용이다.

 

이미 정부부처와 대기업들의 홍보실에는 수많은 선배 기자 출신들이 자리잡고 있다. 대기업들은 경력이 오래되고 유명 언론사에 있던 기자들을 홍보실 직원으로 스카웃해간다.

 

주로 하는 일은 기사내리기다. 그리고 기자들 만나 밥 사주고 술 사주면서 편 만드는 것도 한다.

 

지금 대한민국 언론사의 질은 기업이 평가하고 하다 못해 좋은 기사를 써도 돈과 빽 없으면 국민에게 알 권리조차 주지 못하는 현실이 됐다.

 

이제는 너무도 당연하게 출입기자란 단어가 어색하지 않고 정부기관과 기업에 출입기자실이 있다는 것 또한 놀랍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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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상식적인 사회를 꿈꾸는 정치 시사 전문 블로그, 아이엠피터



관리당하는 언론, 이것이 2014년 대한민국의 언론 글로벌화다.

 

기회가 되면 언론사의 영업직원들이 정부, 대기업의 선택을 받기 위해 펼치는 실무에서의 경쟁과 기자들의 관계에 대해 얘기해볼까 한다.






밝을성


편집 : 보리삼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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