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딴따라] 소외된 잉간덜이여, 생각을 뒤디비보자! - <헤드윅> 2002.9.27.금요일 10년 가까이 본 우원 머릿속을 떠돌다가 끝내 폐기된 다큐멘터리가 있다. 그 이름하야, 짜짠~ 한국에서 헤비메틀을 한다는 것은...!. 너무도 슬픈 제목이지 않은가? 사실 롹 음악은 영미의 음악이다. 물론 일본에도, 러시아에도, 브라질에도, 핀란드에도 롹 음악을 하는 잉간덜이 있긴 하다. 그러나 그들이 롹의 본토 영미무대에 선다는 것은 꿈과도 같은 일이다. 다 알지? 가끔, 정말 아주, 아주 가끔 그 꿈이 컴 트루되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에게 그러한 일은 꿈 속에서도 이뤄지기 힘든 환상이다. 한국 안에서 롹 음악했다간 제 밥벌이도 몬 하고 조뙈기 십상이자너... 음악이건 뭐건 항상 중심에 있는 잉간덜은 주변을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 주변은 중심의 영향을 받지만 언제나 중심이 되지 못한다. 발상의 전환이 이뤄지기 전까지... <헤드윅 Hedwig and the Angry Inch>이 끝나고 극장 문을 나오며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이다.
타미 그노시스가 좋아했던 America, Kansas, Asia건 헤드윅이 좋아했던 David Bowie, Lou Reed건 성공한 롹 음악인덜이 피해갈 수 없는 진실이 있다.
하나같이 영미의 백인 남성이란 사실이다. 만일 한 선구자가 대한민국에서 태어나 그들보다 앞서 글램롹을 시도했더라면, 과연 그 사람이 데이빗 보위와 같은 반열에 들 수 있었을까? 말도 안 되는 망상이지만 설사 그러했어도 결과는 뻔하다. 보위가 <Ziggy Stardust>를 외치기 전까지 아무리 한국에서 떠들었다고 해도 절대 글램롹의 전설이 될 수 없다. 왜? 한국, 한국인은 주류 롹 음악에 있어서 철저하게 중심에서 벗어나 있는 변방의 소수자이기 때문이다. 물론 언제나 예외는 있기 마련이지만 수십 년의 롹 음악사를 통해 소수의 승리는 저인망으로 긁어도 몇 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1990년대 이후의 롹 상황(대안을 들쑤셔 내 놓는다 쳐도)도 표면적으론 큰 변화가 있는 거 같지만 내부로 들어가 보면 별반 차이가 없음(여전히 유명 음악인의 대부분은 영미의 백인 남성일 뿐이다)은 주지의 사실이지 않은가. 영미의 주류 롹 음악에서 백인 서서쏴가 아니라면 당신은 이미 소수자다. 서유럽의 백인 남성이 명함을 내민다면? 다수는 아니지만 최소한의 좌석은 배정해 줄 수도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백인 여성이라면? 음~ 아무리 생각해도 소수를 벗어나기 힘들 겠는 걸. 미국 흑인? 말 할 것도 없이 소수자. 동양인? 완벽한 소수. 동유럽 출신? 동양인과 뭐가 다르지. 그렇다면, 여자가 되려다 실패했다면? 대체 이건 뭐야 씨바! 헤드윅은 소수라고도 할 수 없는 존재다. 그(녀)의 주변 - 동유럽서 영주권도 없이 머물고 있는 멤버들 - 도 마찬가지다. 언제나 헤드윅이 꿈꿔왔던 롹 뮤지션들과는 이질적인 존재이다. 그러나 그들의 꿈 역시 우상들과 같이 되는 거다. 그러나 그(녀)의 능력은 주류 롹 뮤지션이 될 수 있는 조건을 가진 남자에게 도둑맞고 만다. 그거 봐라 아주 쌤통이다. 롹 음악은 니들 같은 소수자들이 감히 건들면 안 되는 신성한 거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어린 시절 좋아했던 음악이 얼마나 음악작업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것인지 확실히 보여주는 영화 음악이 바로 <헤드윅>의 O.S.T.다. 그리고 최근 롹 음악에서 개무시되는 듯 보이는 멜로디의 중요성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것도 당 앨범이다. Hedheads(헤드윅狂)을 끌고 다니는 걸로 봐서는 <록키 호러 픽쳐쑈>를 끌어다 붙여 이야기해도 될 것 같고, 저 예산 티가 나긴 해도 화려함(?)이 있는 뮤지컬이란 점에선 <물랑루즈>도 끌어다 붙일 수 있어 보이는 영화이긴 하다. 하지만 음악만큼은 그들과 좀 다른 위치에 놓여져 있다. 주류 팝이나 미국적인 롹 음악 - Aerosmith에서 Creed까정 - 보다 글램 롹에 가까운 곡들이 맨 먼저 귀를 자극하기 때문이다. 사운드 트랙 음반엔 수록되지 않았지만 어린 헤드윅이 오븐 안에서 들었던 루 리드의 음악처럼. 헤드윅이 타미에게 가르친 롹 음악의 역사처럼. 음반의 시작을 알리는 <Tear Me Down>은 한참 불쑈를 하던 시절의 Kiss나 <록키 호러 픽쳐쑈>와 <Bat Out of Hell>로 잘 나가던 Meat Loaf의 곡이 언뜻 연상된다. 부기우기 피아노 반주 위에 이야기하듯 질러대는 보컬, 기다렸다는 듯 튀어나오는 드럼과 전기 기타의 반주, 숙련된 고음역의 여성 코러스(헤드윅의 남자 이치학이 맡고 있는 코러스 역할은 뮤지컬 상연 초기부터 여성이 맡아왔다고 한다)까정. 각 요소들의 순차적인 등장은 곡의 기승전결을 분명하게 해준다. 그리고 드라마틱한 곡은 자연, 관객들의 빠른 감정이입을 유도하고 있다. 그래서 이러한 곡의 구성은 전형적인 롹 뮤지컬 삽입곡의 형태이기도 하다.
신나는 <Angry Inch>와 <Exquisite Corpse>를 듣다보면 T-Rex가 떠오르는 것 또한 어쩔 수 없다. 좋게 볼 때 몽환적인, 다르게 말한다면 결코 선명하지 않은 기타 소리와 취한 듯 질러대는 보컬은 굳이 T-Rex를 운운하지 않더라도 글램 롹의 영향권에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강렬하고 단순하며 반복적인 리듬과 코드 구성은 펑크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그러고 보면 O.S.T. 크레딧에 기타리스트로 전곡을 작곡한 Stephen Trask와 함께 Bob Mould(1980년대 언더그라운드 하드코어 펑크밴드 허스커 두의 기타리스트)의 이름이 보이는 것도 우연은 아닌 것 같다. 영화 전체를 통해 가장 공연 현장의 느낌을 잘 전해주는 곡은 <Wig in a Box>이다. 도입부의 단촐한 피아노 반주를 지나 밴드의 연주가 더해지고 한번 흥겹게 흐르고 나면 이내 헤드윅은 에불바디!"를 외치고 자연스럽게 관객은 곡을 따라 부르게 된다. 따라하기 좋은 단순한 멜로디인 것은 물론, 친절하게도 화면엔 가사까정 나와 준다. 아이, 고마우셔라. 음반에 담긴 전곡을 작곡한 Stephen Trask의 작품들을 듣다보면 우리는 하나의 진리에 이르게 된다. 좋은 멜로디는 좋은 음악의 기본이란 사실 말이다!
옆 트레일러 아가씨가 열심히 연습하는 <I Will Always Love You>처럼 청자의 귀에 쏙 들어와 맘을 잡아채는 음율(업자용어로 Hook)이 있는 곡도 좋다. 그러나 과연 주류 팝 음악처럼 귀를 잡아끌어야 좋은 음악일까? 인간의 한계를 느끼게 하는 화려한 가창력과 편곡자의 절묘한 능력이 한데 어울려 만들어내는 절정부(클라이맥스)를 자랑하는 곡만이 감동적인가? 본 우원의 대답은 아니올시다이다. 주류 팝 음악처럼 환상적인 기복 없이, 소박하고 좋은 멜로디만으로 커다란 감동을 전하는 곡을 우린 얼마든지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당 앨범에 실린 <Wicked Little Town>, <Sugar Daddy>같은 조용한 곡에서부터 <Freaks>, <Angry Inch>같은 비트 있는 곡까지 Trask가 작곡한, 작품 전체를 통해 느껴지는 순수하게 좋은 멜로디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야말로 당 음반이 전하는 가장 중요한 음악적 교훈이다. 노력은 다른 면에서도 찾아진다. 글램롹에 발꼬락을 담그고 있지만 수많은 음악의 요소들이 좋은 멜로디를 위해 덧입혀져 있다는 사실이 바로 그것이다. 따라서 그다지 좋은 시도는 아니지만서도 굳이 장르에 끼워 맞춰 본다면 <헤드윅>에 실린 곡들은 뮤지컬 음악의 정교함, 컨트리 음악의 소탈함, 펑크롹의 단순함이 모두 공존하는 글램롹이라 할 수 있을 꺼다. 그런데 이 노력을 더욱 빤딱이게 만드는 것이 있다. 롹의 호소력(힘 있는 샤우팅)과 뮤지컬의 정교함(유연한 바이브레이션)이 함께 느껴지는 존 카메론 미첼의 노래이다. 그의 활약이 아니었다면 당 음반의 곡들은 쉰 잡탕밥처럼 어줍짢은 음악 신세를 면키 어려웠을 거다. 주제곡이라고 해야 할 <The Origin Of Love>은 영화의 핵심이자, 당 O.S.T.음반에 실린 곡들의 한 가운데 위치한다. 아름다운 곡조는 물론이고 점차 고조되는 편곡, 최고조에서 폭발할 때 오히려 씁쓸함이 감지되는 매력적인 곡이다. 멋진 곡인 것은 말할 것도 없지만 더욱 감동적인 것은 너무나 알맞은 장면에 삽입되어 있다는 거다. 마지막 장면에 흐르는 이 곡의 코러스 부분은 헤드윅이 찾아 헤맨 것이 무엇이었는지, 작가가 생각하는 사랑의 진정한 모습이 무엇인지 확실하게 보여준다. 가발을 벗고, 브래지어 속의 토마토를 꺼내버리고 자신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 나를 바라보는 인식의 전환, 찾아 헤매야 했던, 그리고 배신감에 가슴아파해야 했던 나를 완전히 채워줄 나머지 반쪽은 역시 내 안에 있었다는 진실... <The Original Of Love>.
헤드윅은 소수자다. 그러나 소수자라는 딱지는 중심만을 바라보고 그 방향으로 줄을 늘어선 자들의 시선에서 만들어지는 거다. 중앙의 반대 방향으로 돌아서서 나를 쳐다보면 내가 첫 번째고 바로 중심이다. 나만의 방향으로 나를 바라볼 때, 세상은 보이지도 않는 목표를 향해 걸어가야 할 가시밭길에서 내가 있어야만 의미가 있는 살아볼 만 곳이 된다. 가랑이 사이에 1인치의 살이 붙어있는 자신의 알몸을 드러낸 채 걸어갈 수 있는 삶의 진실, 사랑의 기원을 찾은 헤드윅. 그리고 다시 돌아온 본 우원의 한국에서 헤비메틀을 한다는 것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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