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기사 추천 기사 연재 기사 마빡 리스트

 

1. Again 1960, 리벤지 2008

 

의석수.jpg

 

 

더불어민주당(+시민당) 180석, 미래통합당(+한국당) 103석. 민주진보진영이나, 보수진영이나 민주화 이후 이런 의석수를 가져 본 역사가 없다.

1960년, 5‧16 군사쿠데다 직전 치러진 제5대 민의원(하원) 선거와 제1대 참의원(상원) 선거(당시는 의원내각제였고, 상‧하 양원제를 처음 실시했다)에서 민주당이 민의원 233석 중 175석, 참의원 58석 중 31석의 대승을 얻은 적은 있었다.

당시는 자유당의 3‧15부정선거에 반발해 4‧19혁명으로 이승만 자유당 정권이 붕괴되고 치러진 선거였기에 어떤 의미에서는 당연한 결과였다.

그 이후, 집권여당 단독 180석은 1987년 대통령 직선제 개헌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2008년 대통령 선거 직후, 불과 넉 달만에 치러진 제18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당시 한나라당이 153석, 민주당이 81석으로 정반대의 결과를 나타낸 적은 있다. 이때 범보수진영이었던 자유선진당(18석), 친박연대(14석)가 얻은 의석까지 더하면 개헌 의석을 넘나들었던 선거였다.

보수세가 강했던 대한민국 선거 판도가 지난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시작으로 깨지기 시작, 4년 만에 민주진영이 대통령, 국회 권력, 지방의회까지 모두 탈환했다.

그래서 이번 선거를 한 마디로 압축하면 ‘Again 1960, 리벤지 2008’로 표현할 수 있다.

이 두 선거의 원인과 결과, 추후의 정국 진행 과정에 비춰보면 이번 선거 결과의 원인과 관전평을 이해하기 쉬워지고, 앞으로의 정국이 그려질 것이다. 



2. 슈퍼 여당의 탄생. 민주당은 왜 이겼나.  

더불어민주당의 유례 없는 압승은 왜 가능했을까?

소위 전문가들도 예측하지 못했다. 정부여당이 아무리 코로나19에 대한 대응을 잘했다는 평가가 전 세계적으로 자자하더라도, 문재인 대통령 집권 3년 차에 치러지는 선거인만큼, 정부여당에 대한 심판론이 작용하고, 아직은 보수정당에 유리한 선거 구도상 민주당이 지역구 의석과 위성 정당 비례의석을 합쳐 과반은 몰라도 180석을 달성하리라고는. 

180석은 국회선진화법도 무력화시킬 수 있는 수다.

 

찌라시.JPG

(선거 전날 국회 보좌진들 사이에서 돌았던 찌라시다. 방송 4사 출구조사보다는 정확한 것 같다)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 이화여자대학교 국제대학원 조기숙 교수, <의제와전략그룹: 더모아>의 윤태곤 정치분석실장, 이동형 시사평론가와 그 외 전문가들에게 물었다.

 

전문가들.JPG

<조기숙 교수 (좌) / 윤태곤 실장 (중) / 이동형 평론가 (우) >

 

조기숙 교수(이하 ‘조’) “이와 같은 예측 밖의 선거 결과가 일어난 원인은 ‘(유권자)의 세대교체의 힘’이다. 통합당은 코로나라는 위기상황이 어떻게 표로 연결될지 가늠하지 못했다. IMF 위기와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때도 살아남은 보수 세력이라, 세대교체의 힘을 간과한 것. 이론적으로는 세대교체에 의해 앞으로 민주당이 다수당이 된다고 그렇게 오래 주장을 해 놓고도 현실에서 이렇게 빨리 급진적으로 일어날 줄은 미처 몰랐었던 것이다.”

조 교수가 주장하는 ‘세대교체’론은 일리가 있다. 한국 YMCA전국연맹에서 실시한 ‘4‧15 청소년 모의투표 비례정당 개표 결과’ 서울을 비롯한 전 지역에서 더불어 시민당이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대구, 부산, 경남을 제외하고는 정의당과 여성의당(서울, 대전, 제주)으로 나타났다.

즉, 이들이 자라서 투표권을 갖게 된다면 그동안 보수 쪽으로 기울어졌던 유권자 지형 자체가 민주진보진영 쪽으로 넘어오게 된다는 소리이기도 하다.

 

청소년.jpg

 

윤태곤 정치분석실장(이하 ‘윤’) “민주당의 대승 요인은 코로나 19에 대한 평가였다. 삶이 힘든 건 있지만, 상대적으로 외국과 사례를 비교해 볼 때, 선거가 가까이 오면서 확진자가 확 줄었고, 마스크 문제도 안정적이었고, 이런 것들이 종합된 것 같다.”

“미래통합당의 실패 요인으로는 야당이 코로나19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 컸지만, 가장 큰 것은 황교안 대표의 실패다. 리더쉽도 부족했고, 선거전략도 그랬다.”


이동형 시사평론가 (이하 ‘이’) “미래통합당이 대안 정당으로서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 게 가장 큰 패배요인이다. 황교안, 나경원 체제에 들어서면서 강성으로 장외투쟁, 삭발 투쟁만 하고, 정부에 협조도 하나도 안 했다. 작년 일본과 외교 마찰이 있었을 때도 정부의 외교에 반대하고, 오히려 일본 편을 들었다.”
 
“코로나19 같은 경우도 처음에는 추경에 반대하다가, 나중에 찬성하고, 전 국민 재난기본소득도 하위 70%에 준다니까 반대하다 나중에 찬성하고, 전부 다 주자 했다. 국민은 그런 걸 보면서 ‘비판만 하는 정당이구나!’라는 인식을 만들었다. 그리고 지도부들도 여론조사 결과 나오면 ‘다 못 믿겠다’고 했고, 보수 유튜버들의 잘못된 정보를 받아서 민주당 공격하는 데 쓰는 걸 보면서 국민은 정치적 피로감을 많이 느꼈을 것이다. 그래서 ‘정권심판’이 아닌 ‘야당 심판’으로 갔다.”

 

그 외 전문가들은 민주당의 대승요인으로 ‘코로나19’의 우수한 대응을 꼽았고, 미래통합당의 가장 큰 실패 요인으로 황교안 전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 실책을 가장 큰 요인으로 꼽았다. 민주당은 포스트 황교안 시대에 발맞춰 대책이 절실한 시점이다. 

 

 

3. 180석, 정치력만 있으면 못할 것이 없다

 

슈퍼 여당의 탄생. 단독 의석 180석은 마음만 먹으면 못할 것이 없다. 헌법개정(재적의원 3분의 2 이상 필요, 200석 이상) 빼고는 모든 게 가능하다. 모든 법안을 단독처리할 수 있다.

 

실제로 한나라당을 비롯한 범보수가 제18대 국회에서 200석 가까이 차지하면서 이때 ‘미디어법’이 통과되어 종편을 탄생시킬 수 있었고, 한미FTA 체결 비준, 4대강 사업법을 비롯한 소위 MB악법을 비롯한 모든 법안을 처리할 수 있었다.

 

미디어법.jpg

 

이 때문에 ‘다수당의 독주’를 막기 위해 2012년 ‘국회선진화법’을 도입하였는데, 180석이라면 이 법 또한 무력화시킬 수 있다. 현행 선거법하에서는 본회의 또는 상임위원회 재적 의원 5분의 3 이상이 찬성하면 야당이 반대해도 쟁점 법안을 신속처리 안건으로 강행 처리할 수 있다.


쉽게 말해, 작년 말 민주당이 선거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법안을 통과시킬 때 구성한 4+1 협의체가 없어도 법안 통과가 가능하다는 뜻이다. 야당의 ‘합법적 저지 수단’인 의사진행방해(필리버스터)도 강제 종결이 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이 법안 자체를 개정시킬 수 있다. 

 

협의체.jpg

 

20명 부족해서 개헌이라고 못할까? 소수정당들 표 얻고, 미래통합당 의원 20명만 회유하면 가능하다. 기억하라, 123석 가지고도 지난 촛불 정국에서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범보수여권 설득해 234표로 탄핵안을 가결 처리했다. 정치력만 있다면 못할 것이 없다.


4. 선택받지 못한 소수당, 왜?

미래통합당은 그렇다 치고 민생당, 정의당을 비롯한 소수정당의 몰락은 어디서 비롯됐다고 봐야 할까.

 

민생당.jpg

 

손학규 대표를 비롯해 정치적으로 중량감 있는 인물도 많았고, 중진의원들도 다수 포함되었던 민생당은 이번 선거에서 지역구는 물론이요, 비례의석에서도 단 한 석도 못 건졌다. 목포의 박지원 의원과 광주 동구·서구의 박주선 의원도 이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판이다.

“민생당이 이렇게까지 무능한 정당인 줄 몰랐다.”
 

“손학규 대표를 비롯한 중진의원들이 은퇴하는 건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세대교체가 될 것이다.”

그래도 진보정당 20년의 역사를 가진 정의당도 어려운 길을 걸어갈 수밖에 없는 가시밭길 미래가 펼쳐진 건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나마 꽤 오랜 세월 ‘존버’한 저력으로 당이 문까지 닫을 상황은 아니지만, 향후 정의당 내에서도 걷잡을 수 없는 혼란한 정국이 펼쳐질 건 자명해 보인다.

 

정의당.jpg

 

뿐만 아니라 외부적으로도 선거법개정 원망까지 몰빵으로 받게 될 상황이다. 한마디로 안으로 치이고 밖에선 몰매 맞게 생겼다. 준연동형 비례대표를 도입하나, 안 하나 지역구 포함 6석을 얻은 정의당. 선거법을 개정하나, 안 하나 의석수는 똑같아, 도대체 왜 그 난리를 피우면서까지 굳이 선거법을 바꿨냐는 지청구가 벌써 여기저기서 들려오고 있다.


“이번 선거 결과로 소수당은 다 안 좋을 것 같다. 정의당은 저력이 있어서 존폐의 기로까지는 아니지만, 상당히 어려운 길을 걸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서 당 지도부가 책임져야 한다. 심상정 대표는 사퇴해야 한다. 작은 정당이지만 당내 구성원들이 여러 분파의 노동계 인사들로 구성돼 있는 정의당은 간단하지 않은 내부사정으로 이번 선거 이후 적잖은 문제를 불러올 것이다. 또 심상정 대표가 고 노회찬 대표 쪽 인사들을 홀대했기 때문에 향후 당권을 두고도 치열한 싸움과 혼란이 예상된다.”

“심상정으로 대표되는 정의당 이미지의 재고해야 한다. 정의당의 저조한 성적 또한 정당 재편성의 결과로 일어난 양극화 때문이다. 이 시기에는 제3당이 설 자리가 없다. 반드시 심상정으로 대표되는 정의당의 이미지에 대해서도 성찰이 필요해 보인다.”

 

열린민주당.jpg

 

손혜원 의원과 정봉주 전 의원이 창당해 돌풍을 일으키는 듯했던 열린민주당이 예상 밖의 초라한 성적을 거둔 결정적 원인으로 전문가들은 선거 막판 ‘정봉주 전 의원의 막말’과 전통적으로 이어져 온 ‘거대정당 중심의 선거풍토’를 꼽았다. 


“이번처럼 높은 투표율 가운데서도 열린민주당이 세 석밖에 하지 못한 건 더불어민주당의 분열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집단지성의 결과이다.”

“(선거)마지막에 정봉주 대표의 발언이 좀 셌다. 그 영향이 제일 컸다. 더불어시민당 쪽으로 몰아달라는 호소가 막판에 먹혔다.”

더불어민주당이 거대정당으로서 갖춰진 정당 시스템과 오랜 세월 쌓아온 신뢰. 비록, 그것이 나쁜 신뢰라도 민주당이 쌓아온 저력에 열린민주당이 턱없이 못 미쳤다는 평가도 있었다.

 

국민의당.JPG

 

여타 소수정당들과 다르게 안철수라는 한 개인이 곧 당인 국민의당은 다른 운명을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선거기간 내내 뜀박질로 430km에 이르는 국토를 종주한 안 대표는 끝내 그가 왜 뛰는지, 국민을 설득하지 못했다. 물론, 지금도 많은 이들이 그 이유를 알지 못한다. 비례의석 3석을 얻는 데 그쳤지만, 여타의 혼란기를 맞이할 소수 정당과 다르게 이 당의 어려움은 하나의 고민으로 귀결될 것 같다.


“안철수 대표는 뭐 어차피 국회의원 하려고 정치하는 것이 아니고 대통령 하려고 하는 것이니까 당적으로 큰 어려움이 있을 거 같지는 않아 보인다. 다만, 미래통합당으로 들어가느냐, 마느냐 고민을 할 것이다.”  


5. 영남 자민련? 지역주의 부활?

21대 총선 전체에서 나타난 지역별 특징에 대해 재고해 볼 부분이 있다. 전체의 판세와 배치되는 대구·경북과 부·울·경의 미래통합당 쏠림현상이다.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민심이 지금보다 못했던 제20대 총선에서조차 부산에서는 5명, 대구에서는 1명의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이 당선됐고, 무소속이지만 범여권으로 분류되는 홍의락 의원이 대구에서 당선됐음에도, 이번 성적은 그에 미치지 못해 지역주의의 부활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21대 총선 지역구.jpg

 

 

일각에서는 미래통합당이 영남 자민련이냐는 소리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서는 단호히 ‘NO’라고 말한다. 

“대구는 그렇다 쳐도 부산 같은 경우는 지난 2018년 지방선거에서 지방 권력을 더불어민주당에 많이 줬다. 그런데 그 권력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했다. 오거돈 시장이 박원순 시장이나 이재명 도지사처럼만 했어도 결과가 지금보다 훨씬 잘 나왔을 것이다. 지난번에 ‘한 번만 몰아주면 잘하겠다’ 했는데, 지금 부산시장이 미래통합당인 것이랑 뭐가 다른 것인지 모르겠다.”

“지역주의의 강고함이 아닌 정당 재편성의 결과이다. 정당 일체감을 갖는 유권자가 많아지면서 정당 체계의 지각변동이 일어나면 정당 일체감이 투표 결정에 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영남에서는 아직 보수당이 다수당이다. 정당 일체감은 한 번 형성되면 다른 정당에 투표하기 어렵다. 자신의 일생을 모두 부정하는 행위가 되기 때문이다. 유의미한 민주당 득표율 증가에 만족하며 때를 기다리면 2032년엔 뒤집힌다.”

“영남은 민주당이 소수이고, 무엇보다 지역은 고령화로 인해 세대교체가 빨리 되지 않는다. 부·울·경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나빠지기 시작한 건 조국 사태 때부터인데 더 많은 젊은 층이 민주당 지지로 유입되지 않고, 민주당에 우호적인 무당파층이 돌아서면서 이렇게 결과가 나온 것이다. 숨죽이던 보수층이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하면 그쪽 좌석이 크게 작동한다. 한 정당에 오래 투표하다 보면 형성되는 정당 일체감에 의한 투표 결과일 뿐, 지역주의 투표라고 오해 말라.”

지금까지의 전체적인 이번 총선 관전평은 이러하다.



6. 찌그러진 미래통합당 미래는?

4월 15일, 비례위성정당 의석수까지 합해 103석으로 줄어든 미래통합당의 황교안 전 대표는 마침 생일이었던 날 밤, 대표직을 사임했다.

 

황교안 사임.JPG

 

대구 수성을에서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의원을 누르고 당선된 주호영 의원은 16일 <CBS 김현정이 뉴스쇼>에 출연해 “(미래통합당은) 찌그러졌다”고 말했다.

말 그대로 찌그러진 미래통합당. 향후 당권투쟁 같은 대혼란은 그다지 클 거 같진 않지만, 당분간은 국회에서 아무것도 못 하는 ‘식물 정당’이 될 확률이 높다.


“미래통합당은 대혼란이 많이 있을 것 같지 않다. 책임질 사람들이 전부 낙선되거나, 퇴출수순이라서 이런 사람들이 버틴다면 혼란이 있겠지만, 황교안 대표도 안 버티고, 이런 때일수록 분란이 일어나면 안 된다는 걸 아니까(자중할 것이다)”

다만, 공천탈락에 불만을 품고 탈당해 대구 수성을에 출마해 여의도 귀환을 확정 지은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의 행보가 미래통합당을 적잖이 흔들 것으로 예측된다. 홍 전 대표가 미래통합당에서 신망이 높은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큰 변수가 되지 않으리란 시각도 있지만, 지금 미래통합당에서 리더십 있는 대권주자급이 없기에 자연스럽게 홍 전 대표의 복당 논의가 이뤄질 것이다.

 

홍준표.jpg

 

“미래통합당은 의석수에서 밀려서 당분간 아무것도 못 할 것이다. 보이콧도 못 할 것. 미래통합당에는 리더십 있는 대권 주자가 있어야 하는데, 김태호나 홍준표나 모두 다 밖에 있다. 당내에 있는 사람은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런 면에서 홍준표를 받아들이냐, 마냐 하는 혼란이 있을 것이다.”


“유승민 의원이 가장 좋아진 것이다. 유승민 의원은 당 안에 들어와 있는 상태니까. 유승민 의원 중심으로 해서 미래통합당이 다시 일어서느냐 하는 움직임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또 유승민 카드가 약하다고 느끼는 사람 있다. 그래서 나중엔 홍준표의 복당이 자연스럽게 논의되고 이뤄질 것 같다.”

 

유승민2.jpg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의 운명은 당분간 이러한 밑그림에서 이뤄질 것 같다.
 

 

7. 반복된 역사, 희극일까? 비극일까?

권한만큼 책임도 무거워졌다. 이제는 온전히 국정운영이 더불어민주당 탓이 됐다는 소리다.

“정부여당이 거대해졌고, 그만큼 책임도 무거워졌다. 수도권 박빙의 승리는 언제든 국민은 배를 뒤집을 수 있다는 의미이다. 여당이 대통령 친위대가 아니라 정부 정책이 합리적으로 갈 수 있도록 공부 열심히 하고, 건설적인 제안과 견제를 하는 정당이 되어야 한다.”

“이제는 민주당이 야당 탓하고 과거 정권 탓할 수가 없다. 행정 권력, 지방 권력, 의회 권력 싹 다 가져갔다. 대한민국 역사상 한 번도 가져 본 적 없었던 권력을 가졌다. 그렇다면 이제는 결과를 내놔야 한다. 앞으로 문재인 대통령 남은 집권 기간 2년 동안 결과를 못 내놓으면 또 정권 내 주게 될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의석수가 대폭 늘어나면서, 여기에 집권여당 세력으로서 오만함과 함께 과거 2004년 열린우리당의 대거 탄돌이 탄생과 계파 갈등으로 당 운영이 혼란했던 역사의 반복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시각도 없진 않다.

 

열린우리당 탈당 기자회견 후.jpg

<열린우리당 탈당 기자회견 후>

 

대체로 정치권을 오래 들여다본 사람들은 “그럴 가능성은 작다”고 본다. 일단 얼마 남지 않은 전당대회에 나서서 당권을 전면적으로 거머쥘 가능성이 높은 이낙연 전 총리의 리더십이 그런 오만함을 그냥 방치하지 않을 것이다. 열린우리당의 탄돌이 때와는 다르게 이번 총선에서는 중진 의원들이 대거 당선되었기에 그와 같은 실책을 두 번 반복하지도 않을 것이다. 

 

이낙연.jpg

 

민주당이 과거처럼 여러 계파가 있는 것도 아니다. 주류와 비주류만 존재할 뿐, 또 주류와 비주류의 경계도 뚜렷하지 않다. 


그럼에도 더불어민주당은 한번은 비극으로, 한번은 희극으로, 역사는 두 번 반복된다는 명제를 잊지 말아야 한다.


8. 과거의 비극


1960년 민주당은 4·19혁명의 열기로 의회 선거에서 절대다수를 독식했다. 그러나 불과 1년밖에 되지 않아 5‧16 쿠데타로 막을 내리게 된다. 당시 민주 정부가 들어서고 모처럼 자유를 누리게 되자, 책임지고 국정을 이끌어야 할 정치인들마저 그 자유를 주체하지 못했다.

민주당은 하나가 되지 못하고 계파별로 갈라져 매번 분란을 일으켰고, 원내에 진입한 급진적인 소수정당은 국민으로부터 지탄만 받을, 과격하고 급진적인 통일정책만 주장했다. 국회 밖에서는 연일 시위가 벌어졌다.

 

장면 내각.jpg

< 윤보선 대통령 (좌) / 장면 총리 (우) >


민주주의는 시끄러운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관용할 여유가 없었던 국민 정서를, 집권여당이었던 민주당은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이러한 실책은 5‧16 쿠데타의 빌미가 된다.  

이러한 자유주의적 낙관론을 경계해야 한다. 과거 독일의 바이마르 헌정체제는 끝없는 자유주의적 낙관론으로 나치의 집권을 허락하였고, 그 결과는 제2차 대전의 참상이었다.

1960년의 자유주의적 낙관론은 5‧16쿠데타의 빌미가 되었고, 2004년 열린우리당 과반수 획득 이후 벌어진 계통 없는 여당의 행태는 끝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새누리당의 정권 재창출, 세월호 참사, 백남기 농민 사망이라는 비극으로 이어졌다. 

 

지금, 더불어민주당과 당원은 누구보다 이 비극을 깊게 새기고 있다. 

 

문재인.jpg

 

이제, 희극이 시작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