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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08. 29. 목요일

햄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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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여일기 #1 - 10번 타자]

[잉여일기 #2 - 아이돌 이야기]





날씨 제법 선선

 

안녕? 딴지일보 독자 친구 여러분! 이번 주에도 다들 건강한 거지? 데헷걱정해 준 덕분에 이몸도 완전 튼튼하다고! 지난주에 우리는 다양한 아이돌의 컨셉에 대해서 알아봤어. 우리가 배운 사실 한가지는 컨셉이 아이돌의 성공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거야! -. 우리 독자분들은 어떤 컨셉의 아이돌을 좋아해? 역시 귀염귀염한 소녀 스타일의 걸 그룹이겠지? 헤헷. 오늘은 내가 좋아하는 걸 그룹 중 한 팀을 여러분들에게 소개해줄 거야. 외모는 예쁘지만 마냥 블링블링 샤방샤방 컨셉은 아닌 개성만점 친구들이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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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하야 바로 f(x)라고 해. 이미 잘 아는 독자들도 있을 거구아직은 낯선 분들도 있을 걸로 알아. 지금부터 내가 한 명 한 명 친절하게 소개해줄 테니 여러분들도 어서 이 아이들과 친해지라고~잇힝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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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근데 이 새끼가...

 

...으흠. 독자여러분. 잠시 문체 선정에 있어 착오가 있었던 점 사죄드린다. 문서작성 프로그램에 치명적 오류가 발생했던 게 분명하다. 본인은 어디까지나 덕후가 아닌, 학구적인 호기심에 기반해 아이돌에 관심을 갖는 건강한 정신을 가진 한 명의 잉여일 뿐임을 알려드리는 바다. 정신에 비해 신체는 별로 안 건강하다.

 

아무튼 지난주 독자 여러분의 관심과 성화(?)덕에 이번 주에도 연재를 하게 되었다.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 보자.

 

잘 알려져 있듯 f(x)는 국내 최대의 아이돌 기획사라 해도 과언이 아닌 SM 엔터테인먼트 소속의 걸 그룹이며, 소녀시대의 후발주자이기도 하다. ‘에프엑스라는 독특한 그룹명 덕분에 함수’, 또는 함수돌이라는 별칭으로 불리기도 한다. 최근 <으르렁>으로 인기몰이 중인 EXO가 데뷔하기 전까지는 회사의 막내 그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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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우리가 막내라능...

 

우선 그녀들이 낯설지도 모르는 독자들을 위해 간략하게 멤버소개부터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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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호 1번 빅토리아. 본명 송치엔. 198722일생. 국적은 중국이며 중국 전통무용과 재즈댄스에 능한 팀의 춤꾼. 그룹의 연장자이며 리더를 맡고 있다. 인기 예능프로그램 <우리 결혼했어요>에서 2pm의 멤버 닉쿤과의 가상결혼으로 인기를 끌며 이름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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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제법 잘 어울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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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호 2번 엠버. 본명 Amber Liu. 1992918일생. 대만계 미국인으로 보이시한 외모의 소유자. 남자라는 오해를 많이 받지만 엄연한 여자이며 그 특유의 외모와 스타일 덕분에 에프엑스라는 그룹의 개성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랩을 주로 맡고 있으며 보컬도 의외로 준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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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 그룹 멤버치고는 독특한 동물 닮은꼴 이력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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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호 3번 루나. 본명 박선영. 1993812일생. 데뷔 전 SBS 진실게임이란 TV 프로그램에서 웨이브 소녀로 출연했던 바 있다. 댄스 실력 덕분에 SM 연습생으로 들어왔으나 현재는 팀에서 메인보컬을 맡고 있을 정도로 출중한 노래실력을 겸비하고 있다. 운동으로 다져진 다리 덕분에 말근육’, ‘말벅지라는, 아이돌로선 달갑지 않은 별명을 얻기도 했지만 최근엔 탈피하는 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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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잊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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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호 4번 크리스탈. 본명 정수정. 거꾸로 해도 정수정. 19941024일생. 생년월일 순서로 따지면 팀에서 가장 막내다. 소녀시대 제시카의 친동생. 초반엔 언니 이름값의 덕을 보는 거 아니냐는 말도 있었지만, <일요일이 좋다-김연아의 키스 & 크라이>라는 프로그램에서 프로선수들 못지 않은 스케이트 실력을 보여주었다. 또한 인기 시트콤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에도 출연하였다. 특유의 차가운 인상 덕분인지 데뷔 초부터 최근까지 방송 태도 논란이 잊을 만하면 대두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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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좀 자주 웃어주면 안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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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호 5번 설리. 본명 최진리. 1994329일생. 크리스탈과 함께 팀의 막내 라인이지만 170cm에 가까운 신장 덕분에 설리언트라는 별명이 있다. 카라의 막내 강지영과 함께 팀 내 최장신으로 거대 막내 라인을 형성 중. 에프엑스로 데뷔하기 전, 아역배우 경험이 있으며 최근 한국형 캐리비안의 해적을 목표로 제작중인 영화 <해적>에 캐스팅 되었다고 한다. 필자 본인이 가장 관심 갖고 지켜보는 멤버이기도 하다. ...에헤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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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참 귀엽기도 하지...철컹철컹...아니 경찰 양반 이게 무슨 소리요...?

 

어흠.

 

본인이 데뷔 때부터 에프엑스를 주목해온 이유는 설리도 설리지만... 앞서도 언급했듯 그들의 독특한 컨셉 때문이다. 대체 이 함수소녀들이 뭐가 그리 특별하기에 그러느냐고?

 

예쁜 외모에 기대어 샤방샤방한 옷만 걸치지 않고 항상 곡의 컨셉에 맞는 개성 강한 코디와 헤어스타일을 추구한다는 점도 두드러지는 특징이지만, 무엇보다 그들의 개성을 드러내는 건 바로 그들 노랫말, 즉 가사다. 본인은 에프엑스라는 그룹의 정체성과 매력은 바로 그녀들의 노랫말에서 비롯된다고 강력하게 주장하는 바이다.

 

우선 그녀들의 데뷔곡 <라차타>의 가사 일부를 먼저 한 번 살펴보자.


<라차타> M/V

 

이 소리 들려? 여기 멋진 숙녀 신사 분들 넘쳐 Ah Ah Ah~

자 자 밀지마시고 모두 확인해봐 입장순서 Number Yeah Yeah Yeah~

 

반짝 번쩍 Sound 오늘 Style 좋은걸

옳지, 잘해, 그래, 나를 따라 한 번 더 가자

앞에 뒤에 옆에 들 싸우지 말고 타

이제 됐다 준비완료?

Now everybody says

 

LA LA 이렇게 chA~ chA chA AH~!

신난다고 야~ 라차 라차 타타

노래를 따라 몸도 따라가

Now everybody

너무 쉽지 다들 좋아 Baby~

 

(중략)

 

잘날 필요 없어 있는 그대로

몇 번 연습만 하면 돼

옳지 잘해 그래 그렇게 따라와

이제 진짜 준비완료

Now everybody says

 

(하략)

 

가사를 읽으면 어렴풋이 어디선가 춤을 춘다는 얘기 같은데,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자. ‘이 소리 들려? 여기 멋진 숙녀 신사 분들 넘쳐라는 가사에선 그녀들이 있는 장소가 젊은 남녀들이 많이 모이고 왁자지껄한 곳이라는 걸 알 수 있으며 자 자 밀지마시고 모두 확인해봐 입장순서 Number를 통해서 이곳은 줄을 서서 순서대로 들어서야 하는 곳임을 알 수 있다. , 클럽 혹은 그와 유사한 무도회장 정도로 이해할 수 있다.

 

<라차타>의 가사는 간단히 말하면 또래 여자애들끼리 모여서 춤추러 가자는 얘기다. 클럽에서 춤추자는 내용은 흔해 빠진 가사 아니냐고 되물으시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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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질펀하게 놀려고 가는 게 아니라...

 

이 곡이 발표된 시기는 20099월이다. 리더인 빅토리아를 제외하면 멤버 대부분이 미성년자였을 시기다. '아니? 미성년자들이 클럽이라니, 이 무슨 망측한...!' 하고 흥분하기 전에, 그래서 가사를 먼저 읽어보시란 얘기였다.

 

<라차타>의 가사엔 화자와 그 친구들이 신나게 춤을 추는 이야기는 있으나, 정작 클럽이라는 공간 안에서 벌어지는 남녀 간의 애정행각이라던가 밀당 같은 내용은 철저히 배제되어 있다. 노래의 화자가 당시 크리스탈이나 설리의 나이처럼 사춘기 소녀라고 가정했을 때, <라차타>의 가사는 순수하게 음악과 춤을 즐겨보자는, 클럽이라는 성인들의 공간에 대한 소녀들의 호기심과 그에 따른 공상적 이미지에 가깝다.

 

잘날 필요 없어 있는 그대로 몇 번 연습만 하면 돼 옳지 잘해 그래 그렇게 따라와

 

<라차타>에서 드러나는 화자의 심리는 마치 비디오게임에 열중한 사내들의 심리상태와 같다고 볼 수 있다. 남들한테 잘 보이거나 자랑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냥 잘 하고 싶어서 열심히 하는 거다. 이후로도 에프엑스의 노래가사는 철저하게 화자 의 호기심/욕망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서사/독백의 영역에서 펼쳐진다. 그게 설령 연애를 테마로 한 것이라 하더라도 말이다.

 

이러한 성향은 그녀들이 <라차타> 이후 발표한 <Chu~>라는 곡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키스를 소재로 한 곡이다. 먼저 가사 일부 읽어보시겠다.


<Chu~♡> M/V

 

알고 싶은 게 매일 너무나 넘쳐

느껴봐야 할 것 또한 넘쳐

 

매일 수 백 번 상상하며 기다려 왔던

그에게 Do it Chu~

 

입 맞추는 순간 잠에서 깬 그녀처럼

전혀 다른 시공에 눈을 뜬다 해도

난 이렇게 떨리는 가슴을 믿어

아직 모르는 세상을 내게 열어줘요

 

아직 몰라도 될 게 너무나 넘쳐

감추려고 할수록 호기심 넘쳐

 

파랑새가 사는 새장에서 꿈을 꾸어도

채울 수가 없어 날아가겠어

 

(후략)

 

 

<라차타>와 마찬가지로 <Chu~> 역시 소녀의 순수한 호기심에 가까운 화자의 태도가 알고 싶은 게 매일 너무나 넘쳐 느껴봐야 할 것 또한 넘쳐라는 첫 구절부터 두드러진다.

 

매일 수 백 번 상상하며 기다려 왔던 그에게 Do it Chu~ 물론 소재가 키스이니 만큼 상대방이 존재해야 한다. 그러나 <Chu~>에서 로 표현되는 상대는 현재 시간에 아직 존재하지 않는 상상하며 기다려왔던존재이며, 심지어 노래가사에서 딱 한 번 언급될 뿐이다.

 

화자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건 상대보다는 키스라는 경험 그 자체인 것이다. ‘입 맞추는 순간 잠에서 깬 그녀처럼은 화자가 키스라는 것을 <백설공주><잠자는 숲 속의 공주>와 같은 동화적 세계관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뜻하며, ‘전혀 다른 시공에 눈을뜨는 건 아닐까 생각할 만큼 키스에 대한 환상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심지어 키스에 대한 호기심은 화자 스스로를 새장에서 사는 파랑새로 지칭하며 꿈을 꾸어도 채울 수가 없어 날아가겠어라는 말로, 상상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키스에 대한 호기심을 더는 못 참고 곧 저지르고(?) 말 것이라는 심리를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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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한 번쯤 키스를 동경하게 되는 시기가 있다.

 

이때까지만 해도 에프엑스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크지 않았다. 그녀들이 본격적으로 주목 받기 시작했던 건 아마도 <NU 예삐오 (NU ABO)> 때부터였던 것 같다. <NU 예삐오>는 지금까지 에프엑스의 노래 중 가장 그녀들의 색깔이 잘 드러나는 곡이라고 생각하며 가장 좋아하는 곡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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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대중의 반응은 긍정적이지만은 않았다. ‘얼굴 예쁜 애들한테 왜 자꾸 이상한 옷만 입히냐라든지, ‘저 남자 같은 애는 좀 빼라’, ‘가사가 대체 뭔 소린지 이해할 수 없다에서부터, 심하게는 음악은 좋은데 가사는 쓰레기라는 반응까지 있었다. 물론 에프엑스의 이러한 컨셉과 가사가 일반적인 것은 아니지만, 덕후 필자는 그녀들의 독특한 행보와 개성에 비해 너무 평가절하 되는 건 아닌가 하고 안타까운 심정이었다.

 

그리하여 오늘, 뒤늦게나마 이 노래에 대한 재평가가 되었으면 바람으로 <NU 예삐오>의 가사를 훑어보고자 한다.

 

독자 분들, 이제부터 집중하시라, 가사의 난이도 대략 상승한다.


<누 예삐오> M/V

 

나 어떡해요 언니? 내 말을 들어봐

내 그 사람을 언니? 모르겠어요

참 엉뚱하다 맨날 나만 놀리지?

내가 정말 예뻐 그렇다는데

 

독창적 별명짓기 예를 들면 '꿍디꿍디'

맘에 들어 손 번쩍 들기 정말 난 NU 예삐오

 

Mysteric! Mysteric!

몰라 몰라 아직 나는 몰라

기본 기본 사랑공식

사람들의 이별공식

Hysteric! Hysteric!

달라 달라 나는 너무 달라

내 맘대로 내 뜻대로

좋아좋아 NU 예삐오

 

내 말 들어봐요 언니? I'm in The Trance

지금 이 감정은 뭐죠? 난 처음인데

가슴 두근두근 마치 꿈꾸는 듯

난 구름 위를 둥둥 사랑인가봐

 

딱 세 번 싸워보기 헤어질 때 인사 않기

보고 싶은 나 생각 들 땐 커플링 만져보기

 

(중략)

 

사랑에 빠진 건 너무 멋진 일인데

나만의 감정을 모두 주고 배로 받는 것 (Yeah)

새롭게 좀 튀게 멋진 꿈을 키워 가는 것

Mysteric 예삐오 그건 모두 다 나인걸

바로 나란 Girl Woo

 

이런 모습 어때? 이게 난 걸 어떡해

내 곁에 네가 있어 특별한 건데 Yeah

 

(후략)

 

...대뜸 나 어떡해요 언니? 내 말을 들어봐로 시작하는 첫 구절은 방심하면 당혹스러울 수 있다. ‘내 그 사람을 언니? 모르겠어요까지 자연스럽게 연결 지어 생각하면 화자가 언니로 지칭되는 상대방에게 내 그 사람’, 즉 연인/남자친구에 대한 상담을 받고자 하는 상황임을 유추할 수 있다. 그렇다면 화자는 대체 왜? 상담을 받으려는 것일까. 이어가보자.

 

참 엉뚱하다 맨날 나만 놀리지?남자친구가 자신을 자꾸 놀린다는 것이 화자의 주된 고민임을 알 수 있다. 그러더니 내가 정말 예뻐 그렇다는데라고 말하며 남자친구가 자신을 예뻐해서 놀리는 것이라는 말을 흘리며 은근슬쩍 자신의 외모 자랑을 한다. 여기서 우리는 화자의 답정너’ 기질을 엿볼 수 있다.

 

잠시 여기서 답정너가 뭔지 모르는 분들을 위해. 답정너란 답은 정해져 있고 너는 대답만 하면 돼를 줄인 말로, 주로 은근슬쩍 되도 않는 자기 자랑을 짜증내듯 털어놓는 부류의 사람 또는 행동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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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정너의 좋은 예.

 

독창적 별명 짓기 예를 들면 꿍디꿍디맘에 들어 손 번쩍 들기 정말 난 NU 예삐오’... 아마도 가장 많은 이들이 난해해하는 부분일 것이다. 그러나 꿍디꿍디라는 함정만 잘 피하면 그렇게 어려운 가사는 아니다. 화자의 연인이 자신을 놀리는 행동 중 하나가 바로 엉뚱한 별명 짓기이며, ‘꿍디꿍디라는 의미 불명의 별명에 또 좋다고 손 번쩍 드는 자신도 참 유별나다고 고백하는 장면이다.

 

근데 ‘NU 예삐오가 대체 뭐냐고? 풀어보자면 ‘New ABO’, A/B/AB/O형으로 나뉘는 네 가지 혈액형 중 그 어느 것도 아닌, 5의 혈액형으로서 화자 스스로 자신의 유별난 성격을 지칭하기 위해 만든 신조어라 볼 수 있겠다. 쉽게 말해 본인이 자신을 가리키며 나 완전 4차원이야하고 말하는 그런 아이를 연상하시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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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 내가 쓴 거 아닌데... 왜 부끄러움은 내 몫이죠?

 

아무튼 여기서 우리는 화자가 혈액형별 성격 이론의 신봉자라는 사실 또한 유추할 수 있다. 심지어 자신은 그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별도의 성격이라고 하니, 이런 이성을 만난다면 여러분 어서 도망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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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U 예삐오>의 화자 역시, 연애를 하는 와중에도 상대방에 대한 묘사보다는 자신의 입장, 자신의 감정을 묘사하는 데에 더 충실하고 있는, 역시나 자기중심적 인물임을 알 수 있다.

 




에프엑스의 이런 독특한 가사 세계는 사랑하는 연인을 인형에 비유하는 <피노키오>로 이어진다.


<피노키오> M/V

 

어디 보자 읽어보자 네 맘을 털어보자

에메랄드 훔쳐 박은 눈동자 스륵스륵

머리부터 발끝까지 스캔 해 징징윙윙

칼날보다 차갑게 그 껍질 벗겨내

 

(난 지금 Danger)

한 겹 두 겹 페스츄리처럼 얇게요

(Danger) 스며들어 틈 사이 꿀처럼

너는 피노키오

너 밖에 모르는 내가 됐어

아슬아슬 위태위태 시작되는 쇼!

 

따랏따랏 땃따따 짜릿짜릿 할거다

궁금투성이의 너 (꼼짝 마라 너)

조각조각 땃따따 꺼내보고 땃따따

맘에 들게 널 다시 조립할거야

 

(중략)

 

누가 봐도 넌 완벽한 걸 너는 다시 태어난거야

자 이제 입술에 숨을 불어 넣어

꿈꿔 왔잖아 피노키오

 

후렴구의 조각조각 땃따따 꺼내보고 땃따따 맘에 들게 널 다시 조립할거야라는 가사는 다소 섬뜩한 느낌마저 든다. <피노키오>의 화자는 자신을 만나기 전까지의 는 마치 생명이 없었던 존재였던 것처럼, 자신의 입맛과 취향대로 고쳐진 너를 누가 봐도 넌 완벽한 걸 너는 다시 태어난존재라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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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피그말리온 이야기에서 남녀의 역할이 바뀐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든다.

 

그녀들의 다음 활동곡, <Electric Shock>에선 무려 4행시가 등장하기에 이른다.


<일렉트릭 쇼크> M/V

 

전 전 전류들이 몸을 타고 흘러 다녀

기 기 기절할 듯 아슬아슬 찌릿찌릿

충 충 충분해 네 사랑이 과분해

격 격 격하게 날 아끼는 거 다 알아

 

(중략)

 

전 전 전압을 좀 맞춰서 날 사랑해줘

기 기척 없이 나를 놀래키진 말아줘

충 충돌 하진 말고 살짝 나를 피해줘

격 격변하는 세계 그 속에 날 지켜줘

 

제목 <Electric Shock>에서 따온 전기충격이란 네 글자를 4행시처럼 가사로 풀어, 사랑이라는 감정을 비유적으로 묘사한다. 이처럼 에프엑스의 노랫말은 네 손을 잡고 싶어나를 안아줘’, 혹은 언제까지나 네 곁에 있을게따위의 상투적인 표현이 아닌, 하나의 대상 또는 개념을 설정하고 빗대어 사랑이라는 감정을 묘사한다.

 

아직도 그녀들의 노랫말이 난해하게 느껴지는가? 본인은 난해함의 정점을 찍었던 <NU 예삐오> 이후부터 에프엑스의 노래와 컨셉은 점점 대중적인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녀들이 최근 발표한 노래 <첫 사랑니>만 들어보더라도 제목부터 굉장히 친절하다는 게 느껴진다. 말 그대로 사랑니가 돋아나는 것을 첫사랑의 아픔과 혼란스러운 감정에 대입한 것이다.


<첫 사랑니> M/V

 

안녕 한 번쯤은 날 들어 봤겠지 너의 사랑니 (Ah-)

이미 어릴 때 모두 겪었다 생각하겠지 (Ah-)

 

Attention boys 나는 좀 다를 걸 다른 애들을 다 밀어내고 자리를 잡지

맘 속 깊은 곳에 (Pa Rum Pum Pum Pum) 아주 은밀하게 (Pa Rum Pum Pum Pum)

 

네 맘 벽을 뚫고 자라난다 (네 맘 벽을 뚫고 자라난다)

특별한 경험 Rum Pum Pum Pum (특별한 경험 Rum Pum Pum Pum)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파온다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파온다)

새로운 경험 Rum Pum Pum Pum

 

* 아야! 머리가 아플 걸 잠도 오지 않을 걸

넌 쉽게 날 잊지 못할 걸 어느 날 깜짝 나타난

진짜 네 첫사랑 (Rum Pum Pum Pum)

 

이거 어쩌나 곧게 자란 아일 기대했겠지 (Ah-)

삐딱하게 서서 널 괴롭히겠지 내가 좀 쉽진 않지 (Ah-)

 

이렇더라 저렇다 말들만 많지만 겪어보기 전엔 알 수가 없겠지

힘들게 날 뽑아낸다고 한대도 평생 그 자릴 비워두겠지 (아마 난 아닐 걸)

Yeah 아마 맞을 걸 이젠 둘만의 비밀을 만들어줄게 쉿! 둘만의 쉬잇!

 

(후략)

 

초반부 다른 애들은 다 밀어내고 자리를 잡지 맘 속 깊은 곳에 아주 은밀하게라든가 네 맘 벽을 뚫고 자라난다 특별한 경험같은 가사는 말 그대로 사랑니가 돋아나듯 라는 존재가 의 마음 속에 서서히 자리를 잡아가겠다는 화자의 의지를 나타낸다.

 

그런 동시에 이거 어쩌나 곧게 자란 아일 기대했겠지라든가 삐딱하게 서서 널 괴롭히겠지 내가 좀 쉽진 않지라고 말하며 앞선 <피노키오>의 화자처럼 내가 널 좋아해서 연애는 하겠지만 주도권은 나에게 있다고 말하는 자기중심적인 태도는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그러니까 에프엑스의 노랫말들을 읽고 있노라면, <라차타>에서의 춤추기 좋아하고 <Chu~>>에서처럼 키스에 대해 호기심 가득하던 사춘기 소녀가, <NU 예삐오>에서처럼 엉뚱한 여자아이로, 그리고 <피노키오><첫 사랑니>에서처럼 자기중심적 연애를 펼쳐나가는 도도한 소녀로서 점점 성장하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 같다는 착각마저 드는 것이다... 나만 그런가?

 

이렇게 간략(?)하게나마 에프엑스의 음악세계... 아니, 노랫말 세계를 나름대로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는 시간을 가져보았다. 필연적으로 분량조절에 실패하여 글이 길어졌지만 평소 에프엑스의 가사가 난해하여 접근하기 힘들다고 느꼈던 분들에게는 조금이나마 그녀들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어때요, 에프엑스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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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쉽죠?

 

물론 본문의 모든 가사 해석은 철저하게 자의적인 한가지의 해석본일 뿐임을 분명히 하는 바이며, 이와 다른 버전의 해석을 내놓으시는 분들의 의견에 대해선 언제든 활짝 열린 두 귀로 경청할 것을 알려드리는 바이다. 왜냐고?

 

잉여.jpg

 

딴지는 여러분의 독투를 기다린다. 그러거나 말거나, 이제 본인은 다음주에는 과연 뭘 소재로 써야할지, 벌써부터 고민의 무간지옥에 빠져드는 기분이다. 운 좋으면 다음주에 또 뵙겠노라. 잉여잉여.






1.JPG


*Bonus

 

위 영상은 신인시절, 어떠한 역경 속에서도 미소를 잃지 않으며 무대를 열심히 꾸미는 그녀들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소위 '비차타'라 불리우는 전설의 레전드 영상이다. 앞으로도 그녀들이 이때의 마음 잃지 않으며 가요계의 정상의 탑이 되길 바라며. 피쓰.






햄촤

트위터 : @hamchw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