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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미국의 병원은 출산 환경이 더 좋을 것 같다.


아내는 워싱턴 인근의 대형병원에서 출산했다. 워싱턴은 의료시설이 좋은 지역이라 출산과 관련된 것 외에도 제공되는 것이 많았다. 화장실 딸린 1인실에서 룸서비스 식사를 받았고, 기본적인 육아교육 또한 받을 수 있다.


물론 이런 서비스는 비용과 직결되는데, 청구하는 대상이 내가 아닌 보험회사라 가능한 일이다(그래서 특정한 병원에서는 적용 안 되는 사보험도 있다). 비용을 빼고 생각하면 전반적으로 쾌적한 경험이었다.



Q2. 보통 며칠 정도 입원하는지?


최대로 입원할 수 있는 기간이 정해져있다. 자연분만은 48시간, 제왕절개는 96시간으로, 의료보험회사에서도 이정도까지만 보장해준다(기간을 늘이려면 병원 측이 의료보험회사에 미리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대로 집에 가도 되나 걱정이 될 만큼 매우 짧은 시간이지만, 놀랍게도 많은 산모들이 조기퇴원을 원한다고 한다.


원한다고 해서 바로 퇴원할 수 있는 건 아니고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한다.


1) 산부인과 의사의 승인: 산모의 상태를 최소 24시간 이상 관찰해서 이상이 없음을 확인한다.


2) 소아과 의사의 승인: 출산부터 끊임없이 소아과 의사가 찾아와서 아이를 진료하는데, 이상이 없어야 한다.


3) 출생신고서 작성: 병원 원무과에서 양식을 주고, 처리까지 해준다.


4) 기초 육아교육


5) 퇴원 후 소아과 진료예약: 의무적으로 체크해야 한다. 퇴원 후 갈 소아과 위치와 의사 이름을 기재한다.


6) 차량용 카시트 설치: 유아는 차량용 카시트에 탑승해야 하기 때문에 의무로 설치해야 한다. 설치가 안 되어 있으면 퇴원할 수 없다. 


병원별로 다를 수 있겠지만, 아이 및 산모의 안전을 굉장히 중시한다.



Q3. 비용은 얼마 정도 드나?


말 그대로 ‘천차만별’이다. 자연분만인지 제왕절개인지에 따라 의료수가가 다르고, 다른 의료조치가 있었는지, 병원에 앰뷸런스를 타고 왔는지 등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다만 통계(링크)에 따르면 ‘심각한 문제가 없는 일반적인 자연분만의 경우 의료비로 평균 3000불이 든다’고 한다. 말이 3000불이지, 순수 의료비용만 그 정도이고, 추가로 1189~11986불이 청구된다(범위가 졸라 넓은데, 지역마다 비용이 다르고 추가되는 서비스에 따라 또 달라지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다). 합산해보면 자연분만의 경우 약 4000불에서 15000불이 드는 셈이다. 다행인 건 이건 어디까지나 병원이 보험회사에다가 청구하는 비용이라는 점이다. 보험회사의 보장에 따라 환자가 지불해야 될 금액은 줄어든다.


참고로 미국엔 우리나라 같은 건강보험이 없어서 개인이 사보험을 구입해야 한다. 보통은 직장을 통해 보험을 구입하는데(좋은 직장일수록 보험료를 많이 보조해준다), 같은 회사라도 지역, 개인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보험이 다 다르다(건강보험은 1년에 한 번씩 갱신할 수 있다. 즉 아프고 나서는 바꿀 수 없단 말씀).


같은 회사를 다니는 우리 부부도 보험이 다른데, 나는 별로 병원에 갈일이 없다 생각해서 무조건 한 달에 5만원 내는 제일 저렴한 보험을 골랐고, 아내는 출산을 염두에 두고 제일 비싸고 보장이 잘 되는 걸 골랐다(한 달에 18만 원). 이번에 아내 앞으로 약 1000불 정도 청구될 것 같은데, 만약 나였다면 8000불 정도 내야했을 거다.



Q4. 의료보험이 없다면?


우선 최저소득계층은 ‘Medicaid’라는 제도를 통해 정부로부터 의료보험을 제공받고, 차상위 계층은 오바마케어에 의해 보장받는다. 최저소득에도 차상위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해도 본인 부담금이 최대 11000불을 넘을 수 없다. 과거에는 출산은 커버하지 않는 보험이 많았지만, 오바마 케어 덕에 출산 등은 모든 의료보험이 커버하도록 바뀌었다.


다만 원정출산을 하러오는 외국인은 적용이 되지 않아서 더 많은 돈을 낼 수 있다. (임산부는 입국거부당하니, 몇 달 전부터 들어와 있어야 하고, 그동안의 의료비도 보험 없이 내야한다) 여담이지만, 미국엔 워낙 의료비를 안 내고 배 째라는 일이 많아서, 현금을 싸들고 오면 병원이랑 네고를 할 수 있다카더라. 건너 들은 얘기라 확실하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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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5. 산후조리는 어떻게? 산후조리원 같은 게 있다던가.


미국엔 산후조리원이 거의 없다. 동네에서 산후조리원 같은 데를 찾아보긴 했는데, 적어도 내가 사는 지역엔 없었다. 병원에서 돌봐주긴 하지만 의사가 OK하면 얄짤없이 쫓겨나야 한다.


부인은 중국인인데, 중국은 우리보다 산후조리에 더 신경 쓰는 것 같다(장모는 와이프에게 찬물도 못 마시게 하고, 대추차, 생강차만 계속 먹인다). 중국 내에서 살뜰하게 챙기는 것은 물론 타지로 산후조리를 전문으로 하는 사람을 부르기도 한다(당연히 비행기 값은 소비자 부담). 두 달 정도 진짜 산모만 맥이고 케어해준다고 한다. 비용은 월 5천불 정도로, 나는 여력이 안 돼서 스킵했다. 내 상사는 하려고 했지만 내년 상반기까지 예약이 꽉 차서 결국 못했다고 한다. 중국인이 많이 사는(혹은 원정 출산을 많이 오는) 미국 대도시에는 불법 사설 산후조리원도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Q6. 육아휴직은 얼마나 받는지?


‘Family and Medical Leave Act (FMLA)’라는 법에 의해 산모는 출산 후 12주의 휴가를 가질 수 있다. 아무리 해고가 쉬운 미국이라고 해도 이 기간만큼은 육아휴직을 가졌다는 이유로 자를 수 없다. 다만 급여를 줄 의무는 없고, 남자는 아예 해당이 없다. 회사 규모가 작으면 이 법안의 사각에 놓이기도 한다고.


내 직장은 사기업치고는 육아휴직이 잘 보장된 편이라, 아내는 출산 전 4주, 출산 후 12주의 유급휴가를 냈다. 이어서 반년까지 무급휴가를 낼 수 있다. 남자에겐 6주의 휴가가 제공된다. (사내복지가 이직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복지제도에 신경을 많이 쓴다. 복지가 좋아야 좋은 인재들을 적은연봉으로 데려올 수 있기 때문이다)



Q7. 육아휴직이 끝나면 누가 아이를 돌보나?


미국은 워낙 맞벌이가 보편화되어 있어 남편이나 아내나 전업으로 육아를 하기가 어렵다.


보통은 데이케어센터로 보내는데, 이게 시바 졸라 비싸다. 우리 지역은 평균 월 2천 불(약 220만 원)로, 아침 8시부터 저녁 5시까지 아이를 맡아준다. 일이 길어지면 추가비용을 지불하든가 따로 베이비시터를 구해야한다. [그나마 나은 건 세금정산 할 때 몇 가지 혜택이 붙는다는 사실이다(Deduction 4000불, Child Tax Credit 1000불) 저소득 계층이라면 연간 2천불 정도 세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일부 직장에서는 데이케어센터 비용을 보조해주기도 한다. 내 직장은 야근 시 발생되는 데이케어센터 추가비용은 비용처리를 해주고(야근을 밥 먹듯이 하기 땜시), 1년에 몇 주 정도 회사 지정 데이케어센터를 이용하게 해준다.


데이케어센터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아이를 맡기는 것에 대한 인식 차이가 재미있다. 동양인인 나는 가족에게 맡기는 게 맘이 편한데, 서양인 동료들은 비싼 돈을 주더라도 남한테 맡기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데이케어센터도 일찍부터 다녀야 사교성도 배우고, 버릇이 든다고 하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처가살이를 하는 입장이라 장모님에게 돈을 드리고 아이를 부탁하려한다)


연방/지방정부가 해주는 지원제도는 거의 없는 건지 내가 해당이 안 돼서 그런지 잘 모르겠다. 아시는 분 있으심 알려주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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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8. 이름과 출생신고


아기에겐 영어식 이름을 지어주었다. 발음하기도 편하고, 무엇보다도 미국에서 태어났고, 이곳에서 자랄 예정이기 때문이다. 가령 한국식 이름을 지어줬는데 아이가 한국말을 한마디도 못한다면(혹은 하지 않길 원한다면) 살면서 곤란할 것 같기도 했다. 가능하면 아이의 의사를 존중하여 미국서 흔히 쓰이는 이름, 즉 ‘퍼스트네임’은 영어식으로 지어주었다. 대신 성을 내 것을 물려주어 한국식 라스트네임을 쓴다.


문제는 미들네임이었다. 난 미들네임이 ‘정체성을 부여하는 이름’이라고 생각했다. 아이는 미국인이지만, 나는 한국인이고, 아내 역시 중국에서 태어났다. 가능하면, 우리 부부의 문화적 배경이 담긴 이름을 주고 싶었다. 옥편을 뒤져 만든 이름 몇 개를 중국인인 아내와 장인에게 검사 맡았다(사람 이름에 써도 되는지, 어떤 뉘앙스를 갖는지 등). 고르고 골라 ‘예원’이란 이름을 지었는데 중국식으로 읽으면 ‘루이유안’이 된다(중국서 흔한 이름은 아니다).


성씨는 한국 성씨를 따르기 때문에 미들네임은 중국식으로 적어서 출생신고를 했다. 무엇보다 아내가 그 고생을 하며 아이를 낳았는데 아이 이름에 아내의 흔적이 하나도 없어선 안 될 것 같았다. 아마 이 아이가 앞으로 사용할 여권, 은행계좌 및 각종 신분증에는 이 미들네임이 들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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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딴지일보 챙타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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