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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02. 20. 목요일

편집부 홀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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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천재. 하늘이 내린 재주. 우리 같은 범인(凡人)의 눈과 잣대로는 그 능력의 범위와 한계를 감히 예측조차 하기 어려운 사람. 그래서 평범한 사람의 눈에 비치는 천재의 모습은 경이로움 그 자체가 되기도 한다.


운동이나 학문, 예술 분야 등에서 이런 천재들은 종종 우리에게 그 모습을 드러낸다. 대개의 천재들은 어느 정도 그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여건만 갖추어져 있다면 눈 깜짝 할 사이에 자신의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냄은 물론 그 영향력의 범위를 자기 분야를 넘어서 전 사회적으로 확장시킨다. 따라서 천재의 출현과 성공은 우리가 굳이 관심을 갖고 찾으려 들지 않아도 저절로, 널리 알려진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은 실생활에서 천재를 만나본 적이 있는가? 아쉽게도 필자는 단 한 번도 실제로 천재라 할 만한 사람을 만나본 적이 없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천재가 그렇게 흔한 존재도 아니려니와 그런 사람과 알고 지낸다 해서 무에 그리 좋은 일이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만약 어떤 평범한 사람이 자신의 분야에서 천재와 함께 일하거나 경쟁하게 된다고 가정해보자. 자신의 욕심을 버리지 않는 이상 필시 좌절하게 될 것이다.


20세기 물리학계 천재들의 각축장


20세기 물리학계는 그야말로 천재들의 각축장이었다. 이 시기에 그들이 이루어낸 학문적 성과는 단순히 과학적 발견이나 성취에만 머무르지 않고 정치, 사회, 경제 등의 모든 분야에 전지구적 영향을 끼쳤다. 원자폭탄의 개발은 인류의 전쟁사를 완전히 새로운 방향으로 이끌었다. 덕분에 사람들은 인류가 스스로 삶의 터전인 지구를 박살낼 수도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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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앨러모스의 맨해튼 프로젝트 일원들. 내로라하는 물리학자들이 대거 모였다.


그런 파괴적인 에너지를 좀 더 생산적인 방향으로 사용했을 경우 에너지원으로 삼거나(원자력 발전), 추진력으로 이용할 수도 있다는(로켓) 생각을 해낸 것도 이들 물리학자였다. 비단 이것뿐이랴. 우리가 소위 과학의 놀라운 발전이라 일컫는 무수히 많은 것들-특히 20세기에 일어난-의 중심에는 물리학이 있었고, 그 가운데에는 당대를 주름잡은 천재들의 활약이 있었다.


<찌질한 위인전>에서 소개할 여덟 번째 인물인 리처드 파인만(Richard Phillips Feynman) 또한 20세기 물리학계의 여러 천재 가운데 한 사람이다.


리처드 파인만


1918년 미국에서 태어난 파인만은 만 스물 한 살에 MIT를 졸업했으며 불과 스물 셋의 나이로 미국의 원자폭탄 개발 계획(맨해튼 프로젝트)에 참여한다. 스물 넷에 프린스턴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스물 일곱에는 코넬 대학에 교수로 임용되었고 그 후 물리학 전반에 걸쳐 뚜렷한 족적을 남겨 1965년에는 양자 전기 역학의 재규격화에 기여한 공을 인정받아 슈윙거, 도모나가와 함께 노벨 물리학상을 공동 수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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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에도 물리학은 물론 생물학과 다른 과학 분야에도 공헌한 파인만은 말년에는 미국 챌린저 우주왕복선 폭발 진상규명위원회에 참여하여 폭발 원인을 밝혀내기도 했다. 그런데.


필자는 사실 물리학에 대해서 잘 모른다. 전공이 문과인 것도 이유겠고, 여태 물리학과 물리학사()에 큰 관심을 갖지도 않았다. 때문에 파인만이 얼마나 위대한 물리학자인지를 독자들께 소개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얼음이란 걸 평생 보지도 못했고 얼음이 뭔지도 모르는 아프리카 원주민에게 빙판 위에서 스케이트를 신고 트리플 러츠를 뛰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설명하는 것이 무슨 소용이겠는가. 필자가 리처드 파인만이 양자역학의 경로적분을 제안한 업적이 있다고 독자들께 소개해봤자 무슨 소용이겠는가. 그걸 소개하는 필자가 양자역학의 경로적분을 알지 못함은 물론이거니와 독자들의 반 이상 또한 그게 무엇인지 잘 모를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독자의 수준을 무시하는 게 아니다. 어차피 반 이상은 나처럼 문과 전공일 것 아닌가-


<찌질한 위인전>에서 파인만을 소개하려는 이유 또한 여기에 있지 않다. 이 글을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알게 될 것이지만 파인만 역시 자신이 이런 식으로 소개되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것이다. 그저 파인만이 20세기 물리학계에서 대단히 중요한 인물이었으며 대단히 뛰어난 업적을 남긴 인물이었다는 것만 알고 넘어가자. 그 정도로만 알고 넘어가도 우리가 인간 파인만이 얼마나 매력적인 인물이었는지를 이해하는 데에 전혀 부족함이 없을 테니까.


천재 그 이상의 천재


파인만은 천재였다. 당대 물리학의 거장들, 이를 테면 아인슈타인, 보어, 페르미, 오펜하이머, 디랙과 같은 인물들 역시 천재의 칭호를 갖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는 인물들이지만 파인만 역시 여기에 뒤지지 않았다. 오히려 파인만은 웬만한 천재, 보통의 천재를 넘어서는 천재였다.


제임스 글릭이 쓴 파인만의 평전 『천재-평전의 제목이 무려 천재-에서는 파인만과 코넬 대학에서 함께 일했던 수학자 마크 카츠의 말이 인용된다. 마크 카츠에 따르면 천재에는 두 가지 유형이 있다고 한다. 이른바 평범한천재-천재라는 단어와 평범이라는 단어가 어디 어울리기나 한 것인가!-마법사천재로 나뉜다는 것이다. 그의 설명을 요약하면, ‘평범한천재의 사고 방식은 정말로 평범한 사람들도 충분히 이해 가능한 수준이다. 다만 평범한 사람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들을 훨씬 앞서 생각해낸다는 점, 그리고 사고의 전개 속도 자체가 굉장히 빠르다는 점이 그들을 천재이게 하는 것이다.


마법사천재는 이들 평범한천재와 또 다르다. 굳이 말하자면 사고의 차원이 다른 것이 마법사천재가 가진 특징이다. 그래서 마법사천재들은 좀처럼 제자를 키워내기가 어렵다. 스승이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결과를 도출시켰는지, 제자들은 도무지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때문에 그런 스승의 방식을 흉내 낼 수 조차 없다. 그래서 오히려 참담한 좌절을 맛보기도 한다는 것이다.


마크 카츠는 말한다.


리처드 파인만은 바로 최고 수준의 마법사다


파인만의 프린스턴 대학원 시절, 연구 조교로 파인만과 함께 생활한 폴 올럼의 이야기가 마법사 파인만의 면모를 잘 설명해 줄 것이다.


올럼의 짐작이지만, 파인만은 특정한 조건에서 전자가 어떻게 하는지 알고 싶으면 단순히 이렇게 자문했다. “내가 전자라면, 어떻게 할까?”

-『천재』 제임스 글릭, 황혁기 옮김



천재 파인만의 또 다른 비범함


그가 가진 물리학적 재능만으로도 파인만은 충분히 천재적이다. 그러나 천부적 재능을 가진 모든 이들이 특정 분야에서 성공을 거두는 것은 아니다. 파인만이 위대한 물리학자로 역사에 남을 수 있었던 이유, 그리고 인간 파인만이 사람들에게 자신의 이름을 각인 시킬 수 있었던 데에는 그런 천재성 말고도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사람을 찌질하게 만드는 몇 가지 것들


찌질함의 세계는 물리학의 세계만큼이나 광범위하다. 그 광범위한 찌질함의 세계에서 펼쳐지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온갖 찌질함의 향연을 여기에 모두 열거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나 물리학에서 일련의 법칙으로 무수히 많은 현상을 일정 수준으로 범주화하듯이, 찌질함 또한 그 근원적 원인을 살펴봄으로써 범주화하는 것이 가능하다. 파인만은 사람이 찌질해지는 몇 가지 대표적 원인에서 자유로웠던 사람인데, 필자는 바로 이것이 물리학자로서나 인간으로서 파인만이 특별한 인물이 될 수 있었던 이유라 생각한다. 그리고 그 동안 사람들에게 익히 알려진 파인만의 기행 대부분이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했다.


주객전도-권위-당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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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찌질하게 만드는 대표적 원인 가운데 하나는 주객전도. 그러한 주객전도의 대표적 사례는 본질과 권위의 관계가 역전되는 것이다.


권위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한 개인이 가진 권위가 있고, 학문적 원리나 법칙이 가진 권위가 있을 수 있겠다. 사회적 위치나 명예에도 권위는 존재한다. 그리고 모든 종류의 권위에는 '본질적 가치'가 있다. 어떤 것에 대한 사회적 인정의 합의를 권위라 한다면, 어떠한 것에는 반드시 권위를 부여할 만한 가치가 있어야 한다. 본질적 가치가 먼저고, 권위는 그 다음이다. 본질적 가치가 선행 조건이고, 권위는 부수적 결과이다. 이렇게 단순한 도식이 역전되는 상황. 본질을 잊고 권위에 매몰되는 순간 사람은 찌질해지기 쉽다. 우리는 살면서 그런 찌질함을 수없이 목격하기도 하고 스스로 그렇게 되기도 한다.


파인만의 탈권위-지식


파인만이 물리학자로서 나름의 뚜렷한 족적을 남길 수 있었던 이유 가운데 하나는 그가 기존 지식이 가진 권위에 매몰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기존 지식이 가진 권위에 매몰된다는 것은 풀어 말하면 기존 지식에 대한 무비판적인 수용이나 이해가 전제되지 않은 학습과 같은 것이다. 파인만은 그러한 태도를 스스로도 용납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자신에게 물리학을 배우는 학생들에게도 용납하지 않았다.


때문에 파인만은 어린 시절부터 책에 나온 각종 공식들을 그저 문제를 풀어내기 위한 도구로써 무작정 외운 적이 없었다고 한다. 특정 현상에 대한 원리를 설명하고 법칙화한 내용을 보더라도 그 자신이 직접 현상을 보면서 이해하거나 스스로 입증해야지만 그것을 받아들였다. 파인만이 다른 사람들보다 늘 한 발 앞서 기존 사고와 원리의 틀을 깨는 역할을 할 수 있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실제 파인만은 기존 이론에 대한 완벽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전복적 사고로 물리학은 물론 다른 과학 분야에도 많은 기여를 한 바 있다.


이해가 전제되지 않은 무조건적 학습에 대한 파인만의 태도를 잘 드러내는 일화가 있다. 파인만은 한 때 브라질 리우의 한 대학에서 브라질 학생들을 가르친 적이 있었는데, 지극히 기계적인 그들의 학습 방식에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심지어 당시 학생들은 다른 학생이 강의 시간 중 파인만 교수에게 질문을 하는 것조차 마땅찮아 했는데, 귀중한 강의 시간을 쓸데없는 질문으로 허비하게 만든다는 이유였다고 한다. 파인만은 당시 강의가 마치 일인극처럼 진행되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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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기가 끝나갈 무렵 파인만은 학생들에게 그간 강의를 통해 느낀 소회를 밝히는 자리를 가졌다. 이 자리에는 파인만의 강의를 수강한 학생은 물론 브라질 교수와 정부기관의 관료까지 참석했다. 그리고 이 자리에서 파인만이 던진 한 마디.


내가 이 강연을 하는 주요 목적은, 브라질에는 과학이 없다는 것을 알리고 싶어서입니다!”


파인만의 이 말에 강연장은 순식간에 혼란에 휩싸였고 분개한 브라질 교수와 정부관료들의 항의가 이어졌다. 파인만은 당황하지 않고 자신의 입장을 밝혔는데, 파인만은 브라질에 처음 왔을 때, 초등학생이 서점에서 물리학 책을 사 들고 가는 것을 보고 신선한 충격을 받은 한 편, 의아했다고 한다. ‘그런데 왜 이 나라에서는 결과가 나오지 않는 거지?’


강의를 진행하면서 파인만은 그 이유를 절실히 깨달았다. 물리학적 개념에 대한 숱한 개념과 정의, 법칙과 원리들은 실제 현상을 바탕으로 한 것임에도 그들이 공부하는 책에는 원리와 법칙을 존재하게 하는 현상에 대한 언급 없이 그저 그러한 개념과 법칙들만 수두룩 빽빽하게 적혀 있어 말 그대로 달달외우는 수준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파인만이 강의 도중 어떤 개념에 대해 학생들에게 물었을 때, 처음에는 5초도 되지 않아 정답을 술술 말하면서도 이후에 다시 한 번 같은 개념을 한 번 비틀어 물어보면 꿀 먹은 벙어리가 되고 말았던 것이다. 이해를 바탕으로 하지 못한 학습에서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올 리 없다. 그래서 브라질에는 과학이 없다고 말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인만은 강의에서 두 명의 괜찮은 학생을 보았노라고 이야기했는데, 나중에 밝혀진 사실이 가히 압권이다. 그 두 학생이 스스로 밝히길, 한 학생은 사실 독일에서 물리학을 공부하고 브라질에 온지 얼마 되지 않은 학생이었고, 나머지 한 명은 전쟁 중에 물리학을 공부하는 바람에 학교에 교수가 한 명도 없어 책으로 독학한 학생이었다. 결국 파인만이 가르친 브라질 학생 가운데에는 괜찮은 학생이 단 한 명도 없었던 것이다. –이 부분은 지금의 우리나라 교육 현실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파인만의 탈권위-개인


파인만이 매몰되지 않은 권위에는 개인의 권위도 있다. 개인에게 부여된 권위는 역시나 개인이 가진 본질적 가치를 기반으로 한다. 그러나 이 또한 관계의 역전이 일어난다. 상대의 권위에 매몰된 사람은 그 권위에 눈이 멀어 상대가 하는 모든 말이나 행동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물론 안 좋은 방식의 추종자가 되기도 한다.

한편, 자신의 권위에 매몰된 사람은 더욱 찌질해지게 마련인데, 그 권위만으로 상대를 깔아뭉개고 스스로 생각하기에 합당한 대우를 바라는 등 온갖 찌질한 행동을 배설하는 것이다. –이 또한 우리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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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도 파인만의 많은 일화가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파인만과 닐스 보어의 이야기다. 파인만이 맨해튼 프로젝트에 참여했을 때쯤, 닐스 보어는 당대에 이미 물리학의 거장으로 이름이 난 학자였고 파인만은 그저 젊고 유망한 물리학자일 뿐이었다. 그러나 파인만은 닐스 보어 앞에서도 당당함을 잃지 않았던 것 같다. 실로 파인만은 보어에게 바른 말을 할 수 있는 멍청한 애송이였다. 다음은 닐스 보어가 그의 아들에게 파인만에 대해 한 말이다.(닐스 보어와 그의 아들은 1922년과 1975년에 각각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부자다).


저 뒤에 있는 작은 친구의 이름을 기억해 둬. 그는 유일하게 나를 두려워하지 않아. 그러니 내 아이디어가 잘못 되었으면 바른말을 할 거야. 다음에 아이디어에 대해 토론할 일이 있으면, ‘예 맞습니다. 보어 박사님이라고밖에 할 줄 모르는 사람들은 필요 없어. 먼저 저 친구를 불러서 얘기하는 게 제일 좋아.


나는 이런 식으로 멍청했다. 나는 내가 누구에게 말하고 있는지 잊어버린다. 나는 항상 물리에 관해서만 걱정한다. 아이디어가 이상하다고 생각되면, 나는 이상하다고 말한다. 아이디어가 좋으면, 나는 좋다고 말한다. 간단한 일이다.

-『파인만 씨, 농담도 잘하시네!』 리차드 파인만, 김희봉 옮김



이것 또한 파인만의 일화 가운데 극히 일부일 뿐이다. 파인만은 노벨 물리학 상 수상을 앞두고 스웨덴 국왕 앞에서는 등을 보이고 돌아서서 퇴장하면 안 된다는 주변의 조언을 듣고 아예 처음부터 등을 보이고 뒤돌아 서서 스웨덴 국왕 앞에 나갈 생각까지 했었으니까.


뿐만 아니라 파인만은 스스로의 권위에도 매몰되지 않았다. 스스로 권위적으로 행동하지 않기 위해 애쓴 것이 아니라 애초에 그런 것이 없는 사람 같아 보일 정도였다. 그러다 보니 자신의 권위로 남들을 누르려 하지 않은 것은 물론 자신이 하는 일에 있어 스스로의 권위를 세우고자 하는 의도조차 없었다. 파인만이 하는 모든 행동의 원천은 재미’, 그것 하나뿐이었다.


교수 자격으로 브라질에 머물 때에도 단지 재미있을 것 같다는 이유만으로 가난한 브라질 삼바악단에 들어가 그들과 어울리기 위해 일부러 헤진 옷을 입고 북을 치며 축제 기간 중 브라질 거리를 행진했던 그였다.


파인만은 자신의 연구 결과가 물리학계에서 어떤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될 지, 그리고 그것이 자신의 명성에 어떤 영향을 줄 지에 대해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혹여나 주변 사람이 그게 물리학에 어떤 중요성이 있는 거지?’라고 물어보면 파인만은 그저 재미있잖아!’라고 답할 뿐이었다. 이러한 파인만의 모습이야말로 학자 파인만의 업적과 인간 파인만의 매력을 모두 빛나게 한 원동력이 아닐까 싶다.


노벨상을 거부하지 못한 이유


파인만이 노벨상 수상을 거부하려 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새벽 네 시, 그의 집 전화가 울려 그가 짜증 섞인 목소리로 수화기를 들었을 때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파인만의 노벨 물리학상 수상 소식을 전하고 있었다. 이 때 파인만의 대답 역시 그 답다.


그걸 꼭 이 새벽 시간에 알려야겠소?”


실제로 파인만은 노벨상 수상을 거부하려고 했다. 노벨상을 수상하러 스웨덴으로 날아가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것에 대한 귀찮음과 수상 후에 벌어질 거추장스러운 일들이 신경 쓰였기 때문이다.


물리학자 파인만이라는 호칭 앞에 노벨상 수상자라는 수식어가 달리는 것 또한 영 마뜩찮았다. 그 수식어로 인해 가해질 온갖 행동의 제약과 짐짓 위엄이라도 떨어야만 할 것 같은 부담은 파인만에게 족쇄보다 더한 고통일 게다.


그러나 파인만은 노벨상을 수상하기로 마음을 바꾼다. '노벨상을 수상한 파인만으로 인하여 생길 뒷일보다 노벨상 수상을 거부한 파인만으로 인하여 생길 시끄러움이 더 크지 않겠냐는 주변 사람(아내라는 설도 있고 타임지 기자라는 설도 있다)의 조언 때문이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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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게 노벨상이 필요하지 않았던 이유


이어지는 <下>편에서는 인습(혹은 관습)에 대한 파인만의 저항과 숱한 기행. 주체할 수 없는 바람기와 여성 편력. 그리고 그의 첫사랑과 여태껏 다루었던 파인만의 모습과는 영 어울리지 않는 그의 찌질함(한편으로는 우리의 찌질함)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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