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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잡스의 NeXT는 자동화 공장으로 큰 손실을 맛보게 된다

 

 

1. 실패한 스티브

 

요즘 애플의 배터리 이슈로 뜨겁다. 애플의 투명하지 않은 대처로 연일 두들겨 맞고 있다. 관련 기사의 댓글 중 ‘스티브 때 애플이 그립다’라는 글을 자주 보게 되는데 잡스의 애플시대는 그야말로 성공 그 자체라 생각되기 때문이겠다. 스티브 잡스의 애플시대는 이제 ‘신화’가 되었다. 신화는 모든 것을 미화시키는 마력이 있다.

 

4차 산업혁명 이야기를 하면서 잡스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신화’로서의 스티브가 아닌 ‘실패한 경영인’으로서의 잡스를 이야기 하고 싶어서이다.

 

잡스가 애플에서 퇴출 되자마자 1985년 설립한 회사가 NeXT였다. 복수심에 불타오른 스티브 잡스는 NeXT에서 애플을 능가하는 컴퓨터를 만들려고 했다. 애플에서 자신을 따르던 뛰어난 인재들을 영입하고 IBM 로고를 만든 전설적인 디자이너 폴 랜드에게 로고 디자인을 얻었다.

 

잡스는 맥킨토시 아버지 답게 맥킨토시의 기술적인 한계를 명확히 알고 있었다. 잡스는 NeXT에 기술을 이식시킴에 있어 ‘객체지향형 언어’, ‘Mach 커널’을 도입하는 등 기술적인 준비를 철저히 하였다. NeXT 컴퓨터 구상은 (당시에는 이해할 수 없는) 그야말로 ‘다음’시대의 컴퓨터였다. 오만했던 아니 광기에 휩싸였던 잡스는 NeXT가 완벽한 작품이 되길 바랬다. 그 완벽에 대한 광기는 제조공정에서도 드러나는데 양산에 있어 ‘완전 자동화’를 꿈꿨다.

 

 

그(잡스)는 1989년에 자랑스럽게 내게 말했다. “우리 회사의 정보 관리 시스템은 연 매출 10억 달러 규모의 기업을 염두에 두고 설계 되었습니다.”(1989년 당시 넥스트의 매출은 불과 몇 백만 달러 수준이었다.)

 

 

잡스는 1989년 공장이 가동에 들어가기 직전 나에게 그곳을 구경시켜 주었다. 공장 내부는 거의 비어 있었다. 잡스의 설명에 따르면, 인력을 거의 투입하지 않고 시스템이 돌아가도로 설계되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자신의 요구에 따라 회색 톤으로 다시 칠해진 로봇과 제조 기계들을 가리키면서 공장의 세밀한 부분에까지 대단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제작이 이뤄지는 공간은 커다란 식당 크기만한 작업장이었다. 겉만 그럴듯한 공장이라는 느낌이 들었지만(보여주기 위한 전시용 공간일 뿐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잡스는 하루에 최대 600대까지 생산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고 주장했다. 하루에 600대면 1년에 10억 달러어치 하드웨어가 생산 되는 수준이었다.

 

 

잡스는 정확한 손놀림이 필요한 거의 모든 작업을 로봇들이 완수해내는 공장을 꿈꿨다.

 

비커밍 스티브 잡스 - 브렌트 슐렉더, 릭 테트젤리

 

 

현실왜곡장애에 휩싸인 잡스는 아직 수요도 파악 못한 상품을 위해, 공장을 설계하고 짓는데 엄청난 자금을 지출하게 된다. NeXT 컴퓨터는 하루에 600대는 커녕 한 달에 600대도 팔지 못하는 신세가 된다. 결국 잡스는 NeXT 컴퓨터에서 하드웨어 부분을 매각하게 되고 소프트웨어(NeXT OS)만 남겨두게 된다. (추후 이 소프트웨어는 잡스가 애플로 다시 돌아갈 수 있게 할 뿐만 아니라 Mac OS와 iOS의 직계 아버지가 된다.)

 

자동화 공장 설립 투자에 따른 NeXT의 실패는 지금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2. 또 다른 실패: 3만개 중소기업 ERP 구축 지원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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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IT화 사업은 ERP 지원을 중점적으로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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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까지 투입된 돈이 739억 원으로 그 중 ERP에 423억 원을 투입했다.(산업부)

 

 

김대중 정부의 IT 투자는 시의적절했을 뿐 아니라 다른 산업을 동반하여 일으키는 데 지대한 역할을 했다. 고속인터넷망 기반 구축은 추후 무선통신산업 발전에 영향을 미치게 되고 그 결과 지금의 한국 모바일폰의 황금기를 맞이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기술기반을 구축하는 것과 달리 ‘중소기업 육성정책’은 역대 모든 정권에서 성공한 예가 없다시피 하다. 이는 이미 우리 산업이 대기업 주도 산업으로 편성되어 있기에 중소기업 육성을 위한 정부정책 입안에는 대기업의 입김이 작용할 수밖에 없었다.

 

아마 많은 독자분들은(실패했으니)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2001년 정부는 중소기업 ERP(전사자원관리) 구축을 위한 3만개 중소기업 IT화 지원사업이란 것을 했었다.

 

 

정부의 중소기업 전사자원관리(ERP) 구축 지원사업(3만개 중소기업 IT화 지원사업)이 전면 중단된다. 이에 따라 지난 2001년 30억 원으로 시작해 2003년에 325억 원까지 지원 규모가 확대됐던 ERP 구축 지원사업이 올해 32억 원으로 줄어들었으며, 결국 내년에는 4년 만에 완전히 중단되는 것이다. 

 

전자신문 2005년 11월 14일

 

 

2001~2004년까지 ERP 구축에 투입된 약 455억의 혜택은 누가 받았을까? 중소기업이 받았을까? 정부 보고서와 달리 ERP 도입으로 혜택을 받은 건 ERP를 도입한 중소기업보다는 ERP 소프트웨어를 정부에 납품한 대기업에 돌아간 측면이 크다.

 

ERP를 도입한 중소기업에서 받은 지원금은 평균 1천 6백 만원에 지나지 않는다. 그야말로 3만개의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즉, 많은 중소기업을 정부에서 지원했다는 ‘보고서를 쓰기 위한 지원’을 했다고 볼 수 있다. ERP 도입, 생산공정 IT화, 그리고 협업적 IT화의 기업당 평균예산이 거의 일치한다. 그야말로 구색맞추기 지원이다. (그냥 그 돈을 저리로 빌려주는 것이 중소기업을 도와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박근혜 정부 2013년에 등장했던 산업혁신운동 또한 비슷하다. 주 골자는 대기업이 정부와 함께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여기에 최대 떡밥인 ‘스마트공장’ 이라는 용어가 등장한다. 맞다. 4차산업혁명의 메인 테마가 스마트공장이다. 15년 전 정책이 스마트공장이라는 용어로 살짝 바꾸어 재등장한 것이다. 물론 정책입안자들은 15년 전 ERP 사업과 전혀 다른 것이라 반발하겠지만 스마트공장 지원내용을 보면 과거 김대중 정부 때의 ERP 지원사업과 별반 다르지 않다. (ERP 같은 소프트웨어 지원, 기업당 지원 비용도 서로 짠 듯 비슷하다, 스마트공장 지원이 기업당 2~4천 만원정도) 스마트공장을 구축하기 위해 정부에서 컨설팅을 받았던 곳이 그 잘난 ‘대기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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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혁신운동의 주체는 정부와 대기업이다. (산업혁신운동 홈페이지)

 

 

"산업혁신운동의 일환으로 정보기술(IT) 제조업 혁신 3.0 정보기술(IT)·소프트웨어(SW), 서비스, 타산업과의 융복합을 통해 제조업 역량을 강화하는 「제조업 혁신 3.0 전략」(산업부)의 핵심과제인 스마트공장 보급을 추진. 2014년 6월부터 추진해 현재까지 총 1,129개 중소기업에 스마트공장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한다.(산업부 2019.9.26.)”

 

이제 중소기업 지원이라는 명목 하에 지원 회사 갯수 채우기는 때려 치워야하지 않을까?

 

 

3. 노동 임금이 산업을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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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혁명 당시 노동 임금을 줄이기 위해 아이들을 값싸게 부렸다

 

 

현재까지의 정부 4차산업혁명(이 용어도 달갑지 않지만)은 ‘철학’이 곤궁해 보인다. 그렇다면 4차산업혁명이 어디서 일어나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우선 농촌에서 도시로 인구 대이동이 있었던 2세기 이전 시기로 돌아가 보자. 18세기 산업혁명은 결과적으로 농촌의 저임금 노동자들을 도시 공단으로 유입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농촌에서 도시로 노동자들의 이동은 꼭 그들의 바람만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었다. 70년대 우리나라 상황처럼 농촌의 수익은 ‘상대적으로’ 줄어들었고, 농촌의 잉여인력이 돈을 벌기 위해서는 도시 공장에서 저임금을 받더라도 옮겨가 일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농촌에서 사람들이 빠져나간 이유는 극단적으로 말해 노동 인건비가 싸졌기 때문이다. 고급 상품을 만드는 장인들은 인건비가 비싸다. 하지만 기계설비, 대량생산이 가능해짐에 따라 고임금 노동자보다 저임금 단순 노동자가 많이 필요하게 되었다. 그것을 구매하는 수요자도 도시 노동자 혹은 도시 시민으로 넓어지게 된다.

 

농작물의 생산량은 급격하게 증가할 수 없다. 하지만 공산품은, 특히 면직물은 방적기의 발명 등 대량생산이 가능해짐에 따라 생산량이 급증하게 되었다. 농촌에서 벌어들이는 수익은 그대로 이지만 공장에서 벌어들이는 수익은 늘어났기 때문에 농촌은 상대적으로 돈이 적어지고 도시는 상대적으로 자본이 급증하게 됐다. 도시에 들어온 도시 시민들은 자신과 같은 처지의 노동자들이 싼 임금을 받고 만든 저렴한 공산품을 구매하게 됐다. 수공품이라면 비싸서 절대 살 수 없었던 상품들을 값싸게 살 수 있게 된 것이다.

 

산업혁명의 성공은 노동 인건비가 결정했다고 해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4차산업혁명 이야기를 하면서 산업혁명에 대해 이야기 한 이유는 여전히 중요한 ‘노동 인건비’에 대한 언급을 하고 싶어서다.

 

맨 첫 단락에서 실패한 스티브에 대해 이야기 했었다. NeXT 당시 잡스는 상품 수요를 완전히 실패했다. 역사엔 가정이 없지만 NeXT 컴퓨터 제조공정을 로봇이 아닌 사람으로 했다면 훨씬 잘 대처했을 수 있다. 로봇보다 사람의 수요, 공급이 훨씬 유연하기 때문이다. 아닌말로, 상품 수요가 없으면 노동자는 내보낼 수 있다.

 

새로운 제품의 제조공정을 바꾼다고 했을 때 로봇 자동화는 변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공정을 수정하는 것 자체가 엄청난 비용을 발생시킨다) 이는 첨단기기인 스마트폰이 왜 그 많은 노동력을 필요로 하는지 설명된다. 모순되게도 제품의 라이프 싸이클이 짧아지는 첨단제품 일 수록 자동화는 훨씬 어렵기에 더 많은 노동력이 필요하게 된다. 돌아온 스티브 잡스의 애플이 제조 공장을 미국에서 중국으로 이전한 이유는 노동 수요를 미국내에서 감당하기 어려워서 이기도하다.

 

중국이 세계 공장이 된 이유는 싼 임금 때문만은 아니다. 미국은 레이건 정권 이후로 서비스 산업을 주력하게 되었고 노동력 창출에 필요한 노동인력 공교육을 방치하게 된다. 비교적 우리나라를 포함 동북아시아는 국가에서 주도적으로 제조업 생산에 필요한 교육을 해왔다. (한국에는 삼성전자 현장에 바로 투입이 가능한 준비된 고등학생이 많다)

 

중국에서 정점을 찍은 저임금 고효율 노동시스템은 베트남, 인도 등으로 확산되고 있고 더 나아가 아프리카까지 확대 될 수 있다. (박근혜 정부가 아니 최순실이 개성공단을 폐쇄한 결정은 그렇기 때문에 완전 미친 짓인 것이다) 노동 인건비가 로봇보다 비싸지려면 몇 십 년은 걸릴 것이다.

 

 

② 스마트공장 분야 

-(내용) 참여기업의 ICT 기술 활용 정도 및 역량 평가를 위한 현장진단 컨설팅과 생산성향상설비 구축(스마트공장 구축 포함) 지원

* 단, 스마트공장 분야 신청은 상시 종업원 수 10명 이상, 연매출액 20억 원 이상 중소기업만 신청 가능

-(지원금액) 연계 및 미연계 참여기업별 2,000만원 ~ 4,000만원 지원

연계기업 : 업체당 2천 ~ 4천만까지 지원 가능, 단 2천만 원 초과분에 대해서는 5(지원금액) : 5(기업부담) 매칭

* 총 구축비용이 2천 만원 이하인 경우, 구축비용 전액 지원(자부담 無)

※ 스마트공장 연계기업으로 참가 신청하는 업체는 반드시 지원금액, 구축내용 등에 대해 출연기업(대기업)과 협의 후 신청

 

미연계기업 : 총 구축비용 기준 5(지원금액) : 5(기업부담) 매칭 의무이며, 최대 4,000만원까지 지원 가능

5차년도 산업혁신운동 사업소개 및 참가신청 방법 안내 (2017. 7. )

스마트공장 구축 비용이 기업당 최대 4천만원이다. 중소기업 부담이 50%나 된다.

 

 

우리나라 중소기업 현장을 보면 정부의 중소기업 ‘스마트공장’ 지원은 시기상조일 뿐 아니라 리스크가 너무 크다. 정부에서 현재까지 추진했던 사업들이 세금낭비였을 뿐 아니라 지원하는 사업들도 다분히 대기업만을 고려한 지원이라 할 수 있겠다. 대기업이야 스마트공장이 필요하다면 알아서 잘 투자하겠지만 정부가 나서서 중소기업에 스마트공장을 도입 시키는 건 정부와 대기업이 예산을 약간 투자해 놓고 그보다 더 큰 위험부담을 중소기업이 지라는 것과 같다. 중소기업에게 더욱 절실히 필요한 건 지금 당장 필요한 인력이지 ERP 따위의 소프트웨어가 아니다.

 

 

 

4. 어쩌면 근본적인 산업혁명, 농업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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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휘트니의 조면기, 우) 일라이 휘트니

 

 

미국의 산업혁명은 영국보다 훨씬 뒤쳐져 있었다. 단 미국은 영국(유럽)에 비해 넓은 토양이 있었기에 엄청난 물량의 농산품을 생산할 수 있었다. 그 중 대표적인 상품이 면화다. 면화는 미국 토양에서 재배하기 쉬웠으나 씨앗과 섬유를 분리해내기가 쉽지 않아 많은 노동력이 필요로 하였다. 이때 휘트니라는 사람이 면과 씨앗을 손쉽게 분리할 수 있는 조면기를 발명하였고 이 제품은 삽시간에 퍼지게 된다. 조면기를 경쟁자들이 손쉽게 복제했지만 단순한 구조 때문에 운 없게도 특허를 주장 못했던 휘트니 개인은 이득을 보지 못했다. 하지만 조면기는 미국 플랜테이션 농업을 열며 미국 산업혁명*의 초석이 된다.

 

 

*영국의 산업혁명에서 가장 중요한 기술혁신이 면방직 기술이었다. 면직물을 만들기 위한 재료를 공급하는 데 있어서 미국의 플랜테이션 농장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조면기의 발명으로 미국의 면 생산을 보다 값싸게 할 수 있었고 가격 경쟁력에서 많은 혜택을 받게 된다. 영국이 산업혁명을 주도하게 된 배경에 미국의 조면기 기술이 큰 역할을 하지 않았나 싶다.

 

 

조면기가 인력을 대처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조면기의 사용은 노동 임금에 비해 현저하게 적은 비용이 들었다. 또한 농업 공정이 항상 일관된다. 생산공정이 일관되면 한 번 장비를 구입해서 사용시 장비가 고장날 때까지 쓸모가 있다는 뜻이다. 이는 농업과 제조업의 가장 근본적인 차이라 할 수 있다. 반도체는 무어의 법칙처럼 시간이 지남에 따라 집적도(한 개의 집적 회로에 편성되어 있는 소자(素子)의 수)가 올라간다. 집적도가 높은 새로운 반도체를 양산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오래된 장비가 멀쩡하더라도 쓸모가 없어진다.

 

농업은 수 천 년 동안 아니, 인류가 농사를 지은 이래로 생산공정이 별달리 바뀌지 않았다. 제조업, 특히 전자산업에 비하면 트렌드에 영향을 훨씬 덜 받게 된다.

 

산업혁명 이후 농업은 노동력에 비해 임금이 현저하게 낮아졌지만 농산품 생산은 생각보다 훨씬 높은 숙련도가 필요하다. 아이러니 하게도 농업은 기술의 발달로 인한 기계 의존도가 훨씬 높아지게 됐다. 제조업에 비교해서도.

 

 

 

5. 4차산업혁명이 시작되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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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Key Technology의 VERYX 

 

 

앞에서 말했듯 농업의 작업 난이도는 높고 노동 임금은 현저하게 낮지만 생산공정이 일정하기에 한 번 생산공정에 필요한 장비를 사용하게 되면 오랫동안 장비를 사용할 수 있다.

 

4차산업혁명의 시작은 제조업 기반 스마트공장보다 스마트팜(스마트 농장)에서 시작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리고 혁신은 의외의 곳에서 생겨나기도 한다.

 

필자가 어릴 때 밥을 먹을 때 돌을 씹는 경험을 자주 했었는데 요즘은 웬만하면 밥을 먹을 때 돌을 씹는 경우가 매우 드물다. 도정을 잘해서 일까? 그보다는 쌀 색상선별기로 쌀과 이물질을 완벽히 구별해 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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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media10.simplex.tv/content/540/799/38341/simvid_1.mp4

곡물 선별기를 최초로 만든 영국의 SORTEX사의 Bühler SORTEX A Optical Sorter

 

 

위 영상을 보면 이 장비가 쌀 같은 곡물을 어떻게 분류하는지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현재 곡물 분류 기술은 샘플링 분류가 아닌 100% 검수로 이루어 지고 있다. 

 

 

↓https://youtu.be/0qn7ZFsa6sQ

미국의 대표적인 농산물 선별기 제조사 Key Technology의 VERYX 시리즈(위는 호두 분류)

 

 

쌀 뿐만 아니라 많은 농작물을 응용하여 분류할 수 있다. 그 옛날 조면기가 면화에서 면과 씨를 발라낸 것처럼 곡물 선별기는 농업의 일대 혁신이 되었다. 곡물 선별기는 인간의 노동으로는 도저히 도달할 수 없는 수준까지 발전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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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rtex의 모회사 Bühler 사의 재무상태: Order intake가 2016년 기준 2조 7천억 원이 넘는다

위 그래프는 Bühler 모회사 전체를 나타내지만 곡물 선별기 산업 전체 규모는 조 단위로 예상하고 있다.

 

 

그리고 이 시장의 크기는 위 그래프에서 보듯 결코 만만하지 않다. 우리나라에도 비슷한 제품을 만드는 회사가 있지만 전세계 시장에서는 미미할 뿐이다.

 

(사족: 그리고 농업 자동화(스마트팜) 기술을 찾아보면 놀라운 제품들을 볼 수 있다. 한 번 찾아보길 당부드린다)

 

 

 

6.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정부에서 언급하는 4차산업혁명 중 농업을 진지하게 생각하는 정책을 아직 못 보았다. 왜 그럴까? 이는 다분히 제조업 중심의 사고, 아니 보다 정확하게 말해 대기업 위주의 사고 때문이다. 4차산업혁명이 어쩌면 농업에서 시작될 수 있다는 필자의 말이 허황되게 들릴지도 모른다. IT 산업과 농업은 도저히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겠다.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4차산업혁명은 농업에서 시작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제조업의 노동력은 차고 넘친다. 중국 아니면 베트남, 인도가 기다리고 있고 우리에겐 개성공단 또한 있다. 노동력이 엄청나게 필요하지만 노동인구가 고갈된 산업은 현재 농업뿐이다. 유럽과 미국은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하찮게 생각하고 있던 농업에서 기술혁신을 이루었고 그리고 현재진행중이다.

 

표어 뿐인 4차산업혁명은 듣기 싫다. 공장자동화, ICT, 빅데이터 등 세상이 곧 바뀔 것처럼 말한다. 하지만 그건 허상일 수 있다. 우리의 밥상에 무엇이 올라오는지도 못 보면서 미래 먹거리를 찾는 꼴이다. 중소기업에게 수요파악 없이 비싼 장비를 도입하게 하는 꼴이다. 채무와 함께.

 

정책입안자들은 열악한 중소기업 공장을 가보았을까? 고위 공무원들은 중소기업 현실을 본다면서 대기업이 추천한 천 억 매출 1차 벤더(하청기업)들을 방문한다. 방문 하루 전 그 방문기업들은 직원들을 시켜 정리정돈, 청소 시킨 다음 방문날 브리핑 후에 현장을 쓰윽 한 바퀴 도는 것이 전부다. 결론은 지금은 어렵지만 중소기업의 미래는 밝다로 맺는다. 친대기업 건실한 중소기업으로 대부분의 열악한 중소기업을 죽이는 꼴이다. 물론 이는 가정일 뿐이다.

 

학철부어(涸轍鮒魚)*라는 고사가 있다. 중소기업에게 필요한 건 지금 당장 필요한 노동력일 수 있다. 겨우 돌아가고 있는 공장에 대기업 임원들과 고위 공무원이 와서 들쑤시고 몸에도 안 맞는 지원을 하는 것보다는 보다 긴급하고 근본적인 해결책이 우선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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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국민일보> 삽화 이영은

 

 

학철부어(涸轍鮒魚): 장자는 어느 날 끼니가 떨어져 監河侯(감하후, 하천을 살피는 관리)의 벼슬을 하고 있는 친구를 찾아가 약간의 식량을 꾸어달라고 했다. 도와 줄 생각이 없었던 친구는 그러나 딱 잘라 거절할 수가 없어 2~3일 뒤에 오면 300금을 빌려줄 수 있다고 했다. 당장이 급했던 장주는 이렇게 비꼬았다. “이 곳에 올 때 무슨 소리가 나서 살펴봤더니 수레바퀴 자국에 괸 물 속에 한 마리 붕어가 말라죽게 생겼다면서 물 한 되를 달라고 했다. 그래서 남방의 임금을 만나고 오는 길에 강물을 끌어다 주겠다고 했지. 그랬더니 붕어는 한 되가 당장 급한데 나중의 강물이 무슨 소용이랴 하며 나를 욕하더라.” 붕어를 통해 친구를 꾸짖은 것이다.

 

오늘의 고사성어, 안병화

 

 

 

4차산업혁명의 시작은 IT산업, 로봇산업, 제조업도 아닌 곳에서 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니 이미 시작 됐는지도 모른다. 기존의 산업 패러다임의 연장선상에 있는 언론에서 말한 것과 전혀 다르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