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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인권 규정은 유사한 문구가 많지만

 

전회까지 메이지헌법의 주요 내용이나 현행 일본 헌법의 재정 과정, 그리고 3개 기본 원리 중 국민주권 및 평화주의를 살펴 봤습니다. 또 국민주권과 관련 텐노(天皇)제에 대해서도 언급했죠. 이들 대목은 (적어도 한국 헌법과의 비교에서는) 일본국헌법의 특색이 비교적 뚜렷이 나타나는 부분이었을 겁니다. 읽어준 분도 생소하게 느끼지 않았을까 싶고요. 반면, 이번 회부터 살펴 보게 되는 일본 헌법의 인권 규정은 은근히 한, 두 번 정도는 들어본 적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물론 일본 헌법의 규정 내용을 들어본 적이 있어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차이점이 많은 한국과 일본의 헌법 체제 내지 규정에 있어서도 인권 규정만큼은 '공통된 것으로 보이는' 부분이 종종 있다는 점이 그런 기시감을 느끼게 하는 요인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 글은 헌법 규정의 한일 간 비교를 하려는 것이 아니지만 인권 규정을 보면 일견 유사한 내용인나 용어를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한국 헌법 상 인권 규정은 제2장 '인권의 권리와 의무'에 규정되어 있는데, 그 첫 번째 규정인 제10조에 나오는 문구로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습니다. 소위 말하는 행복추구권이죠. 일본 헌법 제13조에도 '생명, 자유 및 행복추구에 대한 국민의 권리'라는 말이 있고, 역시 '행복추구권'으로 통칭됩니다. 또 한국 헌법 제11조 제1조에 나오는 '법 앞에 평등'이라는 문구. 일본 헌법 제14조 제1항에도 '법 아래의 평등'이라고 비슷한 용어를 찾을 수 있습니다. 이 외에도 똑같거나 상당히 유사한 표현문구는 꽤 많이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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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회부터는 어디선가 본 듯 못 본 듯, 일본국헌법의 인권 규정을 조문 순서대로 차례로 소개합니다. 조문 나열식 서술이 되기 때문에 읽을 거리로서 재미가 좀 떨어질지 모르겠지만 먼저 인권 규정 전체를 개관해 두면 나중에 일본 헌법 상 인권 규정이 문제된 사례를 짚어볼 때 이해가 쉬워지겠다는 생각입니다. 또한 조문을 열거함으로써 한국의 헌법과 비교하기 쉽게 될 겁니다. 한국 헌법을 참조하면서('국가법령정보센터' 웹사이트로 쉽게 열람할 수 있고, 앱을 깔면 더 쉽고 편합니다) 기사에 나오는 각 조문 내용과 비교대조해 보면 나름 재미도 있을 겁니다.

 

단 헌법 조항의 비교대조만으로 안 보이는 것도 꽤 많습니다. 헌법 뿐만 아니라 아예 법이라는 것은 법문으로 나타나는 문구나 표현이 비슷하더라도 그 내용이 다를 수도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일본 헌법이 규정하는 인권 조항을 죽 늘어 놓으면서도 각 조문마다 중요한 포인트는 간략히나마 적시했습니다. 나중에 헌법 조항이 문제된 사건을 검토하기 위한 실마리 정도는 되는 부분이라 관심 있게 읽어주면 다행입니다.

 

지면 관계 상 이번에는 제10조부터 제18조까지만 소개하도록 하고, 이제 슬슬 시작할까요?

 

 

2. 인권에 관한 총칙 규정(제10조~제12조)

 

일본 헌법 제3장은 '국민의 권리 및 의무'라는 제목 아래 각종 권리자유를 죽 늘어놓고 있습니다. 말하자면 일본 헌법의 '인권 리스트'가 바로 여기죠. 조문으로서는 제10조부터 제40조까지, 모두 31개조로 이루어집니다. 그 인권 리스트의 앞 3개 조문, 제10조부터 제12조는 말하자면 인권에 과한 총칙적 규정입니다.

 

第10条 日本国民たる要件は、法律でこれを定める。

 

第11条 日本国民は、すべての基本的人権の享有を妨げられない。この憲法が国民に保証する基本的人権は、侵すことのできない永久の権利として、現在及び将来の国民に与へられる。

 

第12条 この憲法が国民に保証する自由及び権利は、国民の不断の努力によつて、これを保持しなければならない。又、国民は、これを濫用してはならないのであつて、常に公共の福祉のためにこれを利用する責任を負ふ。

 

제10조는 “일본 국민이 되는 요건은 법률로 이를 정한다”고 합니다. 일본 국민이 되는 조건을 법률로 규정한다는 이야기죠. 이 규정을 받아 국적법(國籍法)이라는 법이 제정되어 있습니다. 출생 시 부모 중 한쪽이 일본 국적을 갖고 있거나 귀하 하거나 하면 일본 국민이 된다 등등 일본 국적의 취득이나 상실에 관한 사항이 규정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헌법이 국민이 되는 조건에 대해 일부러 언급한 이유가 무엇일까요? 제3장의 제목을 상기해 보면 쉽게 알 수 있을 겁니다. '국민의' 권리 및 의무였죠. 그렇습니다. 겉보기에는 일본 헌법은 인권의 향유 주체, 즉 인권을 누리는 주체를 일본 국민에 한정하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죠. 이것은 제11조와 제12조의 규정을 보면 더 뚜렷하게 느껴질 건데요, 그럼 일본 헌법은 외국인의 인권을 일절 보호하지 않는 걸까요? 설마 그럴 리는 없죠.

 

이 외에도 인권 향유 여부가 문제되는 주체가 있습니다. 회사나 학교 등 살아 있는 몸은 갖고 있지 않지만 법률 상 독립된 주체로 취급되는 단체(이른바 법인)나 미성년자. 그리고 일본의 특유한 주체로서 텐노(天皇) 등등. 이렇듯이 주체의 성질마다 인권을 누릴 수 있을지, 있을 경우 어느 정도 있을지에 대해 생각할 필요가 있죠. 이번에는 일단 일본 헌법이 전제하고 있는 인권 향유 주체는 일본 국민이라는 점만 확인해 두고 넘어가도록 하지만 흥미로운 사건들이 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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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제11조를 보면 “일본 국민은 모든 기본적 인권의 향유를 방해당하지 아니한다. 이 헌법이 국민에게 보장하는 기본적 인권은 침해할 수 없는 영구한 권리로서 현재 및 장래의 국민에게 주어진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약간 추상적인 이야기가 되어서 죄송한데 이 조문에는 인권의 '고유성(固有性)', '불가침성(不可侵性)' 그리고 '보편성(普遍性)'이 나타나고 있다고 하네요.

 

인권의 '고유성'이란 인간이 텐노나 헌법 자체, 하물며 정부로부터 주어진 것이 아니라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본래부터 가지고 있다는 의미죠(사전으로 '고유하다'를 찾아보면 '본래부터 지니고 있다'는 뜻이 있네요). 참고로 고유하다면서 '주어진다'고 한 부분은 하느님이나 자연, 조물주로부터 부여된다는 뜻으로 해석되는 것이 일반적인 것 같습니다(이른바 자연권 사상의 반영이라 볼 수 있겠죠).

 

다음에 '불가침성'이란 인권은 불가침하다, 다시 말해 침범당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여기서 기억해 두고 싶은 점은 헌법 상 인권 침해의 주체로 전제하고 있는 것이 원칙적으로 공권력(행정권은 물론 입법권도 포함)이라는 점입니다. 이유는 여러가지인데 역사적으로 인간의 권리자유를 침해해 온 주체가 국가였고, 특히 19세기에 접어들면서 국가의 임무를 최소한의 질서유지에 한정하는 자유국가 이념이 힘을 얻게 되면서 '국가로부터의 자유'(국가권력의 간섭을 받지 않는 것)가 유난히 강조되었기 때문이죠. 물론 현재는 대기업을 비롯해서 국가권력 못지않게 막대한 힘을 가진 사적 단체가 인권을 침해하는 사례가 종종 있죠. 그러나 이것은 회사와 노동자의 관계에 헌법 규정을 적용할 수 있느냐는 문제로 따로 논의되어야 될 대목입니다.

 

또 하나 인권의 불가침성과 관련해서 잊어버리면 안 될 것은 인권의 불가침성은 인권의 무제한함을 뜻하지 않는다는 점, 즉 인권에는 한계가 있다는 말이죠. 프랑스 인권선언 제4조가 말했듯이 '자유는 남을 해하지 아니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데에 존재'하는 거죠. 일본 헌법 상 인권의 한계는 이른바 '공공복지(公共福祉)'의 문제로 논의되고 있는데 이것은 바로 밑에서 별도로 살펴 보고자 합니다.

 

세 번째로 '보편성'이란 인권이 인종이나 성별, 신분 등과 상관없이 보편적으로 인정된다는 의미죠. 단 텐노나 외국인 등에 대해서는 별도 논의가 필요하다는 점은 이미 언급한 바입니다.

 

이어서 제12조를 보면 "이 헌법이 국민에게 보장하는 자유 및 권리는 국민의 부단한 노력으로 이를 유지하여야 한다. 또한 국민은 이를 남용하여서는 아니하며 늘 공공복지를 위하여 이를 이용할 책임을 진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일단 주목할 것은 '공공복지를 위하여'라는 부분입니다. 일본 헌법은 각 인권 조항마다 개별적으로 해당 권리자유를 제한하는 기준을 규정하지 않고, 일반적으로 '공공복지'에 의해 제한받는 형식을 취하고 있는 거죠. 제13조가 국민의 권리에 대해 '공공복지에 반하지 아니하는 한'이라고 규정하고 있는 것도 같은 취지죠(경제적 자유권을 규정한 제22조, 제29조에도 공공복지라는 문구가 나오는데 이것은 경제적 자유권을 다룰 때 새로 논의하게 되겠습니다).

 

그래서 일본 헌법 상 인권을 제한하는 근거는 일단 '공공복지'에 있는 것으로 알아두기로 하겠습니다. 다만 '공공복지'가 인권을 제한하는 근거가 되더라도 합헌과 위헌을 가리는 기준, 바꿔 말해서 위헌심사기준(違憲審査基準)은 좀 더 구체적으로 그 내용이 밝혀져야 되죠. 헌법을 배우면서 가장 어려우 부분이기도 한데 가장 재미있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나중에 구체적 사건을 검토하면서 차차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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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행복추구권(제13조)

 

행복추구권이라는 말은 한국 언론에서도 때때로 언급되는 것 같습니다. 물론 한국 헌법 제10조에 규정된 '행복을 추구할 권리'에 대한 언급인데 일본 헌법도 행복추구권에 관한 조문을 갖고 있죠. 바로 제13조입니다.

 

第13条 すべて国民は、個人として尊重される。生命、自由及び幸福追求に対する国民の権利については、公共の福祉に反しない限り、立法その他の国政の上で、最大の尊重を必要とする。

 

일본 헌법 제13조는 "모든 국민은 개인으로서 존중받는다. 생명, 자유 및 행복추구에 대한 국민의 권리에 대하여는 공공복지에 반하지 아니하는 한, 입법 기타 국정 상 최대한의 존중을 필요로 한다"고 합니다. 여기에도 '공공복지'가 인권 보장의 한계라는 점이 나타나고 있는데 제13조와 관련해서는 또 하나 중요한 점이 있습니다. 좀 이따가 소개하겠지만 헌법은 제14조 이하에 더 구체적인 인권 규정을 두고 있는데, 거기서 규정된 인권 리스트는 일본 헌법이 제정되었을 당시 국가권력에 의해 자주 침해당해 온 중요한 권리나 자유를 열거했을 뿐, 결코 현시점의 세상 모든 인권을 망라한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일본 사회도 나날이 변화하고 있고 그에 따라 국민의 인권의식 역시 바뀌고 있죠. 그 결과 헌법 제정 당시에는 중요한 인권으로 구체적으로 규정되지 않았으나 현재는 인간다운 생존을 위해 꼭 필요하고 헌법 상 보호할 만 하다고 여겨지게 되었거나 되고 있는 인권이 있습니다. 프라이버시권이나 환경권 등이 그것이죠. 단 전혀 헌법에 근거하지 않는 인권은 있을 수가 없습니다. 국민 정서나 감정이 어떻든 헌법 상 인권을 새로 만들 수는 없는 거죠. 그래서 만약 '헌법 상 인권 리스트에 열거되지 않았으나 인권으로서 보호받을 만한' 인권은 제13조가 규정한 행복추구권의 일환으로 인정하게 됩니다(소위 말하는 '새로운 인권(しい人権)'). 당초 너무 추상적이라는 이유로 구체적인 법적 권리를 도출할 근거가 되지 못하던 제13조(행복추구권)가 시대 변화에 따라 구체적 권리성을 띠게 된 셈입니다. 이 조문에 관한 중요 사건도 일단은 나중에 자세히 검토하려고 하는 조문입니다.

 

 

4. 법 아래의 평등(제14조)

 

일본 헌법 제14조는 법 아래의 평등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한국 헌법 제11조와 유사한 내용인 것 같네요.

 

第14条 すべて国民は、法の下に平等であって、人種、信条、性別、社会的身分又は門地により、政治的、経済的、社会的関係において、差別されない。

2 華族その他の貴族の制度は、これを認めない。

3 栄誉、勲章その他の栄典の授与は、いかなる特権も伴はない。栄典の授与は、現にこれを有し、又は将来これを受ける者の一代に限り、その効力を有する。

 

제14조는 우선 제1항에서 "모든 국민은 법 아래에 평등하며, 인종, 신조(信條), 성별, 사회적 신분 또는 가문으로 인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 관계에 있어서 차별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이어서 제2항, 제3항에서 각각 귀족제도를 폐지하고 영전(典 ; 공훈이 있는 자에게 주어지는 작위(爵位)나 훈장)에 따른 특권의 금지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조문의 가장 큰 문제는 '법 아래의 평등'의 내용입니다. 일견 법을 적용하고 집행하는 행정부나 사법부가 국민을 차별하면 안 된다(예를 들어 같은 범죄를 저질렀는데도 돈이 있는 자에게는 가벼운 벌을 주고, 돈이 없는 자에게는 무거운 벌을 주는 등 국민을 차별적으로 취급하면 안 된다)는 뜻으로 해석이 될 것 같습니다.

 

물론 이런 '법 적용의 평등'도 매우 중요함은 두 말 할 나위 없습니다. 그러나 아예 법 내용 자체가 평등하지 못하면 제14조의 의미가 완전히 사라져 버리겠죠(법 적용의 평등이 있어도 애초 법 자체가 '돈이 있는 자에 대한 형은 돈이 없는 자가 받을 형의 10분의 1 수준으로 한다'고 규정해 버리면 헌법이 평등권을 보장한 의미가 없어지죠). '법 적용의 평등'과 함께 '법 내용의 평등'이 보장되어야 할 까닭입니다. 다만 사람은 가지각색, 타고난 능력이나 재능에 차이가 있고, 놓여 있는 사회적경제적 환경도 사람마다 다르기 마련이죠.

 

형식적기계적 평등을 추구하게 되면 오히려 헌법이 추구하는 평등 이념에서 현실이 더욱 동떨어질 가능성도 있을 겁니다(평등을 형식적으로 적용해서 고소득자와 저소득자의 소득세율을 같은 수준으로 책정하는 것이 과연 평등하다 할 수 있을까요?). 평등원칙 역시 판례상 흥미로운 사건이 꽤 많이 있는데, 지금은 일단 자의적인 차별은 허용되지 않지만 사회통념상 합리적인 범위 내서 다르게 취급하는 것은 허용될 수 있다, 이 정도 이해하고 넘어가기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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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참정권(제15조)

 

제15조는 주권자로서 국민이 나라 정치에 참가할 권리, 소위 참정권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第15条 公務員を選定し、及びこれを罷免することは、国民固有の権利である。

2 すべて公務員は、全体の奉仕者であって、一部の奉仕者ではない。

3 公務員の選挙については、成年者による普通選挙を保障する。

4 すべて選挙における投票の秘密は、これを侵してはならない。選挙人は、その選択に関し公的にも私的にも責任を問われない。

 

주권자인 국민은 나라의 정치에 참가할 권리를 가지는 점은 이미 살펴 본 바 있습니다. 그런 '정치참가'의 방식은 여러가지가 있고 최근 한국 정치를 크게 움직였던 촛불집회도 정치참가의 한 스타일이라 할 수 있죠. 그러나 일반 국민이 정치에 참가하는 가장 유력하고 직접적인 방법은 선거권피선거권을 행사하는 것을 통해 이루어지는 게 일반적이죠.

 

제15조 제1항이 "공무원을 선정하고 또한 이를 파면하는 것은 국민 고유의 권리다"라고 규정하는 것은 그런 취지를 나타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어서 제2항은 "모든 공무원은 전체의 봉사자이지, 일부의 봉사자가 아니다"라고 하네요. 일본어 어휘 중에 '이익유도(利益誘導)형 선거'라는 말이 있습니다. 국회의원선거에서 자신이 출마한 선거구에 이익을 끌어올 것을 약속하면서 선거활동을 하는 것을 가리키는데요. 국회의원이 특정한 지역의 이익을 위해 일한다고 대놓고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하면 그런데, 그런 선거 전략이 유효하다(당선이 된다)는 것은 제15조 제2항의 취지가 국민에게 아직 침투하지 않았다는 셈이죠.

 

제3항은 "공무원의 선거에 대하여는 성년자에 의한 보통선거를 보장한다"는 것입니다. 종전 일본에서는 성인연령을 만 20세로 규정했었으나 2016년 6월에 시행된 개정 공직선거법에 의해 현재는 만 18세 이상인 국민에게 선거권이 부여됩니다(이 법개정은 헌법 개정을 위한 국민투표의 투표연령이 만 18세로 인하된 것에 맞춘 조치라고 합니다). 제4항은 "모든 선거에서의 투표의 비밀은 이를 침해하여서는 아니 된다. 선거인은 그 선택에 관하여 공적으로도 사적으로도 문책당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합니다. 이 조문은 제3항이 규정한 보통선거와 함께 이른바 선거권의 요건과 관련되죠.

 

국민주권 이념을 실효성 있게 국가 정치에 반영시키려면 선거가 공정해야 되는데 선거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한 조건이 바로 '선거의 요건'입니다. 일반적으로 선거의 요건으로서 지적되는 조건은 ①보통선거, ②평등선서, ③자유선거, ④비밀선거, ⑤직접선거의 5가지인데 선거권의 요건이라는 관점에서는 ①과 ②가 특히 중요한 것 같습니다. ①보통선거의 '보통'은 좁게는 '보유재산이나 납세금액을 선거권 부여의 조건으로 하지 않을 것'을 뜻합니다. 넓게는 '재력 뿐만 아니라 학력, 성별 등을 선거권 부여의 조건으로 하지 않을 것'을 뜻한답니다. 국민주권 원리를 중시하는 입장에서는 '보통'을 넓게 이해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 같습니다. ②평등선거는 '선거권의 가치는 평등하다'는 취지입니다. 소위 말하는 '일인일표 제도'로 논의되는 것이 바로 이거죠. 중요한 판례도 있어서 나중에 구체적으로 살펴 보게 될 것입니다.

 

 

6. 청원권(제16조)

 

국민이 정부에 대해 정치적 의사를 표명하는 수단으로써 청원을 할 권리를 청원권이라고 부르죠. 일본 헌법에서는 제16조가 규정하고 있습니다.

 

第16条 何人も、損害の救済、公務員の罷免、法律、命令又は規則の制定、廃止又は改正その他の事項に関し、平穏に請願する権利を有し、何人も、かかる請願をしたためにいかなる差別待遇も受けない。

 

제16조에 의하면 "누구든지 손해의 구제, 공무원의 파면, 법률, 명령 또는 규칙의 제정, 폐지 또는 개정 기타 사항에 관하여 평온하게 청원할 권리를 가지며, 누구든지 이러한 청원을 했다는 이유로 어떠한 차별 대우도 받지 아니한다"라고 니다. 국민주권 원리에 기초한 의회정치가 발달되고 언론의 자유가 널리 인정됨에 따라 청원권의 의의는 상대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추세임은 사실이죠. 하지만 국민의 중요한 의사 표명 수단으로서 '참정권'적인 역할을 하는 면도 있어서 아직 중요한 인권이라 하겠습니다. 다만 청원권이 보장된다 해서 청원을 접수한 기관이 법적으로 구속되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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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국가배상권(제17조)

 

제17조는 국가배상권에 관한 규정입니다.

 

第17条 何人も、公務員の不法行為により、損害を受けたときは、法律の定めるところにより、国又は公共団体に、その賠償を求めることができる。

 

제17조는 "누구든지 공무원의 불법행위로 인하여 손해를 입은 때에는 법률이 정한 바에 의하여 중앙 정부 또는 지방자치단체에 그 배상을 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대일본제국헌법(메이지헌법)에서는 정부에는 잘못이 없다는 전제가 있었던 것과 좋은 대조를 이루는 부분이죠. 배상청구권의 구체적 내용은 국가배상법에서 규정하고 있습니다.

 

 

8. 노예적 구속으로부터의 자유(제18조)

 

제18조는 노예적 구속으로부터의 자유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인간의 존엄에 반한 비인도적 구속을 근절하려는 것이죠.

 

第18条 何人も、いかなる奴隷的拘束も受けない。又、犯罪による処罰の場合を除いては、その意に反する苦役に服せられない。

 

제18조의 규정 내용은 "누구든지 어떠한 노예적 구속도 받지 아니한다. 또한 범죄로 인한 처벌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그 뜻에 반하는 고역을 강요당하지 아니한다"는 것입니다. '노예적 구속'이라 함은 대략 자유로운 인격을 부정할 정도의 신체의 자유를 구속하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줄이나 끈으로 몸을 묶는 등 신체에 대한 직접적 구속은 물론 예를 들어 노동자를 강제 노동시키기 위해 외딴 곳에 가둬놓고 이동의 자유를 박탈하는 것도 '노예적 구속'에 해당할 겁니다. 한편 '그 뜻에 반하는 고역'이라 함은 널리 자신의 의사에 반해서 강제당하는 노역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습니다. 토목 공사 현장에서 강제되는 노동이 전형적인 사례이죠. 또한 징병제에 의한 병역도 '그 뜻에 반하는 고역'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학설상 통설인 것 같습니다.

 

(이번에는 일본 헌법 상 인권 리스트 중 제10조부터 제18조를 소개해 봤습니다. 다음 회에는 제19조부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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