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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견학을 좋아하는 일본인

 

일본인이 좋아하는 나들이 장소에 ‘공장’이 있습니다. 기업이 가동하는 공장에 가서 제품의 제조과정을 견학하는 거지요. 시험 삼아 구글에 “工場見学 首都圏(공장견학 수도권)”이라고 검색해 보면 “공장견학을 가자!! 렛츠 엔조이 도쿄”라든지 “공장견학 - 관동 공장견학. 아이들의 놀이터・나들이 스팟”, “부모자식 간 체험&배운다!! 공장견학 특집 2018” 등등 가 볼 만한 공장견학을 소개하는 웹사이트가 뜨는가 하면, 지도 전문 출판사인 쇼분샤(昭文社)는 공장견학에 특화된 지도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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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분샤가 판매하는 공장견학 전문 가이드맵. 도쿄・수도권에 있는 견학 가능한 공장을 수록.

 

일본에 있는 거의 모든 제조업이 공장견학 투어를 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지요. 기업은 제품을 홍보하며 이미지를 높일 수 있고, 견학자는 평소 접하기가 어려운 제품의 제조과정을 직접 볼 수 있는 윈윈(win-win)의 관계.

 

이거 말고도 공장견학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또 있습니다. 대부분의 공장이 무료로 견학을 시켜주는 것도 있지만, 더 큰 인기의 비밀은 많은 공장이 제품이나 관련된 기념품을 선물로 준다는 점. 매우 다양해서 하나씩 들 수 없을 정도인데, 술이나 음료수를 제조하는 회사의 경우 대부분 마지막 차례에 ‘시음’이 있는 것이 아주 매력적이지요. 필자가 사는 수도권 지방에만 해도 아사히맥주를 비롯해 기린, 삿포로, 산토리 등 맥주 제조사의 공장이 있고 도쿄 시내에는 에비스맥주의 공장 겸 기념관이 있습니다. 맥주 외에도 일본주, 와인, 양주 등을 제조하는 공장도 꽤 있고요.

 

마침 필자의 한국 친구가 도쿄에 놀러 온다길래 그와 같이 기린 맥주 토리데공장에 견학을 가기로 했지요. 토리데를 선택한 이유는 그냥 필자 집에서 가장 가까운 맥주공장이기 때문입니다.

 

 

2. 기린맥주 토리데공장(キリンビール取手工場)과 견학투어

 

기린맥주 토리데공장은 이바라키현 토리데시(茨木県取手市)에 있는 기린맥주 공장. 기린맥주의 공장 중에서 최대규모라네요. 1970년에 문을 열었고 기린맥주가 운영하는 9개의 공장 중 두 번째로 역사가 길답니다(첫 번째는 요코하마공장). 여기서 생산되는 제품은 기린맥주의 대표라고 할 수 있는 “이치방시보리(一番搾り)”나 “기린라거(ラガー)” 등 맥주류, 각종 발포주(맥주와 유사하지만 재료가 좀 달라서 맥주로 분류되지 않음), 츄하이(일본 소주에 각종 과즙을 넣고 맛을 낸 술) 등. 근처를 흐르는 토네가와 수계 코카이가와(小貝川)의 맑고 깨끗한 물과 제품수송에 편리한 국철 죠반센 토리데역에 가깝다는 입지가 합쳐져서 이곳에 자리를 잡았답니다(현재 제품수송은 트럭으로 하고 있지요).

 

기린맥주 토리대공장에서 즐길 수 있는 견학투어 중 가장 인기가 있는 것은 바로,

 

“기린 이치방시보리~맛의 비밀 발견 투어~”

 

입니다. 투어 이름에서 알 수 있다시피 이 투어는 맥주의 일반적인 제조과정을 그냥 소개하는 것이 아니고, ‘이치방시보리’가 왜 이렇게나 맛이 있는지, 그 비밀을 발견하자는 컨셉이지요. 필자가 맥주 제조에 대한 지식이 없어서 그런지 실제로는 일반적인 제조과정과 크게 다른 바가 없어 보이는데, 막상 견학투어에서 세뇌당해 보면 “오늘부터는 이치방시보리를 마셔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게 무섭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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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치방시보리를 내세우는 투어의 공식 사이트. 여기서 바로 참가신청할 수 있긴 한데…

 

하여튼, 견학투어는 제조 공정에 따라

 

1) 재료(맥아, 홉) 체험

2) 맥아 끓이기 및 홉 첨가(큰 가마 보기)

3) 맥아즙 시음

4) 발효・저장 탱크

5) 패키징

6) 맥주 시음

 

순서로 되어있습니다. ①재료 체험에선 맥주의 주원료인 맥아와 홉을 실제로 만져볼 수 있지요. 맥아는 맛도 볼 수 있고, 홉도 향을 맡을 수 있습니다. ②맥아 끓이기과 홉 첨가 과정에서는 보리를 끓이고 홉을 첨가하는 큰 가마를 볼 수 있지요. 일본어로 “仕込み(시코미)”라고 불리는 공정입니다. ③맥아즙 시음 차례에서는 참가자가 직접 맥아즙을 마시고 맛을 볼 수 있습니다. 견학투어의 고비로 참가자의 대부분이 여기서 세뇌당하는 것으로 보이죠. ④발효・저장 탱크는 패키징 과정으로 이동하는 버스 안에서 살짝 볼 수 있을 뿐인데 동승한 직원분이 여러 가지를 설명해 줍니다. ⑤패키징은 맥주를 캔이나 병에 담고 뚜껑을 덮는 과정으로, 제품을 최종적으로 검사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마지막 ⑥맥주 시음 차례에서는 방금 막 만들어진 생맥주의 맛을 볼 수 있지요. 맥주 글라스로 3잔만 마실 수 있는데, 맥주공장에 차를 몰고 온 또ㄹ... 아니, 분이나 미성년자 등을 위한 음료수도 마련돼 있습니다.

 

참가 신청에 대해서는, 만약 같이 가줄 일본인이 있으면 그분한테 시키는 것이 편합니다. 인터넷으로 쉽게 예약할 수 있으니까요. 만약 시킬 일본인이 없다면 좀 귀찮습니다. 무슨 이유 때문인지 “외국에서 올 분은 전화로 예약해 주세요”라는 방침이 있어서 말이죠.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는데 아마 설명을 일본어로 하기 때문에 최소한의 일본어는 알아들을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네요. 해외에서 전화 걸어야 되나를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견학투어는 가기 직전이라도 자리가 있으면 (아주 예외적인 경우를 빼고는 꼭 있으니) 일본에 들어와서 예약 전화를 걸어도 괜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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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서 올 경우’엔 꼭 전화로 예약해야 하네요. 귀찮긴 하지만 공짜로 맛있는 맥주를 마실 수 있다고 하면 괜찮은 것 같네요.

 

그럼, 슬슬 이치방시보리의 비밀을 살펴보는 투어를 해볼까요. 저는 한국에서 온 친구와 같이 갑니다.

 

 

3. 이치방시보리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살펴봅시다

 

토리데공장에 가장 가까운 전철역은 JR죠반센(常磐線) 토리데(取手)역. 토리데역에서 내려서 시내버스로 갈아타도 되고, 날씨가 좋으면 걸어가도 될 것 같습니다. 필자는 한국 친구와 JR 카시와(柏)역에서 만나서 일단 토리데역까지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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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R 카시와역 4번 승강장에서 죠반센을 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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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에 아비코(我孫子)역을 지나갔는데 아비코에는 JR 동일본의 차량기지가 있어요. 사진에 보이는 차량은 아비코를 기점으로 키타센쥬(여기까지 JR구간)를 경유해서 지하철 치요다선(千代田線)구간으로 연결되는 차량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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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네가와(利根川)를 건너 이바라키현(茨木懸)에 들어갑니다. 아, 일본에서 가장 유역면적이 넓은 강이 토네가와라고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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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시와에서 토리데까지 8분이면 도착.

 

토리데역에서는 서쪽출구로 나가면 됩니다. 이번에 예약한 견학투어는 오후 3시 반. 기린맥주 홈페이지의 안내문대로 3시에 토리데역을 출발하는 버스를 타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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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리데역 서쪽출구. 평일 오후인데도 사람이 오가는 것을 보니 토리데도 만만찮은 도시인가 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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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쪽출구에서 나와 로터리에 내려가니 필자 일행이 탈 버스가 출발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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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번 승강장에서 탑승. 한 시간에 두 번이라는 배차간격을 보고 역시 토리데는 시골 마을이 아니라고 생각하는지(토리데 도시설 포기), 일본에서는 역시 버스 이용자가 많지 않나보다 라고 생각하는지(토리데 도시설 유지)는 독자 여러분의 판단에 맡기겠습니다.

 

여담이지만 일본에서 버스를 탈 때는 크게 두 가지를 주의해야 합니다. 하나는 “뒤에서 승차, 앞에서 하차”입니다. 이것은 문제 될 건 거의 없지요. 다른 하나가 혹시 문제 될 수 있어서 중요한데, 그것은 일본의 노선버스는 거리에 따라 요금이 달라질 경우가 많다는 점. 이 경우 버스를 탈 때에 교통카드(Suica나 PASMO 같은 교통용 IC카드)를 꼭 찍어야 됩니다. 내릴 때 다시 찍으면 거리에 따라 자동적으로 요금이 계산되지요. 교통카드가 없으면 뒷문에 설치된 ‘정리권 발급기’에서 정리권(껌보다 좀 짧은 종이)를 뽑으면 됩니다. 정리권에는 버스를 탄 정류장에 배정된 번호가 적혀 있고, 하차 정류장마다 버스 앞쪽에 설치된 안내판에 그 번호에 상응하는 요금이 제시됩니다. 하차할 때에 정리권을 현금과 같이 요금함에 투입하면 되지요. 예를 들어 A 정류장에서 타면서 정리권을 뽑았더니 “3”이라고 찍혀 있고, 내리는 B 정류장에 버스가 선 시점에서 요금 안내판 중 ‘3’에 “280”라고 되어 있다면 내릴 때 280엔 내면 된다는 뜻이죠. 많은 경우 기점을 출발할 때에는 정리권을 발급하지 않기 때문에 요금 안내판 상 “なし(없음)”라는 표시도 있지요. 기점에서 타고 중간에 정리권을 뽑는 것은 삼가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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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시내버스는 거의 다 “뒤 승차, 앞 하차”입니다. 승차 시 교통카드를 대거나 정리권 뽑기를 까먹지 마세요. 또 현금으로 승차 시에는 미리 동전을 준비해 놓으면 좋습니다. 차 안에 환전기가 설치돼 있기 때문에 없어도 문제는 없지만요. 단, 1만엔 짜리, 5천엔 짜리는 환전 못하니 조심해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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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버스 안 풍경. 손잡이가 너무 많아서 무슨 놀이기구 같네요. 하차는 물론 환전이 필요할 때에도 버스가 완전히 멈추고 난 뒤에 일어나면 충분합니다. 오히려 버스 주행 중에 일어서면 기사분에게 경고를 받을 수가 있어서 괜히 기분 나빠질 수 있어요.

 

토리데역을 출발한 지 한 10분이면 공장에 가장 가까운 “키타나카하라” 정류장에 도착. 버스를 내리고 돌아보면 저 멀리 붉은색 간판에 흰색 글자로 “KIRIN”이라고 있는 간판이 보입니다. 길을 잃을 걱정은 없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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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에서 내리고 돌아봤더니 아직 버스가 출발 안 했음. 시골 마을을 돌아다니는 버스인데도 하이브리드라 좀 놀랐네요.

 

간판이 있는 쪽을 향해 5분 정도 걸어가면 기린맥주 토리데공장 정문에 도착. 경비실이 있는데 그냥 들어가도 되고, “아, 스이마세~엥, 켕가쿠니 키마시타~!!(저기, 안녕하세요, 견학하러 왔습니다)” 정도 인사하면 더 좋고요. 정문에 들어가서 왼쪽을 보면 바로 안내판과 함께 좀 멀리 견학투어 접수대가 있는 게스트하우스가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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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린맥주 토리데공장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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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학자용 안내판. 저쪽에 입구도 보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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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스트하우스에 연결된 복도. 비나 눈이 내릴 때에는 반갑겠지요.

 

끝까지 따라가면 흡연실과 게스트하우스가 있습니다. 담배 피우시는 분은 여기서 한 대 태워도 되고 바로 게스트하우스로 들어가도 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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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연바람이 불고 있는 가운데 넉넉한 흡연공간을 마련해 주는 기린맥주 토리데공장.

 

흡연실에서 인간성을 회복한 뒤 필자 일행은 게스트하우스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기념품 매장이었지요. 기린맥주에 관련된 상품과 일반 음료수를 제조하는 기린베버리지에 관한 것도 있네요. 견학을 다 마치고 뭔가 사가기로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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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스트하우스에 들어가면 바로 매점. 가족이나 친구한테 선물하기에 딱 좋은 물건들로 가득하지요. 쓰고 싶은 맥주잔도 있어서 오자마자 고민이 깊어졌습니다.

 

게스트하우스에 도착하면 먼저 접수를 합니다. 접수대에서 예약자의 이름을 전하면 먼저 주의사항이 적혀 있는 판을 건네주더라고요. 주의사항에 대해 다 알겠다고 하니 명패하고 안내 책자를 줍니다. 주의사항은 그냥 “차로 왔다면 맥주는 시음 못 한다”라든지 “안내해주는 직원에게 개인적인 질문을 하지 말라”든지 그런 겁니다. 상식과 신사 정신을 갖춘 필자 일행한테는 전혀 쓸데없는 주의사항이었는데 실제로 금지사항을 어기는 사람이 있어서 그랬겠지요. 부끄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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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수대에서 받은 명패와 안내 책자. 기분이 고조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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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수대 정면에 있는 전시 스페이스. 지금 토리데공장에서 제조하는 모든 제품의 패키지가 있는 것 같습니다. 하트랜드 맥주도 기린이 만들고 있군요.

 

좀 기다리면 드디어 투어입니다. 당일은 필자 일행하고 한 커플, 모두 4명이 참가했었습니다. 참가 인원이 너무 많아도 그런데 너무 적은 것도, 투어가 빈약하지 않을까 싶어 걱정되기는 하더라고요. 이런 걱정을 하는 사이, 먼저 토리데공장에 관한 기본 정보를 알려 주는 동영상을 감상합니다. 저번에는 아이돌그룹인 아라시(嵐)가 등장해서 이런저런 설명을 해줬던 것 같은데 이번에는 배우인 츠츠미 신이치(堤真一) 씨가 나왔네요(츠츠미 신이치 씨는 일본판 “용의자 X”의 주인공 역할을 맡은 배우이니 아는 분도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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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리데공장 해설 동영상이 시작됩니다. 1970년에 문을 열었다니 꽤 됐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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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츠미 신이치 씨가 견학투어의 시작을 선언합니다. 생김새도 그렇지만 목소리가 무척 매력적인 갓 같습니다.

 

견학투어는 게스트하우스 맞은편에 있는 건물에서 시작됩니다. 첫 번째는 재료 체험. 맥주의 주원료인 맥아와 홉을 경험할 수 있지요. 안내해주는 분이 “맥아를 살짝 씹어 보면 향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라고 하네요. 진짜로 그렇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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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어를 위해 다른 건물로 이동. 참가자는 필자 일행을 포함해서 4명밖에 없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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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차례는 원료 체험. 맥주에 쓰이는 맥아와 홉을 직접 만질 수 있지요.

 

홉을 손가락으로 부드럽게 쪼개면 아주 미세한 노란색 가루가 보입니다. 향기를 맡아 보니까 맥주다운 향기이었던 것 같습니다. 처음에 홉을 맥주의 원재료로 쓴 사람한테 깊이 감사하고 싶었지요. 참 좋은 향기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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홉을 쪼개면 보이는 노란색 가루가 향의 비밀이라네요.

 

다음엔 맥아를 끓이고 홉을 더하는 과정입니다. 화면에 나오는 설명을 보며 크나큰 가마를 가까이서 보고 만져볼 수 있었습니다. 옛날에는 구리로 만든 가마(필자가 만져 본 것)를 사용했었는데 지금은 관리가 쉬운 스테인리스 가마를 쓰고 있답니다. 양조 가마가 있는 방이 꽤 더워서 안내해주는 분에게 일부러 실온을 높게 유지하고 있냐 물어봤더니 그냥 에어콘이 없어서 그렇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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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물을 보면서 설명을 들으면 어쩐지 더 설득력이 있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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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쓰던 양조 가마. 직접 손으로 만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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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양조 가마. 칙칙해진 구릿빛이 역사를 느끼게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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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색으로 빛나는, 현재 가동 중인 스테인리스제 양조 가마. 구리 가마와의 대조가 재미있지요.

 

그런데 “이치방시보리”가 왜 “이치방시보리”라는 이름인지 아십니까? 그 답이 바로 이 과정에 있습니다. 일본어로 “仕込み(시코미)”라고 불리는 이 과정에서는 부순 맥아를 조금씩 가열해서 “もろみ(모로미)”, 즉 맥주의 전 상태를 만든답니다. “맥아 죽” 같은 거지요. 모로미를 여과해서 맥즙(麥汁)을 걸러내는데 이치방시보리 맥주는 이 여과 과정에서 첫 번째로 걸러낸 맥즙만 사용한다네요. “이치방(一番)”이 “첫 번째”라는 뜻이고 “시보리(搾り)”는 “짜내기” 정도의 뜻이니 한국어로 하면 “첫 짜내기” 정도가 될까요. 다른 맥주가 여러 차례 걸러진 맥아를 섞어 사용하는 것과 비교하면 엄청 사치스럽다고 할 수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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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치방시보리의 가장 큰 특색은 첫 번째로 걸러내진 맥즙만 사용하는 점. 이치방시보리라는 상품명의 유래이기도 하고요.

 

평소에는 첫 번째로 짜내진 맥즙과 두 번째로 짜내진 맥즙을 비교할 기회가 없지만, 공장견학에서는 직접 보고, 또 맛을 비교할 수 있습니다. 필자도 깜짝 놀랐는데 빛, 맛, 향기가 다 다릅니다. 맥주 공장견학이라고 하면 많은 분들이 제품(맥주)의 시음 시간을 강조할 텐데, 개인적으로는 맥즙 시음도 너무 인상 깊었고 재미있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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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맥즙과 두 번째 맥즙을 직접 비교할 수 있습니다. 향기부터가 다른데 실제로 마셔보면 더 큰 차이를 느끼지요. 깜짝 놀랐습니다.

 

시코미 과정 다음엔 발효 과정입니다. 맥즙을 식히고 효모(酵母)를 더하는 공정이지요. 설명을 듣고 살아 있는 효모를 현미경으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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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견학에서는 공정마다 알기 쉽게 설명해 주고 질문에도 답해 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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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미경으로 살아 있는 효모를 볼 수 있습니다.

 

역동적인 효모를 본 다음에는 버스를 타고 패키징 공정을 보러 이동합니다. 중간에 맥주를 저장하는 탱크를 엿볼 수 있는데 버스 안에서 밖을 촬영하면 안 된다네요. 패키지 공장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설명들은 걸 요약하면 토리데공장의 출하처는 관동지방이고, 저장탱크에는 엄청난 양의 맥주가 들어있답니다. 기억이 깜깜한데 하나의 저장탱크에 들어있는 맥주를 매일 350ml씩 마시면 3,300년 정도 걸린다는 이야기가 나왔던 것 같습니다(일단 이런 깜깜한 부분이 있는 것이 독자 여러분의 호기심을 더 자극해서 좋지 않나 싶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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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이야기를 듣다가 패키징 공장에 도착. 2층으로 계단을 올라가니 기린맥주의 옛날 홍보 포스터가 전시돼 있었습니다. 오래된 것도 너무 오래되면 멋을 되찾는 것 같아요. 시간 관계상 하나씩 천천히 볼 수 없었던 게 아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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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키징 공장에 들어가면 복도에 기린맥주의 역대 포스터가 전시돼 있습니다. 레트로한 느낌이 오히려 신선하기도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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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키징 공정에 접어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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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키징 전의 캔. 늘 보고 있는 것 같기도 한데 은근히 드문 모습이죠.

 

당일에는 병맥주의 패키징 라인이 가동중이었습니다. 먼저 병에다 맥주를 담고 뚜껑을 덮는데 동시에 양과 품질 검사도 한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라벨이 부착된 맥주가 노란색 케이스에 담겨서 출하되는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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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벨 부착 과정. “더 공장”이라는 느낌이 들죠.

 

이상으로 “공부 시간”은 끝. 다음 차례는 기다리고 기다리던 시음시간입니다.
 

 

 

(이하 (하)편으로 이어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