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1. 미국이 오랫동안 단교했던 국가와 국교를 정상화한 최근의 사례로 미국-쿠바 국교정상화를 들 수 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2016년 3월 30일에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88년만에 쿠바를 방문했으며, 이 국교 정상화는 오바마 정권의 대표적인 치적으로 평가받습니다.

 

642. 미국의 대통령이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먼 거리를 이동한 유명한 사례로 트루먼 대통령과 맥아더 장군의 웨이크 섬 회담이 있습니다. 당시 도쿄에 주재하던 맥아더를 만나기 위해 대통령이 조금 더 먼 거리를 이동한 셈인, 후일담이 많은 회담이었죠.

 

643. 김일성 전 주석과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은 비행기 탑승을 싫어했던 것으로 유명합니다. 거의 공포증에 가까웠다고 하죠. 이유에 관해선 여러 설이 있습니다. 고소공포증설, 암살에 대한 우려설, 비행기 사고 목격 트라우마설, 심지어 척추에 문제가 있어 착륙 충격을 싫어해서란 설도 있었죠.

 

644. 김일성 전 주석은 해외 방문에도 가급적 열차를 이용했지만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모스크바로 빨리 오라고 할때 그를 기다리게 할 입장까진 아니었습니다. 1986년 10월 24일, 김일성 전 주석은 모스크바 방문을 위해 비행기에 탑승합니다. 매우 드문 비행기 탑승 기록이지요.

 

645. 한편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은 정말로 비행기 탑승을 꺼려했습니다. 방중 때도 한사코 열차만을 고집했고, 북한은 이를 "야전열차를 타고 끝없는 현지지도의 길을 이어가는" 지도자라는 식으로 포장하곤 했습니다. 심지어 사망 소식도 "달리는 야전열차 안에서 서거"했다고 나왔지요.

 

646. 국제정치는 인류 이성의 극치를 달리는 두뇌게임이지만, 때론 황당할 정도로 기본적인 사실이 큰 고민거리가 되기도 합니다.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이 나이를 먹어가자 많은 전문가들이 "그의 아들들은 비행기를 탈 수 있는가"에 상당한 관심을 보였습니다. 비행기를 타야 외교를 할 테니까요.

 

647.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북한의 실권을 장악한 뒤, 그가 비행기에 탑승할 수 있다는 것에 크게 안도한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2018년 6월 10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항공편을 통해 싱가포르에 도착합니다. 여러 모로 역사적인 순간이었지요.

 

648.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이동을 위해 같은 기종의 여러 비행기가 동시에 움직인 것이 큰 화제가 되었습니다. 권력자가 안전을 위해 동일한 교통수단을 동시에 여러 대 운용하는 건 진시황이 여러 대의 마차로 장량과 창해역사의 암살 시도를 회피한 것에서도 기록을 찾을 수 있는 유구한 전통입니다.

 

649. 미국 대통령 전용기는 흔히 '에어포스 원' 즉 공군 1호기로 알려져 있지만 이것은 사실 대통령이 탑승했을 경우의 콜사인 입니다. 미 공군은 보잉 VC-25기 2대를 대통령 전용 수송기로 사용하고 있지요. 여기에 미국 대통령이 탑승하면 그 비행기가 에어포스 원이 되는 것입니다.

 

650. 호텔명이 역사에 남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플라자 합의'는 뉴욕 플라자 호텔의 이름에서 나온 것이고, '--게이트'라는 표현의 어원이 된 워터게이트 사건의 '워터게이트'도 사실 워싱턴 D.C.의 호텔 이름입니다. 싱가포르 카펠라 호텔의 이름이 어떻게 역사에 남을지 함께 지켜보도록 하죠.

 

651. 정상회담 장소는 각국의 경호 각축전이 벌어지는 동시에 소리 없는 첩보 전쟁이 벌어지는 현장이기도 합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판문점 회담에서도 김정은 위원장이 지문 등 생체정보를 남기지 않기 위해 사용하는 펜까지 신경을 썼다는 후일담이 나오기도 했지요.

 

652. 김대중 전 대통령은 2000년 6월 13일, 한국 대통령으로서는 최초로 북한을 방문합니다.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은 공항까지 마중을 나왔고, 환영행사 뒤 김대중 대통령이 차량에 탑승할 때 차 왼편에서 기다리다 김 전 대통령이 상석인 뒷자석 오른쪽에 앉자 자신도 옆자리에 탑승합니다.

 

653. 김대중 전 대통령과 그에게 상석을 양보하며 차에 탑승한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을 태운 차량은 이후 순안공항에서 백화원 영빈관까지 이동합니다. 여기에 소요된 시간은 약 50분이며, 이 50분간 차량 안에서 무슨 대화가 오고갔는지가 당시 수년간 각국 첩보기관의 지대한 관심사였습니다.

 

654.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판문점 회담 당시 도보다리 산책과 이후 이어진 배석자 없는 독대가 큰 관심을 끈 것에는 이런 배경도 있었습니다. 18년 전 남북 정상은 차량 정상회담이란 형태로 각국 첩보기관을 따돌렸지만, 판문점 회담에선 두 정상의 독대가 영상으로 생중계 됐죠.

 

655. 독순술 혹은 독순법이라는 기술이 있습니다. 입술의 움직임, 다시 말해 입모양만을 가지고 그 사람이 어떤 말을 했는지를 읽어내는 기술입니다만, 정상회담과 같은 큰 정치적 이벤트에서 마이크 없이 영상만 촬영할수 있는 장면이 생기면 각국의 독순술 전문가들은 자연히 바빠지게 되지요.

 

모래반지 빵야빵야

656.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취임 첫 해인 2009년에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습니다. 그리고 임기말인 2016년에 한 TV쇼에 출연해 아직까지도 자신이 왜 그 상을 수상했는지 모르겠다고 농담을 했죠.

 

https://youtu.be/aRQLU3IwNYs

4분 14초부터

657. 일본의 전 총리인 사토 에이사쿠는 1974년에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고, 만들지 않고, 반입하지 않는다는 비핵 3원칙을 제창한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 평화상을 수상합니다. 그러나 이 수상에 대해서는 이견도 많았지요.

 

658. 지금까지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미국 대통령은 총 4명입니다. 시어도어 루즈벨트, 우드로 윌슨, 지미 카터, 버락 오바마가 그 주인공이었지요. 이 가운데 지미 카터를 제외한 세 명은 모두 대통령 재임기간 중에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습니다.

 

659.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의 성과를 토대로 노벨 평화상을 수상하게 된다면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다섯 번째 수상자가 되며 재임 중에 받는다면 네 번째 재임 중 수상자가 됩니다. 그리고 두 대통령이 연속으로 노벨 평화상을 수상하는 첫 사례가 되겠지요.

 

660. 문재인 대통령은 2018년 4월 30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꼭 노벨 평화상을 받으시라는 이희호 여사의 덕담이 담긴 축전에 화답하며 "노벨상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받아야 한다. 우린 평화만 가져오면 된다"고 밝혔습니다. 평화보다 소중한 상은 없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