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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12일, 싱가포르 센토사섬에서 있었던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조선노동당위원장의 회담은 온세계에서 큰 화제가 된 모양이다. 일본 주요 일간지들도 회담이 개최된 익일(13일) 조간 1면에서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한편 북미회담의 결과물인 공동성명에 대한 평가나 앞으로 전망 등은 언론사마다 제각각이다. 주요일간지가 크게 보도한 반면에 인터넷 뉴스 사이트를 통해 보이는 일반인들의 관심도는 훨씬 낮게 나타났고, 뉴스에 대한 댓글을 봐도 매우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번에는 북미회담에 대한 일본 주요 일간지의 보도 방향을 개관하고, 또 일본 국민들의 관심도, 평가 등을 살펴보며 긴급 보고하고자 한다. 나아가 일본 국내 논조나 국민의 관심도・평가가 왜 그런지에 대한 간단한 분석도 해본다.

 

 

1. 주요 일간지의 논조 - 아사히, 산케이, 요미우리, 마이니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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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토 대상으로 뽑은 일간지는 “요미우리신문(讀賣新聞)”, “마이니치신문(每日新聞)”, “아사히신문(朝日新聞)”, 그리고 한국에서 은근히 인지도가 높은 “산케이신문(産經新聞)” 모두 네 개의 신문. 모두가 1면에서 북미 공동성명 골자 중 “비핵화”를 가장 눈에 띄게 제목에 나타냈다. 그 중 산케이를 제외한 나머지 세 개 신문은

 

“북미 ‘비핵화’ 확인” (요미우리)
“북한 ‘완전비핵화’ 약속” (마이니치)
“정은 씨 ‘비핵화’를 약속” (아사히)

 

라는 제목을 달아 “비핵화”를 강조했다. 특히 마이니치는 “완전”이라는 말까지 붙어 비핵화의 철저함을 강조했고, 아사히는 약속 주체로 “정은 씨”를 내세우면서 김정은 위원장의 “잔혹한 폭군”이라는 이미지를 씻어주려는 의도를 보이기도 했다. 한편 한국에서도 우익경향이 강한 것으로 알려진 산케이는,
 

“북, 검증 없는 반도 비핵화”
 

라며, 이른바 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ement / Denuclearization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고 불가역적인 폐기 / 비핵화 ; CVID) 조건 중 “Verifiable”, 즉 검증가능함이 공동성명에서 빠졌다는 것을 강조했다.
 

산케이에 비해 비교적 호의적으로 보이는 나머지 세 개 신문도 본문에서는 공동성명이 비핵화의 구체적 시기나 방식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던 점을 강조했다.
 

요미우리가 약간 절제하는 기미를 보이기는 하지만, 네 개 신문 모두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현정권의 체제를 보장해 줬다는 내용을 부제목으로 나타냈다. 특히 산케이는 1면에서 2번째로 큰 글씨로 “美는 체제보장 표명”이라고 강조하며 기사 본문에서도 북한이 중요한 포인트에서 전술적 승리를 걷었다고 평가했다.
 

네 개 신문 모두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의한 일본인납치 문제에 대해 언급했다는 내용을 실었다. 북한에 간 적도 없고 북한사람을 접한 적도 없는 일본인이 북한에 대해 상당히 안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는 이유 중 하나가 납치문제다. 비핵화 못지않게 큰 관심사인 만큼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자리에서 납치문제에 언급한 것이 큰 뉴스거리가 된 모양이다.
 

그럼 북미회담과 북미 공동성명에 대한 각 신문사의 평가는 어떨까. 지면에 나온 모든 기사를 종합해서 평론할 여유는 없으니 일단 신문사 전체를 대표하는 평가로서 사설에 초점을 맞춰서 살펴보도록 하자.
 

요미우리신문 1면.JPG

 

요미우리신문 지면.JPG

 

먼저 요미우리신문. 제목은 “北의 핵 포기 현실화를 향해 교섭 계속하라 -‘평화’ 분위기 앞섬을 경계하고파-“라며, 경계심을 전면으로 내세웠다. 먼저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계속 교섭할 필요성과 북미 공동성명에 비핵화를 위한 구체적 방법이나 시기가 명시되지 않았던 점을 지적했다.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한미군사훈련의 중단이나 재한미군의 삭감에 언급한 부분에 대해 지나친 양보 아니냐고 문제제기를 했다. 이와 함께 미국이 새로운 평화체제 구축은 북한의 비핵화가 다 마친 후에 착수한다는 원칙을 지켜야 된다고 주장했다. 또 2002년 조일평양선언에 대해서도 언급하면서 북일 간 수교관계 수립 후 일본이 경제협력을 실시하기 위해서는 핵무기・발사체 및 납치문제의 포괄적 해결이 전제조건이 된다는 원칙을 확인, 미국과 연계하면서 조일정상회담을 위한 환경을 정비해야 할 필요성을 호소했다.

 

매일신문 1면.JPG

 

마이니치신문 지면.JPG

 

다음 마이니치신문 사설은 “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 -후퇴시키지 않는 전환점으로-“라는 제목을 달아 일단 북미회담의 성과를 높이 평가한다. 다만 비핵화가 충분히 담보되지 않은 점에 약간의 우려를 제기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체제를 보장함으로써 동아시아 지역의 긴장이 완화될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마이니치의 사설이 주목한 것은 트럼프 식 외교가 안고 있는 위태로움. 딱딱한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면은 높이 평가하면서도 이번 북미회담에 대해서는 “정치쇼”적인 색채가 눈에 띄었다는 인상을 토로하며, 중요한 건 북한이 언제 핵폐기에 착수하느냐다, 라고 마무리 지었다.

 

아사히신문 1면.JPG

 

아사히신문 지면.JPG

 

세 번째는 “처음의 북미 정상회담~ 비핵화를 향해 중대한 책임”이라는 제목을 단 아사히신문 사설이다. 북미 정상이 직접 만나 악수한 것을 “역사적 진전”이라면서도 합의의 전체적 내용이 획기적이라 할 수준에서 동떨어진 희박한 것이었다고 비판했다. 또 여태까지 북한이 비핵화 합의를 어겨왔던 역사를 기억하라고 지탄하기도 했다. 한편 체제보장이나 한미군사훈련의 재고를 끌어낸 북한은 큰 성과를 얻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성과를 서두르는 바람에 북한 내 인권문제를 무시하면 안 되고, 또 일본인 납치문제에 언급했다는 발언에 대해서도 회의감을 감추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일본이 미국 일변도의 외교 자세를 고치고 북동아시아의 안정과 평화 구축을 위해 적극 관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호소하면서 명확한 방향성을 내세우지 못한 이번 북미회담인 만큼 일본이 한・중・러 각국과 연계하면서 더 건설적 방향으로 관여할 길을 모색해야 된다고 마무리했다.


산케이신문 1면.JPG

 

산케이신문 지면.JPG

 

마지막으로 유일하게 사설을 “주장”이라고 부르는 산케이신문 사설을 읽어본다. 제목은 “북미정상회담 ; 불완전한 합의를 걱정한다 -진정한 핵포기에 이어가는가”. 산케이신문은 북미회담을 역사적이라고 평가하면서도 바로 이어 “큰 성과 없이 끝났다”고 일도양단했다. 북미 공동성명에 CVID가 담겨지지 않았던 부분을 중시한 모양이다. 이에 더해서 일본 아베 수상이 “북한의 여러 현안을 포괄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한 걸음이 되는 것으로 지지한다”는 입장에 대해서도 북한 스스로에 의한 비핵화가 명확하지 않다며 일본 입장에서는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주장했다. 회담을 통해 미국은 얻은 것이 딱히 없었던 반면 북한은 체제보장을 얻어냈고 수교의 가능성까지 열렸다고 하며 불균형을 강조했고, 과거 북한이 비핵화나 핵포기의 약속을 어긴 것을 되돌아보면서 북한에 대한 불신감,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을 믿는다고 대놓고 이야기하는 것에 비판의 화살을 돌리기도 했다. 북한에 대한 군사적 압력을 더 이상 가하지 않겠다는 입장에 대해서도 비판적이었다. 한편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인 납치문제에 대해 언급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를 계기로 일본정부가 납치문제 해결을 위해 더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하고, 납치문제와 핵문제가 포괄적으로 해결이 되지 않는 한 북한에 대한 원조는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을 아베 수상이 다시 확인해야 된다고 마무리 지었다.

 

신문사마다 뉘앙스 차이가 있기는 하나 대략 북미회담이 역사상 처음이라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구체적인 과정이 뚜렷하지 않은 점에 대해서는 비판적 입장을 밝혔다는 인상이다. 특히 북미 공동성명에 CVID 조건이 담겨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괜히 서두른 것이 아닌가라는 비판적 시각은 네 가지 신문 다 공통인 것 같다. 단 북미가 서로 가까워짐에 따라 자국민 납치문제에 대해 일본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되고, 아니면 나설 수 있는 실마리가 될 수 있다는 촉구 내지 기대감이 엿보였다. 신문사마다 온도차가 있으나 납치문제가 일본 국내의 북한 관련 여론에 깊숙이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한다.

 

대목이 대목인 만큼 13일 자 신문들에는 위에 소개한 내용 외에도 매우 다양한 주변 정보나 관련 기사가 나와 있다. 전부 다 소개할 여유는 없으나 하나만 더, 위 주요 일간지들이 1면에서 북미 공동성명의 골자를 어떻게 소개했느냐를 말하고자 한다. 각 신문사가 골자로 뽑은 항목의 수나 요약 방식 등 각 신문사가 이번 공동성명을 어떻게 평가했는지 은근히 알려주는 대목일 수 있다. 항목이 많을수록 성명의 내용이 풍요로워 보이고, 수식어가 붙여질수록 성과가 강조된다.

 

요미우리의 공동성명 보도 포인트는 5개 항목.

 

▽ 김정은 씨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향한 견고하고 흔들림 없는 결의를 재확인
▽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대해 안전을 보장할 것으로 약속
▽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을 확약
▽ 한반도에서의 영속적이고 안정적인 평화체제 구축에 협조, 노력
▽ 미국과 북한은 전시 포로・행방불명자 유체 회수에 노력


다음 마이니치는 6개 항목을 골자로 뽑았다.


・김정은 조선노동당위원장의 한반도 완전 비핵화 약속을 재확인
・트럼프 미 대통령은 북한에 안전을 보장하겠다고 약속
・북미는 한반도에서 지속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
・회담은 몇 십 년에 이르는 긴장과 적대행위를 극복하기 위한 획기적 사건
・회담 결과를 이행하기 위해 더한 협상을 개최
・한국전쟁에서 별세한 미국병사의 유골 수집 협조


아사히는 가장 많은 항목을 “공동성명의 주된 내용”으로 뽑았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북한에 대해 안전의 보장을 부여하며, 김정은 위원장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향한 책무를 재확인
・북미 쌍방의 국민의 평화와 번영을 희구하는 의사에 기초해서 새로운 북미관계 구축을 약속
・한반도의 영속적이고 안정적인 평화체제 구축에 진력
・북한과 남한에 의한 “판문점선언”을 재확인
・한국전쟁의 포로나 행방불명 병사의 유골 회수와 반환에 노력
・회담 결과를 실행하기 위해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북한 고관에 의한 협상을 가능한 빨리 개최

 

산케이신문은 공동성명의 골자를 1면에 싣지 않고, 8면에 성명 전문(일본어로 번역한 것)을 게재했다. 일본어로 된 공동성명 전문은 나머지 3사도 게재했는데, 요미우리는 백악관이 발표한 성명문 원문(영어)도 실었다. 

 

 

2. 인터넷 뉴스사이트에 보는 관심도와 반응은?

 

일본 역시 종이신문으로 정보를 얻는 사람은 줄어드는 추세고, 인터넷을 통해 뉴스를 접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그럼 일본의 인터넷 매체는 어떤 상황일까.

 

일본에서 가장 이용자 수가 많은 것으로 알려진 야후재팬의 뉴스페이지(이하 “야후뉴스”)을 대상으로 살펴본다. 먼저 이 원고를 쓰고 있는 6월13일 오후 4시 30분을 기준으로 야후뉴스 톱페이지의 주요 기사 8개 중 2개만이 북한 관련 뉴스다. 그나마 있구나 싶었던 것도 “北, 납치문제 해결됐다는 입장 제시하지 않음”, “北이 회담을 속보, 여정 씨가 지휘”라는 제목의, 북미회담 전체의 내용이나 평가와 상관이 없는 기사다.

 

【사진1】6.13.자 야후뉴스 톱페이지.jpg

 

한편 접속 랭킹(사진 오른쪽)으로 눈을 돌려보면 1위에서 5위까지 북미회담은 커녕 북한 관련 뉴스도 하나 없는 상황이며, 그 밑에 있는 집필자 별 접속 랭킹 중 2위에 “김정은 씨의 ‘변화’를 보여주는 1장의 사진”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보일 뿐이다(아래 사진).

 

【사진2】개인 접속 랭킹 2위에 북한 관련.jpg

단 이 기사의 글쓴이는 북한 전문가로 꽤 유명함

 

국제뉴스 페이지는 그나마 북미회담 관련이 주요 뉴스다. 톱페이지에 나왔던 것에 더해 “북미회담으로 평화상, 가능성은?”, “북미, 비핵화는 단계적이고 동시 병행적으로”, “회담, 미국 미디어 평가 갈려”라는 제목의 기사가 올라있는데, 역시 북미회담의 종합적 평가와 약간 거리가 있는 인상이다.

 

【사진3】야후느슈 국제뉴스 페이지.jpg

 

한편 접속 랭킹(사진 오른쪽)을 보면 랭킹 5위까지 중에 북미회담 내지 북한 관련 기사가 3개나 있다. 하지만 랭킹된 기사 중 하나는 “북미 전용기에 공통된 ‘고민’. 그것은…”이라며 북한의 위원장 전용 비행기도 미국 대통령 전용기도 노후화가 심해서 걱정된다는 내용. 나머지 두 개는 “완전한 비핵화에 구체적 대책 없음 ’세기의 회담’은 실패였나?” 그리고 “북미 정상회담의 합의문서에서 언급되지 않은 북한의 인권문제란”이다. 일부러 검색하지 않는 한 국제뉴스 페이지로 옮겨야 북미회담의 핵심내용에 관한 뉴스가 눈에 들어오는 셈이다.

 

그 중 “완전한 비핵화에 구체적 대책 없음 ’세기의 회담’은 실패였나?”라는 제목이 달린 기사는 가장 댓글이 많은 기사이기도 하다. 이 기사에 달린 댓글 중 “좋아요”가 1,000건을 넘는 것만을 대상으로 죽 훑어 봤더니 전체적으로 이번 공동성명에는 주목할 만한 알맹이가 없다(북미 정상이 직접 만났다는 사실이 유일한 성과다)라던가 미국에 기대는 외교는 이제 한계가 아닌가 등등 공동성명에 낙담했거나 아예 기대도 하지 않았지만 역시나라는 반응밖에 없었다.

 

【사진4】야후뉴스 댓글란.jpg

야후뉴스 댓글

 

13일자 주요 일간지들이 모두 크게 보도한 것과 매우 대조적이다. 신문들이 공동성명의 내용에 대해 비판적이거나 냉담한 평론을 가하면서도 북미회담의 역사적 중요성을 일단 인정한 반면에 인터넷 뉴스에서는 이용자들의 관심도가 더 선명하게 반영된 셈인가? 아니면 신문사들도 공동성명이 한반도 비핵화의 구체적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고 그다지 큰 보도 대상도 아니라고 생각했으나, 북미회담 관련 특집 기사를 많이 싣도록 지면구성을 미리 정해 놓았다가 헛스윙을 한 모양새인가?

 

 

3. 왜 그럴까?

 

필자의 한국친구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판문점에서 만났던 남북회담 이래 한국은 축제 분위기였다고 한다. 필자도 한국 보도를 접하면서 그런 분위기는 느끼고 있었다. 반면 일본에서는 남북회담 때도, 또 이번 북미회담에 대해서도 상당히 냉담한, 아니면 냉정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유가 무엇일까?

 

먼저 북한에 대한 씻을 수 없는 불신감을 들 수 있겠다. 위에 소개한 일간지 중에도 북한은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의구심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논조가 있듯이 북한에 대한 불신을 불식하기 어려워 보이고, 그게 북미회담을 싸늘하게 바라보는 심정을 키운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하게 된다.

 

일본은 북한에 대한 “민족적 유대감”을 갖고 있지 않다는 점 역시 이번 북미회담을 냉담하게 보게 하는 요인일 수 있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38선을 쉬이 오가면서 서로 손을 잡은 모습은 일본인인 필자마저 눈가가 살짝 젖을 정도였다. 한국인이라면 더욱더 감격이었을 것이고 온 나라가 축제 분위기가 되는 것도 이해가 간다. 그에 그치지 않고 북한이 미국과 정상회담을 성사시킨다는 흐름이 마치 눈이 녹아 봄이 오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일본 입장에서 보면 그 일련의 흐름 속에서 보인 김정은 위원장의 변신은 민족적 유대라기보다 동아시아의 긴장 완화라는 의미가 크다. 그래서 한반도 비핵화를 향해 구체적 전망을 보이지 못했던 이번 북미 공동성명에 상당히 냉담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보인다.

 

북미 정상회담에 이르는 과정에서 일본정부가 적극적인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점도 북미회담을 냉정하게 보게 하는 요인으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일본은 물론 중, 러 등 주변 여러 나라를 언급했으나 북미회담 성사에 이르는 과정을 볼 때 문재인 대통령이 압도적으로 큰 역할을 한 것은 누가 봐도 뚜렷하다. 일본이 북미 정상회담을 “남의 일”로 보고 있을 가능성도 부정하지 못한다. 위에 본 일본 국내의 여러 보도가 마치 그 남의 일이 내게 미치는 영향을 따지는 듯한 인상을 준다.

 

정답은 모르겠다. 그리고 북한을 둘러싼 문제가 아직 산더미처럼 밀려 있다. 그래도 일단 긴장이 불리는 방향으로 사태가 진행되고 있는 것은 환영해도 되지 않나 싶다. 협상은 막 시작한 것이다. 앞으로 어떻게 전개되어 가는지 주시하면서 이번에는 북미 정상회담을 바라보는 또 다른 시각의 하나로서 일본 국내 보도를 보고해 봤다. 독자 여러분에게 조금이라도 참고가 되었으면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