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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7.20.월

딴지 영화부 기자








직배영화를 보면 우리가 이렇게 되는것인가.

영화 타이타닉이 수입되었던 초기 전국적으로 타이타닉 보지말자는 움직임이 있었다. 50만명만 영화를 보면 그동안 금 모우기한 해서 벌어들인 외화가 타이타닉으로 다 빠져 나간다는 것이었다.

과연 직배영화를 어떻게 볼 것인가. 따져 보기로 하자.

▶ 우선 <직배> 영화의 이윤 배분 구조는 이렇다.

요금이 6000원이라고 했을 때, 요금에 붙는 부가세와 영화진흥기금 등을 제외하고 나면 5000원 정도가 이윤으로 남는다. 이 5000원을 다시 극장주와 배급업자가 5:5 정도로 배분한다.

이렇게 배분 한 돈을 다시 5:5 정도의 비율로 나눠 반은 미국으로 송금하고 반은 국내에서 회사운영 경비와 홍보비 등으로 소비한다. 그러니까 6000원 중 남는 돈, 5000원의 반 - 2500원 정도를 배급업자가 가지고 그 중 다시 반 정도를 미국 영화사에 송금하므로, 입장객 한 명당 약 1250원 정도가 외화로 빠져나간다.

물론 이 비율은 영화에 따라, 직배사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이윤 배분 구조 자체는 거의 차이가 없다.

통신망에서 떠돌았던 모든 이윤의 50%가 빠져나간다는 설은 입장료 6000원에 대한 50%가 아니고 이윤을 배분할 때 각 단계마다 적용되는 배분 비율이 대충 그러하다는 것이다.

결국 6000원인 입장료에 대한 비율로 본다면 20% 안팍이라는 이야기다. 그러므로 50만명이 본다면, 외화 유출은 6-7억 정도이다. 전국적으로 따져 본다면, 특 A급 영화의 경우 전국 관객수는 통상 서울에서 동원 관객수의 3배수가 보통이므로 150만명 정도가 된다. 이 경우 전국적인 외화 유출액은 맥시멈 20억 선이다.

반면 국내에 남는 금액은 서울 50만명 동원을 기준으로 한다면, 전국적으로 미니멈 60억 정도가 된다. 물론 관객 동원이 많이 되면 될수록 유출되는 외화도 늘어나고 동시에 우리 영화 산업계가 버는 돈도 늘어나게 된다.

▶ 이제 <수입>

타이타닉 정도면 최소한 수입가는 300만불 정도 될 것이다. 지금까지 영화 수입액을 보면 그렇다. 우리 돈으로 50억정도다.

우리나라 대기업이 영화를 수입할 때 지들끼리 싸워서 가격 올리는 조또 빙신 같은 이때까지의 관행으로 볼 때, 아마도 액수는 더 올라가면 올라갔지 결코 내려오지 않을 것이다. 500만불 이상을 준 영화도 있으니까.

헐리우드가 우리 영화 시장을 <봉>이라 생각하는 것은 바로 이 대기업들끼리의 제 살 깎아먹기 경쟁 때문이다. 가만 있어도 지들끼리 경쟁해서 가격이 막 올라간다. 우리나라는 그래서 전세계에서 가장 비싸게 영화를 수입하는 나라 중 하나다. 어떤 때는 10배 이상되는 가격도 문다. 빙신들.

그리고 대기업이 영화를 수입할 때, 순전히 자신들 돈으로 수입하냐면 전혀 그렇지가 않다. 은행에서 <차입>한다. 빚내서 사들여 온다. <대빡> 터트려 일시에 만회할 수만 있다면... 하면서...

50억은 계약하면서 이미 외화로 유출되는 돈이다. 그럼 이걸 만회하기 위해선 얼마나 관객이 들어줘야 하느냐. 서울에서 대략 70만 정도가 보면 이 액수가 대충 삐까삐까해진다.

그 다음부터가 이윤이다. 서울에서 한 백만 정도가 봐주면 대략 20억 정도가 남는다. 그렇게 번 돈을 어떻게 쓰느냐... 약 1-2 억 정도는 국내 영화 진흥에 투자한다. 그리곤 어디에 쓰이는지 정확하게 모른다.

▶ 자 이제 비교해 보자.

<직배>영화가 나쁜 점은 영화를 많이 보면 볼수록 외화가 유출된다는 것이다. 그 비율이 20% 안팍이던 어떻든, 여하간 외화가 유출 된다.

<수입>영화가 나쁜 점은 외화를 주고 사온 영화가 흥행에 실패한다면, 도저히 그걸 만회할 길이 없고, 흥행에 성공해도 국내 영화 진흥에 쓰이는 돈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국내 영화인들이 <직배> 영화 때문에 영화산업이 죽는다는 이야기는 그래서 사실 설득력이 떨어진다. 영화산업이 죽는 이유는 <직배>영화 때문이라기 보단, 한국 영화에 <투자>가 없기 때문이다.

간혹 <직배>영화로 빠져나가는 돈, 몇십억이면 우리나라 영화 수십편을 제작할 수 있다고 하는데, 그 돈이 정말 국내 영화 진흥에 모두 쓰인다면 옳은 말이나 사실은 그렇지가 않다는 것이 문제다.

반면,

<직배>영화가 좋은 점은 별 시덥쟎은 영화로 외화 낭비할 일이 없다는 것이다. (재미없는 영화를 들여와 흥행에 실패하면, 국내에서 홍보비 등 제 경비로 쓰고 나면 송금할 돈이 없어서 그렇다)

실제로 한 해에 수백편의 외화가 <수입>되는 데, 이중 제대로 유출된 외화값을 할 만큼 흥행에 성공하는 영화는 몇 편 안된다.

<수입>영화가 좋은 점은 싼 가격에 들여 온 영화가 흥행에 성공하면 적은 외화로도 큰 돈을 벌고 영화업계가 살찐다는 점이다. 물론 제대로 그 돈을 국내 영화 진흥에 투자한다면...

▶ 그러니까...

<직배>던 <수입>이던 공통점은 반드시 외화가 빠져 나간다는 것이다. 영화로 빠져나가는 외화 유출을 막는 길은 외국 영화를 영원히 안보는 것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근데, 외국 영화를 전혀 안보는 나라는 이 세상에 없다. 아프리카에서도 본다. 심지어는 북한도 영화 수입한다. 그러므로 그것은 해결책이 될 수 없다. 19세기도 아니고 말이다.

해결책이 몇가지가 있을 수 있겠다.

- 한국 영화가 강해져 전세계로 수출되고, 그래서 유출된 외화 이상을 벌어들이는 것. 바로 심형래의 영화처럼.

- 대기업들이 지들끼리 박터지게 싸워서 괜힌 <수입가> 올라가게 하는 빙신 지랄 관두는 것.

- 일단 <수입>한 영화를 통해 벌어들인 돈은 한국 영화 진흥을 위해 반드시 재투자하는 것. 한국 영화 관객이 벌어준 돈인데 당연히 한국 영화를 위해 재투자 되어야지.

- 우리 스스로 한국 영화 수준 낮다고 하지 말고, 애정을 가지고 많이 봐주는 것.

- 한국 영화 진흥을 위한 올바른 정책들이 마련되고, 영화인들이 맘껏 창작의 나래를 펴도록 조또 빙신같은 불필요한 검열을 죽이는 것.

- 영화인들이 좀더 세련되어져서 제발 수준 높은 영화 좀 많이 만들어 주는 것.

더 있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타이타닉 영화 하나 안보는 것으로 절대로 해결 안된다.

타이타닉을 보자, 말자... 직배 영화를 보자, 말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
정도 외화의 유출이라도 막아야 한다는 애국심을 탓하는 것이 아니다. 진짜로 우리가 분노해야 할 부분은 따로 있다는 것이다.

SK 증권의 <2억 5천만불> 한번에 까먹기처럼, 우리 재벌들이 후진적인 경영으로 날려버리는 돈에 비하면 도대체가 새발의 피다. 이런 건 놔두고 영화 한편 보러가는 시민들을 <매국노> 만드는 마녀사냥은 이제 그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진짜 <매국노>는 따로 있다.

좀더 냉정해지자. <직배> 영화가 만만세 좋다는 것이 아니고, 무작정 <피해의식>은 버리고 냉정하게 사태를 파악하자. 본다고 <매국노> 만들지 말고, 안 본다고 <얼치기 애국자>만들지 말고.

정말 중요한 것은, 정말 커다란 피해는 서민들이 보는 영화 한편에 의해 생기는 것이 아니다. 정말 큰돈 날리는 도둑놈들은 떵떵거리고 지 배만 아직도 채우고 있는데 말이다...

서민들이여... 보고 싶은 영화는 맘 놓고 보시라. 




위 사진은 본 기사와 별 상관엄 엄씀.
이미 눈치 챘겠지만...


직배 영화를 어떻게 볼 것인가. 타이타닉 영화를 통해 불거졌던 직배영화의 문제점. 과연 직배 영화를 우리 영화 산업을 망가뜨리는 원흉이며, 우린 절대 직배 영화를 봐선 안되는 것인다.


직배 영화의 이윤구조를 비롯하여 영화산업계의 모순을 집중 추적한다.


▶계속



 


- 딴지 영화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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