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7.20.월
그렇다. 아내는 음식을 무척이나 많이 먹기 때문에 밥을 많이 먹거나 또는 음식을 맛갈스럽게 먹는 사람을 좋아한다. 그래서 사람의 건강은 물론, 인간 됨됨이에 대한 기준도 얼마나 밥을 많이 잘 먹는가로 따지곤 했었다. 그래서 항상 집에 손님이 찾아오면 자신의 기준대로 밥을 잘먹는 친구들을 눈여겨 보는 모양이었다.
방문이 약속된 친구들이 오후에 집으로 찾아왔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도 그럴만한 일이었다. 아내의 밥에 대한 개념은 많을수록 좋다는 것이어서 항상 공기에 밥을 넘치도록 퍼와서 나는 항상 그것을 머슴밥이라고 놀리듯이 말하곤 했었던 것이다. 아마도 대부분 우리집에서 밥을 많이 먹어본 친구들이라 그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이어서 메모에 대한 충격은 유난히 컸던 셈이다. 비벼먹기 좋으라는 필요없는 부연 설명과 함께. 모두들 말없이 밥을 먹기 시작했다. 밥먹는 모습들도 모두 비장했다. 몇번씩 길게 한숨을 쉬는 친구도 있었고, 조금이라도 덜먹어보자고 다른 반찬은 젓가락도 안가는 친구도 있었다. 즐거워야 할 식사시간임에도 모두들 그렇게 비장한 마음가짐으로 밥을 먹고 있었던 것이다. 어느 정도 밥들이 제법 없어질 것 같은 순간, 점수라면 무조건 따야한다는 점수에 대해 뛰어난 욕심을 가지고 있던 한 친구가 이 기회에 조금이라도 점수를 따야겠다는 생각으로 이렇게 말했다.
식사는 끝났다. 모두들 의지할 수 있는 곳을 정해 등을 기대고 있었다.
"계란 삶아 드릴까요?" 하지만 싫다는 말도 할 수 없었던 친구들은 엉겹결에 좋다는 표시를 할 수 밖에 없었고 아내는 부지런히 주방을 왔다갔다 하기 시작했으며, 친구들은 아까보다 더 늘어진 자세로 방안을 채우고있었다. 한 친구는 소화를 시킨다며 쪼구려뛰기를 하기 시작했다. 소화를 시킨다며 쪼구려뛰기를 하던 친구는 그 상황에서도 오륙이삼십, 오륙이 삼십, 5X6=30을 외치며 일인당 반드시 먹어야만 하는 계란의 수치를 나누고 있었다. 쿠구궁! .... 퍼버벅! ....우우우우웅~ 아마도 모두들 어떻게든 이곳을 빠져나가야 한다는 생각만 하고 있었을 것이다. 잠시 나갔다오는 듯한 아내가 들어왔다. 싱크대 주변에 주저 앉아있는 친구들을 보며 무슨 일이냐 묻는 듯 하더니 별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손에 든 비닐봉투를 내려 놓는데 거기에는 라면이 20개가 들어 있었다. 친구들은 더 이상 못참겠다는 듯이 앞을 다투어 집을 빠져나갔고 잠시의 혼란과 격동의 시간이 흐른 뒤 가정은 예전의 모습을 찾게 되었다.
- to be continued - 본지 맘대로 기자 bennet 김은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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