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7.20.월
워터 해저드에 빠져서 아.. 이젠 졌나보다 했던 18번 홀에서 거의 20분을 고민하며 포기하지 않고 공을 쳐내던 모습... 우승을 결정짓는 순간 그녀의 아버지가 튀어나와 포옹하고 세리는 울던 모습... 교민들이 태극기를 흔드는 모습... 우승 직후 같이 조를 이뤘던 골퍼와 캐디에게 먼저 악수를 청하고 자신의 기쁨을 표출하는 것이 예의인데 바로 아버지가 튀어나오고 가족끼리 껴안고 했는데 그건 골프의 예에 어긋난 것이며 볼썽 사나운 것이다... 국가대항전도 아닌 개인경기인 골프시합에서 교민들이 태극기를 흔들어 댄 것은 오버액션이며 촌스럽다... 사실 18번 홀에서 슈아리스폰이 이긴 것이나 마찬가지다. 박세리가 이긴 것이 아니라, 슈아리스폰이 스스로 진 게임이다... 위와 같은 비판의 진원지는 미국이다. 박세리와 슈아리스폰이 결투를 벌였을 때, 미국넘들은 누굴 응원했을까? 신인으로 메이저대회 2연승의 대기록을 작성할 기회가 온 박세리, 우리의 딸네미 박세리를 응원했을까? 생긴걸로 봐도 오랑우탄 비스무리하게 생기고 바나나로 추정되는 먹이를 줄기차게 섭취하던 그 아마추어를 응원하느니 박세리를 응원하진 않았을까? 천만에... 미국넘들은 열이면 열 슈아리스폰을 응원했다. 왜? 미국넘이니까. 의심가면 골프관련 웹사이트의 토론방이나 뉴스그룹 한번 가보시라. 그녀의 외모는 동양인이지만 그녀는 미국에서 교육받고 자란 미국시민이다. 타이거우즈를 누가 태국인이라고 하는가 그는 미국넘이다. 슈아리스폰도 미국넘이다. 완벽한 네이티브 영어를 구사하는 미국넘이었단 말이다. 물론 모든 스포츠에는 그 스포츠만의 관례와 예가 있다. 축구에서 상대편 선수가 부상을 당해 공을 밖으로 차냈을 경우, 그 공을 다시 상대편으로 드로잉해주는 것은 룰엔 없지만 같은 스포츠맨으로서의 예의고 하나의 관례이다. 골프는 예의를 갖추는 걸 기본으로 하는 스포츠다. 우승을 했을 경우, 자신의 기쁨을 먼저 표출하기 보단 같이 플레이 했던 골퍼와 자기를 도와준 캐디에게 먼저 악수를 청하고 비로서 두손을 높히 들고 기쁨을 만끽하는 그런 관례, 예의... 그런게 있다. 평상시에 이런 것 당연히 지켜야 한다. 지가 이겼다고 상대 선수는 거들떠 보지도 않고 기뻐 날뛰며 골프 깃대를 뽑아들고 입에 물고서는 3단 제비를 돌며 괴성을 지르고 그러면 욕먹어 싸다. 물론 그런다고 우승자가 벌점 먹어 우승 박탈당하는 것은 아니지만, 기쁨을 표하는데도 예가 있는 것이며 그것이 골프의 관례이며 예의이다. 그런데... 무승부로 비긴 후, 그것도 월드컵처럼 중요한 게임에서 연장까지 하고서도 비겨서 피를 말리는 승부차기까지 한 다음 곧장 만면에 미소를 머금고 유니폼부터 갈아 입는 것 봤는가. 그땐 미친듯이 흥분해서 그라운드를 뒹굴며 좋아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게 자연스럽고 인간적인 순서이다. 본게임을 비겨서 하루종일 피를 말리는 연장전을 한다음 그래도 승부가 나지 않아서 골기퍼까지 동원되서 승부차기 끝에, US OPEN 역사상 최장 연장전이라고 하지 않는가, 기적적으로 승리를 했는데 그정도도 흥분하지 않으면 그게 사람인가. 박세리의 US OPEN을 지켜본 수 많은 골프전문가들이 그 게임을 골프 역사상 가장 박진감 넘치고 드라마틱한 게임중 하나로 꼽는다. 지금 당장 골프관련 사이트의 토론방을 찾아보시라. 그 게임이후 LPGA 팬이 되었다는 사람들의 글을 무수히 발견할 수 있을테니까. 프랑스가 월드컵 우승하고 바로 브라질한테 귀엽고 예쁘게 총총총 걸어가 유니폼부터 갈아입을 수는 없다. 20살밖에 안된 어린 나이에 세계에서 가장 큰 골프대회에서 그렇게 극적으로 우승하면 울음부터 터져 나오는 것이다. 미국넘들의 섭섭하고 아쉬운 시각에서 나온 말에 우리까지 아이구.. 할 필요없다. 슈아리스폰이 이겼다면 그것보다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 않았을 것이니까. 그녀가 이겼다면 기쁨을 감추고 다소곳히 걸어와 박세리와 악수부터 했을 것 같은가. 본게임 마지막 퍼팅을 버디로 잡고 좋아서 입을 다물지 못하며 펄쩍펄쩍 뛰었던 그녀가 말이다. 그리고 슈아리스폰이 이겼다면, 그래서 기뻐 날뛰는 모습을 우리가 TV로 봤다면 우린 그녀가 곱게만 보였겠는가. 2. 태극기.. 국가대항전도 아닌데 교포들이 태극기를 흔들며 응원했다고 잘못했단다. 이건 우리가 지레 저 잘못 했나봐여.. 반성하께여.. 하는 항목인데 우낀다. 태극기 흔드는 것이 뭐 잘못됐나. 국가 대항전도 아닌데 국기를 흔들었다... 그럼 미국넘들은 왜 슈아리스폰 응원했나. 개인경기인 골프를 중계하면서 미국방송은 왜 슈아리스폰의 편이 되어서 중계를 하고 미국넘들은 왜 슈아리스폰이 이기길 바랬냐는 말이다. 왜? 슈아리스폰이 미국넘이니까. 그게 당연한 거다. 우린 박세리 이기길 바라고 미국넘들은 슈아리스폰 이기길 바라고. 그러니까 국가 대항전도 아닌데... 이딴 소린 하지 말자. 그런 큰 승부에서 단둘이 남았을때 자국민이 이기길 바라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아무런 흠 될 것 없다. 국가대항전이 뭐 별것인가. 그런 심리상태되면 실질적인 국가대항전이지. 그리고 교포들이 태극기 흔든 것이 국가대항전이기 때문인가? 아니다. 그들은 고국에서 온 20살도 안된 작은 여자아이가 세계에서 가장 큰 골프대회에서 세계의 강자들을 물리치고 승리하는 것을 지켜보며 가슴이 벅차고 자랑스러웠던 것이다. 그래서 먼길 달려와 그녀의 선전을 바라고 승리하길 기원하며 응원을 하는 것이다. 이때 태극기 흔들지 그럼 뭘 흔드나. 빤스 흔들랴. 마이클잭슨은 이만기랑 국가대항 씨름해서 한국공연때 객석에서 성조기 나부꼈나...
이것이야 말로 택도 없는 소리. 전문용어로 삽질. 연장 18홀에서 워터해저드에 빠졌을때... 이때 우리는 너무도 안타깝고 조마조마했겠지만 미국넘들 입장에선 우승이 눈앞에 다가온 것으로 기분 캡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박세리는 위기를 극복했고 슈아리스폰은 눈앞에 왔던 승리를 날려버렸다. 미국넘들은 거기서 승부가 끝날수도 있었는데 거기까진 슈아리스폰이 이겼는데... 마지막 한타를 실수하는 바람에 다시 서든데쓰까지 가게 되었고 그래서 결국 졌다... 뭐 이렇게 생각하고 싶을 것이다. 위기에서 동요하지 않고 포기하지 않으며 침착할 수 있는 것, 승리가 눈앞에 와도 흥분하지 않고 쉽게 생각하지 않고 들뜨지 않을 수 있는 것... 그게 바로 실력이다. 그게 바로 실력차란 것이다. 그때 그것만 성공했어도 그때 그 실수만 하지 않았어도... 백날 해봐야 뭐하나. 실력이 뭔가, 그럴 때 이기는게 실력이다. 삽질하지 마라.
- 딴지 스포츠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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