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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voice of Asia] 싱가폴의 셔우웨이치

2004.9.10.금요일

딴지 특파원
 

 

안녕하신가, 장군이다.

 

저번 기사에 쏟아진 열화와 같은 리플 잘 봤다. 어쩌면 많은 분들이 지적한 대로 태국 처녀 A는 미소녀와는 거리가 있는 지도 모른다. 근데 어쩌냐, 장군 눈에는 예쁘게 보이는걸.(어쩌면 인터뷰 전에 태국 소스 두 개를 선물로 받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A를 예쁘다고 하는 사람이 장군과 A의 남자친구, 이렇게 둘 뿐일지도 모르지만 뭐, 어쩌겠냐 미는 원래 주관적인 거 아닌가?

 

이처럼 사람들의 기준은 천차만별이고 사고 방식 또한 마찬가지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들은 다들 각자의 합리성을 가지고 있다는 거다. 다른 말로 하자면, 한 사람한테는 미친 일로 보이는 일이 당사자에게는 지극히 합리적인 행동일지도 모른다.(북핵에 관해서도 시드니 대학의 한 교수가 흥미로운 지적을 한 바 있다. 만약 미국이 51개의 국가로 갈라지고, 일본이 공산주의 국가가 되고, 북한에 러시아군 5만명이 주둔하고 있다면 남한 역시도 핵무기 말고는 별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지적이었다. 다시 말하면 우리 눈에는 미친 짓으로 보이는 북핵도 나름대로 주관적 합리성을 가지고 있다는 말이다.)

 

문제는 그들의 주관적 합리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우리의 잣대만을 들이댈 때, 그 합리성을 이해할 수 있는 단서가 사라져 버린다는 거다. 그 다음에 남는 건 단지‘이상하다’는 인상 뿐이다. 신기하고 이상하다고 깔깔거리는 건 좋지만, 그렇게 해서는 상대방을 영원히 이해할 수 없을 거다. 이해의 첫 걸음은 자신의 기준을 접어두고 상대방의 말을 들어보는 거다.

 

이 기획을 시작하게 된 동기가 바로 그거다. 여행기나 기사에서처럼 현지인에게 한국인의 기준을 들이대지 말고, 현지인의 기준, 주관적 합리성을 한번 들어보자는 거다. 상대방의 말을 들으면 처음에는 이상하게 보였던 현상도 나름대로의 합리성을 가지고 있을지 모르니 말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자신의 기준을 버리자는 말은 아니다. 결국 판단은 자신이 하는 거다. 상대방의 말에 납득이 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어쩌면 상대방의 말은 변명에 불과할 수도 있다.

 

어쩌면 싱가폴은 ‘이상한’ 국가일지도 모른다. 길거리에 쓰레기를 버리면 70만원의 벌금을 물어야 하고 또 다시 적발되면 ‘난 쓰레기를 버렸다’는 유니폼을 입고 청소를 해야 한다. 화장실에서 물을 내리지 않아도, 전동차에서 음식을 먹어도 불법이다. 아직도 태형이 존재하고 언론은 맘대로 정부를 비판할 수도 없다. 오럴 섹스 역시 불법인데도 그 흔한 데모 한 번 없다. 우리 생각 같아서는 그런 나라에서 어떻게 사나 싶지만, 그 나라 국민들은 뭐 별로 불만없이 살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그‘이상함’뒤에 어떤 것이 숨어있을까? 한번 만나보기로 하자.

 

오늘의 주인공은 저 번 주에 예고한 대로 중국계 싱가폴 처녀 웨이(Wei)다.

 

 

<주인공 등장!>

 

그리고 오늘의 한 마디!




 
 

질문: 반전시위 같은 것도 있었나

 

답변: 사실 난 태어나서 아직까지 싱가폴에서 시위를 하는 걸 본 적이 없다. (웃음)때문에 해외 뉴스에서 시위를 하는 장면을 볼 때마다,‘저들이 무얼 하는 거지’라고 생각하곤 한다.

 

 

 
 


(이번 인터뷰는 셔우웨이치(Seow Wei Qi)라는 만 21살 중국계 싱가포리안 처녀와 함께 7월 13일 학교 카페테리아 2층에서 한 시간 사십 여 분 동안 이뤄졌다.)




 
 

-간단한 자기 소개

 

이름은 셔우웨이치(Seow Wei Qi)다. 중국계 싱가포리안이다. 성은 셔우(Seow)이고 이름이 웨이치(Wei Qi)다. 나이는 20살이지만, 9월에 21살이 된다. 싱가폴에 있는 싱가폴 경영 대학(Singapore Management University) 2학년이고 마케팅을 전공하고 있다. 지금은 APU에 교환학생으로 와 있다. 여기서는 APM(Asia Pacific Management, 아시아 태평양 경영)을 공부하고 있다.

 

-친구들은 널 어떻게 부르나

 

싱가폴에서 친구들은 ‘웨이치’라고 불렀다. 하지만 여기서는 다들 ‘웨이’라고만 부른다. 일본인들은 특히 중국식 이름을 기억하는 것을 힘들어 하는 것 같아서 그렇게 부르라고 했다.

 

-싱가폴에서 중국계의 비율은 어느 정도인가

 

사실 중국계가 가장 많고, 그 다음이 말레이계, 인도계의 순이다. 인도계는 10% 미만이다. 말레이계는 정확하게는 모르지만 아마 15% 정도 될 거다. 그리고 나머지가 중국계다. (정확하게는 중국계 76.8 %, 말레이계 13.9%, 인도계 7.9% 정도다)

 

-그럼 싱가폴에는 언제 돌아갈 예정인가

 

이번 학기를 마치면 바로 돌아간다. 한 학기 동안의 교환학생이기 때문이다. 지금 2학년 2학기이기 때문에 돌아가면 바로 3학년이 된다. 사실 우리 대학교는 미국 최고의 대학 중 하나인 와튼 스쿨과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 그래서 미국식의 학기 제도를 비롯해 많은 시스템을 와튼 스쿨로부터 그대로 받아들였다.

 

-그럼 졸업 후에 와튼 경영대학원에 진학할 수 있는 건가

 

(웃음) 만약에 내가 열심히 공부한다면 그렇게 될 거다. 그렇지만 사실 매우 힘들다.

 

 

<와튼 경영대학, 다들 들어본 적 있을 거다~>

 

-다니고 있는 대학은 4년제인가?

 

졸업에 필요한 기간은 유동적이다. 너는 최소한 한 학기에 수업 세 개를 들어야 한다. 참, 우리 학교에서는 학점 대신에 수업으로 계산한다. 그리고 최대한으로 들으면 한 학기에 여섯 과목을 들을 수 있다. 한 학기에 여섯 과목씩 들으면 5학기 만에 졸업을 할 수 있다. 실제로 그런 학생들도 있지만 많지 않다. 대신 나 같은 대부분의 학생들은 한 학기에 4-5 과목을 듣는다. 그러면 평균적으로 3년이나 3년 반 정도에 졸업을 하게 된다.

 

-다른 대학도 같은 시스템을 가지고 있나

 

알다시피 싱가폴은 작은 나라다. (웃음) 우리는 단지 세 개의 대학만을 가지고 있다. 하나는 우리 대학이고 다른 두 대학은 국립싱가폴대학(National University of Singapore)과 난양기술대학(Nanyang Technological University)이다. 그들은 우리보다 오래된 역사를 지니고 있다. 시스템은 대학마다 다르다. 난양기술대학은 3년 만에 졸업이 가능한 것에 비해, 국립싱가폴 대학은 졸업하는 데 4년이 걸린다.

 

-싱가폴의 공식 언어는 뭔가

 

공식 언어는 영어다. 하지만 싱가폴은 크게 네 개의 인종 그룹으로 나눠져 있다. 중국계, 말레이계, 인도계, 그리고 다른 이민자들이다. 이런 점은 외국인들이 보기에는 좀 특이하게 보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싱가폴은 두 가지의 언어를 의무적으로 습득하도록 돼있다. 모든 이들은 의무적으로 초등학교 떄부터 영어를 배워야만 한다. 그리고 인종에 따라서 자신의 언어를 배우게 된다. 나는 중국계이기 때문에, 학교에서 중국어 수업을 들었다.

 

-중국계에게 중국어 수업을 듣는 것은 의무인가

 

그렇다. 초등학교에서 각 인종은 의무적으로 자신의 언어를 배우게 돼있다. 그리고 다른 인종의 언어를 배우기를 원한다면 중학교에 가서 배울 수 있다. 음, 하지만 싱가폴 교육 시스템은 항상 변한다. 내가 말하는 것이 지금은 틀릴 수도 있다.

 

-그러면 학교에서 인종 그룹에 따라 반이 다른가

 

그렇지는 않다. 함께 수업을 받다가, 언어를 배울 때만 흩어져서 수업을 듣는다. 예를 들어서 내가 다닌 중등학교에서는 중국계가 절대 다수였기 때문에 중국어 수업을 했다. 말레이계도 같은 수업을 들었다. 하지만 싱가폴에는 정부에서 세운 언어 센터가 있다. 다른 인종의 학생들은 그곳에 가서 자신들의 언어를 배울 수 있다. 말레이계들은 말레이어를 배울 수 있고, 인도계도 마찬가지다.

 

사실 싱가폴에는 많은 형태의 학교가 있다. 먼저 모든 인종들이 다니는 보통의 학교가 있다. 하지만 문제는 보통의 학교에서는 중국계가 다른 인종들보다 월등하게 많다는 것이다. 그리고 말레이계나 인도계만을 위한 학교들도 있다. 내가 다닌 학교는 보통의 학교였다. 하지만 중국계가 다른 학교보다도 많은 편이었다.

 

-그렇군

 

(웃으며) 다른 복잡한 문제도 있다. 싱가폴의 중등학교들은 순위가 있다. 그런데 상위권의 학교들은 대부분 중국계가 대다수를 차지하는 사립학교들이다. 그에 비해 ‘지역학교(Neighborhood School )’ 불리는 공립학교도 있다. 인종들이 섞여서 사는 곳에 위치한 학교들인데 근처에 사는 이들이 가는 학교다. 물론 편견일지도 모르지만, 그 이웃학교에 사는 이들은 근처에 사는 이들끼리 몰려다니며 공부를 별로 하지 않는다. 그래서 ‘지역학교’는 순위에서 평균 정도거나, 평균보다 약간 높은 정도다.

 

-그러면 일상생활에서는 어떤 언어를 사용하나

 

영어를 쓴다. 우리는 말레이계나 인도계의 친구들과 함께 생활한다. 그들에게 뭔가 숨기는 듯한 인상을 주고 싶지 않기 때문에 학교에서는 영어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중국계들 끼리만 있을 때는 중국어를 쓴다.

 

-영어를 제외한다면 어느 언어가 일반적으로 쓰이나

 

중국어다. 그건 중국계가 다수이기 때문이다.

 

-그럼 넌 말레이어를 할 줄 아나

 

약간 한다. 잘은 하지 못한다.

 

-말레이인들 중에서는 중국어를 하는 이들이 많나?

 

사람에 따라 다르다. 예를 들어 같은 대학에서 온 류미라는 친구는 말레이계이기 때문에 말레이어를 잘 한다. 또한 중국 친구들을 많이 사귀고 있기 때문에 중국어도 잘 한다. 하지만 (말레이계들이) 다들 그런 건 아니다. 교육적 배경 등등에 따라 다르다.  

 

-하지만 싱가폴의 상류계층 중에는 중국계가 많다고 들었다. 사용하는 언어에 따라 차별이 존재하지는 않나

 

그렇지는 않다. (잠깐 생각하다가) 중국계의 관점에서 말한다면, 중국인의 비율이 높기 때문에 상류층에 있는 이들 중에서도 중국계들이 많은 것 뿐이라고 생각한다. 누가 어떤 언어를 말하든 보통은 영어로 의사소통을 하기 때문에 사용하는 언어에 따른 차별은 존재하지 않는다.

 

-알았다. (웃으며)하지만 싱가폴에서 사용하는 영어는 싱글리시 아닌가, 싱글리시를 몇 마디만 가르쳐 달라 (한국인들의 영어를 콩글리시라고 하는 것처럼, 싱가폴인들이 사용하는 영어를 싱글리시라고 부른다. 영어가 싱가폴에 정착되면서 변형된 싱가폴식 영어인데, 너무 많이 변형된 나머지 때때로 미국인들조차 알아들을 수 없는 경우도 있단다. 최근에는 정부에서 올바른 영어를 쓰자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웃으며) 알았다. 우리는 말 끝에 ‘라(Lah)’라는 단어를 습관처럼 붙인다. 음, 특별한 의미가 있는 건 아니고 단지 쓸모없는 접미사일 뿐이다. 예를 들면, 싱가폴인들이 자주 하는 말 중에 “Don’t play play, lah~”라는 말이 있다. “Don’t fool around’, ‘Don’t understate me’라는 뜻이다.

 

음, 음, 약간 설명하기 어려우니 예를 들어 보자. 만약 네가 “너 정말 그거 할 수 있어?” 혹은 “너 정말 피아노 칠 수 있어?”라고 물어본다면 난 아마 이렇게 말할 것이다. (손을 저으며) “Don’t play play, lah~” 이 때 이 말은 “당연하지” 혹은 “날 우숩게 보지 마.” 뭐 이런 뜻이다.

 

 

 

사실 싱글리시는 영어와 호킨(Hokkien)을 주로 하는 중국어 방언과 말레이어가 합쳐진 말이다. 처음에 발음을 쉽게 하기 위해서 발전된 싱가폴 식 영어인 셈이다.

 

-그럼 주변의 말레이시아나 인도네시아인들은 싱글리시를 이해하나?

 

아니다.

 

-(웃으며)그럼 싱가폴인들 사이에서 통하는 암호 같은 건가?

 

어떻게 보면 그렇게도 볼 수 있다. (웃음) 그것은 싱글리시가 단순히 단어의 변형이 아니라 우리가 말하는 방식 자체이기 때문이다. 억양이나 그런 것들이 전부 말이다.

 

-최근 정부에서 싱글리시 사용을 삼가자는 캠페인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다. 리콴유(Lee Kuan Yew)가 말한 바에 따르면 싱글리시 자체가 나쁜 건 아니다. 그건 싱가폴인들의 공동의 정체성을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떤 이들은 너무나 싱글리시에 익숙해진 나머지 제대로 된 영어를 말하는 법을 잊어버린다. (웃으며) 그건 싱글리시와 영어가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그럼 네가 싱글리시를 많이 섞어서 쓴다면 미국인이나 영국인이 네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생기나

 

그들은 아마 이해하는 데 약간의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싱글리시를 쓰는 이들을 얕보는 시선 비슷한 것이 있다는 사실이다. 제대로 된 영어를 쓰지 못한다고 말이다. 특히 우리는 아시아인이기 때문에 많은 외국인들이 더욱 그런 시선, 즉 우리의 언어 능력이 매우 떨어진다는 식의 생각을 갖게 되는 일이 생긴다. 따라서, 우리가 계속해서 싱글리시를 쓰고 영어 능력이 떨어진다면, 그들은 더욱 우리를 얕잡아 보게 될 것이다.

 

아마 언젠가 그들은 “나는 당신들과 일하고 싶지 않다. 당신의 언어를 알아들을 수 없기 때문이다” 라고 말하게 될 날이 올 지도 모른다. 따라서 언제나 정확한 영어를 쓰기 위해 노력하는 일이 필요하다. 그것은 그렇지 않다면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고, 결국 (싱가폴인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고착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싱가폴에는 아주 유명한 텔레비전 코미디 프로그램이 있었다. 그 프로그램의 주연 배우는 매우 독특했다. 그건 그가 절대로 제대로 된 영어를 사용하지 않고 오직 싱글리시만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그 코미디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자, 정부에서는 그 코미디가 어린이들에게 나쁜 인상을 줄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하게 됐다. 그리고 주연 배우가 싱글리시를 사용하지 않도록 압력을 줬다.

 

-그 프로그램이 중지됐나

 

아직 완전히 중지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싱글리시를 사용하는 부분을 약간 삭제한 채로 방영되고 있다. 그는 여전히 싱글리시를 쓰지만, 이제는 조금씩 자제하는 편이다. 하지만, 생각해보라. 그의 쇼는 싱글리시를 사용하는 것으로 독특한 명성을 얻었는데, 싱글리시를 사용하지 않고 제대로 된 영어만 쓴다면 무슨 재미가 있겠나? 그래서 여전히 싱글리시를 쓰지만 예전처럼은 아니다. 음, 근데 이 문제는 훨씬 이전에 이슈가 되었던 문제들이다. 사실 지금의 사람들은 그것에 대해 별로 생각하지 않는다.

 

-그럼 정부의 캠페인은 성공적이었나

 

나는 그 캠페인이 (싱글리시 사용에 대한) 사람들의 경각심을 높였다고 생각한다. 많은 싱가폴인들은 정부가 하는 일이 그들이 단지 그렇게 하기를 원하기 때문에 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 뒤에는 항상 이유가 있다. 싱가폴인들이 자주 하는 말 중에 “우리는 천연자원이 없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은 사람 뿐이다” 라는 말이 있다. 우리는 지식과 기술을 가지고 세계 경제에 참여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가 좋은 어학실력을 가지지 못한다면, 우리는 아마 더 좋은 인력을 공급하는 다른 국가에게 지게 될 것이다.

 

(정부의 캠페인에 따라) 많은 이들이 확실한 행동 변화를 보인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경각심을 갖게 된 것은 분명하다. 정확한 영어를 사용하기 위해 신문을 읽거나 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물론 어떤 이들은 정부의 정책에 동의하지 않기도 했다. 그들은 정부가 거의 없는 싱가폴인들만의 독특한 요소 중 하나를 없애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당시에 신문에 많은 기사와 칼럼에서 이 문제에 대해 이야기했다. 나 역시 이 문제에 대한 포럼의 기사를 읽었는데, 견해가 균형을 이루고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어떤 이들은 뒤에 숨겨진 이유 때문에 그 정책을 지지하는가 하면 어떤 이들은 단지 정부가 싱글리시 역시 우리 문화의 중요한 한 부분이라는 사실을 알아주기를 원했다. 사실 다수의 싱가폴인들은 그 정책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정부가 그들의 싱글리시를 앗아가기를 원하지는 않았다.

 

-네가 싱가폴에 대해 갖고 있는 가장 큰 자부심은?

 

자부심이라, (잠깐 생각하다가) 난 우리가 성취한 것들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싱가폴은 단지 섬일 뿐이고 인구도 400만 밖에 되지 않는다. 그리고 아주 작다. 하지만 독립한 이래로 우리는 계속 번영을 일궜다. 지금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좋은 공항 중 하나를 가지고 있고(창이공항), 가장 훌륭한 항공사 중 하나(싱가폴 에어라인)를 가지고 있고, 가장 물류량이 많은 항구 중 하나를 가지고 있다. 이런 모든 것들이 우리가 이뤄낸 것들이다. 눈에 보이는 어느 한 가지를 꼽아서 자랑하기는 어렵지만 우리가 이뤄낸 발전에 대해서 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싱가폴은 작은 섬이고, 천연자원도 없고, 있는 거라고는 단지 이민자들 뿐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경제적인 측면, 네 인종의 화합과 문화적 안정 등을 포함해 많은 성취를 이뤄냈다.

 

 

<시설 좋기로 유명한 창이공항이다>

 

(자 여기서 싱가폴에 대해 잠깐 알아보자. 싱가폴은 작은 나라답게 역사도 짧고 이해하기 쉽다. 사실 싱가폴은 200여년 전까지만 해도 몇 백 명의 말레이계가 사는 늪지대의 어촌에 불과했다. 하지만 영국의 래플스 경이 땅을 산 이후 동인도 회사는 싱가폴을 중계무역항으로 개발하기 시작했고, 상업에 재능이 있는 중국계들이 몰려들어 번성하는 무역항으로 탈바꿈했다. 그러다가 2차 대전 당시에는 일본의 식민지가 됐다가, 종전 후 다시 영국의 식민지가 됐다. 하지만 다시 돌아온 영국은 그다지 환영 받지 못했고, 중국계를 중심으로 반식민주의 운동이 거세게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 중심에 서 있던 이가 바로 인민행동당의 대표인 리콴유였다.

 

총리가 된 후 좌파에서 중도우파로 변신한 리콴유는 당에서 사회주의자들을 몰아내고, 말레이 연방에 싱가폴을 편입시키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1959년 싱가폴이 자치령이 되자 1963년 국민투표를 통해 독립과 동시에 말레이 연방에 편입할 것을 결의했다. 하지만 그게 또 맘대로 되지 않았다. 인종 문제부터 종교, 세금에 이르기까지 사사건건 중앙정부와 대립하게 된 거다.

 

1964년에는 말레이계들의 인종 폭동까지 일어나 수백명의 사상자를 내기도 했다. 또 싱가폴의 중요한 무역파트너였던 인도네시아와 말레이 연방의 갈등에 따라 싱가폴의 경제도 위협을 받게 되자 싱가폴은 1965년 독립을 했다. 그리고 그 후 기적 같은 경제성장을 이루게 된다. 지금 면적상으로는 서울과 비슷한 싱가폴은 국민소득이 2만불이 넘는 부국(독립 당시 500불)이며, 경제 침체를 거친 뒤 최근 다시 9% 정도의 고속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싱가폴에 간다면 가볼 만한 곳을 두 곳만 추천해 달라

 

음, 물론 누가 오느냐에 따라 틀리다. 하지만 너 같은 대학생이 온다면 나는 그들에게 현지인들의 삶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물론 대부분의 이들이 쇼핑을 원하긴 하겠지만 말이다. (웃음) (싱가폴은 관세가 거의 없는 자유무역 지대라 쇼핑의 천국이다) 음, 장소는???.

 

-현지인들의 삶이라면, (웃으며) 음, 싱가폴인들에게 전통적인 삶의 방식이란 뭘 말하는 건가?

 

(웃으며) 음, 그런 것이 있다. 첫번째로 추천하고 싶은 곳은 호커센터(Hawker Center)라는 곳이다. 푸드코트와 비슷한 옥외 식당이다. 싱가폴에 있는 모든 지역에는 최소한 한 곳 이상의 호커센터가 있다. 그 곳에서 넌 싱가폴에 있는 모든 인종들의 음식을 맛볼 수 있다. 난 싱가폴의 문화가 많은 부분에서 음식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우리가 영국 음식, 서양 음식, 중국음식, 말레이 음식, 인도 음식 등 다양한 음식을 먹기 때문이다.

 

나는 그곳에 한 번쯤을 꼭 가볼 것을 추천한다. 넌 그 곳에서 단지 각 인종들의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게 아니다. 동시에 싱가폴인들의 삶을 볼 수 있다. 호커센터에는 중국계, 말레이계, 인도계가 모두 있다. 그리고 그들은 각자 자신들의 음식만 먹지 않는다. 중국계는 말레이 음식과 인도 음식을 먹는다. 사실 우리는 그 음식들을 정말 사랑한다. (웃음) 반대도 마찬가지다. 유일한 문제는 종교에 따라서 금기시되는 음식들이 있다는 것이다. 말레이계와 인도계들은 서로의 종교에 따라 어떤 특정한 음식을 먹지 않는다. 그것은 어떤 중국인들도 마찬가지다. 특히 말레이계들은 오직 ‘할랄(무슬림식으로 도살된 고기)’이 된 고기만을 먹는다. 그래서 대부분의 싱가폴 식당에서는 말레이계들을 위해 할랄이 된 고기를 사용한다.

 

-다른 한 곳은?

 

모두에게 권하고 싶은 건 아니지만 대학생이라면 클라크 키(Clarke Quay)에 가볼 것을 권유하고 싶다. 싱가폴 강 옆을 따라 있는 거리인데, 전체 거리가 클럽이라 밤의 생활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라이브 뮤직 클럽도 있고, 단순히 술을 마시는 클럽도 있다. 재미있게 놀 수 있는 그런 곳이다. 또한 싱가폴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알 수 있는 그런 곳이다. 싱가폴 강은 예전에 교역선이 드나들던 곳이었고, 클라크 키는 ‘쿨리(일꾼)’들이 식량과 다른 물건들을 내리던 곳이었다. 지금은 클럽 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흥미로운 일로 가득 차 있어서 많은 젊은이들이 놀러 가는 곳이다.

 

 

<지도, 하지만 별로 표시할 게 없긴 하지만, 쩝>

 

-너도 자주 갔나?

 

나는 그다지 클럽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가끔 갔다.

 

-싱가폴의 물가는 어떤가

 

어디와 비교하는가에 따라 다르겠지만 일본보다는 싸다. 그건 확실하다. (고개를 저으며) 일본처럼 물가가 비싸다면 아마 살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말레이시아나 태국보다는 비싸다. 동남아에서는 아마 가장 물가가 비싼 편일 것이다. 옷이나 다른 쇼핑 품목들은 일본의 70% 정도라고 보면 된다. 하지만 음식은 아주 싸다. 일본의 40% 정도다. 한 끼에 200엔, 300엔 (약 2000원~3000원) 정도면 해결할 수 있다.

 

-여성에 대한 차별은 없나

 

음, (한참 생각하다가) 아마 있을 것이다. 없다고는 말할 수 없다. 만약 네가 어느 직장에든 간다면, 인종 문제가 아니라 단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남자들이 아직 높은 지위를 독점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최근 여성들의 경제 활동이 활발해지고 있는 추세다. 최근에 싱가폴의 한 잡지에서 최고 경영자의 자리에 올라있는 여성에 대한 기사를 실은 적이 있다. 최근 젊은 세대들 중에 많은 여성들이 미국이나 영국으로 유학을 가고, 졸업장을 가지고 돌아오고 있다. 그에 따라 점점 더 많은 여성들이 메니저의 위치에 오르고 있다. 젊은 세대들 중에 메니저의 위치에 오른 이들을 따진다면 절반 정도가 여성일 것이다.

 

예전에는 여성에 대한 차별이 심했지만 그것에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다. 당시 여성들은 고등 교육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생활 수준이 높아지면서 여성을 포함한 많은 젊은이들이 매우 우수한 졸업장을 가지고 싱가폴로 돌아온다. 그리고 기업들은 그들에게 더 높은 지위를 제공한다.

 

-한국에서도 마찬가지다. 한국 남자들은 군복무를 마치기 전에는 유학을 가기가 쉽지 않다.

 

그건 싱가폴도 마찬가지다. 넌 유학을 갈 수 있기는 하다. 하지만 병역 의무를 다하지 않고 외국에 간다면 많은 돈을 정부에 내야 한다. 그 돈은 네가 다시 싱가폴에 돌아올 거라는 사실을 보증하는 보증금이다. 내 부모님도 남동생이 외국에 나갈 때 돌아올 거라는 사실을 보증하기 위해 많은 돈을 지불했었다.

 

 

<외국에 가고 싶으면 돈을 내라!>

 

-여성에 대한 공식적인 차별은 없다고 봐도 되나

 

그렇다. 공식적인 차별은 사라졌다. 다만 관행적으로 암암리에 차별이 존재할 뿐이다.

 

-싱가폴인들이 특별히 선호하는 직업이 있나

 

보통 회사에 들어가는 것을 선호한다. 싱가폴은 매우 작은 나라고, 지역 시장도 매우 작다. 따라서 예술이나 스포츠 같은 분야는 생존하기가 쉽지 않다. 만약에 어떤 이가 “예술가가 되고 싶다”고 말하면 주변 사람들은 다들 “실제적으로 생각해보라. 넌 싱가폴에서 예술가로서 먹고 살 수 없다.”고 충고한다. 운동 선수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최근에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예전에 정부는 싱가폴의 생존에만 초점을 맞췄다. 그래서 그들은 사람들이 큰 회사에서 일할 수 있도록 교육을 시켰다. 외국 회사들이 투자를 하고, 공장을 지을 수 있도록 말이다.

 

당시에 정부에서는 사람들이 창의적으로 생각하는 것을 그다지 격려하지 않았다. 따라서 예술이나 스포츠는 그다지 육성되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 싱가폴 정부는 싱가폴 사회가 바뀌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예술이나 스포츠의 창조성이 사회를 더 활기 있게 만든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최근에 정부는 아주 크고 시설이 좋은 예술 센터를 세웠다. 넌 그곳에서 콘서트를 보거나 음악이나 회화에 대한 책들을 읽을 수 있다.

 

-사람들의 생각도 변했나

 

사람들의 생각도 많이 변했다. 정부에서는 사람들이 오락 산업을 즐기고, 자신이 흥미를 느끼는 분야의 길을 가는 것을 적극 장려하고 있다. 또, 정부의 지원을 받은 학교들은 학생들이 자신들의 사업을 설계하거나 자신에게 흥미가 있는 분야의 길을 갈 수 있도록 격려하고 있다.

 

-만약 네 자식들이 예술가가 되고 싶어한다면 어쩔 거냐?

 

나는 물론 그들을 지원할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싱가폴에서만 활동해서 성공적인 예술가가 된다는 것이 힘들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외국으로 나가서 공부를 더 하고 모험을 할 것을 권유할 것이다. 지금 내가 말한 것이 지금 싱가폴인들이 생각하는 것이다. 지금 싱가폴인들은 자식들이 예술이나 스포츠에 관심을 갖는 것에 대해 관대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논리적으로 싱가폴 내에서만 활동하는 예술가로서 살아남는 게 어렵다는 것도 알고 있다.

 

-싱가폴 출신의 음악가에 대해서는 들어본 적이 있지만 싱가폴 영화에 대해서는 들어본 적이 있다. 싱가폴에도 유명한 영화 감독이 있나

 

있다. 물론 국제적으로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싱가폴 영화 감독들은 지난 5-6년 동안 점점 더 좋은 영화들을 만들고 있다.

 

-비슷한 소국이지만 홍콩은 영화 산업으로 유명하지 않은가

 

음, 그건 흥미로운 사실이다. 아직 싱가폴 영화는 국제 시장의 벽을 깰 정도는 되지 않는다. 하지만 싱가폴 내에서는 점점 더 인기를 얻어가고 있다. 그리고 국제 시장에 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국제 영화제에 초청되거나 하는 식으로 말이다. 실제로 한 영화는 국제 영화제에서 상을 타기도 했다. 하지만 난 아직은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할 거라고 생각한다. 물론 난 그 목적을 어떻게 달성할지 모르긴 한다.

 

예를 들어 태국 영화, 인도 영화 등은 매우 특색이 있다. 언어나 문화적인 면에서 말이다. 그래서 자국 내에서도 인기를 끌고 외국인들과 서양인들의 관심을 더 끄는 것 같다. 하지만 싱가폴 영화는 싱글리시, 중국어, 영어 등으로 제작된다. 하지만 중국어 영화는 이미 홍콩이 장악한 상황 아닌가. 마찬가지로 영어 영화는 헐리우드 영화가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싱가폴 영화가 국제 시장에 데뷔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하지만 지금 싱가폴 영화 회사들은 다른 국제적인 영화사들과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국제적인 스타일과 싱가폴 배우들이 하나가 될 수 있도록 말이다. 그럼으로써 싱가폴 영화가 더욱 인기가 많아지고, 인지도가 높아지길 기대하고 있다.

 

-싱가폴 영화가 태국 영화나 인도 영화만큼 인기가 없다는 데서 질문을 다시 시작해 보자. 싱가폴만의 독특한 것, 싱가폴만의 특징이라고 불릴 수 있을 만한 것이 있는가?

 

싱가폴의 독특한 점은 모든 것이 섞여있다는 것이다. 만약 네가 일본에 오면 넌 일본 문화라는 단 한 가지의 문화만을 경험할 수 있다. 물론 그 깊이가 깊기는 하지만 말이다. 하지만 싱가폴에 오면 최소한 네 인종의 문화를 경험할 수 있다. 각각의 인종들이 자신의 문화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각자의 축제를 즐기고, 각자의 기념일을 축하한다. 따라서 네가 얻을 수 있는 것은 정말로 혼합된 것들이다. 그것이 바로 싱가폴의 문화다. 알다시피 싱가폴은 이민자들로 구성된 국가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넌 정말로 싱가포리안의 것, 싱가포리안의 것을 찾을 필요가 없다. 넌 이민자들이 생존을 위해 이 섬에 정착하고, 이후에 서로 다른 인종들과 어떻게 살아가는지 배우고, 서로에게 감사하고 서로의 다른 점과 문화를 수용하는 현상 자체를 보아야 한다.

 

-미국은 예전에는 인종의 용광로 혹은 ‘Melting Pot’으로 묘사됐지만 요즘에는 ‘퀼트(Quilt)’라고 묘사된다. (기억하시는 분들 있을 거다) 전자가 서로 융합해 새로운 정체성을 만든다는 의미라면, 후자는 다른 인종들이 서로의 전통을 지키며 화합한다는 의미에서다. 싱가폴은 어느 편인가





 
 

 

 

<이 그림 기억나지?>

 

(한참 생각하다가) 굳이 말하자면 싱가폴은 퀼트에 가까운 편이다. 그리고 난 싱가폴이 퀼트라고 생각하는 걸 좋아한다. 미국이 모두가 섞여서 서로의 전통을 잃어버리는 곳으로 묘사한다면 싱가폴에서는 실제로 그런 일들이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각 인종들은 서로의 문화를 잘 보존하고 있다. 예를 들어 싱가폴 독립기념일 같은 특별한 날에 학교에서는 각 인종들에게 전통의상을 입고 오라고 권유한다. 이런 식으로 서로의 문화들이 보존된다.

 

-그들이 서로의 문화를 보존하고 있다면, 싱가폴의 말레이계, 인도계, 중국계가 원래의 말레이시아, 인도, 중국의 문화와 다른 점이 없다는 말인가

 

아마도 우리는 (각각의 국가만큼) 그렇게 깊은 문화를 가지고 있지 않을지도 모른다. 적어도 원래의 문화만큼 깊지는 않을 거다. 중국을 예로 든다면 중국은 매우 큰 국가고 각 주들은 각자의 문화를 보존하고 있다. 만약 네가 중국에 간다면 중국의 문화 속에서 그러한 다양성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싱가폴의 이민자들은 이주 전에 거주했던 지방의 문화 하나만을 보존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우리 중국계는 점점 더 섞여가고 있고, 서로에 대해 가까워지고 있으며 젊은 세대들은 하나의 중국 문화에 대해 그렇게 깊게 알지 못한다. 그래서 우리는 중국 문화를 분화시키는 대신 질문들을 간단하게 만들고 있으며 서로 다른 지방의 중국 문화를 통합해나가고 있다. 난 말레이계와 인도계들도 같은 현상을 경험하고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그 말을 어쨌든 아직까지는 중국계 싱가폴인과 말레이계 싱가폴인들이 본토와 다른 그들만의 독특한 문화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해석해도 되겠나

 

지금으로서는 그렇게 생각하다. 사실 지금의 중국계 싱가폴인들의 문화와 중국의 문화는 비슷하며 그다지 많이 다르지 않다. 물론 완전히 같지는 않지만 말이다. 우리는 우리의 전통을 유지하고 있고 중국 또한 그렇다.

 

-그러면 싱가폴 문화가 그러한 각 인종들의 문화의 결합일 뿐인가

 

그렇다고 할 수 있다.

 

-싱가폴에는 인종 간의 갈등이 있나

 

(단호하게) 없다.

 

-하지만 몇 년 전에 싱가폴 초등학교에서 무슬림 소녀가 히잡 착용을 금지당해 문제가 됐다는 얘길 들었다.

 

(한참 생각하다가) 싱가폴에서 이슈 중 하나는 인종간의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으로 싱가폴 정부는 각 인종들의 전통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한 인종의 정체성이 너무 두드러지면 그들은 싱가폴인들이 생각하는 방식을 따르지 않게 될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문화들이 균형을 이루도록 유도하고 있다.

 

예를 들어 말레이계들이 여학생들에게 히잡을 쓰도록 한다면 그 소녀만 학교에서 튀어보일 것이다. 그리고 너무나 튀어보인 나머지 말레이계가 다른 인종들과 다르다는 사실을 다른 이들에게 상기시켜 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피부색이나 언어가 달라서가 아니라 단지 외모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부는 말레이 소녀가 히잡을 쓰는 것을 금지시켰던 것이다.

 

사실 그 문제는 그렇게 큰 갈등은 아니었다. 그 이슈가 사라지고 나서는 아무도 그 문제를 다시 제기하지 않고 있다. 히잡을 쓰고, 쓰지 않고에 대한 문제들 말이다.

 

-내가 알기로는 한 학교만 히잡 착용을 금지해서 문제가 됐던 걸로 아는데, 네 학교는 어땠나

 

중등학교에서는 히잡을 쓰는 것을 허용한다. 나 역시도 히잡을 쓰고 다니던 친구가 여럿 있었다. 하지만 어떤 말레이계 여학생들은 스스로 히잡을 쓰는 것을 거부하기도 했다. 그것은 개인에 달린 문제다.






 
 

 

<히잡 착용은 최근 프랑스에서도 태풍의 핵이다!>

 

내가 생각하는 ‘문화적인 갈등’이란 정말로 한 문화가 다른 문화에 반하여 서로를 공격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난 중국계고 넌 말레이계라서 난 너를 싫어한다”는 식으로 말이다. 하지만 그런 일들은 싱가폴에서는 절대로, 절대로 일어나지 않는 일이다. 아니, 이렇게 말하는 게 낫겠다. “내가 태어난 이후로는 그런 일들이 생기지 않았다”고 말이다. 예전에는 실제로 그런 일이 있기도 했다.

 

-중국계들이 사회의 부와 권력을 독점하고 있다고 들었다. 그에 따른 갈등은 없나?

 

일반화 시키기는 매우 어려운 문제다. 예를 들어, 난 싱가폴에 있는 MTV에서 일한 적이 있다. 당시에 사무실은 마치 싱가폴 사회의 축소판 같아서 여러 인종들이 함께 일하고 있었다. 물론 비율적으로 보면 중국계가 더 많았다. 하지만 말레이계와 인도계도 있었다. 난 그 부분에 대해 차별이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싱가폴에서 중국인이 다수이기 때문에 사무실서도 중국계가 많은 것 뿐이다. 당시에 내 보스는 인도 여성이었다.

 

-넌 다른 인종 그룹에 속한 친구들을 많이 사귀고 있나

 

(강하게) 그렇다. 내가 다닌 예비대학(Junior Collage)에는 많은 인종 그룹들이 잘 섞여있었다. 따라서 난 많은 다른 인종 친구들과 함께 생활하고 친구를 사귀었다. (싱가폴은 초등학교 6년, 중등학교 4년, 대학 전 교육 학교 2-3년, 대학 3-4년의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중국인이 다수라서 더 많은 사회적 재화를 소유하고 있다고 했는데, 사실 말레이시아 같은 경우엔 중국계가 소수이고, 마하티르 총리가 강하게 말레이 우대 정책을 폈음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부를 중국계가 독점하고 있지 않은가?

 

음, 내 생각에는 중국계들이 더 열심히 일하는 것 같다. 확실하진 않지만 말이다. (음, 결국 이 말이 나오고 말았다)

 

-서로 다른 인종끼리 남자친구와 여자친구를 자유롭게 사귀나

 

그렇다. 아무런 문제가 없다. 젊은 세대들인 우리는 상대의 인종에 대해서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는다. 그러나 아마 어떤 나이 드신 분들은 그런 것들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것은 말레이 여자친구나 남자친구를 사귀다가 결혼했을 경우에 상대방은 무슬림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 전까지 네가 어떤 종교였건 상관없이 의무적으로 말이다. 그런 이유 때문에 어떤 부모들은 말레이계와 사귀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기도 한다. 단순히 남자친구, 여자친구더라도 말이다. 말하자면 일종의 걱정을 하는 건데, 우리 같은 젊은 세대들은 그만큼 멀리 생각하지 않기 때문인지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만약 내 친구가 다른 인종과 사귄다면 난 그저 “와우, 그거 정말 멋진 일인데!”라고 말할 것이다. “왜 그랬니?” 라는 식으로 말하는 이들은 거의 없다.

 

-만약 친한 친구가 다른 인종과 결혼을 한다면 뭐라고 할 건가

 

난 그들의 행복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들이 행복하다면, 서로 다른 인종이라는 사실은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싱가폴의 이혼율을 어떤가, 높은 편인가

 

난 그다지 높지 않다고 생각한다. 일본처럼 높지는 않다.

 

-결혼 전에 처녀성이 중요하게 생각되나

 

음, 예전에는 처녀성을 지키지 않는 이들의 비율이 아주 낮다고 들었다. 그것은 우리가 아직 보수적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대학에 들어와서, 많은 친구들로부터 그것(섹스)이 사실은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 매우 일반적이라고 들었다. 그것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의견이 있는 편이다.

 

-나이가 있는 이들은 어떻게 생각하나

 

그들은 자녀들이 결혼 전에 남자친구나 여자친구와 자는 것을 결코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젊은 세대들은 결혼 전에 남자나 여자와 잤다고 하더라도 그 사실을 부모에게 말하자 않는다. 사실 부모님들은 자녀들이 어떻게 생활하고 있는지 잘 모르는 편이다. (웃음)

 

-통금시간은 있나

 

가족마다 다르다. 난 통금시간이 없었다.

 

-처녀성을 지키는 이들의 비율이 어떻게 되나

 

아직까지 처녀성을 지키는 여성이 그렇지 않은 여성들보다 많다고 생각한다.

 

-불륜에 대한 태도는 어떤가

 

법으로는 어떻게 될지 잘 모르겠지만, 당연하게도 사람들은 대부분 불륜을 허용하지 않는다. (약간 흥분하며) 네가 누군가와 결혼한다는 것은 상대방에 대해 책임을 진다는 뜻이다. 그런데 어떻게 그럴 수 있나?

 

-만약 불륜이 발각된다면 싱가폴 부부들은 어떻게 하나

 

아마 그들은 이혼을 할 것이다. 만약 그들이 정말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면 말이다. 하지만 싱가폴 정부는 결혼상담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결혼한 커플들 중에서 문제가 있는 이들이 가는 곳이다. 아마 정부는 이혼을 하기에 앞서 결혼상담센터를 먼저 찾아보라고 권유할 것이다. 그곳에서도 그들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그들은 갈라지게 될 것이다.

 

-넌 어떤가, 결혼 후 남편이 바람을 피면 이혼할 건가?

 

난 먼저 그가 정말 열정적인지 살펴볼 것이다. 난 남자들 중에 불륜을 하나의 일반적인 행동으로 여기는 이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만약 그가 그다지 열정적이지 않다면 우리는 다시 합쳐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가 너무 열정적이라 그 여자와 함께 나가기를 원하거나, 두 번 이상 같은 일을 저지른다면 그 때는 아마 이혼할 것이다.

 

하지만 이혼은 정말 마지막 선택이다. 중국계 싱가폴인들 사이에서는 체면이 중요하다. 그래서 이혼한 다음이라도 넌 아마 네가 이혼했다는 사실을 다른 이들에게 숨기려고 할 것이다. 그리고 파티에도 참가하지 않을 것이다. 이혼은 일종의 부끄러운 일이기 때문이다.

 

-싱가폴에서 ‘미인’의 기준은 어떤가

 

음, 우리는 ‘아름다움’을 ‘귀여움’보다 높게 평가한다. 일본과는 다르다. 귀여운 여자가 지나가면 ‘귀엽다’고 말하지만 그게 최상의 찬사는 아니다. (일본에서는 ‘귀엽다’가 최상의 찬사다) 또한 남자들은 자기보다 키가 큰 여자를 좋아하지 않는다. 보수적이어서 라기 보다는 전통적인 사고방식에서 여자가 남자보다 키가 크면 이상하다고 생각해왔기 때문이다. 나 역시 친구들과 이야기 할 때 “어떻게 여자가 남자보다 키가 클 수가 있나’고 이야기하곤 한다. (웃음) 그것은 아직까지도 약간 이상한 일이다.

 

-다른 기준으로는 어떤 것들이 있나

 

‘미의 기준’이라고 불릴 만한 것은 사실 없다. 음, 그러나 싱가폴에서 인기있는 여자의 대부분은 마른 여자들이다. 음, 그리고 섹시하거나 귀여운 여자보다는 아직까지 우아하거나 세련된 이들을 더 좋아한다. 그리고 여성의 관점에서 보자면 아직까지 ‘섹시한 여성’을 아름답다고 보지는 않는다. 남자들은 섹시한 여자들을 더 좋아할지 모르지만 말이다.

 

-‘뮬란’을 봤나? 거기서는 미국인들이 좋아하는 동양 여성의 이미지가 나온다. 하지만 한국인들은 그녀를 결코 아름답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싱가폴인들은 어떤가

 

사실 서양인들은 동양여자에 대한 매우 이상한 이국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단지 중국계들에게만 그런 것이 아니라 전체 동양 여자들에 대해 말이다. 하지만 동양 여자들 역시도 수많은 스타일을 가지고 있다. 어떤 여성들은 쌍거플이 있고, 어떤 여성들은 눈이 크고, 어떤 여성들은 피부가 어둡고, 어떤 여성들은 뚱뚱하다. 그것을 일반화 하기란 힘든 일이다. 뮬란을 봤을 때도 난 단지 ‘음, 저게 동양 여자에 대한 서양인들의 인식이군’이라고 생각했을 뿐이다. 하지만 너도 알다시피 현실은 다르다.

 

 

<그럼 뮬란은 이쁘냐, 안 이쁘냐?>

 

-동성애는 싱가폴에서 용인되나?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동성간의 혼인은 법으로 금지돼있다. 넌 신문에서 동성애자에 대한 기사를 찾아볼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커밍아웃을 하는 이들도 있는 걸로 알고 있다.

 

-커밍아웃은 사회적으로 용인되나

 

법으로 금지되어 있지는 않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들도 아직 많다. 만약 내 친구가 커밍아웃을 한다면, 처음에는 물론 놀라겠지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받아들이고 못 받아들이고는 개인에 달린 문제다. 다만 나이가 많은 이들이 더 보수적인 편이다. 만약 자녀들이 부모에게 커밍아웃을 한다면, 부모는 기절초풍할 것이다. 아직까지 사회적인 분위기는 보수적인 편이라서 싱가폴에서는 동성애 문제를 가지고 이야기 자체가 잘 이뤄지지 않는다.

 

-종교는 어떤가

 

대부분의 중국계들은 불교를 믿는다. 말레이인들은 무슬림이고 인도인들은 힌두교를 믿는다. 싱가폴에는 이렇게 다른 인종들을 위한 수많은 사원이 있다. 또한 교회도 있다. 젊은 중국계 중에 기독교를 믿는 이들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물론 아직까지는 나이에 관계없이 불교를 믿는 이들이 더 많지만 말이다. 말레이계나 인도계 중에서도 기도교인이 늘어나고 있는지 어떤지는 잘 모르겠지만, 지금 싱가폴에는 절, 모스코, 힌두 사원, 교회 등이 아주 많이 있다.

 

-외국인들을 만나면서 느낀 싱가폴에 대한 잘못된 고정관념이 있나?

 

잘못된 건 아니지만 고정관념은 있다. 언제나 싱가폴에 대해 이야기할 때면 외국인들은 ‘와, 정말 깨끗한 나라’라는 반응을 가장 먼저 보여서 날 놀라게 만든다. 마치 싱가폴을 방문한 이들은 싱가폴이 깨끗하다는 사실 하나만을 기억하는 것 같다. 그걸 제외하고 기억하는 거라곤 사자상 정도다.

 

물론 이런 고정관념이 나쁜 건 아니다. 좋은 것이다. 나 역시 싱가폴이 깨끗하다는 사실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난 동시에 싱가폴을 찾은 이들이 우리의 다문화주의와 음식, 안전함과 평화로움, 낮은 범죄율을 경험하고 기억해주기를 바란다. 사실 싱가폴은 아주 평화롭다. 시위도 데모도 없다. 그리고 여성도 아무 걱정 없이 밤에 돌아다닐 수 있다.

 

-하지만 싱가폴에서 유명한 거 또 하나가 있지 않나, 엄격한 법 말이다.

 

그렇다. 벌금으로 유명하다. 예를 들어 싱가폴에서 외국인들이 즐겨 사는 티셔츠에는 온갖 규정과 법률이 적혀 있다. (웃음) 흡연금지, 쓰레기 버리지 말 것, 길거리에서 음식을 먹지 말 것 등이다. 싱가폴이 벌금으로 유명하기 때문에, 어떤 이들은 그걸 가지고 티셔츠를 만들기로 결심했고 지금은 외국 관광객들 사이에서 아주 인기가 있는 티셔츠가 됐다.

 

-싱가폴에서는 껌을 살 수 없다고 들었는데

 

그렇다. 우리는 가게에서 껌, 풍선 껌 등을 파는 것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많은 싱가폴인들은 외국에 가서 껌을 사와서 씹는다. (웃음)






 
 

 

<껌사러 가자!>

 

-그러한 엄격한 규정들에 대한 불만 같은 건 없나?

 

내 세대들은 법이 이미 집행된 상황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우리는 자라면서부터 껌을 접하지 않고 살아왔다. 사실 우리는 껌이 금지된 사건을 경험한 게 아니라, 그 이후에 자랐기 때문에 이미 익숙해져서 별 불만이 없다. 하지만 나이가 있고 예전에 껌을 경험해본 적이 있는 이들은 그들 자신을 적응시켜야 했다.

 

-한국이나 다른 외국인들은 싱가폴 법이 너무 엄격하다는 인상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공원에 쓰레기만 버려도 엄청난 벌금을 물어야 한다고 들었다.

 

그렇다. 그리고 어떤 경우에는 사회봉사를 명령하기도 한다. 그러면 청소용 유니폼을 입고 일정 시간 동안 청소를 해야 한다. (웃음) 외국인들이 보기에는 좀 이상하게 보일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이미 익숙해진 일이다. 우리는 ‘쓰레기 버리지 말 것’이나 ‘길거리에서 음식을 먹지 말 것’ 같은 구호를 보더라도 ‘그럼 들어가서 먹지, 뭐’ 이런 식으로 생각하고 만다.

 

-그런 규율들은 전부 정부에 의해서 만들어진 건가

 

‘껌 금지’ 같은 건 그렇다. 하지만 ‘금연’이나 ‘쓰레기 버리지 말 것’ 같은 규칙들은 개별 식당이나 백화점 같은 곳에서 정하는 경우도 많다.

 

-외국인들을 놀라게 하는 다른 규칙들도 있다. 예를 들어 1995년에는 오럴섹스가 법에 어긋난다는 판결이 나온 걸로 알고 있다. 그런가 하면 10년쯤 전에는 미국 소년이 태형을 받은 일도 있었다. (후자는 기억하는 분들 많이 있을 거다. 빌클링턴 대통령이 친서를 보내고 난리를 쳤는데도 불구하고 리콴유는 사정없이 태형을 집행해버렸다)






 
 

 

<섹스를 하면서 하는 오럴 섹스는 괜찮지만, 오럴 섹스 자체가 목적이 되면 안된다나?>

 

음, 오럴 섹스 건은 내가 아주 희미하게 기억하는 일이다. 그리고 그 때 미국 소년은 차를 파손하고 스프레이를 뿌렸다. 그리고 우리 가족들은 정부의 정책을 지지했다. 왜냐하면 미국인이든 누구든 우리 땅에서 범죄를 저질렀다면 법에 따라 그에 합당한 책임을 지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의 법을 따르는 것이 당연하다. (맞는 말이다. 맘 같아선 이 말을 고대로 주한미군넘들한테 해주고 싶다) 정확하게는 기억이 나지 않는데, 그가 아마 곤장형을 받았던가?

 

-그렇게 알고 있다.

 

오래 전 일이라서 당시 여론이 어땠는지 정확하게 기억할 수는 없지만 우리 가족은 그 정책을 전적으로 지지했다. 만약 한 명의 미국인에게 예외를 둔다면, 다른 외국인들도 싱가폴에 가서 나쁜 일을 저질러도 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겠냐? 우리가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너네도 우리 땅에서 범죄를 저질렀으면, 우리 법을 따라라! 확, 곤장을 때려버릴까부다~>

 

-리콴유는 언론에 대한 제약으로도 유명한데, 넌 정부를 마음대로 비판할 수 있나?

 

음, 아마 그럴 것이다. 넌 신문에 너의 의견을 쓸 수 있다. 정부 정책에 대해 불만을 제기할 수도 있고, 정부 기관을 방문하면서 느꼈던 문제에 대해 글을 쓸 수도 있다. 그렇게 한다면 정부 대표 명의로 사정을 설명하거나 사과하는 편지를 받게 될 것이다. (칼럼 하나 쓰면 바로 정부의 답변을 들을 수 있다니, 놀라울 뿐이다)

 

-만약 정책이나 서비스에 대한 불만이 아니라 리콴유 전 수상이나 다른 이들에 대한 개인적인 비판이라면 어떤가?

 

(이 타이밍에서 리콴유에 대해 설명해야겠지? 화교 4세인 리콴유는 캐임브리지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고, 1954년 인민행동당(Peoples Action Party: PAP)을 창당해 정치에 뛰어들었다. 이전에는 노조변호사 활동도 했고 당 이름에서 볼 수 있듯이 한 때는 사회주의의 신봉자였기도 하다. 1959년 35살의 나이로 총리에 올라 중도우파로 변신한 이래 1990년 까지 31여년 간 싱가폴을 통치했다. 말 그대로 싱가폴과 함께한 인생이라 할 만한다.

 

 

<말레이시아의 마하티르와 함께 동남아시아에서 성공한 권위주의적 정치가로 꼽힌다>

 

1990년 총리의 자리에서 물러난 리콴유는 이후 선임장관(Senior Minister)으로서 고촉통 후임 총리의 막후에서 싱가포를 조종해왔다. 지난 달에는 리콴유의 아들 리센룽이 새 총리가 되고, 고촉통이 선임장관의 자리에 올랐지만 리콴유는 고문장관(Minister Mentor)의 자리로 옮겨 역시 마찬가지의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리콴유는 싱가폴이 독립하기 이전부터 지금까지 싱가폴을 통치해왔으니, 싱가폴은 리콴유의 분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리콴유의 엘리트주의적 정치 철학과 권위주의적 통치는 싱가폴을 어느 나라와도 다른 독특한 국가로 만들어놨다.

 

어느 선진국과 비교해서도 뒤지지 않을 만큼의 경제력을 가지고 있지만 사회는 아직까지 지나치게 보수적이고, 언론의 자유는 엄격히 제한 받고 있는 나라가 싱가폴이다. 두 이슬람 국가 사이에 위치한 작은 섬나라고, 물과 음식을 비롯한 모든 천연자원을 수입해야 하지만 400만 인구의 국민소득은 2억2천만의 인구를 가진 이웃나라 인도네시아의 국민 소득에도 그다지 뒤지지 않을 정도다.

 

‘자유는 질서 속에서만 존재할 수 있다’는 리콴유의 유교적 정치철학은 쓰레기를 버리는 이에게 한국 돈으로 50만원의 벌금을 부과하는 정책으로 이어졌다. 그런가 하면 “언론은 혼란과 분열보다 통합과 계몽을 달성해야 한다”는 그의 언론관은 언론 탄압이라는 국제언론기구의 지적을 계속해서 받고 있다. ‘아시아적 가치’를 주장하는 그는 김대중 대통령과의 논쟁으로도 유명하다. 당시 리콴유는 ‘문화는 운명이다’라는 논문에서 “서구의 민주주의는 동아시아에 그대로 적용될 수 없다”는 요지의 글을 썼고, 이에 김대중 전 대통령은 “유교적 전통에도 민주주의적 요소가 있으며, 그런 태도는 결국 권위주의적 통치를 정당화하는 변명일 뿐”이라고 반론을 폈었다. >

 

음, (잠깐 생각하다가) 그런 종류의 비판을 말할 수 있냐는 질문인가, 쓸 수 있냐는 질문인가?

 

-신문이나 다른 매체에 쓸 수 있냐는 거다

 

난 지금까지 그런 종류의 비판을 신문에서 본 적이 없다. 그럴 때마다 난 그것이 허용되지 않는 것인지, 아무도 감히 하지 않는 것인지 궁금했었다. 하지만 지금 생각으론 아마 허용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싱가폴의 주요 신문은 싱가폴 언론지주회사에서 발행된다. 그리고 난 그 회사가 적어도 정부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아마 허용되지 않는 것일 거다.

 

-그럼 싱가폴에는 독립 신문이나 방송사가 존재하지 않는 건가

 

그렇게 불릴 만한 것은 없다. 하지만 우리는 야당을 가지고 있고, 그 당 역시 자신들의 견해를 담은 신문을 펴낸다. 하지만 난 그 신문이 정기적으로 발행되는지, 아니면 선거철에만 발행되는지 잘 모르겠다. 왜냐하면 난 그 신문을 선거철에만 봐 왔기 때문이다.

 

-그럼 리콴유부터 시작해 보자. 넌 리콴유를 어떻게 생각하나

 

리콴유라, (잠깐 생각하다가) 난 그를 존경한다. 그가 없었다면 싱가폴이 지금처럼 발전하지 못했으리라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난 역시 어떤 이들이 그가 해온 방식을 마음에 들지 않아 하는 것도 이해할 수 있다. 그는 민주주의나 언론의 자유보다, 그가 원하는 방식에 따라 국가가 인도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난 여전히 싱가폴이 그를 필요로 했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그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리콴유는 이미 일선에서 물러났다. 그가 선임장관이기는 하지만 최근에는 자신이 발휘하던 영향력에서도 조금씩 물러서고 있다. 그는 단지 중요한 이슈가 제기될 때만 대중들 앞에 모습을 드러낸다. 최근의 이슈 중에는 싱가폴 항공의 조종사 노조의 문제가 있었다. 그 문제는 매우 큰 문제였고 더 크게 커질 가능성어 있었다. 그래서 리콴유가 개입한 것 뿐이다. 그는 지금 확실히 정부의 더 젊은 세대들이 스스로의 리더쉽을 발휘하기를 원하고 있다. 하지만 많은 싱가폴인들은 리콴유가 세상을 떠나는 날이 올까봐 두려워하고 있다.

 

넌 리콴유만큼 싱가폴에 많은 영향을 미친 사람을 찾아볼 수 없을 것이다. 만약 앞으로 큰 문제가 생기고 그 문제에 개입할 이가 필요할 때, 리콴유가 없다면 과연 누가 개입해서 일을 해결할 것인가? 많은 싱가폴인들은 그가 죽고 나서 싱가폴에 어떤 일이 생길지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

 

-국가나 국민이 민주주의나 자유를 누리기보다 현명한 이에 의해 인도되어야 한다는 그의 철학이 아직까지도 유효하다고 생각하나

 

지금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고 본다. 하지만 그의 정책의 대부분은 예전에 집행됐던 것이고, 그 당시에는 그 정책들이 필요했다. 일단 싱가폴을 작은 어촌에서 큰 도시로 건설해야 했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사람들을 훈련시키고, 그들이 무엇을 해야할지를 말해주고, 그들의 창의력을 제한하는 일이 필요했다. 하지만 난 지금 싱가폴 정부가 더 이상 그 정책이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고 본다. 정부는 이미 많은 정책들을 바꿨다. 그들은 교육제도를 비롯해 아주 많은 것들을 바꾸고 있다.

 

-넌 그 변화들이 충분한 속도로 이뤄지고 있다고 보나

 

난 정부의 변화가 충분히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어떤 정책을 집행하기 위해선 시간이 필요하다. 먼저 그것이 제대로 작동할지 그렇지 않을지 봐야 하고, 사람들에게 새로운 정책에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을 줘야 한다. 따라서 하나의 정책을 집행하기 위해선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지금 정부는 하나의 정책을 집행한 후 충분한 시간을 두고 다른 정책을 집행한다. 그들은 사람들에게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을 주고, 그 정책의 원인과 결과를 철저하게 분석한다. 그 다음 아직 더 필요하다면 약간 더 변화를 주는 식이다.

 

-그럼 넌 지금 정부가 적절한 방향으로, 적절한 속도로 가고 있다고 보나

 

그렇다. 난 정부가 아주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옳은 방향과 속도로 가고 있다는 말이다. 특히 지금 정부는 세계가 지구촌화 돼가는 경제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이런 시대에 싱가폴인들을 훈련시키고, 일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추게 하기 위해, 국제 시장에서도 두드러지는 인재가 될 수 있도록 정부는 노력하고 있다.

 

 

<우리 정부 너무 잘하고 있는 거 같다!>

 

-(리콴유 수상과 김대중 대통령의‘ 아시아적 가치’ 논쟁을 설명한 후) 넌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한참 생각하다가) 난 그 이슈를 이렇게 본다. 리콴유는 확실히 권위주의적 통치자였다. 그런 이유 때문에 그를 좋아하지 않는 이들도 많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그가 싱가폴에 나쁜 일을 한 적은 없다. 따라서 나로서는 그를 반대할 이유가 없다.

 

또한 싱가폴은 독특하기 때문에 그와 같은 정책이 필요했다. 각자 다른 문화와 인종이 살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보는 시각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난 과거에는 그의 정책이 아주 잘 기능 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보고 있듯이 미래에는 조금씩 달라질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리콴유가 권위주의적 통치자였다는 사실을 부인하는 건 아니다.

 

-그럼 넌 싱가폴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권위주의적 통치자가 필요했다고 보는 건가?

 

우리의 경우엔, 즉 싱가폴의 경우엔 그렇다. 과거에는 그런 것들이 필요했다.

 

-그럼 넌 서구식 민주주의가 아닌 ‘아시아적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나

 

아시아 각국은 다른 가치를 가지고 있으며 그것이 그들을 독특하게 만들어 주고 있다. 따라서 한 국가에게 민주주의란 국민들이 데모를 할 수 있는 자유를 의미하는 반면에, 다른 국가에서 민주주의란 단지 정당이나 대통령 투표할 수 있는 자유만을 의미할 수도 있다.

 

-리콴유는 현명한 이가 두 표의 투표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말한 적도 있다

 

음 그렇다. 민주주의라, 어려운 문제다. 아주 어렵다. 내게 민주주의를 확실히 정의하는 것은 어려운 문제다. 하지만 싱가폴인들은 최소한 지금의 상황에 매우 만족하고 있다. 지금 싱가폴인들은 자신들의 목소리를 낼 수 있다. 이 전에는 정부의 목소리에 의해 지나치게 싱가폴인들이 컨트롤되던 시기도 있었다. 하지만 정부는 변화하고 있으며, 싱가폴인들은 점점 정부가 그들의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여준다는 것에 대해 만족하고 있다. 물론 가끔은 더 많은 자유나 민주주의를 원할 때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싱가폴인들은 그들이 말을 하면 정부가 듣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우리에게 그 정도의 민주주의라면 충분하다.  

 

-하지만 오럴 섹스가 불법인 건 좀 너무하지 않나?

 

음, 그건 약간 그런 면이 있다. (웃음)

 

-지금 싱가폴에서 가장 큰 문제는 뭔가

 

사회적으로는 낮은 출산율이 가장 문제다. 지금 그건 싱가폴에서 가장 큰 이슈고 정부 역시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나이 많은 세대를 지원할 젊은 세대들의 수가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싱가폴에는 지금 지나치게 많은 노인들이 있고, 의료비 또한 아주 비싸다. 따라서 젊은이들이 부모나 조부모를 부양하는 것이 점점 더 힘들어지고 있다.

 

-정부는 그 상황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나

 

이건 또 다른 부끄러운 얘길지 모르지만, 정부에선 SDU인가 뭔가 하는 걸 운영하고 있다. 음, 이름이 확실하진 않다. 어쨌든 그건 일종의 결혼중매기관이다. (웃음) 정부는 젊은 이들이 이 기관을 통해 다른 이성을 만나고 결혼을 해서 아이를 가지길 희망하고 있다. 또한 세금감면 혜택도 있다. 첫 번째 아이, 두 번째, 세 번째로 갈수록 세금 감면의 폭이 커진다. 하지만 난 SDU인가 뭔가를 이용하는 이들의 수가 많지 않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자주 그것에 대해 농담을 한다. (웃음)

 

 

 

 

<우리도 정부가 나서서 외로운 남녀를 구제하란 말이다!>

 

-남자와 여자가 만나서 결혼을 한다고 아이를 가지는 건 아니잖나

 

음, 그렇지만 최소한 기회는 생기지 않나? (웃음) 또한 최근에는 많은 여성들이 일을 가지고 있고, 또 자신의 일에 집중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결혼을 하지 않거나, 결혼을 하더라도 아이를 갖지 않는 경우가 생긴다. 정부는 이에 대해 기업에게 출산 휴가를 주도록 권유하는 등의 방법으로 출산을 장려하고 있다. 음, 그리고 아버지에게도 출산휴가를 준다. 아이들을 돌볼 수 있도록 말이다.

 

그건 사실 큰 문제다. 그리고 미래의 문제가 아니라 지금의 문제다. 우리 가족만 보더라도 조부모님, 외조부모님 가운데 세 분이 살아계신다. 그에 비해 아이들은 나를 포함해 단지 둘 뿐이다. 그리고 할머니가 몸이 안 좋으신데, 의료비가 정말 많이 든다. 우리는 운이 좋다. 왜냐하면 정부가 늙은 이들을 위해 의료비의 많은 부분을 보조해주기 때문이다. 만약 네가 정부가 운영하는 병원에 간다면 돈을 아주아주 조금만 내도 된다. 하지만 여전히 비싸다. 다른 병원에 비해 아주아주 조금인데도 말이다.

 

-싱가폴은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사이에 위치한 작은 국가다. 종교와 인종구성부터 사회 시스템에 이르기까지 많은 부분에서 그들 나라와 다르다. 그것에 대해 싱가폴인들은 불안이나 일종의 공포를 가지고 있지는 않나?

 

음, 그렇다. 특히 911 테러 당시에 그 테러를 주도한 이들이 무슬림들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두 무슬림 국가 사이에 있다는 사실에 대해 많은 이들이 불안을 느꼈다. 또한 네가 알다시피 말레이시아와 싱가폴은 좀 이상한 관계에 있지 않은가?

 

(싱가폴이 말레이 연방에서 독립한 이후 두 국가는 협력과 갈등을 반복해왔다. 예를 들어 싱가폴은 1971년 이후 다국적 안보 체계를 구축했고 말레이시아는 자신의 앞마당에 다른 국가의 군대가 주둔하는 것에 대해 늘 못마땅하게 생각해왔다. 그런가 하면 싱가폴은 국력의 차이도 그렇지만 물을 비롯한 주요 천연자원을 말레이시아에서 수입하는 형편이라 대놓고 말레이시아에 반대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다. 최근에는 안보적 위험을 경감시키기 위해 미군 기지를 유치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태국, 말레이시아 등 주변국의 반대에 부딪치고 있다)

 

-싱가폴은 한 때 말레이 연방의 일원이었지 않나?

 

음, 하지만 쫒겨났다.

 

-쫒겨난 건가? 스스로 탈퇴한 게 아니라?

 

이렇게만 말하자. 리콴유는 싱가폴이 말레이 연방의 일원으로 남기를 정말 정말 원했다. 하지만 일이 뜻대로 되지 않았다. 때문에 말레이시아가 싱가폴에게 연방에서 탈퇴할 것을 권유했다. 다시 주제로 돌아가자면 911 당시에 많은 싱가폴인들이 상황에 대해 우려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처럼 종교적인 문제를 제외한다면 우리는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우리가 물을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에 의존하고 있는 건 알지? 때문에 이들 국가와 가능한 한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지금 싱가폴과 인도네시아 사이의 관계는 어떤가

 

싱가폴과 인도네시아 사이에 약간의 갈등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싱가폴과 말레이시아 사이의 갈등만큼 크지는 않다. 그리고 그 이슈들은 대부분 마하티르(말레이시아의 총리)와 관련이 있다. 이젠 마하티르가 사임했으니, 새 총리가 두 국가 사이의 관계를 회복시키길 바라고 있다.

 

-근데 정말 물어보고 싶은 건데, 그렇게 자잘한 규칙들에 둘러 쌓여 있으면 갑갑하거나 갇힌 느낌이 들지 않나?

 

전혀 그렇지 않다. 그것은 우리의 삶의 방식이기 때문이다. 길거리에 쓰레기를 버리지 말라,는 규칙을 생각해 보자. 사실 싱가폴에는 너무나 많은 쓰레기통이 있기 때문에, 쓰레기를 쓰레기통에 버릴 수 없었다는 식의 말은 통할 수가 없다. 화장실의 물을 내리는 것도 마찬가지다. 꼭 법이 아니더라도 화장실을 이용하고 나서 물을 내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되니 말이다. 우리는, 아니 적어도 난 ‘법이니까 화장실의 물을 내려야지’ 이런 식으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럼 규칙을 의식하지 않고 생활해도 불법을 저지르지 않는단 말인가?

 

그렇다. (하고 싶은 대로 해도 규칙에 어긋나지 않는다, 거의 공자의 경지다)






 
 

 

< 공자도 70에 되어서야 ‘종심소욕 불유구(從心所欲 不踰矩)’의 경지에 도달했다는데…>

 

-하지만 외국인들에게는 좀 갑갑한 게 사실이다.

 

(이해한다는 표정으로) 음, 아마 그럴 거다. 우리는 그런 환경에서 자라왔기 때문에 의식하지 못하지만 말이다. 사실 나만 해도 전혀 의식하지 못한다. 네가 그 말을 하기 전까지만 해도‘화장실에 물을 내리지 않으면 안된다’는 규칙이 있다는 것 조차 잊어버리고 있었다. (웃음) 그건 우리 삶의 방식이다.

 

-그럼 위법을 저질러 벌금을 내거나 벌칙을 받는 이들은 많지 않나?

 

거의 없다. 싱가폴인들은 대부분 이미 규칙에 적응했기 때문이다. 물론 가끔씩 규칙을 어기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 사소한 것들이다. 음, 말하자면 우리가 여전히 규칙을 어기기는 하지만 의식적으로 우리를 둘러싼 규칙들에 대해 저항하는 건 아니다.

 

-스트레스도 전혀 받지 않나

 

그렇다. 전혀 받지 않는다.

 

-싱가폴인들은 미국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미국을 보는 다양한 관점이 존재한다. 어떤 이들은, 특히 미국이나 서양 문화에 영향을 받은 젊은이들 중에 많은 이들은 미국을 이상화시키는 경향이 있다. 그들 중에는 할 수만 있다면 미국에 가서 살고 싶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많다. 하지만 동시에 미국처럼 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존재한다. 특별히 이라크전에 대해서 말이다.

 

사실 지금 많은 싱가폴인들이 전쟁에 대한 미국의 정책을 지지하지 않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전을 일으킬 당시 금방 끝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쟁은 아직까지 지속되고 있지 않은가. 그 전쟁은 너무나 오랜 기간 동안 지속되고 있고 많은 무고한 이들이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

 

-반전시위 같은 것도 있었나

 

싱가폴에서 시위는 아주 아주 드물게 일어난다. 사실 난 태어나서 아직까지 싱가폴에서 시위를 하는 걸 본 적이 없다. (웃음) 때문에 해외 뉴스에서 시위를 하는 장면을 볼 때마다, ‘저들이 무얼 하는 거지’라고 생각하곤 한다.





 
 

 

뭐하냐구? 시위한다!

 

-대학교에서는 학생회가 있나

 

있다.

 

-그런데 등록금이나 다른 문제들에 대해 전혀 시위를 하지 않는단 말인가

 

전혀 하지 않는다. 이렇게 말하면 외국인들이 싱가폴이 통제되고 억압된 사회라고 생각할 지도 모르지만, 우리의 관점에서 보면 이것은 우리의 삶의 방식일 뿐이다. 우리는 어떤 경우에도 시위를 한다거나, 데모를 한다거나 하는 것들을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는 공식적인 루트를 통해 정부에 불만을 토로한다. 정부 사무실을 찾아가거나, 메시지를 전달하거나 하는 방법으로 말이다.

 

-유령을 믿나

 

가능성을 부정하진 않는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꼭 있다고 생각하는 것도 아니다.

 

-외계인은 어떤가

 

아마도 있을 것이다. 음, 확실하게 답변을 못해서 미안하긴 하지만 난 어떤 사안에도 균형을 지키려고 하는 편이라서 말이다. (웃음)

 

-개인적인 질문으로 넘어가보자, 태어나서 줄곧 싱가폴에서 자랐나

 

그렇다. 다만 싱가폴 안에서 이사를 한 번 한 적이 있다. 난 원래는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생활하고 있었다. 하지만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 더 큰 집으로 이사를 갔다. 지금은 그곳에서 남동생, 부모님을 포함해 가족 모두가 함께 살고 있다. 싱가폴에선 젊은이들이 혼자 사는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 첫 번째 이유는 집값이 비싸기 때문이고, 두 번째 이유는 싱가폴이 아주 작은 나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만약 네가 부모님으로부터 독립을 선언한다면 매우 이상하게 생각될 것이다. 어차피 거기가 거기기 때문이다. 대학에 가면 독립을 하는 일본과는 다르다.

 

-부모님은 뭘 하시나

 

둘 다 회사에서 일한다. 어머니는 좀 작은 회사에서 일하는데 직책은 오피스 메니저다. 아버지는 다국적회사에서 일하고 직책은 역시 매니저다.

 

-남동생은 뭘 하나

 

지금 열 여섯 살이다. 중등학교에 다닌다.

 

-가족과는 어떤 언어로 대화하나

 

어머니와는 영어로 대화한다. 어머니는 중국계임에도 불구하고 중국어를 할 줄 모른다. 학교에서 배우지 않았기 때문이다. 교육 제도가 지금과는 달랐기 때문일거다. 그녀는 대신에 말레이어를 할 수 있다. (싱가폴에 사는 중국계가 중국어 대신 말레이어를 하다니, 특이한 경우다) 그리고 아버지와는 중국어로 대화한다.

 

-그럼 어머니와 아버지는 어떤 언어로 대화를 하나

 

아마 영어일거다. (웃음) 그리고 난 할머니와는 호킨스라는 중국계 방언으로 대화한다. 그리고 내 아버지와 외할머니는 광둥어로 대화를 한다. 그리고 가정부가 있는데 가정부와는 말레이어로 대화한다. 그녀는 인도네시아인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남동생과는 영어로 대화를 한다.

 

 

<난 하나도 안 이상한데, 넌 이상하냐?>

 

-그럼 가족들이 다 모인 자리에선 어느 나라 말을 쓰나

 

아마 중국어일거다. 하지만 개별적으로 말을 한다면 같은 자리에 있더라도 상대에 따라 사용하는 언어가 달라진다. 그 과정은 거의 자동적으로 일어난다. 할머니와는 중국계 방언으로 이야기하다가, 어머니와는 영어로 이야기하다가, 뭐 이런 식이다.

 

-(웃으며) 그럴 때마다 좀 이상하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나?

 

(웃으며) 그게 우리 삶의 방식이다. 가족들이 전부 모인 자리에서 할아버지가 건배를 한다든지 할 때는 중국어를 사용하지만 이후에는 서로 언어를 바꿔가면서 이야기를 한다.

 

-지금까지 어떤 교육을 받았나

 

유치원 3년, 초등학교 6년, 중등학교 4년(Secondary School), 예비대학(Junior Collage) 3년을 졸업하고 지금 대학에 다니고 있다. 싱가폴에서는 보통의 과정이다.

 

-의무교육은 언제까지인가 ?

 

아마 중등학교까질 거다. 그리고 나서 넌 예비대학에 갈지 직업학교(polytechnic)에 갈 지 선택할 수 있다.

 

-대학에 가는 이들의 비율은 어느 정도인가

 

싱가폴 대학을 말하는 거라면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 많은 이들이 싱가폴에 있는 대학에 가지만, 그만큼 많은 이들이 외국으로 유학을 떠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느 정도가 대학에 입학할 자격이 있는지를 말한다면 예비 대학에 진학한 이들 가운데 80% 정도라고 말할 수 있다. 직업학교에서는 대학에 가는 것이 힘들기 때문에 이 80%가 아마 대학에 진학하는 이들 대부분일거다.

 

-남자친구는 있나

 

(웃음) 없다.

 

-평균 결혼 연령은 어느 정돈가?

 

여자는 26~28 정도다. 스물 셋 정도에 졸업을 한다면 3-4년 동안 경력도 쌓아야 하고 남자친구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아니 25~26 정도라고 하는 게 더 정확할지도 모르겠다.

 

-(웃으며) 그 다음엔 정부 중매기관에 가야 하는 건가?

 

(웃으며) 아마 서른이 될 때까지 짝을 찾지 못한다면 정부에게서 남자를 소개받는 것이 좋을 지도 모른다. 좋은 생각이다.

 

-군 복무기간은 얼마나 되나

 

2년 6개월 이었는데 최근 2년으로 단축했다고 들었다.

 

-이상형은 있나

 

음, 특별한 이상형은 없지만 나보다 키가 컸으면 좋겠다. 그리고 난 아직 사랑에 빠지는 것이 느낌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둘 사이에서 뭔가가 느껴진다면 상대가 말레이계건 인도계건 상관없다. 물론 지금으로서는 중국계를 더 선호하긴 한다. 전통과 사고방식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전 남자친구는 다들 중국계였나

 

네 명은 중국계였고, 한 명은 말레이계였다.

 

-몇 살 정도에 결혼하고 싶나

 

할 수 있다면 스물 다섯 정도다.

 

-아이는?

 

스물 여섯 정도에 낳고 싶고, 둘 정도 낳고 싶다.

 

-둘 정도면 보통인가

 

그렇다. 하지만 아직까지 중국계 가정에서는 아들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난 딸 하나, 아들 하나를 갖고 싶지만 아들을 위해서 아이들을 더 낳아야 할지도 모른다.






 
 

 

<아들이면 좋으련만~>

 

-취미는 뭔가

 

피아노를 치는 것이다.

 

-좋아하는 음악가는?

 

난 작곡가 위주가 아니라 곡 위주다. 그리고 클래식보다는 팝을 연주하길 좋아한다.

 

-그 밖에는?

 

음악을 듣는 것을 좋아한다. 사실 온갖 종류의 음악을 듣는다. 일본 음악, 태국 음악, 한국 음악, 중국 음악, 미국 음악 등등 말이다.

 

-한국 가수 중에 좋아하는 이가 있나?

 

(웃으며) 강타다. 원래는 HOT를 좋아했는데, 솔로로 독립한 걸 보니 강타가 제일 나아보였다. 귀엽지 않나? (웃음)






 
 

 

<이 땐 약간 귀여웠다>

 

-가라오케에 가면 어떤 노래를 부르나

 

일본에서는 주로 일본 노래를 부른다. 그리고 가끔 중국 노래나 한국 노래도 부른다. 하지만 싱가폴 가라오케에서는 한국 노래를 찾아보기 힘들다. 일본 노래는 점점 인기를 얻고 있지만 아직 그렇게 많지는 않다. 그래서 싱가폴에 있는 가라오케에 갈 땐 주로 중국 노래를 부른다.

 

-가라오케에 말레이 노래도 많이 있나?

 

말레이 노래를 불러본 적이 없기 때문에 잘 모른다.

 

-용돈은 어떻게 충당하나

 

아직 부모님께 받는다. 하지만 방학 떄는 MTV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었다. MTV 카드를 팔거나 광고를 하는 일이었다. 아주 재미있었다. 우리는 자주 파티를 주최하곤 했다. (웃음)  MTV 신용카드 판매를 촉진시키기 위한 파티였다. 내게 아주 좋은 경험이었다.

 

-아르바이트는 싱가폴에서 일반적인가

 

많은 대학생들이 등록금을 위해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아르바이트를 해서 등록금을 충당하는 거다. 정규직의 보수가 높기 때문이기도 하고, 인력을 유동적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기업에서도 아르바이트를 많이 쓴다. 하지만 가장 인기가 있는 아르바이트는 개인교사다. 두 번째는 판매직이다. 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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