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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걸다 우원회] <헤드윅>, 관객참여는 가능한가?

2002.9.15. 일요일
딴지 영진공 별걸다 디벼보기 우원회

 
영화에 있어 관객참여는 사실 영화가 사랑스러울 정도로 못 만들어졌을 때거나 지독할 정도의 반복관람 후에 발생할 수 있는 현상입니다. 관객참여형 영화의 독보적 존재인 <록키 호러 픽쳐 쇼>는 전자에 속하는 것이고 <스타워즈 에피소드4>의 재개봉은 후자 쪽이죠. 전자의 경우는 확실히 영화를 작살내면서 즐기려 하는 것이고, 후자의 경우는 비교적 소극적 집단 열광의 표출 정도입니다.









<록키 호러 픽쳐 쇼>


부연하자면, <록키 호러 픽쳐 쇼>의 경우 관객들은 쌀을 뿌리고 물총을 쏘고 라이터를 켜고 신문지를 뒤집어쓰고 스코트 화장지를 집어 던집니다. 게다가 영화 중간에 입을 모아서 온갖 상스러운 소리를 하기도 합니다(콜백이라고 하죠 보통).


<스타워즈>의 경우 처음 시작에 "오래전 머나먼 은하계에..."라고 우주 배경에 하늘 색 글씨가 뜨면 관객들이 일제히 소리를 지릅니다. 그리고 나면 그 뒤로는 별다른 참여성 행동은 없습니다.


지난 주 토요일 <헤드윅>을 극장에서 봤을 때도 사실은 후자쪽에 더 가까왔죠. 노래를 따라하는 정도 그러니까 콘서트에서의 행동정도였습니다. 아닌게 아니라 <헤드윅>이 즐길 수 있는 영화이긴 하지만 완성도에 있어서 <록키 호러 픽쳐쇼>와는 하늘과 땅 차이거든요. <헤드윅>은 그 영화자체의 완성도가 엄청 높아서 사실 따라하려고 준비해 놨다가도 어느새 영화에 빠져버려서 다 까먹는...


<록키 호러 픽쳐쇼>는 사랑스러울 정도로 못 만든 영화지만 <헤드윅>은 악소리나게 잘 만든 영화라는 차이가 있어서 그냥 봐도 재밌는데 왜 참여를 할까라는 생각마저 듭니다만 사실 여러 번 보신 분들은 관람 중 애정표현도 해보고 싶으시겠죠.


그래서!


<록키 호러 픽쳐쇼>의 잡다한 관객참여를 바탕으로 한번 아이템들을 쭉 모아봤습니다. 과연 실현 가능할까요?


일단 존 미첼이나 트래스크, 미리엄 언니의 이름이 뜰 때 환호를 한다, 노래 나올 때 헤드뱅을 하고 간질발작을 일으킨다, 의사 나올 때 비명을 지른다 등은 이제까지 다들 하고 있는 거니까 넘어가구요..







관객참여 가능 아이템


 부비부비


준비물: 없음


타이밍: <tear me down> 중 존 미첼의 엉덩이가 좌우로 흔들리며 클로즈 업 되고 그 위로 동그란 스티커 모양이 붙는 장면


행동: 스크린 사이즈에 따라 무대위로 올라가서 스크린의 거대한 엉덩이에 볼을 부비부비 비빈다.


의미: 왠지 그러고 싶지 않은가?


실현 가능성: 35% 쯤. 재밌긴 하겠지만 많은 용기를 필요로 하지 않을까?


유혹의 한마디: 한번 진짜 해보고 싶지 않습니까? 영화 시작하자마자 스크린으로 뛰어올라 헤드윅의 엉덩이에 얼굴을 비비는 대여섯명의 사람들을 본다는 거 장관이지 않겠나 싶은데...


 


 노시스에게 야유









노시스


준비물: 없음


타이밍: 잇차크와 헤드윅이 키스하다가 노시스의 뮤직비디오가 나오는 장면


행동: "우~~~"하는 야유를 보낸다.


의미: 왠지 그러고 싶지 않은가  


실현 가능성: 55%쯤 일단 무대에 안 올라간다는 점은 1번보다는 쉽겠지만 아무래도 노시스 팬들도 만만치 않아서...


유혹의 한마디: "나 저 여자 본적도 없고 여자가 아닌 줄도 몰랐어요"라는 대사를 기억하시면 아무래도 야유가 저절로 나오지 않을까


 


 드러머 플립









원안의 사나이가 드러머 필립


준비물: 없음


타이밍: wig in a box 트레일러가 무대가 되고 네 명의 모습이 비치는 장면


행동: 화면에 나오는 드러머처럼 꺼꾸로 뒤집어져서 공중에 발을 올린다.


의미: 영화 내내 별로 튀지 않는 드러머를 기리기 위해


실현 가능성: 75% 이건 지난 토요일에 제가 실제로 했었습니다. 근데 결국 뒷자리에 앉아 계신 분만 설마 저게 진짜 발이었을까 발은 아니겠지 하고 봤었다는...


유혹의 한마디: 이거 함 해보십쇼 열라 재밌습니다(꼬셔야지...).


 


 천하장사


준비물: 천하 장사 류의 소세지, 취향에 따라 진주햄 야채나라나 목우촌 주부9단도 가능


타이밍: 한젤이 일광욕을 하다가 옆으로 눕자 그것이 나오는 부분


행동: 껍질 벗긴 천하장사를 머리위로 흔든다.


의미: 조금 있으면 1인치가 될 한젤의 "목 폴라 입은 추기경"을 기리기 위해


실현 가능성: 75%. 이것도 한번 해 보려고 합니다. 뭐 내가 한다는데 누가 말리겠어..


유혹의 한마디: 객석에서 일제히 솟아올라 좌우로 딩글딩글 흔들리는 소세지들. 음 장관 아니겠습니까? 또 있다가 angry inch 노래할 때 먹을 수도 있고...


 


 food fight


준비물: 팝콘 같이 안 끈적거리고 맞아도 큰 부상 안 생길 만한 스낵류


타이밍: <헤드윅>의 마지막 레스토랑의 싸움


행동: 과자를 사방으로 던진다.


의미: 영화 속의 싸움을 재현


실현 가능성: 36%. 과연 어느 극장이 또 <헤드윅>을 상영하려할까?


유혹의 한마디: 일단 굉장히 재밌을 것 같지 않습니까? <록키 호러 픽쳐쇼>같은 경우 상영하는 극장은 그야말로 개판이 됩니다. 팝콘 부스러기 정도야 영화 끝나고 얼마든지 나올 수 있는데.


 


 태양과 달과 지구의 아이들




준비물: 같이 할 사람


타이밍: <origin of love> 중 "folks roam the earth"하는 부분...


행동: 친구와 2인 1조가 되어 등을 맞대고 팔꿈치를 껴고 무대 위를 가로 질러간다.


의미: 찢어지기 전 인간의 상태를 묘사


실현 가능성: 25%. 혼자 나오는 것도 힘든데 친구까지 꼬셔서 나오겠다니... 가상하도다.


유혹의 한마디: 이거 한 다섯 커플 정도가 남자 여자 섞어서 그 장면에서 무대 위를 돌아다니면 열라 재밌을 것 같지 않습니까?


 


 자유낙하




준비물: 가발이 있으면 좋고 없어도 좋고.


타이밍: <midnight radio>중 이차크가 객석으로 가발을 쓰고 떨어지는 장면


행동: 그 시간에 맞춰 무대에서 뒤로 똑바로 누운 채 이차크처럼 객석으로 뛰어 내린다.


의미: 그러고 싶지 않은가?


실현 가능성: 5%. 오~ 저기 용기 있는 그대, 과연 가능한가. 사실 지난번에 이거 해보려고 했었는데, 객석 앞에 아무도 없더라구요. 그래서 도저히 목숨이 아까워서 못 하겠더라구요. 앞에 사람들만 있으면 뛰어 내려도 재밌을 것 같은데...


유혹의 한마디: 이 건 정말 한 번 쯤은 해보고 친구들에게 자랑하고 싶은 것 아닙니까?


 


 기타


이 외에도 한젤이 구미 베어를 먹는 장면에서 준비해놨다가 같이 따라 먹기, 헤드윅과 이차크의 섹스 신에서 방아타령 부르기 등등이 있습니다.



 
딴진공 별걸다 우원회
검열우원 정성욱
(aldente@freech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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