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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내현 추천0 비추천0




[특종] 우리는 구원받았다!

2002.9.15.일요일
딴지 특종 발굴단

아아 이 어지럽고 혼탁한 난세... 수많은 풍운아들이 활거하며 때로는 역사의 등불이 되어 때로는 시대의 반동이 되어 기억의 저편으로 스러져 가는 우리 시대...


영웅이 시대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시대가 영웅을 만든다는 격언도 있듯이, 이 시대는 영웅을 갈구하며 영웅을 만들어내고 또 그 영웅에게 비참한 최후를 안겨주기도 한다....


그렇다! 구원을 갈구하는 이 시대 도탄에 빠진 백성들 앞에 홀연히 일진광풍과 함께 나타나신 그분!!


본지 특종 발굴! 도탄에 빠진 인류를 구원할 우리의 새로운 영웅이며 구원자이며 영도자이신 그 분!!


그분의 심원하며 거대하고도 깊은 사상을 독자여러분들께 소개할 수 있게 된 점, 본지는 영광으로 생각하는 바이다...


(우선 한 가지 먼저 얘기하자면, 본지가 자꾸 구라를 치니까 이것도 구라겠지 하는 독자들, 100% 실화임을 밝히는 바이다)





지난 9월 7일 토요일 늦은 밤... 그믐의 어두운 하늘조차 먹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던 그 밤... 경북 경산시의 OO 고교에 그 분이 나타나신 것에서 모든 이야기는 시작된다. 두둥~


머리에 헝겊을 뒤집어쓴 초로의 그분께선, 의아해하는 숙직교사에게 서류 봉투 하나를 덜렁 건네주고는 말없이 사라졌더랬다... 그 봉투 안에는 책자 한 권이 달랑 들어있었으니..


우선 봉투부터 감상하시라.



학교 이름은 제보자의 희망에 따라 비공개함..


아아 벌써 범상치 아니하지 않은가. 세계통일국 건국자이시며 제1총통이시며 국가원수이시며 통일당 위원장이신 그분.. 당신의 자택임에 분명한 주소를 아리랑 1번지라 당당히 선언하시는 그분의 위용.. 남한과 북조선이라 칭하는 사상적 중립성... 공문서라 우표도 필요없는 문서임에도 불구하고 손수 배달까지 하시는 겸허한 자세.. 휴대폰까지 알려주시는 친절한 대민 서비스 정신..


"체포된 자는 매일 통일추진 못한 반성문을 신문보도하고 통일위원회에서 심의함. 수감 기간은 1년에서 4년" 이라는, 저 화끈하고 결연한 추진력...


그렇다. 우리가 질리도록 보아 온, 골프 치러 다니며 모가지 힘만 주는 지도자들과 비교할 수 없는 어떤 기운이 벌써 봉투에서부터 느껴져 오지 않는가. 제1총통이시며 건국자이시며 국가원수이신 그분은, 백성들이 자신을 알아보고 불편할까 염려하시어 머리에 헝겊까지 뒤집어쓰시고 오밤중에 우리 범인들을 만나러 다니신다.


우리는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새로운 국가가 이미 건국되어 있었다는 것을.







봉투 안에는 책 한권이 들어있었다.


"전세계 통일국법"이라는 제목의 그 책자의 발행일은 2002년 2월 11일 발행되었으며, "학생과 성인용 국정교과서임" 이라는 친절한 설명이 붙어 있었다.


약 40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의 본문은 아래 따로 소개하겠거니와, 문헌을 연구한 본지는 잘 해석도 되지 않는 그 심오한 철학과 사상에 가히 충격을 받았음을 먼저 밝히는 바이다...


우선, 푸른색 겉표지를 넘기면 전세계 통일국가의 국기 문양과 함께 그분의 사진이 나타난다.










참고로 사진 밑의 태영이란 그분의 존함이자 경례 구호 되겠다.. 일찌기 졸라!를 경례구호로 사용하였던 본지... 이 대목에서 뭔가 섬광처럼 지나가는 동지애를 감지하고는 척추를 훑고 지나가는 전율을 느낀다.


감히 사람 이름을 경례 구호로 사용한다며 코웃음칠 지도 모르는 일부 몰지각한 백성들을 위하여 이 통일국법 제33번을 먼저 보여 드리겠다.







통일국법 제 33번


단군왕검은 곰 원숭이 앞발을 들게 하여 인사법을 가르쳐 주고 길을 만들고 양반계급을 만들었으며 폴로는 유럽개간했고 콜럼버스는 아메리카 개간했고 레닌은 아시아와 유럽개간 했으며 최태영은 세계를 개간했으며 숫자계급을 만들어 글이 통하고 6대륙 철길 건설함. 
 


이런 분이니 그분의 존함을 전국민의 경례구호로 사용한다 하더라도 전혀 손색없을 것이다..


자, 그렇다면 우리도 잘 모르던 우리나라, 전세계 통일국은 어떤 나라인지 간략하게 설명하도록 하겠다.


우리 전세계 통일국의 국토는.. 우선 지구상에 존재하는 전 세계가 다 들어가는 것은 물론이고, 통일국의 국기과 화폐를 사용하는 우주 각 지방도 다 포함한다.


또한, 우리 통일국은 전시민에게 계급이 주어져있다. 국가원수이시며 건국자이신 그분께선 봉투 겉면에 나온대로 36-10-1계급이시다. 다만 이 숫자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본지의 학식이 부족한 탓으로 알듯모를듯 하다...


물론 이 계급이란 평생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열심히 일하고 나이먹으면 높은 계급으로 올라간다. 우리 통일국의 백성들은 모두 계급장과 이름표를 부착하여야 한다. 가령 지하철 성추행범.. 상상할 수도 없다. 누구나 자기 이름을 가슴에 붙이고 다니므로.


이 질서정연하고 명쾌한 사회질서.. 혼란한 이 시대, 군중 속에 숨어 온갖 나쁜 짓을 일삼는 악당들이 판치는 우리 시대에 정말 필요한 조치가 아닐 수 없는 것이다.


또한 신체건강한 남녀는 통일군에 지원입대할 수 있다. 그렇다. 징병제가 아니라 모병제 되겠다... 남자만 입대하는 것이 아니라 남녀가 같이 입대한다. 아니 오히려 여4:남1의 비율로 여자가 압도적으로 높은 군대이기 때문에, 앞으로 우리나라에서는 군 가산점 논쟁 같은 것은 있을 수조차 없다.


전세계의 화생방 무기는 전면 폐기되며, 각 나라에서 지조때로 운영하고 있는 군대들은 매년 반씩 제대시켜야 한다. 게다가 통일군은 무기 대신 연장을 들고 국영산업에 종사하는 일꾼이라고 규정함으로써 (통일국법 제23번) 대안적 군복무제도를 전면적으로 도입한 획기적인 방안이기도 하다.


이렇듯, 우리나라의 군대는 이제 여군이 더 많고 화생방 무기는 지구상에서 사라지며 무기 대신 일터에서 각자 자기 업무에 종사하는 평화애호군이다. 지구의 평화는 더이상 독수리 오형제에게 맡기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그런데.. 지구의 평화를 지키는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 통일군에는 중요한 임무가 하나 더 있다.


신검을 통해 갑종 판정을 받은 신체건강한 남녀만 입대할 수 있는 통일군. 그렇다. 인류의 번성과 자손증식에도 노력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따라서 그분께서는 아래와 같이 획기적이고도 거룩한 법을 만들어 놓으셨다.







통일국법 제29조
통일군 내무사열


남군부대장이 지적시 관등성명과 통일이념 복창, 여군부대장이 지적시 관등성명과 통일헌장 복창.


배란기 여군들이 지적시 관등성명과 만세삼창 복창하고 만세자세로 따라가 시키는 대로 하루밤 일을 하게됨.
 


통일군은 연장을 들고 일할 뿐 아니라, 그 연장을 들고 그 일도 해야 하는 것이다. 배란기 여군이 지나가다가, 야 너! 하면, 차려 자세로 서서 관등성명을 복창한 후, 만세삼창을 외치고... (굳이 법으로 정하지 않아도 뭐 저절로 만세 부르고 싶을 거 같다..) 만세 자세 그대로 따라가... 하루밤 일을...


오오 이렇게만 된다면 남자고 여자고 억지로 잡아가지 않아도 너도나도 군대 가려고 하지 않을까? 명랑 빠굴사회를 꿈꾸는 건 본지만이 아니었도다...


물론, 그렇게 해서 나온 자손들 또한 국가가 책임져야 하는 법.







통일국법 제 49번


낳은 애 잘 걸을때 남은 솟송아지값 여는 암송아지값에 희망하는 국민에게 한쌍씩 보급하고 보급안된 애는 최씨성이 되며 군에서 키우며 남군 1년만에 제대 여군 애 잘 걸을때 제대됨. 제대자만 공무원 응시권 있음.
 









통일 여군의 임무(부록)


1. 기초교 선생   2. 통일군 애양육  3.취사  4.철도공무원
5. 세탁  6. 병원  7. 통신    8. 군수
9. 방직 의약품과 기타 생산  10. 방송 신문업무


남군은 인공섬 만들어 고기알까지 바다로 보내는 일.
처음 통일여군 없을 시 다방 여원과 유흥가 모집 가능함.
 


또한 모든 생명과 재산은 국가의 것이다. 개인은 사용(경작)권만 사고 팔 수 있다(제 42번). 아아 공산혁명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그뿐이랴. 종업원 25명 이상의 민간기업체의 직원은 공무원으로 취급되며, 기업주의 봉급은 그 회사에서 가장 봉급을 많이 받는 직원보다 높을 수 없다. 완벽한 사회보장 제도에다가, 직원 고혈을 빨아먹는 악덕기업주들은 설 자리가 없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질서정연하며 도덕적이고 깨끗한 명랑사회의 위계질서를, 그분은 표 하나로 간단히 그려 놓으셨다. 취침시간 기상시간까지 친절하게 가르쳐 주시며..



물론, 이렇게 질서정연한 사회를 만드는 데에는 약간의 무대뽀도 불가항력적으로 들어가야 하는 법.







통일국법 제 28-1


부부지간 살인계획이 탄로시에는 이혼할 수 있음.
통일 국민 통일제복옷은 국방 초록색 옷이며, 아리랑글로 이름을 달아야 됨. 계엄군경은 군경관민의 머리털을 남녀 전부 4부 이발기계로(머리털 1cm 정도) 막 깎고(남자는 남군경, 여자는 여군경 담당함), 통일국민은 머리털 5cm이상 기를 수 없음. 이발비 천원씩 받고 학생은 1에서 15학년 수자계급과 이름을 달고, 미혼은 빨간종이, 과부 홀아비는 노란종이, 기혼은 하얀종이에 아리랑(국문)글로 이름달아 줄 것. 앞으로 이발소나 미용실은 4부로 머리 깎을 것. 이름 끝에 남은 1 여는 0 표기할 것.
 


그런데 큰 문제가 하나 있다. 전세계 통일국이 건국되었다는 것을 모르는 무지랭이들과, 혹은 알고도 응하지 않는 반란악당들 (바다 건너 부시니 고이즈미니 하는 거뜰.. 물론 김대중이나 김정일이니 하는 거뜰도...)을 도대체 어떻게 하면 굴복시킬 수 있을 것인가? 아무리 국가를 만들었다 하더라도 쟤네들이 말을 안 들으면 말짱 도루묵이지 않는가?


걱정마시라. 그 점을 생각하지 않으셨을 리가 없다. 우선 통일국법 18번에는 " 평화로운 선거론 통일선거가 없는 곳엔 폭력으로 통일 계몽 보호해야 됨. 통일선거하지 않는 반란악당 즉 의원과 장관급 이상은 군경사법부가 체포해 형무소에 수감시키고 통일선거 할 것"이라고 규정하여 놓았다. 평화를 애호하는 그분의 고뇌에 찬 결단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 무력이란 자고로 평화를 지키기 위하여 불가피하게 사용하게 될 수 밖에 없는 것.


또한 이것만으로는 부족한지라, 책의 끝부분에는 긴급조치 9호 뺨치는 비상계엄령도 선포되어 있다.







세계 통일건국 민,관,군,경 비상계엄령


통일책 내용 신문에 보도 안하고 여4:남1의 비례로 통일군 모집도 안 하고 의회와 행정부 해산 명령 불복종 죄로 밤 2시에서 밤 3시 사이 담 넘거나 문 부수고 장갑차 동원, 행정수반 기타 의원과 장관급 이상은 총살시키는 한이 있더라도 체포할 것.


체포된 자는 통일위원회에서 처리됨. 출동단체 사법 군경 전요원 1계급 특진됨. 출동 체포자들 상금 체포된 가족한테 황송아지 1마리값, 통일돈 교환시 체포수 x 황송아지 10마리값 세계 각 지방에 상금 줌.


행정수반 관사와 은행, 의회, 신문사, 방송국, 대사관 앞에 장갑차를 주둔시켜 대신 근무하여 통일책 신문에 보도하고, 통일추진자만 봉급줄 것. 각 지방대표, 아리랑교포와 대학총장 통역(건국자비서), 대법원장, 각부차관, 육해공군 별2이상, 판검사총장, 경찰총장 들은 매달 첫째 월요일 의회에서 통일 추진할 것. 계엄사 근무기간 4년임.


통일돈 교환시 각 지방 상금은 예, 아리랑, 로시아, 차이나, 유에스에이, 각 악당 오천명씩 체포시 황송아지 오만마리 값이며 세계 악당원들을 아리랑, 로시아, 차이나, 유에스에이, 프, 영, 독, 일등 기타의 장군이 체포시 장군이 계엄사 요원됨....(하략)
 


물론 이렇게 무서운 조치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분께서는 자신의 철학과 사상을 담아 자애롭고 백성들을 교화 지도하기도 하신다. 책의 끝부분을 장식하고 있는 그분의 당부 말씀.


건국자의 강조사항


술 담배 끊고 마라톤하는 것처럼 인내로 일하는 것(하루평균 8시간-9시간 지물체 취득업)이 인생이며 통일 지식은 생명의 주인이며 근면 검소 저축하는 훈련과 여유가 없는 겸양스럽게 예의바르고 생필품 생산 위해 일하는 훈련이 인생임.


그렇다... 바로 그것이 인생인 거시다... 백성들아. 뭔가 깨닫는 거 있지 않으신가? 그분께서 오늘도 밤거리를 암약하며 이 어지러운 세상을 뒤집기 위해, 마르코 폴로와 콜럼버스와 레닌의 사상을 짬뽕하여 혁명을 일으키려 하는 이유.. 다들 우리 현대인의 가슴이 저런 게 부족해서 아니겠나?


깨닫는 거 없다구? 없으면 말구.. 암튼간에, 아래 통일국법 전문을 올린다. 특히 첫부분은 약간 해독이 난해하니 잘 숙독하시기 바란다..


통일국법 전문 보기


 





 


오늘도 으슥한 밤, 수건인가 헝겊인가를 뒤집어쓴 초로의 신사를 만나거든 그대 몸가짐을 공손히 하고 살포시 길을 비켜 주시라. 바로 그분일지도 모르니...


태! 영!



p.s. 총살 불사한다는 말에 혹시나 하는 제보자의 요청에 따라 제보자의 신원 및 겉봉투 상의 학교명은 공개하지 않는다.


아리랑 49번지 3호창고에서
최내현(asever@ddanz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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