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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소] SBS 스포츠 채널, 이럴순 없습니다..

2002.9.14.토요일
딴지 민원접수처

저는 케이블 방송인 SBS 스포츠 채널에 근무하고 있는 손로문이라고 합니다. 아마 케이블 티비를 시청하시는 분들이라면 대부분 저희 채널을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지난주부터 저희 회사에선 체격이 건장한 용역회사 직원들이 정문을 막고 출입을 통제하고 있습니다. 내 직장에 내가 출입하는데 왜 이상한 사람들의 검문을 받아야 하는지.. 한숨이 나옵니다. 딴지 독자 여러분들께 잠시 제 직장 얘기를 드려볼까 합니다.


얼마전 저희 회사에 새로운 사장님(홍성완)이 왔습니다.


그가 제일 먼저 한 일이 있습니다. 회사에서 경영합리화란 명목으로 직원의 반을 줄인다는 겁니다. 옆에 있는 동료를 밀쳐내고 먼저 가는 사람 반만 살려준답니다.


명목은 분사... 그런데 조건이나 계획은 모릅니다. 그저 먼저 사표를 내고 가기만 하랍니다. 모든 직원이 다 가지는 못한답니다. 내 동료 내선배 내후배 밀쳐내고 가야 한답니다.


월급을 얼마를 줄지, 일을 어떻게 해야 할지 아무 말도 없습니다. 아무 보장도 해 주지 않는답니다. 그냥 사표내고 가랍니다. 그 회사는 차후에 SBS에 책임도 없는 회사랍니다.....


IMF때 회사가 없어질 뻔한 적이 있습니다. 우리 모두 월급 반납하며 일했습니다. 일년 가까이 최저 생계비 30만원 조금 넘게 받으며 밤낮으로 열심히 일했습니다...


다행히 SBS에서 인수하고 직원들 모두 기쁜 마음으로 밤낮없이 열심히 일하고 또 일했습니다. 그런 결과 올해 상반기에 처음으로 흑자도 보았습니다. 직원들 모두 기뻐했습니다. 이제야 되었구나... 모두 감사해 했습니다. 더 열심히 일하자고 우리 모두 다짐도 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열심히 일했더니 이제 나가랍니다. 이제 반은 죽으랍니다. 회사가 더욱더 성공하기 위해 직원이 희생하랍니다. 이럴수 있습니까...


저희들 너무 힘이 없습니다. 할 수 있는 것 아무것도 없더군요.


다른 회사 노조처럼 과격한 행동 하지도 못했습니다. 차마 동료와 선후배를 밀어내지 못한다는 착한 직원들 그저 준법투쟁했습니다. 법을 지키겠다고 했습니다. 사규에 나와있는 근무 시간만 일하겠다 했습니다. 그러자 회사 사장은 야간 근무 명령을 내리고 어긴다고 고발하겠답니다.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답니다... 회사의 공식 발표입니다. 좋은 방송 좋은 세상을 만든다는 SBS 스포츠채널 홍성완 사장의 새로운 방침이랍니다...


여러분들 저희가 어떻게 해야 하나요... 저희보다 어려운 처지에 계신 분들도 아마 많으실 거고, 그분들에게는 우선 죄송하다는 말씀부터 드리겠습니다. 그런데.. 그런데 이럴 순 없는 겁니다. 회사를 살리기 위해 열심히 일한 착한 직원들 모두 거리로 쫒겨나야 하나요.


저희 월급 더 올려달라고 하는 것 아닙니다. 주 5 일 근무하게 해달라는 것도 아닙니다.


어쩔 수 없는 구조조정 꼭 해야만 되는 상황이라면 충분히 공감하고 이해합니다. 하지만 저희 회사는 이제 막 정상화가 되어가는 중입니다. 처음으로 흑자가 되었습니다. 그런 시점에 구조조정이란 명목으로, 직원 일부를 줄이는 것도 아닌 반은 용역을 만들고 반은 자르고 결국 직원없는 회사를 만들어 회사배만 불리겠다는 생각 전 도저히 이해하지 못하겠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회사는 가장 중요한 걸 잊은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사람이 우선이라는 것... 인간을 존중하는 기업윤리... 직원을 단순히 소모품으로 생각하지 않는 것... 어쩔 수 없는 구조 조정이라 해도 노사간에 의논하고 협력하는 것... 전 그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기업 윤리라 생각합니다. 직원을 존중하지 않는 회사는 당연히 고객도 존중하지 않겠지요.


전 노조나 사회운동 그런거 잘 모릅니다. 하지만 불의에 겁내 가만히 있으면 안된다고 배웠습니다. 자신의 권리 자신이 지켜야 한다고 배웠습니다.


토요일엔 동료 직원 6명이 해고되었습니다. 해고된 이유도 모릅니다. 다만 그중 여직원 한명의 죄목은 욕설과 음주랍니다. 음주는 저희가 밤시간에 회사 앞에서 간담회를 하며 전직원이 다같이 맥주 한잔 마신 것이고, 욕설이란 열받은 김에 가벼운 욕을 했는데 그것을 회사 관계자가 들어버린 것이었습니다. 평소 얌전하던 그 여직원이 욕을 해봐야 얼마나 했겠습니까. 그렇다고 해고라니, 너무하지 않습니까?


저 역시 언제 쫒겨날지 모릅니다. 이렇게 인터넷에 글까지 썼으니 어떤 불이익을 당할 지 모릅니다. 그러나 전 끝까지 동료들과 함께 하며 우리의 일자리를 지키며 불의에 맞서겠습니다.


비록 힘없는 노동자이지만 거대자본에 맞서 싸울겁니다. 여러분. 여러분들도 저희에게 힘이 되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제가 세상을 잘못 살고 있지 않다는 믿음을 주시길 바랍니다.


답답한 마음에 딴지 독자 여러분들께 하소연 겸 호소 드립니다...



에이 씨바! 라고 욕하면 나도 짜를까 궁금한
SBS 스포츠채널 손로문(solomoon@solomo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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