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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The voice of Asia

2004. 6. 15. 화요일
딴지 특파원




다들 안녕하신가? 딴지에서 처음으로 인사드리는 장군이다. 꾸벅. 장군은 현재 일본에서 교환 유학중인 대학생이며 이번에 <아시아의 목소리(The Voice of Asia)>라는 기사를 연재하고자 한다. 어떤 종류의 기사냐고? 잠깐만 기다려봐, 자세히 설명해줄게.


지금까지 우리가 외국이라는 타자의 소식을 어떻게 접해왔는지 잠깐 생각해보자. 맞다. 주로 신문이나 방송을 통해 사건 보도를 접하고 해설 기사를 보며 외국에 대한 기사를 접해왔다(물론 부족하긴 하지만 말이다). 아니면 여행한 이들이 써놓은 여행기를 보거나 여행을 다녀온 친구 얘기를 들으면서, 오메 신기한 거 하는 인상을 받아본 적 다들 있을 것이다.


근데 이와 같은 정보들의 공통점이 뭔지 알겠는가? 그것은 다들 최소한 한번쯤은 걸러진 정보라는 것이다. 다른 말로 하면, 우리가 접하는 세계는 결국 특정한 시각에 의해서 걸러진 세계일 뿐이다. 가장 간단하게 생각해보자. 친구와 배낭여행에 대해 수다를 떨 때, 우리가 얻게 되는 정보는 친구의 관점에서 해석된 정보다. 여행기도 마찬가지다. 물론 언론도 마찬가지다. 굳이 좆선일보처럼 외신을 가지고 장난치지 않더라도, 모든 언론은 특정한 입장을 가지고 ‘사실’을 해석한다. 여기서 조금 더 생각해보자.


그러면 우리가 접하는 언론 보도, 친구의 여행담, 여행기는 주로 누구의 관점에서 해석된 거지? 물론 사람마다 언론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크게는 두 가지의 범주를 벗어나기는 힘들다. 하나는 한국인의 관점이고 다른 하나는 오리엔탈리즘의 관점이다. 이 두 가지는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며 세계의 정보, 특히 아시아의 정보를 입맛대로 요리해 왔다.


한국인의 관점에서 세계는 미국과 일부 유럽 선진국을 벗어나지 못한다. 그것은 우리가 산업화와 정보화에서 그들을 따라잡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서구 편향적인 시각으로 세계를 보아왔기 때문이다. 의심이 나면 신문을 한번 펼쳐보시라. 일본과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뉴스는 해외 토픽란이 아니면 신문에서 찾아보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세계사 교과서에도 그리스, 로마부터 시작하는 서양의 역사가 70%이상이다. 또 배낭여행을 가는 대학생 중 80%가 유럽을 선택하는 현상은 어떻게 설명할 건데?


 


요기가 유럽이다. 여름이면 한국 배낭여행자들이 죽자사자 모여드는 곳!


오리엔탈리즘의 관점에서 동양의 것은 신비한 것, 그래서 매혹적이고 두려운 것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오리엔탈리즘이 서양인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더 큰 문제는 서구에서 만든 이론을 배우고, 그것으로 세계를 해석하려는 우리에게 있다. 오리엔탈리즘에 젖은 서양 이론으로 아시아를 해석하다 보니, 아시아의 문화가 가지고 있는 나름의 논리성을 간과하고, 무리하게 현상을 이론에 꿰맞추게 된다. 그래도 안맞는 건 그냥 신기한 것으로 치부해버리기 일쑤다.


해외토픽과 도전, 지구탐험대 같은 티비프로를 생각해보면 아주 명확하다. 해외토픽란에 실리는 아시아의 뉴스는 그저 신기한 것이다. 맥락이나 기원은 무시되고, 이색적이고 재미있는 것으로 다뤄진다. 도전, 지구탐험대에서도 유럽의 문화를 배울 때는 역사와 기원을 따지며 진지하게 접근하지만, 비유럽권의 문화를 배울 때는 엽기적인 부분을 주로 부각시킨다. 벌레를 먹는다든지 하는 것 말이다.



시청율을 위해서라면.. 작은 거 먹을래, 큰 거 먹을래?


다른 예를 들어볼까? 유럽으로 배낭여행을 간다고 하면 많이 배우고 오라고 말씀하시는 부모님네들이, 동남아시아에 간다고 하면 뭐라고 하시는가? 보신 관광, 섹스 관광을 떠올리면서 떨리는 목소리로 무사히 돌아오라고 말하시지 않는가? (필자, 인도에 가기 전에 위험하니 조심하라는 말을 주변에서 백 번 정도 들었다. 심지어 왜 인도냐며 나무라는 분들도 계셨다. -_-;;)









씨바, 인도가 어때서?


그러면 우리가 비유럽 국가에 대해 가지고 있는 오리엔탈리즘적 시각과 근거없는 두려움을 극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게 쓸데없이 긴 오늘의 글 중에서 가장 중요 질문 되겠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두려움은 무지에서 나온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아주 간단한 예를 들어보겠다. 얼마 전에 케냐 친구에게 고향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집이 시골이라, 옆 마을 친구네 집에 놀러가려면 코끼리 출몰 지역, 표범 출몰 지역, 치타 출몰 지역, 코뿔소 출몰 지역 등등을 지나서 가야 한단다. 그러면서, 위험해서 어떻게 다니냐고 묻는 우리에게 이방인들에게는 위험할 지 몰라도 현지인들에게는 필자가 거주하는 벳부 만큼이나 안전하다고 말했다.(벳부의 안전함을 아는 필자로서는 선뜻 믿기 어려운 이야기였다. 벳부에서 현지인들은 대부분 문을 열어놓고 지낸다. 홈 스테이 하는 아저씨는 차 열쇠를 차 바퀴 밑에 두고 다닌다.-_-;;)


반신반의하는 모습을 본 캐냐 친구는 필자에게 일갈했더랬다.


"지역에 대해, 동물들의 습성에 대해 잘 알기 때문에 안전한 거란다, 임마"


그 말을 듣고 필자 무릎을 쳤던 적이 있다. 어디서나 마찬가지겠지만, 낯설음은 두려움을, 두려움은 위험을, 위험은 차별을 정당화시킨다. 우리는, 단일 혈통이라는 환상에 지나치게 매달린 나머지, 타인의 존재를 인색하는데 무척이나 인색하다. 그것은 오랜 역사에 걸쳐 배타적으로 살아온 나머지 다른 사람들과 지내는 법을 배우지 못했기 때문이고, 그들에 대해서 잘 모르기 때문이다.








뭐, 코끼리가 가끔 집을 부숴서 문제가 되기는 한단다


우리가 안다라고 감히 말할 수 있는 지역은 넓게 잡아도 중국, 일본, 미국과 유럽 선진국 정도다. 그나마 안다하는 그 지역에 사는 이들조차도 중국인들은 짱깨, 일본인들은 쪽발이, 서양인들은 양놈이라고 부르며 대놓고 무시하고 같이 어울리기 싫어 하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그 이외의 국가에서 온 사람덜은? 아예 사람 이하의 취급이지 뭐.



우리도 반성할 점 많다는 거 인정하지?


하지만 두려움이 무지에서 나온다고 믿는 필자, 한국인들도 외국인들에 대해 잘 알게 되면 근거없는 두려움을 벗고, 상대방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되리라고 믿는다. 한국인들이 또 마음 하나는 따뜻한 사람들 아닌가?


그래서 필자는 한국에 계신 독자제위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려고 한다. 뭐, 거창한 이야기는 아니다. 그냥 세상 사는 사람 이야기되겠다. 생김새가 다르고, 언어가 다르고, 문화가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 아시아 각국의 학생들을 인터뷰해서 그 목소리를 그대로 들려 줄 작정이다.


아시아 지역의 대학생들을 인터뷰해서 가공 안하고 그냥 싣는다. 이게 바로 필자가 연재할 <아시아의 목소리(The Voice of Asia)> 연재 기사의 핵심 되겠다.


마침 필자는 지금 벳부에 있는 리츠메이칸 아시아 퍼시픽 유니버시티(Ristumeikan Asian Pacific University)라는 이름 긴 학교에 다니고 있다(보통 줄여서 APU라고 부른다). 제목부터 필이 오듯이, 이 학교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대상으로 한 국제학교다. 학교에서 발행한 자료에 따르면 이 학교에는 67개국에서 온 천 오백여 명(정원의 거의 절반)의 유학생이 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중 대다수가 아시아에서 온 학생들이다.


필자는 이들 중에서 똘똘한 친구들을 골라(보통 한 나라에서 남녀 두 명 정도), 일주일에 한 두 명씩 인터뷰를 한 다음 최대한 해석, 간섭, 분석을 자제하고 그 목소리를 그대로 들려주려고 한다. 인터뷰에서는 자국 소개부터, 개인 인생사, 국제 현안에 대한 의견, 한국에 대한 인상 등의 진지한 질문서부터 유령을 본 적이 있는지, UFO의 존재를 믿는지 등등에 대한 질문까지 세상만사를 총망라 하려고 한다.


물론 독자 제위들 중에서는 쓸데없는 질문들 물어봐 놓고, 정리할 능력도 없고 귀찮기도 해서 그냥 올리는 거 아니냐, 다른 말로 하면 결국 하는 일 없이 공으로 기사 쓰려는 거 아니냐, 라고 의혹을 가지시는 분덜도 계시리라 본다. 하지만 특정한 관점이나 세계관을 가지고 해석하는 것을 피하고, 있는 그대로의 이야기를 들려주려는 게 목적인 만큼 그 점에 대해서는 양해해 주셨으면 좋겠다.


사실 지금까지 여행기, 신문, 방송에서 이러 저런 한국인이나 서양인들이 해석한 제 3세계 이야기, 지겹게 접해오지 않았는가? 이 연재 기사는 한국 언론 사상 처음으로 세계 각국의 이들이 직접 인터뷰로 자기 얘기를 들려주는 자리 되겠다. 물론 지면이 곧 돈인 종이 신문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지면 걱정에서 자유로운 온라인 신문이기에 연재할 수 있는 기사이기도 하고, 세상만사 사람사는 일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딴지일보이기에 연재할 수 있는 기사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긴장할 건 없다. 뭐, 그래봐야 각국 대표단도 아니고, 그냥 다른 데서 사는 많아 봐야 스물 서넛 나이의 젊은이들 얘기니까. 그리고 읽으실 때도, 친구들이 50문 50문답한 거 읽듯이 그렇게 편하게 읽어줬으면 좋겠다. 물론 질문 중에는 정치 얘기도, 조금 진지한 질문도 있을 수 있지만, 것도 결국 한 사람 사는 얘기 아니겠나? 친구들한테 얘기들을 때 긴장하고 듣는 거 아니잖아?








행사 때면 학교에 이러고 다니는 학생들 상당히 많다. 덕분에 와서 두달 간 사진만 한 삼천장 찍었다.


그리고 그 기사를 읽은 독자 열 분들이, 그 속에서 양놈, 쪽발이, 짱개, 깜둥이가 아니라, 사람을 발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게 필자의 바람이다.


그럼 이제 준비됐으면, 담 호부터 이어지는 인터뷰 기대하시라~


(인터뷰 보다가 더 물어보고 싶은 거 있으시면 멜 주시라, 최대한 반영하도록 하겠다. 위 사진 귀퉁이에 나와있는 멜 주소가 필자 주소 되겠다. 그리고 이 연재 기사와 오마이뉴스에 연재중인 <우리가 모르는 조총련 이야기>라는 인터뷰 기사는 필자의 블로그 http://blog.naver.com/peacechaos 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뭐 개인 신상이 궁금하신 분들은 블로그에서 확인하시고, 여성분들은 사진 첨부해서 멜주시라~ 졸라!)



딴지 특파원
장군(peacechao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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