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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弔詞] 레 옹의 부음에 부쳐

2004.6.9.수요일
딴지 부고


 


고인의 가시는 길에 역사적 업적을 나열할 의무를 가진 후학의 한사람으로서 그 영광됨을 나누어 고인을 떠나보내는 깊은 슬픔을 조금이나마 달래고자 한다.


고인께서는 일찍이 빈가의 둘째 자식으로 태어나 어려서부터 꿈과 희망을 잃지 않고 영웅적 면모를 키워 나가시는데 총력을 다하셨드랬다. 풍부한 예술적 감성이 고인을 배우의 길로 이끌어 학업을 마친 뒤에는 꿈의 도시 헐리웃에서 걸출한 B급 영화 50여 편에 출연하여 예술혼을 그야말로 불지르셨다 하겠다.


당시 고인께서는 혼란스런 시대상황 속에서 순진한 동료배우들이 공산당 되는 것을 막고자 분연히 떨쳐 일나셨으니 이미 물들어버린 배우들을 색출, 가까운 에푸비아이에 신고하시며 배우조합의 짱을 먹으시는 쾌거를 이루셨음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필요한 경우 미하원 산하 조사위에도 기꺼이 왕림하셔서 증언을 하셨던 바, 깊은 대양이며 높은 태산이라도 고인의 동료애를 막을 수 없었을 것이리라.


영화계에서 더 이상 오를 데가 없는 경지에 도달하시자 미련 없이 판을 뛰쳐나오신 고인께서는 늦깍이 정치인생을 시작하셨으니, 불굴의 의지로 1980년 대선에 도전하시어 당당히 제 40대 대통령을 따내시는 권능을 역사하셨다.


뿐인가. 백악관 생활 70여 일이 지난 어느 날, 한 정신질환자에 의해서 불의의 총탄저격을 당하셨으나 칠순이라는 나이가 뻘줌하게 재기하셨나니, 만천하는 고인의 철인같은 재활의지에 놀라 수퍼히어로로 칭송했으며, 그간 무엄하게도 고인의 대뇌피질 및 시상하부 작동능력을 의심하고 호시탐탐 눈을 야리던 소수, 아주 소수의 불순한 무리들마저 참회의 눈물로 대오각성, 고인의 숭고한 영도에 무작정 따를 것을 맹세하였도다.


취임 뒤 얼마 안돼 벌어진 이런 불상사를, 고인은 영웅적 기개로 정면돌파 하시어 불순한 무리들이 능력검증을 요구하기도 전에 초전박살 내셨으니, 역사는 올바르게 기록할 지어다. 여기 불운마저 기회로 전환시킨 진정한 초인이 있었노라고.


한편, 순진무관심해 빠진 궁민들이 빌리진스 낫 마이 러버만 디립다 불러대던 1983년, 고인께서는 개인이 혼자 지고 가기엔 너무나도 가혹한 비밀을 간직하고 계셨으니, 일신우 일신 세력을 더해 가는 악의 무리, 공산당 국가들의 가공할 세계공산화 음모가 그것이다.


마침내 비장한 결단을 하신 고인께서는 조곤조곤 그러나 내재된 배우적 재능을 십분 발휘하셔서 그들의 음모를 폭로하기에 이르렀으니, 한순간에 전 세계 자유국가들은 전율 속에 오열했고 고인께서는 그들의 경악에 마음 아파 하셨도다.


허나, 고인이 누구시던가? 위대한 영도자이신 당신께서는 당대기술로 충분히 구현 가능한 전략방위구상을 세상에 내놓으시며 악의 무리들과 준엄한 맞짱뜨시기를 주창하신 것이다.


우주를 아우르기에 일명 스타워즈로 불리우는 이 계획은 자국민 뿐 아니라 선량한 자유주의국 시민들에게 안도감과 희망을 심어주었다. 의회도 고인의 의지에 공감, 빠방한 예산으로 화답했으며, 전 세계 자유국가들 역시 군비확충 및 강화 대열에 동참했나니 어느 시대, 어느 영웅이 이 장대한 코스모폴리타니즘을 실현시켰을텐가?


고인의 씀씀이 큰 위용에 놀란 공산당 국가들이 몇 년 뒤 공포감을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를 해체하는 바람에 당 계획이 중단되었는데, 요점 천추의 한이 아닐 수 없다. 줄창 지속시켰더라면, 고인 가시는 지금 이 길에 대 지구 레이저발사 위성의 호위와 성층권을 넘나드는 대륙간 탄도미사일 불꽃놀이의 환대를 받으실 수 있었을 것을! 또한 본 계획이 돈만 퍼부은 사기극이라 떠들어대는 일부 사회의심세력에게 증거를 보일 수 있는 좋은 기회였을진대, 그저 아쉬움의 강만 사무치게 흘러감이로다.









니카라과의 국기


고인의 업적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조 아래쪽 니카라과에서, 악의 공산당 무리 중 하나인 산디니스타넘들이 혁명을 일으켜, 군사쿠데타로 집권해 40여 년 동안 통치의 미덕을 베풀어 온 소모사 정권을 찬탈하는 만행이 벌어진다.


이에 고인께서는 밤잠을 못 이루시고 니카라과 국민의 안녕을 걱정하셨드랬다. 오른손이 하는 일 왼손이 모르게 한다는 신념 아래, 고인께서는 남몰래 니카라과국민들을 도울 방법 찾아 번뇌하셨고 결국, 누구나 무릎을 딱 칠 수밖에 없는 묘안을 생각해 내시니 그게 바로 이란-콘트라 삼각무역인 것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미욱한 이 후학이 설명 드리고자 한다. 이란에 무기를 판다. 그러면 이란이 무기대금을 준다. 그 무기대금을, 혁명정부의 폭정에 항거하는 니카라과 반군에게 건네주어 원활한 반정부투쟁을 지원하는 거다. 일종의 환어음거래라 할 수 있는 절묘한 삼각무역되겠다.


물론 고매한 품성을 지니신 고인께서는 이 무역을 절대적으루다가 탑시크리트로 하라 하셨다 한다. 그러나 선행은 늘 이러저러 루트를 통해 알려지는 법. 다행히 고인의 뜻을 너무나도 잘 헤아린 운반책 노쓰 중령이 끝까지 고인의 선행을 함구함으로써 자신은 그 선행의 당사자로 역사에 기록되는 영광을 얻는 동시에, 보좌란 이런 것이라고 만방에 교훈을 남겼던 것이다.


응? 그니까 그때 이란은 적대국 아니었냐구 그대 묻고 있능가? 원수를 사랑하라는 말, 기억하시능가? 아아, 고인께서는 성자다운 면모마저 지니셨도다.


고인의 업적은 이말고도 무수히 많으나 주어진 시간을 탓하며 하나만 더 소개하고자 한다. 고인을 모시던 부통령이 고인의 후광으로 대통령이 됐고 또 그 아들마저 같은 길을 가고 있다. 긴축재정, 세금감면, 또 사회복지 축소 등 고인의 경제학 지론, 레이거노믹스를 쏙 빼닮은 정책을 2대가 받들고 있는 것이다. 특히 고인의 최대 치적 중 하나라 칭송될, 독재권력국 침공 및 테러국가 응징 등 외교정책에 있어 보다 선명하고 직접적으로 고인의 유훈을 받들며 고인에 대한 무한한 경외를 실천하고 있으니 그 애비에 그 자식이란 격언이 절로 생각나는 바이다.


현재 만천하가 고인을 잃은 슬픔에 오열하는 가운데, 유에쑤 아메리칸의 성산, 마운트 러쒸모아에 호방했으며 기품있던 고인의 앞쌍판을 부조하여 안타까움을 달래고자 하고 있다. 허나 미욱한 이 후학, 감히 단언한다. 고인은 떠났지만 저 하늘에 별로 승화하시어 자신이 사랑으로 가꾼 이 푸른 행성을 굽이굽이 지켜볼 것이라고.


모쪼록 고인께서 가시는 하늘가에 기상위성으로 변장한 첩보위성들 반짝이기를...



 



딴지 부고난 담당
시포(shepoor@ddanz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