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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신이너뷰] <대통령과 기생충>의 저자, 마태우스

2004.6.10.목요일
딴지 흥신소





한동안 메인업데도 늦었지만 흥신이너뷰 업데는 특히나 늦었더랬다. 변명을 잠깐하자면 흥신이너뷰 코너가 순전히 니덜의 요청에 따라 이루어지는 것이다 보니 달에서 방아찧고 있는 토꽹이 이너뷰 좀 해주쇼, 염소의 저주를 앵긴 시카고 컵스의 파울볼 잡은 관중이 졸라 궁금타처럼 본 기자가 맘만 먹으면 해낼 수 있으나 능력상 구찮아서 해내기가 힘든 미션들이 수두룩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요즘엔 흥신이너뷰 요청 게시판에 며칠 손을 안 댔더니 점집에서 보는 것 저리가라더라구요~, ♥레이싱걸 5명 환상적 올누드 충격공개♥와 같은 상업광고 무리들이 흥신게시판을 점령한 까닭에 더더욱 얼짱 격투가 최무배 이후 차기 흥신이너뷰 대상을 찾아내기가 하늘에 별따기였다.


그러던 어느 초여름 늦은 새벽, 본 기자의 메일함에 연이라는 이름의 발신자가 보낸 함 만나주세요란 야시시한 제목의 메일이 한 통 전달되어 평소처럼 이번엔 또 어떤 걸이 만나달라고 찝쩍대는 거야, 아이 이놈의 인기는 증말 귀찮아 죽겠네 함시롱 메일뚜껑을 열어보니,


건강동화를 광적으로 좋아하는 팬입니다. 요즘 연재가 뜸해서 아쉬운데요.. 다름이 아니라 평소 건강동화를 좋아해서 이번에 나온 <대통령과 기생충>도 딴지몰에서 구입을 했어요. 그런데 책표지를 펴는 순간 저자 마태우스님의 싸인을 보고는 그만... 마태우스님을 한 번 뵙고 싶었어요. 흥신이너뷰를 어디다 신청하는지 몰라 메일 드려요. 저 대신 만나주실수 있나요? 꼭 부탁드릴게요.


본 기자를 남몰래 사모한다는 내용이 아니라서 순간 잠시 삐쳤지만 언제나 그랬듯 여성 독자의 요청이라면 하늘에 별도 따다 줄만큼 헌신적인 본 기자, 앞뒤 가릴 것 없이 그 자리에서 곧장 본지 소속의 온라인 기자 마태우스에게 전화를 걸어 자초지종을 설명한 후 모월 모일 모처에서 흥신이너뷰를 하기로 결정했음이다.


그래서 전격적으로 이뤄진 건강동화의 집필자이자, 불후의 명작이라 불리우길 스스로만 원하고 있는 <대통령과 기생충>의 저자, 마태우스와의 흥신이너뷰! 여기 전문을 공개한다!!








 
 반갑다. 딴지에 소설을 연재하시니 딴지는 당연히 자주 보실테고 그렇다면 이 질문으로 바로 넘어가자. 팬티는 뭘 입나?


제가 99년부터 사각을 입기 시작했어요. 굉장히 늦은 편인가...


 우쩌다가 삼각에서 사각으로 급작스런 전향을 했나?


삼각은 묻잖아. 묻으면 치명적이잖아. 그런데 사각은 헐렁하고 색깔이 있으니까 낫더라구요. 저는 단지 그 이유예요. 저는 팬티를 제가 빤 적이 많아요.


 오~ 어머님의 일감을 덜어드리려고?


아뇨. 휴지를 많이 쓴다고 쓰는데 제가 효율적이지가 않아요. 그래서 사각을 입고나서부터 굉장히 좋았어요. 그런데 사각이 나쁜 점이 하나 있다면 설사하면 받쳐주지를 못한다 이거. 제가 삼각입고 실수한 적이 두 번 있는데 사각은 아직까지는 없지만 실수하면 끝장일 거 같아요.


 삼각에 흔적 남기는 게 싫어서 사각을 입는다는 사람은 또 첨이다. 오늘의 이너뷰가 기대된다. 이번에 출간한 <대통령과 기생충>은 잘 나가고 있나?


제가 초판 나간 거 까지는 확인했는데 그 다음에는 모르겠어요.


딴지몰 선정 베스트셀러로 지정됐으니 당연히 2판도 나왔을 거라 본다.


아~ 딴지 베스트셀러요, 그래요? 영광입니다. 아무튼 2판 나오지 않았을까 싶은데 잘 모르겠는데요.


 딴지몰 선정 베스트셀러에 등극하는데는 그 독특한 싸인이 한몫 톡톡히 했다. 이너뷰 자리 역시 싸인 때문이고. 본지에서 책을 구입한 사람에게 싸인을 해줘서 화제가 됐다.


화제는 안됐는데 몇 분이 관심을 보였죠. 화제는 무슨 화제 하하하.









장안의 화제, 마태우스의 말싸인


 화제가 됐다면 된 줄로 알아라. 다 알믄서. 근데 싸인이 말 모양이던데 무슨 심오한 의미가 있나?


마태우스의 마 자가 말 마(馬) 자거든요. 게다가 제가 말띠거든요. 근데 말띠는 중요한 게 아니라 마태우스니까 말을 그렸죠. 마태우슨데 개를 그리면 이상하잖아.


 개태우스.. 우끼긴 한데 역시 안 어울린다. 근데 어떤 연유로 이런 사인을 구사하게 되었나?


제가 예전에 방송 나올 때 어떤 여자분땜에 만든 건데요 제가 96년에 케이블 티비 막 나와서 버벅대고 그럴 땐데 어떤 여자분이 저를 텔레비에서 봤다고 싸인을 요구하시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그 여자분과 머리를 맡대고 사인을 만들었어요. 그게 지금의 말 싸인이었구 그 여자가 이 싸인을 만든 사람이라고 저를 꼭 기억해달라고 해서 알아았다고 했는데 아마 그 여자는 그 사실도 지금 모를 거야. <대통령과 기생충>이 나오기 전까지는 그 싸인을 한 열번 해봤어요. 책이 나오고 싸인을 하면서 그 말 싸인이 생각이 났죠.


 사실 <대통령과 기생충>에 실린 작품들이 거의 딴지에 실렸던 작품들 아닌가?


딴지일보가 모태가 됐죠.


 근데 이게 오히려 손해가 되지 않나. 이너넷으로 보면 공짜로 볼 수 있는 걸 굳이 책을 사서 보겠냐 하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고 딴지일보에 연재했다 이 점 때문에 선전이 많이 됐다 생각을 해요. 이거 하나로 공신력을 인정받는 게 아닌가 생각을 하는데요.


 하긴 총수님이 친히 서문도 써 주지 않았나.


아, 그렇죠. 그 서문 쓴 거 가지고 얼마나 많이 우려먹었는데. 책에서 무려 세 번이나 언급했잖아요. 파브르 곤충기 이후 최고의 이래가지고 정말 총수님께 감사했어요.


 판매 부수에 신경을 쓰는 편인가?


원래 그럴 수 있는데 사실 제가 전업작가가 아닌 게 다행이잖아요. 그래서 신경을 안 써도 되는데 이번에는 제가 조직을 풀가동해서 많이 샀죠.


 조직이라면 자신의 책을 자기가 샀단 말인가?


한 400권 산 거 같아요.


 헉! 400권이나?


근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참고로 책 나오면 달라고 그러고 그리고 안 주면 화내고. 우리 학교 선생님만 해도 벌써 백 명이라서 다 드려야 되는데. 친구들과 그동안 제가 함께 했던 조직들. 아, 그리고 그런 게 있어요. 제가 미디어의 지원을 딴지일보밖에 받은 게 없거든요 거의. 딴지일보밖에는 다뤄준 미디어가 없기 때문에 우리나라는 미디어 없으면 안 팔리잖아요. 그래서 제가 개인의 역량에 의존하는 거 그동안 제가 모아놨던 돈을 풀면서 제가 교보에서 계속 책을 샀어요. 교보에서 하루에 7권, 8권씩 샀어요. 혼자 가면 그러니까 누구 시켜서 아니면 친구 데리고 가서 책 사고 밥 사주구.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거 아닌가. 책값보다 밥값이 더 많이 들었겠다.


네, 밥값도 굉장히 많이 나갔죠. 그렇게 해갔고 그게 인제 교보의 진열대 있잖아요 그 걸 한자리 차지하는 게 어렵거든요. 대부분의 책들은 책꽂이에 들어가요. 근데 교보의 진열대를 지키려고 제가 매일 같이 책을 샀죠. 그 땐 제가 교보로 출근을 했어. (웃음) 그렇게 해서 지금도 교보 진열대에 제 책이 있잖아요. 일단 어느 정도 책이 팔렸기 때문에.


 얼마나 오랫동안 그랬나?


한 달 동안 거기 있었는데 물론 저 때문에 진열대에 못 오른 책이 한 권 있잖아요, 그 책에겐 미안하지만 저도 먹고 살아야하지 않겠습니까. 제 책을 내준 출판사도 잘 됐으면 좋겠다 생각을 해서 사재기를 많이 했죠.


 자기 돈 엄청 깨가면서?


어, 그랬죠. 저는 이득 볼려고 산 건 아니고 이득 보면 좋죠. 전 대개 이득 못 볼 걸 알고 있었어요. 저는 책해서 이득 본 적 한 번도 없어요.


 다른 작가들도 어느 정도 자신의 책을 이런 식으로 구입하나?


다른 작가들도 아마 백 권은 살 걸요.


 그에 비하면 상당히 과도하다. 사백 권을..


사백 권은 좀 심하죠. (웃음) 알라딘에서 제가 소설부문 5위까지 올랐다니까요. 그래서 제가 이거 안 사보면 어떻게 될까 해서 안 사봤더니 금방 순위에서 벗어나더라구요. 그래서 알았어요, 나만 사는구나.


 그럼 사는 김에 한 사천 권 샀으면 일등도 하고 아예 더 과감하게 나가지 그랬나. 하긴 지금도 늦진 않았으니 앞으로 소설부문 1위 미리 축하드린다. 그런데 이런 사실 이렇게 공개해도 괜찮나?


모 특별히 이게 비밀도 아니고 범죄도 아니니까요. 물론 저는 사재기를 할 때 죄의식을 가지고 사재기를 했어요. 이번에 다행인 게 책에 제 사진이 없었던 게 다행이었죠. 저자가 못 생기면 책이 안 팔릴 수도 있으니까.


 얼굴 알아보는 사람도 있나?


제가 두 번째 책을 냈을 때 표지에 제 얼굴이 있었거든요, 제가 그 책 달라니까 저한테 이러더라구요, 저자시네요. 이 때 얼마나 창피한데요 하하하. 제가 전에 교보에서는 이런 일이 있었어요. 교보에서 제 책 알파가 나왔을 때 제 책을 사주는 사람에게는 책에 사인을 해줌과 동시에 밥과 술을 대접하겠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한 사흘동안 교보에서 열 시간동안 서있었나 그랬는데 한사람도 안 사더라구요.


 무심한 사람들 같으니라고.. <대통령과 기생충> 요번에도 그랬나?


이번에두 못 봤어요. 요 전에 책을 보는 사람이 있었는데 책을 40분간인가 계속 보더라구.


 경제도 어려븐데 웬만하면 돈 아끼고 그 자리에서 독파하려는 속셈이었나 보다.


그래서 제가 속으로 그랬어요. 그래 사지 마라 임마!. 그리고 집에 왔어요. 산다고 계산대에만 갔어도 제가 그 책을 사주고 사인해서 줄려고 했는데.


일동 : 하하하하.


 안 그래도 게시판에서 해외에 있는 사람이 책 어떻게 받아 볼 수 있냐고 하니까 주소 보내주면 책 보내주겠다고 그러더라.


제가 원래 남한테 부탁을 못 하고 거절도 못 해 가지고 그래서 누가 제 책 산다고 그러면 갑자기 미안해지는 거예요. 그래서 저는 웬만하면 책을 보내주죠.


 본 이너뷰 기사 나가면 게시판에 책 보내달라고 주소 쓰는 사람들 넘쳐나겠다. 책 두둑이 준비 좀 해둬야겠다. 아까 출판사에 미안하다고 책도 자신이 직접 많이 사고 그랬는데 그렇다면 오히려 좃선일보 이너뷰가 들어왔을 때 그에 응했다면 판매 신장에 더 도움이 되는 거 아니었나? (관련기사 참조)


에이, 조선일보 인터뷰는 했으면 잃는 게 더 많지요.



 요즘 보기 드문 아주 훌륭한 자세다.


그렇죠. 제가 조선일보와 인터뷰를 하면 주변 사람들이 저를 어떻게 보겠어요. 제가 그래도 조그마한 홈페이지를 운영하면서 얻은 평판도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터뷰를 하면 그 사람들이 저를 어떻게 볼까 그런 생각도 있고 제 자신이 또 전향하면은 괴롭잖아요. 나머지 제 인생이 비굴하고 비참할 거 같아요. 몰 하더라도 떳떳치 못 하고 사회비판도 못 할 거 같애. 제가 특기가 또 사회비판 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제가 어떤 말을 해도 쟤는 저런 놈이다 생각할지 모른다고 생각하면 글도 못 쓸 거 같고 그렇죠. 그래서 하는 게 아니라고 생각을 했어요.


 사회비판이 특기라고 했는데 요즘 돌아가는 정치 꼬라지에도 관심이 많은가?


정치에 무관심한 게 멋있다고 왜곡되는 세상인데 정치가 안 좋을수록 저희가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 같아요. 사실 자기 먹고살기도 바쁜데 이렇게 생각하면 우리 정치는 언제나 바뀌지 않죠. 그래서 모든 사람이 조금만이라도 시간을 내서 정치에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을 해요. 최소 선거만 해도 우리 정치가 크게 바뀌지 않을까요.


 아~ 마치 살아있는 도덕책을 보는 것만 같다. 그래서 홈페이지에 사회비판하는 글 올리는 것이 취미시고. 그럼 홈페이지 주소가 어떻게 되나?


홈페이지에 사람 너무 많이 들어오면 부담되고 저의 신체적 비밀같은 사적인 얘기들도 있어서 그런 거 보면 안되거든요. 사실 저 배꼽이 등에 붙어 있습니다.


 본인은 코로 방구를 뀐다.


아아, 네.. 어쨌든 이런 게 홈페이지에 있는데 남들이 그거 보면 안되잖아요. 게다가 너무 많은 사람이 보면 자기검열이 돼서 무섭죠.


 잘 알겠다.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자. 이번 <대통령과 기생충>이 첫 번째 출판물이 아닌 걸로 알고 있다.


몇 권 냈죠. 거기에 대해서는 상당히 죄송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몰려드는 수요층을 다 만족시켜주지 못해서?


돈 주고 사기 아까운 책이라고 생각하고 이번에 그래도 책다운 책이 나온 게 아닌가 생각하고 있는데. 주위에서는 다 그렇게 말해요.


 본인은 전혀 그렇지 않다. <대통령과 기생충>에 불만 많다. 원래 주인공 이름이 마태우스지 않나. 근데 <대통령과 기생충>을 보니까 아니 이런, 마태수로 바뀌어 있더라. 이건 그동안 본 기자처럼 마태우스에게 남모를 애정을 품고 있던 이들에게는 반칙이다. 왜 마태우스가 마태수로 바뀌었나?


마태우스라는, 왜 외국이름이냐는 적대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어서 저도 생각을 해봤는데 꼭 마태우스라는 이름으로 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근데 저는 처음부터 제 소설에 써오던 이름이라 애착이 있는데 사실 마태우스가 그렇게 유명한 캐릭터도 아니기 때문에 바꿀 수 있었죠. 제가 유명 작가고 많이 썼었다 그러면 모르겠는데. 원래 출판사에서는 왜 마태우스로 쓰냐 홍명보로 하자 그래서 마태수로 가겠다 고집을 부려가지고 다행히 살렸습니다.


 앗, 탐정 홍명보라. 음.. 생각만해도 끔찍하다. 그런 비하인드가 있었을줄이야. 어쨌든 마태수로 바뀐 건 아쉽다. 다음에 출간하는 건강동화에서는 마태우스로의 전환을 심각하게 고민해달라. 그럼 쥔공 이름의 변화처럼 인터넷 상에서의 건강동화, <대통령과 기생충>과 비교해 책으로 나온 <대통령과 기생충>과 다른 점이 있다면 또 모가 있나?


설명이 첨가가 돼서 스피디한 면이 줄어들었어요. 출판사에서 편집할 때 설명이 더 들어가고 호흡을 좀 가다듬는 그런 측면이 있었던 것 같아요.


 출판사에서 손 대거나 그런 부분은 없었나?


조금 있었죠.


 그것 때문에 갈등이 있었거나 그런 건 아니고?


갈등은 없었다고 하죠. 없었습니다. 갈등은 전혀 없었어요. 게다가 편집자가 미녀였기 때문에 더더욱 갈등이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아주 올바른 태도다. 근데 얼마나 미인인가?


편집자가 눈이 작긴하지만 머리는 길고 미인이었습니다. 술도 아주 잘 마십니다.







 미인 얘기 나오니까 본인이 제일 궁금했던 게 <대통령과 기생충>을 보면 등장하는 여자 캐릭터가 현재 실존하고 있는 인물을 빼면 죄다 마태우스가 첫 눈에 반하는 미녀들이다.


제가 미녀를 좋아하잖아요.


 실제로도 그렇게 미녀들에 둘러 쌓여서 지내는가? 그 미녀들의 정체를 이 자리에서 샅샅이 밝혀달라.


정체는 없죠. 정체라기보다는 원래 영화에서도 이쁜 여자 쓰는 게 안 그러면 안 보니까 그런 거지. 저도 소설에 흥미를 돋구고자 그런 거죠. 근데 사실 제가 미녀라고 해봤자 눈이 낮아 갔고 그래요. 저는 미녀 밝혀도 되는 게 저한테는 반 이상이 미녀기 때문에 미녀를 밝혀도 괜찮은 거 같아요.


 그럼 <대통령과 기생충>은 몇 번째 작품인가?


네 번째요.


 나름대로 중견작가다. 그렇다면 그 전의 작품들에 대해서 얘기해달라.


제목은 말씀 못 드리고 알파, 베타 이렇게 지칭해서 부를게요. 알파는 제가 철이 없을 때 냈구요, 그 책 알파 내고 저는 베스트셀러 될 줄 알았어요. 혼자서 읽어보고 와! 이거 너무 재밌어, 너무 재밌어 이러면서 혼자 자지러지고 그랬는데 세상은 그렇게 만만한 게 아니라는 거를 알았어요.


 맞다. 세상 만만하게 봤다간 민주당 꼴 난다.


그리고 그 때 느낀 게 모냐 하면, 50권씩 책을 사주겠다고 그렇게 얘기 한 사람이 굉장히 많았는데 막상 책이 나오니까 진짜 한 명도 책을 안 사주더라구요.


 밥 사준다는 얘기를 하지 그랬나. 그것도 기생충 관련 소설이었나?


아니요, 그건 아니었고. 제가 기생충 책을 쓰겠다고 생각 한 이유가 다른 부분에 있어서 너무 능력이 안 된다는 걸 그 때 깨달았어요. 첫 번째 소설은 삐삐소설이었어요, 삐삐소설. 삐삐소설이 테레비에서 떠 가지고 팔리기는 그게 제일 많이 팔렸어요. 만권 팔렸으니까.


 만 권이면 엄청나다. 어떤 내용이었나?


단편인데 예를 들어 <돌아온 시인 캥거루>. 캥거루가 사람을 죽이는데 모 마태우스 형사가 범인을 쫓는 그런 내용이죠.


 철없던 때도 마태우스가 주인공이었나?


예, 마태우스는 제가 91년부터 쭉 써오던 주인공예요. 아, 90년이요, 90년. 그 때부터 스스로를 마태우스라고 불렀어요.


 왜 그렇게 지었나?


축구선수 마태우스를 좋아해서 그랬고 그 마태우스 부인이 미스 스위스거든요. 그래서 더 좋았어요. 굉장히 미인이거든요. 그래서 저도 그렇게 지으면 이쁜 부인을 얻지 않을까 생각을 했죠.


 미인들에게 둘러 쌓여 지내는 비법이 바로 이거였구나. 본 기자도 이름을 안쩡환이나 이쑹엽으로 바꿔야겠다. 그럼 알파가 첫 번째 책이었고 만 권이나 나갔다면 그 출판사는 돈 좀 챙겼겠다.


출판사는 망했죠.


 모라고라! 럴수럴수이럴수가! 책이 만 권이나 나갔는데도..


그 책 때문에 망한 게 아니라 다른 책을 많이 내서 망했는데 다른 책이 하나도 안 팔렸어요.


 두 번째 책은 어땠나?


두 번째는 정말 출판사가 망조가 들었을 때예요. 출판사가 회사를 창고로 옮기고 나서 냈는데 종이 질도 제일 후진 거 쓰고 책도 3,800원짜리 책이야, 책도 아주 조그맣고. 98년이었는데 그 때는 철이 좀 든 상태에서 세상의 무서움을 알고 나서 쓴 책인데 그거는 제목이 칫솔이 들어가 칫솔.


독자 니덜에게 살짝만 알려주면 마태우스의 두 번째 책은 <닳지 않는 칫솔>이다.


그 책이 나가고 나서 어떤 치과의사가 출판사로 저한테 팩스를 보냈는데 치과책인줄 알고 샀다, 나는 치위생산데 이렇게 항의한 적도 있었어요.


 졸라 가슴 아픈 사연이다. 두 번째 책 역시 기생충 소설이 아니었나?


절대 아니죠. 소설과 수필 짬뽕이었는데 이런 게 있었어요. 당시 호랑이가 죽은 적이 있었는데 그걸 가지고 소설로 해서 신군부의, 신보수세력의 음모다 이런 황당한 주장을 했고, 밍크 코트를 입기 위해서 이솝우화 있잖아요, 거기 여우가 나쁜넘으로 나오는 이유가 여우털로 모피를 만드는데 죄책감을 갖지 않기 위해서 그랬다, 이런 황당한 내용을 쓰니까 누가 사겠어, 아무도 안 사지.


 아~ 자신을 낮추는 겸손한 자세. 아주 훌륭타.


그래도 되게 좋았던 게 나중에 출판사가 망하면서 저한테 편지나 팩스가 왔던 걸 50통을 줬는데 반응이 너무 좋았어요, 긍정적이었어요. 제가 글쓰기를 포기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한 게 그 때예요. 이렇게 좋은 책이 있으면 왜 사람들이 스포츠 신문을 보겠냐, 이런 말도 있었고.


 칭찬한지 얼마나 됐다고 고새 자랑필로 고무신 까꾸로 신다니 본 기자가 무안할 지경이다.


그러니까(웃음). 그래서 제가 그거 보면서 감동의 눈물을 한아름.. 하여튼 그랬어요.


 알파가 삐삐소설이라고 했는데 삐삐소설이란 게 도대체 뭔가?


삐삐 멘트가 20초 정도 되는데 거기다가 인제 어떻게 이거 갖고 애들을 즐겁게 해줄까 하다가 소설을 연재하도록 하자, 그래서 저한테 모두 삐삐를 보내도록 하자 아는 사람들끼리 그렇게 얘기를 했는데 나중에 이게 신문에 나면서 많은 삐삐가 왔구요, 근데 친구들은 정작 제 꺼를 안 듣고 삐삐소설 몇 회 이렇게 나오면 그냥 1번 누르고 2번 누르고 친구들은 그렇게 짜증을 냈어요.


 근데도 인기를 모을 수가 있었다니 참으로 미스테리하다.


그 때 그렇게 인기를 모았던 이유가 내용이 재밌다는 거보다 신기해서 그런 거지 작품성은 전혀 없습니다.


 신문에서는 삐삐에 멘트로 소설을 만든 건 어떻게 알았나, 혹시 남 모를 로비의 결정체 아닌가?


제가 그 때 95년에 처음으로 삐삐를 가져서 1년 넘게 삐삐소설을 연재를 했으니까 그래도 대단히 오래 한 거잖아요 아무도 안 듣는데(웃음). 아는 사람들도 거의 아무도 안 듣고 그랬는데 꾸준히 한 게 그리고 그 소설을 모아서 책을 낸 거니까 그래서 신문에서는 책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이상한 애가 있다, 그런 거 때문에 알려졌죠.


 그럼 삐삐소설은 어떻게 책으로 내게 된 건가?


소설은, 삐삐소설을 쓰면서 글로 어느 정도 쌓여갔고 마침 그 때 출판사를 새로 세운 사람이 있었어요. 그 사람이 저한테 책 내지 않겠냐고 해서.


 그 사람은 또 삐삐소설을 어떻게 알았나?


제가 아는 방송작가가 있었는데 그 사람 남편이었어요. 근데 출판사가 잘 안 돼 가지고 이혼했습니다. 그래서 굉장히 마음이 아프죠.


일동 : 으하하하하


 지금의 마태우스가 되기까지 이런 남모를 가슴 아픈 사연이 있었다니 역시 소설가는 아무나 되는 것이 아니다. 그럼 기생충 소설이 세상에 나온 건 언제인가?


그 건 딴지일보의 기자가 되면서부터 쓰기 시작했고 그 전에는 기생충 가지고 소설을 쓴 게 있죠. <기생충의 변명>이라고. 그게 기생충 가지고 쓴 첫 작품예요. 왜냐면 제가 제일 잘 쓸 수 있는 건 기생충밖에 없다고 생각을 했기 때문이죠. 


 그럼 앞으로도 기생충 하나로 연명하실 생각인가?


앞으로도 기생충 가지고 계속 우려먹자 생각했어요. 그래서 앞으로 계속 우려먹을 거예요.


일동 : 하하하하.


 건강동화가 분류하자면 추리소설이지 않나. 어떻게 기생충과 추리를 접목할 생각을 하게 됐나?


원래 저는 추리소설밖에는 못 써요.


 본 기자도 추리소설 엄청 좋아한다.


어릴 때부터 좋아했죠. 다들 좋아하는 셜록 홈즈나 아가사 크리스티꺼 다 읽고 그리고 김성종씨 책도 읽고 그거 보면서 저는 항상 추리소설만을 꿈꿔왔죠. 어릴 때부터 소설을 쓰는 게 주로 추리소설.


 그래서 기생충을 추리소설과 접목한 건가?


딴 건 몰라도 기생충은 제가 많이 아니까 그리고 기생충이 공격무기가 될 수 있잖아요. 그래서 그 걸 가지고 음모를 꾸미는 사람들 얘기를 다루면 이야기가 되겠다 생각해서 기생충을 추리소설로 썼죠.


 요즘 외국 추리소설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은 높은데 반해 한국산 추리소설에 대한 반응은 거의 바닥이다. 이 와중에 <대통령과 기생충>이 나와 국산 추리소설의 부흥을 알렸는데 추리소설계에서는 별다른 반응은 없나?


전혀 없습니다. 하하하. 있을 리도 없고 있어서도 안되죠. 그냥 추리소설계의 돌연변이로 인식이 돼야 하지 않을까.


 외국에도 이런 류의 추리소설이 있나?


글쎄 저는 몰랐는데 책 나오고 나서 제가 어떤 사람한테 책을 전해 받았는데 그 제목이 <파라사이트 워>, 우리말로 하면 <기생충의 전쟁>예요. 이거 보고 제가 너무 놀라서 한 번 읽어보려고 했습니다.


 읽어봤더니?


그게 영어라서 못 읽었어요. 그거 직접 읽을라면 한 달을 밤새워야 하는데. 내용이 뭔지 저도 무지 궁금해요. 누가 빨리 번역해 줬으면 좋겠어요.


일동 : 하하하하


 <파라사이트 워> 이 책에 대한 정체를 아시는 분은 본 기자 혹은 마태우스님께 연락 때려주시기 바란다. 딴지랑은 어떻게 연결이 됐나?


아마 도대체 기자가 추천해줬을 걸요.


 도대체 기자와 친분이 있다니 역시 마태우스는 실생활에서도 미녀를 너무 밝힌다.


친분이 있었죠.


 언제 미녀 꼬시는 법 좀 전수해달라. 그건 그렇고 건강동화를 읽다보면 관심사가 폭넓다는 생각이 든다. <박쎄리를 구출하라>는 스포츠, <입영전야>는 군대를 소재로 잡고 있고, <날아라 독수리>는 음악, 탄핵 때는 정치인들을 놀려먹는 소설을 썼는데 그만큼 기생충이 사회에 폭넓게 퍼져있다는 반증인가?


제가 원하는 건 그런 거였어요. 기생충을 이용해서 사회를 말해보자 그런 거였기 때문에 관심사가 특별히 다양하다라는 생각은 안 해봤는데. 누구나 그런 생각하지 않나요. 사안마다 자기 생각이 다 있잖아요. 저도 그런 사람 중의 하나고. 특별히 관심사가 다양하다는 생각은 안 해요.


 처음 연재했던 게 <손잡이를 만지는 여자>?


네.


 건강동화의 력사적인 첫 작품 <손잡이를 만지는 여자>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은 어땠나?


의외로 괜찮았어요. 아~ 그래서 이 정도만 쓰면 괜찮은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그동안 딴지뿐 아니라 네티즌을 굉장히 무서워하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어설프게 썼다간 작살나는 게 아닌가 생각했는데 근데 그거 쓰고 나서부터 좀 약간 자신감을 가졌어요.


 우리 독자들이 특출나게 유별나긴 하다. 그 때 초창기에 회충을 소재로 잡았다가 이회창을 끌어내리려는 음모다 해서 네티즌으로부터 공격받은 경우가 있지 않았나?


그랬죠. 그 게 그 거잖아요, <대통령과 기생충> 할 때 노무현 너무 편향 아니냐, 그런 말한 사람 있는데 사실 제가 아니라고 말하고 싶은데 제가 노사모였고 한참 그랬기 때문에 할 말이 없습니다 저도.


 마태우스가 노사모라는 게 알려진 건 아니지 않았나. 단순히 이름과 기생충의 이름이 비스무리하다고 해서 트집을 잡았던 거였는데.


제가 노무현 편향이 아니다 그랬는데 알게 모르게 제 글에 그게 나타나겠죠. 그래서 모 그건 어쩔 수 없고 그럴 땐 그냥 죄송하다고 해야죠 모. 사실 저는 안 그러고 썼는데 어쩌겠어요.


 의외로 소심한 구석이 있다. 그래서 이 험한 세상을 어찌 살아가려고. 보이스 비 앰비셔스다. 소재는 어떻게 찾나?


소재는 주로 길 가다 생각이 나요. 생각나면 길 가다 잽싸게 노트에 써 가지고 그걸 가지고 전개하는데 가끔 뒷부분은 어떻게 하면 좋을까 골똘히 생각을 하던가 짜내요. 술 마시다가 소재가 나오기도 하구요.



 <바람의 파이터> 이후 후속작이 안 나오는 걸 보니 요즘은 통 길을 걸을 일이 없나보다. 후속작은 언제 발표하실 예정인가?


요새는 아무리 길을 가도 생각이 안 나더라구요. 그럼 계속 걸어볼게요. 사실 제가 요새는 다른 글을 쓰느라고 정신이 없어요. 어떤 사이트를 평정을 해야하는데 아직 평정을 못했거든요.


 앗, 조또마떼! 그럼 시방 다른 사이트에서 건강동화를 연재하고 있단 말인가?


당연히 아니죠. 물론 거기는 소설 안 쓰고 수필 쓰는데 아주 가끔 소설도 쓰긴 써요. 근데 평정이 잘 안되더라구요. 그래서 요즘 건강동화도 자주 못 쓰고 일도 못해요 그 것 때문에. 아무튼 출근해서도 거기 가서 글 쓰느라고.


 본 기자 순간 딴지를 등졌는지 알고 심장이 조리뽕 될라구 그랬다. 그니까 어서 후속작 후딱 발표해라. 근데 그 사이트는 또 어딘가?


그건 공개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굳이 싫다는 거 본 기자도 별로 알고 싶지 않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건강동화나 언능 연재해라. 건강동화 때문에 칭찬도 많이 받고 있지 않나.


그건 제가 나이가 많아서 그런 거 같아요. 사람들이 나이를 알고 그러니까 좋아하는 게 아닌가. 그리고 제가 비판을 받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스타일예요. 제가 사실은 마조히스트거든요.


 갑자기 분위기가 에로틱해지고 아싸, 이런 분위기 좋다.


그래서 비판받으면 기뻐서 감사하다 그렇게 답글을 달았는데 그랬더니 나중에 되니까 사람들이 비판을 안 해 버리더라구.


 욕을 욕으로 안 받아들이니까 재미가 없어졌나보다.


그렇죠. 저는 기자된지 얼마 안 돼 가지고 누가 답글을 달면 굉장히 신경을 쓰고 체크를 해서 열심히 답글을 달아주잖아요. 그래서 나중에는 다들 칭찬만 하는 거죠.


 작전이 아주 기발하다. 앞으로 본 기자도 기사 욕 먹을 때면 감사하다고 꼭 답글을 달아야겠다.


원래 그럴려는 건 아니었는데 저는 정말로 기분이 좋아서 감사하다고 한 건데. 그리고 이런 비판도 있었어요. 유부초밥에 회충 들어간 얘기를 썼는데 그 걸 썼더니 일본 유학 중인 사람인데 유부초밥 다 먹었다, 미리 얘기해주지 그랬냐. 그 분이 그랬는데 그 게 가장 미안했어요.


 본 기자도 유부초밥 거의 매니아다. 정말 유부초밥에 회충이 들어가 있는 게 사실인가?


아니 유부초밥의 색깔이 비슷하다는데서 착안해서 쓴 거지 그 건 사실 말이 안 되는 소설이거든요. 유부초밥은 징그럽다 이런 거지 남들은 기생충 잘 모르잖아요. 어떻게 되는지 모르잖아요. 그래서 사실이라도 생각하더라구요.


 그럼 여태까지 쓴 기생충 얘기는 전부 구라였나?


불가능한 것도 있죠, 이렇게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예를 들면 회충이 타임머신을 타고 어디 가는 건 그렇잖아요. 그 것도 그렇고, 회충이 유부초밥에 들어가는 것도 사실 말이 안 되거든요. 그 것도 먼훗날 진화하면 가능한 일이지 지금 현재는 불가능한 일인데 그런데 그 거 말고 가능한 일도 많죠.


 그럼 가장 기분을 잡치게 했던 비판과 너무 예리하게 정곡을 찔러 가슴이 아팠던 비판은 무엇이었나?


맞춤법에 대한 비판이 저는 고마웠고, 제가 여관에서 하루를 묵다를 묶다로 썼더니 지적해주셨구. 저는 맞춤법을 굉장히 신경을 많이 쓰고 읽고 읽고 또 읽거든요. 한글로 작업해서 인터넷에 올리고 그래요. 근데 아직도 공부할 게 많아요. 그리고 가장 기분 나빴던 비판, 음... 아! 그래그래 이거 있었다. 맞어, 그거 정말 기분 나빴는데 일본에 <닥터 K>라는 만화가 있데요.







 표절시비에 휘말렸다는 얘기?


표절했다, 그게 있잖아 어떤 게 닮았다는 것도 아니고 그게 <여대생의 죽음>에 대한 그 거였는데 표현이 읽은 사람은 알겠지만 이거 표절이야 이런 식으루. 거기에 또 어떤 사람이 답글 달았어요, 그렇군요, 어쩐지. 아.. 이 때 진짜머리를 막 쥐어뜯었어요. 이거는 진짜 아무리 제가 마조히스트라도 그런 정말 그런, 제가 그 책을 읽지도 않았고 학자가 원래, 제가 좀 학자 같잖아요, 학자는 표절 안 하는 거를 생명으로 알어.


아래에 다시 나오겠지만 마태우스는 현재 모 대학 기생충학과 교수다.


표절은 말이 안되지. 조그만 거 인용을 해도 항상 주석을 다는 사람인데 그거 보고는 정말 죽고 싶었어요. 그 사람은 정말 나쁜 사람이야. 이런이런 대목이 비슷한데 표절 아니냐, 이런 것도 아니고 그냥 표절이야, 아 이거 진짜 사람이 그러면 안 되요.


 맞다, 사람이 근거 없이 그러면 안 된다. 답글을 달아주셨나?


당연히 답글을 달았죠. 어느 게 표절인지 집어서 그렇게 하셔야지 이렇게 하면 안 된다라고 말했죠.


 개중에 또 이런 비판도 있다. 건강동화가 추리소설에 들어가는데 이를 두고 추리소설로서의 완성도가 떨어진다고 하는. 들어봤나?


아! 이번에 책 내고 나서 리뷰 중에 문학작품으로써 떨어진다라고 나왔는데 이건 당연한 거 같구요 제가 반성할 부분이죠. 제가 문학하는 사람은 아니니까 이 거는 이해해달라 이러면 좀 그렇구 저도 정말 문예창작과 수업 듣고 싶어. 저도 잘 쓰고 싶은데 역량이 안돼서 그 부분에 있어가지고 죄송하게 생각을 해요. 단지 대중한테 기생충을 풀어서 쓰는 형식을 취했다고 하더라도 문학적 완결성이 있어야 하는데.. 제가 어릴 때 책을 전혀 안 읽었잖아요, 사실 추리소설을 조금 읽는 거 말고는 제가 서른 살까지 책을 안 읽었어요.


 어지간히 책을 안 읽긴 안 읽었다. 많이 읽고 원하는 문학적 완결성을 이룩하시기를 바란다. 기생충을 소재로 한 소설말고 다른 소재의 소설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나?


기생충이니까 남들이 봐주는 거지 딴 소설 썼으면 작살나죠. 전 절대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에서 기생충 가지고 이런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은 많지가 않다고 보거든요. 다들 연구하시느라 바뻐서. 저는 기생충 계속 우려먹을 거예요. 남들이 제가 또 책을 준비한다고 하니까 "우려먹을 게 또 있어?" 이러는데 우려먹을 겁니다. 전.


 원래 질릴 때까지 우려야 진국이 나오는 법이다. 우려먹는 거 대환영이다. 지금 준비하고 있는 소설이 또 있나?


<기생충과 사회>라고 기생충을 통해 사회를 보는 수필이죠. 이거는 정말이지


 마태우스 필생의 역작인가?


진급이 어려워서 제가 이 책을 내는 겁니다.


 진급이 어렵다니?


제가 논문 점수가 안  돼서 학회에서 짤릴지도 모르니까 자꾸 책을 내 갖고 만회하려고 하는 겁니다.


 교수들 사이에서는 <대통령과 기생충>에 대한 반응이 어떤가?


반응 아주 냉랭하죠. 그니까 제가 모교에 소설을 들고 갔을 때 그 때 정말 죽고 싶었습니다.


 재미없게 썼다고 학생들 앞에서 면박을 주던가?


쓰라는 논문은 안 쓰고 이따위 책을 쓴단 말이야, 이런 식으로 말씀을 하셨죠. 그리고 또 다른 교수님은 니가 지금 이럴 때냐 참 심난하다, 내가 논문 쓰라고 테마줬더니 소설책을 가지고 왔어.


 성과물로 전혀 인정을 안 해준다는 얘긴가?


성과물로 안 쳐주는 거는 당연하지만 기생충에 대해서 사람들이 많이 잘못알고 있고 왜곡과 편견을 가지고 있는데 그리고 존재가치도 점점 떨어지는 와중에 기생충이 아직 살아있으면 활발히 활동 중이다라는 걸 알려주는 것도 중요한 거 같은데 논문이 아니라는 이유로 그렇게 폄하를 하는 거야. 사실 선생님이 쓰는 논문은 우리도 잘 안 읽어요. 아무도 안 읽는 거 쓰는 것보다, 물론 그것도 중요하겠지만 제 작품도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걸 전혀 인정을 안 해주더라구요. 그게 너무 아쉽죠.


 그렇다. 논문 얘기만 들어도 벌써 지루해질라구 그런다. 우리가 마태우스의 건강동화가 아니었다면 도대체 기생충에 대한 정보를 이렇게 재미있게 어디서 얻을 수 있었겠는가.


제 말이 그 거예요. 근데 이런 건 있어요. 우리 선생님이 다른 사람을 만난다, 다른 사람한테 나를 소개할 때에는 아주 재주가 많은 친구다, 이번에 대단한 소설을 쓴 친구다, 이럴 때 인간이 좀 싫어지지. 욕하다가 또 술 마실 때 사람 만나면 할 말 없잖아. 그럴 때 아, 이 친구가 말이야 소설을 썼는데 전문적인 지식과 대중성의 조화를 이룬 훌륭한 소설 이럴 때 전 다른 얘기하는 줄 알았어.


 순간 적응력이 바퀴벌레를 능가한다.


네, 기분이 좀 그렇더라구요. 근데 이거 정말 선생님들이 보면 안 되는데. 그러니까 그런 사람이 있을 수 있다는 얘기지 그렇다는 건 아니죠.


 아니 이 사람이 갑자기 딴 소리를.. 가르치는 학생들은 자기 교수님이 <대통령과 기생충>의 저자라는 건 알고 있나?


아는 사람도 있죠. 제가 학생들한테 이렇게 말해요. 학년 당 다섯 권씩 나눠주면서 꼭 돌려보라고 얘기합니다. 제가 진짜 우리 학생들을 착취할 수가 없지 않겠습니까.


 이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은 어떤가?


제가 그래도 가르치는 교순데 감히 재미없다 이러는 사람은 없죠. (웃음) 겉으로는 다 재밌다고 그러는데 속내는 모르죠. 근데 물어보면 모르더라구요. 아직까지 안 읽은 거 같아.


 <대통령과 기생충>에 대해 좋은 얘기를 하면 성적 더 좋게 준다거나 하는 특전이 있나?


점수랑은 전혀 연결이 안되죠.


 이 이너뷰 보던 학생들이 <대통령과 기생충> 읽다가 책 도로 덮는 것이 눈에 선하다.


저는 제가 학생 때 저를 괴롭혔던 것들은 인제 하지 말자 주의기 때문에 그대로 하고 있어요. 그대로 하고 있는데 그래서 제가 인기 하나로 먹고살고 있지 않습니까. 가끔은 강의수준을 높여주세요, 라는 그런 질문도 받는데 그건 제가 안 되는 부분이고 제가 제일 싫었던 게 화장실 가는 시간을 뺐는 게 있잖아, 수업이 한시간이면 한시간 수업 다하고 1분 동안 화장실 갔다오라고 하고 다른 선생님 들어오고 그러는데 제가 그런 거하고, 출석 체크하는 것도 싫었거든.


 학생들에게 특히 미녀 여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을 수밖에 없겠다. 역시 미녀는 아무나 얻는 게 아니다. 이렇게 얘기하다보니까 교수의 갑빠 이런 게 전혀 느껴지지가 않는다. 강의 때도 이렇게 허물없이 재밌게 강의하는 편인가?


제가 원래 해보고 싶었던 게 수업을 재밌게 하는 거였는데 그게 잘 안되더라구요. 처음에 그 것 때문에 굉장히 괴로웠어요, 애들을 웃겨야 되는데 어떻게 수업하면서 애들을 웃길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나중에는 제가 웃긴 얘기를 찾아 가지고 중간중간 얘기를 해줬어요. 근데 애들이 안 웃기니까 와~ 격려 박수 쳐주고 그럴 때는 죽고 싶었는데 지금은 한 3~4년 지나니까 감이 좀 잡혔어요. 그래서 지금은 애드립같은 걸로 많이 웃길 수 있어요.


 이렇게 우끼는 교수가 되게 해준데 밑밥이 돼준 기생충에 관심을 쏟게 된 건 언젠가? 관심에 대한 선호도가 갈리는 게 대개 대학 입시 땐데 그 때 기생충을 선택했나 아니면 그 전부터 기생충에 관심이 많았나?


그 때는 기생충에 전혀 관심이 없었죠. 저는 기생충에 걸려 본 적도 없고 앞으로도 안 걸릴 거 같은데 그 때는 그냥 의대에 가야겠다 해서 의대를 갔고 나중에 졸업할 때쯤 제가 졸업할 때 그냥.. 그러니까 저는 인생에서 공부를 딱 3년만 잘했어, 3년만.


 고등학교 3년?


네, 고등학교 3년만. 그리고 대학에 입학해서 다시 옛날로 돌아갔는데 그래서 대학 졸업할 때도 그냥 그저 그런 학생이었는데 저한테 기생충 선생님이 와달라, 그런 말 들으니까 저는 되게 고마웠죠. 저 같은 사람도 필요로 할 수 있구나.


 왜 그 선생님은 그런 제안을 했던 건가?


제가 그 교수님을 좋아해서 방학 때 실험실에 나와서 도와드리고 그랬거든요. 근데 그렇게 저한테 말씀 해 주시니까 고마웠고 저는 감사하다 그러면서 갔죠. 저희 아버님이 그래서 바쁜 와중에 저녁을 대접했는데 선생님께서 모라 그러셨나면, 기생충한다고 그러면 우리 아들을 왜 꼬득이냐 기생충하면 안된다 그러면서 데려가고 실제로 그런 일이 있었거든요. 근데 밥을 사는 사람은 처음 봤다 선생님이 그러시더라구요. 그래서 저같은 사람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구나 싶어서 고마웠는데 지금은 그 선생님이 후회하는 거 같더라구, 얘 괜히 데리고 왔다. 그 때 선생님이 모냐 하면 그 때 제가 <킬리만자로의 회충>이라는 걸 썼었어요.


 대학시절부터 건강동화를 집필했던 건가?


아니요. 그건 방송반에서 드라마로 공연됐던 건데 그걸 선생님께서 감명 깊게 보고 선생님께서 제가 기생충에 관심이 있는 줄 아셨어요.


 기생충을 우려먹는다더니 기생충으로 연극대본까지?


예, 대본을 썻죠. 근데 그게 어떻게 자다가 쓴 건데 그 때 회충에 대해서 배우다가 잠이 들었는데 꿈에서 그런 게 나와서 일어나자마자 썼어요. 그걸 대본으로 해서 방송반 공연을 딱 했는데 선생님이 그걸 보고 감명 받고 얘가 좀 능력은 떨어져도 창조적인 아이디어는 있구나 이런 얘기를 하더라고. 이런 게 있기 때문에 몬가 대단한 아이디어를 낼 것이다 이렇게 생각을 하셨죠.


 하지만 그 기대에 당연히 부응을 못 하는?


13년 됐는데 지금까지 그런 아이디어 하나도 안 냈어요. 선생님이 그래서 저 볼 때마다 너 진짜 일 좀 해라라고 야단만 치잖아요. 아마 지금 굉장히 후회할 거야. 그 때 저를 안 데리고 왔었으면 학교가 좀 더 발전을 했을 텐데 말이죠.


 우리나라에서 기생충학만을 다루는 학과가 많지 않은 걸로 알고 있다.


별로 없죠. 의대 내에서 다루는 기생충학 교실이 거의 유일한 거 같은데.


 그만큼 기생충의 중요성이 떨어지는 건가? 아니면 중요하지 않은건가?


그게 학문으로써 중요성은 있는데 지금은 감염률이 한 5%쯤 돼요.


 그럼 적은 건가?


아니요 사실 5%면 높은 거예요, 미생물보다는 높거든요. 높은 건데 사람들이 회충 때문에 그러는 건데 회충이 워낙에 60%~70% 그러다가 그게 없어지니까 사람들이 기생충이 없어진줄 알고 그렇게 인식을 하고 있긴 한데 기생충이 다른 거보다 아주 중요한 건 아닌데 나름대로 독자적인 중요성이 있다고 저는 생각을 해요. 그러니까 기생충을 가지고 연구를 하면 사람에게 접목시키기가 훨씬 좋잖아요.


 왜 그런가, 기생충과 인체가 비슷한 조직을 가지고 있거나 그래서 그런 가?


예를 들면 지금 세균 가지고 다 연구를 하는데 세균에다 인체 유전자 넣어 가지고 그렇게 하는데 기생충으로 하면 훨씬 더 좋은 모델이 될 수 있거든요. 그렇게 생각을 해요.


 건강동화를 보면 기생충과 인간의 공생 같은 메시지가 은근히 깔려 있는데 이런 이유땜시롱 실제로 기생충이 없어져야 할 대상이 아니라 우리와 함께 살아가야 할 생물체라고 주장하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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