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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민족, 한겨레의 어버이신 당신께 -


 


이 부족한 편지를 받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 저는 이 편지를 읽어주시는 민족의 아버지. 겨레의 어머니이신 당신께, 삼가 저와 저희 세대의 고민을 말씀드리고, 오랜 세월동안 쌓아 온 당신의 고귀한 연륜과 명철한 지혜에 다시 한번 빚을 지려 합니다.


그렇습니다. 당신은 위대한 어버이십니다. 이 나라의 역사는 아버지, 어머니인 당신의 역사입니다.


처음 이 나라에 무엇이 있었습니까? 우리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들은 당신들로부터 이루어졌습니다. 이제 당신들의 져야만 했던 무거운 짐을 대신 지려고 하는 저희 세대와, 저희 세대의 허리로부터 태어났으되 당신들이 자신의 생명보다도 더 사랑하는 손자들 또한 당신들로부터 연유한 존재들입니다.


아버지, 어머니


솔직하게 말씀드리지요.


저희 세대는 사실 당신들의 세대와 불화했습니다. 그래요. 그랬습니다. 저희의 죄를 솔직히 자백합니다. 저희는 당신들이 저희를 위해 치룬 희생이 얼마나 엄청난 것이었는지 너무나 잘 알기에, 당신들을 두려워했습니다. 그래서 저희를 위해 한 평생을 희생한 당신들과 진실한 이야기를 나누지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정말로 정말로 죄송합니다.


당신처럼 그렇게 살기 싫었습니다. 가족을 위해 찬물 한 바가지로 쓰린 속을 채우고, 오늘은 어떤 험한 일을 해야 사랑하는 자식들 입에 밥 한 덩이를 넣어줄 수 있을까 가슴 조아리며 하루하루 살아온 당신의 삶이 얼마나 헌신적인 희생에 따른 것인지 잘 알기에 무섭고 두려워서.


그냥 당신께 마음의 문을 닫아버리는 오만한 죄를 저질렀습니다.


제대로 교육을 받았다는 우리 세대는 당신들에게 우리의 두려운 진심을 말씀드리지 못했습니다. 지금 이 나라의 세대와 세대가 갈라지고, 지역과 지역이 갈라졌다면, 오직 그 이유일 것입니다. 우리가 진심으로 당신들의 희생을 두려워해서, 당신들의 눈에 맞추어 말을 하지 못한 죄가 참으로 큽니다.


이제 시간이 흘러, 이제 저희가 부모가 되고 자식을 나아 기르는 지금이 되어서야, 이제 당신들께서 어떤 희생을 치루고 우리를 그나마 사람꼴로 만들어주셨는지 깨달아 저희는 이제야 때늦은 후회를 합니다.


아버지, 어머니


부모의 마음이 무엇인지 이제야 어렴풋이 헤아려 당신들께 차마 참람된 슬픈 기억 하나를 꺼내 말씀드립니다.


IMF 사태가 한창이었을 무렵이었습니다. IMF 사태 때 한 불쌍한 가장이 자신의 아내와 아이들과 함께 부모의 묘지 앞에서 농약을 마시고 음독자살을 했습니다. 그리고 그 얼마 뒤 IMF 사태에 책임이 있는 한 노정객이 자신의 손자 돌잔치에서 기뻐하는 모습이 한 신문에 실렸습니다. 저는 그 사진을 보면서 한없는 분노와 고통을 느껴야만 했습니다.


대체, 한 부모의 영혼은 자식과 손자가 자기 묘지 앞에 농약을 마시고 죽어 나뒹굴고 있는 비참한 꼴을 지켜봐야 하는데, 그 죽음에 직접적인 책임이 있는 어떤 정치가는 자기 손자의 돌잔치상 앞에서 기쁘다고 환호작약하며 웃고 있었습니다!


그 부모의 영혼이 있다면, 억울해서 구천을 떠돌며 하늘을 향해 울부짖고 통곡하며 이 나라의 정치를 저주했을 겁니다!


아버지, 어머니. 이것이 지금 이 나라의 정치의 비참한 현실입니다. 이런 정치를 그대로 내버려 두는 것이 과연 정의로운 일이며, 올바른 일입니까? 이러한 현실에서 당신들의 피와 살로 이루어진 목숨보다 사랑하는 당신들의 손자들이 그저 살아가게 내버려두실 참입니까?


왜 이런 정치가 용인되어야 합니까?


지금, 정계와 일부 부유층은 이민이니, 원정출산이니 하면서 자신들을 먹이고 키워준 이 나라를 배신하고 도망치고 있습니다. 참으로 땅을 치고 분노할 일입니다.


대한민국이란 나라가 존재하지도 않았을 때, 독립군 할아버님들은 만주에서 당신들의 가장 소중한 뼈와 살과 피를 바쳐 이 위대한 나라를 만들어주셨습니다. 그것은 기적이었습니다. 그것은 꿈의 실현이었습니다.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생겼지만,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오로지 식민지 통치와 폐허만이 남아, 온 세계의 원조와 멸시를 받는 빈곤한 나라였을 때, 당신들께서 이만큼 이 훌륭한 나라를 만들어 주셨습니다.


그런데, 감히 이 나라가 살기 힘들다고 이민을 가고, 원정출산을 가다니요. 저희가 어찌 이런 더러운 자들을 용서할 수 있단 말입니까!


지금 이 나라가 이토록 혼미한 것은 사실 전쟁의 후유증입니다. 해방과 전쟁 이후 이 나라에 쌓일 대로 쌓인 상황의 한계가 이제 바닥을 드러내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이미 전쟁을 치루고 있습니다. 당신들의 손주인 저희의 아이들은 학교에서 다른 친구들을 짓밟고 올라가는 교육을 받아야만 합니다. 다른 나라 아이들이 인생의 소중한 2년을 자신을 발전시켜, 자신의 나라와 민족을 발전시키는 계기로 삼을 때, 우리의 씩씩한 아이들은 목숨을 걸고 밤잠을 못자며 당신과 저희를 지키느라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이 와중에 나쁜 정치가들은 자신들의 자식들은 빼돌려 이런 의무에서 용케 도망치고 있으면서도 자신들은 실천이 없는 안보만 외치고 국민들 겁을 줘서 다시 국회의원에 당선되고 정치를 하며 떵떵거리고 삽니다!


이것은 모두 전쟁의 부산물입니다. 전쟁만 아니라면, 우리는 저 나쁜 정치가들을 모두 몰아낼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이미 불필요한 전쟁의 댓가를 지불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누적되어 온 전쟁의 피해는 이제 당신들의 손자들 목을 옥죄이고 있습니다.


아버지! 어머니! 살려주세요. 저희를 살려주세요.


저희 아이들이 죽으면 저희도 죽습니다! 이제 저희가 기댈 것은 오로지 당신들뿐입니다. 이대로 가면, 저희 모두 당신들을 배신해야 합니다. 인생에서 나쁜 짓을 하는 자들이 아무런 벌을 받지 않는다면, 도저히 저희 자식들을 바로 키울 자신이 없습니다!


저희를 배신자로 만드시겠습니까! 그래서 이 나라를 포기하고 절망에 빠져 이민을 가야합니까! 저희는 그런 패륜을 감히 생각할 자격조차 없습니다. 지금 이 나라가 조금 힘들고 어렵다고 해서 이 나라를 버리고, 당신들을 버리고, 독립군 할아버님들과 당신들이 힘들여 만들어준 이 나라의 소중한 아이들을 다른 나라, 다른 민족의 얼이 되도록 고스란히 갖다 바칠 수 없습니다!


어떻게 세운 나라인데, 어떻게 세운 민족인데 이지경이 되도록 내버려둔단 말입니까!


아버지, 어머니


저희는 이 위기를 벗어나기 위한 마지막 방법으로 노무현을 선택합니다.


부족하고 어리석은 저희들의 지혜로 내린 결정은 노무현입니다. 최소한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만들면, 노무현만 못한 정치가들은 모두 정리해고시킬 수 있습니다. 물러나지 않고는 못 배기게 됩니다. 구조조정 때 저희가 직장에서 쫓겨나는 모습을 보면서, 당신들께서 얼마나 가슴 아파 하셨습니까! 대한민국이 다 IMF의 고통을 겪어도 정치인들은 겪지 않았습니다. 정치인들에게 그 댓가를 이제 지불하게 하자는 것입니다!


저희가 노무현을 선택한 것에 대해서 당신들께서 걱정하시는 바가 무엇인지 잘 압니다. 그가 급진적인 것은 아닌지, 빨갱이는 아닌지 당신은 걱정하십니다.  그것은 어쩌면 당연한 “오해”입니다. 왜냐하면 그동안 저희는 이 문제에 당신의 지혜를 감히 구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아버지 어머니!


지금부터, 당신들의 지혜로 저희의 판단이 과연 옳은지 그른지를 한번 밝혀주십시오. 그래서 저희가 생각하는 바가 어느 것이 인생의 연륜이 어리석고 모자라 그 인물 됨됨이를 채 못 본 살펴 본 부분이 있다면, 당신들의 준엄한 가르침으로 깨우쳐 주십시오. 그것은 저희를 위해서가 아니라, 당신들의 손자들을 위해서 그러합니다. 그 아이들의 미래를 열어주는 할아버지, 할머니의 마음으로 저희가 과연 제대로 선택하고 있는지 두 눈 부릅뜨고 살펴봐주십시오.


당신의 지혜로 우리를 살리소서!




첫 번째로 왜 저희가 노무현을 지지하는지 삼가 말씀드립니다.


그것은 노무현에게서 당신의 모습을 보기 때문입니다.


그렇습니다. 법률가의 아들이나, 재벌의 아들로 태어나 이번에 대선에 나온 분들, 참으로 훌륭한 분들입니다. 교육을 받을 만큼 받으셨고, 사회적 경험도 충분한 명문가의 분들입니다. 인재가 없는 것보다 여러 인재 중에 고를 수 있는 것이 어쩌면 다행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슬프지만, 그분들에게는 당신의 모습이 없습니다. 당신은 어떤 후보와 가장 닮으셨습니까! 당신이 이회창 후보를 닮으셨습니까? 아니면 정몽준 후보를 닮으셨습니까?


그들에겐 농부가 어찌 밭을 탓하랴 하면서, 음지에서 끝까지 소신을 포기하지 않았던 용기가 없습니다! 대통령이 되는데 조강지처가 문제가 된다면, 나는 대통령이 되지 않겠다고 말하는 가슴의 그 절절한 뜨거움이 없습니다!


아버지 어머니, 당신들께서 언제 출세를 위해서 가족을 포기하신 적이 있습니까? 만약 당신께서 그런 식으로 인생을 이바르게 한평생 자신만을 위해 살아오셨다 라고 하신다면, 그래서 당신의 모습을 노무현에게 발견하는 것이 잘못이라면, 저희는 노무현을 포기하겠습니다!


이제야, 당신들의 희생에 눈뜬 저희들이 애원합니다. 과연 지금 세 사람의 후보 중에서 가장 당신을 닮은 사람은 누구입니까?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당신의 헌신, 당신의 희생, 당신의 피, 당신의 땀냄새에 이끌리게 만드는 사람이 대체 누구입니까?


저희는 당신의 인생을 배신할 수 없습니다.


아버지 어머니. 저희는 노무현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당신들을 선택한 것입니다!


둘째로 노무현이 과격하다 라는 주장에 대해서 삼가 저희가 생각하는 바를 말씀드립니다.


일부 언론이나, 노무현의 정적이 말하길 노무현은 급진이다, 혹은 과격이다. 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세상에서 가장 “과격한” 사람이 있다면 그건 노무현이 아니라 바로 아버지, 어머니일 것입니다.


기억하시나요?


아버지, 어머니, 당신들은 채 50년도 안되는 세월동안 이 나라를 이만큼 반듯한 나라로 만들어주셨습니다. 그 힘이 대체 어디서 나왔으며, 다른 나라 사람이 이 나라의 성장을 보고 뭐라고 경탄했습니까?


과격은 열정의 다른 이름입니다. 치달아 나가려는 힘의 역동이 있는 한 불안해지는 것은 당연합니다. 오늘의 문제를 어제의 방식으로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열정을 잃어버린 사람들, 열정이 두려운 사람들은 가슴 뜨거운 사람을 질투해 그렇게 모독합니다. 그렇습니다. 열정은 너무 들뜬 나머지 실수를 할 수도 있고, 너무 성급하게 앞질러 달려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열정 자체를 애눌러 죽일 필요는 없습니다. 아버지, 어머니들께서 얼마나 뜨겁게 생을 사셨는지요. 그 열정을 경험한 당신들께서 그런 조급함을 다독여 너무 지나쳐 달리지 않도록 조분조분 붙잡아주시면 될 일이 아닐까요?


아버지, 어머니, 저희는 해야할 일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당신들이 해오신 만큼, 아니 그 이상의 일을 해내기 위해서! “과격”으로 오해할만큼의 열정이 있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그 열정의 말에 회초리를 가하는 것은 저희들이 할 테니, 고삐를 당겨주는 것은 아버지 어머니들께서 해주십시오. 그래야 저희들이 두려움 없이 일을 해낼 수 있습니다.


세 번째로 노무현은 빨갱이라고 하는 참으로 어이없는 주장에 대해 삼가 저희가 생각하는 바를 말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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