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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뽀오츠] 한국시리즈 관전기

2002.11.17 일요일
딴지일보 스뽀오츠부

 


올 한해... 울 나라 스뽀오츠 완전 대박 터졌다. 연일 국민들을 웃고 울리는 명승부가 속출했다.


하루 10시간씩 분노의 스케이트날을 간 끝에 세계쇼트트랙선수권대회 전관왕(6관왕)에 오른 김동성의 통쾌한 복수, 히딩크 감독과 태극전사들을 국민영웅으로 만든 월드컵 4강 신화, 아시안게임 남자농구에서 난적 중국을 상대로 한 꿈같은 두 점차 역전승까지.....


그리고 그 화룡점정격인 한국시리즈도 최고의 명승부였다. 6차전 6-9로 뒤진 9회말 1사 1,2루에서 터져 나온 극적인 동점홈런과 거짓말 같은 끝내기 홈런... (게다가 지난주엔 아슬아슬했던 K리그 최종일 경기도 있었다. 올해 정말 복터졌다..)


그 가슴 벌렁거렸던 명승부, 아래에서는 경기 직후 쏟아져 나왔던 수많은 관전기들 중 몇 개만 소개해 드린다. 그런데 그 전에 딱 한 가지만 짚고 넘어가자. 바로 선수 혹사라는 부분...


LG의 고졸 2년차 이동현은 올 시즌 페넌트레이스에서 팀 내 최다인 78경기에 출장해 124.2이닝을 던졌다. 보직이 선발이 아니었다는 점에서 이동현의 투구수는 분명 많았다. 포스트시즌에서도 13경기 중 10경기(22.2이닝)에 나왔다. 포스트시즌 성적은 3승 무패, 방어율 1.99.


LG는 막강 불펜진의 절묘한 계투작전이 없었다면 한국시리즈 진출은 꿈도 꾸지 못했을 거다. 이동현도 난생 처음 맞는 포스트시즌이라 힘든 줄 모르고 던졌을 거구. 근데 아무리 무쇠팔도 좋지만 시즌 내내 LG마운드의 마당쇠 노릇을 한 이동현이 아직 20살이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어깨에 너무 무리를 준 건 아닌 지 걱정되는 바이다.


LG 마운드의 수호신 이상훈...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이승엽에게 동점홈런을 얻어 맞았지만 그를 욕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상훈은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59개, 5차전에서 23개의 투구수를 기록하며 많이 지쳐 있는 상태였다. 당연히 6차전에는 구속이 많이 떨어졌다. 그러니 누굴 탓하랴! 4차전을 비롯, 전체 포스트시즌에서 이상훈을 혹사시킨 것은 두고두고 아쉬움이 남는 일이라 하겠다.


삼성도 감시 레이더망을 피해갈 수는 없다. 삼성의 특급 소방수로 자리잡은 노장진은 올해 정규시즌에서 63경기에 등판, 혼자서 127.2이닝을 책임졌다. 아무리 체력 좋기로 소문났지만 마무리 투수로서 그만한 이닝을 소화해 내기란 쉽지 않았을 거다. 한국시리즈에서도 강행군은 계속 됐다. 3, 5차전 두 차례 쉬었지만 등판한 4경기에 마무리로 나서 한 경기당 평균 40개씩 공을 뿌려댔다. 1, 2, 4차전까지 방어율 0을 이어가다가 6차전에서 5안타 뭇매를 맞고 3실점한 것은 누적된 피로 탓이 클 거다.


사실 빛나는 용병술에 대한 칭찬과 선수 혹사에 대한 비난은 동전의 양면 같다.


잠깐 LG와 기아의 플레이오프 5차전으로 돌아가 보자. LG의 이동현은 1회말 1사 1,2루에서 3안타를 맞고 휘청거리던 최원호를 일찌감치 구원등판, 5회까지 2안타(홈런 1개 포함) 1실점으로 쾌투하며 팀의 한국시리즈 진출에 일등공신이 됐다.


근데 이런 과감한 작전은 실패의 소지가 더 컸다. 이동현은 플레이오프 1∼4차전(9.2이닝)까지 단 한 경기도 빠짐없이 등판해 체력이 많이 떨어져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LG의 승리로 투수 교체 타이밍이 아주 훌륭했다는 찬사가 쏟아졌다.


본 우원 말하고 싶은 것은... 절묘한 용병술에 선수 혹사라는 문제가 가려져 버리면 안 된다는 것이다. 특히 두 감독은 이미 전과(?)가 있기 때문에 더욱 신경이 쓰인다.


구장 문제도 그냥 넘길 수는 없다. 최고의 명승부라고 일컬어지는 한국시리즈 6차전을 현장에서 지켜 본 팬들은 1만 2천 여명에 불과했다. 그게 대구구장의 한계치다. 잘 알겠지만 국내에서 3만명 이상 수용할 수 있는 야구장은 잠실, 부산, 문학 세 군데다.


돈은 좀 들겠지만 이 참에 지자체 협조 얻어서 추위에 덜덜 떨지 않고, 비 안 맞고 야구 볼 수 있는... 시민들 문화공간으로도 활용가능한 번듯한 돔구장 하나 지어놓으면 좋을 거 같다. 흐흐


자, 서론이 길었다.


다음은 삼성, LG, 롯데팬이 쓴 한국시리즈 관전기를 감상하는 시간 되겠다. 다시 한 번 그때 그 순간들을 되새겨 보시길.



 


 삼성팬


제  목 : 젠장!! ㅠ.ㅜ 빌어먹을 쭈쭈바만 아니었어도...
글쓴이 : 최태식(
dasom112@hanmail.net)
날짜  : 삼성 우승 다음날


벌써 20년이 넘은 이야기군요... 아 한 맺힌 21년 ㅠ.ㅜ..


국민학생이던 아들넘이 룰도 모르는 고교야구 보며 신기해하던 걸 보시던 울 아버지께선 어느날 저녁, 야구 글러브 한 개와 배트를 사들구 퇴근하셨지요...


엄니 왈.. "애들 장난감을 뭐 그리 비싸게 주구 사왔어요? ㅡㅡ+"


아부지 말씀(저 못듣게 살짝 말하셨지만 다 들었음 ㅡ.ㅡ;)


"저늠이 아파트로 이사 온 후로 동네 애들이랑 잘 못어울리는 거 같아서.. 왕따(그땐 왕따란 개념 없었음.. 요즘 말루 말하자면..)될 꺼 같아서..."


담날부터 학교만 갔다오면 정식 야구공두 아닌 테니스공 갖구 동네 꼬마들하구 어울려서 야구이외의 다른 놀이를 모르고 지내던 꼬마는 어느덧 5학년이 되구 드뎌 울 나라두 프로야구란 걸 시작한다더군여...


꼬마 왈.. "아부지 프로야구가 고등학교 야구보다 잼있겠졍 ㅡㅡ?"
아부지.. "당근이징... 일본야구에서 무쟈게 잘하는 울나라 동포가 있는데 이름이 장훈 이라나.. 하여간 그 사람두 울나라 프로야구 하러 온다구 그랬대..."


꼬마.. "음 그 사람은 어느 팀에서 뛰는데여?"
아부지.. "글쎄 그건 잘 모르겠다.. 오비에서 뛰면 조켓구만..."(울 아부지 야구 잘 모르심니다... 걍 충청도가 고향이시라 원년에 충남북 프랜차이즈 가진 오비 응원하셨음다...)


꼬마... "음.. 그럼 나 장훈 있는 팀 응원할래여 ㅡㅡㅋ"



나중에 알구보니 장훈 선수가 아니라 백인천 선수더군여.. 일본야구에서 뛰다 온다던 사람이... 뭐 장훈이건 백인천이건 별 상관없던 저는 서울 연고팀이기도 하고 그 백인천 선수가 뛰기두 해서 일석이조가 된 엠비쒸 청룡을 응원하기루 맘 먹었음다...


근데 ㅠ.ㅜ 드뎌 개막일이 돼서... 운명의 사건이...


프로야구 개막이다 뭐다 해서 학교에서두 애들끼리 난 어느 팀 응원할래 말래... 함시롱 들떠있는데 제 짝궁 갑자기 저를 툭툭 치더니..


짝궁 왈.. "야 오늘 엠비쒸랑 삼성이랑 개막전 하는데 나랑 내기하자..."
저.. "웅 그래 뭔 내기 할꼰데? ㅡㅡ?"
짝궁.. "쭈쭈바 한 개..."


음.. 당시 쭈쭈바 한 개에 오십원 했음다... 하루 용돈 백원 중에 오십원을... ㅡㅡ+ 이거 반드시 이겨야 한다고 생각한 저는 통빡을 굴리기 시작했음다...
뭐 팀 전력에 대해선 전혀 모르던 저는 일본야구에서 짱먹은 백인천이 있던 청룡이 당근 이기리라 생각했죠. ㅡ.ㅡ;;


짝궁.. "너 어느팀 할꺼냐?.."
저.. "나 엠비쒸 할래... 엠비씨에 백인천이란 사람이 무지 잘한 대..."


짝궁.. 잠시 생각하는 눈칩니다. ㅡ.ㅡ;; 아무래두 제가 넘 정보를 노출한 듯 불길한 예감이 들더만...


"우쒸! 내가 엠비쒸 할꼬야.. 니가 삼성해. ㅡㅡ+"


저.. 감히 반항할 생각두 못함다... "그래 내가 삼성 할께. ㅠ.ㅜ"


이건 아니다 싶은 맘이 조금 들었음다. ㅠ.ㅜ 젠장 그때 내기구 뭐구 안한다구 했어야 했음다... 적어두 어제 9회말에 강동우 선수 삼진 먹을 때까진 그렇게 생각하며 21년을 살았음다...


결국 그날 프로야구 개막전... 이만수 선수가 프로야구 첫 안타를 홈런으루 장식하구 출발한 삼성은 이종도 선수에게 만루 홈런을 맞구 무너지구 맙니다...


담날 전 피같은 쭈쭈바 한 개를 짝궁에게 바치구 억울해서 한마디합니다...


저.. "우쒸 내가 엠비쒸 한다니깐... 니가 우겨서 글케 됐자나 ㅠ.ㅜ"


짝궁.. "그래? 그럼 담에 엠비쒸랑 삼성 또 하면 니가 엠비쒸 해.. 쭈쭈바 내기 또 하자..."


저.. "그래 (/--)/.."


전 담번엔 꼭 쭈쭈바를 얻어먹으려는 심산에 삼성 응원한 거 다 까먹었음다... 그리구 다시 삼성과 엠비쒸가 붙는 날이었음다...


가만 생각해보니 남자가 한번 응원 한 팀을 바꾸는 건 뭔가 좀 켕기는 구석이 있음다...


짝궁.. "오늘은 니가 엠비쒸 할꺼지?"
저.. "응 그런데 나 걍 삼성으루 할래... 설마 또 지겠냐? ㅡㅡㅋ"
짝궁.. "후회하기 없기다... 쭈쭈바 한 개 사올 준비나 해..."


근데 또 지구야 말았음다 ㅜ.ㅡ... 이젠 쭈쭈바가 문제가 아니라 자존심 문제임다... 쭈쭈바 한 개 더 갖다 바치구 나서 비장하게 외칩니다...


저.. "너 올해 시즌 끝날 때까지 삼성하구 엠비쒸 경기하면 무저건 쭈쭈바 내기 해 ㅡㅡ+"
짝궁.. "그래 히히 쭈쭈바 원없이 먹겠네..."


그러나... 쭈쭈바 땜에 어쩔 수 없이 선택한 팀은 의외루 탄탄한 전력을 보였고... 담번 내기가 돌아오자 영악한 짝궁은 약속을 깨버립니다..


"나 이제 내기 안할래 야구 잼 엄써..."


쭈쭈바땜에 삼성을 응원하게 된 꼬마는 그해 삼성이 한국시리즈에서 김유동에게 홈런맞구 깨지는 것을...
중학생이 돼서는 롯데 유두열에게 홈런맞구 퍼질러 앉아 우는 것을...
고딩 때는 해태한테 힘도 못써보구 지는 것을...


재수생일 때두 셤 얼마 안남겨 두고 삼성 우승함 하는 거 볼라구 집에서 갖은 구박 다 받아가며 봤건만 쭈쭈바 사건의 주범인 엠비쒸의 후예 엘쥐에게 박살나는 것을 눈물을 머금고 보구야 말았고...


이번엔 설마 지지 않겠지 하구 본 작년에는 한 이닝에 대여섯점 얻어서 역전시키더니 담이닝에 그보다 더 점수주구 역전 당하는 꼴을 두눈 뜨고 보면서... "설마.. 이건 꿈일꺼야... 이건 말두 안돼..." 하면서 대구가 고향인 대학1년 후배넘하구 애꿎은 소주만 마셨더랬음다...


어젠 부정탈까봐... 이제 20개월 된 딸내미 무릎에 앉히구 얌전히 응원했음다...


"주연아... 아빠 따라해 바바.. 삼성이교랏~~~"
"짬쩡 @#$%&*%$#~~"



"음!! 잘해따 치타... 삼성이 이기묜 기분 조은데 아빠가 울 주여니 선물 사주께..."


"난? ㅡㅡ+" 옆에서 째려보는 마눌님 ㅡ.ㅡ;;


"음.. 자기 꺼두 사줄께..."( ㅠ.ㅜ 우승하구 삼성프라자 세일 안하면 전 듀금임다)


그러나.. 이기는 게 어디 쉽던가여 ㅠ.ㅜ 해태라면 모를까 삼성인데...ㅡㅡㅋ
역시나 전력상 절대 우위라던 엘지를 상대루 어제두 고전을 면치 못하더군여...
결국 역전 당하구 넉점차까지 벌어졌을 땐 역시나 또 안되는구나 이런 생각마저들었습니다...


그런데.. 기적같은 역전승.. 정말 믿기지 않더군여...


담배 한대를 붙여 물었습니다...


작년에 두산한테 지고 나서 같이 술 마셨던 후배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너무 좋아서 끊었던 술을 마신다고... 아줌마한테 글라스달라구 해서 소주를 원샷을 했답니다...


후배넘... "형두 나와... 맨날 이맘때면 <그 빌어먹을 쭈쭈바만 아니었어도...>를 입에 달구 살더만 ㅎㅎㅎㅎ"


저.. "싫다... 이넘아... 스포츠채널 재방송 보구 스포츠 뉴스 보구 인터넷 뒤져보구 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 술을 먹냐 ㅡㅡㅋ"


정말 그 빌어먹을 쭈쭈바 땜에... 그 빌어먹을 쭈쭈바만 아니었어두...
오늘같은 가슴 뿌듯함과 기쁨은... 없었을 겁니다...


삼성라이온즈 선수 여러분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엘지팬


제  목: 준우승이 더욱 아름다웠던 이번 KS
글쓴이: 이미선(
twinsV@freechal.com)


먼저 우승한 삼성선수들과 21년의 한을 풀고 감동의 눈물을 흘릴 삼성팬들에게축하의 박수를 보냅니다.


그리고 우승하고 난 뒤 그 승리감을 만끽하는 선수들이 부럽기도 하고 아름다워보이지만 비록 패배의 쓴잔을 마시긴 했지만 침묵하며 나왔을 엘지선수들도 못지않게 감동적이며 아름답단 생각이 듭니다.


제가 엘지팬이기 이전에 야구를 21년 간 봐온 야구팬으로서 졌지만 선수들이 이렇듯 고맙고 안쓰럽게 느껴진 적은 없었기에 감히 저렇게 단언합니다.


그 수많은 시간동안 야구를 보면서 2000년 PO 6차전이 끝나고 망연자실했던이후 오늘 두번째 눈물을 흘렸습니다.


물론 아쉬움과 패배자의 쓰라림이 뒤섞인 눈물이었지만 2년 전에는 없었던 가슴 한켠에 솟구치는 감동과 무언지 모를 안도감도 꽤 많이 차지하더군요.


그 감동과 안도감이라는것은...


양준혁의 공백과 유지현의 부상으로 인한 뒤늦은 합류 그리고 홍현우의 계속된 부진.


그무엇하나 내세울것 없이 시작했던 올시즌...
전문가들은 물론이고 아무도 엘지가 4강안에 들것이라고는 생각조차 못했으며 저를 포함해서 수많은 팬들은 성적보다는 리빌딩에 촛점을 맞춰주길 원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즌 중 그렇게도 그리워하던 영웅 이상훈이 복귀하고 부상에서 돌아온 유지현이 제자리를 찾아주자 엘지는 성적은 차치하더라도 예전에 없던 짜임새가 생겨나더군요.


팀의 구심점이 없이 스타성만 강조되던 모래알구단이 서서히 변화하더니 약체팀이라는 의식을 벗어던지며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함께 투지가 엿보이는 겁니다.


엘지가 4강 안에 든 것은 전력이 아니었으며 선수들의 보이지 않는 투혼과 강한의지였죠.


그것이 아니라면 시즌 도중에 군복무로 유니폼을 벗어야 했던 서용빈의 빈자리와... 고관절부상이라는 치명적인 병에 걸려 뛰지도 못하는 김재현의 아쉬운 이탈에도 불구하고 4강을 넘어 심정수와 박재홍이 버티는 현대를 상대로 가볍게 2승을 할 수 있었는지... 이종범과 장성호 그리고 원투펀치가 확실한 기아를 적지에서 과연 이길수 있었는지...


그것만으로도 우리팬들에겐 너무나도 큰 선물이고 보람이었는데... 그 보이지 않는 엘지의 저력은 마지막 산인 코리안시리즈에서도 후회없이... 너무나도 감동스럽게 발휘했습니다.


어찌보면 이번 시리즈는 역대 시리즈에 비해 가장 확실한 예상이 나왔을지도 모릅니다.


8개 구단 올스타를 모아놓은 듯한 타선과 투수력을 상대로... 앞서 7경기를 치뤄내면서 온갖 힘은 다 소진한 상태에서 오로지 모자에 새겨넣은 함께 뛸 수 없는 NO.62와, 함께 뛰었지만 여전히 베스트를 다할 수 없는 NO.7의 소리없는 기원만이 가장 큰 힘이 되었을 만신창이의 팀의 대결...


그렇지만... 그런 트윈스가...


아홉번을 우승시킨 베테랑의 상대감독에게 그리 편한 승리는 주지 않았습니다.


시즌 중 클린업의 홈런수를 합해도 이승엽의 홈런 갯수보다 적을만큼 타선은 가벼웠고 확실한 선발이라고는 만자니오 외엔 없는 혹자가 말하는 벌떼운영이었지만 이제 스물을 갓넘긴 이동현의 눈물겨운 역투와 발목통증에도 진통제를 맞아가며 악으로 던진 장문석, 혈행장애에도 불구하고 매번 팔이 빠져라 던진 이상훈... 그리고 2루타를 치고도 1루밖에 머물 수 없는 김재현의 투혼들이 한데 어우러져  오늘 명승부를 일궈냈습니다.


결국엔 졌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시리즈 전적 4-0 길어야 4-1로 끝내리라던 이번 한국시리즈.가볍게 이기리라던 수많은 팬들은 매경기 손에 땀을 쥐어야 했고 오늘도 비록졌지만 만만히 누룰 수 없는 트윈스의 저력이 돋보였던 경기였습니다.


삼성은 이기는 게 당연한 게임이었고 져서는 안될 경기였지만... 엘지는 졌지만 승리보다도 더 값진 뜨거운 박수를 받을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비록 이승엽에게 쓰라린 동점홈런을 허용한 이상훈이지만 그가 없었다면 우린 벌써 광주에서 게임을 끝냈을 것이고... 마해영에게 통한의 역전홈런을 맞고 눈물을 보인 최원호지만 그가 없었다면 이번 축제에 초대받지도 못했을 지도 모릅니다..


팬으로서 다만 아쉬운 것은...


베테랑인 유지현이나 이상훈 그리고 김재현은 이미 우승의 경험도 해봤고 쓰라린 경험도 해봤기에 이런 경우에 빨리 다시 딛고 일어날 수 있겠지만 이번 시리즈에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정신력으로 버텨준 이동현이나 박용택같은 신인들이 그 패배감을 어떻게 극복할 지 그것이 걱정입니다. 돈주고도 살 수 없는 경험으로 생각하고 일취월장해줬으면 하는 데 말입니다.


이젠 한편으로 안도감이 밀려옵니다. 모든 것이 끝이났고 승부에서 졌다는 생각보다는 몇개월간은 사랑하는 트윈스를 볼 수 없다는 공허함이 더욱 마음 아픈 오늘밤...


그토록 고생스럽고 힘겨운 긴여정을 마치고 이제야 비로소 선수들이 편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 어느해보다도 추웠던 올해의 포스트시즌...
선수들의 손이 꽁꽁 굳어있고 콧잔등이 벌겋게 얼만큼 추웠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전력을 다해 슬라이딩을 해주고 몸에 맞아가며 최선을 다해준 투혼이 있었기에 트윈스를 향한 열정은 얼어붙지 않았습니다.


이제는 이런 우리 선수들... 고단한 몸 푹 쉬시고 다친 몸 잘 추스려서 베스트의 전력으로 다시 만났으면 합니다.


너무나도 힘들게 시작한 올 한해...
그렇지만 기대 이상으로 시즌을 마쳐준 선수들에게 감사하며 뜨거운 박수를 보냅니다.


무엇이든 결과 위주의 우리사회 과정은 잊은 채 모든 스포트라이트는 승리자에게만 가겠죠. 하지만 우리 팬들은 그 결과보다는 그곳까지 걸어갔던 역경들을 평생 잊지 않을 것입니다.


 


 


 롯데팬


제  목: 눈물, 감동, 그러나 허탈
글쓴이: ourcow(
ourcow73@hotmail.com)


전 부산 사람도 아닙니다. 그렇다고 부모님의 연고가 부산도 아닙니다.


하지만 전 프로야구 원년부터 롯데 자이언츠의 팬이었습니다.(운명인가요?) 원년부터 롯데 자이언츠의 선수들의 프로필과 백넘버, 그리고 각종 기록들을 다 외우고 있었습니다. 물론 롯데가 잘하거나 못하거나 성적에 관계없이요.


하지만 지난 99년 이후 저의 이러한 롯데 사랑이 점점 식어감을 느꼈습니다. 사실 진정한 팬이라면 롯데 사랑이 식지 말아야 하는데 말이죠. 하지만 저도 사람인지라...


특히 99년 마해영 선수가 롯데를 떠나면서... 정말 롯데에 화가 났습니다. 뭐가 그리도 까다로운지, 물론 구단의 입장도 있겠지만 다른 구단의 선수들은 선수협 가담을 하지 않았나요? 한화의 송진우는 올해도 한화에서 맹활약을 했는데 말이죠.


하지만 어제 마해영 선수의 끝내기 홈런 장면을 보고 전 속으로 울었습니다. 다시 롯데 사랑이 시작이 되었습니다. 정말 다시 한번 진정한 롯데의 팬으로 거듭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마치 부모님이 무조건적으로 자기 자식을 사랑하듯 말이죠.


어제 마해영 선수는 병상에서 병마와 싸우고 있는 임수혁 선수를 꿈에 보았다고 하였습니다. 이 말에 정말 감동을 느끼지 않은 롯데팬은 없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마해영 선수의 의리... 전 이걸 롯데 자이언츠에 촉구합니다.


프로는 돈으로 말해준다고 하죠. 하지만 우리는 프로이기 전에 인간입니다. 구단의 프랜차이즈 스타들을 다 놓치고, 의리보다는 돈 때문에 팬들의 기대를 저버리고, 99년도가 처음은 아니였죠?


최동원 선수도 구단과의 갈등으로 삼성으로 이적하고... 최동원 선수는 팬들과 떠나기 싫어서 개그맨이 아니지만 개그맨 비슷하게 방송활동을 했다더군요. 그래서 지금은 다시 야구 코치로 돌아왔지만요. 글을 쓰다보니 정말 한숨이 나옵니다.


과거 롯데와 영광을 함께 한 많은 선수들, 롯데 팬들을 감동으로 몰고간 선수들... 지금 롯데에 있나요? 정말 이점 되짚어 봐야할 문제 아닌가요?


전 서울에서 태어나 계속 서울에서 생활을 하였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이 다 서울사람입니다. 물론 야구는 저 혼자만 롯데를 좋아하죠. 친구들이 저 참 독특한 놈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전 롯데가 좋습니다. 아니 사랑합니다. 주변사람들도 과거 롯데의 우승은 정말 감동적이고 드라마틱하다고 기억을 합니다. 이점에 대해선 다들 의견일치를 하더군요.


우리가 사랑하는 롯데, 아직 살아있습니다. 정말 내년 시즌에는 새롭게 의리있고 끈질긴 롯데로 다시 태어났으면 합니다. 성적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습니다. 의리와 근성을 보여주면 우리들은 만족할 것입니다.


롯데 구단과 코칭 스태프, 또 선수분들~~~ 정말 화이팅 입니다.
여러분의 뒤에는 우리가 있습니다.
사랑합니다. 롯데~~~~


 


                                                               딴지 스포츠부
                                           도우넛(bluesky@ddanz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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